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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9일 일요일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


이글은 한겨레21 2012-08-20일자 제924호 기사 '집단 분노가 지갑을 여는 집단소송'을 퍼왔습니다.
[줌인]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뒤 손해배상 카페 10여 곳 생겨… 2006년 시작된 ‘공익소송’이지만 집단소송할 사람 모집하려고 고객정보 빼내는 기막힌 ‘기획소송’도 있어

텔레마케팅(TM) 업체 사장인 최아무개(40)씨는 지난 2월 ‘엔패쳐’(Nfetcher)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차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그가 무려 7달이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었다. 엔패쳐는 프로그램 창을 띄운 뒤, 010-○○○○-0000부터 010-○○○○-9999까지 특정한 휴대전화 번호의 대역을 입력하면, KT 고객정보조회시스템에서 그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txt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이른바 ‘해킹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KT 도봉지사의 한 대리점 컴퓨터를 해킹해 악성 프로그램을 깔아 고객정보조회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냈다. 그리곤 서버에 접속해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요금제, 휴대전화 기종, 할부기간, 개통일 등 10가지 항목을 매일 야금야금 빼냈다.
변론비 1만5천원에 10~20만원 판결 선례

»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은 또 하나의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지사 앞 출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한겨레 이정아

그가 빼낸 개인정보는 최씨가 평소 친동생처럼 지내던 텔레마케팅(TM) 업자 황아무개(35)씨에게도 넘어갔다. 가입자의 약정기간과 요금제 등을 알 수 있어, 영업에 활용하기 쉬웠다. 다른 텔레마케팅 업체 10여 곳에도 한 달 이용료 200만~300만원을 받고 프로그램을 넘겼다. 그렇게 수많은 가입자들의 개인 정보가 돌고, 돌았다.
KT가 해킹을 눈치챈 건, 5달이 지나서였다. KT는 지난 7월11일 서버에 시스템 과부하 오류가 발견된 뒤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며칠 동안 서버를 감시한 끝에 고객 정보를 빼내려 접근한 이들을 포착했다. 지난 7월29일 KT 고객정보를 빼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씨와 황씨를 구속했다. 엔패쳐 프로그램을 사용한 우아무개(36)씨 등 텔레마케팅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 정보유출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계보를 잇는다. 해킹으로 빠져나간 개인정보만 모두 870만 건이다. KT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1600여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게 얻은 고객 정보로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기기 변경, 요금제 변경 등을 권유해 1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물론 이들은 곧 재판을 받는다.
고객이 맡긴 개인 정보를 도둑맞은 KT는 사건 뒤 “보안의식을 더욱 철저히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KT의 ‘미지근한’ 사과는 오히려 870만 피해자들의 화를 돋구었다.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KT를 상대로 집단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려는 피해자들의 인터넷 까페 10여 곳이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연 곳도 있었으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에서 직접 문을 연 까페였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인 곳은 ‘법무법인 평강’에서 연 인터넷 카페 ‘법무법인 평강 KT 100원 집단소송’(cafe.naver.com/shalomlaw)이다. 지난 8월10일 기준으로, 회원 수만 4만 명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평강이 “변론비 100원과 인지대(소송 신청 때 법원에 내는 접수비) 2500원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하자 피해자들이 몰렸다. 이곳은 지난 8월5일 3만2000여명 규모의 1차 소송단 접수를 마쳤다. 법무법인 평강 쪽은 “대기업의 개인 정보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KT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상자 기사 참조)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 특허도

개인 정보유출 사건이 새로운 뉴스가 아니듯, 법무법인이 인터넷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풍경도 낯선 일이 아니다. 2008년 회원 1863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인터넷 쇼핑몰 ‘옥션’ 사건, 지난해 7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싸이월드 회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건 등 최근 4년 동안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만 1억 건이 넘어서자, 이와 관련한 집단소송도 법조계의 전문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KT 사태의 집단소송에도 과거 비슷한 소송을 해본 변호사들이 나서고 있다. 변론비 1만2500원을 내건 집단소송 까페((cafe.naver.com/c140)를 연 이흥엽 변호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2만여명을 모아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개인당 10만~2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변론비로 1만원을 내건 카페(cafe.naver.com/ktlawyer.cafe)를 만든 유능종 변호사의 경우,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지난 4월 1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소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건 200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이동통신사 등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지난 2006년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들의 회원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법률포털 사이트 ‘로마켓’과 ‘법무법인 케이알’은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등을 적은 위임계약서를 인터넷으로 보낼 수 있는 ‘집단소송 온라인 자동솔루션’을 개발해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법무법인 홍윤의·이창현 변호사는 인터넷 까페를 만들어, 당시 ‘대리번역 논란’을 일으킨 (한경비피 펴냄)의 출판사와 번역자로 알려진 방송인 정지영씨를 상대로 독자들의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법무법인이 인터넷을 통한 집단 소송에 적극적인 데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승소를 할 때 변론비 수익이 그만큼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 ‘대기업 대 소비자’의 구도에서 벌어지는 손해배상 소송이기에 ‘공익 소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법무법인의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아예 ‘기획소송’을 노린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다. 지난 2009년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GS넥스테이션 직원이 1125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낸 사건은, 한 법무법인 사무장이 집단소송 수임을 노리고 직원과 짜고 일부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만들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 ‘법무법인 평강’이 만든 Kt 관련 집단소송 인터넷 카페에 떠 있는 1차 소송인단 신청 마감 안내문. 이들은 일주일 만에 인터넷을 통해 3만2천여 명의 소송인단을 모집했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은 성적표 얻기 어려운 이유

그러나 인터넷에서 활발한 대규모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좋은 ‘성적표’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해킹으로 한 번에 대량으로 개인 정보가 빠져나간 상황에 대해 기업의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받은 소비자가 금전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송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법률적 한계가 크다. 한국의 개인 정보유출 집단소송은 소송인단만 대규모일 뿐, 미국 등 영미법을 따르는 국가들의 ‘집단소송제도’(Class Action Lawsuit)와 크게 다르다.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는 “이해관계가 밀접한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대표가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선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만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미참여자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피해자 모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을 17대 정기국회에 상정했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자동 폐기됐다.
다행히 지난 5월 개원한 19대 국회에서 피해자 모두가 집단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사회 여러 분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으로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인터넷을 헤매고 자기 지갑까지 열어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기이한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최득신 법무법인 평강 대표변호사 인터뷰

“이렇게 커질 줄이야”

“이렇게까지 많이 모일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습니다.”
KT 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3만2천여 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법무법인 평강의 최득신(47)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또한 KT 휴대전화 가입자다. KT 사태의 피해자 870만 명 가운데 1명인 셈이다. “저 말고도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 4명도 피해자더군요. 사실은 제가 열 받아서 소송에 나선 건데, 이왕 하는 김에 동참할 분을 100여 명 정도 모집하려 한 건데 판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소송 참가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 최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무법인의 변호사 8명 전원이 이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번 소송에 나선 게 거액의 수임료를 벌거나, 법무법인을 알려 영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수임료를 100원으로 정한 건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을 진행하며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갈등을 방지하려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상징적인 액수입니다. 사실 무료 변론인 거죠. 수임료가 높으면 ‘왜 돈을 받고 제대로 진행 안 하냐’는 소송인들의 항의가 많이 쏟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떳떳하게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징적인 액수를 정한 겁니다.”
법무법인 평강은 이런 집단소송이 처음이다. 평강은 최 변호사가 지난해 6월까지 대구지검 부장검사로 있다가 퇴직한 뒤 세운 변호사 사무실이다. 그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의 전신인 컴퓨터수사부에 근무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아이러브스쿨’ 해킹 사건과 인터넷 쇼핑몰 ‘하프플라자’의 소비자 피해 사건 등을 직접 수사하며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소송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는 일이라고 했다. 소송인들을 일일이 만날 수 없어서 인터넷을 통해 모두에게 동의를 받은 뒤 조립식 도장으로 이름을 맞춰 찍는 작업에 직원들이 모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으로 소송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며 “아직까지 2차 소송단 모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보수언론 선거 여론조사, 꼼수 부렸네


이글은 대자보 2012-04-13일자 기사 '보수언론 선거 여론조사, 꼼수 부렸네'를 퍼왔습니다.
류정민 (미디어오늘) 기자의 '락 더 보트' 눈길..여론조사 문제 분석

언론사들이 지난 4월 11일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전후에 여론조사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발표한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선거 후 최종 당락으로 보면 비슷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혀 다른 결과도 나타났다. 1~2위 간 오차 범위를 감안해도 1~2위가 바뀌는 황당한 조사 결과도 있었다. 

총선 여론조사는 각 지역구에서 선거권이 있는 전체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표본을 추출해 결과를 예측한다. 전체 유권자 집단의 특성을 모집단(모수치)라고 하고 표본추출을 한 특성을 통계치라고 한다. 모수치(모집단)와 통계치(표본)의 차이를 표집오차라고 한다. 즉 전체 유권자 집단의 여론조사와 표본추출 여론조사는 약간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를 표집오차라고 한다. 

예를 들어 1톤의 냄비에 1000개의 스프를 끓이고 1리터 냄비에 스프 1개 끓인다고 가정했을 때, 맛을 느끼기 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스푼을 사용한다. 1톤에 끓인 1000개의 스프나 1리터 끓인 1개의 스프에서 맛을 보려면 똑같은 스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단 조건이 있다. 스프가 한쪽에 뭉쳐 있어서는 안 되고, 골고루 잘 섞어 있어야 한다는 동일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모집단의 크기와 표본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집단이 크다고 해 표본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마디로 한국의 5000만 유권자나 미국의 2억 5000원 유권자들을 조사할 때 표본을 동일하게 1500명을 추출하면 되는 것이다. 동일한 조건을 충족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럼 여론조사에서 동일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표본이 모집단으로부터 대표성을 가지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모든 요소를 다포함해야 한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모든 유권자들이 개별 요소로서 표본으로 추출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둘째는 상호 배타적이어야 한다. 표본으로 추출할 수 있는 각각의 유권자들이 각자 달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복이 되면 안 된다. 셋째는 동일한 확률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전체 유권자 개개인들이 표본의 한 요소로서 추출할 수 있는 확률이 똑 같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위 세 가지 조건을 위배했을 때 여론조사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전체 유권자가 50명이다. 이 중 5명을 표본으로 추출할 때 50명이 다 참여해야 한다. 이는 첫 번째 조건인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한 의미이다. 50명이 각각 다르다는 것은 상호 배타적이고 중복가능성이 없다. 즉 50명 서로가 다 다르다는 의미이다. 50명 중 5명을 뽑을 때 뽑힐 확률이 동일해야 한다. 바로 여론조사 대표성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역대 선거에도 그랬듯이 지난 4.11총선에서 여론조사의 기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첫째 조건인 모든 유권자를 다 포함했을까. 일부 언론은 아니었다. KT 통신사 가입 집 전화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생활 등의 이유로 KT 집 전화가 없는 유권자들을 배제했다는 의미이다. 최근 집 전화를 없애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구수가 많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추출된 표본이 동일한 유권자가 중복돼 있으면 상호배타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모든 지역 유권자들이 뽑힌 확률이 동일했느냐의 문제이다. 일반 집전화가 없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유권자들은 표본으로 뽑힐 확률이 없었다. KT 가입 집 전화 외 다른(SK, LG) 통신사 집 전화번호도 배제했다고 한다면 이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동일하게 뽑힐 확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여론조사 오류의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 표지 © 인카운터
최근 이런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파악한 책이 출간됐다.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편집국 부국장)가 펴낸 (락樂 더 보트, Rock the Vote)는 정치 여론조사의 허와 실을 실제 역대 선거를 예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론조사 여론조작이 가능할까. 만약 발각되면 업체 퇴출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 지게 돼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통설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꼼수는 조사 주체의 의도에 따라 결과를 합법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저자는 여론조사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사방법과 문항 등을 조정해 수치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여론조사 숫자에 민감할 뿐 여론조사 기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여론조사 기법은 KT 등재 집 전화 여론조사로, 합법적으로 여론조작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KT 집 전화 기법으로 여론조사를 한 (동아일보)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9월 27일 (동아일보) 1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원순-나경원 후보 오차범위 접전’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12개 여론조사 기관 모임인 '한국정치조사협회' 결과는 박원순 후보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동아일보)는 박원순 45.6% 나경원 44%로 1.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접전으로 보도했다. 

한국정치조사협회와 (동아일보) 조사 결과는 왜 다른 결과를 나타냇을까. 저자는 바로 조사 기법의 차이에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일보)가 KT 집 전화 여론조사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교에, 직장인은 직장에 있을 때, 집에 있는 사람은 주부, 노인 등이고, 이들 계층이 나 후보에 관심을 보인 유권자이기 때문에 지지가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나경원 후보 지지율을 좀 더 높게 하려는 (동아일보)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한국 등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들의 보수층과 진보층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어떨까. 단연 진보 계층이 높다. 집 전화는 상대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높고 휴대전화는 진보 지지층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집 전화 기법을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KT 집 전화 여론조사 기법은 현재 외면 받는 추세이다. 대세로 떠 오른 것이 집 전화 + 휴대전화 기법이다. 상대적으로 실제 민심에 가까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집 전화 비율과 휴대전화 비율을 얼마로 해야 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분문 중에서- 

지난 4.11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출구조사가 빗나간 후보들이 많았다. 개별 지역구로 가면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당락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 말만 예측실패이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출구조사가 발표되면서 당선자는 잔칫집, 낙선자는 초상집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을 TV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방송사 출구조사의 문제점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보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더 많은 조사인원과 표본을 활용해 오차를 줄여야 하지만 비용이라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언론사의 여론조사가 실패했는데 반성하는 언론사는 하나도 없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빙자해 선거에 개입한 일이 가장 심각한 형태이다. 

저자는 지난해 10월 2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문화일보) 여론조사는 충격적이었다는 것. 표제 ‘공표 가능한 선거일전 마지막 여론조사’라는 문구와 함께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47.7% 박원순 범야권단일 후보 37.6%를 발표했다. 

인터넷포털사이트도 덩달아 마지막 여론조사라는 이유로 이를 부각시켰다. 여론조사 수치는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경향성이 틀린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넘어 언론의 의도적 개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언론사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접하는 인터넷포털사이트의 형태는 짚고 넘어갈 문제이다. 박원순 후보 승리로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후에도 (문화일보)는 정작 반성하는 기색이 엿보이지 않았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언론의 정치 여론조사에 대한 충고를 이어갔다. 

“언론의 꼼수가 드러나는 세상이다. 그럴듯한 수치에 가려진 언론의 음흉한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정치여론조사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언론부터 변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정치투표 참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서 남을 비판해봐야 술자리 푸념에 그칠 뿐이다. 군력의 독선과 오만은 국민의 투표로 바로잡을 수 있다. 군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적인 힘은 실제로 권력을 이길 수 있다. 투표는 그 시작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투표하는 세상, 투표 의지가 있는 국민이 누구나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세상이 될수록 권력의 오만과 독선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 가장 위험한 것이 정치 무관심이다.” 

과거 우리 정치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과 거리가 먼 결과를 발표할 때도 있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빌미로 현실정치에 개입했고, 공신력을 무기로 자신의 입맛대로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 지금도 보수신문에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저자가 지적했듯이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인지 모른다. 

이 책은 국내 정치 여론조사의 허와 실 그리고 정치선거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류정민 기자는 (노동일보)에서 근무했고, 현재 (미디어오늘) 정치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진보언론에서만 13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청와대 출입 기자를 했다. 현재 정치 뉴스 분석과 비평을 주로 담당하며, 특화된 ‘정치 여론조사’ 전문기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2012년 4월 3일 화요일

방송 3사 여론조사, ‘위험한 홍보’가 시작됐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3일자 기사 '방송 3사 여론조사, ‘위험한 홍보’가 시작됐다'를 퍼왔습니다.
[비평] 휴대전화 뺀 여론조사, 새누리당에 후한 평가…휴대전화 포함하니 결과 뒤집혀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저녁 메인 뉴스와 아침 메인 뉴스에서 지역구별로 후보들의 얼굴 사진과 지지율이 TV화면에 나오니, 그것도 똑같은 내용이 방송 3사를 통해 함께 나오니 영향력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신중한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조사를 했으니 그만이라는 정도로는 곤란하다. 언론이라면 적어도 공영방송(KBS MBC)이라면 어떤 조사 방법이 실제 민심을 더 잘 반영하는지 심사숙고해서 나은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4월 2일부터 방송 3사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선거에 개입하는 ‘여론조사 정치’를 둘러싼 깊은 의문이 든다. 방송 3사는 자사의 ‘공신력’이 뿌리부터 흔들릴지도 모르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2일 KBS 뉴스9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이미 2010년 지방선거 때 혹독한 망신을 당하지 않았는가. 당시 휴대폰을 뺀 여론조사 결과가 어떤 후폭풍으로 다가왔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방송사는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다른 언론도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여론조사를 RDD(임의전화걸기) 방법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전혀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묻고 싶다. 휴대전화를 빼고 집전화 여론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전체 표본을 대표하는 ‘제대로 된 여론조사’라고 믿는 것인가.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인가. 휴대전화 여론조사가 현행법의 미비로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대세는 '집전화+휴대전화' 병행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수언론 역시 집전화+휴대전화 병행조사를 한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최근 발표하는 여론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이 집전화를 함께 보유한 이들과 ‘정치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나온 결과이다.
2011년 10월 21일자 조선일보 분석 내용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1) 집전화도 보유한 유권자
나경원 후보 46.3%, 박원순 후보 39.5%
2) 휴대전화만 보유한 유권자
나경원 후보 28.1%, 박원순 후보 56.6%
집전화도 보유한 유권자 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앞섰지만, 휴대전화만 보유한 유권자에서는 거꾸로 박원순 후보가 두배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이 조선일보의 당시 발표에서도 서울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만 보유한 이들을 여론조사에서 제외하면 결국 새누리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위주 조사는 여론조사의 기본 중 기본은 ‘표본의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에 훈훈한 평가를 안겨준 방송 3사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휴대전화를 뺀 집전화 여론조사에서 서울 영등포갑의 경우 방송 3사는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가 35.1%,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3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선규 후보가 4.8%포인트 앞선 결과이지만, 오차범위(±4.4%포인트) 안의 결과라는 점에서 누구의 우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대목은 중앙일보가 4월 3일자 1면에 발표한 서울 영등포갑 여론조사 결과이다. 중앙일보 조서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42.6%,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가 32.8%로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4.0%포인트)를 뛰어 넘는 9.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가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보다 ‘우세’하다는 판단을 내려도 되는 결과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집전화’ 여론조사라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넣고 빼느냐에 따라 영등포갑 여론조사 결과는 14.6%포인트라는 ‘오차’를 보였다. 방송사는 말을 해야 한다. 정말 휴대전화를 빼고 여론조사를 해도 실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가. 아니면 새누리당에 훈훈한, 실제 민심과는 차이가 있는 결과를 전하게 되는가.
방송사는 앞으로도 휴대전화를 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송 3사 공동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것이 실제 민심을 반영했는지 걱정스럽다는 점이다.방송사가 섣불리 서울의 ‘새누리당 우위’ 주장을 펼치다가는 다시 국민의 냉소를 자초하는 망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7일자 사설 '[사설]‘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다음은 무엇인가'를 퍼왔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이른바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로 실망시키더니, 이번에는 ‘벤츠 검사’로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도덕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검사가 장기간 변호사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벤츠와 법인카드, 휴대용 전화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벤츠 검사’ 외에 현직 검찰 고위간부 2명도 부장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시중에는 ‘그랜저 검사’에 이어 ‘벤츠 검사’ 사건이 터지자 앞으로 초고급 승용차의 이름을 붙여 ‘포르셰 검사’ ‘람보르기니 검사’ 사건이 터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검찰은 자신들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정과 쇄신을 다짐해왔다. 그럼에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검찰이 대외적 발표와 달리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건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은 ‘그랜저 검사’ 사건 때 검찰은 처음 무혐의 처리했다가 나중에 비난 여론에 몰려 해당 검사를 법의 심판대에 회부했다. 그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월 말 사표를 낸 ㅅ검사장 건도 비슷하다. 경찰은 비리 혐의로 내사하다 그가 사표를 내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의 압력행사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는 특권의식과 집단이기주의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사들의 비리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대검은 지난 주말 열린 전국 감찰담당부장회의에서 감찰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감찰 전담 검사 대폭 증원, 감찰 업무 일원화, 청탁 등록센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유흥주점 내 품위 손상행위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대검 공무원 행동강령도 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방안들은 검찰의 근본적 의식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검찰 비리 의혹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의 자기 정화노력을 기다리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찰에 대한 높은 사법적·도덕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일벌백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