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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일 일요일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18일자 기사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는 당신에게'를 퍼왔습니다.

동물 무시가 외국 이주민 등 소수 집단 차별로 이어져
"개·고양이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다음 표적은 어린이"

»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창문에 부딪쳐 부상당한 까치를 치료하고 있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도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인도주의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강재훈 선임기자

깃이나 모자 끝을 라쿤(북미산 너구리) 털로 장식한 외투가 유행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에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동물에게 고통만 주는 이런 옷을 입지 말자는 내용의 글(‘당신 옷에 달린 털, 그건 ‘생명’입니다’)이 실려 관심을 모았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반발하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이들의 목소리엔 ‘인간보다 먹이사슬에서 열등한 동물이 사람 손에 죽는 게 뭐가 문제냐’ ‘왜 동물을 사람 취급하냐’는 불만이 깔려 있다.
심지어 동물보호운동이 나치의 잔재라는 비난도 나왔다. 히틀러가 채식주의자에다 동물 애호와 환경 보전을 주창하고 생체실험에 반대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동물보호에 나치의 낙인을 찍을 일은 아니다. 오히려 유대인 학살은 잔인한 가축 도살과 동물 학대에 더 가까워 보인다.

» 나치 이인자 헤르만 괴링이 자연보호 관련 시찰을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독일 사회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누군가 도살장을 바라보며 ‘그들은 동물일 뿐이야’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우슈비츠는 시작된다”고 적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비인간화는 동물을 무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동물보호단체 누리집의 자유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 종종 엽기적이고 일상화된 이런 행위는 대체 왜 생기는 걸까?
개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가족이나 이웃 또는 직장 동료에게는 살가운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나 동성애자 같은 소수 집단이라도 그럴까. 이것이 요즘 사회심리학자들이 던지는 ‘비인간화의 뿌리가 뭐냐’는 질문에 닿아 있다.

» <라이프> 1941년 12월22일치에 실린 '중국인과 일본인 구별법' 제하의 사진기사. 일본인은 키가 작고 열등한 종족으로 그려져 있다.

외집단에 속한 사람을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깝고, 그래서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간주함으로써 동정과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 것이다. 이로부터 외집단을 배제하고 학살하고 노예화하는 차별 행동이 나온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을 구분하는 생각은 부지불식간에 인간 집단 사이에서도 동물에 가깝다고 느끼는 외집단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흑인을 원숭이에 가깝다고 느끼는 백인일수록 흑인 범죄 용의자에 대한 폭력을 더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캐나다의 심리학자들은 최근 실험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고 굳게 믿을수록 이민자에 대한 편견도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사람과 동물의 유사성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고 난 뒤 이민자도 캐나다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과 다른 동물이 결코 분리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범죄를 막는 이들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다. 개와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사람의 다음 표적은 어린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심리분석관이 장차 나타날 폭력행동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네가지 지표 가운데 하나가 동물 학대이다. 한 연쇄살인범 프로파일러는 “대부분의 살인범들은 어릴 때 동물을 죽이거나 고문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개 때문에 삼천만 원 빚...너무한가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26일자 기사 '개 때문에 삼천만 원 빚...너무한가요?'를 퍼왔습니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 2009년 돌만이와 길동이. ⓒ 전경옥

나: "오늘 강아지 미용 예약하려는 데요."강아지 미용실 직원: "아 네~ 2시에 시간이 비었네요. 강아지들 이름이 뭐죠?"나: "돌만이와 길동이요."강아지 미용실 직원: "아 네~(풋)"

내가 강아지들 이름을 말할 때 웃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강아지들의 이름을 붙일 때 대부분 자기 취향에 따라 만드는데 내 경우 토속적이고 구수한 한국적인 이름이 좋았다. 똘마니를 조금 더 부드럽게 발음할 수 있는 '돌만이'와 길에서 온 유기견 출신이라 이름 붙여진 '길동이'는 개이지만 실질적인 나의 가족 구성원이다.

지난 6월에 돌만이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남은 유일한 가족은 길동이인 셈. 물론 혈연에 기초한 가족도 있다. 그러나 성인이고 이미 독립해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고 내 이름으로 계약한 집에 매일매일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는 생명체는 개이니, 지금 길동이는 내 가족과 다름없다. 

내 유일한 가족은 반려동물 '길동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과 정서적 정을 주고받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반려동물'. 1983년 10월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자리에서 개·고양이·새 등 애완동물의 가치성을 재인식해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동물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만 본다면 개처럼 비경제적인 동물이 없다. 나를 위해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닐 뿐 더러 개 때문에 초래된 불편으로 치면 그야말로 할 말 많아지기 때문이다. 혼자 살기 때문에 사실상 큰 집이 필요없지만 집을 고를 때 공간이 넓은 곳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 때문이다. 

개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는 주인을 만날까 미리 정보를 알아보게 되고 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집주인과는 계약자체를 꺼리게 된다. 개를 키우지 못할 법적 권리는 집주인에게 없지만, 살면서 이런저런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겪는 갈등이나 고통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어떤 일이 발생해 나와 길동이가 헤어지게 되는 상황이 생기는거다.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길동이가 먼저 세상을 뜰 것이고 내게는 '우리는 결코 헤어질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혹시라도 길을 잃거나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될 때 길동이가 받을 충격과 낯선 환경에서 겪게 될 공포감이 싫다. 

▲ 침대를 다 차지하고 누운 개들. 반려동물과의 삶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다. ⓒ 전경옥

반려동물과 살다 보면 일정한 나만의 스토리가 생긴다. 길동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함께 산책다니는 골목길, 산책 때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나눈 이야기 등. 길동이의 다양한 표정과 반응이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아마 반려동물과 살다 헤어지게 되면 그 추억이 내내 마음속에서 일어나 괴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추억이 있는 장소에 지금은 그 동물이 없다는 사실. 나와 비슷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새로운 대화의 창이 열린다. "이럴 때 이런 행동을 해요"라고 이야기하면 터져  나오는 환성. "아아, 맞아요. 우리 애도 그래요"라는 화답이 이어진다.

만약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서로 자기 자식자랑하느라 여념없는 주책바가지 아줌마로 보일 것이다. 자식자랑하면 팔불출이라던데 누가 팔불출이라고 하든 말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지는데 어쩌랴.

몇 시간이고 몇 날 며칠이고 우리는 모였다 하면 각자의 개들 이야기로 시간을 온통 다 보내게 된다. 이쯤 되면 일종의 오타쿠인데, 일반적 오타쿠와는 조금 다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즐거운 취미생활이 아니라 깊은 책임감과 눈물로 점철된 생활의 연속이니 말이다. 내가 만나고 정을 주고받고 함께 살았던 개를 떠올리면 기쁨보다는 눈물부터 나온다. 추억은 모두 눈물범벅이다.

개 때문에 대출받은 삼천만 원

사실 개와 함께 산 것은 돌만이가 처음은 아니었다. 2000년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당시 나는 군관사에 살고 있었다. 내가 개 한 마리 데리고 산책다니는 것을 본 이웃들이 하나 둘 개를 키우기 시작했고 개를 키우는 집들이 늘어나자 어느 날 개를 치우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졌다. 나는 상부 지시의 위법성을 따지기 위해 변호사상담도 받았는데, 별다른 방법은 없었다. 

▲ 서로 무릎에 올려달라고 졸라 결국 두 마리를 다 무릎에 올려야 하는 상황.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도 어쩔 수 없다. ⓒ 전경옥

사실 군은 상명하복의 원칙이 가장 확고한 집단이 아닌가. 결국 개를 어디로 보내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그 개와 살기 위해 대출받은 돈은 총 삼천만 원. 결국 관사를 떠나 전세를 얻었다.(2000년 집을 얻어 함께 살게 된 요크셔테리어 달구는 2002년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나에게 그 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였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자식과 가족 간의 사랑을 돈으로 계산하겠는가. 그냥 함께 있고 싶고 정을 나누고 싶은 거다. 극한의 상황에 도달하더라도 사랑하는 내 가족은 버리고 싶지 않은 거다. 아프게 하고 싶지 않고, 상처주고 싶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거다. 사랑에 이유가 있을까.   

사람에게나 쓰는 아이라는 표현을 쓰고 나를 스스로 길동이 엄마라고 칭하고 '개효도' 한다는 핀잔에 부모님에게 한없는 미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길동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을 덜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종류가 다른 것이고 오히려 우리 부모님이 내게 주신 무한한 사랑이 다시 길동이를 향해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항상 약자를 먼저 생각하고 배우고 공부한 것을 사회를 위해 쓰라는 가르침은 우리 부모님이 내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개 한 마리를 호사시키며 내 사랑이 낭비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나눈다고 몫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장되고 커지는 것이 아닐까. 부모님이 주신 사랑이 길동이에게로, 그리고 세상의 많은 약자와 동물들에게로 확장되고 퍼져나가는 가슴 뛰는 경험. 

내가 이런 길을 가게 된 데에는 사람에게 받은 사랑이 큰 몫을 했다. 인간보다 동물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동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와 아무런 연고도 없고 유전자가 같은 것도 아닌 동물에게 보내는 우리 인간의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가.

마지막 가는 길, 내 품에서 지켜주고 싶다

▲ 혼자 남은 길동이. ⓒ 전경옥

사람들은 내가 개를 너무 좋아해서 많은 개들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해이다. 늘 생각한다. 나에게 개는 길동이가 마지막이고 다시는 개와 정을 주고받지 않겠다고. 

사랑에는 너무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개는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 그래도 개들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내가 가져야 할 마지막 책임감은 마지막을 편안하게 지켜주겠다는 약속이다. 절대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 가는 길은 내 품안에서 지켜주겠다는 결심이다. 그러나 누군들 십여 년을 함께 산 존재를 보내는 일을 달갑게 할 수 있을까. 지속적으로 그런 일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인 거다. 

간혹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혼자 살고 있다가 집에서 갑자기 죽게 되면 개가 굶어 죽게 될지 모르니 우리 집 키를 따고 들어와 문을 열고 내가 죽었는지 확인한 후 가족에게 연락해줘. 그리고 우리 개들이 낯선 주인에게 넘겨져 고생하고 공포에 떨며 살아갈 수 있으니 안락사해줘."

내 후배에겐 이미 우리집 키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혹 불의의 사고가 나서 내가 세상을 갑자기 뜨게 된다면 우리 길동이를 어떻게 할지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 후배들에게 길동이라는 무거운 짐을 주고 싶지 않다. 내 개를 책임지라고 등 떠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길동이 안락사비용과 장례비용은 미리 통장에 넣어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책임감 그리고 미래의 준비,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을 위해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것이다.

길동이가 개라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때, 바로 그 장소에서 나타났고 내 곁에 와 함께 살게 됐기 때문에 같이 하는 것이다. 5년 전 큰 대로변을 질주하며 교통사고를 당할뻔한 녀석을 구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반드시 거대하고 큰 기획에 따라 가족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연히 함께 살게 되고, 그러다 감정이 깊어지고 사랑하게 되면 더 오래 있고 싶고,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거 아닌가. 

큰 눈망울이 예쁘고, 부드럽고 하얀 털을 만지면 기분이 좋고, 집에 돌아오면 예외 없이 꼬리 치며 안기고, 내가 눕기만 하며 펄쩍 침대 위로 뛰어 올라와 내 등에 자기 등을 대고 자고 싶어 하고. 내가 이 방으로 가면 이 방으로, 저 방으로 가면 저 방으로, 나를 쫓아다니는 길동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고 나만 주목하는 존재. 이건 삶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기적이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로 키우는 동물의 종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 맞지 않고 사육환경이나 습성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동물을 함부로 가정에서 키웠다가 쉽게 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버려진 반려동물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갈 수도 있다. 

개를 버리면 눈에 잘 띄지만 뱀을 버리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제안에 주목해보자. 너무 당연한 상식이지만 감당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한다. 

▲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하고 검은 비닐봉투안에 버려진 고양이. 안에는 신문지와 소세지 하나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 동물학대방지연합

주인의 가난함에 건강검진도 못 받지만

길동이가 살아난 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면, 아쉬운 점은 주인이 너무 가난하다는 것. 이미 나이를 먹은 길동이는 아직 종합건강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빨이 너무 좋지 않아 치료도 해야 하지만 사실 나도 건강검진도 못하고 스켈링도 못하고 있으니, 핑계라면 핑계일 거다. 가난하고 바쁜 주제에 개와 산다고 누군가 욕을 할지 모르나 그냥 현재 답이 이것밖에 없으니 그냥 최선을 다해 함께 살아가는 것뿐이다.

간혹 바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 개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충고한다. 

"그 개의 입장에서는 노숙을 하더라도 당신과 함께 살고 싶어할 것이다. 그 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도 명예도 아니다. 그냥 당신과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다. 가족이니까."

마음과 의지와 사랑만 있으면 아무리 난관이 있어도 뚫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힘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가치가 있다. 사랑과 가족 없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너무 삭막하고 혹독하지 않은가.  

전경옥(pigamojara)

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제주도 '식용개 트럭', 결국 그곳으로 갔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7일자 기사 '제주도 '식용개 트럭', 결국 그곳으로 갔다'를 퍼왔습니다.
30% 중국산· 200만 마리 식용... 이런 문화 언제까지

▲ 2012년 초복 동물단체의 행사 사진.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동물학대방지연합,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등이 함께 했다. ⓒ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매년 복날만 되면 동물보호단체들은 바쁘다. 개식용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복날을 기점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개식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9년 당시 김홍신 의원의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시도 때부터 불거졌다.

당시 국내 여론은 외국의 압박에 반감이 컸고, 개식용은 우리 문화라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물론 이런 인식만 있던 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홍신 의원의 시도는 전국의 동물보호활동가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들은 1999년을 기점으로 생겨났다. 

개는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축산물가공처리법상 해당 가축이 아니다. 따라서 도살과 사육, 유통과정에서 법의 제재와 관리를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부는 식용으로 이용되는 개의 사육규모와 시장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한다. 

개고기 논란, 왜 정부는 뒤로 빠졌나

업자들은 어느 정도 규모로 추정하고 있을까. 대한육견협회는 25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전국에 개사육 농가가 1만5000에서 2만 정도 있으며, 5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1년에 150만에서 200만 마리의 개가 식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지 않으니 사육, 유통, 도살은 모두 업자들의 자체교류로 이루어진다. 보통 유통은 ▲농장과 보신탕집 직거래 ▲농장에서 자가 도축해서 납품 ▲수집상이 농가 등에서 개를 사서 성남모란시장 등에 유통 ▲업자들이 직접 농가로 내려가 개를 사 오는 사례가 있고, 지역마다 있는 경매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유통되는 개고기 중 약 30%는 중국산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밀항선을 통해 들어오는데 국내산보다 가격이 싸다. 사육과정도 알 수 없고 검역조차 거치지 않은 고기가 공공연하게 수입되는 것이다.

육견협회는 법에 개를 도축 가능한 가축으로 넣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소, 돼지와 마찬가지로 국가관리 시스템으로 가자는 주장이다.

개식용에 반대하는 동물보호단체의 기본 입장은 다음과 같다. 개는 소와 돼지와는 달리 오랜 기간 인간과 생활해왔다. 개가 인간과 정서적으로 가깝다는 성격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가 가진 특징이다. 늑대에서 유래된 개는 아무리 사람과 가깝게 지내도 타고난 공격성이 있다.

▲ 일반적인 개농장. 사육시설은 아래로 배설물이 떨어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따라서 개는 자신과 주인을 위협하는 존재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데, 개를 사육·유통·도살하는 과정에서 그 공격성을 억누르기 위해 많은 학대가 벌어진다. 사육개들이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공간인 '뜬장'은 아래로 배설물이 그대로 떨어지는 구조여서 개 발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뜬장의 재질이 철근이라 몸을 지탱할 때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 

넓은 사육공간을 사용하면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이윤에 민감한 공장식 축산업 쪽이 개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지 않는 이유다. 운반할 때 개를 철장에 가득 넣어 가는 이유 역시 개들의 내재적인 폭력성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개들이 서로 싸워 다치거나 죽게 되면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도살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전기도살 역시 인도적인 방법으로 공인받은 적이 없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제시하는 전기도살은 도축 전기로 기절시켜 방혈시키는 방법이다. 고통 없이 죽이도록 되어 있으나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다. 

움직이는 동물을 한 번에 기절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보정틀이 필요한데, 움직임이 많고 공격성을 가진 개를 제대로 보정하기란 어렵다. 보정하는 과정에서 개들을 난폭하게 다루지 않을 방법이 없다. 즉 인도적 도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과 미국수의사회(AVMA),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등에서 제시하는 개를 위한 안락사는 모두 약물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약물에 의해 죽은 사체를 고기로 활용하는 건 위험하다. 결국 개를 안전하고 인도적으로 죽여 먹을 수 있는 공인된 방법은 없다.   

▲ 개고기 상인들이 식용으로 가장 선호하는 종은 도사견 혹은 도사견 혼종이다. 근수가 많이 나가나 원래 투견을 위해 들여온 종으로 공격성을 드러내 이를 제압하기 위한 학대가 일어나기도 한다. ⓒ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

문화상대주의에 갇힌 개식용 논란

개고기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는 브리짓 바르도로 상징되는 서양 인종주의자와 제국주의의 문화적 간섭이다. 브리짓 바르도는 우익적 사상을 가진 대표적인 동물보호운동가로 이슬람문화의 할랄(동물의 의식이 살아있을 때 도살하는 의식)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며 무슬림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벌금을 물기도 했다. 

1999년 김홍신 의원이 브리짓 바르도에게 서신을 보낸 일, 2001년 MBC 에 출연한 브리짓 바르도의 "개고기 문화는 야만"이라는 발언은 개식용에 관련한 논쟁을 민족주의와 문화상대주의에 갇히게 만든 주요인이 되었다.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친미정권이 올림픽 개최 결정 뒤, 외국인 눈을 의식해 1983년 서울 사대문 안에서는 보신탕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지 못하게 한 것 역시 '개고기=고유문화' '개고기반대=친미 제국주의'라는 인식의 틀이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개고기에 반대하는 동물보호활동가들은 문화와 제도 역시 변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지난해 스페인 카탈루냐주에선 투우금지법이 통과되었고, 올해부터 미국 시카고시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푸아그라 판매가 금지되었다.

거위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여 간을 부풀려 도축해 먹는 푸아그라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학대음식으로 유명하다. 개고기를 금지한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만은 2001년 법을 통해 개고기를 금지시켰고, 중국 역시 2010년 개식용금지법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2005년 개고기산업에 대한 조사에 나선 '옐로우독'은 보고서를 통해 "개농장주나 상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농장이나 개식용 관련 사업의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관련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전혀 자긍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옐로우 독 사이트 http://www.yellowdog.or.kr/html/data.html 참조)

동물보호명예감시원 연합 사무국장 박희태씨는 25일 인터뷰를 통해 "내가 만나본 업자들은 하나같이 개고기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화평론가의 시각은 어떨까. 는 지난 14일 자 기사에서 조국, 박노자, 김두식 등 유명인들의 개고기에 관한 인식을 담았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개를 대하는 태도가 서양과 달랐지만, 지금은 개와 인간의 관계나 우리의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개고기 식용 논란에는 문화상대주의의 문제 그리고 개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두가지 코드가 있다. 과거 우리가 식용견과 반려동물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모순을 인식하면서 둘 사이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문화적 코드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진중권씨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야만인 취급하는 것은 문화제국주의적인 양상이다"라고 말했다. 한 쪽은 문명이고 한 쪽은 야만이라고 생각하면 논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끌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진씨는 개고기의 향후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해당 신문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개고기를 금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서서히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금지 쪽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개고기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개고기 문화를 언급하는 걸 불편해 한다. 음식문화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은 지점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나는 안 먹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까지 먹지 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음식문화 역시 한 사회의 문화이고, 그 사회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야만적인 행위로 비난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다. 

결국 인식의 불편함과 위생적 합법적 관리가 불가능한 현재, 결국 개고기 합법화와 금지 두 가지 방향에서 보민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개고기 합법화가 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까?

개고기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를 소, 돼지와 같은 HACCP시스템(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위해물질이 해당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에 넣는 것은 가능할까?

여기서 말하는 위해요소란 자연독소, 병원성 미생물, 화학물질, 농약, 축산물에 잔류되는 동물약품, 인수공통 전염병의 병원체, 가축의 대사과정 또는 식육이나 우유에서 생성될 수 있는 유해분해산물, 기생충, 축산물에 사용할 수 없는 축산물첨가물 또는 색소, 털, 먼지, 쇠붙이 등 축산물에 혼입되거나 부착될 수 있는 이물질 등을 말한다.

HACCP는 위의 위해요소를 방지, 제거하거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 공정 을 말한다. 현재 이 분야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은 농업진흥청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등이다. 그러나 이런 기관에서 개에 관한 모니터링을 한 적도 없고 연구 성과 역시 없다. 즉 개고기에 관한 공적 학술적 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한국동물복지학회의 수의사 명보영씨는 수의학과 동물관련학과 학생 300여 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 중 25%는 개고기를 먹고 있거나 먹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항생제, 중금속 등 전염병 위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개를 먹겠다'는 반응은 10%로 내려갔다고 한다.

동물을 죽이면 세균을 비롯한 각종 위해물질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사료 원료의 적합성과 도축방식, 사육방식에 일정한 기준을 잡고 관리를 해야 한다. HACCP의 도입취지는 그것이다. 사육과 도축과정의 관리 여부가 해당 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공장식 축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합법화된 시스템 하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개식용합법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즉 소, 돼지, 닭을 관리하기에도 정부는 벅차다. 대내외적 압력을 모두 감수하며 정부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들여 연구하고, 법을 만들고, 행정집행할 수 있을까.

모란시장으로 간 '식용개 트럭'

최근 개를 도축한 이후 물을 먹인 불법행위가 언론에 보도됐었다. 애초 지방자치단체는 오폐수 관련 과태료만 부과했을 뿐, 먹기 위해 도축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동물보호명예감시원연합은 당시 언론에 나온 사진을 통해 동종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가 명백히 동물보호법 위반이라고 판단, 경찰에 동물보호법으로 추가 고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는 동물학대다. 이런 행위는 같은 법 제46조 벌칙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대상이다.  

▲ 제주에서 트럭에 켭켭히 갇힌 채 배를 타려다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되어 찍힌 사진. 인터넷에 널리 퍼져 논란이 됐다. 세인트 버나드, 골든 리트리버 등 애완견으로 알려진 개들이 다수였다. 이 개들은 모두 대표적 개시장인 모란시장으로 운송되었다. 애완견과 식용견의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 제보자 제공

또한 지난 22일 제주도에서 목포로 들어오는 선박에 개를 빼곡하게 채워 넣은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다시 개식용 문제가 논란이 됐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개의 행방과 비인도적 운송, 그리고 개식용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졌다. 동물보호명예감시원연합의 박희태 사무국장은 당시 사건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제보자가 차량 번호를 확보했어요. 차는 개를 도축하는 재래시장으로 가는 게 확실했기에, 애초에 제주를 출발한 세 개의 트럭 중 한 트럭이 모란시장으로 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란시장에 알아보니 모란시장으로 들어왔다는 걸 확인했어요. 하지만 개들은 구하지 못했고, 한 트럭이 충남 서천으로 갔다는 걸 확인했죠. 제보하신 분이 서천으로 내려가 사진 속에 있는 개 두마리를 돈으로 매입했어요."
  
모란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큰 개고기시장이 있는 재래시장이다. 이 곳에서는 개의 유통과 도축, 판매가 모두 이루어진다. 박 사무국장의 요청으로 제주도청은 해당 선박회사에 비인도적 방법으로 동물을 운송하는 행위를 제지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과적으로 향후 제주도에서 육지로 비인도적 방법으로 개를 운송하는 행위는 어렵게 되었다.

▲ 제보자에 의하면 폭염에 개들은 거의 탈진상태였다고 한다. 이 상태로 개들은 배를 타고 육지로, 그리고 성남까지 운송되었다. 개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운송방법이나 지극히 비인도적이다. ⓒ 제보자 제공

박 사무국장은 "2011년 모란시장에서 개고기 축제를 한다고 했을 때 그 행사를 무마시켰던 것은 개식용 금지라는 원론적인 주장이 아니었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를 놓고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식용 막기 위해 동종의 동물인 개 앞에서 개를 죽이는 행위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혹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포장 제조일 등을 표기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그냥 두지 않고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개가 사육동물로 포함되었다. 법에 따라 60㎡ 이상의 개 농장은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신고해야 한다. 이 정도 크기는 약 60마리를 키울 수 있는 정도의 농장은 거의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대형 농장을 제외하곤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설치한 농장은 적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도 박 사무국장은 "여러 관련법으로 압박하다 보면 업을 전환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라며 "물론 그분들의 생업이기에 그걸 포기하라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차피 금지되는 것이 수순이라면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식용 금지에도 단계별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개식용을 야만적 행위로 규정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물보호단체는 이제 거의 없다. 이제 외국의 압박이나 간섭 없이 우리 사회 내에서 논의가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현실을 인정하되 변화를 위한 합리적 논의와 인식전환을 꾀할 필요가 있다.

"소, 돼지, 닭은 안 불쌍하냐" "개식용 반대는 제국주의자들의 음모이다" "개식용은 야만이다"라는 탁상공론과 순환논리는 현실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 현실적으로 개식용 문화가 동물학대적이고, 개식용합법화 역시 불가능하다면 정부는 일정한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산업이 생업인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고, 합리적인 설득 과정 역시 필요하다. 싫든 좋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고, 누군가는 지금도 보신탕을 먹고 있다. 개를 죽이는 사람이든, 먹는 사람이든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시민이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현재 있는 문화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문화가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 초복 행사에 참여한 조명선 활동가는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피켓을 만들었어요. 재미있는 구호 보시고 한 번 웃으시며 개식용 문화에 대해 한 번 생각만 해주셨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 전경옥

덧붙이는 글 | 사진을 제공해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경옥(pigamojara)

2012년 7월 7일 토요일

피 흘리는 고래... 이제 그만합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06일자 기사 '피 흘리는 고래... 이제 그만합시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포경 재개 밝힌 정부...과학연구용? 본질은 고래사냥

▲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포경재개선언 취소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래 모형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5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과학연구용' 포경 계획을 IWC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지난 1986년부터 협약에 따라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 활동을 유예(모라토리움)하기로 했다. 한국은 1986년부터 IWC가 포경을 유예한 12종을 포함한 모든 고래에 대한 포경을 금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사실상 20년 넘게 금지했던 포경을 재개한다는 공식 선언이다. 

일본은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하는 협약의 허점을 이용해 포경활동을 계속했다. 매년 1천 마리를 잡고 있으며, 이중에는 IWC의 협약부표에 등재된 포획금지종 밍크고래도 포함되어 있다.

1985년에서 2009년까지 일본이 포획한 총 고래수는 1만1389마리로 이 중 밍크고래는 1만443마리였다. 우리나라는 포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사실상 혼획에 의한 고래의 상업적 유통은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탓에 밍크고래와 혹등고래 등 12~15종의 고래가 매년 혼획되어 왔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혼획 고래는 매년 1000여 마리 정도이며 밍크고래는 60~70여 마리 잡히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새로운 정책 방향이 아니다. 정부의 포경재개 의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종종 표출됐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5월 19일 '신개념 수산발전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고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포획된 고래의 투명한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등 고래 고기 식(食)문화 유지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정부는 2009년 4월 22일~23일 동경에서 열린 '고래류 지속적 이용에 관한 대표자회의'에 참석해 "고래류가 전통적으로 식용으로 활용되는 다른 해양생물자원 또는 육상생물자원과 다르지 않다"며 과학적 이용을 명목으로 한 포경 뜻을 사실상 밝혔다.  

또한 정부는 당시 "지속가능한 연안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생계, 문화적 전통의 보전, 식량안보, 빈곤의 감소에 기여하기 위해 풍부한 고래자원의 지속적 이용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래를 식량자원으로 보고 있으며, 사실상 상업적 포획과 유통을 지지한다는 견해다.

표면적으로 과학연구, 본질은 고래사냥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를 명목으로 포경을 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은 추적기 등을 이용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고래 연구를 할 수 있음에도, 고래를 죽여 극히 일부분의 시료만 채취한 후 99% 이상을 고기로 유통시켰다. 이 탓에 국제사회는 "고래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일본을 비난해왔다. 

▲ 6월 27일 오후 9시20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서쪽 15마일 해상에서 45t급 안강망어선 J호가 쳐놓은 그물에 길이 7.4m, 둘레 4m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잡혔다. ⓒ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DNA 샘플링과 원격 모니터링의 시대에 고래를 죽여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IFAW(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의 자료에 따르면 샘플은 고래의 허물, 고래기름, 분변으로부터 수집할 수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고래가 숨구멍으로 숨을 내쉴 때 샘플을 채집하여 병원균 탐지에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안 관찰과 각 개체의 사진, 음향 조사 등의 연구 기술로도 고래 개체수와 추세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울산시의 포경 허용 방침에 대해 그린피스 국제본부는 2009년 5월 20일 성명을 내고 "현재 고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래가) 어류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주장은 딱다구리가 산림자원을 훼손한다는 말과 같다. 고래가 어족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그간 한국에서 과학적 명분의 고래 포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에만 과학연구 목적으로 밍크고래 69마리를 잡았으며, 과학적 용도를 소명할 정보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2010년 개정된 고래자원의 보전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도 고래류 포획의 예외조항에 과학적 조사를 위한 포획과 교육용, 전시용, 공연용 목적을 위한 포획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과학적 연구라는 용어의 애매모호성이다. 고시의 5조에 따라 사업계획서 등 간단한 서류를 제출하고 고래 포획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구의 목적을 검증할 수 없다. 또한 포획한 고래를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고래포획 금지 조치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 수역의 고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5일 포경재개 허가 보도에 따른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부 자료의 한 부분을 보자.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 모라토리움 시행 이후 국내 고래 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 어업인들은 고래에 의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솎음포경' 등의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4년부터 연근해에 분포한 고래자원의 조사 평가 실시 중에 있으나 대부분 목시조사(눈으로 관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어업 피해에 대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상 고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일부 어업인들의 주장이고,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함을 시인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어족 감소는 고래가 원인이 아니라 무분별한 남획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논리에 따르면 개체수를 측정하고 피해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고래를 죽여야 한다. 가장 정확한 개체수 조사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모두 죽이면 알 수 있으니까. 

1946년 포경협정의 '과학적 목적으로 포경을 허용하는 방침' 자체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상 과학을 가장한 상업적 포경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경을 하는 국가의 포획 허용치는 국제포경협회가 아닌 해당 국가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학적 포경 허용치를 외부 검토 없이 스스로 승인하고 있다. 또한 과학적으로 허용된 포경은 고래 고기의 소비를 요구한다. 사실상 과학적 포경은 고래 고기 판매 면허보다 조금 나은 것에 불과하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속한다. 즉 고래를 잡아 죽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포경업자들은 고래를 포획하여 끌어내기 위해 폭파작살을 사용하고, 고래를 죽이기 위해 고출력 소총을 이용한다. 고래는 일단 작살에 맞기 직전까지 탈진할 지경에 이르도록 쫓기게 된다. 폭파작살은 대개 치명적이지 않아 일부 고래는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작살에 맞는다. 작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고래들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더 많은 작살 혹은 고출력 소총에 맞아 포경선으로 끌려 나온다. 꼬리쪽에 작살을 맞은 고래는 살아 있는 채로 포경선뱃머리에 들어 올려지게 되고, 결국 머리가 물에 강제로 잠긴 채 질식사하게 된다.

▲ 포획어구 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 김상현

고래는 스스로 호흡과 심박동을 느리게 조절할 수 있어 의식이 있더라도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업자들은 고래가 죽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로 깊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출처 IFAW(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지역 이해 넘어 동물복지·환경 생각해야

울산환경연합이 2009년 6월 17일에서 18일까지 2일간 전국 만19세 이상의 남녀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7.9%가 고래잡이를 반대하고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정책실장은 인터뷰를 통해 "고래를 어업자원으로만 보는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정책과에서 고래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포경재개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울산 남구청장은 5일, 포경 재개 정부 발표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동해안에는 고래의 개체수가 포경 금지 이전의 개체수로 회복되었고 이는 동해안 어장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조차 정확한 고래 개체수를 모른다는 마당에 구청장의 이런 발언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오히려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 때문에 우리 고유의 식습관과 전통을 포기해야 했다"는 발언은 지역 수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할 뿐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 남구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고래 해체장을 문화 복구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고래 식문화 활성화를 위해 고래 고기 요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 발표는 한국 내의 고래 고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일부 수산업계의 왜곡된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래는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매우 긴 생식주기를 가진 포유동물이다. 따라서 포획을 쉽게 허가하면 멸종 위기에 처할 위험이 크다. 사냥방식 또한 잔혹하다. 과학적 명목으로 포경을 계속하고 있는 일본은 이미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다.

영원한 산업이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잡고 소외되는 지역민의 생계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내외적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동물복지와 환경이라는 미래적 가치를 담고 중심 잡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IFAW의 자료번역에 도움을 주신 이지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전경옥 (pigamojara)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굶겨죽은 소 40마리…흙 파 먹는 소들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5일자 기사 '굶겨죽은 소 40마리…흙 파 먹는 소들도'를 퍼왔습니다.


동물학대 논쟁 번져
농장주-지자체 보상협상 중 방치
“빚만 5000만원” “보상못해” 갈등
동물협회 “소부터 살렸어야” 비판

죽은 소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썩어가고 있다. 살아남은 소들은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낸 채 주검들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텅 빈 사료 포대를 씹어 먹거나 흙을 파 먹는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지난 1월 소값 폭락에 항의하며 사육을 포기했던 전북 순창의 한 축산농가에서 지금까지도 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80여마리였던 소는 이제 26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일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이 해당 농가를 찾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축사는 이미 폐허나 다름없다. 현장을 방문했던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썩어가는 냄새가 굉장히 심하고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며 “동물 학대가 명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농업정책 실패를 성토하는 축산농의 생존권 투쟁과 동물의 생명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격렬히 부딪히고 있는 현장이다.
농장주 문아무개(56)씨는 15일 와의 전화통화에서 “중학교 중퇴하고 16살부터 시골로 들어와서 소를 쳤는데, 전두환 때 외국산 소 들여와서 한번 망하고, 97년 아이엠에프(IMF) 때문에 두번째 망하고, 이번에 또 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만 가만히 있었으면 나는 잘 살았을 것”이라며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씨가 소들에게 사료를 주지 않은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정부는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농가마다 사료값이라고 8000만원을 금리 1%에 대출해줬다. 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이었는데, 3년이 지나니까 금리가 8%로 뛰었다. 문씨는 “내가 이 빚 값느라고 조상들한테 물려받은 논밭을 다 팔았다”며 “일을 열심히 하면 재산이 불어야 하는데, 빚내서 다 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지난해 10월 결혼했는데 아무것도 못해주고 식장에 가만히 서 있다가만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소를 보는 마음이 편하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씨는 책임을 져야 할 국가가 도리어 자신을 죄인 취급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문씨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나, 살아있는 생명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면서까지 목적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민들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배추밭을 갈아엎거나 우유를 쏟아붓는 행위 등은 흔히 있었지만, 동물을 죽이는 극단적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박소연 대표는 “진작에 이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군수나 도지사가 동물보호법이 정한 격리조처를 취했으면 될 일”이라며 “보상 문제는 나중에 풀더라도 일단 소들부터 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전북도청·순창군청과 문씨는 소들의 목숨을 볼모로 지루한 협상을 진행했다. 순창군청 관계자는 “소들을 대신 키워주겠다, 대신 판매해주겠다 등 여러 제안을 했지만 문씨가 수용하지 않았다”며 “문씨는 그동안 죽은 소에 대한 보상과 기초생활수급권자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그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고추농사를 시작하는 문씨를 위해 고추건조기를 지원하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문씨로부터 10여마리의 소를 넘겨받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주 초 10여마리의 소를 경기도의 한 농장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