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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8일 일요일

일본 따라 여론 몰매 맞나-‘과학 포경’ 선언의 전말과 배경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7-06일자 기사 '일본 따라 여론 몰매 맞나-‘과학 포경’ 선언의 전말과 배경'을 퍼왔습니다.
'배를 갈라야 안다'는 과학포경 논리…위성추적, 배설물 조사, 피부 샘플 조사 등으로 충분 반박
반구대 선사시대부터 포경 문화 주장…일제 때 본격화, 밍크고래 솎아내기 상업화 이어질 가능성

» 밍크고래 어미와 새끼를 잡아 싣고 있는 일본의 과학 포경선 니신 마루호를 오스트레일리아 관세청이 점검하고 있다. 사진=오스트레일리아 관세청,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난 4일 오후(현지 시각) 파나마시티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포경위원회(IWC)에 참가 중인 한국의 강준석 수석대표가 개막연설을 시작했다. 국제회의에서 핵심 당사국 이외 국가의 개막연설은 취재기자들에게 관심 밖이다. 포경 옹호로 국제적인 따돌림의 대상인 일본도 아니고 고래 보전을 소리높여 외치는 유럽이나 호주도 아닌 한국의 연설을 귀담아듣는 기자는 거의 없었다.
상투적인 인사말에 이어 강 대표는 선사시대부터 한국은 적극적인 포경을 해 온 역사가 있다며  포경 재개 ‘커밍 아웃’의 운을 뗐다.

북태평양 밍크고래의 개체수는 포경금지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그 결과 고래가 그물에 걸리고 점점 늘어나는 고래가 사람이 먹어야 할 수산자원을 다량으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어민들은 제한적인 포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어민의 요구를 충족하고 (고래를 죽이지 않는) 관측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 협약 8조에 따른 과학적 연구를 위한 포경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이 발칵 뒤집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만이 ‘과학 포경’을 주장했는데 이제 한국이 일본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는 것은 포경 금지 협약의 한 귀퉁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얘기여서 특히 서구에서는 큰 뉴스다. 영국의 인터넷판 등이 이 소식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 과학 교과서가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 단체의 요구에 굴복했다는 의 뉴스에 이어 또다시 한국과 관련한 ‘안 좋은’ 소식이 세계에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 한국의 과학 포경 발표를 전하는 지난 4일치 <비비시> 인터넷 판 기사.

고래 관광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호주는 특히 일본이 남극해에서 벌이는 ‘과학 포경’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한국이 일본의 뒤를 따르겠다는 소식에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즉각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줄리아 길라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5일 한국의 갑작스런 포경 재개 움직임에 매우 실망했다며 주한 대사에게 한국의 최고위층에게 항의 표시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과학 포경은 변명거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시드니를 방문 중인 존 키 뉴질랜드 수상도 “한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한국이 과학연구용 포경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밝혀 한국의 결정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좀 더 강경하다. 웬디 엘리엇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의장은 “한국은 결국 일본처럼 남극해에서 상업적 포경을 하려는 빤히 보이는 위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누리집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꼭 고래를 죽여야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죽이지 않고도 자료를 얻는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 과학자를 초청하겠다는 호주 정부의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한국의 수의사들은 애완동물을 알기 위해 꼭 죽여 봐야 아나”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국의 폭탄선언은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중심으로 한 포경 세력과 유럽, 미국, 호주, 남아메리카 등의 반 포경 세력이 팽팽한 대결을 벌이는 국제포경위원회에 큰 충격파를 몰고 왔다. 예외적으로 고래잡이를 허용하는 출구인 과학적 포경과 토착민 포경 문제도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 물 위로 뛰어나온 혹등고래. 1970년대까지 많은 종의 고래가 멸종위기에 몰렸다. 사진=코르넬리아 외데코벤, 위키미디어 코먼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고래의 보존과 포경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을 위해 1946년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남획으로 전 세계의 고래가 거의 절멸 위기에 놓이자 이 위원회는 1982년 제34차 총회에서 12종의 고래에 대한 상업포경을 1986년부터 중지하기로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이때부터 아예 돌고래를 포함한 모든 고래류의 상업 포경을 중지시켰다.
그런데 이 모라토리엄에는 애초 구멍이 있었다. 일본, 노르웨이, 페루, 소련은 처음부터 포경 중단에 반대했다. 일본은 미국의 압력을 받아 나중에 이를 받아들였다. 노르웨이는 끝까지 포경 금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포경을 계속했다. 아이슬란드는 탈퇴했다가 포경금지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다시 들어와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은 금지협약이 허용하고 있는 ‘과학 포경’을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오랜 포경 전통이 있는 러시아와 미국의 이누이트 등 원주민의 생계형 포경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주로 남극해에서 해마다 수백 마리의 밍크고래와 보리고래 등을 “과학적 연구를 위해” 포획해 포경 반대 국과 환경단체로부터 집중적인 비난과 견제를 받고 있다. 일본의 주장은 남극해에 밍크고래가 “바다의 바퀴벌레”처럼 많다는 것과 연안에서는 어민들이 잡을 생선을 가로채 피해가 크다는 점, 그리고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포획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 일본의 포경 실적. 1985~2010년 동안은 '과학 포경'이다. 주요 포획 대상은 밍크고래이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나라가 이번에 내세운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6일 누리집에 올린 설명자료를 보면, 먼저 과학조사가 국제포경협약 제8조에서 정한 각 정부의 주권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점, 모라토리엄 이후 국내 고래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해 어업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고래를 직접 잡아 ‘배를 갈라 봐야만’ 고래와 어업의 마찰, 먹이사슬 관계 등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 포경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포경 반대국가와 환경론자들은 말한다. 먼저 협약이 과학적 연구를 위한 포경을 허용한 것은 여기서 한 마리 저기서 한 마리 잡아 진짜 연구를 위해 쓴다는 것이지 일본처럼 대형 포경선을 이용해 연간 수백 마리씩 잡아올리는 것을 허용하자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연구에 활용한 고래의 주검을 고래고기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어 사실상 상업용 포경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고래를 죽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연구할 수 있다고 과학계는 본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과학을 위해 고래를 죽일 필요는 전혀 없다”며 비살상 고래 연구 방법으로 시각이나 음파 조사, 위성 추적, 피부나 지방을 일부 떼어내 유전자 등 조사, 배설물 수거해 먹이 조사, 통계 모델링 기법 활용 등을 제시했다.
고래가 물고기를 너무 먹어치워 어민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아직 과학적으로 근거가 제시된 적이 없다. 오히려 고래가 먹는 양은 사람의 어획량에 비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 잉크고래의 모습. 그림=국립수산과학원

» 우리나라 연안의 밍크고래. '제이 집단'에 속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정부는 과학 포경을 하겠다면서 동시에 고래 자원이 금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한국 연안의 밍크고래가 1만 6000두에 이르러 “솎음 포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구 목적이 아니라 일본처럼 실질적인 포경을 하겠다고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과학 포경의 주 표적이 밍크고래인 것처럼 우리나라도 밍크고래를 노리는 것처럼 보인다. 밍크고래는 무게 9200㎏, 길이 10m까지 자라지만 수염고래류 가운데는 가장 작다. ‘밍크’란 이름은 육상동물 밍크와 관계가 없다. 미국해양대기국(NOAA)의 누리집을 보면, 노르웨이 포경선에서 일하던 초보 관측선원의 이름 ‘마인케’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수염고래 중 가장 작은 밍크 고래를 지상 최대의 고래인 왕고래로 착각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밍크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수염고래이지만, 유독 한반도 근처에 사는 두 무리만 위협에 놓여 있다고 국제포경위원회는 보고 있다. 동중국해와 황해, 동해에 서식하는 밍크고래는 ‘제이 집단’(J-Stock)이라 불리고 일본 동쪽의 태평양과 오호츠크해에 사는 무리를 ‘오 집단’(O-Stock)이라 부른다.
한국이 이번에 밝힌 대로 과학 포경을 한다면 바로 ‘제이-집단’을 잡겠다는 건데, 이 집단이 생물학적으로 특이한 소수집단이어서 보호가 필요한지 아니면 다른 집단과 유사해 특별한 보호가 필요 없는지를 두고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회가 몇 년째 논란을 벌이고 있다.

» 울산 반구대 암각화. 각종 고래의 특징과 포경 방법 등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일본이 주로 남극에서의 ‘과학 포경’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한국 해안에서 ‘과학 포경’을 하겠다는 차이가 있다. ‘과학 포경’과 함께 이누이트처럼 ‘토착 포경’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도 태평양 쪽 4개 마을에서 연안포경을 하겠다는 계획을 과학위원회에 몇 년 전부터 올려놓고 있다.
이 문제는 약간 미묘하다. 국제포경위원회는 5일 자국령 그린란드 원주민의 포경 연장 안을 부결시켰다. 내년부터 2018년까지 혹등고래 등 10326두를 잡도록 해 달라는 요구였지만 그린란드 현지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등 생존형 포획의 범위를 넘었다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이에 앞서 위원회는 2일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카리브 해 국가인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원주민의 포경 연장 안은 승인했다.
고래잡이가 전통문화이고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금지협약이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이제 나무배와 창이 아니라 모터보트와 총으로 고래를 잡는다. 게다가 어디까지가 전통인지도 애매하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의 고래잡이는 미국 포경선원한테 130년 전 배운 것이다. 한국은 8000~9000년 전의 반구대 암각화를 언급하면서 오랜 포경 전통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은 암각화에 그려진 선사시대부터 포경 전통을 이어받았나? 김장근 국립수산과학원 박사에 따르면 아쉽게도 반구대 암각화와 같은 직접적인 포경 유적은 역사 시대에 들어와서는 없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서유구의 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고래가 죽어서 해안에 떠밀려 올라오는 것이 있으면 관에서 반드시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칼과 도끼로 수염과 내피를 베어낸다. 말에 싣고 사람이 날라 수일이 걸려도 다하지 않는다. 한 마리의 큰 고래를 얻으면 그 값이 무려 천금이다. 그러나 이익이 모두 관에 돌아가고 어민들은 얻는 것이 없으므로 고래 잡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고래를 쫓아 포획하는 활동이 시작된 것은 러시아 포경선이 방어진에 들어온 19세기 말이고 일제 강점기에 본격화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착적인 포경문화를 운운하기엔 짧은 기간이다.

» 일본의 돌고래 학살을 그린 영화 아카데미상 수상작 <더 코브>의 루이 시호요스 감독 등이 2010년 방한해 일본대사관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고래를 고기를 제공하는 자원이 아니라 지적인 생물 또는 관광 자원으로 보는 시각은 일부 선진국과 환경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번 총회에서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강력한 반 포경 입장을 밝힌 것도 그런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포경 반대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2009년 실시한 여론조사(오차 범위 ±3.7%)에서 ‘고래잡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67.9%인 반면 포경 찬성 의견은 15.4%에 그쳤다.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를 폐지하고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슬로건을 내건 여수 엑스포에 수백만 명이 구경가고 있는 마당이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고래고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일부 수산업계의 요구에 굴복한 수산당국이 연안 포경을 추진하는 일본에 자원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추진한 일”이라며 “국제적으로 손가락질 받는 일본의 포경행위를 따라해 비난 여론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포경 재개 준비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2006년부터 고래 자원조사를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포경위원회 회의에서도 일본에 동조하는 견해를 종종 발표했다. 2009년 로마 총회 때는 일본의 연안 포경 허용안을 지지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회의 보고서를 보면 이 회의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포경 가능성에 대비한 입장 반영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포경 재개 방침의 발표는 어업정책을 다루는 농수산식품부가 고래 정책을 다룬 자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5일 낸 성명서가 지적한 대로 “고래를 생선으로 여기는 농수산식품부에게 고래 보호 정책을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그래서 고래에 관한 정책부서를 환경부로 이관하고, 2000년대 들어 4722마리가 ‘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힌 혼획 고래의 판매를 금지하고 대신 그물에 걸린 고래를 풀어주는 어민을 포상하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우리나라의 과학 포경이 당장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내년 국제포경위원회 총회에 앞서 열리는 과학위원회에 정부의 과학조사 계획을 정식으로 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과학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팽팽한 포경-반포경 구도로 볼 때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승인 결정은 불투명하다. 분명한 건 당장 올해부터 과학 포경을 비판하는 손가락질이 일본과 함께 한국을 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2012년 7월 7일 토요일

피 흘리는 고래... 이제 그만합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06일자 기사 '피 흘리는 고래... 이제 그만합시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포경 재개 밝힌 정부...과학연구용? 본질은 고래사냥

▲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포경재개선언 취소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고래 모형을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5일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과학연구용' 포경 계획을 IWC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지난 1986년부터 협약에 따라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 활동을 유예(모라토리움)하기로 했다. 한국은 1986년부터 IWC가 포경을 유예한 12종을 포함한 모든 고래에 대한 포경을 금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사실상 20년 넘게 금지했던 포경을 재개한다는 공식 선언이다. 

일본은 과학연구용 포경을 허용하는 협약의 허점을 이용해 포경활동을 계속했다. 매년 1천 마리를 잡고 있으며, 이중에는 IWC의 협약부표에 등재된 포획금지종 밍크고래도 포함되어 있다.

1985년에서 2009년까지 일본이 포획한 총 고래수는 1만1389마리로 이 중 밍크고래는 1만443마리였다. 우리나라는 포경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사실상 혼획에 의한 고래의 상업적 유통은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탓에 밍크고래와 혹등고래 등 12~15종의 고래가 매년 혼획되어 왔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혼획 고래는 매년 1000여 마리 정도이며 밍크고래는 60~70여 마리 잡히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새로운 정책 방향이 아니다. 정부의 포경재개 의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종종 표출됐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5월 19일 '신개념 수산발전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고래자원의 효율적 이용 방안'이라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포획된 고래의 투명한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등 고래 고기 식(食)문화 유지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정부는 2009년 4월 22일~23일 동경에서 열린 '고래류 지속적 이용에 관한 대표자회의'에 참석해 "고래류가 전통적으로 식용으로 활용되는 다른 해양생물자원 또는 육상생물자원과 다르지 않다"며 과학적 이용을 명목으로 한 포경 뜻을 사실상 밝혔다.  

또한 정부는 당시 "지속가능한 연안지역사회, 지속가능한 생계, 문화적 전통의 보전, 식량안보, 빈곤의 감소에 기여하기 위해 풍부한 고래자원의 지속적 이용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래를 식량자원으로 보고 있으며, 사실상 상업적 포획과 유통을 지지한다는 견해다.

표면적으로 과학연구, 본질은 고래사냥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를 명목으로 포경을 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일본은 추적기 등을 이용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고래 연구를 할 수 있음에도, 고래를 죽여 극히 일부분의 시료만 채취한 후 99% 이상을 고기로 유통시켰다. 이 탓에 국제사회는 "고래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일본을 비난해왔다. 

▲ 6월 27일 오후 9시20분께 충남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서쪽 15마일 해상에서 45t급 안강망어선 J호가 쳐놓은 그물에 길이 7.4m, 둘레 4m 크기의 밍크고래 1마리가 잡혔다. ⓒ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DNA 샘플링과 원격 모니터링의 시대에 고래를 죽여 연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IFAW(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 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의 자료에 따르면 샘플은 고래의 허물, 고래기름, 분변으로부터 수집할 수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고래가 숨구멍으로 숨을 내쉴 때 샘플을 채집하여 병원균 탐지에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안 관찰과 각 개체의 사진, 음향 조사 등의 연구 기술로도 고래 개체수와 추세를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울산시의 포경 허용 방침에 대해 그린피스 국제본부는 2009년 5월 20일 성명을 내고 "현재 고래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고래가) 어류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주장은 딱다구리가 산림자원을 훼손한다는 말과 같다. 고래가 어족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그간 한국에서 과학적 명분의 고래 포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6년에만 과학연구 목적으로 밍크고래 69마리를 잡았으며, 과학적 용도를 소명할 정보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2010년 개정된 고래자원의 보전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도 고래류 포획의 예외조항에 과학적 조사를 위한 포획과 교육용, 전시용, 공연용 목적을 위한 포획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과학적 연구라는 용어의 애매모호성이다. 고시의 5조에 따라 사업계획서 등 간단한 서류를 제출하고 고래 포획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구의 목적을 검증할 수 없다. 또한 포획한 고래를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고래포획 금지 조치 이후 우리나라 연근해 수역의 고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5일 포경재개 허가 보도에 따른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정부 자료의 한 부분을 보자.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 모라토리움 시행 이후 국내 고래 자원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 어업인들은 고래에 의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솎음포경' 등의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4년부터 연근해에 분포한 고래자원의 조사 평가 실시 중에 있으나 대부분 목시조사(눈으로 관측)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어업 피해에 대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상 고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일부 어업인들의 주장이고,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함을 시인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어족 감소는 고래가 원인이 아니라 무분별한 남획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논리에 따르면 개체수를 측정하고 피해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고래를 죽여야 한다. 가장 정확한 개체수 조사는 바다에 사는 고래를 모두 죽이면 알 수 있으니까. 

1946년 포경협정의 '과학적 목적으로 포경을 허용하는 방침' 자체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상 과학을 가장한 상업적 포경이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경을 하는 국가의 포획 허용치는 국제포경협회가 아닌 해당 국가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과학적 포경 허용치를 외부 검토 없이 스스로 승인하고 있다. 또한 과학적으로 허용된 포경은 고래 고기의 소비를 요구한다. 사실상 과학적 포경은 고래 고기 판매 면허보다 조금 나은 것에 불과하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 속한다. 즉 고래를 잡아 죽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포경업자들은 고래를 포획하여 끌어내기 위해 폭파작살을 사용하고, 고래를 죽이기 위해 고출력 소총을 이용한다. 고래는 일단 작살에 맞기 직전까지 탈진할 지경에 이르도록 쫓기게 된다. 폭파작살은 대개 치명적이지 않아 일부 고래는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작살에 맞는다. 작살에 맞아 상처를 입은 고래들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더 많은 작살 혹은 고출력 소총에 맞아 포경선으로 끌려 나온다. 꼬리쪽에 작살을 맞은 고래는 살아 있는 채로 포경선뱃머리에 들어 올려지게 되고, 결국 머리가 물에 강제로 잠긴 채 질식사하게 된다.

▲ 포획어구 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 김상현

고래는 스스로 호흡과 심박동을 느리게 조절할 수 있어 의식이 있더라도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업자들은 고래가 죽었다고 판단하지만 실제로 깊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출처 IFAW(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

지역 이해 넘어 동물복지·환경 생각해야

울산환경연합이 2009년 6월 17일에서 18일까지 2일간 전국 만19세 이상의 남녀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7.9%가 고래잡이를 반대하고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정책실장은 인터뷰를 통해 "고래를 어업자원으로만 보는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정책과에서 고래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포경재개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울산 남구청장은 5일, 포경 재개 정부 발표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동해안에는 고래의 개체수가 포경 금지 이전의 개체수로 회복되었고 이는 동해안 어장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조차 정확한 고래 개체수를 모른다는 마당에 구청장의 이런 발언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오히려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 때문에 우리 고유의 식습관과 전통을 포기해야 했다"는 발언은 지역 수산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할 뿐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울산 남구 등 일부 자치단체들이 고래 해체장을 문화 복구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고래 식문화 활성화를 위해 고래 고기 요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 발표는 한국 내의 고래 고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일부 수산업계의 왜곡된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래는 2~3년에 한 마리씩 새끼를 낳는, 매우 긴 생식주기를 가진 포유동물이다. 따라서 포획을 쉽게 허가하면 멸종 위기에 처할 위험이 크다. 사냥방식 또한 잔혹하다. 과학적 명목으로 포경을 계속하고 있는 일본은 이미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다.

영원한 산업이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책의 방향을 잡고 소외되는 지역민의 생계대책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국내외적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동물복지와 환경이라는 미래적 가치를 담고 중심 잡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IFAW의 자료번역에 도움을 주신 이지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전경옥 (pigamoj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