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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산 넙치 잡아먹는 제돌이, 고향 서울대공원 돌아온 크레인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 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2-28일자 기사 '산 넙치 잡아먹는 제돌이, 고향 서울대공원 돌아온 크레인'을 퍼옸습니다.

2012년, 토요판이 만난 동물'크레인' 소식 알려지자 입양처 찾아주자는 인터넷 서명운동, 서울대공원 화답
제돌이 방사 논란 계기로 '동물 복지' 개념 어엿한 의제로 자리 잡아

» 강원 원주 치악산드림랜드에서 호랑이 크레인이 서울대공원으로 이송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지난 18일 치악산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깨어 보니 서울대공원 동물원이었다. 8년 만에 호랑이 크레인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11월24일 토요판은 강원도 원주시의 열악한 치악산드림랜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전했다. 경영난 탓에 한때 식수 급여가 중단되고 먹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동물원은 사육사 한 명의 헌신으로 근근이 유지되고 있었다.

헛날갯짓을 하는 독수리, 바싹 마른 유럽불곰 등 동물들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2000년 말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태어나 입이 삐죽 튀어나온 ‘못난이’ 호랑이 크레인도 그중 하나였다. 시베리아호랑이라고 하지만 근친교배로 뒤얽혀 종보전 가치도 없는 비운의 호랑이. 그래도 새끼 적에는 장난꾸러기 맹수로 텔레비전에 출연했으나, 몸집이 커지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2004년엔 치악산드림랜드로 옮겨졌다. 

보도로 크레인 소식이 알려진 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을 위한 행동은 크레인의 입양처를 수소문했고 인터넷에서는 1만명 넘는 서명이 이어졌다. 서울대공원이 크레인을 받겠다며 화답했다. 치악산드림랜드는 크레인과 유럽불곰을 무상양도하기로 결정했다.

18일 치악산드림랜드에 서울대공원에서 찾아온 수의사들이 도착했다. 저울에 달아 본 크레인의 몸무게는 109㎏에 지나지 않았다. 보통 수컷 호랑이가 170~200㎏ 나가니, 매우 왜소한 몸집이었다. 크레인의 ‘고향 이송 작업’에 동행한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말했다. 

마취제를 세 번 놓자 크레인은 아침에 먹은 생닭을 토하고 겨우 잠이 들었어요. 수의사들이 검진을 시작했죠. 다행히 목 부위에 곰팡이성 피부병이 있는 것 말고는 큰 병은 없는 듯했어요.” 
» 마취제 주사 3방을 맞고 쓰러진 호랑이 크레인. 아침에 먹은 생닭을 토하는 등 불편해했다고 한다. 동물원 근친교배로 인해 어렸을 적부터 백내장을 앓았고 뻐드렁니가 나는 등 치아기형이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이날 오후 5시께 크레인은 서울대공원에 도착했다. 호랑이 22마리가 사는 맹수사 내실의 한 독방을 배정받았다. 좁은 면적의 콘크리트 바닥. 내년에는 맹수사의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돼 있어서, 일반인이 크레인을 만나보긴 힘들 것 같다.

서울대공원으로 돌아간 크레인은 수의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곰팡이성 피부염도 낫기 시작했다. 다만 좁은 우리와 바뀐 환경 때문에 일정 지점을 왔다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인다고 동물단체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이기순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최선의 환경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영양 관리와 수의학적 처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차선의 선택을 했다. 유럽불곰 두 마리에 대해서도 시립동물원 등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 호랑이 크레인이 8년 동안 살았던 원주 치악산드림랜드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2012년은 우리 사회가 동물복지에 대해 주목하게 된 첫해로 기록된다. 그간 국내에서 동물보호 담론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중심이었다. 하지만 구제역 사태와 생매장 처분을 계기로 소, 돼지 등 농장동물로 확대됐고, 제돌이와 크레인 등 동물원의 전시동물로도 논의가 이어졌다. 가장 큰 변화의 계기는 ‘제돌이’였다.
토요판은 3월3일 1면 커버스토리로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제주 서귀포)에서 공연을 벌이는 제돌이 등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보도했다. 다소 생소하고 급진적으로 보였던 이 기사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불법포획된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 맞는가’라는 법리적 논쟁에서부터 ‘돌고래 쇼는 윤리적인가’라는 철학적 논쟁까지 벌어졌다. 전경옥 대표는 “동물원·수족관에 사는 전시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변화는 서울시에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보도 9일 만인 3월12일 제돌이에게 야생적응 교육을 시킨 뒤 내년 여름께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돌고래 야생방사, 세계적으로는 최초의 정부 주도 야생방사였다.

제주지방법원도 4월4일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중인 돌고래 5마리(1마리는 재판 과정에서 폐사)에 대해 몰수형을 선고했고, 12월13일 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퍼시픽랜드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4마리의 자유는 판결 때까지 늦춰지게 됐다.

» 9월5일 서울대공원의 제돌이가 산 생선을 잡아먹고 있다. 산 생선을 잡아먹는 기술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제돌이는 야생의 습성을 회복해 어렵지 않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았다. 사진=서울대공원

제돌이는 야생방사에 앞서 서울대공원에서 산 생선을 잡아먹는 ‘사전 적응훈련’에 돌입했다. 산 넙치를 수족관에 풀어주자 바로 잡아먹는 등 야생적응이 힘들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산 생선을 잡아먹는 능력은 야생의 바다에 나가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반면 불법포획돼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돌고래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이 몰수형 판결을 뒤집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지만, 돌고래 4마리(복순, 춘삼, 태산, D-38)를 받아 바다에 내보낼 기관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대안은 내년 4월 제주 앞바다에 설치될 제돌이의 야생 적응훈련장에 합류시켜 함께 방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퍼시픽랜드가 대법원에 상고해 ‘시간벌기’에 나섬으로써 시일이 촉박해졌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는 이들을 데려가겠다고 제주지법과 국토해양부 등에 밝혔지만, ‘야생방사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 산 생선을 잡아먹는 기술은 돌고래 야생방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제돌이는 어렵지 않게 해냈다. 현재 일주일에 두 번씩 산 생선을 공급한다고 서울대공원은 밝혔다. 사진=서울대공원

국토해양부는 야생방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최명범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장은 24일 “야생방사 전에 민간에 임시관리를 맡기더라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약속을 할 수가 없다. 야생방사가 최선인지 생태체험(전시)이 최선인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다음달 안에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을 불러모아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동물자유연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달 초 제주지법에 4마리 돌고래에 대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난 4월 제주지법 판결 이후 8개월이 넘도록 퍼시픽랜드는 몰수형이 내려진 돌고래들로 공연을 벌이는 등 부당이득을 취해왔다.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나 제돌이 야생적응장에 합류시켜 야생 방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돌이 논란을 계기로 생소한 개념이던 ‘동물복지’가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의제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7월4일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과학포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자 심한 반대여론에 부닥쳐 결국 포경 재개가 백지화된 일도 제돌이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권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순창 소 아사사건, 악마 에쿠스 사건 등 잇따른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물보호과’를 만들었다. 12월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선거에는 처음으로 야당 후보의 공약집에 동물복지가 담겼다. 박근혜 당선인 또한 청와대에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

» 경기도 고양시 테마동물원 쥬쥬의 오랑우탄 우탄이.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품종: 오랑우탄이름: 우탄성별: 남사망일시: 2012년 6월8일사망장소: 동물원 사육실임상진단명: 악성 림프육종사망의 원인: 종양 비대에 따른 호흡곤란에 의한 심장마비주요 소견: 악성 림프육종종대에 의한 기관지 압착 및 전신 장기 전이
  티브이 스타였던 우탄이(20살 추정·수컷)가 남긴 것은 이 검안서 한 장이었다. 먹성 좋던 우탄이는 숨지기 1~2주일 전부터 음식을 남기고 움직임이 둔해졌다. 우탄이가 살던 경기도 고양시의 주주동물원 쪽도 우탄이 진료를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탄이가 죽었다. 지난 6월8일 아침 우탄이는 자신의 방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별다른 외상 없이 깨끗한 사체는 해양동물들의 먹이를 보관하는 영하 19도의 냉동실에 보관돼 있다가 저녁에 부검을 받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탄이 사체는 냉동실에 그대로 있다. 동물원 쪽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자 국내 자원이 적은 오랑우탄 우탄이를 박제해 전시할 계획이다.

동물원은 우탄이의 빈자리를 새로운 오랑우탄으로 채웠다. 4년 전 부산에서 부도난 동물원 ‘더 파크’에서 데리고 있던 복돌이(10살 추정·수컷)를 6000만원을 주고 구입해 지난 10월께 주주동물원으로 데려왔다. 동물원 쪽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들여온 복돌이에 대한 양도신고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마쳤다고 밝혔다.

복돌이는 우탄이의 과거다. 우탄이가 살던 쇠창살 쳐진 초록색 우리가 현재 복돌이의 집이다. 우탄이가 그랬듯, 동물원에 사는 암컷 오랑우탄 오랑이(9살)와의 합방이 기다리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곰 사육장 한쪽을 빌려 복돌이와 오랑이의 신방을 차려준다는 계획이다.

부산에서 잘 먹지 못하고 갇혀 지내기만 한 복돌이는 다리와 팔에 근육이 다 빠진 상태이다. 지금 몸을 만드느라 관람객들을 만나지 못한다. 겨울이 가고 날씨가 푸근해지면 복돌이는 우탄이처럼 우리 안 철창 너머로 관람객을 맞을 것이다.

우탄이와 쇼 동물들의 고단한 밥벌이에 대한 기사( 토요판 5월5일치)가 나간 뒤 제보가 이어졌다. 전직 동물원 사육사였다고 밝힌 이는 우탄이가 사람보다 힘이 세지자 우탄이의 손가락 가운데 인대를 잘라 손을 꽉 쥐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고 알려왔다. 동물원 쪽은 그런 적이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단, 철문을 두번 덧씌웠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힘이 센 우탄이가 볼트를 돌려 풀어버리기 때문에 겹겹이 문을 세워 사람과 격리한 것이다.

어떤 이유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학문적으로 40살까지 사는 오랑우탄의 자연수명이 티브이동물쇼 스타이자 동물원의 자랑이었던 우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쇼를 선보이다 맹수의 길을 선택한 우탄이가 하늘나라에서는 오래오래 살기를. 우탄아, 안녕.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누가 이 버림받은 맹수를 모르시나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1-25일자 기사 '누가 이 버림받은 맹수를 모르시나요'를 퍼왔습니다.

전기료·먹잇값도 없는 치악산 드림랜드의 ‘호랑이 크레인’, 민영동물원의 실태 단적으로 보여줘
"부도 직전 동물원, 관람객은 거의 없다, 불곰은 무언가를 토했다, 독수리는 땅에 떨어졌다"

» H5s12일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 크레인의 모습.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엄마 ‘선아’에게 태어난 크레인은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치악산 드림랜드. 새벽녘 뿌린 비에 단풍잎이 떨어져 동물원을 빨갛게 물들였다. 멀리서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 호랑이 크레인이 혼자 앉아 있었다. 비 때문에 호랑이 우리에는 작은 물골이 생겼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황윤 감독과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그리고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가 우리로 다가갔다. 어금니가 입 밖으로 길게 자란 기형적인 얼굴. 크레인이 맞았다. 황윤 감독이 정적을 깨뜨렸다.
“크레인!” “푸우~” “크레인!” “푸우~”

» H5s12일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 크레인의 모습.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근친교배로 엄마 ‘선아’에게 태어난 크레인은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고양이처럼 크레인은 가르랑대며 얼굴을 철창에 비벼댔다. 고양이과 동물이 애정을 표시하는 행동이다. 이상하게도 황윤 감독이 ‘크레인’ 하고 부를 때마다 크레인은 목을 접고 몸을 비볐다. 크레인이 그를 기억한 걸까?
황윤 감독은 2000년 말부터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맹수사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과 넉 달을 함께 지냈다. 동물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을 찍으면서다. 근친교배로 태어난 크레인은 선천적으로 백내장과 안면기형을 갖고 있었다. 엄마 ‘선아’는 크레인을 돌보지 않았다. 황 감독이 말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관행인지 몰라요. 대부분 동물원에서 맹수 새끼는 사육사에게 길러지니까요.”
호랑이 크레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줄을 찼다.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동물원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커서도 편안해진다.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져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말했다. 인공포육의 또다른 이유는 호랑이·사자 새끼는 동물원을 홍보하는 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 2001년 서울대공원에서 갓 태어난 크레인의 모습. 사진=황윤 감독

2001년만 해도 크레인은 텔레비전 동물 프로그램의 ‘아이돌’이었다. 병약하고 겁 많았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용감한 새끼호랑이로 탈바꿈되어 나타났다. 크레인의 몸집이 불어나자 방송사 카메라는 지체 없이 동물원을 떠났다. 엄마 선아는 그해 병들어 죽었다. 황 감독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크레인은 그 잠깐을 위해 태어났지요… 그 이후엔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는데, 여기서도 구경하는 사람이 없네.”
크레인이 서울대공원에서 치악산 드림랜드로 온 것은 2004년이었다. 치악산 드림랜드는 1996년 치악산 아래 27만㎡의 강원도 땅을 빌려 동물원과 놀이기구를 갖춘 테마파크로 문을 열었다. 1990년대만 해도 관람객으로 북적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시설이 낙후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크레인이 오자마자 드림랜드는 경영난을 겪었다. 2007년에는 전기료조차 내지 못해 단전 조처가 내려졌다. 동물들은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마실 물도 공급받지 못했다.
모기업인 주식회사 드림랜드는 동물원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30여종 200여마리를 관리하는 사육사는 단 한 명. 재정이 열악해지면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 처지에 놓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먹이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사무실의 한 관계자는 “맹수들에게 주는 한 달 닭값만 50만원, 사슴류에게 주는 건초값만 100만원인데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다. 직원들도 서너 달 월급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눈썰매장과 수영장을 닫는 봄, 가을에는 입장료 수입이 300만원밖에 안 된다. 그가 말했다.
“체납 세금만 수십억원이어서 인수할 만한 기업도 없어요. 2015년까지는 이 상태 그대로 갈 거예요. 동물보호단체 지원을 받아 먹이 주면서 끌고 가는 거죠.”

» 치악산 드림랜드 동물원의 유럽불곰. 비정상적으로 몸이 말랐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동물원의 관람객은 일행을 제외하곤 없었다. 인기척을 느낀 동물들은 사람을 보자 가까이 다가왔다. 당나귀는 입을 내밀고 꼼지락거리고, 일본원숭이는 분홍빛 손을 내밀었다. 유럽불곰 암수 한 쌍은 몹시 말라 있었다. 암컷은 무언가를 토해내고 다시 먹는 행동을 반복했다. 독수리는 날갯짓을 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조희경 대표는 “올 때마다 저런 행동을 한다.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드림랜드 땅 임차기간은 2015년까지다. 이 땅을 다시 빌려줄 건지, 동물들은 어떻게 처리할 건지 정부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자기 부서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답만 내놓았다.

공유재산을 담당하는 강원도 토지자원과 관계자는 “위락시설이므로 재산관리 부서가 관광정책과”라고 했고,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민간업체이기 때문에 개입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을 관장하는 원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지난봄 점검 때 동물학대는 없었다. 동물원에서 요청하면 소독약을 줄 수 있다”고 했고, 관광개발팀 관계자는 “앞으로 시설을 어떻게 할지 결정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에 떠넘기기를 해도 될 정도로 동물원 관련 법·제도는 없거나 흩어져 있다. 야생동물은 환경부, 농장·반려동물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무부처지만, ‘동물원 동물’을 자기 일로 생각하는 부처는 없다. 환경을 배우는 산 교육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정작 환경보호의 가장 큰 사각지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은 최소한의 관리를 받지만, 민영 동물원은 드림랜드처럼 최소한의 관리 수준에서마저 이탈하곤 한다.

그래서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는 민간업체의 동물원 설립과 운영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국내의 민영 동물원은 테마동물원 쥬쥬(경기도 고양), 에버랜드(경기도 용인), 드림랜드(강원도 원주)와 최근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건설을 추진중인 더 파크 등 네 곳이다. 동물 생태체험장, 이동동물원을 합치면 수십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크레인이 사는 민영동물원을 촬영하는 황윤 감독.

드림랜드의 동물들은 잉여적 존재들이다. 근친교배로 태어나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크레인은 종 보전 가치조차 없다. 동물원에서 그런 생명들이 무수히 만들어진다. 조 대표는 “드림랜드가 2015년 사업을 접으면 그 뒤 동물들은 어떻게 하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크레인은 이날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줬기 때문이었을까. 어금니를 드러내고 크레인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황윤 감독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봤다. 

원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드림랜드의 동물들은 잉여적 존재들이다. 근친교배로 태어나 유전자 다양성이 결여된 크레인은 종 보전 가치조차 없다. 동물원에서 그런 생명들이 무수히 만들어진다. 조 대표는 “드림랜드가 2015년 사업을 접으면 그 뒤 동물들은 어떻게 하나?”며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크레인은 이날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와서 머물러줬기 때문이었을까. 어금니를 드러내고 크레인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황윤 감독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우두커니 바라봤다. 

원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크레인의 엄마 ‘선아’가 사육사 안에 누워 있다. 사진=황윤 감독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 252마리를 포함해 약 1200마리의 동물들이 사는 경기 고양의 체험동물원 쥬쥬는 ‘동물원’일까?
적어도 법적으론 동물원이 아니다. 국내에서 동물원 설립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과 자연공원법, 개인 또는 민간기업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설립 근거가 있다. 즉 개인이 설립한 쥬쥬동물원은 법적으로 ‘박물관’이다.
그러나 동물원에 있는 이들은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야생동물이다. 생명체로서 건강과 질병, 최소한의 복지조건을 충족시킬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동물원 동물에 관해서는 법률이 없고, 중앙·지방정부 모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으며, 관리 의무 역시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하나씩 따져보자. 환경부가 관리감독 기관인 야생동식물보호법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는 자연에 사는 동물들(wild animals)에 관한 조항이 주로 언급돼 있고, 동물원 동물(captive animals)의 경우 수출입 조건과 곰 사육 등 특정 동물에 관한 조항만 있지 관리나 보호에 관한 기준이 없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관장하는 동물보호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이 실제 규정하는 동물은 반려동물·실험동물·농장동물이며,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조항은 전무하다. 쥬쥬동물원과 서울시 신당역 동물체험관의 동물 복지와 환경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강원 원주시 치악산 드림랜드에 남은 동물들도 그 어떤 후속 조처도 없이 방치돼 있다. 동물원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가 자체인증제도에 따라 전문가로 구성된 12명의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동물원을 방문한 뒤 동물 관리와 건강 관리 프로그램 등을 검사해 인증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의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에 등록된 동물원은 19개이다. 지자체 동물원의 경우 이 협회에서 만든 서울특별시 동물원 관리규칙을 모태로 동물원 자체 실정에 맞게 관리 기준을 조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동물원 동물의 복지에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형편이다.

물론 미국과 호주의 동물원수족관협회의 자체인증제도는 매우 권위 있는 제도로 알려졌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 또한 없지 않다. 따라서 동물원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동물원 동물을 동물복지법 안에서 보호동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동물원면허법(Zoo Licensing Act)이 1981년 별도로 제정됐다. 이 면허법에 따라 야생동물을 전시 목적으로 12개월 내 7일 이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려면 동물원 면허를 따야 한다. 관리 기준이 동물복지에 부적합하거나 동물을 부적절하게 취급할 경우 면허는 발급되지 않는다.
부산에서도 민영 동물원인 ‘더 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0월 부산시가 제출한 ‘동물원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협약은 사업자가 준공시점에서 3년 이내 동물원 매수를 시에 요청하면 500억원 범위 내에서 시가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정이 악화되어 운영이 어려우면 시가 매입해준다는 내용이니 애초부터 특혜논란이 있었다.

심의 과정에서도 시공사의 규모를 들어 동물원의 적자 운영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경매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윤을 목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면 동물복지의 길은 요원하다. 체험관과 동물쇼 등 상업적 상품이 유행하게 되고, 반대로 부도가 나서 방치된다면 ‘제2의 드림랜드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동물원 가이드라인과 법률 등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경옥/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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