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1-21일자 사설 '[사설]‘헌재 소장 자격미달’ 재확인한 이동흡 청문회'를 퍼왔습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시작됐다. 실정법 위반, 도덕성,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등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을 받아온 이 후보자는 첫날 청문회에서도 대부분 의혹을 씻지 못했다. 오히려 무성의하고 오락가락하는 답변 태도까지 보태지면서 헌재 소장으로서 무자격자임을 드러냈을 뿐이다.
어제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시절 지급받은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전용했다는 논란이 쟁점이 됐다. 특정업무경비는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적 용도에만 쓰도록 규정돼 있다. 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월 400만원의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되는 이 후보자 계좌에서 생명보험료, 경조사비, 딸에게 보내는 해외송금비용 등이 지급됐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용도대로 사용했다” “횡령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사용내역 등의 증빙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를 개인적으로 썼다면 이는 낙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다른 의혹에 대한 해명 역시 가관이었다. 이 후보자는 해외출장에 부인을 동반한 부분을 지적받자 “장관급(의 해외출장)이면 비서관도 가는데 헌재는 예산사정이 열악해 부인이 비서관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승용차 홀짝제 시행 당시 관용차를 한 대 더 지급받아 쓴 부분을 두고는 “다른 재판관들은 서울에 사는데 (제 거주지인) 분당에서는 여기가 멀다”고 답했다.
모름지기 헌재 소장과 같은 헌법기관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기본권 등 헌법적 가치에 대한 소신과 철학, 가치관과 세계관을 따져보는 자리가 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어제 청문회에선 그런 토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혹보따리를 끌어안은 채 새누리당의 지원사격만 기대하는 듯한 이 후보자를 보는 일은 참으로 민망했다.
우리는 이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해왔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시점이다. 자신과 가족은 물론 평생을 몸담아온 사법부의 명예를 생각해서라도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이 후보자는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면 최대의 명예 손상”이라 했던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경구를 되새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라며 오불관언할 때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한 달 뒤면 청와대를 떠날 사람이다. 형식적 임명권자가 누구이든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에 오르면 그와 임기를 함께할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