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응징 발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응징 발언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3일 일요일

박근혜 ‘응징’ 발언 우려스러워


이글은 시사IN 2013-02-26일자 기사 '박근혜 ‘응징’ 발언 우려스러워'를 퍼왔습니다.
국제사회가 제재만으로 북한 핵을 제거할 방도는 없다. 그런 방법은 북의 핵 능력만 증대시켰을 뿐이다. 앞으로는 핵 능력 확산을 방지하는 협상밖에 길이 없다. 모든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북한의 군사적 역량과 위협이 이전과 달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 수준이라는 걸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 1만㎞로 추정되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실험에서 그들의 주장대로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비핵화는 웬만한 협상 가지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북한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이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핵보유국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한 핵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방도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북 제재나 압박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실효성은커녕 북한의 핵 능력만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군사적 대안론은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의 연해주, 남한의 지정학적 구조 때문에 절대로 불가능하다. 또한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론의 경우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미국 처지에서는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역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은 더 이상의 핵 능력 증대와 핵무기 기술을 확산하는 걸 방지하는 협상으로 가는 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다행히 북한의 핵실험은 안보 불안을 조성하거나 공격적인 성격을 띠기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적대 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생존과 체제를 지키려는 몸부림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번 핵실험에서 북한은 자신이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완성했다는 인식을 미국 측이 갖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실험을 통해 미국이 더는 북한과의 안전보장 협상과 교섭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카드를 보유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북한의 대미 핵전략은 협상을 통한 확산에서 확산을 통한 협상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AP Photo 북한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은하 3호’ 로켓.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사태의 위중함을 모르지 않는다. 북한이 이제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 국가가 되었다는 인식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취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은 수정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대화파로 구성되어 있고 더는 북한 핵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절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별개로 북·미 대화는 재정립될 것이다. 

박근혜 ‘응징’ 발언 우려스러워

물론 북한과의 협상은 예전보다 더욱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현재로서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제재를 주장하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협상을 시도하는 투 트랙 전략을 쓰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의 안전보장, 평화협정, 지원, 수교 등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동안 비핵화에만 매달리면서 남북 관계만 악화시킨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미 3차 핵실험까지 한 북한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응징하겠다고만 하는 박근혜 당선자의 대북 태도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핵보유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북 강경책은 자칫하면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미 의존만 심화시키고 군비만 확대하다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남북 간의 자율 공간을 만들어 북한 핵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도적 구실을 하는 대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이 앞장서서 대북 정책을 강경 기조로 바꾸면 안 된다.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국제관계학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