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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7일 수요일

코레일, 왜 용산개발 뛰어들었나?


이글은 레디앙 2013-03-26일자 기사 '코레일, 왜 용산개발 뛰어들었나?'를 퍼왔습니다.

“현재 영국 철도 공사의 문화를 보면 시장 지향적 마인드가 약하다. 그저 열차를 문제없이 운행하는 것에만 만족한다.”
영국 철도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보수당 정부 존 맥그리거 교통부 장관이 1993년에 한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파도가 가장 먼저 덮친 곳은 공공부문이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하여 낡은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논리는 사람들을 솔깃하게 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얘기 하면서 제시된 엄청난 적자는 시민들에게 당장이라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결국 영국 철도는 과거와는 다른 경쟁도입과 민영화라는 신 노선으로 달리게 되었다.
한국철도의 비효율을 논할 때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 언급한 “시장 마인드의 부재”다. 국토교통부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시장 마인드가 없다고 질타했다.
용산개발사업에 철도공사가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정부로부터 부대사업을 통한 이윤창출 압박을 끊임없이 받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대국민 설명자료에서 친절하게 표까지 첨부하여 한국철도의 무능한 부대사업능력을 질타했다.

부대사업 수입 비중 비교

민영화를 통한 경영 개선으로 국민부담은 최소화 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 우리나라 국영철도의 구조개혁 FAQ 2002. 9. 건교부

국영철도체제에서 공기업으로 변한 상황에서도 국토부의 압박은 끊이지 않는다. 비효율적인 공기업체제에서는 철도의 경영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며 수서발 KTX의 민간경쟁 체제 도입은 민간의 창의적인 수익창출로 철도산업의 도약을 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경영을 맡게 되면 역세권 개발 등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 철도공사로부터 역사 등의 자산을 환수하여 민간에 운영권을 주게 되면 철도의 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의 민영화 만능론, 돈벌이와 경쟁 최우선주의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 시장 호황은 천문학적 이익 창출이라는 꿈을 꾸게 했다. 하늘을 뚫고 올라간 고층빌딩의 상상도를 배경으로 온갖 장밋빛 기대가 꿈틀거렸고 투자자들을 모이게 했다. 여기에 디자인 서울로 시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고 나선 오세훈 시장과 용산역 일대에 차량기지를 포함한 넓은 땅을 소유한 철도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재벌 건설사들이 달라붙었다.
철도공사는 용산역 개발 수익으로 향후 몇 년 안에 철도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소 될거라는 보도자료를 내놨고 용산역 개발이 추진되면서 얻은 수익으로 영업외 수입이 증가해 2008년 영업수지 흑자를 보였다.
국토부는 용산역 개발대금상환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뿐이지 철도의 경영개선 결과는 아니라는 반박논평을 내기도 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강요했던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해 철도공사가 수익을 챙기는 듯 보이자 심사가 뒤틀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철도산업에서 부대사업확대를 통한 획기적인 철도 경영개선의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인가?

부대사업 개발해서 돈을 벌어와라?

철도는 나라마다 역사적 조건화 문화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수한 조건을 일반화 시켜 어느 한 나라의 성과를 그 배경을 무시한 채 도입하게 되면 용산개발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 철도의 수익구조에서 부대사업 비중이 높으니 한국철도도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창출로 경영개선 시도를 하라는 것은 모래밭에 있는 달기기 선수에게 최신 운동화를 사줬으니 신기록을 세우라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에서 제일 사람이 붐비는 서울역이라 해도 하루 유동인구가 40만에 불과하다. 도쿄에서 제일 붐비는 역 중의 하나인 신주쿠역의 300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도쿄에는 신주쿠역 외에도 남북으로 통하는 신간선 고속열차의 출발역인 도쿄역을 비롯해 우에노역, 이케부크로역 등 서울역 규모의 서너배가 넘는 대형 역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남부의 대도시 오사카역의 선로 양쪽에서 서 있는 대형 역사 건물은 이용자들로 항상 붐빈다. 이런 역들은 주변의 유동인구를 자연스럽게 역이나 역 주변의 상권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대형 복합건물이 승강장 양측을 감싸고 있는 오사카역의 일부 모습. 하루 유동인구가 250만여명으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사진=박흥수)

이 같은 현상은 일본이 역세권 개발을 통해 수익을 올리자고 해서 가능 했던 게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전철을 이용할 때 손을 뻗기만 하면 고가 선로 옆의 사무실에 손이 닿을 듯하고 시장 상점의 바로 위로 기차가 쿵쾅거리며 달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일본이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지고 상권이 개발된 것이 일본 도시들의 특징이다. 이에 반해 서울역은 유동인구가 40만이라 해도 주변의 환경은 서울역과 커다란 연계성이 없다.
서울역 서부일대의 언덕지대는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나 주택단지로 형성되어 있고 이곳 주민들은 서울역에 기차를 타러 오지 않는 한 굳이 먼 걸음을 하지 않는다. 역 광장 쪽에도 대형 빌딩과 오피스 건물들이 있지만 이들이 일부러 서울역으로 와서 식당가를 이용하거나 쇼핑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이용 가능 인구도 많지 않다.

무분별한 역세권 개발은 또다른 부실의 원인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역세권을 개발하거나 부대사업을 확충하게 되면 또 다른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일본 여객철도 회사중의 하나인 JR 동일본의 사업영역을 보면 철도 관련 부대사업의 종류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철도 관련 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업, 창고업, 주차장업은 그렇다 치고 도서잡지출판업, 금융업, 선불식증표판매업 및 골프클럽 회원권 및 테니스 클럽 등 스포츠 시설 이용권 등의 판매업, 전기통신사업, 정보처리 및 정보제공 서비스업, 손해보험대리업 및 기타 보험매개대리업, 자동차정비업, 석유․가스등의 연료 및 자동차용품 판매업, 여행용품, 식료품, 주류, 의약품, 화장품, 일용잡화등의 소매업, 여관업 및 음식점업, 일반 토목 및 건축의 설계, 공사감리 및 건축업, 설비공사업, 전기공급사업, 수송용기계기구제조업, 동산임대업, 이벤트 티켓 판매, 청소용역, 사진인화등의 중개업, 부동산의 매매, 임대 중개, 감정 및 관리업, 정밀기계기구 및 일반산업용기계기구 제조업, 간판, 표식 안내판 등의 제조 판매업, 유원지, 체육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영화관 등의 경영, 청량음료수, 주류의 제조 및 수산물의 가공 판매업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철도회사의 부대수익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일본철도의 높은 부대사업비중을 국토부는 철도회사의 모범으로 삼지만 일본의 현실은 좀 다르다. 최근 한국에서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가 되었듯이 일본 철도역 주변의 중소 상인들이 굴지의 대기업인 JR이 꽃 배달 사업까지 해가며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한국철도의 부대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부 인사가 일본처럼 한국도 철도역을 이용한 콘도사업 등을 벌여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즉자적인 대안이 실행되었다면 철도공사의 부실은 더 가중되었을 것이다.
한때 붐을 이루었던 콘도 이용 형 문화가 팬션이나 캠핑 등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기존의 콘도 회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성공사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철도의 부채비용을 정부가 감당해야 했던 과거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산더미 같이 늘어나는 일본 국철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국철이 보유했던 철도 부지를 매각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매각시점을 놓쳐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매각시점에 대한 판단착오가 철도에 대한 정부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하지만 만일 매각이 이루어져 철도부채가 일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구매한 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사들의 몰락은 일본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에 따른 용산 개발사태의 문제는 철도운영기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압박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대사업이란 이름아래 시행되는 역세권 개발 같은 사업이 토건족들과 결탁해 투기과열을 조장하고 개발이익이나 챙기는 것이라면 철도공사가 나서는 것은 부당하며 이를 부추기는 국토부의 행태도 중단되어야 한다.

국토부에게 용산역개발 파산은 철도민영화를 위한 호기?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한 제2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에선 용산 개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코레일의 문제가 심화되면 될수록 나쁠 게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코레일의 부실과 무능력을 부각시켜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민영화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 숙원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철도역 및 시설과 운영과정을 이용한 부대사업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처럼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결정되고 진행되지는 않는다. 부대사업은 철도가 지역사회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때 이용자의 편익 확대와 철도의 수익증대가 함께 이루어 질수 있다.
영국철도에 시장마인드로 무장한 민간 기업들이 철도를 장악하고 치열한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나서 철도에 애정을 갖고 있었던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말했다.
“열차를 문제없이 운행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다.”

By 박흥수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용산 부도의 뒷배였던 서울시와 정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7일자 기사 '용산 부도의 뒷배였던 서울시와 정부'를 퍼왔습니다.
[기고]용산개발 좌초의 ‘보이지 않는 손’

▲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용산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부역 앞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서부역 옆 코레일 서울사옥에서는 용산개발사업 출자사들이 모여 서부이촌동과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를 분리개발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사업자회의를 열 예정이다.ⓒ 뉴스1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좌초를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당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물질적인 증거였던 ‘31조원’에 대해 아쉬움 섞인 반응이 눈에 띈다. 주요한 경제지들은 용산개발의 좌초가 마치 얼어붙어 있는 부동산경기를 다시금 확증하는 증거인 양 호들갑이다. 바로 이어질 수순은 ‘용산개발이 될 정도의 규제완화나 지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갈 것이다. 기본적으로 민간책임론이다.

▲ 지구단위계획(2001년)과 국제업무지구계획(2007년)

다른 한편에선 오세훈 전 시장의 과욕에 대한 지적이다. 구분하자면 일종의 공공책임론으로 볼 수 있겠지만 세빛둥둥섬때와 마찬가지로 시장 개인에게 책임 쏠리는, 전형적인 ‘개인책임’ 논리 위에 서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무리하게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산개발 사업의 거품을 키웠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사실관계는 맞는데 초점을 개인에게만 맞추는 것은 마뜩찮다. 세빛 둥둥섬 논란에서부터 지금까지 전임 시장시절에 불거진 문제를 ‘오세훈 책임론’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오세훈 전 시장의 가공할 만한 업무능력을 전제한다. 일종의 변형된 공공책임론이랄까.
필자는 이 양편에서 굳이 따지자면 손쉽게 먹튀를 하고자 했던 삼성물산의 얍삽한 태도나 사실상 알박기 해놓고 신규투자는 하지 않은 20여개 민간건설회사들의 태도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용산개발사업에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던 서울시(오세훈 전 시장이 아닌)와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는 입장에서 ‘공공책임론’에 서있다.

민간주도 개발, 서울시가 틀다

원래 용산지역은 2001년에 확정된 ‘용산지구단위계획’으로 추진되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가운데 용산민자역사를 중심에 놓고 철도공사 부지를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로 사업을 추진하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2007년에 아래와 같이 그림이 바뀐다. 달라진 점은, 2001년에는 제척이 되었던 서부이촌동 주변의 주택구역이 2007년에는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순수하게 민간개발로 추진될 수 있었던 용산개발이 첫 번째로 왜곡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주요 추진일정

용산역을 민자역사로 개발하고 했던 철도공사는 2005년에 당시 한국철도개발(주) 명의로 「용산역세권 개발방향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즉, 토지주인 철도공사가 자체 사업자 선정을 통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한 것이다. 이때 나온 계획은 4년 전인 2001년 지구단위계획에 비해 65만 제곱미터가 늘어난 개발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업무지구는 기존의 용적률 800%에 따라 크게 변화가 없지만 주상복합 면적만 기존의 250%에서 600%로 2배 이상 늘렸다. 이를 바탕으로 코레일은 2006년 12월 20일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공고를 중단시킨다. 서울시는 기존의 지구단위계획과 코레일이 공고한 개발구상안이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사업자 선정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것이 바로 2007년 서부이촌동과 철도청 부지와 합쳐진 ‘통합개발안’이다. 이 통합개발안의 핵심에는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서해연결 한강주운에 따른 수변개발 계획이 있다. 실제로 수변개발에 대한 보고서는 워터프런트타운의 조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변북로 지하화, 한강철도/철교 지하화와 함께 서부이촌동과 공작창부지 통합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강변북로를 포함한 서부이촌동 주거단지(약12만4천㎡)를 용산 공작창부지(약44만3천㎡)와 함께 워터프런트 타운으로 통합적으로 계획하여 단계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해나가는 것을 검토함.”(서울시, 서해연결 한강주운 및 수변개발 계획에 관한 연구, 2008)
서울시는 도시계획 권한을 행사해서 철도공사가 자신의 부지를 기반으로 추진하고 했던 역세권 개발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으로 키워놓았다. 어떤 변명을 해도 이 결정에 대한 책임에서 서울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규칙 바꿔서 코레일의 등 떠민 정부

이후 2007년 11월에 삼성물산(주) 등으로 이루어진 사업자가 선정되었고, 12월에 코레일 등 30개사가 참여하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가 설립된다.  2009년 3월 30일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안)이 용산구에 제출되었고 2009년 12월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완료하고 2010년 4월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수립 고시를 하게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부터 투자자간에 코레일 부지에 대한 매각대금 지급에 대한 갈등, 삼성물산 등 주요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자금마련 노력 등이 불거지면서 투자자 변동이 생긴다. 2010년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지분(45.1%)이 롯데관광개발로 넘겨지면서 사실살 삼성물산은 발을 빼는 형국으로 가는 것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삼성물산이 중도금을 내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자 2010년 8월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에서 빠져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삼성물산 측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았지만 사실상 서울시나 정부에게 추가적인 행정지원을 요구하는 뉘앙스가 강했다.
사실 2010년에 코레일은 공항철도 인수 등으로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을 빼고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여기에는 2009년에 그동안 철도공사의 적극적인 사업추진을 어렵게 했던 조건 하나가 해결된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2009년 9월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을 개정하여 코레일 부지의 매매대급 분납 기한을 기존의 '5년 이내'에서 '10년 이내'로 개정하는 것은 물론 1, 2차의 초기 분담금 비율을 최소화하여 사실상 드림허브 측의 초기 재정부담을 덜어주었다.
공기업인 코레일은 해당 부지를 드림허브에 무상으로 줄 수 없다. 그러면 특혜가 되고 사실상 국민의 재산인 땅을 민간기업의 개발사업을 위해 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규칙을 두어서 반드시 토지매각에 따른 비용을 정확하게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원래는 5년 이내에 다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기간을 두배로 늘려주었다. 당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완료 시점이 2016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준공 후에 분양을 마치고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 토지매각 대금을 내도 될 정도로 완화해준 것이다. 게다가 2009년 규칙 개정은 당초 규칙에 의거해서 사업자를 선정한 용산국제업무지구에도 소급해 적용함으로서 사실상 용산개발을 위한 규칙 개정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결국 삼성물산의 사업권 반납 등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었던 2010년의 상황은 기획재정부의 규칙 개정으로 토지매각비용의 부담이 적어진 탓에 계속 추진하게 되었다.

부실사업 연착륙 막아선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 묻는다

작년까지 코레일의 경우에는 3조에 달하는 보상비와 미분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서부이촌동에 대한 통합개발안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런데 민간기업들의 경우 개발계획을 수정하게 되면 사업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외면적으로는 불화설이었지만 공히 사업지속추진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당장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서부이촌동 아파트 단지의 보상비는 목전에 걸린 장애물이었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서울시가 보상계획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다.
서울시는 2011년 7월 1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서 보상경험이 많은 SH공사의 노하우를 활용해서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드림허브에서 사업시행자 지정, 사업인정 고시 등 행정절차가 신청되면 최대한 지원하여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추진에 대해 서울시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셈이다.
또한 바로 얼마 전인 2013년 1월 25일에도 용산개발에서 서울시가 서부이촌동 주민에 대해 찬반의견수렴을 진행하는 것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서울시는 해당 해명자료에서 “부득이하게 인허권자인 서울시가 나서서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도모하고자 사업시행자와 합의하여 주민의견을 수렴키로”했다고 밝혔다. 즉,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 주민에게 개별 보상가격 등의 정보 제공을 하겠다는 것은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한 것이지 사업자체의 지속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사인이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부도가 놀라운 것은 수많은 징후에도 불구하고 그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서울시나 정부가 간간히 비치는 태도에서 야기된 바가 크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한참 드림허브 내에서 갈등이 극에 달해 있던 2010년 8월 19일에 ‘서울시는 용산역세권개발에 ‘백지화’라는 정확한 사인을 보내야 한다’라는 논평을 통해서, 서울시가 당시 논란이 되었던 ‘특별법’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밝힘으로서 사업 자체가 연착륙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로 목적지를 갈 때, 운전자들은 이면도로로 갈 것인지 간선도로로 갈 것인지, 차가 막히는지 안막히는지의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 위에 걸려있는 신호등이다. 마찬가지로 대형 민간개발은 시장의 환경이나 기업의 조건들에 큰 영향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나 정부에서 보이는 신호에 의해 좌우된다.
용산개발의 몰락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우선, 서울시와 정부의 책임을 명확하게 한 후 접근해야 한다. 천재지변에는 대책이 없지만 인재라면 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개발의 뒷배가 되어준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오고 정부 역시 코레일 뒤에서 꼼지락 거리지 말고 앞으로 나오라.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김상철 / 진보신당서울시당 사무처장  |  webmaster@mediaus.co.kr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진영 “용산개발은 오세훈 전 시장이 잘못한 것”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4일자 기사 '진영 “용산개발은 오세훈 전 시장이 잘못한 것”'을 퍼왔습니다.

ㆍ무리하게 ‘한강르네상스’와 결부… 전체 사업의 틀 망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이 좌초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코레일은 철도정비 창 부지만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오 전 시장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결부시키면서 전체 사업의 틀을 망쳐놨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은 “용산개발로 서울이 10대 도시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용산개발이 남긴 건 빚더미뿐이다.

진영 보건 복지부 장관은 14일 출입기자단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용산개발은 오세훈 전 시장이 잘못한 것”이라며 오 전 시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용산구가 지역구인 진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용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진 장관은 “당초 계획대로 용산의 코레일 땅만 재개발하면 문제가 없었다”며 “오 전 시장이 주민들하고 상의도 없이 하룻밤 사이에 서부이촌동까지 사업에 포함시켜 버리면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 실패 원인으로 비용 상승 문제를 꼽았다. 그는 “서부이촌동 한 아파트 의 경우 당시 입주를 완료한 지 4년 정도밖에 안됐다”며 “이런 아파트까지 개발한다고 하니 개발비용과 분양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해 사업이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개발 사업 반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역에 포함된 서울 서부이촌동 한 아파트 담장에 14일 용산 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실제 용산개발은 오 전 시장의 개입으로 ‘판’이 커졌다. 코레일이 당초 서울시에 제출한 계획안은 코레일이 보유한 부지 44만㎡를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몽니’를 부렸다. 오 전 시장은 “용산개발은 한강르네상스와 결합해 대규모로 진행하는 게 더 낫다”며 서부이촌동 일대를 사업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몇 차례 협상 끝에 코레일은 백기를 들었고, 오 전 시장의 요구를 수용 해 현재의 사업 규모에 이르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용산개발을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최대 치적으로 꼽았다. 2007년 8월에 열린 코레일과의 협약식에 나선 그는 “용산을 명품 수변도시로 조성하겠다”며 “한강변 토지 를 주거 일변도로 이용하던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 도시 공간구조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2월 열린 용산역세권개발 창립기념 식에서는 “한강르네상스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총 집합체가 용산개발”이라며 “사업을 통해 서울시는 세계 10대 도시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개입은 파국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용산개발을 두고 “오 전 시장의 개인적 욕심에서 비롯된 비극”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민주통합당 문병호 의원은 “용산개발은 지역주민의 동의조차 받지 않은 독재 개발사업”이라며 사업계획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오 전 시장이 무리하게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끌어들여 결합개발을 강요하는 바람에 사업성 악화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송진식·김재중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