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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탈북 여성 인신매매의 덫, 박근혜니까 풀 수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30일자 기사 '탈북 여성 인신매매의 덫, 박근혜니까 풀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朴대통령이 중국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탈북자들

라오스에서 붙잡힌 9명의 탈북청소년들의 북송을 우리 정부는 결국 막지 못했다. 한때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탈북청소년들의 북송을 막으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있었다. 또 중국도 한·중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고려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북송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그들의 북송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6월 하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탈북자 문제 해결에 힘을 실었으면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좀 더 적극적이고 진정한 마음을 담아 사지로 내몰린 탈북자들의 생명과 인권을 우리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해결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는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권문제다.

북한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와 경로로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전체 탈북자의 70% 정도가 여성이다. 그런데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탈북 이후는 물론이고 탈북과정에서부터 인신매매의 대상이 된다. 강을 넘은 상당수의 북한 여성들은 중국 공안에게 잡혀 북송될까 두려워, 불가피하게 중국 남성과 결혼하거나 동거하게 된다. 이 같은 약점 때문에 상당수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인신매매가 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 그들은 노예나 다름없다. 감시·감금 상태에서 혹사당하고 성 노예가 되기도 한다.


▲ 지난 2008년 '비보호' 탈북자의 정착지원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던 한 탈북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농성에 참여한 탈북여성들은 중국이나 타국에서 10년 이상 체류했기 때문에 '비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정착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탈북민들이 10년이상 제3국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판단, 보호대상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아이가 생기는 경우 강제로 낙태수술을 받기도 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도 자기가 낳은 아이 때문에 죽지도 못하는 탈북여성도 적지 않다. 일부 탈북여성이 출산한 아이들은 중국 호구(호적)를 취득하기도 하나, 탈북여성이 강제 송환되는 경우 상당수의 아이들은 중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기도 한다. 대다수의 탈북여성이 낳은 아이들은 중국 호구가 없어 교육과 의료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만 명에 달하는 이 같은 탈북 고아 문제가 중요한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에 제기되고 있다.

성적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탈북여성, 그 아이들의 처참한 인권상황

중국은 매년 5000명 정도의 탈북자를 북한에 강제 송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법적 근거는 1960년에 북한과 체결한 '중·북 탈북자 범죄인 상호 인도 협정'과 1986년에 체결한 '국경지역 업무협정'이다. 중국은 1951년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했지만, 탈북자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협약보다 중ㆍ북간 양자협약을 더 존중하고 있다. 중국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식량을 구하러 오는 변경주민(frontier people)만이 있을 뿐 난민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라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를 지금까지 묵살해 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탈북자를 지원하는 한국인에게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하여 체포, 구금, 고문까지 했다.

북송 인원이 해마다 5000명 선이라면 탈북해서 중국 어딘가에 숨어 있으면서 남한으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는 탈북자는 그 열 배도 넘을 것이다. 운 좋게 북송되지 않고 남한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중 70%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중 탈북여성들의 숫자도 어림잡아 50,000명 전후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다수의 탈북여성들이 아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중국 땅에서 부득불 중국 인신매매단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 여성탈북자의 증언을 통해 탈북과정을 들은 적이 있다. 서울로 들어오기 전까지 5~6차례 다른 인신매매단을 통해 비참한 삶을 전전하다 결국 한국에 들어 온 여성이었다. 그 여성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중국 당국이 탈북여성을 인신매매하는 관련자들을 처벌해 주기 바란다는 당부였다.

불법적인 인신매매에 대한 처벌과 단속이 강화되면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근절되거나, 최소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중국 정부가 북한과 체결한 협약과는 무관한 문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면서 이제 G2 반열에까지 오른 중국은 자국 내에서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인신매매에 눈감고 있다는 현실을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중국의 탈북자정책 변화 조짐?

2012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수는 1500명으로 2011년보다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접경지역 탈북자 색출이 강화되고 강제 북송이 늘어난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탈북자 문제 발생원인 자체를 아예 없애거나 줄였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당국은 북·중 접경지역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탈북자정책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은 조짐도 있다. 그동안 탈북자문제를 중국과 북한의 내정문제라는 차원에서 다루어 왔던 중국이 최근 들어 한반도 안정과 평화유지, 인도적 차원,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고려해 유연하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중시하는 요인으로 국제사회여론 50%, 북한의 입장 45%, 그리고 국내여론 5%를 고려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 여론을 50%나 반영하여 탈북자 문제를 처리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은 재중 탈북자 인권문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과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의 대북정책은 이전 중국의 지도자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이긴 해도 예전만은 못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면, 이번 방중 기간 중에 박근혜대통령이 재중 탈북자들의 인권문제, 특히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중국 당국에 문제 제기를 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한국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중국정부에 말을 꺼내야 한다.

박 대통령,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신매매 방지 보장받고 돌아오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북한 내 인권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재중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신매매 당한 뒤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인권과 그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특히 여성대통령이기 때문에 재중 탈북여성과 그 아이들에 대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면,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도 그 메시지를 비중 있게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양국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긴급하고 주요한 사안은 많다. 북핵문제, 한·중 경제협력, 동북아문제 등 거대담론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중 탈북여성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바로 지금이 그들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시점인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지 않으면 그 어떤 대통령에게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서 어떤 수준에서건 재중 탈북자, 특히 탈북여성들의 인권 침해 방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재중 탈북자들의 난민지위 인정 문제까지 해결하고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중국어로 연설했다고 해서 중국과 좋은 '꽌시'(關係)를 맺었다는 평가보다 더 높고 값진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것이 너무 큰 욕심이라면, 최소한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권유린과 성적 학대의 원인인 인신매매 문제라도 해결했으면 좋겠다. 북중 접경지역 농촌에 숨어 살면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성적학대까지 참아가면서 살아가는 탈북여성들, 그리고 본의 아니게 태어난 그 아이들의 인권까지 보듬어 주길 바란다. 그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것은 차후의 문제고 별도의 문제다. 그들에게 우선 인권차원의 응급조치로서 인신매매의 근절을 요구하는 것이다.


/황재옥 (사) 평화협력원 인권ㆍ평화센터 소장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북한 인권, 이제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4일자 기사 '북한 인권, 이제는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Global Issue)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인권 문제는 국제정치 영역에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는 심심치 않게 뉴스의 소재가 되고 있다. 2013년 벽두부터 미국 상하양원이 탈북 어린이들의 구호를 위한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북한인권은 이렇게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다.

북한인권, 무엇이 문제인가?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에 북한인권 문제는 사실 국제적으로도 관심권 밖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초부터 식량난이 극심해지자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북한주민들은 1995년부터 목숨을 걸고 탈북했고, 주로 접경국가인 중국으로 밀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북한의 인권 열악상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북한인권이 국제적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인권실상이 알려지면서 그 이후 북한은 지구상에서 인권이 가장 심하게 유린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전체주의 독재체제로 인한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의 부재, 식량난으로 인한 생존권 위협 등 인권 문제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다. 북한만큼 국제사회와 '불통(不通)'인 국가가 그 어디에 또 있을까? 북한주민들에게는 인권 개념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1948년 9월 9일 정권 수립 이후 국제사회와 단절된 '폐쇄사회'이기에, 북한주민들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인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기 내부에 '인권문제' 같은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북한 '안'으로부터 제기되거나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가부장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독특한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개인의 인권은 집단의 권리나 국권의 하위 개념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북한은 주민의 사회적ㆍ정치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나 자신감 이전에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북한 '밖'의 움직임

북한은 인권에 관한 한 절해고도와 같은 곳이고, 당장 출로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북한주민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뿐 아니라, 굶는 아동과 주민들은 계속 늘어 날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북한 '밖'의 국제사회가 우리 한국보다 먼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 유엔과 유럽연합의 국가들, 그리고 미국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는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법적 조치에 주력하는 나라도 있고, 인도적 지원과 인권대화를 병행하는 나라들도 있다.

만성적 식량부족과 극심한 자연재해로 북한의 식량위기가 가중되자 유엔은 1995년 유엔인도지원국(UNDHA)을 통해 대북 긴급지원을 시작했고, 1997년에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은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포함한 경제지원을 계속하면서 북한과 인권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 참여하는 등 대북한 인권 압력도 병행해 왔다. 미국은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상하 양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 계속 효력을 연장시키면서, 최근에는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North Korean Child Welfare Act of 2012)'을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자신의 체제를 위협하는 '북한 때리기'로 판단하고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인권 문제 제기에 있어 힘의 논리가 아닌 인도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유럽연합의 대북한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인도적 지원의 양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한 인권정책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접근방식에 따른 대응유형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을 개선하는 데 있어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유엔, 유럽연합, 미국의 북한인권 문제 접근방식과 지향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한국 내 사정은 어떤가.

북한인권, 동네북? 뜨거운 감자?

유엔과 유럽연합이 대북 인권활동을 하고, 미국 의회가 탈북아동의 인권문제에 대해서까지 구체적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할 때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영유아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말까지 군사정권하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화로 인권 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입장이 역전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한국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권의 보편성과 자유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한 한국정부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변화시키기보다 상호간 체제 이질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북한의 반발만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은 인권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이자 자신의 체제를 비방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권이 보편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수단화되어 그 본질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한편, 우리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이념갈등이 커진 면도 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갈등을 극복하고 한 목소리로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9년째 표류하고 있다. 2005년 8월 북한인권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여야의 상반된 입장으로 법제화되지 못하고 말뿐인 생색에 그치고 있다. 한국이 북한주민의 인권 문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북한주민들의 원망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방관과 무관심에 북한 동포들이 얼마나 좌절하고 비통해 할 것인가?

북한주민들은 우리의 동포다. 분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동포애도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제3국인들이 볼 때는 남북 모두가 KOREAN들이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부모형제가 이산가족이라는 명찰을 달고 남북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통일 후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한국 내 남남갈등이다. 소위 보수층에게 북한인권 문제는 그저 두들겨 패기만 하면 되는 '동네북'처럼 되어 있고, 진보층에게는 손대기가 난처한 '뜨거운 감자'처럼 되어 있다. 그동안 한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보수층이 유독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들이 과연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반면 진보층의 대다수는 북한인권에 대해서 될 수 있으면 목소리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역할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인권이 지닌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몰이해(沒理解)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제기하는 것이 도리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선생이 일찍이,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지금은 소수만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에 다수가 동참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북한인권과 종북컴플렉스

우선, '종북컴플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인권 문제를 '종북'이니 '반북'이니 하는 논쟁에서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 문제는 이념논쟁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 나가야 한다. 보수진영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고, 진보진영은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참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진보진영이 사랑하는 게 북한정권이 아닌 북한주민이라면 그들의 곤궁한 상태를 고려한 인권 보호와 인권 개선 조치를 북한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권리는 고사하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사안이나 이념논쟁과 결부시키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보수와 진보의 종북 논쟁으로부터 북한인권 문제를 분리시킴으로써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체면치례용이 되거나, 국내정치의 수단으로 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인권은 동포의 인권이라는 대의(大義) 아래 시급한 사안부터 우선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북한당국과 대화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그것대로 추진하면서 북한주민의 억압당한 인권을 개선하는 노력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입으로 정의를 말하면서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것은 진정한 보수,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북한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필자 소개

▲ 황재옥 박사

황재옥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의 정치ㆍ사회문제, 특히 인권문제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통일연구원 정책자문위원, 휴먼아시아 이사 등으로 활동해왔다. 1년 반 동안 미국 아이오와(Iowa)대학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는 북한의기아(飢餓)문제에 대한 번역서도 출간했다. 최근 북한 인권문제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문제, 원인과 해법)이란 저서를 펴냈다. 현재 (사)평화협력원 인권·평화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재)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 (사)어린이어깨동무' 운영위원, (사)한반도평화포럼 운영위원 등 북한 및 통일관련단체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황재옥 (사) 평화협력원 인권ㆍ평화센터 소장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열악한 북한인권,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무관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9일자 기사 '북한 인권, 종북, 북한인권법'를 퍼왔습니다.
[정욱식 칼럼] '한반도' 인권위원회를 제안한다(상)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막말 파문 그리고 이에 대한 수구보수 진영의 막무가내식 색깔론 제기로 '종북'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그 불똥이 북한인권문제로 옮겨붙었다.

발단은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6월 4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고, "인권단체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관계가 없지만" 국가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외교적인 결례"이자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다음날 "헌법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게 국민의 인권이자 국가의 자유민주주의 질서"라며 "헌법 훼손이 있을 경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심사하는 데까지 이를 수밖에 없다"며 이해찬 의원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김영우 대변인도 "총리를 역임하고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의 북 주민에 대한 인권의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그러자 이해찬 의원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신매카시즘 선동에 맞서겠다"고 받아쳤다.

여야의 설전이 커지면서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의 우선적 과제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정치적 의도와 이 법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4·11 총선 이전에 정치권에서 그토록 다짐했던 '민생' 국회는 실종되고 극심한 색깔론과 이념 대결이 판을 치고 있다. 또한, 따뜻한 관심과 진지한 모색의 대상이 되어야 할 북한 인권문제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쟁에 속박당한 북한 인권문제

북한인권법 논란에서도 확인되듯이, 북한 인권문제는 두 가지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객관적인 현실'이다. 다른 하나는 수구보수 진영의 북한 인권문제의 정치화와 민주진보 진영의 상대적 무관심이 맞물려 있는 '정치적 현실'이다.

국내외 보수파들은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 더 나아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를 활용해왔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비난하고 민주진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데 북한 인권문제는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되고 있다.

민주진보 진영도 반성해야 할 점들은 많다. 남북관계의 현실과 실효성을 들어 북한 인권문제에 소홀한 사이에 수구보수 진영이 이 사안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은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수진영이 탈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정작 이 문제에 관한 관심과 실천은 부족하기만 하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는데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는 이 문제를 정쟁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진영의 '탈정치적 진정성'과 민주진보진영의 '지속적인 관심'이 만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교집합을 넓혀갈 수 있을 때, 양극단의 주장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공간은 넓어질 수 있다.

북한인권법, 실효성 있나?

그러나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논란의 양상을 보면, 이러한 합리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이 '종북' 파문에 편승해 또 다시 입법화하려는 북한인권법 자체가 모순투성이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이해와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균형 잡힌 시각이 결여되어 있고, 북한 인권 개선의 근본 토대라고 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조건 없는 지원의 필요성 대신 투명성과 모니터링 등의 제약요건을 명시함으로써 인도적 지원을 오히려 제한한다.

특히 법안에 담겨 있는 대부분 내용이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 효과보다는 인권재단 설립을 통한 대북단체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정부 보조금이 남북갈등은 물론이고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삐라 살포 단체나 보수단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인권법이 북한 인권 개선은 고사하고 남남갈등의 첨예화를 정부예산으로 조장하고 북한 정권 타도 목적으로 정부예산이 사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편,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대응해 내놓았고 19대 국회에서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북한민생인권법안'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한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즉각적인 조치가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점에서 북한인권법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상정에 대응해 급조한 측면이 있고, 북한 인권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대안이 별로 담겨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법안 경쟁보다 차분한 논의 구조부터 만들어야

새누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이를 '신매카시즘'의 일환으로 보는 한, 여야의 접점을 마련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국회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해야 할 일은 법안을 통한 선명성 경쟁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차분히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가 여야 국회의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인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극단적인 인사들은 배제하고 합리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선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명칭 역시 '북한'보다는 '한반도'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남한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가능케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선택이다. 또한, 시야를 한반도 차원으로 넓혀 북한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분단과 적대적 대결 때문에 잔존하고 있는 한국의 인권문제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

대표적인 한반도 인권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산가족 문제, 자유민주주의의 온전한 구현의 최대 장애물인 국가보안법의 개폐 및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게 대체 복무 허용 그리고 많은 탈북자에게 희망의 땅이 아닌 절망의 땅이 되고 있는 남한 내 탈북자 현실 등도 이 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하) 편에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 쓴 책으로 (아카이브, 2012)가 있습니다.

 정욱식 (cn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