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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5일 목요일

[사설]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04일 사설 '[사설] 최시중 위원장, 사퇴하고 검찰 수사 받아야'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 중의 실세’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사형통’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이 이들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막강한 위세를 부려온 게 두 사람이다.
이들을 둘러싸고는 그동안 좋지 않은 소문과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의원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이국철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최 위원장 역시 측근 비리 의혹이 튀어나왔다. 그의 정책보좌관이던 정용욱씨가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최 위원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다. 실제 검찰 수사는 갓 걸음마를 뗀 단계여서 최 위원장은 고사하고 정씨의 혐의에 대해서도 아직은 밝혀낸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정씨는 사실상 해외도피중이어서 수사 결과가 이른 시일 안에 나올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의혹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과연 뇌물 제공자는 정씨 한 사람을 쳐다보고 그런 거액을 건넨 것일까. 정씨는 검은돈의 최종 종착지일까, 아니면 창구일까.
관심의 초점은 검찰이 이 사건을 어디까지 파헤칠 것인지에 모아진다. 검찰은 아직까지 권력의 심장부를 제대로 겨눈 수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도 몸통을 밝혀내지 못한 채 꼬리 자르기나 깃털 뽑기 정도에 그친다면 국민적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최 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자신의 ‘양아들’이라는 말까지 들어온 최측근이 엄청난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게다가 정씨가 비리를 저지르게 된 근본 원인은 바로 최 위원장 자신에게 있다. 최고 권력실세로서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며 각종 밀실인사에다 업무 전횡을 일삼으니 측근한테 파리떼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 위원장은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따위의 주장을 하기에 앞서 당장 사임해 검찰 수사에 충실히 협조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사형통’은 그나마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했는데 ‘방통대군’은 계속 자리에 남아 있겠다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방통대군'님, '만사형통'의 길을 따르시지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03일자 기사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를 퍼왔습니다.
[기자수첩] 그들은 왜 '싱가포르'를 가나?


▲ 최시중 방통위원장ⓒ연합뉴스
‘방통대군’과 ‘만사형통’이라고 했다.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말이다. ‘대통령의 멘토’라는 고상한 표현도 있지만, 약하디 약하다. 이 정권에서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위원장의 위세를 설명하는데 ‘멘토’란 단어는 격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상왕’과 ‘전천후 요격기’라면 모르겠다. 이상득 의원의 위상은 문자 그대로 왕 위의 왕이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권을 영일만 정권이라고 하겠는가. 최시중 위원장은 스스로의 역할을 “대통령이 어려울 때 전천후 요격기처럼 긴급 투입되는 것”(2008.02.01 조선일보 인터뷰中) 이라고 규정한바 있다. 실제, 그렇게 했다.     
‘상왕’은 이미 용퇴를 당했다. 주목할 점은 능동적 선택이 아니라 상황에 떠밀려 피동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단 점이다. 의원실의 보좌진 7명 가운데 5명이 이국철 SLS 회장 등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돈을 세탁하는데 가담했단 사실이 밝혀져 어쩔 수 없었다. ‘상왕’은 불출마 형식의 용퇴를 선언하며,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런데 그렇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검찰은 이상득 의원의 메시지를 충실히 받잡을지 모른다. 하지만 행여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온다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도 된다면 이상득 의원은 반드시 청문회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상득 의원실을 ‘도둑놈 소굴’이라고 부른다. 굳이, 야권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상득 의원실의 수상한 점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상득 의원은 아직까지는 한 마디로 버티고 있다. 자신은 몰랐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비리란 얘기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상득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결혼식 축의금은 혼주의 것이 아니라 접수받은 사람의 것이냐고 맞서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돈을 받은 보좌관은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에 있던 시절부터 알고 모신 보좌관이다. 계좌의 돈을 관리한 여직원 역시 코오롱 출신으로 21년째 이상득 의원의 비서를 지내고 있다. 사회에선 일반적으로 이런 관계를 ‘자식 같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비리 혐의가 폭로됐다. 아직은 ‘설’, 구체적 사실보다 정황에 가깝다. 한국일보가 단독 보도한 의혹의 개요는 그러나 간단하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김학인 이사장이 EBS 이사가 되기 위해 최시중 위원장 측에 억대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 측으로 표현되고 있는 인사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을 말한다.
정 전 정책보좌역은 기묘한 인물이다. 방통위 직원들은 그를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이라고 부른다. 별다른 정치 경력이 없이 한섬기획이라는 정치 컨설팅 회사를 하던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라는 칭호를 달고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를 지내며 이 정권과 관계를 시작했다. 한국갤럽 사장을 지낸 최시중 위원장의 천거였다고 알려지는데, 얼마나 사이가 각별했는지 지난 2008년 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에 취임할 때 보직에 없던 자리를 신설해 데려왔을 정도다. 이후 ‘최 위원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며 방통위의 최고 실세이자 막후 조정자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10월 갑작스레 사표를 제출하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김학인 씨를 EBS이사에 선임했을 뿐, 금품 수수는 전혀 없었단 얘기다. 그러나 금품 수수는 전혀 없다는 방통위는 “정 모 정책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닮아 있다. 선긋기, 꼬리 자르기, 발 빼기다. ‘상왕’ 이상득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설령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들 자신은 몰랐고 상관없단 얘기다. 하지만 김학인 씨는 EBS이사가 됐고, 만약 이 과정에서 돈이 건네졌다면 이게 누굴 향했던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공식적으론 4급 연구 인력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진 정 전 보좌관이 EBS 이사 선임을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상식적 판단에 맡긴다.
돈을 건넸다고 하는 사람의 혐의가 명백하다고 해도 검찰이 정용욱 씨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이번 정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이상득 의원과 마찬가지로 최시중 위원장 역시 다음 국회에서 청문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각종 특혜와 꼼수 그리고 반칙이 난무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장에 최시중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남는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상왕’은 용퇴를 당했는데, ‘전천후 요격기’는 격침을 당하지 않는다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완벽하게 닮은 길을 걸고 있는 그들이라면,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닮은 점이 있다.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얼마 전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다. 공교롭게도 최시중 위원장의 양아들로 불리며 방통위를 주물렀던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도 싱가포르에 있다고 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조세회피지역’으로 국세청과 검찰청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이 시형씨가 다니고 있고, MB 실소유주 논란이 여전한 ‘다스’ 역시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냥 다 우연일까? 그렇다면 우연에 우연이 겹쳐지고 있다. 그것도 임기 말 매우 공교로운 시기에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1-12-14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제 언론장악을 수습할 '플랜B'가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비평]언론 환경 재정비 없이는 뒷날을 감당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 단임제 정부에 동승한 모든 권력자들이 꾸는 꿈이다. 달콤한 꿈이다. 아직 내리기엔 멀었다는 안도감이 공유될 때, 멀리 내다볼 수 있고 권력은 서로 부딪치지도 않는다. 권력이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권력 밖에 있는 사람들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질 때, 내려야 하는 순간이 머지않았음이 감지될 때, 권력과 그 주변은 급격히 소란스러워진다. 학술적 용어로는 ‘레임덕’이고, 사회적으로 관찰되기로는 ‘집권 말기 현상’이다. 선출된 권력의 교체시기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혼란이고,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희박할 땐 더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이 권력엔 이제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 전체가 소란스럽다. 딱 5년 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몇몇 상징적 사건들은 필연적 정권 교체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기 초부터 흔들린다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명박 정부지만, 이번엔 정말 심상치 않다. ‘만사형통, 상왕’ 이상득 의원이 퇴진한다는 것은 상징적 모습이다.
이 정부의 권력을 구성하던 위계가 내부로부터 깨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을 장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다. 이상득으로 대변되던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지자, '공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각적인 연쇄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력의 또 다른 축인 친이계는 사실상 ‘각자도생’을 선언했다. 공천권을 포함한 비대위의 전권을 박근혜 의원에게 넘긴다는 것은 생사여탈권을 포기해 최악을 피하겠단 서약의 다름 아니다. 이제 이 권력엔 ‘형님 계보’도 없고, ‘친이계’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부인은 “비판은 그냥 패스한다“는 말로 호기를 부렸지만 비웃음만 샀다. 정말, 문제적 권력이고 그래서 더 문제인 권력이다. 별로 한 일이 없는 듯싶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직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세론’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가야할 길이 아직 한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장에 언론계 상황만 봐도 그렇다.

'특혜', '관리', '배제'로 이어진 언론정책의 유일한 전제, '정권재창출'


▲ 지난 12월 1일 종편 개국일에 맞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1면 백지광고를 실었다
잔가지는 다 쳐내고,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을 보면 임기 전반기엔 방송 장악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완료된 다음에는 ‘특혜’, ‘관리’, ‘배제’의 3가지 차원에서 언론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직도 다잡고 있는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은 특혜다. 대놓고 작심하고 우리 편만 챙긴 것이다. 구실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창출이었고, 명분은 지상파 독과점의 해소였지만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얘기였고 아시다시피 접근 자체가 그렇지 않았다. ‘관리’는 침묵으로 충성을 바친 공영방송에게 던져진 수신료 인상이었다. 말만 잘 들으면 먹을거리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재원을 키워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단 언질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제’는 나머지 미디어들을 향했다. 미디어렙법의 처리 지연은 ‘특혜’를 준 몇몇 언론과 자력갱생이 가능한 방송을 제외한 매체들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3가지 추진 방향 모두 현실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종편의 경우 개국은 했으나 오히려 개국 이후 생존 여부에 강한 물음표가 달려있다. 애당초 4개의 종편을 허용하는 것이 무리였는데, 철저하게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다보니 당최 견적이 뽑히지 않는 이상한 우리 편 챙기기가 됐다. 종편 4사들 역시 이제는 ‘차라리 그때 끝까지 싸워 4개 신설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고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종편을 방치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조중동 청산의 'X맨‘으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를 노릇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종편이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이유
중장기적으로 종편의 생존을 도모해주기 위해선 정권재창출이 필수적이다. 종편사들의 개별적 역량에 기대어 종편이 생존할 수 있단 건, 당분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극히 낭만적일 뿐이다. 종편은 당분간 아니 꽤 오래도록 홀로 설 수 없는 매체다. 그래서 다소 감정의 격앙이 있더라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야만 한다. 그래야 종편에 대한 특혜를 이어갈 수 있고, 이러한 정치적 전망을 바탕으로 종편사들 역시 ‘약탈적 영업’이 가능하다. 이건 단순히 종편의 생존 여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수구 세력의 존속을 위해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투명하다. 당장에 내년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기업들이 광고를 거둬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종편을 설계할 땐, 분명히 차기 권력이 당연히 박근혜의 몫으로 흐르는 회로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틀어졌지만 궤도 수정을 하긴 너무 늦었다. 종편사들이 개국과 동시에 일제히 ‘박근혜 형광등 100개 아우라’ 칭송에 나선 것은 일종의 생존 방책이었다.
수신료 인상은 좌절되고, 미디어렙은 어쩔 수 없고
수신료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찍어 눌러놓은 덕에 아직 저항이 실제화되진 않고 있긴 하지만 KBS 조직 내부에도 수신료 인상 좌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 수신료 문제의 경우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판을 다 깔았는데도 좌절된 것은 권력의 문제가 아닌 KBS 내부의 무능 때문이었다는 항변도 가능하겠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다. 결국, 이명박 정부 임기하에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고, 외려 KBS는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청문회’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차기 권력과 이렇게 등을 졌으니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수신료 인상은 불가능해졌다.
미디어렙의 경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찌되었건 입법은 불가피하다. 종편을 유예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여전히 관건이겠지만 매체의 종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단 대전제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은 대의제 체제에선 존립하기 힘들다. 지연시키고 누락하고, 최대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 역시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마저 의회 권력의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가능한 문제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나마 설득력을 갖고자 했다면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동시에 지상파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아래로부터 종합편성채널 신설을 추동해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보완, 견제하는 의미에서 미디어렙 법안을 마련하는 유기적 결합이 필요했지만 이 정부는 순서는 물론 우선순위에서 모든 것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섞어 권력 내키는 대로 언론을 유린했다.


▲ 7월 11일 KBS 본관 앞에서 열린 'KBS이사회는 즉시 도청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 기자회견 모습. ⓒ권순택

정권 이양을 고려한 '플랜B'가 필요한 시점
그 유린을 하고도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정권재창출’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다음 정권 역시 우리 편이 잡게 되면 뒤탈 없이 시간을 더 벌 수 있단 확고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 됐다.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행여 또 다시 천막을 친다고 해도 민심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 권력이 사활을 걸었던 종편은 유의미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채, 아니 개국한 것만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사회적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될지 모른단 얘기고, 공영방송은 대대적인 복수와 보복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선 지역 언론은 총선에서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멀어져 가고 있다. 청와대에도 이제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았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벌려놓은 일을 그나마 마무리하지 않으면 퇴임 이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할 시기다. 남은 시간동안 4대강의 보를 되돌릴 순 없다. 다시 747을 띄울 수도 없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언론을 되돌리는 것뿐이다. 근본적으로 이 정부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꼼수’에서 보듯 저해된 언론 행위에 대한 범사회적 반발 때문이 아닌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령 정권이 이양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언론환경을 재정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편 언론과 함께 몰락하지 말고, 상대편이라고 생각했던 언론에게 유의미를 남기라고 말하고 싶다. 더 장악해서 어찌해보겠단 흑심을 버리고, 장악을 풀어 안전을 보장받는 길을 택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코피 난 김에 쓴 혈서 때문에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2011년 12월 12일 월요일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1일자 사설 '[사설]이상득 불출마 선언, 의혹 규명의 출발이다'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권실세로 군림해온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당의 쇄신과 화합’을 명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자신을 15년 동안 보필했던 최측근 보좌관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이 의원이 드디어 그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굴복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끊임없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그가 지금에야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마저 준다. 

이 의원은 불출마의 변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올바른 몸가짐에도 최선을 다해왔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과 비리가 억울하다는 뜻이 불출마의 변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보좌관 비리는 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어떻게 일개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수억원의 금품이 건네질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그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 끝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에게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필귀정이다. 사실 그는 정권 출범 후 자신의 측근들을 청와대, 국정원, 내각 등에 배치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 이들 측근은 ‘SD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또 국회 예산안 처리 때마다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 의원 55명이 불출마 요구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들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그 배후로 이 의원을 지목한 바 있다. 이 의원은 2009년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면서 자원외교에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으며, 의혹도 줄지 않았다. ‘만사형통(兄通)’ ‘상왕’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그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 의원을 둘러싸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수사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수사의 성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친·인척 비리 척결 차원에서 즉각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국가의 기강과 권위가 걸린 문제다. 이 의원도 진정으로 여당의 쇄신과 통합을 원하고, 현 정부의 안정을 원한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