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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8일 금요일

‘대국민 사기극’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

이글은 시사IN 2013-03-08일자 기사 '‘대국민 사기극’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을 퍼왔습니다.
검찰은 카메룬에 엄청난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외교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CNK 주가를 띄운 혐의로 김은석 전 대사 등을 기소했다. MB정권 인사들이 자원외교를 외치던 시절, 어떤 ‘사기극’이 벌어진 걸까.

다이아몬드 관련 뉴스 세 건이 지난주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EU)이 짐바브웨의 ‘피 묻은’ 다이아몬드 수입을 허가하는 데 대한 논란이었고, 두 번째는 벨기에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거액의 다이아몬드 탈취 사건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뉴스는 바로 한국의 다이아몬드 스캔들 관련 기사였다. 

2월19일, 검찰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하는 CNK 오덕균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 등 관련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를 믿고 관련 회사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이 중대 범죄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은 광산 매장량을 부풀리고 외교통상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뉴시스
1월26일 검찰 관계자들이 CNK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나르고 있다.

아무도 본 사람 없는 매장량 보고서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의 시작은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배포한 보도 자료였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즈음 이명박 정권 인사들은 자원외교를 앞세워 전 세계 자원 시장을 누비고 다니던 터였다. 비록 민간 업체의 자원 사업이지만 국가로서는 CNK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외교통상부뿐 아니라 지식경제부도 카메룬과의 광업 교류를 홍보하는 데 열중했다. 지식경제부는 아프리카 카메룬과 에너지·광물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카메룬 투자포럼’을 개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민관 합동 자원외교’라는 명목 아래 정부가 나서서 카메룬의 다이아몬드를 홍보했다. 김은석 전 대사는 “미개척 시장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아프리카로의 투자를 독려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카메룬을 직접 방문해 CNK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가 먼저 CNK의 다이아몬드 사업을 홍보하고 나서니 긴가민가하던 사람들도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철석같이 믿게 된 것이다. 정부가 사업성을 인증해주자 주가는 치솟았다. 얼마 안 가 CNK 임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의 실체는 미궁에 빠진 채 주식만 급등했다. 

CNK가 카메룬 요카도마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밝힌 근거는 두 가지다.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 보고서와 198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진행한 탐사 보고서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요카도마 광산의 추정 매장량을 연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배가 넘는 4억 캐럿 이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사 교수는 지병으로 사망했고 이 매장량 보고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카메룬 현지 언론들도 이 부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카메룬의 일간지 <카메룬 트리뷴>의 한 기자는 “정부 관계자도 한국 기업도 이 보고서를 직접 보여준 적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즉 세계 최대 매장량이라는 근거는 오로지 CNK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것밖에 없는 셈이다. CNK가 발표한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벨기에의 안트로프라는 다이아몬드 가공회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수 있어도 그렇게 많은 양이 묻혀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이미 아프리카 식민지 시절, 유럽의 많은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는 다이아몬드 매장지를 몽땅 뒤지고 다녔다. 그 데이터에 잡히지 않았던 카메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는 주장은 다이아몬드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헤럴드 경제
CNK 오덕균 대표.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객관적인 사실 파악보다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만 믿고 CNK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 주주가 생겨났다. 곧 카메룬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뒤늦게 외교부와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이 ‘작전’을 주도해 허위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가 동생과 측근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CNK 주식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김은석 전 대사와 측근들 막대한 수익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과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월 말 수사에 들어갔다. CNK 임직원을 비롯해 이호성 전 카메룬 대사,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 CNK 관련자를 수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CNK 오덕균 대표는 수사 직전 카메룬으로 출국해 몸통 없는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검찰은 오 대표를 송환하려고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강제소환 조치를 취했으나 오 대표는 카메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 발표도 끝내 오 대표를 수사하지 못한 채 나왔다. 오 대표는 지금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지에서 다이아몬드 채굴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다이아몬드만 확보하면 주가 조작 등 모든 혐의가 벗겨지리라 믿는 듯하다. 그는 가끔 국내 기자들을 불러 카메룬 현지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현지 기자들에 대한 언론 플레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카메룬 정부에게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할 것도 권유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산지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규정해, 반군의 자금줄이 되거나 인권 유린이 일어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협약이다. 오 대표에게는 이런 본연의 이유보다 한국에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기 위해 킴벌리 프로세스 가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2012년 8월14일 카메룬은 드디어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했고, 지난 1월 CNK는 탐사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다이아몬드 원석 약 617캐럿(킴벌리 프로세스 평가액으로 약 14만2000달러어치)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카메룬에서 광산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관리가 참여한 성대한 수출 기념식을 열면서 CNK는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는 듯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한국에 도착하면 오 대표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CNK 주가는 다시 뛰고 그간의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막판 뒤집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주식은 별로 움직임이 없었고 다이아몬드에 대한 세상의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이 다이아몬드가 카메룬에서 온 것만 증명할 뿐이다. CNK가 카메룬에서 보낸 이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그가 개발하는 광산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뉴시스
3월9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로써 카메룬 다이아몬드는 스캔들로 종결되었다. 다이아몬드 채굴은 단 몇 해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십수 년 후 CNK 오 대표가 실제로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사업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스캔들로 인해 손해 본 소액 투자자가 있는 만큼 그는 범죄를 주도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1800년대부터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며 수많은 원주민의 목숨을 희생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아프리카 독재자나 반군의 무기 자금으로 이용되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세계로 팔려나간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역사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다이아몬드로 크게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개의치 않는다. 손해 본 소액 투자자들과 세계 최대 매장량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다고 기뻐하던 카메룬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CNK의 다이아몬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종편 일자리 창출은 대국민 사기극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07일자 기사 '종편 일자리 창출은 대국민 사기극'을 퍼왔습니다.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 종편 종사자 1319명에 불과

미디어법(언론관련법) 통과로 2만1400명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결과적으로 사기에 가까웠다. 방통위가 발표한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종편 종사자 수는 1319명에 그쳤다. MBN 기존 종사자 388명을 제외하면 순증한 일자리는 931명 뿐이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2011년 말 기준)를 발표했다. 446개의 사업체에 약 3만2000명의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약 20조3000억 원, 방송사업수익은 약 11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만 일자리 창출은 없었다…종편 개국으로 일자리 창출 931명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방송산업 종사자 수는 3만24443명으로 전년 대비 8.6%, 256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방통위

지상파방송(DMB 포함) 종사자 수는 총 1만3809명으로 전년(1만3508명) 대비 2.2% 증가했다. 관리행정직과 카메라, 음향, 조명, 미술, 편집 등 제작 관련직과 연구직에서 증가했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PP) 종사자는 신규 종편PP(TV조선·JTBC·채널A·MBN)와 보도전문PP(뉴스Y), 홈쇼핑PP(홈&쇼핑) 개국으로 전년 대비 11% 상승했다. 이 가운데, 종편 종사자는 MBN 기존 종사자 포함한 1319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중계유선방송 포함)은 제작 관련직, 아나운서, 기술직 등 방송직의 감소로 1.0% 줄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2009년 1월 “방송법 개정과 방송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낙관적으로 예측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400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당시 KISDI는 방송산업 내 일자리도 4470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종편 개국으로 순증한 일자리는 고작 931명에 불과했다.

전체 광고시장 대비 방송광고시장 점유율, 66.6%->63.8% 하락세

▲ ⓒ방통위

2011년 말 국내 방송사업자 방송사업수익은 11조8567억 원으로 전년(10조 4,393억 원) 대비 13.6% 증가했다. 지상파방송이 전년 대비 7.3%, 종합유선방송 9.8%, 방송채널 19.1%, IPTV 52.4%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수익, 종합유선방송의 단말장치대여 수익과 홈쇼핑송출수수료 수익, 방송채널사용사업의 광고수익과 홈쇼핑방송매출수익 증가 등에 기인했다고 평가했다.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3조73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방송(지상파DMB 포함)이 2조 3843억 원으로 전년(2조2239억 원) 대비 7.2% 증가했으나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3.8%로 전년(66.6%) 대비 하락세를 유지했다. 반면, 방송채널사용사업은 1조2215억 원으로 전년(9862억 원) 대비 23.9% 증가했으며, 종합유선방송도 1144억 원으로 전년(1112억 원) 대비 2.9% 상승했다.

디지털 전환 앞두고 유로방송 가입자는 증가세

▲ ⓒ방통위

2011년 12월말 기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429만 명으로 전년도(2336만 명) 대비 4% 증가했다.
종합유선방송(SO) 가입자 수는 1478만 명으로 전년(1486만 명) 대비 0.5% 감소했다. 디지털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수는 419만 명으로 전년(342만 명) 대비 22.3% 증가했으며, 아날로그 가입자 수는 1059만 명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일반위성(KT Skylife) 가입자 수는 362만 명으로 저년 대비 15.4% 증가했다. 지난 8월 서비스 종료된 위성DMB 가입자는 117만 명으로 36.6%가 감소했다. 반면, IPTV 가입자 수는 489만 명으로 전년(365만 명) 대비 34.2%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아날로그 종합유선 가입자 수는 1034명(2012년 3월 말 기준)으로, 유료방송 사업자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상파·PP 프로그램 수출 18.9% 증가, 7년 연속 흑자…‘일본’ 편중은 여전

▲ ⓒ방통위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의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비용은 2조11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2% 증가했다.
지상파 방송의 제작·구매비는 1조3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자체제작비(공동제작 포함, 1.4%), 구매비(21.4%)는 감소했으나 외주제작비는 전년 대비 7.5% 상승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PP)은 CJ계열을 포함한 지상파계열PP, 티브로드계열PP, 씨앤앰계열PP의 제작이 늘어 제작·구매비가 1조8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3%나 증가했다. 지상파 방송의 제작·구매비를 넘어선 수치이다. 
방송프로그램 수출은 1억6894만 달러, 수입은 1억2792만 달러로 전년 대비 수출은 32.9%, 수입은 25.4% 증가했다.
지상파 방송의 방송프로그램 수출은 1억5807만 달러로 29% 증가, 수입은 425만 달러로 2.5%감소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의 방송프로그램 수출은 1087만 달러에 그쳤으나 수입은 1억2367만 달러를 기록해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형태를 나타냈다.
지상파 방송의 수출은 일본(59.9%)과 대만(13%) 비중이 높았으며 방송채널사용사업의 수입은 미국(89.3%)에 편중됐다.
방통위의 방송산업실태조사는 국내 방송산업의 분야별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조사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지난 5월 14일부터 10월 15일까지 446개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평화의 댐 보강 사업, 의도가 수상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9일자 기사 '"평화의 댐 보강 사업, 의도가 수상하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국토부, 근본적으로 해결 했다더니 또 혈세 투입

지난 8일 강원도 화천군 비수구미골에 위치한 평화의 댐을 찾았다. 지난해 말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평화의 댐 3차 보강 공사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춘천에서 1시간 30분 남짓. 강원도 화천군에 있는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은 아흔아홉 구비 코스가 말해 주듯 깊은 산골로 들어가는 길이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휴전선과는 직선거리로 불과 10Km 떨어져 있다.

평화의 댐 관리 사업단이 있는 댐 정상부근에는 드넓은 공간에 비해 휴일임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10여 명으로 한산했다. 상류로 내려가는 급한 길을 따라 내려가 댐을 바라봤다. 높이 125미터, 넓이 601미터짜리의 육중한 회색빛 콘크리트가 마치 하늘마저 가릴 듯한 기세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평화의 댐은 소양강댐보다 2미터 높아 국내에서 가장 큰 댐이다.

코흘리개에게도 댐 성금 강탈, 대국민 사기극

1986년 10월, 당시 전두환 정권은 북한이 높이 200미터, 저수량 200억 톤 규모의 금강산댐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의 물 폭탄', '12시간 서울 물바다', '북한의 남침 전략' 등을 주장하며 전국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부분 언론은 '금강산댐이 붕괴하면 100m의 물기둥이 수도권을 덮칠 것'이라면서, '200억 톤 방류 시 63빌딩의 절반까지 물이 찬다'는 식의 보도로 '서울 물바다 설'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평화의 댐 건설의 진짜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2001년 7월 20일 방영된 MBC 의 '200억 톤 물 폭탄의 진실 - 금강산댐'에서는 평화의 댐을 아무런 쓸모없다는 의미로 '바보댐'이라 칭하면서 "정치적 목적에 의한 5공 정권의 유물"이라 규정했다. 한편에서는 중동 건설 경기 붐이 사그라지면서 건설업체 지원을 위한 술수라는 지적도 있었다.

 
▲ 당시 언론보도 내용. ⓒ이철재

다시 1986년 당시로 돌아가 보면, 정권에 의해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은 반공의 도가니가 됐다. 금강산댐 반대 및 북 정권 규탄 집회가 전국에서 잇따라 열렸는데, 1000만 명이 참여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전두환 정권은 예정된 순서인 냥 대응 댐 계획을 밝혔다. 북한의 수공을 저지하면서 오히려 북쪽을 수몰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이름을 평화의 댐이라 했다. 정권은 평화의 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국적인 국민 모금 열풍도 만들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배고픔은 참아도 금강댐은 못 참아'라면서 사회 저소득층도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도 보도했다.

당시 거지들이 집단 시위를 했는데, 평화의 댐으로 성금이 집중되니 거지들이 적선 받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댐 건설을 위해 초등학생들까지 돈을 내야 했던 당시의 사회 단면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국민 모금으로 모인 대략 600억 등을 포함해 1500억 원으로 1987년 2월 강원도 화천군 비수구미골에 댐을 만들게 됐다. 현재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평화의 댐은 노태우 정권 시절의 5공 청문회와 김영삼 정권 시절 감사원 감사결과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금강산댐의 저수량은 200억 톤이 아니라 27억~60억 톤으로 최대치가 방류돼도 서울 마포, 용산 일부 저지대만 침수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2단계 사업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더니 또 혈세 투입

평화의 댐은 이렇게 아무런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됐다. 외신에서는 이런 평화의 댐을 두고 "불신과 낭비의 기념비적 상징물"이라 꼬집었다. 하지만 애물단지 콘크리트 댐은 또다시 혈세를 빨아들였다. 2002년 2300억 원을 들여 평화의 댐 2단계 공사가 시작돼 2005년 10월 준공됐다. 2단계 사업은 당시 북한의 임남댐(금강산댐)의 여수로(댐의 비상 상황일 때 긴급하게 물을 뺄 수 있는 수로)가 없는 상황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공사 중인 사면 일부가 유실됐다는 것을 이유로 긴급히 추진됐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이 높이 125미터 규모가 된 것이다. 북쪽의 임남댐은 이후 여수로를 만든 것이 확인됐는데, 결과적으로 불신과 낭비가 반복된 꼴이 됐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정부는 급작스레 평화의 댐 치수능력을 증대한다면서 1650억 원을 들여 보강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의 댐은 북측 사면만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데, 극한 강우가 빈번하므로 남측 석괴 부분에도 콘크리트를 덧씌우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예산 내역을 보면 △임시물막이 및 가설비 등 250억 △콘크리트 타설 1.5m 510억 원 △감세공 설치, 측면 보강, 홍수예경보 설비 등 410억 원 △부대공 및 기타 310억 원 △관리비 170억 원 (조사 설계비 65억 원 / 관리비 105억 원) 등이다.

2005년 10월 19일 2단계 완공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86년 북한 금강산발전소 착공을 계기로 이듬해 공사가 시작됐던 평화의 댐 2단계 사업이 모두 마무리됨으로써 북측 임남댐(옛 금강산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와 북한강 상류지역의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혀다. 근본적으로 방지하겠다던 사업이 7년 만에 또 다시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임남댐이 붕괴할 가능성을 고려해 보면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현재 북측의 임남댐은 저수용량 36억 톤 규모로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강이 아닌 동해로 물을 흘리고 있다.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상 낙차가 큰 동해로 보내는 것이 발전용량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질적인 전력난을 고려할 때, 댐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여수로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댐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수공을 우려하고 있다. 이 점은 정치적 관계라는 점에서 쉽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영삼 정권 시절 평화의 댐 감사에서는 임남댐에서 27억~60억 톤의 물을 모두 방류해도 서울의 일부 저지대만 침수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댐의 저수용량이 36억 톤인 상황에서 피해는 크지 않으리라 예측 가능하다. 더욱이 수력 발전용 댐은 여름철에 물을 가득 담아 둬야 연중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전력난을 겪는 북측이 대량의 물을 북한강으로 흘려보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적어 보인다.

▲ 평화의 댐. ⓒ이철재

백 년도 못사는 국토부가 1억 년 대비

정부가 밝힌 3단계 공사의 근거는 극한 강우(PMP Probable Maximum Precipitation/ 가능 최대 강우량)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남댐 붕괴와 200년 빈도의 강우로 설계된 평화의 댐은 불안하므로 1만 년 빈도로 치수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보강 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많다. 극한 강우는 2002년, 2003년 태풍 매미와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발생했는데, 그때부터 소양강댐 여수로 공사 등 기존 댐의 치수능력 증대 사업이 제기됐다. 평화의 댐 2단계 공사가 그 시점에 진행됐기 때문에 200년 빈도 설계를 1만년 빈도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것은 대형 토목 공사에서는 다반사다.

그럼에도 설계를 변경하지 않은 것은 대해 댐 설계 전문가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판단했을 것"이라 지적한다. 북쪽의 임남댐이 붕괴하는 것도 계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만 년 빈도의 강우량까지 고려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댐 붕괴 확률 (1/1만)에 1만 년 빈도 강우 확률 (1/1만)을 계산하면,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한 확률은 1/1억이 된다, 즉 1억 년에 1회 발생한 확률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백 년도 못사는 국토부가 1억 년을 고민하겠느냐"면서 국토부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국토부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3차 보강을 추진한다는 정황 근거는 더 있다. 강원도 양구방면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다 보면 댐 정상부로 가는 길과 아래쪽 터널 두 갈래 길이 있다. 이 터널은 높이 6미터, 폭 10미터, 길이 약 30~40미터에 달하는데, 1단계 공사할 때 만들어진 터널이다. 정부의 주장처럼 극한 강우와 임남댐 붕괴가 되면 엄청난 물량이 유입되는데, 만수위가 되기도 전에 터널로 물이 빠져나가게 된다. 물이 나오는호스 끝을 누르면 압력이 높아져 물살이 세지는 것처럼 터널을 통해 나오는 물의 압력은 상상을 불허해 주변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많다. 이는 터널이 평화의 댐과 이어져 있다는 점에서 댐 자체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국토부의 주장이 맞는다고 해도 1650억 원을 줄일 방안이 있지만, 이를 검토한 흔적이 없다. 댐 정상부에 파라피트(역L자형 옹벽)를 세우거나, 도수 터널을 추가로 뚫는 등의 방법은 혈세가 그리 많이 들지 않을 것이라 관련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 방법을 쓸 경우 1/5 수준으로 공사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임기 말에 갑자기 평화의 댐에 막대한 혈세를 쏟는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 평화의 댐 공사는 1단계, 2단계 공사 모두 특정 건설업체에서 진행했는데, '건설사 먹여 살리기 사업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평화의 댐의 진짜 이름은 '불신과 혈세 낭비의 댐'이다. 이런 곳에 혈세가 왜 또다시 투입되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국토부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초록정책실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