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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비상시국회의 준비모임 개최


이글은 레디앙 2012-12-26일자 기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비상시국회의 준비모임 개최'를 퍼왔습니다.

26일 오전 백기완 선생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중의 힘을 비롯한 시민사회, 종교, 정당, 법률가 등이 민주노총에 모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준비모임을 개최했다.
18대 대선이후 노동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이날 이들은 내년 1월 4일 오전 10시 2차 비상시국회를 개최해 오늘 준비모임을 비상시국회의 본조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각 단체별로 노동자 열사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늘(26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하며, 28일(금) 저녁 7시에는 서울에서 집중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1월 초 노동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 1월 18일 전후로 시민과 민중들의 의지를 모으는 시국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26일 비상시국회의 준비모임 모습(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내년 초 투쟁계획으로 1월 18일에 투쟁사업장 문제해결 촉구를 위한 인수위원회 앞 민주노총 결의대회 개최, 2월 23일 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주요 도심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최강서 열사 대책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등 지역 거점별, 전국적 계획을 확정했다.
금속노조는 1월 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문제 해결과 최강서 열사를 비롯한 4명의 열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주일도 안 돼 4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오늘 비상시국회의에 함께한 노동계와 진보민중단체, 종교계는 힘을 합하여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오는 2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이 22일 현대중공업 이운남 사내하청노조 초대 조직부장, 같은 날 서울민권연대 최경남 청년활동가, 25일 이호일 한국외대 지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여진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정당에 헌금’ 막았더니 ‘실세에 뇌물’ 터졌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4일자 기사 '‘정당에 헌금’ 막았더니 ‘실세에 뇌물’ 터졌다'를 퍼왔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친박연대 비례대표 의원직을 상실한 양정례 전 의원(위)과 모친인 김순애씨가 2009년 5월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검찰에 출석하는 서청원 대표의 인사말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토요판] 뉴스분석 왜?현영희 비례대표 공천 비리 의혹
▶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방검찰청이 지난 22일 현영희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 의원의 구속 여부는 8월30일 국회 본회의 투표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단순한 범죄일까, 구조적인 비리일까? 비례대표 공천 비리의 이면을 파헤쳐 본다.비례대표 국회의원을 15대 국회(1996~2000년)까지는 전국구(全國區) 의원이라고 했다. 일부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은 돈전자를 써서 ‘전(錢)국구’라고도 불렀다. 돈으로 의원직을 샀다는 의미다. ‘공천헌금’, ‘특별당비’라는 말을 선거 때마다 쉽게 들을 수 있었다. 2000년 2월 선거법 개정으로 전국구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둘러싼 돈 잡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비리가 터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도대체 왜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왜 옛날엔 야당에서 전국구를 팔았을까

전국구 공천헌금과 관련해 1995년 10월5일은 정치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창당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전국구 공천헌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과거에는 전국구 후보에게 특별헌금을 받아 총선을 치르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 운영경비와 선거자금을 국고에서 보조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받을 필요가 없다.”이 발언은 당시 정가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정도로 야당의 전국구 헌금은 일상화되어 있었다. 김대중 총재는 약속을 지켰을까? 다음해인 1996년 15대 4·11 총선에서 국민회의는 13명의 전국구 당선자를 냈다. 교육자 출신의 정희경,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출신의 박상규씨가 기호 1번과 2번이었다. 상위순번 후보들은 “총재님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돈을 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술렁댔다. 그러나 결국 공천헌금을 내지 않았다. 그 이전의 공천헌금 실태는 어떠했을까?전국구 의원을 직접 해 본 사람들, 당시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정치인들에게 물어보았다. 1992년 14대 3·24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국구 후보 순번을 정하면서 ‘당선 안정권’은 30억원, ‘당선 가능권’은 15억~20억원씩의 공천헌금을 받았다. 물론 당 지도부와 영입 후보들은 예외였다. 16번 이하는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돈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선거 결과 민자당이 참패하면서 민주당은 전국구 후보 22번까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16번부터 22번까지는 ‘공짜’로 배지를 달았다.앞서 1988년 13대 4·26 총선에서 야당의 전국구 당선자는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 16명,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13명,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8명이었다. 당별로, 사람별로 액수의 차이가 있지만 당선권에 든 후보들은 10억~30억원씩의 공천헌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벌들 움직여
여당에 돈줄 대주던 시절
가난한 야당선 ‘전(錢)국구 장사’
당선권 후보들에 10억~30억씩
2008년에야 돈 공천 불법화

새누리당, 현영희 사건 번지자
“단순한 개인 범죄” 불끄기
일부선 “영남 공천서도
박근혜 눈치보느라 수사 안해”

이처럼 주로 야당에서 돈을 받고 전국구 자리를 팔았던 것은 당시 정치자금 사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민정당),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총재였던 전두환, 노태우 현직 대통령이 직접 재벌로부터 수천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아서 당에 내려보냈다. 전국구 순번은 청와대에서 정했다. 여당은 전국구 장사를 할 필요가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야당엔 돈이 없었다. 기업인이 야당에 돈을 줬다가는 국세청의 세무사찰을 받던 시절이었다. 야당으로서는 선거에 쓸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구 의원 자리를 재력가들에게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야당가의 반공개적인 전국구 공천헌금 관행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공천헌금을 받은 뒤 공천이 제대로 안 되면 돈을 반드시 돌려주었다. 그래야 분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공천 신청자가 공천을 알선해 준 사람에게 많게는 10억원에서 적게는 2억~3억원까지 ‘소개료’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몇십억원씩의 돈을 내고 전국구 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였다. 첫째, 돈을 내고 국회의원이 된 뒤 그 이상의 금전적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이다. 철저한 장삿속이다. 둘째, 이왕 번 돈으로 단순히 명예를 사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경우든 돈을 주고 국회의원 자리를 샀다고 공공연히 떠들지는 않았다. 부끄러운 줄은 알았던 것이다.

서청원·양정례·김노식·문국현의 의원직 상실

8대 의원을 지냈던 ㅅ씨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40억원을 내고 민주당 전국구 상위순번을 받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당에는 18억원만 입금됐다. 중간에서 누군가 배달사고를 낸 것이다. 몇 년 뒤 ㅅ씨는 당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ㅅ씨에게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고 무마했다.마찬가지로 14대에 공천헌금 30억원과 소개료 10억원을 주고 민주당 전국구 의원이 된 ㄱ씨가 있었다. ㄱ씨는 국회의원이 되면 40억원 정도는 쉽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었다. 돈 회수는 고사하고 사업이 아예 망하는 바람에 지금은 기원에서 바둑만 두는 신세로 전락했다.1995년에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전격적으로 전국구 공천헌금 포기 선언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배경이 있었다. 야당의 자금사정이 급속히 호전되고 있었던 것이다.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정치자금법이 92년 11월, 94년 3월 두 차례 개정되면서 크게 늘기 시작했다. 92년 이전에 국고보조금은 유권자 1인당 600원씩의 ‘경상보조금’(매 4분기 분할 지급)과 300원씩의 ‘선거보조금’(전국선거가 있는 해에 추가 지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돈을 각 정당에 분배하는 것이 국고보조금이다. 두 차례의 법개정으로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계상 단가가 각각 800원씩으로 인상됐다. 전국선거가 있는 해에는 거의 두 배 가까이 국고보조금이 늘어난 것이다.당시 국민회의 자금 사정을 아는 인사는 “매달 5억~6억원이 필요했는데 1억원은 당비수입, 3억~4억원은 국고보조금, 나머지 1억~2억원은 김대중 총재가 알아서 마련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국고보조금 계상 단가는 2008년 2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소비자물가 변동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910원까지 인상됐다.그렇지만 야당의 전국구 돈 공천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국고보조금을 거의 받을 수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던 신생 정당이 늘 문제를 일으켰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민주국민당(민국당)은 강숙자씨를 전국구 1번에 배정하고 공천헌금 30억원을 받았다. 민국당은 이 돈을 지역구 출마자 기탁금과 중앙당 비용으로 전액 사용했다.2008년 2월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47조의 2’ 조항을 신설했다. 공천 대가 금품수수가 마침내 불법화한 것이다. 법원은 이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했다.2008년 18대 4·9 총선에서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는 비례대표 1번 양정례, 3번 김노식 후보에게 모두 32억1천만원을 당에 내도록 했다. 검찰은 이들을 선거법 47조의 2 위반으로 기소했다.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대여금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공천대가 금품수수로 판단했다. 세 사람은 2009년 5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나란히 의원직을 상실했다. 친박연대에서 노철래 의원은 애초 4번을 받기로 했다가 8번으로 밀렸다. 당선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였는데 ‘박풍’ 덕분에 기적적으로 당선이 됐다. 8번은 당선권 밖이라 돈을 내지 않았고 그래서 기소되지도 않았다. 노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광주에 출마해 당선됐다. 새옹지마다.그런가 하면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대가로 6억원의 당채를 저리로 발행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혐의로 2009년 10월 의원직을 잃었다.

이재영 의원이 비례 24번을 받은 경로

법원의 서슬에 놀란 탓일까? 2012년 19대 총선에서 야당의 비례대표 공천 비리는 사라졌다. 그런데 엉뚱하게 집권여당에서 사건이 터졌다.새누리당의 현영희 의원 사건은 과거 전국구 및 비례대표 공천 비리와 양상이 좀 다르다. 무엇보다 돈을 받은 주체가 정당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20일 후보선출 전당대회에서 기자들이 ‘공천헌금 파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질문하자, “당에서 받은 것이 아니므로 헌금이 아니라 개인간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이라고 사건의 성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에 공천헌금을 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혹시 비리가 있었다면 비례대표 순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세’들이 개별적으로 금품을 받은 경우라고 봐야 한다.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당선권을 대략 22번까지로 보고 매우 세심하게 관리를 했다. 대통령을 노리는 박근혜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총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권영세 전 의원이 돈을 받을 사람도 아니다. 22번 밖의 순번은 23번 현영희, 24번 이재영, 25번 신경림이었다. 24번 이재영 의원은 13대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던 도영심씨의 아들이다. 이재영 의원이 당선권 가까이에 포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도영심씨의 현 남편인 권정달 전 의원의 간곡한 민원이 있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이 조직적인 금품수수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그러나 당내엔 다른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정권실세였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몇몇 실세들이 돈을 받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했지만 정권 초기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그 주체가 친박인사들로 바뀌었을 뿐 박근혜 후보의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또다른 인사는 “집권여당 비례대표 공천은 대개 청와대에서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현영희 의원 사건 같은 것이 터져 나오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공천뿐 아니라 영남 지역구 공천에 친박실세 몇 사람이 깊숙이 개입했고 돈도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이 사실이라면 현영희 의원 사건은 대대적인 공천 비리 사건의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정당이 조직적으로 공천헌금을 챙기든, 공천위원이나 당 실세들이 뇌물성 돈을 챙기든, 국민들이 보기에는 다 비슷한 공천 비리다. 정당의 공천 비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 차원에서 찾는 것이 빠를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권이 있으면 돈이 몰린다. 부당한 이권이 사라지면 이를 대가로 오가는 금품도 자연히 사라진다. 정치의 영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현직 대통령이 재벌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고, 야당은 전국구 공천 장사를 하던 1990년대까지, 공무원 세계에는 상급자에게 승진청탁 뇌물을 주던 관행이 남아 있었다. 민간영역의 부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원청업체 임직원은 하청업체의 금품과 향응 제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청렴도는 올라가고 있다.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장사는 거의 사라졌다. 정치인들이 개별적으로 저지르는 공천 비리 정도가 잔재로 남아 있다. 언젠가는 그 잔재도 사라져야 한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엉뚱한 데 '총'쏘는 어이없는 조선 사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4-18일자 기사 '엉뚱한 데 '총'쏘는 어이없는 조선 사설'을 퍼왔습니다.
[비평]인종차별 트윗에 정당이 논평내야 한다고?

▲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

정치적 의도야 어찌됐든 요 며칠간 조선일보가 다문화사회를 ‘홍보’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공익에 부합할 수 있다. 그리고 이자스민씨를 인종주의로 비판하는 여론을 사실상 보수언론이 날조했다 보는 시각이 있으나, 정확하게는 그것이 트위터란 특정 매체의 ‘대세’였단 부분이 과장 및 날조였을 뿐이다. 그런 여론이 존재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고 평소 스스로를 ‘진보’라 말하던 야권지지자들 중에 그런 이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어제 오늘 존재했던 것도 아니며, 그런 분위기는 트위터란 특정한 매체를 넘어 웹 전반과 오프라인에 하나의 정치적(?) 견해로 실존한다. 이자스민씨 관련 논란에서 그런 사회 분위기를 성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리고 특히 반새누리당 성향의 시민들은 야권지지자들이 말하는 ‘진보’의 성격이 무엇인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 는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 이 사설은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핵심적인 부분만 짚자면 이자스민씨에 대한 웹의 비난에 대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당 차원의 논평을 통해 진정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변태적인 논법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암적 정서는 이주노동자 혐오 정서만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인터넷엔 아직도 호남인과는 같이 살 수 없으며 전두환이 광주에서 학살을 했단 이유로 찬양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도 웹 전반과 오프라인에 하나의 정치적(?) 견해로 실존한다. 만약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그런 웹의 조류에 대한 특집기사를 몇 번 쓰고 새누리당에 사과나 해명을 요구한다면 조선일보는 수용할 수 있는가?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모든 정치적 주장에 이성적 코멘트를 덧붙이고자 하는 기자의 합리주의 정신의 한계를 침해한다. 그리하여 기자는 비평의 한계를 문학의 정신으로 돌파하여 해당 사설의 전문을 패러디하기로 한다.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은 부디 그들에게 돌아온 ‘생떼’를 보며 인생을 반성할 일이다.
농설 : 國家 팔던 보수, 호남인 향한 돌팔매 그냥 보고 있나
2천년대 중반 이후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민을 비하하는 험담이 인터넷에 흘러다녔다. “홍어들은 뒷통수를 잘 친다” “홍어X과 결혼하면 살해당한다”는 상식 이하의 저질 비난과 호남인들이 ‘청일전쟁과 6.25 전쟁에 책임이 있다’ '광주폭동은 북괴의 사주로 발생했다'는 식의 날조된 중상모략이 나돌았다. 독버섯 같은 누리꾼들이 익명(匿名)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뱉어내는 더러운 말들은 그들의 입만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공기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호남 지역민이나 호남 출신 부모를 둔 젊은이들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세금을 내며 국방의무를 지닌 시민들이다. 현재 호남 지역 인구는 520만 정도이며 지체된 산업화로 일찍 고향을 떠난 다수가 각 지역에 편재되어 있다. 수도권의 호남 출신 인구도 800만에 이른다. 그들이 낳은 사랑하는 아들 수 만명이 지금 이 순간 군에 복무하며 휴전선을 지키고 있다. '디시'와 '일베'의 귀퉁이에 숨어 이런 모범 시민들 등에 저주의 칼을 꽂는 비겁한 누리꾼들 가운데 병역의 의무를 다한 인간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대한민국이 신분의 차별이 없는 민주국가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못난 인간들은 엄연히 같은 국적을 가진 특정지역 주민들을 향해 돌팔매를 서슴지 않는다. 세계 어디서나 보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내국인을 보호하고 국가 통합에 앞장선다. 그게 보수의 윤리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보수는 이런 보수의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호남인들에게 더러운 돌팔매가 날아오는데도 보수적 인사가 나서 몸으로 돌팔매를 막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조갑제 정도만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괴의 사주로 모는 인터넷 여론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개인 글을 올렸을 뿐 지금까지 당 차원에선 논평조차 내지 않고 있다. 정론지를 자부하는 조선일보는 자사 인터넷 댓글란에 반호남 인종주의자들이 난동을 부려도 삭제조차 하지 않는다. 상당수 여당 지지자들이 못난 인간들의 못난 짓에 가세하고 있는 판이다.
새누리당 강령은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 하고, 자유선진당 강령은 ‘자유와 개방 그리고 자발적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창당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시엔 ‘정의옹호’와 ‘불편부당’이 들어 있다. 두 당과 조선일보는 호남인들은 주로 민주통합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국민도 아니고 정의옹호의 대상에서도 예외(例外)라고 여기는 걸까.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 박창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6일자 기사 '[아침 햇발 ] 국방장관의 정치개입 혐의 '을 퍼왔습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장병들한테비판적인 언론을 차단하는 것은군인복무규율에도 어긋난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독일의 군인은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게 허용된다. 군인은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연방 하원의원, 주 의원, 유럽의회 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활동은 근무시간 중에 할 수 없고 자유시간에 해야 한다. 군인이 정치 집회나 행사에 제복을 입고 참가해서는 안 된다. 상관은 하급자의 정치적 견해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독일에서 군인의 지위를 규정한 군인법의 주요 내용이다. 이 법은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이해한다. 군인이 제복을 입었더라도 시민과 동일한 공민권을 지닌다는 뜻이다. 군사적 직무 때문에 불가피하게 권리를 제약하려면 그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별 장병의 시민적 기본권을 보장하되, 군이 집단으로서 부당하게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제도다.
이런 개념은 유럽 여러 나라에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독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전쟁을 도발한 나치스 군대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군대를 개혁하고자 제도를 좀더 정교하게 연구했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와 군의 선거개입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나라의 발전이 정체된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날카롭게 경계해야 마땅하다.
얼마 전 일부 군부대에서 ‘나는 꼼수다’ 등 10개 안팎의 앱과 사이트를 ‘정부 비방’ 또는 ‘종북’으로 규정하고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비방이니 종북이니를 군이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것부터가 온당하지 않다. 그런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특정 앱에서 국군 통수권자나 정부를 비난하거나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정신전력 훼손 여지가 많아 해당 지휘관 조치는 타당했다”며 이 행동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나꼼수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다. 세상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와 우호적인 매체가 두루 있다. 군 지침대로라면 장병들은 비판적인 매체는 빼고 우호적인 매체에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장병들의 눈과 귀를 어느 한쪽으로만 유도하려는 이유가 뭔가? 장병들이 교양과 지식을 고루 얻지 못해 무식해지도록 만들자는 건가? 특히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결국은 장병들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야당이 아니라 여당 후보한테 투표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군인은 군인복무규율을 따르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은 18조 4항에서 ‘각종 투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도록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군 지휘부의 움직임은 군인복무규율 위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부당한 정치개입이며,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벗어난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1992년 4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는 군이 같은 해 3월24일 치러진 총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내비치는 ‘건강한 부대 관리’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 문서는 총선 기간인 3월10일부터 24일까지 병사들의 동요를 방지한다는 목표 아래 텔레비전 저녁뉴스 시청을 통제하도록 했다. 대신에 전우신문 윤독회, 정훈 비디오 상영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당시 육군 보병소대장인 이지문 중위는 “여당이 지지를 받아 정치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정신교육이 부대별로 실시됐다고 폭로했다. 그때 일은 그때 일이고 군의 정치개입은 더이상 없을 줄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총선 이후 구성될 19대 국회는 이 사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군 지휘부의 일탈 행위를 밝혀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이 글을 통해 김관진 장관의 정치개입 혐의를 고발해둔다.

박창식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cspcs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