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0일자 기사 '자격 미달 김병관 임명 강행으로 ‘청문회 무력화’하나'를 퍼왔습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그의 장관 취임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검증 과정에서 허다한 하자가 발견됐지만 박 대통령은 “매우 위중한 안보 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의 임명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인사청문회가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후보자에겐 청문회 과정에서 30가지가 넘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0년 6월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국회 검증대에 선 고위공직자 중 그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된 인물은 흔치 않다. 부동산 투기와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증여세 미납, 무기 중개업체 근무 등 의혹도 다방면에 걸쳐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사실로 확인됐다. 도덕성으로는 자격 미달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청렴하게 살았다” “(장관을 사퇴할 만큼) 잘못한 게 없다”고 답변했다. 부동산 투기에 “딱 2개 성공했다”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인식을 드러냈다.
쏟아진 의혹으로 인사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이튿날인 9일 오전 3시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김 후보자를 위해 여당 의원들에게 청탁용 질문지를 나눠주며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후보자 임명 여부는 단순히 장관 1명의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전체가 이 사안으로 시험대에 올라 있다. 군 내부에서조차 신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인물로는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도 지난 8일 국군장교 합동임관식 축사에서 “국가가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진정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고, 국민들 애국심”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 임명은 국민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역행할 수 있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김 후보자 임명에 법적 문제는 없다”며 “시기는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임명설이 나온다.
김 후보자 임명 여부는 박 대통령의 인사를 평가하는 시금석이다. 쓰고 싶은 사람은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불통 리더십’을 각인시킬 수 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청문회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된다, 안된다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문회를 통과의례로 여기고 국회를 무시하는 인식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에 정국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