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빅 브라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빅 브라더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2월 7일 목요일

1984년을 살아가는 2013년 한국사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07일자기사 '1984년을 살아가는 2013년 한국사회'를 퍼왔습니다.
[법으로 본 미디어]이마트 사찰이 보여주는 '빅 브라더' 문제

▲ 지난달 16일 민주통합당 장하나, 노웅래 의원과 전수찬 이마트 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마트 직원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영국과 남북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오세아니아국의 런던에 살고 있었다. 오세아니아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 국가로 그곳의 통치자는 ‘빅 브라더’라는 독재자이다. 빅 브라더는 모든 주민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생활하는 방에 ‘텔레스크린’ 설치하여 주민을 감시한다.
윈스턴은 가게 진열장에 놓인 공책에 매료되어 공책을 구입한다. 그리고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피해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일을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윈스턴은 때때로 빅 브라더에 반역적인 말을 적곤 했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윈스턴은 어느 날 국가의 거짓과 죄악을 폭로한 책을 읽고 있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그리곤 윈스턴이 가장 두려워하는 쥐를 이용한 고문을 받은 뒤 석방된다. 석방 후 윈스턴의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그런데 텔레스크린에 의해 감시받는 사회! ‘이 소설 속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만은 아니구나’ 라고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일요일 오전에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는 개인 정보를 담은 칩으로서 인체에 이식할 수 있는 ‘베리칩(Verichip)’이 소개되었는데 내용이 꽤 충격적이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칩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 9.11 테러 사건을 계기로 개인의 사생활 보호보다 안전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베리칩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개인 정보가 들어 있는 베리칩을 인체에 이식하게 되면 자신의 신원을 쉽고 빠르게 증명할 수 있고, 금융정보 또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베리칩을 이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국 정부가 베리칩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민단체들에 의하면 베리칩 이식의 최종적인 목표는 미국 정부가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빅브라더 시대’를 열기 위해서이고 미국 정부는 베리칩을 이식받은 사람들의 생명까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빅 브라더의 감시가 존재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6위(2011년 기준) 수준, 최근에는 답보상태이나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과 IT산업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광고, 상거래, 금융 등 많은 활동들이 편리하게 이루어지고, 등기부, 토지대장, 가족관계증명서 등 우리나라 행정기관의 공문서 대부분이 전산화되어 전국 어디서나 쉽게 공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심지어 서울에서는 일부 지하철역에 무인발급기가 설치되어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편리함의 대명사였던 인터넷과 컴퓨터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가 해킹되어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가 하면, 회원 가입을 위해 수집했던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함부로 제3자에게 팔아넘기기 일쑤다. 그리고 이렇게 불법적으로 획득한 개인정보는 다시 보이스 피싱과 같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3월 29일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하여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 등에 관하여 규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에 함부로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를 모두 처벌하고 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그러나 위 법률은 그다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이전인 2008년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2년 7월에도 KT 휴대전화 가입자 87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건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달라져야 함은 물론 개인정보 수집 방법에도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 출생지, 성별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각종 회원 가입이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사회보장번호가 있으나 쉽게 알아낼 수 없는 번호이고 회원 가입이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회보장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는 없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는 다양한 형태로 전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찍는 열손가락의 지문은 국가에 의해 전산화 되어 관리되고 있다. 매일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찍는 신용카드는 내가 언제 어디에 갔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내가 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의 내용은 내 핸드폰에서 삭제해도 복원이 가능하다. 내가 타인과 나눴던 휴대전화는 기지국 확인을 통해 내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말해 준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된 길거리의 CCTV 또한 매일 나를 지켜보고 있다.
한마디로 나에 관한 개인정보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 수집·관리·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6월 MBC PD수첩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한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 이마트가 이마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이마트 노조원들을 밀착 감시하고 노조원이 퇴사한 이후에도 동향 파악해 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 권력뿐만 아니라 사기업체에서 조차 공공연히 개인을 감시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의 오세아니아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사회에 빅 브라더의 텔레스크린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성춘일 / 합동법률사무소 여송  |  mediaus@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