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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박근혜가 ‘바뀌네’…경제민주화 ‘한 발 뒤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18일자 기사 '박근혜가 ‘바뀌네’…경제민주화 ‘한 발 뒤로’'를 퍼왔습니다.
용두사미로 끝난 ‘박근혜식’ 경제민주화…“재벌에 백기투항”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6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 등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내놓았던 공약은 제외됐고, 방점은 ‘공정경쟁’과 ‘규제’에 찍혔다. 시민단체와 야당들은 “재벌에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5대분야 35개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했다.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원칙’으로 △경제 약자에 도움이 되는 경제민주화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 △대기업집단의 장점은 살리고 시장지배력 남용은 규제 등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지금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모든 경제주체들이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그들이 스스로 변화의 축을 이루어 조화롭게 함께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6일 당사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황진환 기자

용두사미로 끝난 ‘박근혜식’ 경제민주화 

그러나 이날 발표된 경제민주화 정책은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제안했던 재벌개혁 정책 대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누리당이 강력한 재벌개혁 정책을 쏟아내며 경제민주화 이슈를 주도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나 ‘대규모기업집단법 제정’, ‘지분조정명령제’, ‘계열사 편입 심사제’ 등의 정책을 제외시켰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듯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국민경제에 불필요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원칙에 따라 몇 가지 사항은 이번 정책발표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먼저 기존 순환출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정책이 제외된 것에 대해 박 후보는 “우리 기업이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고, 지금 어려운 시점에 합법적으로 인정되던 과거의 의결권까지 제한한다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과거의 것은 인정하되, 새로운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것이 지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외국자본 위협론은 재벌들이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제시하는 논거일 뿐”이라며 “더구나 새누리당 내부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은 기존의 순환출자를 직접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권만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박 후보는 그조차도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 김한기 팀장도 1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이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행사) 금지”라며 “재벌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경제민주화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외국계 기업에 의한 적대적 M&A는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이걸 그대로 얘기하는 걸 보면 재벌 기득권을 인정하는 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대규모기업집단법에 대해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고 현행 법체계와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점을 제외 이유로 댔다. 박 후보는 “집단법에 포함될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개별법에 실효성 있게 반영하고 집단법 제정 논의는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분조정명령제’나 ‘계열사 편입 심사제’가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은 ‘경제민주화 2호 법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계열사에 대한 주식 처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는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신규 편입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6일 당사에서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CBS 노컷뉴스=황진환 기자

‘공정경쟁’ 강화에 방점…실효성엔 의문

반면 박 후보는 ‘공정경쟁’에 대한 부분은 기존에 나온 안을 대부분 정책에 반영시켰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먼저 박 후보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납품단가 협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던 불공정행위 고발권을 중소기업청장이나 감사원장 등에게도 주겠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세부적으로 할 건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며 “선언적 의미 만으로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법안으로 다 발의가 되어 있는 사안들”이라며 “지금 발의된 것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진정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들이 보기에는 다 립서비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만 해도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달라진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는 기술유용에 대해서만 하게 되어 있는데 중앙위의 요구대로 하도급법 상에서 금지하는 12가지 행위 모두에 대해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감액한 것에 대해서만 하겠다는 식으로 아주 제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기 팀장은 “선언적으로 제안할 수는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방안들은 나와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 팀장은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을 제시해야 실현의지가 있다고 보여지는 것”이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드러내면서 그걸 무마시키기 위한 생색내기용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금산분리 강화…잘 될까

한편 박 후보는 재벌 총수 일가의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일감몰아주기’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처벌 수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박 후보 측은 각각 “부당내부거래의 요건에서 현저성과 부당성 규정을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입법”하고 “회사기회를 유용한 자 뿐만 아니라 이를 지시한 자도 포함해 총수 일가에 대한 실질적 제재(과징금, 벌금) 부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 역시 구체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 ⓒ새누리당

금산분리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박 후보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 중인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금산분리와 관련한 최소한의 개혁 요구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완화된 금산분리 규제를 2009년 법 개전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박 후보는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취득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한도를 제시하지 않았고,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소유 금지와 PEF의 비금융주력자 요건 강화는 정책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법 개정 이전 상태로 금산분리 규제를 회복시키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6월 30일 토요일

이명박 정부, ‘이완용 코스프레’ 잠시 보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29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 ‘이완용 코스프레’ 잠시 보류?'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이완용 코스프레’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29일 오후 4시로 예정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일단 연기했다. 일본에 민감한 한반도 군사정보를 내주려던 계획을 당분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성난 민심을 확인하고 백기투항을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론을 단언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야의 요구에 따라 서명 전에 국회에 먼저 설명하기로 했다”며 “7월 2일 국회 개원이 합의됐으므로, 국회와 협의한 후 협정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국회를 상대로 한 설명 과정을 거친 이후 군사협정 서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백기투항과는 거리가 있는 선택이다. 물론 여론의 대세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다시 ‘민심에 반기’를 들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독도’ 논란까지 번질 정도로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독도향우회는 29일 성명에서 “군사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독도 근해가 한·일의 군사적 기지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다.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 근해에 일본 군함이 북한의 정보수집 명분으로 왕래할 것은 자명하다. 일본은 북한정보를 핑계로 독도수호에 대한 우리 군의 정보만 훔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박 대통령. ©CBS노컷뉴스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선택에 대한 우려 여론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왜 무리수를 둬 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을 행동을, 일본 정부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국민의 눈을 피해 추진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안보전선의 전략에 부응하는 행동, 이를 위해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대선을 6개월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여론이 싫어할 행위를 정부에서 추진한 것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는 충분하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으로 ‘제2의 이완용’이라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그러한 위험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정부는 협정이 비밀리에 국민 몰래 추진되어진 이유와 처리 과정의 문제점을 국민들께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면서 “제1야당을 대상으로 거짓말과 기만을 일삼아온 국방부, 외교통상부에 대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오늘로 국회가 개원한 만큼 외통위와 국방위를 통해서 책임 추궁에 힘을 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갈지자 행보로 입방아에 올랐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의 선택을 변론하는 논평을 발표해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7일 논평에서 “지금 세계는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 또는 국가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하고 있다. 경제문제든, 군사문제든, 나홀로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또는 테러집단의 테러활동 등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필요한 경우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대변인 논평은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고, 여당 의원들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여권의 기류도 흔들렸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9일 국회 정론관을 방문해 “국민 사이에 반대하는 정서가 있는데다, 절차상 급하게 서둘러 체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6월 29일 국회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했고, 7월 2일 19대 국회 본회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핫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여야 쪽에서 모두 비판과 우려를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다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관전 포인트다.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29일 부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위안부 문제, 역사 문제를 재대로 청산 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독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일본하고 군사협력 강화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판단이 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절차도 문제다. 이런 중요한 문제는 국민 여론 충분히 수렴해야 하는데, 국민들께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비밀스럽게 국무회의서 통과시켰다. 절차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28일 성명을 통해 “일본과의 군사협력 추진은 남북한 대화와 동북아 평화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내거는 목적과 달리 국가 안보에 오히려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서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직도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하지 않고 있는 때 한일 양국간 군사 협력은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