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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0일 수요일

[김상조의 경제시평]‘노회찬 사면 청원’ 삼성이 결자해지하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9일자 기사 '[김상조의 경제시평]‘노회찬 사면 청원’ 삼성이 결자해지하라'를 퍼왔습니다.

지난 15일 어느 포럼 행사에서 노회찬 ‘전 의원’을 만났다. 이른바 삼성 X파일의 떡값검사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날이었다. 오래전에 기획된 이 행사에 그는 의연한 모습으로 참여해 예정된 일정을 다 소화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짧은 악수로 그의 순탄치 않을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빌었다.

이 글에서 통신비밀보호법 및 대법원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내 생각을 남에게 말할 만큼 잘 알고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 선고 직후부터 조국 서울대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노회찬 전 의원 특별사면 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어렵다. 대의에 찬성하느냐와는 별개로, 특별사면 청원이라는 방법론과 그 시점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다양한 이견들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X파일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아쉬웠던 대목들을 돌이켜보면서, 이제 사법부의 판단 차원을 넘어버린 이 사건을 누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X파일 사건의 역설적 피해자로, 노회찬 전 의원 외에도, 이상호 MBC ‘해직기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상호 기자가 해직된 표면적 이유는 X파일 사건과 무관하나, 지금 MBC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 결코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권력의 문제에 침묵하는 언론은 결국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마저 상실하게 됨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닌가 한다.

또한, ‘X파일 사건의 본질은 도청이지 그 안에 담긴 정경유착이 아니’라면서, ‘정경유착 등 포괄적 문제는 구조적 원인을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우리 사회가 무슨 역사적 교훈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기억을 불식할 반성과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모두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이라며 비자금의 원천과 사용처를 덮어버린 삼성특검의 부실수사 역시 최근 삼성가 형제들 간의 분쟁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더구나 떡값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은 무혐의 처분하고 그 사실을 폭로한 사람만 기소한 검사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등장한 현실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법치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회의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X파일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법부의 판단 절차는 끝났으되, 진상규명·책임추궁·피해보상·재발방지의 결론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1997년에 일어났고 2005년에 폭로된 이 사건에 대해 우리는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역시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삼성이 먼저, 이건희 회장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물론 삼성은 2006년 2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X파일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8000억원을 헌납했다. 또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인 2008년 4월에는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삼성의 엄청난 착각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밀실에서 정치권과 사법부를 농락하던 과거의 삼성이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건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변화의 증거를 느낄 수 없다면, X파일 사건은 끝날 수 없다.

경제 관련 시민단체의 책임자로서 나는 기업의 임원들을 자주 만나고, 그중에는 삼성의 임원들도 있다. 최근 들어 삼성이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반도체공장 백혈병 문제나 태안반도 기름유출 문제 등에서, 비록 더딘 속도이기는 하지만, 삼성이 피해 당사자들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 그 단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을 법적 차원에서만 따지던 경직된 틀을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은둔의 제왕’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리더십 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월 삼성전자 정기주총에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의외이겠지만, 3세 승계에 대한 우려보다도, 리더십 교체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 삼성이 보다 열린 조직문화로 전환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가 계속되는 한 삼성의 변화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증거로, 삼성이 노회찬 전 의원의 사면을 청원할 것을 기대한다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까. 어쨌든 이 정도는 돼야 삼성의 변화를 인정할 수 있겠다.

김상조 |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사설]이해찬·박지원, ‘담합 분란’ 결자해지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9일자 사설 '[사설]이해찬·박지원, ‘담합 분란’ 결자해지해야'를 퍼왔습니다.
‘이해찬-당대표, 박지원-원내대표’라는 ‘담합’을 둘러싼 민주통합당의 분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담합을 추인했다고 주장한 원탁회의 인사들이 이를 부인하면서 이번 기회에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방치하다간 야권의 고비마다 역할을 해온 원탁회의의 위상 추락은 물론이고 당대표나 대선후보 선출도 그 파장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짙다. 두 사람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당의 엄정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의 좌장 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특히 “원탁회의가 당내 일에 월권한 것으로 비쳐 당황스럽다”면서 “(그런 제안은) 원탁회의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원탁회의 측이 자신들의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낸 것과 맥이 닿는다. 이 와중에 박 최고위원은 ‘절차적 하자’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자신의 출마를 사과했으나 이 전 총리는 그것조차 없다. 누군가 원탁회의를 제 입맛대로 가공했을 공산이 커진 만큼 담합의 실체 규명이 우선적 과제로 부상한 셈이다.

백 교수의 지적처럼 원탁회의가 월권을 하면 그때부터 기능과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발족한 원탁회의가 야권 내에서 나름대로 그들의 공간을 확보한 것은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공평무사함, 오늘을 발판 삼아 내일을 설계하겠다는 역사인식을 잃지 않은 데 힘입은 바 크다. 하물며 잠재적 대선후보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직간접적으로 담합에 연루됐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두 사람의 합의에 대해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던 문 이사장이 “이상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발짝 물러선 것도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헤아린 결과로 읽힌다.

두 사람은 ‘담합’의 실체를 고백하고, 무효를 선언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담합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당대표를 뽑는 6월의 전당대회나 대선후보 선출도 그 파장과 후유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성원의 총의를 물어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가 조직을 이끄는 힘을 키우도록 함께 노력하는 게 민주적 리더십의 토대다. 그런 민주적 리더십은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한번 구축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 당이 맞고 있는 시련을 극복할 방법은 결자해지(結者解之)밖에 없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명심하기 바란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및 인사, 결자해지해야


이글은 대자보 2012-02-05일자 기사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및 인사, 결자해지해야'를 퍼왔습니다.
[시론] 파탄난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임기말에 반성도 개선도 전혀없어


▲ MBC노조파업 © 언론노조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언론운동시민단체 진영의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10월 말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승리에 이어, 현재 진행형인 BBK발언 관련 ‘나는 꼼수다’의 정봉주 전의원 구속으로 비판 여론이 일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행해졌던 검찰 동원 강제 임기 하차 정연주 KBS 전사장의 무죄 판결, 한명숙 전국무총리의 뇌물수수 무죄 판결 등이 잇달았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여기에다 임기 1년여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와 영부인과 가까운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비리에 구속되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한몫 작용한 듯하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최시중 전방통위원장이 양아들로 알려진 한 참모의 금품 비리 등으로 중도하차했고, 또 다른 비리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시민사회언론단체들에 의해 최 전위원장은 고발까지 된 상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면서 현 정권의 실세로 지낸 이상득 의원도 비리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당 대통령 후보를 500만표 이상 뿌리치고 화려하게 등장한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의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임기 중 이명박 정부 일어난 언론사 및 문화부처 관련 인사는 무레함 그 자체엿다. 검찰을 동원해 KBS사장을 자르고, 문화관광부 소관 각종 위원회는 전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위원장의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쫒아 내다시피했다. YTN사장 낙하산 인사, KBS사장 낙하산 인사, MBC 엄기영 사장 낙마와 방문진 이사 교체 과정, 종편 선정, 미디어렙 등 수많은 언론 관련 정책 및 인사는 상식을 초월한 일이 비일비재했다. 


▲ 나꼼수 © 나꼼수

그럼 당시 언론은 뭘 했을까.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축소했고, KBS, MBC, SBS 등 방송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본질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인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는 탓인지 보수 언론까지 정권의 비리 의혹 기사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와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키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청와대 실세로 불리던 이상득, 최시중, 이재오 등의 총선 배제 움직임이 싹트고 있고, 당명까지 공모해 새누리당으로 바꾸었다. 과거 한나라당의 구태 정치를 새롭게 일신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비대위는 이명박 정부의 대결 위주의 대북정책을 바꿔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갈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유연하게 바뀌고 있는 모습이지만 청와대와 통일부는 '대결위주의 대북정책' 고수하며, 꼼작도 하지 않고 있다. 당의 정책이 바뀌면 검토를 하거나 고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아직 묵묵부답이다. 

연일 언론운동시민단체들은 나꼼수 정봉주 전의원의 석방과 MB 멘토 최시중 전방통위원장 구속을, 파업 중인 MBC노조는 공정방송과 불공정방송 책임자 김재철 사장 퇴진을, 부산일보노조는 민주적 사장 부임과 정수장학회 반환을,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언론본부는 남북의 긴장완화를 위한 평화적 교류와 남북 언론인 교류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결자해지한 해법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