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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9일 금요일

"전력난 우려? 영광주민 생명 담보로 걸 텐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08일자 기사 '"전력난 우려? 영광주민 생명 담보로 걸 텐가"'를 퍼왔습니다.
[이털남 217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영광주민 이하영씨

영광 원전 5·6호기에 그동안 품질보증서가 위조된 품질 미달의 부품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 가동이 전격 중단됐다. 이로 인해 영광 주민들은 또다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물론 올 겨울 심각한 전력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광 주민들은 12일 영광원전 범국민대책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고, 지식경제부(지경부)·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관련 당국에서는 자체 진상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경부·한수원 신뢰 잃어... 원자력 발전체계 재검토돼야"

▲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명다한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의 재가동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환경운동연합의 양이원영 탈핵에너지 국장은 8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원전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품질 검증서를 첨부해서 납품해야 하는데 퓨즈·다이오드 등 소모품들의 검증서가 위조돼 납품이 진행된 것"이라며 "이 소모품들이 복잡하지는 않지만 제어 계통에 쓰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이 국장은 "지경부 장관은 '격납 건물 안에 있는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지만 그 안의 기계들을 제어하는 부품이 바깥에 있는데 부품이 제어가 안 되는 것을 상상해보면 과연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양이 국장은 "이번 조사는 경쟁 업체에서의 제보에 따라 일부 부품만 조사한 것"이라며 "그 업체가 여기에만 납품을 했을 리도 없고 다른 부품들도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 위조 부품이 나온 이상 전수 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올해 들어 영광을 비롯해 월성·신고리 등 다른 원전에서도 고장 사고가 잦아 국민들의 우려를 사곤 했다. 그간 있었던 고장의 원인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이 국장은 "지경부는 없다고 발표했으나 관련해서 자료를 더 공개하고 어느 부품이 어떤 고장을 일으켰는지 발표해야 한다"며 "그간 지경부나 한수원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그런 말들은 믿을 수 없다,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의 원전 관련 자료 공개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덧붙여 양이 국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 위조만이 원전에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현재 수명이 다해 사고 위험이 높은 원자력 발전 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이 국장은 "사실 수명의 핵심은 격납 건물 안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의 문제고, 또 배관시설이 파열돼 냉각수가 유출되는 문제도 매우 위험하다"며 "수명이 오래되면 원자로의 20cm 두께 강철 용기가 상온에서도 유리처럼 깨질 수 있으므로 사실상 원자로의 수명이 원전의 수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조 부품 몇 가지를 정상 부품으로 수급하더라도 현재 원전의 위험성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원자력 관계자-주민 함께하는 공동 조사단 필요"

(이털남) 진행 중 전화 인터뷰를 한 영광주민 이하영씨는 "올해만 해도 원전 관련해 마약복용·뇌물수수·짝퉁 부품 품질보증서 위조 등 초대형 부실 문제가 터져 어이가 없다"며 주민으로서 '이골이 났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씨는 "지금 주민들이 범국민 대책위원회를 꾸려서 관철하고자 하는 요구는 전면 조사며 이를 위해서는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관련 당국 가운데 하나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건만 하더라도 10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다"며 "지난 10월 22일 저희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방문해 '부품 불량에 문제가 있고 고장이 18건이나 있었으니 가동을 중단하자'고 했을 때도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다가 불과 열흘 만에 본인들이 직접 가동 정지하겠다고 나섰으니 이들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씨는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직무 태만을 한 셈이므로 조사 주체가 될 수 없다, 지경부 등 소위 원자력 관계자들이 주민들과 공동으로 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며 민관 공동조사단 구성을 촉구했다.

이 씨는 "(당국에서)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된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이 부실 덩어리 발전소를 계속 돌린다는 것은 영광군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비상발전기를 돌리는 등 안전을 우선으로 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찬웅(jinmandu)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쑥대밭 마을... 날만 새면 미친듯이 철탑으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04일자 기사 '"쑥대밭 마을... 날만 새면 미친듯이 철탑으로"'를 ㅓ왔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⑥] 밀양 송전탑 반대하는 30장 탄원서에 담긴 노인들의 절규

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이응인

"제 나이 26살에 이곳에 터를 잡고 한평생 자식 6남매 낳고 온 식구 배고파 가면서 손바닥만한 땅을 평생 일구어 이제 늘그막에 영감 할멈 마음 편히 살아보려 했는데, 난데없이 고압 철탑이 웬말입니까. 나는 피땀 흘려 가꾼 이 논밭과 우리 목숨을 이 철탑과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를 죽이고 철탑을 세울 겁니까.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만약에 이 늙은이의 뜻이 받아들여진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 길 밖에 없습니다. 지금 남편은 병이 들어 어디로 가서 살 데도 없습니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고 옛날처럼 밭에 채소 일구면서 지금 이대로만 살게 해 주세요. 이 늙은이를 살려 주세요. 부탁하옵나이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 사는 구화자 할머니가 쓴 탄원서다. 초고압 송전철탑이 들어서면 "죽는 길 밖에 없다"며 "지금 이대로만 살게 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밀양시 산외, 부북, 상동, 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구화자 할머니의 탄원서. ⓒ 윤성효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간에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다. 우선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부터 진행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될 경우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전자파로 인해 동식물과 사람까지 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송전탑 건설 이야기가 나온 7년 전부터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매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

주민들은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분신자살했으며, 지금은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싸우고 있다.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움막과 천막을 설치해 놓은 현장은 9곳이나 된다. 주민들은 밤낮으로 교대로 보초를 서다시피 해왔다.

한국전력은 송전탑 건설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송전탑 건설 부지 수용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한국전력과 주민대표들이 10월말부터 대화를 진행하면서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두 차례 '사전 실무회의'가 열렸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대책위, 법원에 낼 주민 탄원서 받아

765kv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자필로 탄원서를 썼다. 모두 30장 정도다. 이 탄원서는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가 법원에 낼 목적으로 받아둔 것.

탄원서에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자필로 쓴 이 탄원서들은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의사 전달은 충분하다. 어르신들은 탄원서에 주소와 이름을 적은 뒤, 붉은색 손도장을 찍어 놓았다.

탄원서에 한결같이 나오는 문구는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 그들은 이곳에서 살다가 죽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치 유서와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 대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주민대표들이 지난 10월 30일 열린 '실무회의' 때 한국전력 측에 고소고발 취하를 재차 요구했지만, 법적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국전력측은 한 달 소득이 50만원도 안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손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손배를 왜 걸었을까 생각해보면 겁박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대해 이계삼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말을 써놓았다. 오직 이대로 살다가 죽게 해 달라는 것이다"며 "탄원서를 읽어 보면 가슴이 뭉클한 내용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어르신들이 쓴 일부 탄원서의 내용이다.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구덕순씨의 탄원서. ⓒ 윤성효

"철탑 공사를 강행한다면 한 목숨을 바쳐 막을 것이다. 한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농민으로서 고향 산천을 지키려는 서민의 마음을 제발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진해권).

"철탑 때문에 땅이 매매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지가는 터무니없이 내려가서 제가 땅 매입시보다 막대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부디 철탑이 서지 못하도록 하여 주십시오"(김서백).

"17살에 시집 와서 80평생 농사지으면서 자기(자식) 낳고 살고 있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조상님한테 죄가 되는 짓 같아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 땅 우리가 지키는 것이 죄가 됩니까. 도와 주십시오"(손희경).

"우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움막에서 밤을 새우며 송전탑을 막는 것은 우리의 자손들이 행복한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난 불 살고 죽을 겁니다"(박순연).

"아무리 국가기간산업이라 할지라도 연로하고 병약한 농촌의 청정마을마다 엄청난 규모의 송전선로가 건설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물적·정신적 피해가 발새알(발생할) 것이며, 특히 화악산 평밭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소득을 일구며 살아온 지역으로 송전사업의 환경훼손으로 생업 활동에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희암).

"불안합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몇 안되는 동네 분들과 싸워여 하는 고통을 누가 안단 말입니까. 살이 떨립니다. 처음 겪어보는 불면증을 앓고 있습니다. 한전과 정부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고 언제까지 싸워야할지 걱정입니다. 날마다 어지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날만 새면 산으로 미친듯이 철탑 막으러 달려 나옵니다. 집안 일은 엉망이 된지 1년이 넘었습니다"(배수철·전혜영).

"우리는 요대로만 살고 싶습니다. 보상을 더 받으려고 공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송전탑이 꼭 필요한 전기공사라면 사람이 안 사는 먼 곳으로 공사를 하든지 백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땅갑 하락과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전자파의 위험에서 제발 살게해 주시기 바랍니다"(정임출).

"이 노파는 81세 된 할머니입니다. 너무나 억울함을 금할 길이 없어서 거친 글이나마 펜을 들었습니다. 화악산 기슭 오솔길. 비가 오면 돌부리에 발가락 차여 아파하며 10리길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불행하게도 남편 없이 4남매를 (키웠습니다.) 내 온몸 수족이 굳어 쓸 수 없이 병에 걸려 죽을 판에(지경이 되어) 이곳에 와서 병이 다 회복되었습니다. 삼년 전 일인데 아득합니다. 내 생명을 연장하여 우여곡절 끝에 잘 살아가고 있는데, 아니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이 푸른 숲으로 녹색이 꽉찬 이 유명한 화악산에 765kv 송전탑이 웬말입니까. 한전 사장이 정부와 짜고, 이렇게 무참히 우리집 뜰 앞으로까지 재산을 송두리째 강탈을 당하고 너무너무 억울합니다. …"(이금자).

"이 할매들(한테) 이 나라가 이렇게 고통을 줍니까. 매일 같이 산에서 생활해야 하니 죽을 지경입니다.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농사만 지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이 할매는 욕심이 없습니다. 오직 요대로 살다가 죽도로 해주십시오"(구덕순).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이금자 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정임출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박순연 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손희경 씨의 탄원서. ⓒ 윤성효

윤성효(cjnews)

2012년 5월 3일 목요일

최시중은 정(政)·경(經)·관(官)·언(言)의 비리 복합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03일자 기사 '최시중은 정(政)·경(經)·관(官)·언(言)의 비리 복합체'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망국적 부패 구조 청산은 낙하산 사장 철수에서 시작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구속되고,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검찰 수사가 이상득 의원 등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까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 오빠가 감옥에 간 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형의 보좌관은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그의 ‘양아들’도 같은 혐의로 해외도피중이다.

2007년 대선 때 최시중, 이상득 등과 함께 6인 원로회의의 일원이었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파문으로 물러났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각종 비리와 부패 의혹 때문에 19대 총선에 나서지도 못했다. 청와대 홍보수석과 문화체육부 차관은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멘토, 실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의 부패 고리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이명박 정권 주변의 부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만연한 종합적 부패구조의 한 쪽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관행처럼 도덕성을 강조하며 부패 청산을 다짐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처했다.

그럼에도 부패 청산의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정, 부패,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마치 ‘부패 박람회’라도 열린 것처럼 온갖 종류의 부패 사례들이 선을 보이는 꼴이다. 

어느 정부나 요란하게 부패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제도적 장치도 갖추지 않고 일관성도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는 정치적 사정에 따라 정략적으로, 또는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리 수사의 칼을 악용하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선캠프의 핵심 실세였던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 얘기를 꺼내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라 부담을 느낀 것인지, 검찰은 벌써부터 ‘꼬리 자르기’ 수사 쪽으로 움추리는 모습이다.

한상대 검찰 총장과 최재경 중수부장 등이 회의에서 “이번 수사는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라 인허가 로비 수사”로 규정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개탄할 일이다.

단순히 검찰에 대한 불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망국적인 부패구조의 척결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이를 방치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주어야 한다는 사회의식과 관행이 ‘미풍양속’처럼 합리화되기도 했던 ‘백색부패(白色腐敗)’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 정치인, 관료 등 사회의 모든 계층에 풍토병처럼 번진 부패문화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1960년대 초 박정희 군부정권은 권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군부와 기술 관료, 재벌의 연합적인 지배 구조를 만들어 특혜와 비자금을 주고받는 먹이사슬의 정경유착적 부패구조를 형성했다. 권력층이 정경유착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재벌을 돕고 뇌물을 받는 패거리 자본주의가 성행하기에 이르렀다.  

지배 구조의 기득권층은 국민의 삶의 기반인 각종 산업과 국책사업을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주물렀고, 대규모 부정축재를 빈번하게 저질렀다. 국부는 특권 부유층에 돌아가고, 일반 국민들은 부당한 지배를 받는 피해계층 신세가 되고 말았다.

기득권층의 여당은 권력을 유지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야당을 탄압하고 자기 당을 확대하며 유권자들을 조직, 동원하기 위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거두어 들였다.

정치부패가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갖가지 특혜를 둘러싸고 뇌물, 급행료, 부정한 로비를 위한 비자금 등의 비리 사건들이 건듯하면 터진다.

박정희 정권 시기인 1963년 선거 때에도, 4대 의혹사건, 설탕·밀가루· 시멘트 삼분 폭리 사건들이 터졌다. 여당의 선거자금과 직접 관련됐다는 게 통설이다.

종합적인 부패구조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의 한보 부도사건이다. 정치, 경제, 관료계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망라된 구조적인 검은 커넥션이었다. 

이 사건으로 대통령의 차남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기업들이 무너지고 IMF 위기를 맞게 된 게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였는지 모른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구속은 구조적인 검은 커넥션의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政)·경(經)·관(官)·언(言)의 검은 복합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 소유의 언론사들, 대기업체들의 민간방송 진출로 언론이 종합적인 부패구조의 복합체가 돼 버렸으니,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겠는가.  부패구조, 부패문화의 청산을 위해서는 언론의 기능이 필수적인데, 언론 자체가 부패구조의 복합체라면, 이야말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조선말기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세도정치의 부패로 망국의 화를 입지 않았던가. 망국적인 부패구조, 부패문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제4부로서의 언론을 올곧게 세우는 일이 절대적인 과제다. 언론이 부패구조의 복합체에서 벗어나 권력과 자본을 감시, 비판하고, 나아가 부패구조의 청산에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오죽하면 방송인들이 편파방송 중단과 ‘낙하산 사장’ 퇴출을 부르짖으며 방송사상 처음으로 연대파업을 벌이겠는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부패구조 복합체를 위해 앞장서온 방송사의 ‘낙하산 사장’, ‘하수인 사장’들을 하루빨리 정리하는 일이다. 

정부와 여당이 부정부패를 계속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들 사장들을 퇴출시킴으로써 부패구조 척결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부패구조 복합체의 청산은 우리의 미래가 걸린 국가차원의 문제로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정상모(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정부 ‘FTA 효과’ 그때 그때 달라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9일자 기사 '정부 ‘FTA 효과’ 그때 그때 달라요'를 퍼왔습니다.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미국 수출 늘자 “FTA 때문”유럽 수출 줄땐 “기다려야”
외국인직접투자 동향발표도늘면 “FTA” 줄면 “아직…”상황따라 말바꿔 자가당착
지식경제부는 지난 6일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을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지난해 1분기에 견줘 8.7% 감소한 4억2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지경부는 “한-미 협정은 발효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한-유럽연합(EU) 협정 때와는 전혀 다르다. 지경부는 지난해 7월 2011년도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동향을 발표하면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대감과 자유무역협정 등 우호적인 환경으로 인해 유럽연합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45.6%(전년동기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 협정이 발효 이전 이미 상반기부터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유럽연합 협정 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자 협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하다가, 한-미 협정 때는 투자가 줄어들자 아직 평가하기에 이르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렇듯 정부의 경제부처들이 자유무역협정 체결 효과를 홍보하면서 자기모순에 빠지거나 결과의 유불리한 상황에 따라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태도는 외국인 투자 동향뿐 아니라 수출 증가와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를 설명할 때도 반복된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미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9% 증가한 이유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발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0.3%나 감소한 유럽연합에 대한 수출 부진의 원인을 설명하면서는 협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유럽 재정위기 탓으로 돌렸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 유럽연합과의 협정이 발효됐는데도 수출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과가 나쁘면 ‘기다려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결과가 좋으면 ‘자유무역협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의 국민적 혜택 가운데 하나로 꼽아온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해왔던 것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뒤집는 모양새다. 재정부는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 한달 만인 지난해 8월 “삼겹살·와인·유제품 등의 소비자가격이 인하되고 있으며, 여타 제품으로 관세 철폐 효과가 확산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재정부가 당시 곧 인하될 것처럼 얘기한 상당수 유럽산 생활용품과 중소형 가전제품의 가격은 최근까지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애초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관세 폐지 및 인하 혜택이 소비자가 아닌 생산·유통·판매업자한테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공정위는 5일 유럽연합과 미국과의 협정 체결 이후 가격점검 대상 품목 18개 가운데 61%인 11개 제품의 가격이 전혀 내리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김형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유무역협정이 당장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고 수출을 크게 늘리는 등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환상”이라며 “교역 확대 및 이에 따른 성장 효과를 단기간 내에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겨울 전력대란 대비, “전력 ‘공급’ 아닌 ‘수요’ 정책 강화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25일자 기사 '겨울 전력대란 대비, “전력 ‘공급’ 아닌 ‘수요’ 정책 강화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지난 여름 ‘9·15 정전대란’ 이후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는 산업체나 가정 등 민간에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지난 22일 “최근 10년 간 전력소비는 급증했고, 특히 작년 1년 동안만 해도 10% 급증했다”며 “전력수급 문제는 올 한 해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공급위주가 아닌 소비위주의 정책 마련을 통해 근본적인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산업계...실질적 규제와 함께 에너지 효율성 높여야

지식경제부는 올 겨울 전력피크 경신이 우려됨에 따라 최근 전력수급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산업체를 대상으로 10% 절전 규제를 할 방침이다. 특히 1천kW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7천여개 업체에 대해서는 피크 시간대 전력량을 전년 대비 10% 감축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일반 건물일 경우 1천kW 이상 사용하는 1만4천여개에 대해서는 피크시간대 전년 대비 10% 감축을 의무화하고, 미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더불어 상업용·교육용 건물 중 일부에 대해서는 난방온도를 20℃ 이하로 제한했다.


ⓒ민중의소리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
하지만 이헌석 대표는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산업계에서 쓰고 있는데, 애꿎게 집에 있는 사람과 공무원들만 고생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다”고 꼬집었다. 일부 기업체들은 산업 특성상 과태료를 납부하더라도 공장을 정상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정부의 전력 절감 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산업계는 설비를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보다는 오히려 전기 요금을 싸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어 현재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겨울철과 여름철 전력 문제는 1년 중 며칠뿐이지만, 산업체 전기수요 증가는 1년 내내이기 때문에 (이번 전력대란) 문제를 확대시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체는 조선·철강·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전력대책 또한 이를 빗겨나갈 수 없다. 이 대표는 더 나아가 “선진국의 경우 전기소비량이 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현재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산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변화 시대에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을 무엇으로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세대 수출 산업을 지금까지는 에너지 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해왔지만 좀 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 고부가가치를 내는 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공급’ 강조하는 정부 태도에 문제...전력소비 감축 노력해야

이 대표는 지난 정전사태에 대해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소비 감축’ 협조를 구해도 모자란 형국에 오히려 정부는 ‘전력 확보’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 정전사태 다음날에도 전력소비 증가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당시 정전대란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날 16일에도 한때 전력수급에 ‘주의’ 경보가 발령되는 등 불안감이 지속됐다.

이 대표는 “정부가 '전력수급을 잘못해 죄송하지만 수요 감축을 위해 협조를 구한다'고 하고,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16일 전력소비가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전력공급을 잘 할 테니 믿어달라는 태도는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원 가운데 31%를 차지하는 핵발전소 의존율을 오는 2030년까지 59%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공급’을 강조하는 정부의 태도를 여실 없이 보여준다. 계획대로 된다면 핵발전소만 현재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나면서 전세계에서 핵발전소 밀집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부산과 충남 등은 이미 전력자급률이 200~300% 넘어 이미 ‘과잉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소를 증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핵발전소일 경우 한 번 작동이 중단되면 대규모 전력 생산이 일시에 중단되며 재가동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원자력 방출 등 위험이 뒤따른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핵발전소 증설은 많은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줄이는 조치를 제시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 9월16일 서울시청은 전날 발생한 정전사태르르 대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청사 내 냉방을 자제했다.
특히 또 다시 정전대란 발생이 우려되고 있는 내년 1월 둘째·셋째 주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이 대표는 “산업체 또는 각종 공기업 등에서 전력수요 줄이기 위한 집중 캠페인 벌어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큰 규모의 발전소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또 다시 대규모 정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에서의 자발적인 전력소비 감축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등을 통해 전기난로와 전기장판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가정의 전기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정부는 이것이 전기소비의 주범인 것을 알면서도 규제하지 않고, 실제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며 민간 전력소비에 대한 대비책과 규제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지난 동일본 지진 이후 대규모 절전을 위해 벌인 대국민 운동과 관련해 “일본은 여름에 재택근무를 하게 하거나 옷을 반바지나 원피스 등 시원한 옷을 입게 했다”며 획기적이면서 자발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길가 곳곳의 전광판이나 뉴스 일기예보에서 전력 예비율을 공개하며 평소 전력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지현 기자cjh@vop.co.kr

2011년 12월 4일 일요일

전기요금 오르고, 탈핵 선언은 불가?


이글은 레디앙 2011-11-28일자 기사 '전기요금 오르고, 탈핵 선언은 불가?'를 퍼왔습니다.
[한미FTA와 전력] "정부 역할, 미국 투자자에게 넘겨주나"

최근 한국전력(이하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10% 인상안을 의결했다. 한전 측은 이에 대해 지난 8월 전기요금을 4.9% 인상했으나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적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은 통상 한전 이사회에서 적정한 인상안을 마련해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승인 신청을 하고, 장관은 대통령에게 추인을 받아야 한다.



소액주주 "전기요금 적게 올려 회사에 손해"
한전의 이번 행동은 지난 8월 김쌍수 전 한전 사장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고려한 조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전 소액주주 14명은 지난 8월 전기요금 현실화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김쌍수 전 사장을 상대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연료비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한전 주주소송은 다른 소액주주 소송과 달리 명백한 불법행위나 ‘도덕적 해이’로 송사에 휘말린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 전 사장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기 때문이다. 한전은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정부의 지분이 51%에 이르는 전형적인 공기업이고,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소송 대상이 정부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한미FTA와 전기요금이 연관될 수 있는 실마리가 관찰된다. 한미FTA는 공공복지정책보다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투자자유화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는 협정이다. 특히 대표적인 독소조항 중 하나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협정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별도의 중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다.
ISD의 핵심쟁점은 ‘간접수용’ 조항인데, 이는 투자자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정부의 조치를 ‘수용’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을 수용당하지 않더라도 단지 정부의 규제에 의해 자산가치가 하락했다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제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전에 투자한 미국인 주주 한국정부 제소?
이는 한미FTA가 발효된 후 한전 주식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이 전기요금 억제 정책을 펴는 우리나라 정부에 제소를 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은 정부와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투자기관으로서, 국내 판매전력의 100%를 담당하고 있다. 발전의 경우에도 자회사를 통해 국내 생산전력의 95% 이상을 담당하고 있어 전력수급뿐만 아니라 국가공공정책에서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에 한전은 외국인 보유지분을 4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이기도 하다. 미국 투자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래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우리나라 전기요금 정책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발전자회사 6곳 외에도 엔지니어링·발전설비·정비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5곳을 합쳐 10개가 넘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 가운데 상장업체로는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기술, 한전KPS와 지분 29%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는 한전산업 3개사가 있다.
이 자회사들의 주식가격은 한전의 영업실적에 따라 출렁거린다. 그리고 한전 영업실적은 대부분 전력을 구입해 팔아 얻는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에 따라 한전뿐만 아니라 한전의 자회사들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전의 자회사들이라고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최근 한전은 수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이유로 자회사들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일부 인터넷 진보언론을 통해 ‘핵 폐기’를 선언한 독일이 ISD소송에 직면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스웨덴 국영 에너지기업인 바텐팔이 자신들이 소유한 독일 함부르크 부근 브룬스뷔텔 원전(66.7%), 크뤼멜 원전(50%)을 폐쇄한 독일 정부를 상대로 ISD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탈핵’을 선언할 경우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우리도 탈핵 선언하면 제소된다?
한전이 원전사업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전이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인 한수원이 전 원전을 보유하고 운영과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결국 한전의 향후 지배구조 변화와 운영방식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국내 원전의 소유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만에 하나, 한전이 민영화라도 하게 될 경우 통상적이지만 엄청난 폐로비용, 핵폐기물 저장 비용 등 외에 독일의 사례처럼 한국사회도 ‘탈핵’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한전뿐만 아니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상장공기업들도 소송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한전과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요금을 통제하고 있어 부대사업이 없으면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를 수십년 째 유지하고 있다.
원가 미반영분을 추후에 정산받고 있는 지역난방공사도 계절별 수익구조가 다른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주들의 제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건 물론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황의 이야기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더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가 자칫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일 SK에너지(외국인지분 31%)나, GS칼텍스(미국계 석유자본 셰브론 50% 지분보유)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나 기업이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SK주유소나 GS칼텍스 주유소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 미국 투자자에게 넘겨주나
물가와 선거를 의식한 ‘저렴한 전기요금’과 일부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은 에너지 가격 구조의 왜곡을 초래했다. 싼 전기요금은 전기 과소비를 부르고, 높은 환율에 세금이 절반인 석유 가격 구조는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괴상’한 흐름이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물가나 선거 등을 감안할 때 전기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도 없고, 유류세를 줄여 세수가 감소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에너지정책의 총체적인 실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못난 정부’라도 우리나라 정부가 에너지가격 등 공공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에너지복지’를 실현할 주체이고, 전기와 같은 에너지는 생활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전기 등 에너지가격을 미국인 투자자가 좌지우지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한미FTA는 이 같은 우려를 가능하게 만드는 협정이다. 한미FTA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다.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를 바로 잡고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가정용 전력은 비싸고 산업용은 저렴하게 공급하는 경제주체 간 교차보조금 제도를 없애고 누진율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지난 9월 15일 초유의 정전대란을 겪었다. 또한 올 겨울 한파가 닥칠 경우 또 다시 전력피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을 미국 투자자들에게 넘겨주는 정부에게 희망은 없다. 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권승문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