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밀양 송전탑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밀양 송전탑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5월 30일 목요일

미안해요. 밀양 그리고 할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5-29일자 기사 '미안해요. 밀양 그리고 할매'를 퍼왔습니다.
[지금 인권하고 계세요?] 탈핵 희망버스를 다녀와

밀양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다. 매일 터지는 사고와 사건 사이에서, 근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제대로 풀리지 않는데 밀양에서 벌어지는 사연을 그만큼 알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신고리 원전 3호기를 돌리기 위해 한전이 지랄을 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와중에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자살하셨다. 마음이 늘 아프다. 여기까지. 솔직히 그랬다. 이치우 어르신 돌아가시고 이계삼 선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송전탑 싸움을 한다는 소식, 재개된 공사를 막느라 할매들 할배들이 또 고생한다는 소식, 하늘로 뜨는 헬기를 맨손으로 잡았다는 이야기를 모두 풍문으로 들었다. 응원했지만 밀양으로 떠나는 탈핵 버스 한번을 타지 못했다.

▲ 밀양 송전탑 사태 현장 (다산인권센터 제공)

그런데 지난 20일 재개된 공사 소식부터 마음의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사를 막느라 옷을 벗어던진 할매들 사진을 본 후 부터였나 보다. 그들의 앙상한 알몸에서 비명을 들었다. 아니 그러한 비명은 귀로 눈으로 들리거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쾅하고 울리는 소리 같다. 밀양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에서 몇 줄 읽고, 사진을 보고 동영상을 훑으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 탈핵 희망버스 일행들과 현장에 다녀왔다. 가서라도 죄의식같이 쌓이는 불안을 회피하고 싶었다.
자정 넘어 도착한 숙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새벽 3시면 현장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눈을 붙이라고 한다. 때 모르고 찾아온 여름 감기 덕분에 감기약 기운으로 뒤척이면서도 잠을 잘 수 있었다. 현장들이 깊은 숲 속에 있기 때문에 일행들은 새벽 3시에 한번, 새벽 5시에 한번 차량에 나누어 출발하고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현장은 단장면 송전탑 89호 현장. 단장면에만 4개의 현장이 있다고 한다. 현장으로 가는 길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었다. 공사장이 가까워지자 한전에서 써 붙인 현수막이 보인다. 주민들이 저 현수막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싶어졌다.


▲ 밀양 송전탑 사태 현장(다산인권센터 제공)

거대한 포크레인 두 대가 이른 아침햇살에 이미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할매들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포크레인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계셨다. 한전의 공사가 오전 8시쯤이면 시작된다는 말이 오갔다. 할매 한분의 옆에 앉아보았다. 현장 싸움에는 제법 이력도 있으니 오늘 하루 할매들을 지켜주는 일쯤은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싸움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셨는지 할매는 목에 밧줄을 묶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앉아계시던 할매가 그런다. “벌써부터 눈물 흘리면 우얄라꼬 그라노” 아니나 다를까 내 옆 할매가 깊은 주름 사이에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가 살다가 이런 일을 다 당한다. 왜 이런 일을 당하나 생각하니까 자꾸 눈물이 난다. 이래 당해도 경찰서에서 오라 칸다. 근데 내가 지은 죄가 없으니까 하나도 안 무섭데. 내가 뭐 죄지었나. 나는 이래 쇠덩이를 탕탕 친거빡에 더 있나?”그러면서도 눈물은 그치지가 않는다. “이제 정말 살만하다 싶었다. 내 땅도 사고 농사 잘 지어서 자식새끼들한테 그거 하나 물려주게 됐는데, 근데 이런 일이 생겼다”. 건너편 할매는 “그래서 그 꼴 안볼라꼬 우리 영감 작년에 훅 안가뿥나”. 할매들은 와중에도 와르르 웃음을 웃는다. “오늘 저것들 오면 여기서 구불러 버릴까. 그람 좀 나을라나...”

▲ 밀양 송전탑 사태 현장 (다산인권센터 제공)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이야기 사이에 85호 현장에 사람이 적다고 그쪽으로 가라고 한다. 엉덩이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할매가 그런다. “에고야, 가나. 마음이 든든했는데...”다시 앉아 할매를 꼭 안아주었다. “할머니 내가 진짜 잘싸우는 거 한눈에 알아보시네. 저쪽이 더 위험하다니까 그쪽 가서 잘 막아줄께요. 여기는 괜찮다고 하니까, 그리고 사람들 많으니까 너무 걱정마세요.”아마도 내 눈에도 눈물이 흘렀을 것이다. 햇빛 가림막 하나 없이 쏟아지는 밀양의 뜨거운 햇살. 수십년을 묵직히 자라온 나무 밑둥조차 산산히 파헤친 흙먼지만 날리는 공사현장의 마른 바람만 아니었다면 들켜 버렸을 만큼.


85호 현장에는 이미 단단하게 목을 묶은 할매 세분이 포크레인 밑을 지키고 계셨다. 탈핵 희망버스 덕분인지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을법한 시간인데, 분위기는 차분하다. 할매들도 목에 묶인 밧줄 따위는 아랑곳없이 수다를 떨고 계신다. 인근에서 온 듯한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총각 하나가 할매들의 말벗이 되어 주고 있었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감기약 기운에 벗어나지 못한 탓에 현장 바닥에 널부러져 한참을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했다. 몇 시쯤이었을까. 오늘 하루 공사가 없다는 한전의 통보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자 마자 할매들은 목에 감았던 밧줄을 훌렁 벗는다. 그리고 일어나, 농성 온 사람들의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하나 상의하러 84호 현장에 다녀오신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 공사가 중단되었다. 아니 이틀째도 떠나지 않은 탈핵 희망버스 사람들이 있어 이틀 동안 공사는 없었다. 그러나 월요일이 되자 공사는 바로 재개 되었다. 들렀던 89호 현장과 85호 현장에도 공사인부들이 들이닥쳤다는 속보를 들었다. 마음이, 무너졌다.


더 이상 밀양은 적당히 아는 곳이 아니게 되었다. 목에 밧줄을 묶는 순간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옆에 앉기만 해도 든든하다고 말해주던 할매가 있는 곳이다. 자식새끼 밥먹이듯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않고 밥챙기는 할매가 있는 곳이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 꽃이 되어 버렸으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밀양에 대해 어떤 소식을 담을까 생각하다가 솔직한 마음을 담아야 겠다 생각했다. 밀양이 그랬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내가 살던 곳에서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은 맨몸의 정직한 소리가 있었다. 한전이, 경찰이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비참한 현실과 치열한 무엇을 말하지 않아도, 그곳에는 그냥 우리가 지켜야할 할매들이 있다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밀양 4개 면에 10개의 현장이 있다. 만약 누군가 단장면 89호 현장의 지킴이, 그곳 주민들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어서 되는 만큼 찾아가고, 또 다른 사람들과 찾아가고...그래서 할매들을 보듬어 외롭지 않게, 힘을 보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도시에서 소모하고 도시에서 누리는 편리와 풍요를 위해 시골 노인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이때, 우리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찾아가면 어떨까. 첩첩 산중에 한전 직원들과 할매들만 남겨 두고 싶지 않다. 밀양에서 부는 바람은 너무 많이 갖고 너무 많이 소비하고 살아온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만 한 할매들. 할배들을 지켜달라.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할 인간에 대한 예의이며, 도리다.


그렇게 감히 밀양에 대해서, 나는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박진/다산인권센터 활동가  |  webmaster@mediaus.co.kr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 "경찰, 너희들이 더 밉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2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 "경찰, 너희들이 더 밉다"'를 퍼왔습니다.
공권력 철수 촉구 목소리 높아... 경남공대위 "주민들과 함께 싸울 것"

"한전 직원들은 모르겠는데, 너희들은 여기에 왜 왔느냐. 한전보다 너희들이 더 밉다."

여기서 말하는 '너희'는 경찰을 말한다.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송전탑 공사현장에 있는 중장비 밑에 들어가 있던 한 할머니가 경찰이 다가와 이야기를 건네자 이같이 쏘아 붙였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쓰러지자 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했다. ⓒ 곽빛나

한국전력공사는 20일부터 6곳에서 걸쳐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는데,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8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 병력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거의 매일 500명 안팎의 기동대원을 투입하고 있다.

송전탑 현장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국전력 직원뿐만 아니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할머니들은 경찰이 저지하자 옷을 벗어 '알몸 투쟁'에 나서기도 하고, 오물을 담아와 뿌리기도 한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찰이 주민들을 막으면서 한국전력 시공업체가 공사를 하도록 방어 역할을 해주고, 마찰 현장에서 한국전력 편을 든다고 지적했다.

공사 재개 첫날 현장을 찾았던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공권력 투입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남지역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는 22일 "공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경찰병력 즉시 철수시키고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반핵부산대책위도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찰 병력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흘 동안 주민 12명이 경찰과 한국전력 직원들과 몸싸움 등으로 쓰러지거나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해 공사를 해야 하고, 주민 안전을 위해 경찰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경남공대위 "주민들과 뜻 같이 하며 함께 싸울 것"


▲ 한국전력공사가 20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재개한 가운데,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화악산 8부능선에 있는 127번 철탑 공사장 부근에서 경찰로부터 저지를 당하자 인분을 물병에 담아와 투척했다. ⓒ 윤성효

경남공동대책위는 22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과 뜻을 같이하며 함께 싸울 것"이라며 "한국전력은 밀양 765KV 송전탑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오후 공사장 부근에서 한 할머니가 옷을 벗고 공사 저지 투쟁에 나서자 여성경찰들이 달라 들어 제압하고 있다. ⓒ 이계삼

이들은 "한국전력은 대화를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었다. 밀양주민들은 공기업 한전의 이 같은 약속이 허언이 아닐 것이라 믿으며 지난 몇 달 동안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다"며 "농사일도, 개인적인 일상도 모두 제쳐 두고 조금만 더 고생하고 노력하다보면 송전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감내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온몸이 아프고, 마음이 병들고, 생활이 곤궁해졌지만 힘들다는 말씀 한번 하지 않았던 밀양 주민들의 노력과 기대가 한전의 공사 강행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경남공대위는 "20일, 한전은 공사를 강행했다. 이전부터 이미 주민들 사이에는 한국전력이 공사를 시작할 것이고, 경찰병력도 대거 투입될 것이라는 등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모두들 그저 소문이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주민들이 공사강행 시에 일어날 사태에 대해 염려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벌어지고 있다"며 "80대 할머니들이 젊디젊은 경찰들과 대치하다가 혼절을 하고, 어느 할아버지는 공사 인부들과 맞서다가 부상을 입었다. 공사 인부들이 밀쳐 허리를 다치고, 경찰에 끌려가다 팔, 다리를 다친 분들이 모두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다"고 덧붙였다.

경남공대위는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폭력과 폭압을 행사하면서 강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된다. 이런 집단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특히 한국전력과 같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사태를 벌이는 공기업이라면 과연 이대로 존치시켜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밀양주민들의 요구와 주장이 절대 부당하거나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설령 지나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한전이 보여준 태도와 공사강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우리는 밀양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투장을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지 사흘째인 22일 주민들이 공사 저지를 위해 중장비 쪽에 앉아 있다. 사진은 한국전력 직원들이 주민들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 ⓒ 곽빛나


윤성효(cjnews)

2013년 5월 20일 월요일

할머니들 옷 벗고 항의... 경찰은 묵묵부답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0일자 기사 '할머니들 옷 벗고 항의... 경찰은 묵묵부답'을 퍼왔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 화악산 127번 공사현장에서 주민-경찰 대치

▲ 밀양 화악산 팔부능선에 있는 127번 송전탑 건설현장입구에서 할머니들이 옷을 벗고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 윤성효

밀양 화악산 팔부능선에 있는 127번 송전탑 건설현장입구에서 경찰과 주민이 대치하고 있다. 할머니 3명이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섰다. 그러자 할머니들은 옷을 벗고 경찰에 항의했으며 오물을 물병에 담아 경찰을 향해 투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금자(83) 할머니가 쓰러졌다. 뒤이어 차를 타고 올라 온 주민들과 경찰이 계속 대치하고 있다.

▲ 20일 오전 밀양 송전탑 공사장 입구에 주민들이 밧줄 등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 화악산 127번 송전탑 공사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배치된 가운데 작업인부들이 나무를 벌목하는 등 현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2신 보강: 20일 오전 9시 56분]

한전이 밀양송전탑 건설공사를 20일부터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반대 주민들이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어 양측 간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7시경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화악산 입구에는 경찰버스 5대가 배치되어 있고 한전 시공업체 관계자들도 나와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19 소방대원들도 와있다. 화악산 입구에는 주민들이 밧줄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놓았고 60-70대 할머니 수십여 명이 입구에 앉아있다.  

화악산 127번 송전탑 공사현장에는 경찰과 소방대원이 배치된 가운데 작업인부들이 나무를 벌목하는 등 현장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장 앞 움막에서 농성을 벌여온 마을 주민 서너 명은 작업을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신 수정 : 19일 오후 6시 1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인가?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가 8개월만에 공사 재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8년째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전력은 지난해 9월부터 '대화 재개' 방침에 따라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한국전력은 18일 조환익 사장 명의로 '호소문'을 내고 공사재개 입장을 밝혔다.

한국전력은 이번 주 안에 공사에 들어갈 것을 보인다. 한국전력 밀양 송전선로건설 특별대책본부 관계자는 "공사는 이번 주 안에 재개할 예정인데,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발표해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19일 오후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송전탑 반대' 농성 주민들을 찾아 격려했다. 사진은 정동영 고문 등이 지켜보는 속에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 문정선

그러나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20일 아침부터 한국전력이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밀양 765kV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아래 밀양송전탑대책위)은 8곳에 농성장(움막 등)을 설치해 놓고 있다.

공권력 투입 여부에 관심이 높다. 주민들은 이번에 한국전력이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한 갈등이 8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공사 현장에 공권력 투입은 없었다. 한국전력은 시공·용역업체를 통해 공사를 벌여 왔던 것이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19일 낸 자료를 통해 "주민들 사이에 '공권력 투입'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며칠 전 경남지방경찰청 기동대에서 밀양 지역 현지답사를 다녀갔다"며 "공권력 투입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힘 없는 70대 80대 노인과 경찰 병력이 맞부딪치도록 하자는 말인가? 만약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 밀양 송전선로건설 특별대책본부 관계자는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한국전력에서 공권력 투입 요청은 없었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충돌이 발생해 신고가 들어오면 주민 보호를 위해 공권력 투입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밀양에 긴장감이 높아가는 속에,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사)대륙으로가는길 회원 등과 함께 19일 오후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밀양송전탑대책위 "우리는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의 '공사 강행 대국민 호소문'에 대해, 19일 밀양송전탑대책위는 논평을 통해 "물리적 충돌을 원치 않는다, 한국전력은 공사 강행 중단하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대화의 장으로 즉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전력이 '동계 전력수급 위기'라 주장한 것에 대해,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전력수급 위기는 누차 지적했듯이, 한수원의 짝퉁비리 납품과 거듭된 비리, 거듭된 발전소 고장으로 인한 발전소 가동 중단에서 생겨난 것이다, 왜 이 책임을 밀양의 어르신들이 져야 하는가?"라며 "한국전력의 주장은 수많은 사실왜곡이 복재해 있다, 동계 피크였던 지난 2012년 12월 26일에는 핵발전소 5기가 가동중단된 상태였지만, 예비전력은 4000MW, 5.2%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전력공사가 8개월만에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움막 등을 설치하고 8곳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농성장 모습. ⓒ 곽빛나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이 밝힌 바와 같이 지금 당장 시작해서 '횃불을 밝혀서' 하더라도 완공은 2014년 1월말이 넘어야 가능하다, 그때면 동계 피크는 이미 지나간 시점"이라며 "신고리 3호기의 전력 공급 능력은 전체 전기의 1.7%에 불과하다. 신고리 3호기가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전력이 '반대 대책위가 주민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밀양송전탑대책위는 "조환익 사장은 '반대대책위원회가 보상을 원하지 않으며, 오직 지중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난 뒤,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협상 결렬의 책임이 반대대책위에 있다는 듯이 말한다"며 "그러나, 반대 대책위는 주민들의 의사를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이미 1484세대 1813명의 반대 서명으로 한전의 보상안에 대해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지 않았는가. 보상 반대에 대한 주민들의 일치된 의지는 왜 말하지 않고, 마치 반대대책위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한국전력이 '지중화 불가'라고 밝힌 데 대해,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 자신의 계산법과 자신만의 결론으로 만들어진 12년 공기, 2조7000억이다. 1989년12월~2003년 5월까지 대도심구간을 관통하며 진행된 남부산-북부산 345Kv 지중화 22km 구간 공사의 비용은 2788억원에 불과했다"며 "주민들의 한결같이 전문가협의체를 통한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떤 근거로 주민들의 대안이 불가능한 것인지, 원자료를 공개하고, 성실하게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의 호소문에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표현이 있다, '횃불을 밝혀서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송전탑 공사는 주로 산악 지대에서 헬기와 장비로 행해진다, 야간에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며 "횃불로 공사를 하다가 산불이라도 나거나, 헬기가 추락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겠다는 말인가? 유치하기 이를데 없는 감성적인 호소는 걷어치우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주민들은 다시 움막 농성을 재개하고, 병력을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은 '강아지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는 5월 농번기에 재개되는 공사에 크게 절망하고 있으며, 그간 보여준 대화 노력이 사실상 '쇼'였다는 분노로 떨고 있다"며 "현재 밀양 지역 경과지 4개면에서는 총 일곱 군데에 농성장이 정비되어 주민들이 밤낮없이 당번을 서면서 공사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송전탑대책위는 "한국전력의 공사 재개는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즉각 중단하고,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화의 자리로 복귀하고, 공권력 투입 시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전력은 2008년 8월부터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착공했다.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송전선로로,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를 거쳐 창녕까지 총 90.5km에 걸쳐 161기의 송전탑이 건설된다. 밀양에는 송전선로가 5개면을 지나는데, 4개면(산외, 상동, 부북, 단장)에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윤성효(cjnews)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공권력도 투입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20일자 기사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공권력도 투입'을 퍼왔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20일 경남 밀양지역 765kV 고압 송전탑 공사를 전격 재개했다.

지난해 9월 공사가 중단된 지 8개월 만이다.

한전은 이날 오전 6시부터 밀양시 부북.단장.상동.산외 등 4개 면에 들어설 52기 송전탑 공사를 위해 장비와 인력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도 이날 한전과 반대 주민들 간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 7개 중대, 500명의 경력을 현장에 투입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전은 앞서 지난 18일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의 시급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민철 기자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한전,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할 듯


이글은 레디앙 2013-05-16일자 기사 '한전,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할 듯'을 퍼왔습니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 "주민들 죽겠다고 했다" 우려

한국전력이 주민 반대로 중단된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1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24일 이후 중단된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약 8개월만인 5월 20일 전후로 다시 공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12월 상업 운전이 예정된 신고리 3호기를 정상 운행하고 전력 수요에 맞는 송전선로를 갖추려면 공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이다. 건설하려는 송전탑 규모는 선로 90.5km, 철탑 161기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대책위원회는 지난 2008년 7월 송전선로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대해왔다. 고압송전선로가 마을을 관통하면 발암가능물질이 생성된다며 과학적인 역학조사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책위는 고압송전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를 요구했으나 한전측은 지중화에 필요한 재원이 2조원이며, 건설기간은 10년이 걸린다며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 현수막과 피켓 자료사진(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이같은 소식에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12월 예정된 신고리 3호기 상업운전과 맞추겠다고 하지만 밀양 송전탑 공사기간은 8개월이 소요된다고 했다. 따져보면 내년 2월이 넘어야 공사가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신고리 3호기를 들먹이는 것은 일종의 협박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력수급문제와 관련해서도 “올해 9기의 원전을 가동 중단했고, 작년에도 원전 가동율이 82.3%에 불과해도 전력수급은 원할했다”며 밀양 송전탑 공사가 미루어진다고해도 전력난이 예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한전측은 밀양 주민들과의 6차례의 간담회 이후 여러번 말바꾸기를 통해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라며 특히 “마지막 간담회에서 밀양 주민분들 중 공사를 강행할 경우 목숨을 끊겠다고 한 분들이 많았다”며 사고가 일어날 것을 크게 우려했다.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이치우(74)씨가 지난해 1월 16일 오전 8시 10분 경 분신자살을 시도해 사망한 바 있다.

By 장여진

2013년 2월 1일 금요일

“어쩌다 송전탑에 사람이 올라가 있나?”


이글은 시사IN 2013-02-01일자 기사 '“어쩌다 송전탑에 사람이 올라가 있나?”'를 퍼왔습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펼쳐온 주민 40여 명이 한진중공업, 쌍용차, 유성기업 등 전국의 장기투쟁 사업장을 찾았다. 기막힌 ‘송전탑 연대’였다. 이들은 자신과 노동자의 처지가 너무 비슷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저건 일오사인기라. 내 눈이 틀림없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앞. 버스에서 내려 발걸음을 옮기던 경남 밀양 주민 송영숙씨(54)가 공장 주변에 늘어선 송전탑들을 보며 한마디 한다. 

송씨가 말하는 일오사란 154킬로볼트(kV), 다시 말해 15만4000V짜리 전류를 실어나르는 송전탑을 말한다. 송씨가 사는 밀양에 들어설 ‘칠육오’(765kV 송전탑)보다는 규모가 한참 작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묻자 전선과 전선 간 이음새를 보면 안다는 답이 되돌아온다. “154(kV)는 직선 모양이고, 345(kV)는 별 모양인기라.” 송전탑 박사가 다 된 본새이다.  

그때 쌍용차 노동자 세 명이 올라가 있는 송전탑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아이고 저런” “미치겠다…”. 여기저기서 혀 차는 소리, 한숨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녕하세요, 밀양 주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57일째 송전탑 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지상과 연결돼 있는 스피커로 인사를 건네자 주민들도 한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화답한다. 

ⓒ시사IN 조남진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만남. 송전탑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이 삶터를 지키려 송전탑 위에 오른 이들과 만났다. 이 기막힌 ‘송전탑 연대’에 억장이 무너지는지 송영숙씨가 울먹이는 소리로 마이크를 잡는다. “어쩌다 우리가 젤로 싫어하는 송전탑에 사람이 올라 있는 깁니꺼?” “어쩌다 송전탑에 사람이 올라가 있나?”

지난 1월14~15일,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여온 주민 40여 명이 ‘희망순례’를 떠났다. 관광버스 한 대를 빌려 타고 1박2일 동안 한진중공업, 쌍용차, 유성기업 등 전국의 장기 농성 사업장을 찾았다. 끼니는 주로 차안에서 해결했다. 찰밥 한 덩이, 시래깃국에 반찬은 씻은 김치와 단무지 세 조각. 그래도 농성장에 전달할 선물은 풍성하게 준비했다. 밤, 대추, 사과, 깻잎. 모두 직접 기른 것이다. 이들이 순례에 나선 이유는 첫째, ‘대선이 끝난 뒤 좌절한 젊은 노동자들을 다독이기 위해서’다. 자기 코가 석 자인 사람들이 오지랖도 넓다고?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김준한 신부는 말한다. “자기 코가 석 자니까 남의 코가 석 자인 것도 보이더라”고.

어찌 보면 주민들 스스로가 대선 후유증을 세게 앓고 난 뒤였다. 희망순례 최고령 참가자인 이금자씨(81·밀양 부북면)는 “선거 다음 날 여기가 콱 맥히갖고 졸도를 해삐린기라” 하면서 자신의 명치끝을 가리켰다. 5년 전만 해도 이씨는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근데 5년 동안 사람이 너무 많이 죽은기라.” 용산참사를 보며 특히 마음이 너무 아팠다는 이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기호 2번을 ‘꽉’ 찍었다. 문재인 후보가 내건 탈핵과 밀양 송전탑 백지화 공약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대선 결과는 더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시사IN 조남진 1월15일 밀양 주민들(위 사진)이 경기도 평택 쌍용차 농성장을 찾았다.
ⓒ시사IN 조남진 1월15일 밀양 주민들이 경기도 평택 쌍용차 농성장(위 사진)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훌훌 털고 일어났다. 이들이 들고 온 피켓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8년을 버틴 싸움, 80년인들 못 버티겠나.”

이들이 희망순례를 떠난 배경에는 지난 1년간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는 이유도 있었다. 순례를 마친 다음 날인 1월16일은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이치우씨가 분신자살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채 두 형제와 함께 평생 논밭을 일구며 살아온 일흔 넷 노인은 한전이 용역 직원들을 앞세워 형제의 논에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이튿날,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마을 입구 다리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치우씨의 죽음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1주기 추도사 문구처럼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양심 있는 이들의 심금을 흔들어 깨웠다’. 이계삼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밀양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시와 소설을 가르치던 이씨는 노인의 죽음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공교육 밖에서 농업 대안학교를 만들려던 꿈을 잠시 접고 밀양송전탑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은 것이다. “내가 사는 가까운 데서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죄스러웠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이치우씨 덕에 밀양은 생지옥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노인의 참혹한 죽음 앞에 사람들은 비로소 당연한 듯 펑펑 쓰던 전기가 어디서 나와 어디를 거쳐 오는지 돌아보기 시작했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도시를 위해 농촌이 당연히 희생해야 한다는 ‘안락의 공모’ 체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밀양을 방문한 ‘탈핵버스’는 연대의 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 버스는 정치인과 종교인, 청년들, 대안학교 학생들, 생협 조합원들을 실어 날랐다. 한전이 경남권 송전탑 공사 계획을 발표한 2005년 이래 고립된 싸움을 하던 밀양 주민들도 힘을 얻었다. 탈핵버스 시민들이 오던 날을 기록한 영상물에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철탑 이제 절대로 몬들어온다. 사람들이 이래 오는데 어케 철탑이 들어오노."

ⓒ시사IN 조남진 희망순례 첫날 밀양 주민들이 한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희망순례는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힘을 되갚아 나눠주려는 여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씩씩하던 순례단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최강서씨의 빈소 앞에서 무너졌다. 자신의 아들뻘밖에 안 되는 서른다섯 살 노동자의 영정 앞에 절하는 이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부지부장이 지난해 12월21일 자살한 최씨의 유서를 읽어내려가자 한옥선씨(65·밀양 부북면)가 마침내 눈물을 쏟으며 폭발했다. “정말 더러븐 세상. 어케 살지 암담하다. 함께 투쟁하다가도 한전이 돈 몇 푼 준다카면 금방들 넘어간다 아이가.”  주민 210여 명 고소·고발당한 상태

한씨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년간 한전은 한전대로 양동작전을 펼쳤다. 말 안 듣는 주민에게는 채찍이 가해졌다. 폭언과 폭행은 다반사였다. 송전탑 예정지에서 벌목 작업을 하려는 한전 측에 맞서 나무를 끌어안고 버틴 할머니들은 나 잡아보라는 식으로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는 젊은 인부들에게 “워리워리” 조롱을 당했다. 소송 폭탄도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에 따르면, 한전과 시공사가 주민을 상대로 벌인 고소·고발은 2012년 9월 현재 39건에 달한다. 해당 주민만 210여 명이다. 조 의원은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최악의 고소 사태’라고 말했다.

반면 송전탑에 우호적인 마을에는 당근이 주어졌다. 한전 측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밀양시 30개 마을 중 14개 마을과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 중 한 마을과 한전이 체결한 합의서가 공개돼 밀양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7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 10억원 넘는 거액이 지원된데다 지원 조건 또한 '향후 송전탑 공사가 중단돼도 지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등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공기업 한전이 마을 공동체 파괴해 기사 참조).

부북면 주민 서종범씨(55)는 이 일이 알려진 뒤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혹시 다른 마을도 넘어가면 어쩌나, 우리 마을 누군가를 한전이 남몰래 접촉하고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다. 희망순례를 다녀온 다음 날, 마을 뒷산에 있는 농성 움막으로 기자를 안내한 단장면 주민 손웅규씨(51)는 “이번에 쌍용차나 유성기업을 보며 우리와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복수노조를 악용해 노동자를 분열시키듯 한전도 말 잘 듣는 사람을 내세워 주민을 이간질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치우씨가 죽음으로 중단시켰던 ‘고립지옥’이 ‘불신지옥’으로 되살아나려는 형국이다.

ⓒ시사IN 김은남 주민들은 한진중공업 농성장을 찾아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다가올 봄이 두렵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밀양 구간 송전탑 공사를 일시 중단한 한전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전 측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 공사를 마쳤어야 한다. 원전 수송에 많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시 2013년. 밀양을 강자의 돈과 약자의 연대가 맞붙는 또 하나의 사회적 격전장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국책사업과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만들 것인가. 차기 정부에만 미룰 일은 아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지난 1년간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손을 떼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또다시 고립되면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지 몰라 두렵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떠안을 숙제라는 얘기다. 

ⓒ시사IN 조남진 1월16일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노제가 열렸다. 1년 전 이치우씨가 목숨을 끊은 장소다.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우리도 살 테니 여러분도 제발 죽지 말아요!"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7일자 기사 '"우리도 살 테니 여러분도 제발 죽지 말아요!"'를 퍼왔습니다.
[현장] 2013, 밀양 송전탑과 대한민국 잔혹사

"이름이 있긴 있는데 나도 모르겠고 다들 모른다고 하네. 그냥 집 뒤에 있는 산이라 이름도 모르지."집 뒷산으로 송전로가 지난다는 말에 산 이름을 묻자 양윤기(남·65) 씨가 머쓱하게 답했다. 송전탑 건설 계획이 세워지면서 평생 그저 '뒷산'으로 불러온 산이 생존권 투쟁의 공간으로 변했다. 양 씨는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 마을 이장이다. 그가 14일 오후4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앞에 섰다.

양윤기 씨는 한국전력 건물을 바라보며 "박 당선인은 국민을 100퍼센트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그건 바라지도 않으니 송전탑만 없애 달라"고 호소했다. 양 씨의 부인은 행여나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한국전력이 송전탑 공사를 강행할까 봐 남편이 서울에 있는 동안 그 뒷산에서 자리를 지키는 중이라고 했다.

양 씨를 포함한 밀양 주민들은 이날 '희망 순례 버스'를 타고 한국전력 앞에 모였다.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계획한 1박2일 희망 순례에 참여한 이들은 14~15일 양일간 전국 장기 투쟁 사업장을 찾아 노동자를 위로했다. 일정을 별 탈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의 주민과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 김준한신부 등 30여 명이 모였다.

쉴 틈이 없는 일정이었다. 이들은 14일 오전 밀양에서 출발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한국전력 본사에 항의 방문한 후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으로 향했다. 다음날에는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고공 농성장과 충청남도 아산시 유성기업 고공 농성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고된 일정이었지만 아무도 힘들다는 푸념 한 번 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우리도 죽지 않을 테니 당신들도 꼭 살아 달라"고 투쟁 중인 노동자에게 몇 번이나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밀양송전탑대책위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국가가 이럴 수 있나?"…전기는 서울로, 송전탑은 시골로!

765킬로볼트는 76만5000볼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15만4000볼트 송전탑보다 무려 18배 많은 전류를 송전한다. 35층 건물에 맞먹는 높이를 자랑하며 24시간 내내 기계음(코로나 소음)까지 일으킨다. 송전탑이 내뿜는 전자파는 주민을 불안하게 한다. 정부는 이런 거대한 혐오 시설을 밀양시에 짓지 못해 안달이다.

양윤기 씨를 비롯한 밀양 주민들은 765킬로볼트 송전탑을 둘러싼 싸움을 거의 10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밖에서 보기에는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는 혐오 시설 입주 반대 운동이다. 하지만 60평생을 땅과 더불어 살아온 이들은 송전탑 반대 운동을 "생존권 투쟁"이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소중한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월 16일, 평생 가꿔온 땅의 가치가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되었음을 알게 된 고(故) 이치우 씨가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했다. 한여름 연이어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밀양에서 노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산에 올랐다. 이들은 용역들이 톱으로 나무를 베려 하면 톱에다 다리를 갖다 대며 막았다.

이 목숨을 건 싸움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의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2개의 건설이 결정됐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 5개 면(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들어서기로 계획됐다.

청도면은 송전탑 건설에 합의했으나 나머지 네 곳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싸움에도 물러서지 않고 송전탑 반대를 외쳐 왔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순전히 서울로 전기를 공급하고자 송전탑이 밀양에 들어서는데, 정작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밀양 주민은 고스란히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시도별 전력 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2.9퍼센트지만 경상남도는 200퍼센트가 넘는다. 서울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애먼 지방 사람이 온갖 위험을 감수하며 송전탑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치우 씨를 비롯한 밀양 주민들의 이런 의문에 정부, 한국전력을 비롯한 누구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상동면 옥산리 여수 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하는 김영자(여·57) 씨의 세상 보는 눈을 바꿔 놨다. 김 씨는 평생을 "내 마음대로 살면 애국하는 것" 이런 생각으로 살았다. 그는 "농부가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애국하는 거지 달리 어떻게 애국을 하느냐"고 덧붙였다. 송전탑은 이런 그의 평생 신조를 산산조각냈다.

송전탑이 예정대로 건설되면 김 씨는 방 안 창문을 통해서 송전탑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 김 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송전탑 백지화가 불가능 하다면 백 번 양보해서 송전탑 대신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에 묻어 콘크리트로 막는 것)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한국전력은 이마저도 "비효율적"이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폭행범에게 알립니다"…고소·고발당한 밀양 주민

한국전력 항의 방문 후 대한문 쌍용차 농성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갑자기 양윤기 씨가 일어나 "폭행범들 들으세요"라며 열 명이 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사연은 이렇다. 양 씨가 부른 명단에 오른 이들은 국내 최대 공기업이라는 한국전력과 그 시공업체로부터 업무 방해와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오는 30일 있을 재판에 대비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야 했다. 양 씨는 "글을 모르는 사람은 구두로 답하면 됩니다"고 덧붙였다.

강자와 약자 간의 싸움이 으레 그렇듯이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어김없이 고소·고발이 등장했다. 고소·고발을 당한 주민은 한 두 명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조경태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표한 바로는 한국전력과 시공사가 주민을 상대로 39건의 고소를 했으며, 고소 대상이 210명 이상이다. 조 의원은 "단일 국책 사업으로는 최악의 고소·고발 사태"라고 꼬집었었다.

밀양시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에 사는 송영숙(여·57) 씨도 지난해 여름 한국전력으로부터 '공사 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송전탑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운반하는 헬리콥터가밀양댐 부근의 헬기 이착륙장에서 이륙하려는 것을 온몸으로 저지했다는 이유였다. 고소·고발을 당한 여느 밀양 주민들처럼 송 씨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 밀양 주민 이금자 할머니가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쌍용차 농성 57일째…"살던 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평생 농사 열심히 지은 것밖에 죄가 없는 노인들이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모습. 밀양에서 나고 자란 곽빛나 마산진해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곽 간사는 "어르신은 온갖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면서 '국가가 이렇게까지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신 분들이라 타인의 상처를 더 잘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15일 아침 평택시의 쌍용자동차 고공 농성장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신난숙(여·50) 씨는 "송전탑 투쟁을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 같아요"라고 중얼거렸다. 같은 마을 성은희(여·52) 씨도 "우린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지" 하고 맞장구쳤다.

고공 농성장에 내리자 이들은 자신들이 그렇게나 혐오하는 송전탑에 오른 세 명의 노동자를 보며 "아이고 세상에" 하고 탄식했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 등 3명은 국정 조사 실시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송전탑에 올랐다. "송전탑 농성 57일차"라고 쓰인 종이가 전봇대 사이의 줄에 걸려 나부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밀양 주민들의 방문에 감사를 표한 뒤 "일하고 퇴근 후 가족과 소박하게 살고 싶은데 대한민국에서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고 고공 농성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복기성 수석부회장이 "어르신을 보니 고향의 부모님이 생각난다"고 말하자 주민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82세로 희망 순례 참가자 중 최고령인 이금자 씨는 너무 멀고 높은 곳에 있어 점처럼 보이는 세 사람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말을 건넸다. 그녀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을 찍었습니다. 하도 경제, 경제 하기에 얼마나 잘 살게 해줄까 싶어서 그랬는데…용산부터 시작해서 5년간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이 할매 마음이 너무너무 아픕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쌍용차 고공 농성장에 대추와 사과 등을 전하고 유성기업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김영자 씨는 "누가 큰 거 바랐나. 살던 대로 그대로 살게 해달라 그뿐 아닙니까" 하며 탄식했다.

▲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장이 굴다리에서 위태롭게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김순석 유성기업아산지회 부지회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창조 컨설팅'으로 파괴된 유성기업 노동조합…"죽더라도 이기고 죽자"

이어 이들은 유성기업 고공 농성장으로 향했다.

지난 2011년 노동조합이 밤샘 노동 폐지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요구하며 잔업 및 특근 거부에 들어가자 사측은 '창조 컨설팅'이라는 노동조합 파괴 전문 업체를 이용해 복수 노조를 설립했다. 사측의 회유에 95퍼센트의 노조원들이 어용 노조 격인 제2노조로 빠져나갔다. 이에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장은 노조 파괴 중단과 어용 노조 해체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회사 앞의 굴다리에서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밀양 주민들은 이러한 공동체 분열이 얼마나 큰 심적 고통과 불안을 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밀양 역시 주민들 사이에서 보상금 문제를 놓고 마을이 분열되는 등 구성원 간 갈등 문제로 몇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9일에는 한국전력이 주민을 매수하려고 제시한10억 원을 몇몇 주민이 일부 유용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홍종인 지회장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투쟁하시는데 우리 젊은 것들이 투쟁 못 하겠습니까. 힘내겠습니다"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부북면 위양리에 거주하는 한옥순(여·66) 씨는 "농민하고 기술자 없으면 저희가 어찌 할라고 나라가 이러는지 참 더럽다. 우리 죽더라고 이기고 죽자"고 강조했다.

유성기업 방문을 마지막으로 정해진 일정을 모두 마친 밀양 주민들은 "희망을 가지고 함께해야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들은 오랜 싸움터 밀양으로 향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밀양송전탑 갈등, ‘국회공청회’로 푼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1-30일자 기사 '밀양송전탑 갈등, ‘국회공청회’로 푼다.'를 퍼왔습니다.
한국전력과 주민들, 다음달 4일 국회에서 공청회 하기로 결정

 
ⓒ구자환 기자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95호기 송전탑 현장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들 주민은 이날 오후 5시까지 공사에 대비해 현장을 지켰다.

밀양 고압송전탑 문제의 해법을 찾는 국회 공청회가 열린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29일 한국전력쪽과 주민단체쪽 4대4 형식의 패널 토론에 전격 합의했다”며, “오는 12월 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공청회가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4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국회공청회는 ‘밀양 765kV 송전탑 해법을 찾는다’는 주제로 민주통합당 조경태 의원실,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녹색당이 주최한다.

국회공청회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 순서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의 타당성)이란 주제로 석광훈(녹색당 정책위원)과 한전 실무자가 각각 주제발표를 하고 이어 (765kV 송전탑과 건강권 문제)에 대해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과 한전 실무자의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상호토론이 이어진다.

2부에서는 (송전선이 야기하는 문제점과 그 해법)이란 주제로 ‘송전선과 재산권 문제 및 운영 중인 765kv 송전선 지역평가’에 대해 이계삼(밀양 765kV 반대대책위 사무국장)과 한전 관계자의 발표가 진행된다.

이어 ‘밀양 765kV 송전탑 문제 해법모색’에 대해 김세호(김제남 의원실 정책비서)와 한전 관계자가 발표가 진행되고 상호토론에 이어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양쪽은 청중의 질의 응답에 대해 밀양송전탑 찬성과 반대진영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기로 했다.

앞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와 4개면 주민대책위는 지난 19일 경남도청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의 해법에 찾는 국회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국회에서의 공청회는 정치쟁점화가 우려된다며 국회 공청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동시에 한국전력은 ‘밀양에서 개최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의 입장에 대해 4개면 주민대책위는 국회공청회와 밀양에서의 공청회를 함께 진행하자며 수정 제안했다.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쑥대밭 마을... 날만 새면 미친듯이 철탑으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04일자 기사 '"쑥대밭 마을... 날만 새면 미친듯이 철탑으로"'를 ㅓ왔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⑥] 밀양 송전탑 반대하는 30장 탄원서에 담긴 노인들의 절규

대선을 맞아 (오마이뉴스)와 녹색당은 원자력 발전 등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을 화두로 던집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서도 고리와 월성 원전에서 고장사고가 자주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 '원전을 버리자'를 통해 안전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원전 문제는 우리 일상, 그리고 미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안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이응인

"제 나이 26살에 이곳에 터를 잡고 한평생 자식 6남매 낳고 온 식구 배고파 가면서 손바닥만한 땅을 평생 일구어 이제 늘그막에 영감 할멈 마음 편히 살아보려 했는데, 난데없이 고압 철탑이 웬말입니까. 나는 피땀 흘려 가꾼 이 논밭과 우리 목숨을 이 철탑과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를 죽이고 철탑을 세울 겁니까.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만약에 이 늙은이의 뜻이 받아들여진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 길 밖에 없습니다. 지금 남편은 병이 들어 어디로 가서 살 데도 없습니다. 우리는 보상도 필요 없고 옛날처럼 밭에 채소 일구면서 지금 이대로만 살게 해 주세요. 이 늙은이를 살려 주세요. 부탁하옵나이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에 사는 구화자 할머니가 쓴 탄원서다. 초고압 송전철탑이 들어서면 "죽는 길 밖에 없다"며 "지금 이대로만 살게 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 밀양시 산외, 부북, 상동, 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이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구화자 할머니의 탄원서. ⓒ 윤성효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송전선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간에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다. 우선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부터 진행하고 있다. 

밀양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탑이 건설될 경우 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전자파로 인해 동식물과 사람까지 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송전탑 건설 이야기가 나온 7년 전부터 땅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매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

주민들은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고 이치우(74) 어르신이 분신자살했으며, 지금은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싸우고 있다.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움막과 천막을 설치해 놓은 현장은 9곳이나 된다. 주민들은 밤낮으로 교대로 보초를 서다시피 해왔다.

한국전력은 송전탑 건설 공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송전탑 건설 부지 수용은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 한국전력과 주민대표들이 10월말부터 대화를 진행하면서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두 차례 '사전 실무회의'가 열렸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갈등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대책위, 법원에 낼 주민 탄원서 받아

765kv 초고압 송전철탑 건설에 반대하고 있는 밀양 단장,산외,부북,상동면 주민들이 자필로 탄원서를 썼다. 모두 30장 정도다. 이 탄원서는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가 법원에 낼 목적으로 받아둔 것.

탄원서에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절박함이 묻어 있다.  자필로 쓴 이 탄원서들은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있지만 의사 전달은 충분하다. 어르신들은 탄원서에 주소와 이름을 적은 뒤, 붉은색 손도장을 찍어 놓았다.

탄원서에 한결같이 나오는 문구는 "이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 그들은 이곳에서 살다가 죽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마치 유서와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 대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주민대표들이 지난 10월 30일 열린 '실무회의' 때 한국전력 측에 고소고발 취하를 재차 요구했지만, 법적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국전력측은 한 달 소득이 50만원도 안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손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손배를 왜 걸었을까 생각해보면 겁박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대해 이계삼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한 말을 써놓았다. 오직 이대로 살다가 죽게 해 달라는 것이다"며 "탄원서를 읽어 보면 가슴이 뭉클한 내용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어르신들이 쓴 일부 탄원서의 내용이다.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구덕순씨의 탄원서. ⓒ 윤성효

"철탑 공사를 강행한다면 한 목숨을 바쳐 막을 것이다. 한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농민으로서 고향 산천을 지키려는 서민의 마음을 제발 헤아려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진해권).

"철탑 때문에 땅이 매매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지가는 터무니없이 내려가서 제가 땅 매입시보다 막대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부디 철탑이 서지 못하도록 하여 주십시오"(김서백).

"17살에 시집 와서 80평생 농사지으면서 자기(자식) 낳고 살고 있습니다. 송전탑이 들어서면 조상님한테 죄가 되는 짓 같아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 땅 우리가 지키는 것이 죄가 됩니까. 도와 주십시오"(손희경).

"우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움막에서 밤을 새우며 송전탑을 막는 것은 우리의 자손들이 행복한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송전탑이 들어선다면 난 불 살고 죽을 겁니다"(박순연).

"아무리 국가기간산업이라 할지라도 연로하고 병약한 농촌의 청정마을마다 엄청난 규모의 송전선로가 건설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물적·정신적 피해가 발새알(발생할) 것이며, 특히 화악산 평밭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 소득을 일구며 살아온 지역으로 송전사업의 환경훼손으로 생업 활동에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이희암).

"불안합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몇 안되는 동네 분들과 싸워여 하는 고통을 누가 안단 말입니까. 살이 떨립니다. 처음 겪어보는 불면증을 앓고 있습니다. 한전과 정부가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고 언제까지 싸워야할지 걱정입니다. 날마다 어지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날만 새면 산으로 미친듯이 철탑 막으러 달려 나옵니다. 집안 일은 엉망이 된지 1년이 넘었습니다"(배수철·전혜영).

"우리는 요대로만 살고 싶습니다. 보상을 더 받으려고 공사를 방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송전탑이 꼭 필요한 전기공사라면 사람이 안 사는 먼 곳으로 공사를 하든지 백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땅갑 하락과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전자파의 위험에서 제발 살게해 주시기 바랍니다"(정임출).

"이 노파는 81세 된 할머니입니다. 너무나 억울함을 금할 길이 없어서 거친 글이나마 펜을 들었습니다. 화악산 기슭 오솔길. 비가 오면 돌부리에 발가락 차여 아파하며 10리길을 다니면서 살았습니다. 불행하게도 남편 없이 4남매를 (키웠습니다.) 내 온몸 수족이 굳어 쓸 수 없이 병에 걸려 죽을 판에(지경이 되어) 이곳에 와서 병이 다 회복되었습니다. 삼년 전 일인데 아득합니다. 내 생명을 연장하여 우여곡절 끝에 잘 살아가고 있는데, 아니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이 푸른 숲으로 녹색이 꽉찬 이 유명한 화악산에 765kv 송전탑이 웬말입니까. 한전 사장이 정부와 짜고, 이렇게 무참히 우리집 뜰 앞으로까지 재산을 송두리째 강탈을 당하고 너무너무 억울합니다. …"(이금자).

"이 할매들(한테) 이 나라가 이렇게 고통을 줍니까. 매일 같이 산에서 생활해야 하니 죽을 지경입니다. 송전탑이 세워지지 않으면, 농사만 지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이 할매는 욕심이 없습니다. 오직 요대로 살다가 죽도로 해주십시오"(구덕순).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이금자 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정임출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 사진은 박순연 씨의 탄원서. ⓒ 윤성효

▲ 밀양시 산외,부북,상동,단장면 주민들이 765kv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반대하며 한국전력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법원에 내기 위해 '탄원서'를 자필로 작성했다.사진은 손희경 씨의 탄원서. ⓒ 윤성효

윤성효(cj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