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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자유롭던 인터넷, 실명제 ‘멍에’ 씌운 정치인은 누구?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03일자 기사 '자유롭던 인터넷, 실명제 ‘멍에’ 씌운 정치인은 누구?'를 퍼왔습니다.
[스케치]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

▲ 제 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수상자 5인 ⓒ미디어스

“자라나는 대한민국 인터넷에 제한적 본인 확인제(인터넷실명제)라는 멍에를 씌워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제 인터넷 사회에 망신살을 두루 뻗치는 데 크게 기여한 바, 그 불명예를 널리 알려 후세의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그 쑥스러운 이름을 남긴다”
‘라봉하’, ‘변재일’, ‘원희룡’, ‘이상배’, ‘진대제’. 이들의 공통점은 2007년 시행된 인터넷실명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3일 건국대에서 개최된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에서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시상식에서 수상자 이름이 발표되자 참가자석에서는 일제히 갈채가 쏟아졌다.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라봉하 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장, 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이상배·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직책도 정치색도 제각각이었지만 인터넷실명제 도입에는 함께였다. 사용자들에게 인터넷을 '사랑'이 아닌 '스릉'(어금니를 물고 한 발음으로 애증을 나타냄)으로 표현하게 만든 주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 시상식을 주최한 (흐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과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당시 이들의 어록들을 공개했다.
“익명성 즉 익명성의 탈 억제적인 성향 때문에 자기 책임성이 결여되는 것입니다. 자기 책임성을 확보해 사이버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_라봉하 전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장
“인터넷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북한의 심리전 활동 매체로도 활용되는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_이상배 한나라당 의원
“인터넷공간이라고 공명선거를 해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신 실명제를 도입해 가지고 온라인 인터넷상에서도 공명선거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보완해 보자는 취지입니다”_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익명성을 악용한 사이버 인권침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테러가 급증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할 필요성이 크게 늘어난 상황”_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이제 인터넷 상의 발언에도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온 만큼 실명제도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우리도 이제 인터넷에서 새로운 자아 찾기와 원칙을 수립해야 할 때”_변재일 열린우리당 의원
인터넷실명제가 지난 8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을 고려한다면, 당시 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게 입안됐는지는 짐작 가능한 문제다.
특히, 이상배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의 심리전 활동 매체로도 활용된다”는 황당한 발언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참가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4차원 인사”라고 이 전 의원을 꼬집었다. 이들은 또한 원희룡 의원에 대해서는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진대제 장관에 대해서는 “이런 분이 일국의 정통부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공포이고 충격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사회를 본 해멍(별칭)은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판정된 인터넷 실명제를 과거 물심양면으로 법제화 하려 노력한 후보들”이라며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에 멍에를 씌워서 그 가치를 퇴색시키는데 노고를 한 후보들은 아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들의 불명예를 두고두고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1회 ‘한국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확대에 공을 세운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임차식 방통위 전 네트워크정책관에게는 ‘다행히도 아차상’이 수여됐다.
“3인은 자라나는 대한민국 인터넷에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라는 멍에를 씌우기는 했으나, 앞의 5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기여도가 적거나 애매한 구석이 있어 하는 수 없이 그나마 덜 망신스러운 ‘아차상’의 명목으로 인터넷 멍에의 전당에 그 쑥스러운 이름을 남긴다”
주성영 의원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넷 촛불시위가 광우병 괴담을 통해서 번져나갔다”며 “괴담을 증폭시켜 선량한 시민들을 선통하는 우스운 수준의 네티즌들이 많다”며 인터넷실명제 확대를 주장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일일 방문자수 30만 명이던 인터넷실명제 대상을 10만 명으로 확대시켰으며 실무를 봤던 이가 임차식 전 네트워크정책관이다.
“수상자 모두에게 표창장을 오프라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는 게 사회자의 마지막 발언이었다.  

인터넷 권리 선언 발표 “행동할 사람은 우리뿐”

이날 (스릉흔드 인터넷 페스티벌)에서는 인터넷 권리 선언이 채택, 발표됐다. 
이들은 “망 사업자들이 (트래픽 차단으로)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는데 인터넷 이용자들이 너무 무감각하다”며 “인터넷 자유를 지켜야하기 때문에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행동할 사람은 우리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선언문에는 △공정이용권 △수사기관의 감청 제한 △공직선거법 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차별없는 인터넷 접근 환경 구축 △이용자를 주권로서의 정책 수립과정 참여 보장 등이 담겼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나랏님 욕하면 잡혀간다, 인터넷 시대 막걸리 보안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3일자 기사 '나랏님 욕하면 잡혀간다, 인터넷 시대 막걸리 보안법'을 퍼왔습니다.
[특집] "감히 대통령을" 끝나지 않는 괴담행렬과 질식된 표현의 자유

“감히 대통령을 욕하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생각된다면 이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2011.5.21 권혁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감히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라는 말을 ‘감히’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무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다. 동네 슈퍼에서 만난 어르신의 꾸지람이 아니다. 꾸지람은 듣기 싫으면 무시하면 되지만, ‘감히’ 대통령을 욕한 건 ‘죄’가 되어 처벌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갔다. 

‘막걸리 보안법’의 재현…MB정부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2011년 5월, 회사원 송아무개씨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블로그도 만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접속을 차단시켰다. ‘감히’ 대통령에 대한 욕을 ‘연상시키는’ 아이디를 만든 죄다. 한 심의위원은 ‘아버지에게도 그럴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 해당 주소는 ‘불법·유해 정보’가 됐다. 법원은 방통심의위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면 소리 소문없이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술 자리에서의 농담도 삼가야 했다. 소위 ‘막걸리 보안법’이 위세를 떨치던 때다. 국가가 흉흉한 민심을 억누르던 시절이다. 민주주의가 모습을 갖춰 나가면서 ‘막걸리 보안법’은 과거의 유물이 됐다. 착각이었다. 송씨는 “거꾸로 가도 너무나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한 발 더 뒷걸음질 쳤다. SNS와 팟캐스트, 어플리케이션 등을 심의하는 전담 팀을 꾸린 것이다. 박만 위원장은 2011년 말 “신설되는 뉴미디어팀은 음란물이나 사행성 등 위법행위가 드러난 경우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무더기로 차단 또는 삭제됐다.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거꾸로 간 건 방통심의위 뿐만이 아니다. 경찰은 2010년 11월, 40대 대학강사 박아무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길거리에 붙어있는 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정상석인 사고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다짜고짜 배후를 캐물었다. 박씨는 ‘쥐’가 G20의 ‘쥐(G)’라고 말했지만, 경찰은 ‘불온’하게도 대통령을 떠올렸다.

국방부도 한 몫 했다. 2008년, 국방부는 ‘불온서적’ 23권을 지정하고 군내 반입을 금지시켰다. 베스트셀러, 대학 수업 교재도 포함됐다. 목록은 42권으로 늘었다. 또 지난 8월, 군사법원은 트위터에서 대통령을 비판해 ‘상관 모욕죄’로 기소된 현역 대위에게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선 2009년, 국방부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정부가 억압한 건 ‘표현의 자유’였다. 정확히는 ‘비판적 의견을 표현할 자유’였다. 소위 ‘비판적 언론인’을 솎아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판이 거세된 언론이 언론이 아닌 것처럼, 표현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용인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는 이미 ‘자유’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언론’과 ‘자유’를 억압하면서도 태연하게 ‘국격’을 입에 올렸다. 

‘민증 까!’…인터넷 실명제, 그 ‘삽질’의 역사

비판적 의견에는 ‘괴담’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인터넷은 그 진원지로 지목됐다. 느닷없이 ‘익명의 가면을 쓴 괴한’으로 몰린 사람이 여럿이다. 정부는 인터넷 아이디에 이름을 붙이려 했다. 인터넷 실명제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거의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서 시민들은 ‘민증을 까야’ 했다. 그러나 줄어든 건 ‘표현’ 그 자체였다. 애초 제도 도입의 취지였던 ‘악플러’나 ‘괴담’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신 댓글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표현 자체를 꺼렸다. 검열로 인한 ‘위축 효과’다. 2008년, 인터넷 토론방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됐던 ‘미네르바(필명)’는 그 ‘본보기’였다. 

인터넷 실명제는 애초부터 무모한 도전이었다. 2009년 4월, 구글은 자사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실명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되자 한국 이용자들의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청와대마저 ‘우회로’를 통해 동영상을 올리는 촌극이 빚어졌다. 정부는 ‘발끈’했지만 끝내 유튜브는 실명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굴욕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삽질’은 계속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언론사 홈페이지의 ‘소셜 댓글’에도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시민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로 실명제를 비켜가면서 이미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나온 무리수였다. 정부는 ‘한국 인터넷’을 상정하고 여기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민들’을 통제하려고 달려들었다. 

뒤늦게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건 헌법재판소였다. 헌재는 전기통신기본법(미네르바)과 정보통신망법(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해 각각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미 ‘인터넷 통제국’의 오명을 뒤집어 쓴 뒤의 일이다. 뉴욕타임스는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고 인터넷 실명제를 조롱했고, 유엔 특별보고관은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괴담’ 알레르기…시작은 ‘광우병 괴담?’

발단은 광우병 시위였다. 임기 초반이던 2008년 여름, 촛불이 들불처럼 달아 올랐다. 예상치 못한 ‘암초’였다.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거리는 분노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바라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던 대통령은,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송구스럽다”면서도 “‘광우병 괴담’”이라고 했다.

곧 ‘괴담 과의 전쟁’이 선포됐다.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된 MBC (PD수첩) 제작진 6명은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줄줄이 연행됐고, 정부와 검찰은 ‘유언비어’를 엄정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발맞춰 눈치 빠른 언론들은 인터넷을 ‘괴담’이 횡행하는 무법지대로 묘사했다. 정부는 설명하거나 ‘오해’를 풀기보다, 입을 막는 쪽을 선택했다.

‘전쟁’은 이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괴담이 쏟아졌다. 천안함 침몰도, 한미 FTA도, ‘방사능 비’도, 4대강 사업도, 정부 의견과 다르면 모두 괴담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정보공개 요청은 번번이 거부됐고, 비판 여론에 대한 수렴 과정은 무시됐다. 오직 ‘괴담’이라는 이름의 ‘탄압’이 있었을 뿐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감시와 검열의 눈초리에 시달렸다.

괴담은 ‘불통’의 다른 이름이다. 시민들은 설명을 듣기 원했고, 정부는 속도를 내기 원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원했고, 이명박 정부는 ‘일사분란’을 원했다. 임기 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SNS가 괴담의 새로운 ‘진원지’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끝까지 ‘괴담’ 타령이다. 5년 가까이 정부는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셈이다. 불행과 고통은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정부,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 ‘검열강화’로 대응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8일자 기사 '정부,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 ‘검열강화’로 대응'을 퍼왔습니다.
자율규제 촉진, 처벌강화 ‘후속대책’ 발표

정부는 28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건전한 인터넷 게시판 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인터넷 본인확인제도 위헌판결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하지만 법적 조치를 강구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타인의 사생활이나 명예를 침해하는 악성 게시물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아니다”며 “악성댓글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여전하다는 인식 하에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등 적극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후속대책에 대해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촉진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 등 포털사들의 사업자 단체를 통해 포털사 스스로 모니터링, 필터링 활동을 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업자 스스로 모니터링, 필터링 활동을 강화하고 사업자단체, KISO에서 불법 게시자 제재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대한 표준약관과 윤리강령을 제정해 악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KISO 표준약관에 사업자가 댓글의 임시조치 대상 여부를 판별하기 쉽도록 임시조치 기준 및 처리방법을 구체화하며 중소사업자에게도 악성댓글 처리에 참고할 수 있도록 불법게시물 처리 사례집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게시판 운영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경우 피해자는 해당 사업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며 ‘인터넷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했다.
또 정부는 임시조치 게시물을 방송통심의위원회에 상정, 처리해 관련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포털사 등 사업자의 임시조치로 30일간 게시물 차단이 가능하다. 30일 이후 피해자와 게시자가 합의를 못한 경우, 자동으로 게시물을 방통심의위에 상정, 처리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의 방통심의위의 보수적인 판결에 비춰봤을 때 임시조치 게시물의 방통심의위 자동 이관은 이용자들에게 게시물에 대한 검열 강화로 받아드려질 가능성이 크다. 또 포털사업자의 모니터링, 필터링 강화 조치 역시 게시물에 대한 사업자의 자의적 검열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업자 감시 책임 강화만큼 게시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정부는 “인터넷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집중신고기간을 정하고 집중적 수사와 사법처리를 통해 인터넷 악플 가해자는 반드시 추적·처벌된다는 관행을 확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디지털 범죄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해 경찰의 사이버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선플을 달면 자원봉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해 선플달기 운동과 인터넷 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투표시간 연장 안된다” 새누리당 전문위원 한 마디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8일자 기사 '“투표시간 연장 안된다” 새누리당 전문위원 한 마디에…'를 퍼왔습니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파행…선거법 인터넷실명제 논의조차 안 돼

▲ 9월 14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선거실명제 폐지 인터넷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는 논의조차 되지 못됐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 5일 “공직선거법에 따라 인터넷언론사에 선거운동 기간 실명확인 게시판을 운영하도록 한 것 역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해당 규정을 삭제하는 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8일 오전 10시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는 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돌연 반대하면서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가 정회·파행으로 치달았다. 인터넷실명제 폐지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문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시간 연장에 합의했으나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오전6시부터 오후6시로 규정돼 있는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등 임기 만료 선거에 대한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는 데에 여야 합의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선거일에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고 현행 보궐선거가 오후 8시까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임기 만료 선거 역시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는 데 총론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의원들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의결만 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행정안전위원회 전문위원이 새누리당 고희선 법안심사소위원장에게 귓속말로 “투표시간 연장은 안된다”고 전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갑자기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기 시작했고 야당 의원들은 “어떻게 전문위원 말 한 마디에 합의내용을 뒤집을 수 있느냐”고 맞서는 등 이날 행안위 법안심사소위는 파행으로 끝났다.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해 법안심사소위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다음 안건으로 상정돼 있던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안은 논의조차 못됐다. 
진선미 의원실 한 관계자는 “기존에 임기만료선거 투표시간을 6시까지로 정했던 이유는 수작업을 통해 개표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기계로 개표하기 때문에 8시까지 연장하는 것은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현행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규정돼 있는 부재자투표 시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대선 전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논의조차 되지 못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역시 헌법재판소의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실명제 위헌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라며 “12월 대통령선거 전에 두 안건 모두 본회의를 통과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비롯한 유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언론사들 직접 나섰다 “선거법상 실명제 폐지해야”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4일자 기사 '언론사들 직접 나섰다 “선거법상 실명제 폐지해야”'를 퍼왔습니다.
95개사 인터넷언론·시민단체, 인터넷실명제 폐지 촉구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는 95개사 인터넷언론사(9월 14일 기준)들이 직접 나섰다. 선거기간 인터넷언론사에게 게시판을 실명제로 운용하도록 규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사업자들의 편집권을 훼손하는 규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9월 14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선거실명제 폐지 인터넷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김철관 회장은 14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2004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인터넷실명제를 명시하고 있어 8년간 싸워왔다”며 “이 법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철관 회장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법상)인터넷실명제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고 중앙선관위도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이 마당에 국회가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실명제를 폐지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속한 개정을 통해 이번 대선부터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가 보장되고 인터넷신문사를 통해 공론의 장이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로 정보통신망법 인터넷실명제가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2004년부터 성명, 기자회견, 캠페인, 토론회 등 안 해본 게 없다”며 “인터넷언론사 역시 불복종하면서 (민중의소리)와 (참세상)이 과태료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SNS상에서의 선거운동도 상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 선거 시기 인터넷언론사에만 실명게시판을 운용하도록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천주교언론지키기모임 이필립 고문은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는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는 국가제도”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은 “대선이 치러지기 이전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를 촉구한 인터넷언론은 (민중언론 참세상), (아시아투데이), (제주의소리),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 총 95개사다. 또한 인터넷기자협회, 한국인터넷지역신문협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도 함께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이사람] “MB정부 탄압 맞서며 시민들 더 각성했어요”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9일자 기사 '[이사람] “MB정부 탄압 맞서며 시민들 더 각성했어요”'를 퍼왔습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창립 18돌 맞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
 천안함 보고서 파문뒤 회원 폭증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 등 성과
 10일 세종문화회관서 후원의 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권력의 전방위적인 압박 탓에 활동이 굉장히 위축됐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사회가 얻은 중요한 성과입니다.”지난 6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1층의 카페 통인에서 만난 이태호(사진)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얼굴은 꺼칠했다. 제주 강정마을을 오가며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느라 최근 새벽 4~5시에 잠드는 일을 반복한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창립한 참여연대가 오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창립 18돌 기념 후원의 밤을 소개하는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그는 인터뷰 내내 “시민들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강정마을에서 연 평화콘서트에1500여명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였어요. 제주도 현지 활동가들이 육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제주를 찾은 적이 없다며 놀랐죠. 해군기지 문제의 해결을 원하는 시민들이 왕복으로 20만원에 이르는 교통비 부담과 휴가 반납 같은 희생을 기꺼이 감수한 거예요.”참여연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정리한 전자우편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에 보낸 것을 두고 보수 언론이 ‘친북’, ‘종북’으로 매도한 덕분에 오히려 회원 수가 2천여명가량 폭증했다.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지가 회원 가입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제 시민들은 시민단체가 자신을 대변해주기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를 대변하면서 시민단체를 이용할 줄 알아요. 정말로 필요한 곳에는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기도 하고요.(웃음)”참여연대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 침해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많은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스스로를 표현하고 행동하고 조직하는데, 이런 시민의 자유를 규제하는 대표적인 두가지 악법을 바꿔낸 데 보람을 느낍니다.”지난 8월23일 헌법재판소의 인터넷실명제 위헌 결정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2010년 1월 제기한 헌법소원에 따른 것이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투표 독려나 특정 후보 지지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참여연대가 나서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해 11월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덕분이다.이 사무처장은 앞으로 참여연대는 경계에 선 시민들을 만나는 일에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당한 통닭집 주인 아저씨가 참여연대를 ‘내 친구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고통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유대감을 주고 싶어요.”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인터넷 ‘민증 까’ 시절이여, 안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인터넷 ‘민증 까’ 시절이여, 안녕'을 퍼왔습니다.
[기획] 주민번호를 둥둥 떠다니게 한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사고 낸 KT 등은 여전히 주민번호 수집, 주민번호 대체하는 ‘주민번호식 돌려막기’는 한계 역력

» 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1968년 11월21일치 신문 기사.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소제목으로 실려 있다. 한겨레 자료
주민등록번호가 최초로 ‘유출’된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다. 1968년 11월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 부인 육영수씨와 함께 나온 박 대통령은 정종실 자하동장에게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받아든다. 전국에서 처음, 제1호 발급이었다. 박 대통령은 사진기자를 향해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쳐들었다. 이날치 신문은 박 대통령 주민등록증 번호를 이렇게 전한다. 110101-100001. 육영수씨는 110101-200002. 정일권 국무총리도 이틀 뒤 서울 성동구 충현동에서 주민등록번호 110405-100001을 부여받는다.

스스로 주민번호 ‘유출’한 박정희

당시 숫자 12개로 이뤄진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이 들어가도록 1975년에 일제 갱신된 지금의 13자리 주민등록번호와 구성 방식이 달랐다. 앞쪽 6자리는 지역번호, 뒤쪽 6자리에는 성별 1자리, 개인 일련번호 5자리가 부여됐다.
2006년 7월12일치 에 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한나라당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렸는데, 투표를 위해 신분을 확인하는 박근혜 후보의 주민등록번호 520202-2××××××가 투표장 컴퓨터 모니터에 떴다. 사진기자가 이 장면을 찍었고,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신문지면에 그대로 실렸다.
아버지와 딸의 주민등록번호 모두 신문에 실렸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아버지 박정희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스스로 공표하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번호 하나로 관리되는 세상이 왔음을 알렸다면, 38년 뒤 그 딸은 아버지 시대가 주조해낸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당혹해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간 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는 인구 동태 파악, 신원 확인과 간첩 색출을 위해 주로 쓰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건당 30원에 주민등록번호가 팔리는 세상도 아니었고, 도용당하면 나도 모르는 통장이 개설되거나 돈이 빠져나가는 세상도 아니었다.
지난 8월23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손쉽게 억압해온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1자리 공석) 위헌 결정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조항은 8월23일부터 즉각 효력을 상실했다.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인터넷 실명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쳐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시위로 홍역을 치른 뒤, 이듬해 4월부터 하루 방문자 수 30만 명 이상이던 인터넷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 기준을 10만 명으로 크게 낮추기도 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시행된 탓에 외국 IT 업계의 조롱 대상이 됐다. 실효성도 떨어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폭발적으로 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수집할 이유 없는데 수집, 전체의 92.5%

이번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기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정보를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본래의 입법 목적과 관계없이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고 다른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으로 공지한 인터넷 웹사이트 수는 2007년 35개에서 2011년에는 146개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가 대상이니, 사실상 모든 주요 사이트에 본인확인제를 통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요구해온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위헌 결정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전세계 인터넷에 이미 유출됐다”며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정보통신망법 외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는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 닷새 전인 지난 8월18일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는 것이 금지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판촉·마케팅을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업체 등은 쌓아놓고 있는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2년 안에 모두 파기해야 한다. 개정된 법은 실명 확인을 해야 할 때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개인식별번호(아이핀),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등 대체 인증 수단을 사용하도록 했다. 계도 기간(6개월)이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대량 유출을 초래했던 ‘거점’들이 뒤늦게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를 보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웹사이트는 32만 개나 된다. 이 가운데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이트가 전체의 92.5%인 29만6천 개에 달한다. 정부도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부추긴다. 633개 법령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2012년 6월 기준)하고 있다. 8141개 정부 민원서식 가운데 3156개(38.7%) 서식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2011년 11월 기준)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주민등록번호가 둥둥 떠다니는 셈이다.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관리 소홀과 유출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포털 등은 수집 정보 2년 안에 파기해야

» 2008년 4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에서 전자여권 도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인권단체 관계자들. 한겨레 박종식
지난 7월 이동통신업체 KT 가입자 870만 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SK컴즈에서 운영하는 네이트·싸이월드 가입자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밖으로 새나갔다.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업체 넥슨도 132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시켰다. 2008년에는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863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 큼직한 개인정보 유출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피해자는 7500만 명이 넘는다. 중복 가입자와 일부 암호화된 정보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인구 5천만 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은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누군가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살아야 한다. ‘고유번호=특정 개인’이라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본인 확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선 운동을 하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일단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사용 금지를 전제로 한 프레임으로 정책을 변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예외를 두지 말고 민간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해야 하는데, 개정법은 여전히 대규모 사업자들의 수집·이용은 예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KT를 포함한 이동통신사업자는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허용된다. 장 활동가는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우리 정부에 권고한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제도를 재검토하고 주민등록번호 요구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주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목적으로만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민간 부문에서의 수집·이용은 모두 ‘근절’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들이 번호 변경을 요구하자 “수십 년간 사용해온 자동차 면허, 부동산 등기, 예금, 보험, 직장 등 각종 공공장부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하다”며 일절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출에 따른 오·남용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유지하되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발행번호를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행정안전부의 이런 방침을 근거로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들이 낸 번호 변경 소송을 기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23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원화 방안’에 대해 “지난 18대 국회가 끝나 관련 법안도 함께 임기 만료 폐기됐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이원화 방안 도입 여부도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돌려막기식’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아이핀은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또 다른 본인신분확인증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도용 위험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지난 6월까지 533만9천여 건이 발급된 아이핀의 경우 민간 신용정보업체들이 발급을 대행한다. 민간업체에 주민등록번호를 몰아주는 것으로, 또 다른 대규모 유출 우려를 낳는다.

» 2011년 4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연 현대캐피탈 임원진들. 한겨레 신소영.

“도대체 왜” 1965년부터의 우려

번호로 관리되는 세상에 대한 불안은 주민등록증 도입이 논의되던 반세기 전부터 있었다. “인구 동태의 파악, 간첩의 은신 방지가 주민등록제를 새로 만들려는 근본 목적이라고 그럴싸한 구실을 내세웠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가운데서 하나도 납득되는 것이 없다. 먼저 전자는, 지금도 전입신고, 퇴거신고제가 각 동사무소마다 정해 있으니 그것으로 인구의 이동을 알 수 있는 일. 다음에 후자는, 원래 간첩들의 신분증 위조 방법이란 기기묘묘하다. …더욱이 한 술을 더 뜬 것은 지문등록이란 괴상망측한 것까지 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국민을 요시찰인 또는 우범자로 다루려는 것 같은 극히 불쾌한 인상, 심하게 공포심까지 갖게 한다.”([동아일보] 1965년 12월8일)
시인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번호를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번호들아.’ 내 것이지만 더 이상 내 것으로 남아 있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을 이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13자리 숫자 바깥을 상상할 때가 됐다. ‘민증 까보자’는 식의 본인 확인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8월 29일 수요일

'삽질', 인터넷실명제 영면에 부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8일자 기사 ''삽질', 인터넷실명제 영면에 부쳐'를 퍼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 어떻게 생겨났고 사라지게 됐나?

'삽질한다'는 문장의 용례
처음부터 그런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는데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짓을 일삼아 하는 것을 일컬어 흔히 ‘삽질한다’고 표현한다. 농업이나 광업 등 1차 산업 내지는 토목업이나 건축업 등에서 사용될만한 전문용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어의를 달리하는 차원에서 사용되는 ‘삽질한다’는 표현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분야에서 역시 얼마든지 인용이 가능하다.
사실상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삽질하는 자가 도처에 널려 있으며, 우리는 언필칭 삽질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공간에 놓여 있다. 우렁찬 삽질의 굉음은 4대강에서, FTA에서, 강정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판에서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다. 아, 여기서 우리의 논의는 삼천리 남반부로 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삼천리 북반부에서 벌어지는 삽질에 대해선 논외로 하자.
당금 천하에 삽질의 지존이 누구냐는 질문이 제기되면 응당 현직 대통령이 그 수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으나, 기실 삽질은 각하의 전유물이 아니다. 삽질의 주체는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데다가 삽질의 양상 또한 사막의 모래알만큼 빼곡하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인터넷 실명제(본인 확인제, 게시판 실명제)는 4대강 사업과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삽질의 한 축으로 손꼽히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삽질이 삽질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

▲ 23일 문제의 법안에 대해 전원일치 위헌결정을 내리는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삽질의 본색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2010헌마47 사건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2010년 4월 미디어오늘 등을 청구인으로 하여 제기된 인터넷 본인 확인제 위헌확인 헌법소원이었다. 문제가 된 법령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망법)’ 제44조의5제1항제2호, 동법 시행령 제29조, 제30조 제1항이었다. 법률상 규정된 명칭은 ‘본인확인조치’이며 언론사의 기사에 흔히 쓰이는 용어는 ‘인터넷 실명제’이지만, 그 성격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용어는 ‘게시판 실명제’라는 온라인 규제에 관한 법령이 이들이다.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이라는 제목의 망법 제44조의5는 2007년 1월에 신설된 조항이다. 본 규정에 따르면, 국가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과 일일평균 10만 명 이상 이용하는 정보통신서비스에서 설치 운영하는 게시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 즉 인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인증의 방법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이용하여 신용정보회사의 본인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조치’가 법률이 갖추어야 할 기본권에 대한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비록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와 불법정보게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적 측면에서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본인확인조치’는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본인확인조치’로 인해 달성하고자 했던 공익적 목적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실현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적시했다. 즉 ‘본인확인조치’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초 근절하고자 했던 소위 ‘악플’은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로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본인확인조치’는 공익은 물론 중대한 사익의 침해까지 유발했는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외국인 등의 인터넷 이용을 봉쇄하고, 게시판 운영자의 업무상 불리한 제한으로 작용했으며, 본인확인정보 즉 실명과 주민등록번호의 보관 등으로 인하여 개인정보유출 및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이와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모바일 게시판, SNS 등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본인확인조치’를 적용할 수 없는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하지는 못한 채 제한된 인터넷 공간에서만 적용될 뿐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할 때 ‘본인확인조치’는 헌법이 정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 인터넷 매체 '참세상'은 선거시기 인터넷실명제에 반대해 '비실명 게시판'을 강행하고 벌금을 물기도 했다. (화면 캡쳐)

삽질의 현황
기실 게시판 실명제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은 망법이 최초가 아니다. 가장 먼저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법률은 우습게도 공직선거법이다. 2004년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82조의6은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 및 대화방과 정당 및 후보자와 예비후보자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게시판 및 대화방에 의견을 올릴 때에는 실명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2월 당시 한나라당의 이상배 정책위의장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이름은 이후 ‘실명제’과 확장되는 과정 곳곳에 등장하므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얼핏 보면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정당의 의원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치적 견해를 제어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강력히 촉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노무현 정권에서 각 정부기관에 의해서도 계속 제기되었다.
2003년 상반기에 이미 당시 정보통신부장관이 공공기관부터 시작하여 민간영역에까지 적용되는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에 대하여 실명확인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망법에 실명제를 도입하려했던 정보통신부의 안은 여론의 거센 반발에 의해 철회되었지만 선거시기 정치적 의견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는 그대로 제도화되어 2004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법제화된 것은 공직선거법 뿐만이 아니다. 청소년 탈선의 주범으로 전락해버린 게임과 관련하여 청소년 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법은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실명제를 강행했다. 청소년보호법은 만16세 이상 청소년들의 0~6시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소위 ‘셧다운’ 제도를 시행하면서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와 동시에 게임산업진흥법 역시 게임물 이용자가 회원가입을 할 때 반드시 실명, 연령 등을 기입하도록 함으로써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라는 제도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 내지 비방을 듣고 싶지 않은 입법부의 구성원들과, 자신들이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강박에 사로잡힌 관료들의 합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실명인증을 수행하는 제3의 집단 즉 신용정보회사들은 앉아서 국으로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삽질을 넘어 공구리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며 소극적인 헌법해석을 해왔던 헌법재판소가 8인(원래 9인이나 현재 1인 공석) 재판관 전원일치로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 이 제도가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 새롭거나 획기적인 헌법적 판단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할 지점은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서 적시한 저 근거들이 이미 이 제도가 도입되고자 하던 때부터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제시하던 문제들이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게시판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 본인확인제 어떤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함부로 떠들고 다니지 말라는 일종의 위협이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게시판 실명제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온라인 상의 어떤 공론장에 들어설 때 자신의 신분을 밝히라는 것이다. 환언하자면 네가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아예 키보드를 두드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건 삽질 차원을 넘어 사이버 스페이스에 공구리질을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온라인의 골목골목마다 방범초소를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드러내준다. 적어도 스스로를 IT 강국이라고 선전해왔던 한국의 정부와 입법부가 실상은 ‘민증’ 까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존재라는 것을 유감없이 과시해버린 것이다. 이처럼 참담한 실상에 직면한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그동안 누차에 걸쳐 정부와 입법부를 지도편달 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논리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나와 있는 바로 그 논리들이었다.
그러나 우이독경 내지 마이동풍이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정부와 입법부는 실명제를 강행했고 확장했다. 졸지에 소와 말 수준의 정부 내지 입법부를 가지게 된 국민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실명제에 대해 모든 방식을 동원한 저항을 하기에 이르렀고,  2008년 4월 인터넷 언론사 참세상이 공직선거법 상 실명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2010년 헌법재판소는 지금과는 달리 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 또한 그다지 매끄러운 과정을 거쳐서 확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반도의 IT 강국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삽질은 인권단체와 시민사회가 우려하던 여러 가지 폐단을 낳고야 말았다. 가장 가공할 위협은 바로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이었는데, 실명제를 위한 도구로 처음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이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매우 거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실명제는 시행되었고, 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정보는 전 국민당 최소한 2회 이상 유출되는 불행을 겪어야만 했다.
중국 모 포털사이트나 미국의 어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하면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줄줄이 새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정부는 자국 국민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국위선양이라고 보도자료라도 배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불어 헌법재판소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그동안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결국 실명제가 규율하지 못하는 기술의 영역을 만들어낼 것임을 누차 지적하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당황한 정부가 이러한 SNS까지도 규제해보려고 했으나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을뿐더러 되려 한국의 정보통신산업의 발전마저도 가로막아버렸다. 블로터 닷 넷이 2010년 4월 소셜 댓글제로 전환한 이후 많은 온라인 서비스들이 이러한 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반 계정에서 이루어지는 실명인증이라는 것이 촌스러운 일로 전락했다.
국경을 넘는 삽질의 위세
국익을 앞세웠던 전 정부와 국격을 국시로 승화시킨 현 정부가 합작하여 추진해왔던 실명제는 국제적으로도 삽질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2008년 10월 9일 영국 가디언(Guardian) 인터넷 판에는 한국의 실명제가 기사로 실렸다.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실명제를 위시한 인터넷 검열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최소 수천 명의 요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비웃었다.
기사는 35%의 가정이 웹에 접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제도적 검토를 하고 있는 영국에 비해 97%의 가정이 초고속 광대역 접속을 하는 한국이 실명제를 통해 인터넷을 규제하려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이 기사가 인용한 하버드 대학의 조나단 지트레인 교수는 “법안은 쓸모없을 것”이라고 간단히 촌평한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9월 4일자 뉴욕 타임즈는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실명제가 “멍청한(lousy) 아이디어”임이 입증되었다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 기사는 온라인에서 익명을 추방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비록 익명이라고 할지라도 사이버 범죄를 추적하는 기술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한국정부의 국제적 삽질도 이어졌는데, 2009년 4월에는 유튜브 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릴 때 실명인증을 하라고 압력을 넣다가 되려 한국 계정 동영상 업로드와 댓글기능을 차단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유튜브는 국적을 우회하여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방법까지 공개를 하면서 한국정부에 대항했고, 게다가 그 해 말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면서 PC를 이용하지 않은 유튜브 게시물 업로드가 가능해지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급기야 2010년 5월 방한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2년 간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인터넷 실명제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라뤼 보고관은 실명제의 신분확인수단(즉 주민등록번호)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범죄를 저지를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을 때만 실명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는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삽질의 일환이었으며, 삽질을 ‘종특’으로 삼고 있는 한국 정부와 입법부 덕분에 도매급으로 온 국민이 망신살이를 뻗쳤던 것이다.
삽질의 미래
삽질에 ‘미래’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삽질은 그냥 끝내야 한다. 그대로 삽질을 멈추라고 명령한 것이 바로 금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인터넷 실명제 전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망법에 국한된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빨리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올 초에도 이와 같은 의견을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했으나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이 의견을 무시해버렸다.
따라서 실명제라는 삽질을 멈추는 것은 단지 망법 개정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청소년보호법, 게임산업진흥법과 같이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개정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의 문제다. 실명제라는 삽질이 가능했던 결정적 원인은 전 국민에게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변치 않고 붙어 다니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식별번호가 부여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반복되자 이번 8월 18일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하게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이, 이미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될 대로 유출되었고, 법의 예외조항에 따라 대규모로 정보처리를 하는 민간기업들이 앞으로도 쭉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및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곧 언제든지 인터넷 실명제와 같이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삽질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주민등록번호제도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삽질은, 그것을 4대강 사업이라고 포장하던 인터넷 실명제라고 포장하던 간에 삽질일 뿐이다. 삽질을 삽질이라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그 삽질을 삽질이라고 표현한 나의 신원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며 대체수단 강구하자는 얼빠진 소리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보인다. 하긴 국가인권위원회의 장이라는 분이 자기 듣기 싫은 소리 한다고 인권위 내 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는 판국이니 온라인에 대한 삽질의 욕망은 그 뿌리가 매우 깊다. 다들 조만간 삽질인명부에 등재되실 것이다.
삽질을 해봐야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실증적 사례를 보여주면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지난 2008년 10월 경,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시아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으나 한중일 3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1조 8000억 달러에 육박하므로 한국에 직접적인 위기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일본 방송사인 BS2에 기사로 나간 후, 해당 기사 사이트에는 일본 시청자들의 덧글들이 달렸다. 그 중 四十代라는 아이디의 유저가 “너희(한국)는 겨우 2300억 달러밖에 없잖아”라는 덧글을 올렸다. 그리고 그 직후 チルドレン이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죽을 거면 혼자서 목을 매라고”라는 덧글을 올렸다.
비록 주어는 없었다고 하나 자살을 종용하는(!) 악플이었음에도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이 일본인 유저는 자신의 실명을 인증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방법도 없었고 그걸 강제할 법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이 이 일본인 악플러들의 글을 번역해서 한국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릴 경우 반드시 실명인증을 해야 했다는 슬픈 사연이 전해져 내려온다. 

윤현식 / 진보신당 비상임 정책위원  |  mediaus@mediaus.co.kr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인터넷 불심검문', 아직도 '덫'이 남아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8일자 기사 '인터넷 불심검문', 아직도 '덫'이 남아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언터처블'] 누가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반대하나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는 물론, 시민사회와 누리꾼들도 환영 일색이다. 헌재의 전원일치 위헌 결정으로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가 사라졌다는 데 대해 뒤늦은 조치이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유독 깊은 우려를 표하는 집단들이 있다. 익명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또다시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앞장서 도입하고 이를 통해 기득권을 누렸던 집단이기도 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병철 위원장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 내부에 실명 게시판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표현의 자유를 모르는 인권위원장'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그는 "익명으로 받으니 비방성 글이 많아서 안 되겠더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 문제는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문화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그나마 실명제로 어느 정도 견제되는가 했더니 위헌판결을 받아 철저한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왜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에 인권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까. 아마도 국가가 댓글 쓸 자격을 부여해야만 악플 등 부작용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은 그들에게는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걸까. 과거 기득권의 이익을 즐겨왔던 군사독재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자율규제'라는 민주주의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도입된 지 5년 만에 퇴출당할 운명에 놓인 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부끄러운 제도였다. 하루 방문자 10만 명 이상의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려면 실명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됐다. 세계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터넷 검열국'으로 낙인찍힌 중국마저 도입을 검토한 적 있을 뿐이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한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 2011년 9월 4일 자 <뉴욕타임스> "한국에서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밑줄 그은 부분)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실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우며 익명의 개인들로 넘쳐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타인들과 익명으로 소통할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였다. 참여연대는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은 권력자나 다수로부터 핍박받는 표현이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표현은 아니다"라며 "익명은 시대의 편견이나 권력자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익명으로 말할 자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규범이 보호해야 할 대상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글쓰기는 '사상의 전파'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부작용이 있더라도 역사적으로 보호되어 왔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실명을 확인받은 후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 '자기검열'로 실질적 사전검열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생활 비밀의 침해는 물론, 신상정보를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하여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흔히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권력을 비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면 익명으로 이뤄지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문제가 된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지적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이다. 익명은 가짜, 거짓, 무책임이며 실명을 밝혀야 진짜, 진실, 책임이라는 발상은 통제자의 발상일 뿐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면 인터넷 공간은 온갖 욕설이나 허위사실, 음란물 등으로 '쓰레기 처리장'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든 두 사람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노파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 실명제가 폐지되더라도 자율규제에 맡기면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의 '집단지성'이 게시판에서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집단지성의 힘으로 명예훼손이나 허위정보 등이 사라진 경우도 많다.

자율규제의 방식으로는 '소셜 댓글'을 이용하는 방식이 제안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동해 글을 올리는 소셜 댓글을 통해 누리꾼 스스로 정제된 표현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명예훼손 피해자의 댓글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자들이 소명이나 입증자료 없이도 곧바로 글을 내려주는 등의 방식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은품질 경쟁력과 기업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안전한 서비스와 건전한 사용 환경을 만들기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실명제의 사실상 폐지로 한국이 '인터넷 감시국'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표현의 자유'가 한 단계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중 인터넷 매체 게시판에 글을 남기려 할 때나 청소년이 인터넷에 접근하거나 게임을 즐길 때는 아직도 신분을 밝혀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의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 자율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온라인 불심검문'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법률에 들어 있는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해야 한다. 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와 게임 실명제는 폐기대상이다. 사업자들이 실명제를 이유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관행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특히 비밀리에 고객정보를 수사기관에 유출하는 관행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진보네트워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 중인신용정보업체들과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도록 보장한 정책도 명분을 잃었다"며 "인터넷 기업들의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을 즉시 중지하고 보관된 주민번호는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명제가 폐지되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아직도 남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특정 표현을 문제 삼아 시정요구를 명령할 수 있는 심의권한도 그중의 하나이다. 지난 2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및 시정 요구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도 '행정기관의 심의규제에 의한 사실상 검열'이라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당시에도 '재판관 5 합헌, 3 위헌'으로 합헌을 결정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이 한국을 '인터넷 검열국'으로 보도하는 이유도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의가 번성한 한국에서 인터넷에 대한 철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뒤부터 감시가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가 2008년 1만5000건에서 지난해 5만3000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접속차단 당한 송 모 씨와 페이스북에 '가카새키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을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과잉·졸속·자의·정치 심의로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한 실질적인 검열제도로 활용될 수 있다"며 통신심의를 폐지하고 사법심사로 전환하는 입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심의가 아닌 사법심사로 표현물 유통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후처벌을 통한 자율규제 중심으로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는 불법정보 유형 중 '명예훼손 정보', '사이버 스토킹 정보', '국가기밀 누설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삭제의 판단 주체는 법원으로 넘기면 된다. 또 '청소년 유해 매체물 표시의무 등 위반 정보'와 '사행행위 정보'는 각각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사행성 산업 통합감독위원회로의 이양하여 전문성을 가진 곳에서 심의할 수 있다. '음란정보'는 사업자 또는 이용자 단체들의 자율심의로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는 이제 한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폐기를 두려워 하는 집단은 또 다른 '옥죄임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할지도 모른다. 마침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넷 공간이 '쓰레기 처리장'처럼 되면 이를 빌미로 규제법안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리꾼이 합심·단결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을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언 언론인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사설]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당연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3일자 사설 '[사설]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당연하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실명 인증을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5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선고했다. 시대착오적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헌재가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본 주된 이유는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업자들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이후 달성할 공익 효과가 명백해야 한다”며 “불법 게시물이 크게 줄지 않았고,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공익을 달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에 의한 악성 댓글의 폐해를 줄일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됐다. 당초 하루 평균 이용자 수 30만명 이상의 사이트가 대상이었으나 2009년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으로 바뀌면서 주요 사이트가 대부분 규제를 받게 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만 억압할 뿐 실효성은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옥션과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잇따르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 이후 실명제 강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명분은 개인의 명예훼손을 막는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틀어막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었다. 오죽하면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비판하며 “온라인의 익명성은 정치적 반대의견 표명이나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려는 내부고발자에게 필수적 요소”라고 지적했겠는가.

인터넷에서 익명에 기대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비방, 욕설을 하는 행위는 명백한 폭력이다. 그러나 이를 규제한다는 명분으로 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불과했음이 헌재 결정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유명인사에 대한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각 사이트의 모니터링과 현행법 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확대가 당장 다소간의 혼란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이는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헌재가 지적한 대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인터넷 언론 통제국’ 오명 벗을까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3일자 기사 '인터넷 실명제 위헌… ‘인터넷 언론 통제국’ 오명 벗을까'를 퍼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실명확인을 강제한 정부 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누리꾼들이 익명으로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심의·삭제를 명령할 수 있어 ‘인터넷 언론 통제국’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7월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도입 때부터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인 ‘문제 많은’ 제도였다. 

누리꾼들은 “4차선 고속도로를 막고 일일이 운전자 신분을 확인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인터넷에서의 익명성 보장이 악성 댓글의 주범이므로 실명확인을 하면 악성 댓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과 달리 의사소통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네이트, 옥션, 넥슨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게임업체, 쇼핑몰 등을 통해 주민번호가 다량 유출되는 사고가 이어졌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과도하게 주민번호를 수집·보관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해커의 표적이 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규제 조치를 금지한 헌재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결정은 정부의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율적으로 실명확인 시스템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실제 네이버 등은 인터넷 실명제가 의무화되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주민번호 조회를 통한 신분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 주민번호를 모을 수는 없지만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 대체수단을 통한 신분확인 절차는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실명제 폐지로 익명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또다시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동해 글을 올리는 ‘소셜댓글’ 방식을 통해 누리꾼 스스로 정제된 표현을 쓰거나 명예훼손 피해자의 관련 댓글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게시판 사업자들이 소명이나 입증 자료 없이도 곧바로 글을 내려주는 등 자율규제 방식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사실상 폐지됐지만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특정 표현을 문제삼아 시정요구를 명할 수 있는 심의권한도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한 장애물 하나가 해소된 것은 맞지만 콘텐츠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 규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우리도 외국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후 처벌을 통한 자율규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