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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4일 월요일

주민번호는 신성 불가침? 왜 못 바꾸게 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3일자 기사 '주민번호는 신성 불가침? 왜 못 바꾸게 하나'를 퍼왔습니다.
네이트 정보유출 피해자들 헌법소원…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출생신고와 동시에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를 당신은 절대 바꿀 수 없다. 당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팔려 유령 아이디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당신은 그 번호를 버릴 수 없다.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주는 경우는 딱 세 가지 경우 밖에 없다.

첫째, 성전환자의 경우 법원에 소송을 내서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둘째, 새터민(탈북자)들의 주민등록번호가 일괄적으로 뒷자리가 남성은 125로 여성은 225로 시작돼 중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이 받게 되자 특례조항을 만들어 바꿔준 적이 있었다. 125와 225는 경기도 안성의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이 위치한 지역번호다. 새터민으로 오해를 받게 된 이 지역 주민들 일부도 주민등록번호를 함께 바꿨다.

그리고 셋째, 행정 착오로 남성인데 2로 시작되는 번호를 받았다거나 중복되는 번호가 발급됐다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에 재발급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꾼 경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28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2011년 7월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들이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옥션 등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3495만4887건에 이른다. 이들은 2011년 11월 행정안전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안부에 낸 결정취소 소송 역시 각하됐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따르면 현행 주민등록법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등록번호(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의 변경과 정정은 “생년월일과 출생지 등의 오류가 있을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2011년 7월 포털 사이트 네이트 가입자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피해자들 일부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요청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관련 법률조항이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거나 유출될 걸로 예상되는 경우에도 국민들이 이러한 피해를 제거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서 “주민등록법의 목적에 비하여 과도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주민등록번호에 담았으면서도 이러한 정보 유출에 대한 아무런 변경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정보만으로도 인구의 동태 파악을 위한 개인 식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운전면허번호나 의료보험번호, 여권번호, 예금계좌번호, 신용카드번호, 학번, 군번 등 개인을 식별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면서 “한 사람의 나이, 생년월일, 성별, 지역 등을 한번에 알 수 있게 하는 13자리 숫자코드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제도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은 물론 국민은 행정기관에 의해 고유번호로 분류되거나 구분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번호는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직후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발급됐다가 1970년 1월 신분확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됐다.

미국은 은행 거래 등에서 사회보장번호를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특정목적없이 일괄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는 개인 식별 번호는 없다. 물론 변경도 가능하다. 일본에는 개인 식별 번호가 있지만, 개인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며, 역시 변경 가능하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9월 2일 일요일

인터넷 ‘민증 까’ 시절이여, 안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03일자 제926호 기사 '인터넷 ‘민증 까’ 시절이여, 안녕'을 퍼왔습니다.
[기획] 주민번호를 둥둥 떠다니게 한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사고 낸 KT 등은 여전히 주민번호 수집, 주민번호 대체하는 ‘주민번호식 돌려막기’는 한계 역력

» 주민등록증 발급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1968년 11월21일치 신문 기사.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아든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그의 주민등록번호가 소제목으로 실려 있다. 한겨레 자료
주민등록번호가 최초로 ‘유출’된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다. 1968년 11월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자하동사무소에 부인 육영수씨와 함께 나온 박 대통령은 정종실 자하동장에게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받아든다. 전국에서 처음, 제1호 발급이었다. 박 대통령은 사진기자를 향해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쳐들었다. 이날치 신문은 박 대통령 주민등록증 번호를 이렇게 전한다. 110101-100001. 육영수씨는 110101-200002. 정일권 국무총리도 이틀 뒤 서울 성동구 충현동에서 주민등록번호 110405-100001을 부여받는다.

스스로 주민번호 ‘유출’한 박정희

당시 숫자 12개로 이뤄진 주민등록번호는 생년월일이 들어가도록 1975년에 일제 갱신된 지금의 13자리 주민등록번호와 구성 방식이 달랐다. 앞쪽 6자리는 지역번호, 뒤쪽 6자리에는 성별 1자리, 개인 일련번호 5자리가 부여됐다.
2006년 7월12일치 에 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한나라당 새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렸는데, 투표를 위해 신분을 확인하는 박근혜 후보의 주민등록번호 520202-2××××××가 투표장 컴퓨터 모니터에 떴다. 사진기자가 이 장면을 찍었고, 모자이크 처리 없이 신문지면에 그대로 실렸다.
아버지와 딸의 주민등록번호 모두 신문에 실렸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아버지 박정희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스스로 공표하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번호 하나로 관리되는 세상이 왔음을 알렸다면, 38년 뒤 그 딸은 아버지 시대가 주조해낸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당혹해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간 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번호는 인구 동태 파악, 신원 확인과 간첩 색출을 위해 주로 쓰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건당 30원에 주민등록번호가 팔리는 세상도 아니었고, 도용당하면 나도 모르는 통장이 개설되거나 돈이 빠져나가는 세상도 아니었다.
지난 8월23일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손쉽게 억압해온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 일치(1자리 공석) 위헌 결정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조항은 8월23일부터 즉각 효력을 상실했다. 참여정부 막바지인 2007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인터넷 실명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쳐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명예훼손 등 ‘불법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시위로 홍역을 치른 뒤, 이듬해 4월부터 하루 방문자 수 30만 명 이상이던 인터넷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 기준을 10만 명으로 크게 낮추기도 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시행된 탓에 외국 IT 업계의 조롱 대상이 됐다. 실효성도 떨어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폭발적으로 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수집할 이유 없는데 수집, 전체의 92.5%

이번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기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정보를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본래의 입법 목적과 관계없이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고 다른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으로 공지한 인터넷 웹사이트 수는 2007년 35개에서 2011년에는 146개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가 대상이니, 사실상 모든 주요 사이트에 본인확인제를 통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요구해온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위헌 결정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전세계 인터넷에 이미 유출됐다”며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정보통신망법 외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폐지하는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위헌 결정이 나오기 닷새 전인 지난 8월18일부터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는 것이 금지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판촉·마케팅을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제한됐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 업체 등은 쌓아놓고 있는 회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2년 안에 모두 파기해야 한다. 개정된 법은 실명 확인을 해야 할 때는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개인식별번호(아이핀),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등 대체 인증 수단을 사용하도록 했다. 계도 기간(6개월)이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과 함께 주민등록번호 대량 유출을 초래했던 ‘거점’들이 뒤늦게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를 보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웹사이트는 32만 개나 된다. 이 가운데 수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이트가 전체의 92.5%인 29만6천 개에 달한다. 정부도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부추긴다. 633개 법령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2012년 6월 기준)하고 있다. 8141개 정부 민원서식 가운데 3156개(38.7%) 서식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2011년 11월 기준)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주민등록번호가 둥둥 떠다니는 셈이다. 불필요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관리 소홀과 유출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포털 등은 수집 정보 2년 안에 파기해야

» 2008년 4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에서 전자여권 도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인권단체 관계자들. 한겨레 박종식
지난 7월 이동통신업체 KT 가입자 870만 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SK컴즈에서 운영하는 네이트·싸이월드 가입자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밖으로 새나갔다.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임업체 넥슨도 132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시켰다. 2008년에는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1863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됐다. 큼직한 개인정보 유출을 산술적으로 더하면 피해자는 7500만 명이 넘는다. 중복 가입자와 일부 암호화된 정보 등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인구 5천만 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은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누군가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살아야 한다. ‘고유번호=특정 개인’이라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본인 확인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선 운동을 하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일단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사용 금지를 전제로 한 프레임으로 정책을 변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예외를 두지 말고 민간에서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전면 금지해야 하는데, 개정법은 여전히 대규모 사업자들의 수집·이용은 예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KT를 포함한 이동통신사업자는 본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허용된다. 장 활동가는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우리 정부에 권고한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유엔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제도를 재검토하고 주민등록번호 요구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엄격히 필요한 경우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주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정 목적으로만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고, 민간 부문에서의 수집·이용은 모두 ‘근절’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들이 번호 변경을 요구하자 “수십 년간 사용해온 자동차 면허, 부동산 등기, 예금, 보험, 직장 등 각종 공공장부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하다”며 일절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출에 따른 오·남용 문제 해결을 위해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유지하되 주민등록번호와 주민등록증 발행번호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발행번호를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 행정안전부의 이런 방침을 근거로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들이 낸 번호 변경 소송을 기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23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원화 방안’에 대해 “지난 18대 국회가 끝나 관련 법안도 함께 임기 만료 폐기됐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이원화 방안 도입 여부도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돌려막기식’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아이핀은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또 다른 본인신분확인증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도용 위험은 변함이 없다. 게다가 지난 6월까지 533만9천여 건이 발급된 아이핀의 경우 민간 신용정보업체들이 발급을 대행한다. 민간업체에 주민등록번호를 몰아주는 것으로, 또 다른 대규모 유출 우려를 낳는다.

» 2011년 4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연 현대캐피탈 임원진들. 한겨레 신소영.

“도대체 왜” 1965년부터의 우려

번호로 관리되는 세상에 대한 불안은 주민등록증 도입이 논의되던 반세기 전부터 있었다. “인구 동태의 파악, 간첩의 은신 방지가 주민등록제를 새로 만들려는 근본 목적이라고 그럴싸한 구실을 내세웠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 가운데서 하나도 납득되는 것이 없다. 먼저 전자는, 지금도 전입신고, 퇴거신고제가 각 동사무소마다 정해 있으니 그것으로 인구의 이동을 알 수 있는 일. 다음에 후자는, 원래 간첩들의 신분증 위조 방법이란 기기묘묘하다. …더욱이 한 술을 더 뜬 것은 지문등록이란 괴상망측한 것까지 태동 중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국민을 요시찰인 또는 우범자로 다루려는 것 같은 극히 불쾌한 인상, 심하게 공포심까지 갖게 한다.”([동아일보] 1965년 12월8일)
시인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번호를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번호들아.’ 내 것이지만 더 이상 내 것으로 남아 있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을 이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13자리 숫자 바깥을 상상할 때가 됐다. ‘민증 까보자’는 식의 본인 확인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내친 김에 선거법 실명제도 폐지해야”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3일자 기사 '“내친 김에 선거법 실명제도 폐지해야”'를 퍼왔습니다.
박경신 교수 “표현의 자유 사전 제한이 위헌임을 인정한 것”…진보넷 “주민번호 수집 금지해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완벽한 결정이 나왔다”며 환영했다.
이날 박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 방청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정은 인터넷 실명제가 (인터넷에) 글 쓰기 전에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한다는 점을 헌재 차원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라며 “개인정보 축적과 유출,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최근까지 잇따르고 있는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만 해도 3천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다”며 “이는 법이 (인터넷 이용자의) 신상정보 축적을 강제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넷) 간사는 “이번 결정은 익명 표현의 자유를 확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익명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인해 논쟁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장 간사는 그러나 “게임 실명제처럼 다른 법률에 유사한 제도가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며 “국회에서 관련 제도 폐지와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되게 됐다. 사진은 23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왼쪽부터 이정미 헌법재판관, 송두환 헌법재판관, 이동흡 헌법재판관, 김종대 헌법재판관,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민형기 헌법재판관, 목영준 헌법재판관, 박한철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진보넷은 이날 헌재의 결정 직후 논평을 내고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해 법 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 여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헌재의 결정은 본인확인제가 처음 입안되던 당시부터 우리가 지적해 왔던 문제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4월 미디어오늘이 청구하고 진보넷이 지원했다. 앞서 인터넷 이용자인 개인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병합돼 다뤄졌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는 익명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넷은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시행하기 시작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본인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신용정보업체들과 KT 등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독점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명분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진보넷은 “본인확인제가 위헌인 이상 본인확인제를 명분으로 한 인터넷 기업들의 모든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즉시 중지돼야 한다”며 “보관된 주민번호도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도 “사업자들은 신상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수사기관의 협조를 이유로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도 입법부가 조속한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82조에 따르면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 중 글을 게시하는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KT 전산망에 '구멍', 870만 고객정보 털렸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7-29일자 기사 'KT 전산망에 '구멍', 870만 고객정보 털렸다'를 퍼왔습니다.
이름, 주민번호, 사용 요금, 휴대전화 모델명까지 줄줄줄


ⓒ제공 : NEWSIS KT 전산망에 구멍

KT 전산망이 해킹당해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명 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KT 휴대전화 가입자(1천600여만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휴대전화 모델명, 사용 요금제, 요금 합계액, 기기변경일 등 핵심정보가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정보는 약정만료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한 통신판매(텔레마케팅)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KT 휴대전화 고객정보를 유출해 텔레마케팅에 활용한 혐의로 해커 최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최씨 등으로부터 가입자 개인정보를 사들여 판촉영업에 활용한 우모씨 등 업자 7명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최씨 등은 KT 고객정보를 몰래 조회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5개월간 가입자 약 87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이 빼돌린 정보를 유통시켜 벌어들인 돈은 최소 10억 1천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는 정보통신 업체에서 10년간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한 베테랑 프로그래머로 KT 본사의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해킹하는 대신 영업대리점이 KT 고객정보시스템을 조회하는 것처럼 가장해 한 건씩 소량으로 고객 정보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KT는 5개월 동안이나 고객정보가 유출당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다 뒤늦게 내부 보안점검을 통해 해킹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해킹 프로그램 개발에만 7개월이 소요됐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됐고 해킹 방식도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도 고객정보 조회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KT 정보통신망법상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역시 조사할 계획이다.

KT는 이번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사과문을 내고 “범죄조직이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는 전량 회수했으며 추가적인 정보 유출을 차단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보안시스템과 모든 직원의 보안의식을 더욱 강화해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민철 기자 plusjr0512@daum.net

2012년 7월 5일 목요일

온라인투표 절반이 IP 중복…이석기에 5965명 ‘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04일자 기사 '온라인투표 절반이 IP 중복…이석기에 5965명 ‘최다’'를 퍼왔습니다.

검찰, 통합진보 비례경선
수사한 IP서 286표…한 후보
‘싹쓸이’주민번호·전화번호 동일 상당수
60대 이상 1197명…90대도 2명

“공무원 가입여부 밝혀달라
”보수단체가 고발장 내기도

통합진보당 4·11 비례대표 경선의 총체적 부정이 검찰 수사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온라인투표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복 아이피(IP)에서 이뤄졌으며, 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번호가 같은 투표나, 존재하지 않는 형식의 휴대전화 번호가 사용된 투표도 다수 발견됐다.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4일, 압수한 서버에서 추출한 온라인 투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전체 온라인 투표 가운데 51.8%가 2개 이상의 중복 아이피에서 투표됐다”고 밝혔다. 한 아이피에서 5회 이상 투표가 이뤄진 비율은 33.5%(885건), 10회 이상은 24.4%(372건), 50회 이상은 7.1%(27건)이며 100회 이상의 중복투표도 3.7%(8건)에 이르렀다.검찰이 상위 30개의 중복 아이피를 분석해 보니, 한 후보자에게 100% 투표한 경우도 12개가 발견됐다. 한 아이피에서 가장 많은 투표가 이뤄진 건 286건으로, 모두 문경식 후보에게 100% 투표됐다. 80% 이상 몰표를 준 아이피도 21개였다. 서울중앙지검 정점식 2차장 검사는 “동일 아이피 중복투표는 전체 후보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압수물 분석 결과가) 총체적 부정선거 양상을 보여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

경선 후보자별로 살펴보면, 이석기 의원에게 중복 아이피를 통해 투표한 사람이 59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이 의원이 받은 1만136표의 58.85%로, 절반 이상이다. 반면 중복 아이피 비율이 가장 높은 후보는 2955표 가운데 1796표(60.78%)가 중복 아이피에서 투표된 나순자 후보였다.부정투표가 의심되는 자료도 다수 확인됐다. 주민번호가 같거나 휴대전화 번호가 같은 투표도 각각 6건과 10건 발견됐다. 또 존재하지 않는 휴대전화 번호(010-000-0000 등)와 주민번호(791111-0000000 등)도 18건 확인됐다. 온라인 투표에 익숙하지 않은 60살 이상의 고령자도 1197명이 온라인 투표를 했으며, 90살 이상도 2명이 발견됐다. 검찰은 “비례대표 경선 직전 당비를 내고 투표권이 있는 진성당원으로 가입한 당원 역시 여러명 발견됐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중복 아이피가 부정경선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만큼 검찰은 관련자들을 불러 ‘불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검찰은 중복 아이피가 전국에 퍼져 있어 이들 아이피 소재지를 관할하는 13개 검찰청에 수사 관련 자료를 넘겼다. 검찰은 한 아이피에서 중복 투표가 이뤄진 시각 등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이날 검찰은 현장투표에서 이뤄진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통합진보당에 1차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보고서에는 현장투표 및 미투표자에 대한 부정 열람행위 등의 자료가 담겨 있다.한편 지난달 29일 보수단체가 ‘공무원들의 통합진보당 가입 여부를 밝혀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낸 사실이 이날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변창훈)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들어와 일단 배당을 했으며 구체적인 수사 계획을 세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삼성, 조폐공사 이득 위한 전자주민증?


이글은 레디앙 2011-12-28일자 기사 '삼성, 조폐공사 이득 위한 전자주민증?'를 퍼왔습니다.
진보정당, 시민사회 "10년 동안 1조원 들어…정보인권 재앙될 것"

통합진보당과 인권시민사회단체는 28일 전자주민증법안의 국회 통과에 반대하는 긴급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오래 전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법안이 상임위에서 별다른 토론도 없이 처리된 것에 대하여, 정부 여당은 물론 법안 처리를 합의해준 민주당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책임도 물을 것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전자주민증은 1996년 김영상 정부가 추진했다가 김대중 정부 들어 국민 정보인권 침해와 방대한 예산 문제로 백지화된 사업"이라며 "하필이면 3500만 주민번호 유출 사고가 터지고 전자여권 92만 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폭로된 해에 전자주민증 제도가 강행되는 것에 대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전자주민증의 주요 도입 명분은 위변조 방지"이지만 "위변조 공식 통계에는 겨우 499건에 불과하며 그 대부분이 곧 성인이 될 청소년의 변조에 불과"하다며 "많게는 10년 동안 1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갈 전자주민증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민번호와 지문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주민증을 도입한다는 명분은 어불성설"이며 "전자주민증은 주민번호와 지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과 공공에서 그 전자적 쓰임을 촉진하는 계획"이라고 "실명확인을 강제하고 일상적인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전자주민증 법안의 통과로 덕볼 곳은 삼성과 조폐공사 등 전자주민증과 그 인식기의 제조 및 판매에 이해 관계가 있는 기업들일 뿐"이라며 "정부 여당과 민주당은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를 중단하고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합진보당 조승수 의원,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김선수 회장,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진보신당 문부식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전자주민증 제도로 인해 만들어질 일상적 감시사회가 우리 국민들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게 되리라는 점에서 우리 당은 전자주민증 제도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선언하며 만에 하나 이 제도가 시행될 때에는 전면적인 거부투쟁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2011년 12월 28일 (수) 16:34:46 고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