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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인터넷 불심검문', 아직도 '덫'이 남아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8일자 기사 '인터넷 불심검문', 아직도 '덫'이 남아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언터처블'] 누가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반대하나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는 물론, 시민사회와 누리꾼들도 환영 일색이다. 헌재의 전원일치 위헌 결정으로 인터넷 생태계를 왜곡시켰던 대표적 '갈라파고스 규제'가 사라졌다는 데 대해 뒤늦은 조치이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유독 깊은 우려를 표하는 집단들이 있다. 익명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또다시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앞장서 도입하고 이를 통해 기득권을 누렸던 집단이기도 하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현병철 위원장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 내부에 실명 게시판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표현의 자유를 모르는 인권위원장'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그는 "익명으로 받으니 비방성 글이 많아서 안 되겠더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 문제는 보통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문화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그나마 실명제로 어느 정도 견제되는가 했더니 위헌판결을 받아 철저한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왜 인터넷 실명제의 폐지에 인권위원장과 여당 원내대표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까. 아마도 국가가 댓글 쓸 자격을 부여해야만 악플 등 부작용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권위주의적 발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은 그들에게는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한 걸까. 과거 기득권의 이익을 즐겨왔던 군사독재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자율규제'라는 민주주의 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도입된 지 5년 만에 퇴출당할 운명에 놓인 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부끄러운 제도였다. 하루 방문자 10만 명 이상의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쓰려면 실명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는 세계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됐다. 세계에서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인터넷 검열국'으로 낙인찍힌 중국마저 도입을 검토한 적 있을 뿐이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한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 2011년 9월 4일 자 <뉴욕타임스> "한국에서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밑줄 그은 부분)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현실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우며 익명의 개인들로 넘쳐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로 내버려두는 게 좋다."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타인들과 익명으로 소통할 자유가 공권력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였다. 참여연대는 "표현의 자유가 핵심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은 권력자나 다수로부터 핍박받는 표현이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표현은 아니다"라며 "익명은 시대의 편견이나 권력자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익명으로 말할 자유는 표현의 자유라는 규범이 보호해야 할 대상 중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글쓰기는 '사상의 전파'라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부작용이 있더라도 역사적으로 보호되어 왔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가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적 가치를 무시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실명을 확인받은 후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 '자기검열'로 실질적 사전검열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사생활 비밀의 침해는 물론, 신상정보를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하여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흔히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권력을 비판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면 익명으로 이뤄지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문제가 된 글을 누가 썼는지 색출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지적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이다. 익명은 가짜, 거짓, 무책임이며 실명을 밝혀야 진짜, 진실, 책임이라는 발상은 통제자의 발상일 뿐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면 인터넷 공간은 온갖 욕설이나 허위사실, 음란물 등으로 '쓰레기 처리장'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든 두 사람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노파심의 발로일 수도 있다. 실명제가 폐지되더라도 자율규제에 맡기면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의 '집단지성'이 게시판에서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집단지성의 힘으로 명예훼손이나 허위정보 등이 사라진 경우도 많다.

자율규제의 방식으로는 '소셜 댓글'을 이용하는 방식이 제안되기도 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동해 글을 올리는 소셜 댓글을 통해 누리꾼 스스로 정제된 표현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명예훼손 피해자의 댓글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사업자들이 소명이나 입증자료 없이도 곧바로 글을 내려주는 등의 방식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은품질 경쟁력과 기업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안전한 서비스와 건전한 사용 환경을 만들기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실명제의 사실상 폐지로 한국이 '인터넷 감시국'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표현의 자유'가 한 단계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중 인터넷 매체 게시판에 글을 남기려 할 때나 청소년이 인터넷에 접근하거나 게임을 즐길 때는 아직도 신분을 밝혀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 실명제의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업계 자율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온라인 불심검문'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법률에 들어 있는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해야 한다. 선거법의 인터넷 실명제와 게임 실명제는 폐기대상이다. 사업자들이 실명제를 이유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관행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특히 비밀리에 고객정보를 수사기관에 유출하는 관행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진보네트워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 중인신용정보업체들과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주민번호를 수집·이용하도록 보장한 정책도 명분을 잃었다"며 "인터넷 기업들의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을 즉시 중지하고 보관된 주민번호는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명제가 폐지되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아직도 남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특정 표현을 문제 삼아 시정요구를 명령할 수 있는 심의권한도 그중의 하나이다. 지난 2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및 시정 요구는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도 '행정기관의 심의규제에 의한 사실상 검열'이라는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헌재는 당시에도 '재판관 5 합헌, 3 위헌'으로 합헌을 결정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이 한국을 '인터넷 검열국'으로 보도하는 이유도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주의가 번성한 한국에서 인터넷에 대한 철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뒤부터 감시가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인터넷 게시글 삭제나 접속차단 조치가 2008년 1만5000건에서 지난해 5만3000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을 접속차단 당한 송 모 씨와 페이스북에 '가카새키 짬뽕'이라는 사진을 올려 재임용에서 탈락한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을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는 과잉·졸속·자의·정치 심의로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한 실질적인 검열제도로 활용될 수 있다"며 통신심의를 폐지하고 사법심사로 전환하는 입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심의가 아닌 사법심사로 표현물 유통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후처벌을 통한 자율규제 중심으로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심의대상으로 삼고 있는 불법정보 유형 중 '명예훼손 정보', '사이버 스토킹 정보', '국가기밀 누설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삭제의 판단 주체는 법원으로 넘기면 된다. 또 '청소년 유해 매체물 표시의무 등 위반 정보'와 '사행행위 정보'는 각각 청소년보호위원회와 사행성 산업 통합감독위원회로의 이양하여 전문성을 가진 곳에서 심의할 수 있다. '음란정보'는 사업자 또는 이용자 단체들의 자율심의로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는 이제 한고비를 넘었을 뿐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폐기를 두려워 하는 집단은 또 다른 '옥죄임 법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할지도 모른다. 마침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넷 공간이 '쓰레기 처리장'처럼 되면 이를 빌미로 규제법안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리꾼이 합심·단결해야 한다. 인터넷 공간을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언 언론인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박근혜는 오너의 눈…문재인은 비서의 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4일자 기사 '"박근혜는 오너의 눈…문재인은 비서의 눈"?'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언터처블'] 박근혜 '신화 창조'에 팔 걷은 방송

방송사들의 '박근혜 띄우기'가 점입가경이다. 박근혜의원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방송사들은 앞다퉈 '박비어천가' 부르기에 여념이 없다.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은 야권의 공세로 치부할 뿐이다. 특히 방송사들은 비판적 성향의 기자와 PD들을 취재보도 현장에서 배제해 대선을 앞두고 여권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권력에 장악된 현재의 방송환경을 박 후보가 즐기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그대로 들어맞는 셈이다.

방송사들은 박 후보의 역대 대통령 묘소 참배와 봉하마을 권양숙 여사 및 동교동 이희호 여사 방문을 '통합정치' 또는 '광폭행보'로 치켜세웠다. 더구나 종합편성채널인 MBN과 보도전문채널 YTN은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을 2시간 가까이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해 민주통합당의 비난을 받았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MBN은 무려 2시간을 (박근혜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 과정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며 "역대 대통 취임식도, 2시간 넘게 생방송 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YTN도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박근혜 파격, 통합행보라는 제목까지 친절히 붙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은 방송사들의 이러한 보도태도를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치부하고 앞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도 '박근혜 띄우기'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3사의 대선관련 보도는 일견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박근혜의 '통 큰 행보'에 민주당의 '딴죽걸기'라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지상파 방송 3사가 박 후보에 대한 비판은 야권의 공세로 몰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고 '박근혜 띄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

방송 3사는 박 후보의 두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부각시켰다. 역사인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선행돼야 한다거나 사전협의 없이 급작스럽게 방문한 것은 무례라는 비판은 소홀하게 취급했다.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간략하게 전달했을 뿐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방송3사는 "첫 여성대통령 후보", "대통령 딸 출신 대선 후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84.0%의 득표율로 "역대 대선 후보경선 사상 최고 득표율"을 얻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경선 투표율이 41.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뇌물공천 파문이나 5.16쿠데타 및 유신독재에 대한 역사관, 정수장학회 문제, 사당화 논란 등은 '야권의 검증공세'로 몰거나 향후 과제로 취급했을 뿐이다. 박 후보와의 대담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었으나 짤막한 되풀이 답변에 그쳤을 뿐이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는 "박 후보가 첫 여성 대선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의 위기 때마다 선거 전면에 나서서 승부수를 던졌고 그것이 적중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2007년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했을 땐 깨끗이 승복해 지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칭찬했다. 노골적인 '박비어천가'인 셈이다.

방송 3사는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도 이들 문제에 대한 검증 보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민주통합당의 비판내용을 짤막하게 전하거나 박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시청자들은 무슨 이유로 정수장학회가 해결과제로 떠올랐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5.16쿠데타와 유신독재 등 박 후보의 국가관에 관한 보도는 '반대세력의 공세' 쯤으로 치부될 뿐이다. 구체적인 검증은 아예 없었다. 최근 새롭게 제기된 장준하 선생의 타살의혹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종합편성채널은 뉴스 시청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흔히 '좀비TV'로 불리는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합편성채널의 대선관련 보도는 모기업인 보수신문 못지않다. 특히 뉴스·시사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의 무분별한 편파발언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채널A의 와 MBN의 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받았다.

는 대선 후보들을 논평하면서 여당 후보는 부각시키고 야당 후보들은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연자인 이봉규 씨는 '시대흐름'과 '깡'으로 대선을 전망했다.

"시대 흐름 패턴상 지금 여성 지도자가 부각되고 우리나라도 여성 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다.""깡을 보려면 눈을 보면 알아요. 문재인 후보, 오늘 보니까 눈에 자신감이 없어요. 비서의 눈이야.""오너의 눈이 아니라 눈치 살피는 그 비서의 톤으로 관훈토론을 하더라고요.""그런데 박근혜 위원장 눈은 살아 있어요. 오히려 너무 살아 있는 눈을 의식해서 살짝 낮춥니다…. 이번에는 박 위원장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는 출연자인 정영진 위키프레스 편집장의 대답이 문제가 됐다. 오명석 앵커의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저는 여기서 내기를 많이 거는데 말이죠. 김두관 지사에게 한 5000원쯤 걸 수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너무 노출이 되었어요. 사실 총선에 안 나왔어야 된다고 보거든요.""박근혜 위원장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여자 대통령이라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안철수 원장은 지금까지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막상 검증의 시간이 왔을 때 혹독하게 견뎌내야 될 텐데 그것에 대해 저는 확신이 없고요."

앞으로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편 등 케이블TV의 '박근혜 띄우기'와 '막말 해설'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장악된 지상파 방송은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교묘한 편집을 통해 박 후보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감추려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야당 후보에 대해서는 여당의 공세를 내세워 흠집내기로 일관할지도 모른다. 지난 4.11총선에서 선거막판에 '김용민 막말 파문'을 집중부각시켜 새누리당의 승리를 이끌어낸 일등공신도 방송이었다. 종편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담프로그램 등을 통한 야당 후보에 무차별 공세도 예상된다.

봉건왕조인 조선조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만든 용비어천가는 선대의 업적을 내세운 찬양가이다. 그러나 내용은 대부분 허황한 내용으로 채워져 사실이라고 믿은 이는 거의 없었다. 임금 집안의 '신화 창조'일 뿐이다. 대선을 넉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방송을 통해 불리는 '박비어천가'는 찬양 일변도는 아니다. 약간의 양념을 곁들이지만, 그저 양념일 뿐이다. 공정보도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아마도 시대가 변화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그를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에 비유해 "봉건왕조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우리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새로운 복지평화 국가를 만들 단계에 와 있는데 오히려 이분들 사고방식은 유신과 5.16을 찬양하는 역사의식으로 봉건왕조를 그려낸다"고 힐난했다. 그러고 보니 박 후보가 정말로 찬양 일변도의 '박비어천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주언 언론인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3일자 기사 '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언터처블'] 앞다퉈 충성 경쟁,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언론의 '박비어천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예우(?)를 받고 있다고나 할까.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실질적으론 '박근혜 추대'로 비판받듯이 보수언론의 대선보도는 '박근혜 찬양'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교묘한 편집이나 비틀기를 통해 그들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겉으로는 엄정중립을 지킨다고 선언했으나 속으로는 박 의원을 띄우고 야권후보들은 흠집 내는 보도행태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박근혜 충성경쟁'은 공식출마 선언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보수신문들은 박 의원이 대선출정식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 의지'를 홍보하는 기사를 눈에 띄게 보도했다. 경제민주화 의지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경제민주화 정책과의 비교도 나열식 언급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180도 전환한 데 대한 추궁도 없었다. 보수언론의 기사들만 보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의 기수'일 뿐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기업책임 다하게 단호히 법 집행"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했다. "'줄푸세·성장'서 180도 전향…재벌개혁과 따뜻한 시장경제로"라는 해설 기사 부제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국가에서 국민으로'", "정당한 기업활동은 보장 급진적 정책과는 선 그어'" 등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른 신문들도 유사하다.

다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을 뿐이다. 11일 은 "박근혜, 경제민주화에 초점… '국가'에서 '국민의 삶'으로 기조 바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체적 실천내용 없고 복지ㆍ일자리는 재탕"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날 (한겨레)는 "'박근혜식' 신규 순환출자 규제로는 거대재벌 견제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박근혜의 화장발에 속지 말자'는 비판여론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동아일보)는 박근혜 의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정적' 기사를 내보냈다.

박근혜 대선출마와 관련해 11일 (동아) 1면 기사 제목은 "큰 기업일수록 단호한 법 집행"이다. "아버지의 국가주의를 넘어…"국민 한명 한명 행복한 시대로""라는 제목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기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부정적 내용을 담았다. "지지율 상승세 속에도 '대세론' 못타는 문재인…왜"라는 제목의 기사 부제는 "친노의 기획상품"…'노무현 vs 박근혜 프레임'서 못 벗어나"와 "리더십에 불안감…낙동강 전투 패배로 대선승리 확신 못줘"이다. 제목만 보아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동아)는 9일에도 박근혜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를 지극정성으로 포장했다. "5년 전 '나를 따르라' 식에서 국민 꿈 실현 도우미 나서"라는 제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 내용도 이렇다. "2007년 경선 당시 내건 '5년 안에 선진국!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은 지도자의 비전을 일방적으로 던지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주어를 국민으로 돌렸다. '나를 따르라' 식이 아닌 '꿈 실현 도우미'로서의 리더십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일방적 홍보이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예우는 이미 상식을 벗어났다. 지난 10일 밤 10시 YTN (뉴스 나이트)에 출연한 기자는 박 의원의 말을 '말씀'으로 추켜세웠다. 평상시 보도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더라도 '말씀'이란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찜찜하기만 하다. 부지불식 간에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박 의원을 대하는 기자의 저자세가 느껴진다.

 
▲ 지난 10일 <연합뉴스> 기사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도를 넘은 '박근혜 찬양'은 노조의 표적이 됐다. (연합뉴스)는 이날 박근혜 의원 출정식에 맞춰 '박근혜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드레스 코드'까지 20개 이상의 박 의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하지만, 프로필을 다룬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는 지극히 편향적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는 언론보도라기보다는 박 의원 홍보 전단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조선 시대 선왕들의 업적을 찬양한 '용비어천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사 분량도 대선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2배 이상이 넘는다.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정치적 혹한을 맞은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소극적 지원의 의미로 정치적 '칩거'를 선택했다", "정치적 언행을 최대한 자제한 침묵의 행보", "세종시 원안고수는 그를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등 그동안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모두 박 의원의 장점으로 둔갑했다. 아마도 박근혜 대선캠프의 홍보요원도 혀를 내둘렀을지 모르겠다.

이 기사의 백미는 다음 부분이다.

"애국심, 철저한 안보관, 국가·국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가진 덕목으로 꼽힌다. 부정부패와 불법에 단호하고, 한번 옳다고 결단한 것을 번복하지 않은 결연함도 그의 장점들로 언급된다."

동생 박지만 씨의 삼화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란 박 의원의 말과 대비된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찬양일변도의 기사를 자기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내보낼 수 있는 기자가 몇 명이나 될까.

103일간의 파업 끝에 '보도 공정성 제고'에 대한 노사합의로 업무에 복귀한 연합뉴스 노조는 "기사 꼭지 수와 분량만 봐도 단순히 유력 후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특히 프로필 기사는 회사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너나없이 '독재자의 딸'을 제목으로 뽑은 외신은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며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인가'라고 묻는 독자들의 지적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반응도 "참담하고 분통이 터진다"로 요약된다. "기자가 아니라 타이피스트다", "103일간의 공정보도 외침이 무색한 기사다" 연합뉴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의 일부이다.

보수언론의 야권 후보들에 대한 견제도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의도성 기사가 지난 2일 (동아일보)에 실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개입한 듯한 정황을 강조하는 기사가 그것이다. 문 고문이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금감원 국장에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해설 기사에는 문 고문과 저축은행의 관계도표까지 그려 넣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대선주자 문재인의 저축은행 비리 비호 논란" 사설을 통해 거들었다.

문 고문은 이에 대해 "검찰로부터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어떤 혐의를 받거나 수사·내사받은 사실이 없다"며 "(동아일보)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안타깝다. 참으로 대단한 왜곡능력"이라고 비난했다. 문 고문이 낸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을 문 고문이 청탁 전화를 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문 고문 측은 (동아일보)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아일보)에게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특정정당 특정후보 도우미 역할 하지 말고 공정한 언론 역할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박근혜 띄우기'와 '야권후보 흠집 내기' 편파·왜곡 보도는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역대 대선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특정후보 편들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언론사들은 대선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선거법에 특정후보 지지가 보장되더라도 지지를 표명할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론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선보도를 보더라고 '박근혜 편향성'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이를 제지하기 위해선 시민사회에서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언론노조와 시민언론단체, 언론학계 등이 중심이 되어 왜곡·편파보도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의 공정한 대선보도만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구호가 실감나는 시절이다.

 /김주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