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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표창원 교수 광화문 프리허그 "정의는 천천히 올 수도 있는 것"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2-20일자 기사 '표창원 교수 광화문 프리허그 "정의는 천천히 올 수도 있는 것"'을 퍼왔습니다.
[현장] 시민들 한 명씩 꼬옥... "박근혜, 유신 피해자에 사과해야 '100% 대통령'"

▲ '제18대 대선 투표율 80%를 넘기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약속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투표율이 75.8%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겠다며 시민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표창원 교수가 시민들을 꽉 껴안아 주고 있다. ⓒ 권우성

▲ '위로가 필요해...' 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던 중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20일 오후 2시께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밝게 웃으면서 두 팔을 크게 벌려 시민들 한 명, 한 명을 포옹했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표 교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포옹을 마친 시민들은 표 교수와 함께 인증샷을 찍었다.

대선 다음날인 이날 표 교수가 '프리허그'에 나섰다. 대선 정국 한복판에 스스로를 "보수주의자이자 반공주의자"라고 밝히며 경찰대 교수직 사직서를 낸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논란 당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표 교수의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는 지난 18일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종 투표율은 그에 조금 못미치는 75.8%. 그는 1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75.8%(투표율)도 기적"이라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20일 14:00~16:00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18:00-20:00 강남 교보 앞 프리허그 진행. 22일 투표율 1위 광주 갑니다. 민주화 성지 광주,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결과는 실망스러워도 과정은 최선을 다했다"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교수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표 교수의 눈가에도 물기가 맺혔다. 표 교수는 "너무 실망하지 말자, 정의와 진리는 천천히 올 수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민이 "교수님, 그래도 희망은 있는 거겠죠?"라며 울먹이자, 그는 "그럼요, 희망이 없으면 제가 미국으로 도망갔겠죠"라고 웃어보였다.

"제 생각에는 결과는 실망스러워도 과정은 최선을 다했다. 젊은이들 정의와 진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지금 부족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갖기보다는 조금 더 좋은 민주주의를 갖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정원 사건을 파헤쳐 달라"는 부탁에 표 교수는 "저는 수사권이 없어서 개인 자유인으로 지켜보면서 말씀드릴 일 있으면 하겠다"라고 답했다. "나꼼수도 지켜주세요", "진정한 보수의 역할 해주세요." 또 다른 시민들이 말했다.

표 교수는 새 대통령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화합과 통합, 100% 대통령이 되어달라"면서 "과거에 대한 진실되고 솔직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 과정에서 독재를 하고 지식인들과 학생들을 탄압한 것은 사실이다. 인혁당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런 분들을 박근혜 대통령이 큰마음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진심으로 나온다면 우리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겠다. 그것이 100% 대통령이다."

▲ 표창원 교수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시민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 권우성

▲ 표창원 전 교수와 프리허그를 하기 위해 수십명의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나왔다. ⓒ 권우성

위로가 필요해 나온 시민들... 프리허그 하며 울먹

시민들은 표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임용고시생이라는 강애(29)씨는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내 사인을 받았다. 강씨는 "선거 결과를 보고 위로가 필요해서 학원 끝나자마자 달려왔다"면서 "보수주의자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표 교수는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노란색 목도리를 두르고 나온 강명옥(53)씨는 연신 휴지로 눈물을 찍어냈다. 강씨는 "교수님의 용기에 감동했다"면서 "저런 분이 있어서 이런 암울한 상황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오후 2시30분께, 어느새 시민들은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표 교수의 주위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가 쌓였다. 프리허그 사진을 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마음이 아프실텐데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mul****)", "고맙습니다. 눈물나는데 위로가 되네요(@oiu***)"라는 반응을 보였다.

표 교수는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나흘 동안 잠을 못 잤다"면서 "일단 겨울잠을 자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어떻게 먹고살지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현진(hong698)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사설] 국정원·경찰·국토부까지 ‘관권선거’ 작정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7일자 기사 '[사설] 국정원·경찰·국토부까지 ‘관권선거’ 작정했나'를 퍼왔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정부기관들이 일제히 나서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기관의 이런 행태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공정행위로,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여야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기관의 선거 개입은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의 엄정한 조처와 함께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박근혜 후보 쪽의 맹성을 촉구한다.우선 국정원이 그동안 법 위반이라며 거부해오다 갑자기 어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대화록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은 선거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국정원은 그동안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형법상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화록 제출에 난색을 보여왔다. 그러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형사처벌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출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다렸다는 듯 일부 수구언론들이 당시 대화록이라며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에 나선 것은 과거 정보기관이 저지른 북풍공작을 연상케 한다. 시대착오적인 색깔공세에 국정원이 자리를 깔아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세훈 원장을 비롯한 해당 간부들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경찰이 국정원 댓글팀 의혹 사건에 대해 그제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매우 이례적인 형식과 시간대를 잡아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것도 선거용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표는 상식과 동떨어진 점이 한둘이 아니다.우선 애초 1주일 이상 걸린다던 수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사흘 만에 중간수사결과 발표라는 형식으로 사실상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 보기 어렵다. 또 국정원 직원 김씨의 아이피 주소를 확보해 포털의 언론사 댓글을 조사하거나, 스마트폰 등에 대한 조사 절차가 없었음에도 완벽하게 수사를 마친 듯이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단정한 것은 성급했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포렌식 조사작업의 특성상 복제작업과 삭제된 영역 복구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토요일 한나절 뒤져보고 결론을 냈다는 건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경찰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표시했다.이는 선관위가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윤정훈 새누리당 국정홍보대책위 총괄팀장 등의 불법 댓글 사건 수사가 아직 지지부진한 것과도 비교된다. 명백한 불법 사실이 드러났고 박 후보의 수석보좌관이 도와달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있었는데도 배후에 대한 수사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국토해양부까지 전날 문재인 후보의 4대강 발언에 “4대강 보와 녹조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고 나선 걸 보면 수사기관뿐 아니라 정부 부처가 일제히 박 후보 돕기에 나선 모양새다. 관권선거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박근혜와 다른 ‘개헌’을 제시하라


이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11-12일자 제50호 기사 '박근혜와 다른 ‘개헌’을 제시하라'를 퍼왔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낡은 보수로의 회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힘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 힘은 말할 것도 없이 투표함에서 나온다. 이 시대적 요청은 비단 진보 진영의 과제만이 아니다. 아직도 개발시대의 성취에 침윤된 늙은(물리적 나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수들이 흔드는 요람 속에서 기어나오는 뉴라이트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치하다. 이들에게 박근혜의 승리가 낡은 보수의 개선문에 그친다면 그들이 얻을 정치적 자산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식의 보수 회귀에는 원대한 미래가 없다.
그럼 진보 진영(이때의 진보 진영은 '민주화운동 진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더 사실에 가깝다)은 온몸으로 거부해야 할 낡은 보수와 전혀 무관한가? 물론 아니다. 민주화운동 진영 안에도 우리가 체험한 대로 민족도 있고 이념도 있었다. 정상배와 모리배도 적지 않았다. 가슴이 뜨거운 착한 사람이 더 많았기에 그들이 숨기 좋았을 뿐이다. 순수야말로 민주화운동 진영의 유일한 자랑거리였지만, 언제까지나 그걸 우려먹을 일도 아니다. 민주화운동이 기득권 세력에게 변화를 강제했다면, 30년 세월은 이제 똑같이 기득권화한 민주화운동 진영의 내부 혁명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 현실주의와 지역주의,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다 부정할 일은 아니지만 더 나은 진보를 위해 아프게 깨지는 껍질이 되어줘야 할 시기가 왔다.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은 보수 총단결의 정해진 수순을 잘 보여줬다. 진보 진영도 계약서 작성에 시간이 걸렸을 뿐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는 낡은 보수로의 회귀를 저지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면 진보 대연합(통합 또는 연대 그 무엇이든)은 보수 총단결과 무엇이 달라야 하나?
진보적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한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분명히 지지한다. 지지의 조건은 진보적 개혁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다. 진보 진영이 대중 불신의 한 축이 된 것은 노선이 싫어서가 아니라, 기득권에 기댄 채 변화를 주저하고 심지어 거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이번 18대 대선 국면에서 한국 정치의 진화와 개혁의 가장 분명한 보증은 헌법 개혁, 즉 개헌에 대한 약속과 실천 의지다. 박근혜의 정치 개헌론은 낡은 보수의 초조감을 드러낼 뿐이다. 올바른 개헌의 방향성과 실천에 대한 신뢰야말로 개헌의 정치적 순수성을 보장한다. 정치가들의 편의주의를 뛰어넘어야 1987년 체제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민주주의 청사진을 그려보일 수 있다. 개헌은 인권 개념의 확장, 경제 민주화, 사회적 조화, 주체적 통일관, 평화적 국제관계 등 전 부문에서 '사람이 사람다운 나라' 라는 대명제를 씨줄과 날줄로 짜는 새로운 베틀과 북을 만드는 일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지난 6월호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각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을 통해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다시 한번 주장한다. 민주화의 계승자로서 야권 단일 후보는 제도민주주의의 험난한 여정을 담당했던 제6공화국(1987년 체제)과 능동적으로 작별하고 사람 중심의 민주주의를 꽃피울 제7공화국(보편으로서의 민주주의)의 문을 여는 선구가 되어야 한다.
*
글 이인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이동걸 칼럼] 문재인·안철수, 조건 없이 만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04일자 기사 '[이동걸 칼럼] 문재인·안철수, 조건 없이 만나라'를 퍼왔습니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결론부터 말하자. 문재인·안철수, 닥치고 만나라. 역사의 죄인들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무조건 만나라. 아무 조건 없이 ‘단둘이서만’ 만나라. 누구 듣는 사람도, 밖에 말 전할 사람도 없이 ‘단둘이서’ 서너시간 식사하고 차 마시면서 무슨 얘기든 하고 나와라. 만나고 나서 언론에도 일절 아무 말 하지 마라. 그래야 부담 없이 마음을 비우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할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가족 얘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 무엇이든 좋다. 서로 아무 부담 없이, 정치적 계산 없이, 마음을 비우고 얘기하다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분명히 무언가 공감대가 생길 거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도 생길 거다. 동지애도 생길 거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이 표를 나눠 가져서는 이번 대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그냥 정치공학적으로 합치기만 한다고 반드시 표가 모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건 이미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니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단일화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단일화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단일화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먼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단일화의 합의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고받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미래비전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단일화를 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두 사람 할 일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루고, 정치개혁·관료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교육개혁 등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성공한 진보개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계속 힘을 합쳐야 한다. 재벌-수구언론-모피아 ‘수구 삼각동맹’의 힘을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보수 기득권층의 저항을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을 구심점으로 민주·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도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보수 기득권층과의 싸움은 대통령 선거보다 더 힘든 싸움이다. 문재인 후보는 모피아 관료들의 사보타주와 재벌의 저항을 몸소 겪어보지 않았는가. 안철수 후보도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간접으로 겪어보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앞으로 5년, 10년, 아니 남은 생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개혁을 해나간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두 사람의 단일화는 후보 단일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적 단일화여야 하고,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국가비전, 개혁,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사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정책 합의는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의 정책이 사실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 남북경협, 대북문제, 정치쇄신, 검찰개혁 구상 등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 차이는 없다.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비전에 대해 뜻만 맞추면 된다.국가정책 성패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삶과 철학, 인품과 인격, 역사인식과 사회의식으로 보면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두 후보가 반드시 ‘동지적 단일화’를 이루어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 때문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시대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출마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이 원하는데 두 사람이 이리저리 재면서 만나지 못할 이유가 무언가.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일부 사심 가득 찬 참모들이다. 그 사람들을 걷어내고 문·안은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우선 ‘문안’부터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정석구 칼럼] 4대강이 죽어간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31일자 기사 '[정석구 칼럼] 4대강이 죽어간다'를 퍼왔습니다.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온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사이, 4대강에서는 소리없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유히 흐르던 대규모 자연 하천을 보로 막아 물항아리를 만들 때 이미 예고됐던 재앙이다. 고인 물은 썩고 썩은 물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생태계 파괴가 뭇 생명들에겐 곧 죽음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금강에서 물고기 떼가 가쁜 숨을 헐떡이며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7일부터다. 등 인터넷신문에 실린 물고기 사체 사진은 끔찍했다. 허연 배를 드러내고 강변에 널브러져 죽어 있는 수많은 물고기 떼. 누치, 모래무지, 쏘가리 등 어종을 가리지 않았다. 무려 130㎝가 넘는 초대형 메기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채 떠올랐다. 비단처럼 곱다던 금강은 그렇게 떼죽임을 당한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로 뒤덮였다. 지금은 미처 수거하지 못한 사체들이 썩는 악취가 진동한다고 한다.금강뿐이 아니다. 낙동강에서도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나갔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낙동강의 물고기 떼죽음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죽어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인간에 대한 물고기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런 죽음의 행렬은 물고기 씨가 다 마른 뒤에나 끝날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환경당국은 아직까지도 물고기 집단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동원했지만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은 부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겠지만 생명과 환경을 대하는 당국자들의 무신경과 뻔뻔함이 한심할 뿐이다.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논란이 컸던 게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여부였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대형 보로 강물을 가둬놓으면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막무가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이 30~40년 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강 복원 기술을 갖고 있다”며 수질 악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첨단 아이티 기술을 적용한 로봇물고기를 강에 풀어 수질을 감시하겠다는 기상천외의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로봇물고기는 내년 6월에나 강에 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전형적인 과장 홍보였던 셈이다.결국 모든 것은 드러난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눈앞에서 떼죽음을 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이 죽어가며 힘겹게 내뱉고 있는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가장 먼저 할 일은 당장 보 문을 열어 강물을 예전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게 물길을 터줘야 한다. 강물을 막아둔 채 원인을 규명한다고 시간만 보내는 사이 그나마 살아 있는 물고기마저 다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 지금도 환경당국이 한다는 건 고작 죽어서 떠오르는 물고기 치우는 일밖에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생명에 무신경한 정부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사업은 이 정권이 끝나면 사업 전 과정을 재점검해 잘잘못을 가려낸 뒤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애초 목표였던 홍수 방지, 수질 개선 및 생태계 복원, 고용 창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멀쩡했던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난무했고,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담합 비리 등 온갖 오점으로 얼룩졌다.다행히 모든 대선 후보 진영이 다음 정권에서 4대강 사업 재평가를 약속했으니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을 공약한 쪽도 있고, 대형 보의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의 공약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하루하루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는 4대강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엉터리 경제민주화


이글은 대자보 2012-07-20일자 기사 ' 엉터리 경제민주화'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경제민주화 본질은 민생복리, 재벌규제 여기서 해답 찾아야

경제민주화가 12월 대통령 선거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이 화두를 선점하려고 서두르는 모습이 경제민주화를 최대의 대선공약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양당의 방안이 재벌에 국한되어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데 있다. 새누리당은 단순히 재벌의 신규사업에 대해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정도이고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의 부분개념인 재벌개혁을 전체개념처럼 말한다. 논의의 방향이 틀렸다는 소리다. 

먼저 경제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헌법 제119조 2항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음미해야 한다. 이 조항은 1항의 자유경쟁원칙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부차적 조항으로서 ‘할 수 있다’는 재량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1987년 이후 역대정권이 이 헌법정신을 망각하고 경쟁적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대상으로 삼았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경제력 남용 방지를 하기 위한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등등은 마구 철폐해 버렸다. 모든 규제를 경제적 해악으로 보고 위원회까지 설치해 완화를 넘어 철폐니 혁파니 하는 따위의 단어를 쓰면서 무리하게 철폐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후유증에 대한 검토는 없었고 존속할 가치가 있는 규제까지 없애버린 것이다. 

노동시장 규제완화에 따른 고용불안-임금격차, 부동산 규제완화로 인한 가격앙등-소득이전, 공적영역 민영화로 인한 가격상승, 산업-시장논리에 의한 교육비 증가 등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 계층-학력-지역간의 소득-발전격차로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산업간에도 대기업-중소기업, 수출기업-내수기업간의 발전격차가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한다. 재벌기업이 우월자적 지위를 남용하여 자영업자의 영역까지 수탈하는 상황이다. 맹목적적 규제완화가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경제적 약자의 생존기반마저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세계화 바람을 타고 대비책 없이 금융-자본시장의 급속하게 개방하는 바람에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를 맹신한 결과 계층-부문간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형성되었다. 그 간극을 좁히지 않고는 국가가 발전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단계에 이르렀다. 친재벌 정권임을 천명한 이명박 정권조차도 뒤늦게나마 양극화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공정사회’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말을 꺼냈다. 실천의지가 없는 정치적 허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양극화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경제력이 일부 재벌에 집중하다 보니 한국경제는 소유집중, 경영집중, 시장독점, 계열확장, 금융편중과 같은 구조적 난제를 안고 있다. 소수의 창업자 혈족이 시장을 균점하여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경제력의 집중에서 파생되는 폐해는 제한된 정책수단으로는 단시일 내에 교정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방안으로 경영과 소유 분리, 내부거래의 차단, 상호지급보증 제한,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 제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외부이사제 개선, 은행대출 출자전환 등이 거론되어 왔다.

정치적 변혁기마다 재벌규제론, 재벌해체론이 제기되어 과거정권들도 여러 차례 이런 방안을 정책에 반영하거나 시도했지만 재벌의 반발에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정치권력의 실천의자가 박약한데다 자본권력의 거대한 힘에 눌려 엄두를 못 내거나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민주화는 어떤 정치적 의도에 의해 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약자를 약탈하는 행위가 용인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뜻이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나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사회적 저항을 부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역사가 말한다. 정치권이 일과성 과제로 알고 안이하게 접근해서는 정치적 곤경에 처할 상황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른바 보수세력이 경제민주화를 이념논쟁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이념논쟁을 유발하여 본질은 증발되고 사상논쟁만 남을 공산이 크다. 성장론과 복지론 또한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짙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민생복리이다. 재벌규제도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3일자 기사 '보수언론 '박비어천가' 부르다 목 쉴라'를 퍼왔습니다.
[김주언의 '언터처블'] 앞다퉈 충성 경쟁,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보수언론의 '박비어천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예우(?)를 받고 있다고나 할까.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실질적으론 '박근혜 추대'로 비판받듯이 보수언론의 대선보도는 '박근혜 찬양'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야박하기 그지없다. 교묘한 편집이나 비틀기를 통해 그들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겉으로는 엄정중립을 지킨다고 선언했으나 속으로는 박 의원을 띄우고 야권후보들은 흠집 내는 보도행태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박근혜 충성경쟁'은 공식출마 선언 기사에서 잘 드러난다. 보수신문들은 박 의원이 대선출정식에서 언급한 '경제민주화 의지'를 홍보하는 기사를 눈에 띄게 보도했다. 경제민주화 의지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경제민주화 정책과의 비교도 나열식 언급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에서 180도 전환한 데 대한 추궁도 없었다. 보수언론의 기사들만 보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의 기수'일 뿐이다.

(한국일보)는 지난 11일 "기업책임 다하게 단호히 법 집행"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했다. "'줄푸세·성장'서 180도 전향…재벌개혁과 따뜻한 시장경제로"라는 해설 기사 부제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국가에서 국민으로'", "정당한 기업활동은 보장 급진적 정책과는 선 그어'" 등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른 신문들도 유사하다.

다만,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검증의 잣대를 들이댔을 뿐이다. 11일 은 "박근혜, 경제민주화에 초점… '국가'에서 '국민의 삶'으로 기조 바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체적 실천내용 없고 복지ㆍ일자리는 재탕"이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날 (한겨레)는 "'박근혜식' 신규 순환출자 규제로는 거대재벌 견제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해 '박근혜의 화장발에 속지 말자'는 비판여론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동아일보)는 박근혜 의원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최대한 부정적' 기사를 내보냈다.

박근혜 대선출마와 관련해 11일 (동아) 1면 기사 제목은 "큰 기업일수록 단호한 법 집행"이다. "아버지의 국가주의를 넘어…"국민 한명 한명 행복한 시대로""라는 제목도 눈에 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기관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부정적 내용을 담았다. "지지율 상승세 속에도 '대세론' 못타는 문재인…왜"라는 제목의 기사 부제는 "친노의 기획상품"…'노무현 vs 박근혜 프레임'서 못 벗어나"와 "리더십에 불안감…낙동강 전투 패배로 대선승리 확신 못줘"이다. 제목만 보아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동아)는 9일에도 박근혜 의원의 캐치프레이즈를 지극정성으로 포장했다. "5년 전 '나를 따르라' 식에서 국민 꿈 실현 도우미 나서"라는 제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 내용도 이렇다. "2007년 경선 당시 내건 '5년 안에 선진국!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은 지도자의 비전을 일방적으로 던지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주어를 국민으로 돌렸다. '나를 따르라' 식이 아닌 '꿈 실현 도우미'로서의 리더십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일방적 홍보이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예우는 이미 상식을 벗어났다. 지난 10일 밤 10시 YTN (뉴스 나이트)에 출연한 기자는 박 의원의 말을 '말씀'으로 추켜세웠다. 평상시 보도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더라도 '말씀'이란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찜찜하기만 하다. 부지불식 간에 나온 말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박 의원을 대하는 기자의 저자세가 느껴진다.

 
▲ 지난 10일 <연합뉴스> 기사 ⓒ연합뉴스

(연합뉴스)의 도를 넘은 '박근혜 찬양'은 노조의 표적이 됐다. (연합뉴스)는 이날 박근혜 의원 출정식에 맞춰 '박근혜는 누구인가'에서부터 '드레스 코드'까지 20개 이상의 박 의원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다른 기사들도 비슷하지만, 프로필을 다룬 "사상 첫 여성대통령 노리는 박근혜 누구인가"는 지극히 편향적이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는 언론보도라기보다는 박 의원 홍보 전단지라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조선 시대 선왕들의 업적을 찬양한 '용비어천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사 분량도 대선출마를 선언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2배 이상이 넘는다.

"육영재단 이사장, 영남대학교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선친의 업적과 역사적 정당성을 외롭게 주장했다", "정치적 혹한을 맞은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소극적 지원의 의미로 정치적 '칩거'를 선택했다", "정치적 언행을 최대한 자제한 침묵의 행보", "세종시 원안고수는 그를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하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시켰다" 등 그동안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모두 박 의원의 장점으로 둔갑했다. 아마도 박근혜 대선캠프의 홍보요원도 혀를 내둘렀을지 모르겠다.

이 기사의 백미는 다음 부분이다.

"애국심, 철저한 안보관, 국가·국민에 대한 사랑은 그가 가진 덕목으로 꼽힌다. 부정부패와 불법에 단호하고, 한번 옳다고 결단한 것을 번복하지 않은 결연함도 그의 장점들로 언급된다."

동생 박지만 씨의 삼화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란 박 의원의 말과 대비된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낯이 뜨거웠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처럼 찬양일변도의 기사를 자기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내보낼 수 있는 기자가 몇 명이나 될까.

103일간의 파업 끝에 '보도 공정성 제고'에 대한 노사합의로 업무에 복귀한 연합뉴스 노조는 "기사 꼭지 수와 분량만 봐도 단순히 유력 후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보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특히 프로필 기사는 회사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너나없이 '독재자의 딸'을 제목으로 뽑은 외신은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며 "연합뉴스 기사를 보고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인가'라고 묻는 독자들의 지적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반응도 "참담하고 분통이 터진다"로 요약된다. "기자가 아니라 타이피스트다", "103일간의 공정보도 외침이 무색한 기사다" 연합뉴스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의 일부이다.

보수언론의 야권 후보들에 대한 견제도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의도성 기사가 지난 2일 (동아일보)에 실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개입한 듯한 정황을 강조하는 기사가 그것이다. 문 고문이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금감원 국장에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해설 기사에는 문 고문과 저축은행의 관계도표까지 그려 넣었다. (문화일보)도 같은 날 "대선주자 문재인의 저축은행 비리 비호 논란" 사설을 통해 거들었다.

문 고문은 이에 대해 "검찰로부터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어떤 혐의를 받거나 수사·내사받은 사실이 없다"며 "(동아일보)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는지 안타깝다. 참으로 대단한 왜곡능력"이라고 비난했다. 문 고문이 낸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하여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을 문 고문이 청탁 전화를 한 혐의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문 고문 측은 (동아일보)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동아일보)에게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특정정당 특정후보 도우미 역할 하지 말고 공정한 언론 역할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이러한 보수언론의 '박근혜 띄우기'와 '야권후보 흠집 내기' 편파·왜곡 보도는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욱 극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역대 대선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특정후보 편들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언론사들은 대선과정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다. 선거법에 특정후보 지지가 보장되더라도 지지를 표명할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론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선보도를 보더라고 '박근혜 편향성'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독자들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이를 제지하기 위해선 시민사회에서 꼼꼼하게 모니터하고 문제를 제기하여 사회여론을 환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언론노조와 시민언론단체, 언론학계 등이 중심이 되어 왜곡·편파보도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의 공정한 대선보도만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공고히 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구호가 실감나는 시절이다.

 /김주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