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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단일화' 이후, '경제민주화' 논쟁 제대로 하려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26일자 기사 '단일화' 이후, '경제민주화' 논쟁 제대로 하려면…'을 퍼왔습니다.
[기고] 독일인이 본 한국의 경제민주화 논쟁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결국 안철수다. 혜성같은 등장과, 폭발적 인기, 그리고 전격 사퇴까지. 그가 후보 명단에서 빠진 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그에게 쏠리는 관심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관심 속에서 애초 그가 왜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던가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 밥 먹는 문제', 즉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그를 정치로 끌어낸 계기였다. 당시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대선에선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주요 의제가 되리라는 전망이 무성했다.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한 반작용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등 보수진영 역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정작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 보수진영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야권 역시 후보 단일화에 온 힘을 뺐다. 오히려 국민의 눈길이 단일화 논란에 쏠려 있는 사이, 새누리당의 경제 및 사회 분야 공약은 다시 복지와 경제민주화로부터 멀어졌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입장은 지금껏 한국이 따라왔던 영국-미국 모델에서 벗어나자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독일 또는 북유럽 모델에 가까운 모델로 가자는 뜻이다. 마침 독일 사회민주주의 모델에 정통한 지식인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 소장인 크리스토프 폴만 씨다. 독일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프리드리히 에버트의 뜻에 따라 1925년 설립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1933년 나치에 의해 활동이 금지되었다가 1947년에 다시 설립되었으며, 지금은 세계 각국에 사무소를 두고 모든 계층에게 민주주의 교육을 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경제민주화 논쟁에 관한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의 글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주의' 혹은 '경제민주화'가 복지 확충과 더불어중요한 정치의제가 됐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또한 반가운 현상이다. 
복지국가를 만드는 게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기본적인 위험 상황에 대해 안전대책을마련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경제민주화가 다루는 문제는 복지,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부의 창출 그 자체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 제도와 경제민주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복지국가를 만들면서 함께 경제민주화도 실현할 때만 비로소 기회의균등, 사회 계층간 유동성 및 사회적결속과 연대를보다 더 잘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광범위한 복지국가를 구축함과 동시에 경제민주화를 함께 실현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이 이에 해당하며,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독일,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때 진보적 의미에서의 경제민주화는 한국에서 어떤 모양을 띨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이 물음에 집중하고자 한다. 독일인으로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논쟁을 관찰해 보면,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 주로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지배력이 엄청난 것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단지 이 문제로 국한된다면 너무 협소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보다 철저하게 경제민주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개혁 프로그램은 다음 5개 핵심 요소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1. 재벌과 재벌의 소유구조를 규제하는 목적을 지닌 경쟁법의 강화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개별재벌의 해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국제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관련규정을 단계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2. 중소기업의 국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광범위한 지원정책의 개발이다. 제도화된 산학협동, 세제혜택, 중소기업지원센터를 통한 국제화전략에 관한 조언 제공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 성공한 중소기업지원정책이 좋은 예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바로 이러한 지원을 통해 자신의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획득하여 세계시장을 이끄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었다.이런 두 가지 사안은 한국의 논의에서도 다루고 있는 것들인데, 진보적 관점에서 계획하는‚ '경제민주화'는 여기서 분명히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분야에서 노동자의 여러 권리와 경영참여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음 사안들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 노동자의 경영참여 확대이다. 직장평의회를 통해 혹은 기업노조를 통해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경우에만, 그들은 기업의 성패에 더 강 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경영조직법으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있고, 이 제도는 특히 경제위기에서 사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독일의 비교적 큰 기업에서는 감독이사회(Aufsichtsrat)에 사용자 측 대표와 노동자 측 대표가동일한 비율로 참가하게 되어 있다. 이로써 노동자들은 기업경영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정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책임을 지게 된다. 공동결정제도는 자본주의를 민주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4. 노조가 지니는 이해관계 대표성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한국의 경우 노조의 조직률이 낮고, 기업경영을 담당하는 사용주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가 대립적인 관계를 이루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다른나라들의 사례를 돌아볼 때, 노조가 처한 법적인 상황을 개선하고 산별노조와 전국적 단위의 통합된 단일노조가 구성되면, 노조를 제도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을 뿐더러 이는 또한 사회의 평화에도 보다 많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체교섭과 기업 내의 갈등 역시 사전에 예상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 분야에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o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에서 아직 비준하지 않은 4개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할 것이다. 즉 협약 제29호와 제105호 (강제노동의폐지에관한협약), 그리고 제87호와 제98호(단결권과단체교섭권의원칙에관한협약)이다. 아직까지 한국이 상기핵심협약을비준하지 않은 것은, 세계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위자로서의 한국의 역할과 모순되는 것이며, OECD회원국 중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o 노조의 법적지위의 개선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파업권,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관련된 현재의 법적기본조건은 OECD표준 이하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TULRAA)을 적절하게 개정해야 한다.
o 기업들은 단체교섭을 가능하게 해주는 산업별경영자단체를 구성해서 노조가 진정한 산별노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o 노조 내에서도 개혁이 있어야 한다. 우선은 개별기업 종업원으로서 자기기업 내의 특수한 이해관계만을 주장하는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업노조가 아닌 산별노조로 바뀌어야 한다. 산별노조로 발전해야만 하청업체 노동자의 이해관계도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o 노동조합의 양대 전국연맹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상호협력을 단계적으로 강화시켜당장은 가능하지 않겠지만 두 단체의통합이란 큰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통합된 민주적 노동운동을 통해서만 노동자의 이해를 장기적으로 더 잘 대변할 수 있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과 다른 유럽국가들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5. 비정규직노동자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파견직의 규제 강화,• 계약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자체의 축소,• 평균임금의 최소 50%로 최저임금 인상.이와 같은 광범위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시민들이 일방적인 성장지향을 원하지 않으며, 사회적시장경제와 유사한 경제모델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만큼 한국의 진보 진영은 보편적복지국가와 연계된 포괄적인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면 좋지 않을까?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게 할 때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란 목표가 헌법의 현실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프 폴만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한국사무소 소장 

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후보등록 준비하던 안철수, 전격 사퇴 왜?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23일자 기사 '후보등록 준비하던 안철수, 전격 사퇴 왜?'를 퍼왔습니다.
여론 악화 부담에 특사 회담도 불발... "국민과 약속 지키려는 신념 강해"

▲ 단일화 방식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밤 서울 종로구 공평동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후보 사퇴를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캠프를 떠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23일 오후 7시 50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 결렬 선언을 한지 30분만에 안 후보는 대선후보직 사퇴 및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예고됐을 때만해도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 담판을 위한 회동 제안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만 해도 종로경찰서를 찾아 대선 후보 등록에 필요한 범죄경력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대선 레이스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언론 앞에 선 안 후보는 "제 중재안은 마지막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예상 밖의 '폭탄 선언'에 안 후보의 생방송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문재인 후보 캠프 관계자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여론 악화 부담... "국민과 약속 지키는 게 무엇보다 소중"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뒤 윤영관 국민정책본부장,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조광희 비서실장을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안 후보는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배경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언급했다. 안 후보는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새 정치를 표방한 안 후보로서는 단일화 룰을 둘러싼 양 캠프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여론 악화가 큰 부담이었다. 단일화 협상 결렬 조짐이 보이자 작가 황석영씨 등 문화·예술·종교인 97명과 조국 서울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진보진영 인사들은 안 후보 측에 '야권 후보 적합도 50%+양자 가상대결 50%' 안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촛불집회는 물론 양 후보 캠프에서 농성을 시작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안 후보는 양 후보들의 복심(腹心)을 잘 아는 인사들간의 '특사 회담'을 마지막 카드로 던졌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특사로 각각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을 내세웠다. 두 사람은 고 김근태 상임고문계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함께 활동했고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에 함께 손발을 맞추는 등 친분도 두터워 극적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카드마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안 후보가 특사 회동을 제안할 때 이미 결렬시 후보직 사퇴를 염두해 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일화 협상팀에서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데다 협상팀보다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받은 특사 회동마저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경쟁 방식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다자대결, 야권후보 적합도, 야권후보 지지도에서 안 후보를 추월하는 결과가 계속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오늘 오전부터 안 후보가 여러 사람들을 부르고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이때부터 어떤 결단을 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의 홍영표 상황실장은 "안 후보의 사퇴는 본인 결단이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키려는 강한 신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높이 평가했다. 

1년 새, 두 번 양보한 안철수... 새 정치 아이콘 위상 더 강화

▲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23일 저녁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문재인 캠프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TV 모니터를 통해 안 후보의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후유증 수습에도 나섰다. 그는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 10분 전 문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리 사퇴 결심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50%가 넘는 지지율에도 지지율 5%였던 박원순 후보에게 아무 조건 없는 양보를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협상이나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없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인 단일화를 만들어낸 안 후보는 그 힘으로 4년 넘게 이어져오던 '박근혜 대세론'을 깼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도 단일화 상대에게 조건 없는 두 번째 양보를 함으로써 오히려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그만큼 안철수 발 정치개혁 바람이 더 거세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며 "안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왔다,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새 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후보 사퇴 뒤에도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제게 주어진 역사와 시대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승훈(youngleft)

이제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렸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3일자 기사 '이제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렸다'를 퍼왔습니다.
단일화 날선 공방 수습과 정권교체 모두 문재인 책임으로 돌아가

 
▲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공평동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후보 사퇴를 발표한 후 측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드라마는 끝났고 선거가 남았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 및 백의종군 선언은 이 드라마의 결말을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기자가 오늘 쓴 시나리오 기사에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높지는 않다고 보았던 (이 기사의 3절) 상황이 현실화된 것을 보고 역시 정치적 예측은 어려운 것이라고 느낀다.
안철수의 등장과 퇴장은 이미 이번 대선을 87년 이후 남한의 모든 대통령 선거가 그랬듯 ‘유니크한 것’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기자는 안철수 후보가 후보 등록 전 사퇴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았다.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현재로서 높지 않고, 그렇기에 권력분점을 이루려면 안철수 후보가 사력을 다해 뛰어야 하는 상황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상황을 ‘백의종군’이라는 네 글자 워딩으로 반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어제 저녁 11시 박선숙 기자회견으로 절정에 이른 지난 며칠 간의 공방으로 문재인/안철수 양 후보의 지지층은 서로에게 상처를 준 상황이다. 바꾸어 말하면 문재인 후보로서는 대선승리를 위해 안철수 후보의 지지층을 사력을 다해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의 독대나 담판을 통해서 사퇴를 한 것도 아니고 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온전히 자신의 판단으로 사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련되게 상대편 탓을 하지 않고 단일후보 문재인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하지만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이 세련된 행동의 함의는 문재인이 안철수의 지지층을 공짜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언했기에 문재인 후보를 위해 어느 정도는 뛸 것이다. 하지만 ‘대의’를 따르는 이로서 체면치레 정도로 뛰느냐, ‘진심’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뛰느냐는 선택지는 남아 있다. 만약 그간 안철수를 새누리당의 ‘알바’인 양 욕해왔던 문재인의 극성 지지자들이 전자의 상황에 대해 비난한다면 그들은 안철수의 행동을 강제하기는커녕 야권 후보 지지층으로부터 ‘너무 심하다’라는 평을 들으며 고립될 것이다.
물론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도 장밋빛은 아니다. 그가 자기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선거들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2014년에 있지만 이 선거는 안철수가 정당공천을 축소하자고 한 영역에 있고, 총선을 하려면 2016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 사퇴를 자산 삼아 민주당의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역시 잃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와 상관없이 그는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몫’을 지닌 채 사퇴하게 되었다. 문재인 후보로서는 새정치 공동선언을 할 때보다 훨씬 더 안철수 후보의 뜻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만일 그런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면 선거를 포기하는 행동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지율이 뒤집혔을 때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고 안철수 후보를 지극히 존중하며 경쟁을 통해 단일후보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이를 택하지 않은 대가는 즉자적으로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파토낼 가능성을 안고 가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자존심을 세우고 제3후보를 응징하기 위해 유류고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묘한 방식으로 사퇴하면서 그는 ‘민주당과 자신 모두가 상하면서 민주당에게 복수하는 길’보다 훨씬 안전하고 현명한 길에 들어섰다. 그는 이제 이번 선거의 결과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이기든 지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무언가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 섰다. 안철수 후보를 매도한 문재인 후보의 핵심 지지층들이 그의 몫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심지어는 그것이 정치개혁을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니더라도 국회의원 정수 축소라도 문재인 후보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제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렸다. 민주당과 친노는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사라지진 않겠지만 안철수가 자신들을 잡아먹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되었다. 문재인 후보 개인으로는 사실상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는다면 정치인으로서의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결국 그들은 얌전하게 사퇴한 안철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었는데도 ‘땡깡’으로 매도당한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의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선거에서 이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제안을 했던 시민사회 원로들이나 불공평한 판정을 했던 자칭 진보지식인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할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안철수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야권의 승리가 쉽게 점쳐지지 않는 이유다. 

▲ 공평동 진심캠프 앞에서 '닥치고/단일화'를 연호하던 촛불을 든 시민들이 오늘 밤 8시 25분경 안철수 후보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안철수'를 연호하고 있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co.kr

“단일화 약속 소중한 가치”…승부사 안철수 ‘두번째 양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4일자 기사 '“단일화 약속 소중한 가치”…승부사 안철수 ‘두번째 양보’'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전격적으로 후보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라고 선언했다. 뉴시스

안철수 사퇴|안철수의 길 어디로단일화 이견 못좁히자 깊은 고민…TV토론 이후 ‘양보’ 거론‘동시등록’때 쏟아질 비난도 부담…선거운동 적극 나설 듯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또 한번 아름다운 양보를 선택했다.안 후보는 23일 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안철수가 되는 것보다 정치인 안철수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것이다. 안 후보는 정치인의 길을 가기를 결심하면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 왔다고 한다. 안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안 후보는 지금의 20~30대들이 자신을 절대적으로 성원하는 이유는 교과서에 실린 자신의 글을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한 바 있다.물론, 안 후보가 사퇴하게 된 이유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이어지는 단일화 협상 때문이었다. 안 후보가 처음 후보직 양보 또는 사퇴를 이야기한 것은 지난 21일 텔레비전 토론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텔레비전 토론 당시 문 후보가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 후보가 그 이후부터 후보직 사퇴와 양보부터 각자 후보를 등록하는 경우까지 모든 방안을 놓고 깊은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캠프의 전략가들은 안 후보에게 텔레비전 토론 직전까지 문 후보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문 후보를 참여정부의 실정과 연결시켜 공격할 소재들을 상당수 건넸다고 한다. 안 캠프의 정책 쪽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막상 토론에 들어가서는 그런 내용들을 거의 제기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안 후보는 전날 텔레비전 토론 사전연습 과정에서도 문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요구에 불편한 표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안 후보가 양 캠프 모두 정면대치 상황을 보이던 22일 저녁 ‘두 후보 중 한 명은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2일 오전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회동에서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달라는 뜻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자신이 이기는 결과를 근거로 후보 양보를 요구했지만, 문 후보가 단호한 태도로 거부하자 자신이 뜻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2일 양자회동이 끝난 뒤부터 캠프 인사들과의 연락도 끊고 장고에 들어갔다. 안 후보 쪽 핵심 관계자로부터 “안 후보가 과감히 후보직을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 바로 그 시각이었다.안 후보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장기적 전망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 극한대치 끝에 동시에 후보 등록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모든 비난은 안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 후보는 당 조직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만들어진 견고한 정치적 지지층에 기반하고 있지만, 자신은 견고한 조직도 지지층도 없는 상황에서 비판을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여건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안팎의 압력으로 후보직을 사퇴하게 될 경우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았다.

안철수 후보가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캠프 인사와 지지자들을 뒤로한 채 떠나고 있다. 안 후보는 회견에서 문재인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뜻을 밝히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 후보는 이날 사퇴선언문에서 앞으로 정치인 안철수의 길을 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 제게 주어진 시대의 역사적 소명을 잊지 않겠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는 문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민주통합당에 합류하는 수준으로까지 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선 이후로는 안철수재단 운영, 정치쇄신을 위한 사회운동과 연구소 운영 등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캠프에 참여했던 한 소장 정책전문가는 “안 후보가 캠프 참여를 권유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연구소를 만들어서 함께 할 테니 같이해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안 후보에게는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때 정치쇄신을 말하며 민주당에 들어가 당권을 잡거나, 본인 주도의 신당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진중권 “안 캠프 잘못” 조국 “중재안으로 제발 단일화 결정”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3일자 기사 '진중권 “안 캠프 잘못” 조국 “중재안으로 제발 단일화 결정”'을 퍼왔습니다.
문화예술인 중재안 합의결렬에 진중권 교수 “안캠에서 왜 안받았는지 이해 안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지난 22일 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난항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진 교수는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의 잘못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진 교수는 양측이 서로 단일화 최종안을 제시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23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잘라 말하죠. 안캠(안철수 캠프)이 잘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느 쪽으로든 타결은 될 것”이라고 단일화 협상타결을 자신하면서 “다만, 문화예술인 중재안이 나왔을 때 왜 안캠에서 안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전술적으로 실수를 한 듯”이라고 지적했다.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22일 양 캠프에 소위 중재안으로 ‘가상대결 50%+적합도 50%’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문 후보 측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안 후보 측은 이를 거부한 뒤 ‘실제대결 50%+지지도 50%’ 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진중권 트위터

진 교수는 또 “경위야 어쨌든 일단 단일화를 성사시키고, 두 캠의 지지자들이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 화합하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한편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안철수 후보 측이 문화예술인 절충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조 교수는 22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문화예술인 종교인 모임’의 제안이 양 캠프의 입장을 정확히 반분하여 반영한 '짬짜면'이 아닌가?”라며 "짬짜면으로 합의가 될 줄 알았는데 짬짜면 그릇만 합의되었다"고 했다. 

앞서 절충안이 나온 직후에도 조 교수는 트위터에 "(절충안이) 안 후보 측의 가상 대결 제안, 문 후보 측의 적합도 제안을 모두 반영한 방식이니 제발 이것으로 단일화를 결정하자"며 "양 후보는 즉각 만나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박새미 기자 | psm@mediatoday.co.kr  

노종면 "아닌 건 아니다. 안철수가 틀렸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23일자 기사 '노종면 "아닌 건 아니다. 안철수가 틀렸다"'를 퍼왔습니다.
"온통 양아치 흥정이 판을 친다" 탄식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23일 "뭐? 50:50? 가상 양자대결은 양심을 버린 쪽이 이기는 악마의 선택임을 정녕 모르더냐? 아닌 건 아니다. 안철수가 틀렸다"고 양자대결을 고집하는 안철수 후보측을 질타했다.

언론자유화투쟁 과정에 YTN에서 해고된 노종면 전 위원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새벽 집에 돌아와 뉴스를 확인한다. 온통 양아치 흥정이 판을 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일화를 박-문/박-안 가상대결로 하면 문-안 지지자 중 어느쪽이 박을 조직적으로 역선택 하느냐로 승패 갈린다"며 "기존 언론사 조사와 차원이 다르다. 양심에 반하는 역선택 기꺼이 할 쪽이 이기는 방식"이라며 안 후보가 고집하는 양자대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심언기 기자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안철수의 정치력, 또 한번 시험대에


이글은 시사IN 2012-11-20일자 기사 '안철수의 정치력, 또 한번 시험대에'를 퍼왔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력은 늘 진화했다. 야권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이 생길 무렵, 안 후보가 나서서 흐름을 주도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중단에 대한 피로감은 심각하다. 그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한 박근혜 캠프의 기본 전략은 이랬다.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친노 프레임’으로 깨고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정치 아마추어 프레임’으로 깬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에 대한 이 ‘정치 아마추어 프레임’이 먹힐지는 의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면서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안 후보는 1년 이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으로 정치력을 증명했다.

도 안 후보의 정치력은 인정했다. 11월7일자 “‘정치 고수’ 안철수”라는 제목의 데스크칼럼(신정록 정치부 부장대우)에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대선 후보 중 존재감으로 치면 안철수가 단연 1등인 것 같다. 후보 단일화가 급한 문재인은 안철수로부터 ‘구체제’ ‘기득권’으로 몰리면서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했다. 박근혜는 이슈의 블랙홀인 단일화에 포박당해 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의 화제는 단연 안철수다”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0월7일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타이밍 좋게 여론을 유리하도록 만들어

안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정치평론가들의 평가도 대체로 일치한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콘텐츠는 준비가 덜 되었지만 정치력은 생각보다 노회하다. 타이밍을 잡는 감각, 기선 싸움, 어젠다 세팅 능력, 여론을 유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상당히 좋다”라고 평가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기존 정치 문법으로 보면 아마추어로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강단을 갖고 자기중심을 잘 지키고 있다. 특히 타이밍 감각이 좋다. 과거 제3후보의 거품 인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하다”라고 분석했다. 

일선 정치부 기자들도 안철수 후보가 ‘정치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라고 평가한다. 학습능력이 좋은 안 후보가 정치도 빨리 배웠다는 것이다. ‘마크맨’ 기자는 결혼식까지 찾아다니며 챙기고, 기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감성정치’에도 능하다는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라거나 “건너온 다리를 불태워버렸다” 같은 감성적인 표현으로 지지자를 들뜨게 만들 줄도 아는 그를 더 이상 정치 초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처럼 안철수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평가가 호의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건 대체로 11월5일 전남대 강연에서 단일화를 예고하고 11월6일 문재인 후보와 만나 단일화에 합의하면서다. 당초 11월10일 공약을 발표하고 이후에 단일화 관련 협의를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안 후보에 대한 ‘피로증’이 점점 높아가던 차였다. 그런데 안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 일정을 앞당기면서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이후 모두 안 후보 입만 바라보는 형국이 되었다. 

이즈음 정세는 야권 후보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호남 민심이 안철수 후보 쪽에서 문재인 후보 쪽으로 옮아가는 상황이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이 쏠림을 막고 계속해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로 읽혔다. 안 후보는 정책 협상이나 단일화 규칙 협상과 별개로 새정치공동선언을 한다는 조건을 앞세워 ‘안철수식 정치쇄신을 받아들인 민주당과 연합한다’라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갔다. 

11월5일 이후 문재인 캠프에서는 ‘안철수의 생각’을 읽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11월6일 단일화를 위한 문재인·안철수 단독 면담 현장에서 만난 문재인 후보의 한 측근은 “사전 조율 없이 두 후보가 바로 만나자고 제의해서 당황했다. 이런 것이 CEO형 리더십인가 싶었다. 계약 당사자인 대표끼리 만나서 결정하면 되니 아랫사람들이 만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CEO형 리더십’이 여론시장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타이밍 감각’으로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는다. 안 후보는 특히 상대방이 주목받을 시점에 큰 이슈를 제기해 관심을 빼앗아오는 데 능하다. 트윗양·검색량 등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안 후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했던 시기가 7월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하고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되었을 때, 8월 ‘안철수 룸살롱 출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9월 초 ‘안철수 사퇴 압박’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리고 9월 중순 출마선언을 했을 때와 9월 말 ‘부동산 다운계약서 의혹’과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다. 

ⓒ안철수연구소 제공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절의 안철수 후보.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CEO형 리더십이 여론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탁월하게 연결된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 가운데 안철수 후보 측이 시점을 결정할 수 있었던 이슈의 경우에는 은근히 문 후보를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했다고 불평한다. 안 후보가 방송에 출연하고 책을 출간한 시점은 문 후보 지지율이 반등하던 시점이었고,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의 사퇴 압박을 폭로한 시점은 문 후보가 민주통합당 광주 경선에서 승리하던 시점이었으나 관심이 안 후보에게 쏠려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경선에 승리해 수락 연설을 한 것이 9월16일인데 사흘 후인 9월19일 안 후보가 출마선언을 해서 문 후보가 ‘컨벤션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것도 문 캠프의 불만이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이런 안 후보 측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문재인 주저앉히기’라고 의심한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기 위해 문 후보가 주장하는 ‘정권교체 프레임’과 차별화되는 ‘정치교체 프레임’을 내세웠다. 이 프레임은 단일화 협상에 나설 때도 최우선에 두어 ‘새정치공동선언’을 협상의 중심으로 삼았고, 단일화 협상을 잠정 중단할 때도 구실로 내세운 것은 바로 구태정치 청산이었다. 

‘새정치’를 위해 안철수 캠프에서 내놓은 ‘국회의원 정수 100명 줄이기’ 등의 정치 쇄신안은 정치학자와 언론으로부터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안철수 캠프는 전문가 평가와 달리 일반 국민은 자신들의 쇄신안을 지지한다며 버텼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안철수 후보가 남긴 두 가지 피로감 

정치권의 셈법이나 언론의 평가에 구속받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며 달리는 안철수식 정치는 그동안 유효했다. 지지율은 유지되었고 안 후보는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안 후보가 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가 협상 중단을 반복하는 와중에 오히려 기반이 흔들리는 모양새다(24쪽 기사 참조). 

역대 대선에서 11월은 제3후보의 무덤이었다. 200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11월에 대세 하락을 경험했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제3후보의 지지율은 빠지고 거대 양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쏠렸다. 

세간의 관심은 그래서 11월 들어 흔들리는 안 후보 지지율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역대 대선에서 나타난 ‘계절풍’의 영향력이 재현되는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두 가지 피로감을 안겼다. 하나는 출마에 대한 피로감이다. 많은 지지자들이 그의 출마선언을 기다렸지만 그는 총선에도 개입하지 않다가 새누리당 경선과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난 9월19일에야 출마선언을 했다. 다음은 단일화 피로감이다. 야권 지지자들이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했지만 안 후보는 11월5일에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두 가지 피로감은 그가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단일화 협상에 나섬으로써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중단에 대한 피로감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이 피로감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고 재협상에 나선다고 해서 완벽히 해소되기도 힘들다. 안철수 캠프도 이 때문인지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 이후 분주히 움직였다. 11월14일 잠정 중단을 선언한 안 후보가 15일 오전 기자들과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한겨레) (경향신문) (중앙일보)와 연속으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16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후보 측이 당 혁신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 만나겠다”라며 ‘선 민주당 혁신, 후 후보 회동’을 제안했다.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도 이슈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동분서주한 셈이다. 

ⓒ뉴시스 11월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오른쪽)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전국 수산인 한마음 대회에 참석했다.

야권 지지자들 냉소적 반응 더 많아

그러나 무난하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원했던 야권 지지자들은 상당히 뿔이 난 분위기다. 트위터에서는 안 후보에 대해 ‘떼 부리는 부잣집 막내 도련님 같다’고 비난하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더 많이 올라온다. 안철수 캠프에서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라며 문재인 후보의 ‘큰형님 리더십’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받아주기만 하는 큰형님’ 이미지에 ‘엄한 큰형님’ 이미지를 더 얹었다. 11월16일 오마이뉴스의 인터넷 생방송 인터뷰에 나온 문재인 후보는 “백원우 전 의원이 (안 후보 쪽 협상팀 멤버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선거공보물(아래 상자 기사 참조)에 대해 비판한 페이스북 문제도 즉각 해결했고, (전 청와대 비서관인) 윤건영씨가 협상팀에 배석하는 데 대해 친노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해서 그 부분도 배석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김기식 의원이 합의 안 된 내용을 말했다고 해서 그것도 조치를 취했다. 다 된 거다”라며 엄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캠프는 안철수 캠프에서 문제 제기한 부분은 다 조치했으니 민주당을 구태정치로 모는 것은 중단하라고 맞서고 있다.

문 캠프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의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40대, 화이트칼라, 호남. 이 계층에서 추세가 상당히 좋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왔다 갔다 하는 스윙층(부동층)도 움직이고 있다. 광주 20∼30대에 강고한 지지층이 버티고는 있지만 호남도 이제 거의 넘어왔다”라고 기대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조만간 단일화 잠정중단 사태에 대한 민심이 담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국은 더욱 요동칠 것이다.

고재열·장일호·김은지 기자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하는 이유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19일자 기사 '안철수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하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이철희 칼럼] 단일화 동의한 이상 안철수도 책임 느껴야

한 고비 넘어섰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했다. 단일화 효과, 즉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작업이 이뤄낸 쇄신의 성과다. 외형상 갈등으로 비쳐졌지만 좀 차분하게 들여다보면 문 후보가 민주당 쇄신을 버거워하니 안 후보가 거든 셈이다.

사실 민주당의 인적 쇄신은 진즉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었다. 9월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된 날부터 제기되었고, 사흘 뒤 안 후보가 출마의 명분으로 이걸 내걸면서 결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민주당과 문 후보가 그 당연한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침내 단일화 중단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협상 중단이 발표됐을 때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생각났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가 뒤늦긴 했지만 그럼에도 대승적 결단임에는 틀림없다. 합법적으로 출범한 지도부가 비정상적 사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니 그 자세는 민주적 리더십의 훌륭한 사례라고 하겠다. 또 이번 사퇴는 문·안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이 새롭게 탄생할 것임을 분명히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단일화가 단순히 권력을 위한 담합이 아니라 정치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잘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에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이듯 일부 파행과 갈등도 단일화의 일부다. 어쩌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이런 위기를 통해 후보들이 리더십이 부각되는 법이다. 이번에도 문 후보는 내부의 혼선과 감정다툼 없이 지도부 사퇴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안 후보도 한동안 뒤편으로 밀려났던 정치쇄신 프레임을 다시 복원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단일화가 그냥 순항했다면 보여주기 어려운 드라마였을 것이다.

흐름이나 후보 구도의 측면에서 볼 때, '안철수 현상'이나 안 후보의 등장은 새정치를 향한 열망의 표현이자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대중적 거부에 다름아니다. 오랫동안 가장 강력한 후보의 위상을 누려온 박 후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마땅치 않게 생각하나, 그렇다고 민주당이 미더운 것도 아니어서 자연스레 대안을 물색하던 중에 발견하고 호명한 것이 안철수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이런 객관적 맥락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안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사유화하려 하면 할수록 그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대중적 요구를 동력으로 삼아 정치를 바꾸려 해야지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안철수 현상을 계속 사회화할수록 그의 운신 폭은 넓어질 것이다. 안철수 개인이 대통령직에 오르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설사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철수를 통해 새로운 정치의 장이 열리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려면 대중과 정치권을 대립시키는 구도로는 어렵다. 이렇게 하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방법은 민주당을 바꾸는 것이다. 더 크고 새로운 정당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혁신의 가장 핵심적 과제라는 말이다. 물론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도 필요하고, 제도로서 입법부의 권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제도 좋은 정당이 없으면 기대했던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문제는 정당, 즉 민주당의 혁신이다. 이건 안 후보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과제다.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 성명서에 이런 대목이 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님과 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존중해 주십시오. 민주당은 그 분들이 이끈 정당이고, 박지원 원내대표님을 비롯한 이른바 동교동의 분들, 그리고 이른바 '친노'는 그 분들과 함께 민주화 운동의 사선(死線)을 넘었고 평화적 정권교체와 참여적 정치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입니다. 민주당을 구태정당으로 지목하고, 이 사람들을 청산 대상으로 모는 것은, 두 분 전직 대통령님에 대한 모욕입니다. 안 후보께서도 이 분들을 존경한다고 하신 바, 그 마음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민주당은 지도부, 국회의원·단체장을 비롯한 정치인, 대의원·당원, 지지자로 구성된다. 지도부와 정치인을 지칭하는 경우 조직민주당, 당원과 지지자까지 포함할 경우 대중민주당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 현재 민주당의 인적 쇄신 대상은 조직민주당의 일부인 지도부일 뿐이다. 당원과 지지자를 모두 포함하는 대중민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쇄신 주장을 곧 민주당을 구태정당, 청산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게다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의도된 프레이밍(framimg, 틀 짜기)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 후보는 며칠 전 단일화 중단 이유를 밝히는 기자회견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 문재인 후보께서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전환을 이끌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들께서 요구하고 계시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미 제기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들을 즉각 실천에 옮겨 주십시오. 그래서 전국의 민주당 당원들께 새 정치의 자긍심을 만들어 주십시오."

이런 안 후보에게 민주당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한 혐의를 덧씌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그간 느꼈을 굴욕감을 생각하면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사태 인식의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왜곡이다. 서로가 뒤끝 없이 담백하면 좋겠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안 후보가 새겨야 할 대목도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 특히 대중민주당을 존중해야 한다. 대중민주당은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다.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현실적 수단이 있어야 하듯이, 민주당 없이 정치쇄신을 이룰 수 없다. 정치쇄신이든 정권교체든 '민주당 만'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민주당 없이'도 어렵다. 민주당을 더 크고 새로운 정당으로 바꾸는 데에 안 후보의 책임도 적지 않다. 단일화에 동의한 이상 민주당 쇄신에 안 후보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안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고민하고, 결단해야 한다. 후보단일화 전에 어렵다면 후에라도 해야 한다. 무소속 후보로는 설사 단일후보가 되더라고 본선에서 이기기 어렵고, 무소속 대통령으로는 국정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스 베버의 표현을 빌리면, 정치개혁은 신념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로만 달성될 수 있는 과제다. 흔히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 정치라 하지 않나. 안 후보는 이제 '불가피한 현실'을 받아들어야 한다.

누가 후보가 되든지 안 후보와 문 후보는 민주당을 더 크고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내는 대혁신의 공동주체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 내 낡은 체제, 낡은 질서, 낡은 관행을 모두 털어내고 그야말로 대중적 뿌리를 갖는 좋은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유럽에서 복지국가가 정착한 것은 정당이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은 헌법 개정이 아니라 정당의 적극적인 역할 때문이다.

영남의 장삼(張三)과 저소득층의 이사(李四)가 민주당원이 되고 싶어하고, 민주당 지지를 자랑스럽게 밝힐 수 있는 정당으로 민주당을 환골탈태시키는 것이 문·안 두 후보에게 부과된 역사적 책무다. 또 두 후보가 같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그래도 우리가 이긴다”


이글은 한겨레21 2012-11-19일자 제936호 기사 '“그래도 우리가 이긴다”'를 퍼옸습니다.
[표지이야기] 박근혜 캠프, 단일화 회동일 정치혁신안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단일화’ 원색적 공격… 전략 부재 속 “근소한 차 승리” 낙관론 여전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11월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오른쪽)과 함께 정치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같은 날 열린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회동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였지만, 그의 쇄신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을 ‘홍어×’로 보는 대국민 사기쇼”

야권 단일화 회동이 이뤄진 11월6일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내용과 수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던 쇄신안을 던지는 것으로 단일화 프레임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당초 “별로 초점이 아니다”라던 개헌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박 후보는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밖에 국민참여경선의 법제화, 기초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 등의 쇄신안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의 ‘정치 혁신논란’을 벗어난 새로운 의제는 없었다. 박근혜표 정치쇄신안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전략 부재는 언어의 공격성을 잉태한다. 단일화 합의 하루 뒤인 11월7일 박 후보는 “국가 간 약속도 뒤엎겠다고 공언하는 세력, 북방한계선(NLL)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세력에게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맡길 수 있겠나.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같은 날 박 후보는“국민들이 판단하고 검증할 기회가 없다”며 “누구를 위한 일화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캠프 인사들은 더욱 원색적이다. ‘밀실’ ‘야합’ ‘꼼수’ 등의 표현이 동원됐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단일화는 충분히 예상됐던 정치공학적 술수”라며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이번 대선을 한낱 정치놀음으로 전락시킨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는 데도 21일이 걸리는데 야권 대선후보들이 21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건 기가막힌 코미디”라고 했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김태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은 11월9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것으로, 국민을 ‘홍어×’ 정도로만 보는 이런 대국민 사기쇼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인 동시에 수준 이하의 막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발언의 당사자와 캠프의 박선규 대변인이 공식 사과해야 했다.
거센 단일화의 파고를 뛰어넘을 방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캠프 내부에도 심상찮은 기류가 흐른다.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박 후보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사이의 ‘경제민주화 갈등’이 다시 분출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박 후보는 11월8일 경제단체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보고한 경제민주화 공약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재벌들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한 박 후보의 소신은 변한 적이 없다. 그는 대선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한 7월10일에도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는 제한하되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선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설화나 내홍으로 끝날 수 있을까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박 후보가 어떻게 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도 자신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공약의 내용을 밝힌 대목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 본인과 경제민주화 공약의 사령탑인 김 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두 차례의 설화나 내홍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박 후보가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파괴력을 대내외에 각인시켰던 4·11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현재의 행보를 비교하면 읽힌다. 총선에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전략은 ‘100% 대한민국’으로 집약된다. ‘친노’ 깃발로 똘똘 뭉친 상대방을 과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미래의 이미지로 포장했다.
하지만 변했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 성향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강행했다. NLL 논쟁 등 강경 보수의 의제를 주도했다. 정수장학회나 왜곡된 역사관 등 과거사 논란과 MBC 김재철 사장의 거취 논란 등도 박 후보를 낡은 과거의 이미지에 가두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둘러싼 좌고우면도 계속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총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민 통합을 내건 최대승리 전략을 내세웠다면, 대선 국면에서는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최소승리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전략은 단일화 이후 예상되는 야권 지지층의 이탈을 흡수해야 할 박 후보 처지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단일화 합의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다자 구도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야권 단일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는 오차범위 안팎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변했다. 중도층을 아우르는 통합의 메시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 성향의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강행했다. NLL 논쟁 등 강경 보수의 의제를 주도했다. 정수장학회 등도 박 후보를 낡은 과거의 이미지에 가두고 있다.

진짜 위기는 ‘위기에 대한 불감증’

그런데도 “이긴다”고 말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으므로, 선거를 치러내야 할 캠프 관계자로서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수의 참모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캠프 내부에선 “단일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대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99.9%라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당의 힘으로 조직된 대중을 안철수 후보가 이길 수 없다.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우리는 선명한 정책 차별화를 통한 대결로 가면 된다. 문재인은 ‘제2의 노무현’이다. 공식 선거전에선 근소한 차이로 박근혜 후보가 이길 것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만일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 국정 경험이 없는 불안한 후보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안정감 있는 후보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을 뒤덮고 있는 진짜 위기는 ‘위기에 대한 불감증’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조국 "판 깨선 안돼, '쇼' 다시 시작해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16일자 기사 '조국 "판 깨선 안돼, '쇼' 다시 시작해야"'를 퍼왔습니다.
문재인-안철수 정면충돌에 극한 위기감 노정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16일 문재인-안철수 정면충돌과 관련, "문-안 양측이 각자의 장점과 상대의 약점을 부각시키는 것, 좋다. 그러나 판을 깨선 절대 안된다"며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조국 교수는 이날 밤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쇼'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 후보측에 대해선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비/반문 의원들 30명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점에 대한 문재인 지지자들이 화가 났다. 어떤 기분인지 이해한다. 그러나 금지할 일은 아니다. 안철수도 민주당 내부를 '공략'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후보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문 캠프나 민주당이 여러가지 합법적 정치행위(예컨대, 선전과 조직화)를 하는 것 역시 허용된다. 정치는 '금지'가 아니라 '허용'이 원칙"이라며 "그런 연후 '진검승부'하고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영섭 기자 

[사설] 두 후보 만나 앙금 털고 새로 시작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16일자 사설 '[사설] 두 후보 만나 앙금 털고 새로 시작하라'를 퍼왔습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잠정 중단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쪽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보다는 명분 쌓기에 급급해하면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안 후보는 어제 회견에서 “문 후보가 민주당 혁신에 대한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 실현과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의 회동을 제안하긴 했지만 협상의 난관이 민주당의 이른바 ‘구태 정치’ 때문이란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문 후보는 이에 “안 후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쪽이 상당히 부정한 경쟁을 한다고 믿는 건데 지금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상 파행의 책임이 사실상 안 후보 쪽에 있다는 주장으로 들린다.두 후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는 매우 우려스럽다. 우선 안 후보가 제기한 민주당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당 혁신이 단일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안 후보의 주장은 결국 단일화 국면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등의 기득권 정치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항의의 표시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불리하니까 딴소리한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문 후보가 사태 수습책 마련보다는 안 후보 쪽의 과장 보고를 언급한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태도로 보인다.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할 맏형다운 태도는 아니다.두 후보는 엊그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호소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백 교수는 글에서 “민주당 의원과 지도부 대다수 사이에 민주당과 문 후보가 이만큼 오기까지 ‘안철수 현상’과 안 후보로부터 얼마나 많은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해 보인다”고 적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 “‘양보론’ 등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인지를 반대쪽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두 후보가 명심해야 할 지적이다.안 후보는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보로 협상의 교착상태를 먼저 타개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박근혜 대세론을 흔든 안 후보를 그저 단일화 협상의 불쏘시개 정도로 적당히 끌어들이려 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일이다. 결국 두 후보가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의심스러운 점, 불쾌한 점, 시정할 점을 끄집어내 앙금을 훌훌 턴 뒤 원점에서부터 협상을 재개하길 바란다.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백낙청 "단일화하고도 질 수 있다는 말 실감케 해"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15일자 기사 '백낙청 "단일화하고도 질 수 있다는 말 실감케 해"'를 퍼왔습니다.
[전문] "文-安 만나 상대방이 이길 수 있음 인정하라"

재야원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15일 야권단일화 협상 중단과 관련, "대화중단 사태가 협상의 결렬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단일화를 하고도 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한층 실감케 해준 사태"라며 극한 위기감을 나타냈다.

백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두 진영의 단일화규칙 협상이 잠정 중단됨으로써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게 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에게 호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우선 문 후보에 대해선 "자신들이 내세우는 ‘통큰 맏형’ 전략이 상대방에 어떻게 비칠 수 있는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다"며 "정말로 통큰 맏형이란 ‘아우가 정녕 나서야겠다면 어디 네가 한번 해봐라’고 물러설 줄도 아는 형님을 말한다. ‘자자분한 요구는 다 들어줄 테니 큰 자리만은 내게 양보해라’는 것이라면 ‘통큰 형님 전략’은 그야말로 동생을 압박하는 전략이요 전술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에 하나 안후보로 단일화되었을 때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더욱 없는 것 같다"며 "한동안은 경선에 지면 당이 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차 있다가, 문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지금은 당 지지자들 사이에 그런 공포감을 유발해서 승기를 잡으려는 기미마저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서도 "안캠프나 안후보의 열성 지지자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며 "문캠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는 ‘양보론’ 등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일지를 반대쪽의 눈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측이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지지율의 변화가 반드시 여론조사기관의 편향성이나 민주당측의 불공정 행위 때문이기만 했을까요?"라고 반문한 뒤, "예컨대 대중의 높은 기대에 비해 정작 대통령선거를 치러낼 준비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우려들을 불식할 만한 모습을 과연 보여주었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에 좋은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저는 글로 쓴 일도 있고 에 좋은 약속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아, 안철수가 나오니 과연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다수 국민과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조차 경탄할 만큼 눈에 확 뜨이는 무엇이 있었던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또한 정치쇄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내걸면서도, 각론에 들어갔을 때 중립적인 인사들의 눈에조차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으로 얕보일 빌미가 없었는지도 헤아려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아무튼 단일화규칙 협상이 필요하다면 채널을 바꿔서라도 곧 재개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저 개인으로서 그보다 더욱 절실하게 희망하는 것은 두 후보께서 가까운 장래에 다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며 "당장에 단일화나 단일화규칙을 놓고 담판하기보다 역지사지의 정신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양자 직접회동을 조언했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지사지는 뭐니뭐니 해도 상대방이 이길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고, 아울러 자기가 이겼을 때 상대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를 상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라며 "그러므로 저는 두분이 만나신다면, 내가 이겼을 경우 나는 어떠어떠한 약점과 허점이 있으니 당신이 그것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보완해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당신이 이길 경우 나는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고 돕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갔으면 좋겠다. 그것만 된다면 나머지는 쉽게 풀리지 않을까요?"라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호소했다.

다음은 백 교수의 글 전문.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

한문 문자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하지요. 어떤 일을 당해서 자기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처지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도 지난달 성명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진영에 대해 이 ‘역지사지의 정신’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어제 14일 두 진영의 단일화규칙 협상이 잠정 중단됨으로써 새누리당의 집권연장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게 되었습니다. 대화중단 사태가 협상의 결렬로 이어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단일화를 하고도 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한층 실감케 해준 사태입니다. 서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서 새롭게 출발할 필요성이 절실합니다.

먼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으로 말한다면 자신들이 내세우는 ‘통큰 맏형’ 전략이 상대방에 어떻게 비칠 수 있는지를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 자신은 맏형의 심성과 자세를 지녔더라도 캠프나 당내에서 벌어지는 낡은 정치의 행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의 불신을 사는 것도 불가피하겠지요. 게다가 정말로 통큰 맏형이란 ‘아우가 정녕 나서야겠다면 어디 네가 한번 해봐라’고 물러설 줄도 아는 형님을 말합니다. ‘자자분한 요구는 다 들어줄 테니 큰 자리만은 내게 양보해라’는 것이라면 ‘통큰 형님 전략’은 그야말로 동생을 압박하는 전략이요 전술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후보더러 양보하시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민주당측이 당조직을 가진 강자로서 어떻게든 안후보를 꺾고 보자는 것 이외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떻게 두 세력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어낼지를 깊이 고민하는 흔적이 잘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안후보로 단일화되었을 때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은 경선에 지면 당이 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차 있다가, 문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지금은 당 지지자들 사이에 그런 공포감을 유발해서 승기를 잡으려는 기미마저 보입니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과 지도부 대다수 사이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이만큼 오기까지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후보로부터 얼마나 많은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해보입니다. 안철수 현상과 이에 부응한 안후보의 출마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박근혜 후보의 대세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을 테고, 안캠프의 도전이 아니었더라면 민주당이 지금만큼의 쇄신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기 십상입니다. 설혹 문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되더라도 이러한 인식과 감사의 마음, 그에 따른 쇄신노력의 지속과 안철수•문재인의 적극적인 협력, 이런 것들이 두루 갖춰지지 않고는 대선승리가 힘들 것입니다.

다른 한편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그 진영에서도 안캠프나 안후보의 열성 지지자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캠프 일각에서 흘러나왔다는 ‘양보론’ 등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일지를 반대쪽의 눈으로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더구나 안후보 출마선언 직후의 현격한 지지율 차이가 유지되어왔다면 애치당초 ‘양보론’이 발붙일 틈이 없었겠지요. 그런데 지지율의 변화가 반드시 여론조사기관의 편향성이나 민주당측의 불공정 행위 때문이기만 했을까요? 안캠프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지사지한다면 달리 생각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대중의 높은 기대에 비해 정작 대통령선거를 치러낼 준비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우려들을 불식할 만한 모습을 과연 보여주었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입니다. 에 좋은 생각이 많다는 이야기를 저는 글로 쓴 일도 있고 에 좋은 약속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아, 안철수가 나오니 과연 다르긴 다르구나’라고 다수 국민과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조차 경탄할 만큼 눈에 확 뜨이는 무엇이 있었던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또한 정치쇄신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내걸면서도, 각론에 들어갔을 때 중립적인 인사들의 눈에조차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으로 얕보일 빌미가 없었는지도 헤아려볼 일입니다.

안후보로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민주당측의 불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불안이 낡은 기득권세력의 집착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반독재투쟁 등 안후보도 감사해야 할 역사를 만드는 데 기여해온 전통야당의 긍지도 무시할 수 없으며, 안후보가 민주당의 곤경을 끝내 외면하고도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진심어린 걱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안후보 자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정당한 염려와 긍지를 배려한 발언이 별로 나온 바 없는 듯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좋은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민주당의 환골탈태 내지 공동의 신당 창당 같은 것을 전제로 국민이 동의할 만한 안후보의 거취를 여러 방면으로 구상은 하고 있어야 하리라 봅니다.

아무튼 단일화규칙 협상이 필요하다면 채널을 바꿔서라도 곧 재개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저 개인으로서 그보다 더욱 절실하게 희망하는 것은 두 후보께서 가까운 장래에 다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당장에 단일화나 단일화규칙을 놓고 담판하기보다 역지사지의 정신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지사지는 뭐니뭐니 해도 상대방이 이길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고, 아울러 자기가 이겼을 때 상대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를 상상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두분이 만나신다면, 내가 이겼을 경우 나는 어떠어떠한 약점과 허점이 있으니 당신이 그것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보완해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당신이 이길 경우 나는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고 돕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 된다면 나머지는 쉽게 풀리지 않을까요?

11월 15일 백낙청 드림

박태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