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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6일 화요일

'부자증세'는 어디 가고 '서민증세' 추진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26일자 기사 ''부자증세'는 어디 가고 '서민증세' 추진'을 퍼왔습니다.
정부 문건 "건강세 신설하고 피부양자제도도 폐지해야"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 등에 '건강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예고했다. 이는 사실상 부가가치세 인상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사실상의 간접세 인상으로, 대표적 '서민 증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인 가입자의 피부양자제도도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 국민들의 거센 저항이 뒤따를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국가재정제도 개선 심의자료'라는 제목의 건강보험제도 개편안 문건을 입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건강보험제도 개편안은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주세 등 3개 세금에 건강세를 부가해 징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편안은 건강세를 부가가치세 등에 0.03%p씩 덧붙여 징수하면 연간 3조원 가량의 건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대신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14%를 충당하는 국고 지원 비율을 2017년까지 10%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은 또 직장인 가입자의 건강보험에 얹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담았다. 현재 2천11만명에 달하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중 소득이나 일정액 이상의 재산이 있는 사람은 별도로 건보료를 내고 나머지는 지금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부처 간 협의 후 4월 말 국무위원 재원배분회의와 6월 공개토론회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조선)은 전했다.

이같은 건강세 신설과 피부양자제도 폐지는 "증세 없이 복지를 확충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특히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주세에 건강세를 붙이겠다는 것은 서민이나 갑부나 똑같은 세금을 내는 간접세 인상 방식으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서민 살림살이에 타격을 가하며 물가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또한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할 경우 가계의 건강보험 부담은 급증해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국민들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MB정권때 크게 내린 법인세의 원상복귀 등 부자 증세는 외면하고 서민 증세만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반발이 클 전망이다.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복지재원 조달을 위해 담뱃값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 부담도 대폭 증가시키려 하면서, 가뜩이나 인사 실정으로 국민적 눈총을 사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정권초 심각한 국민적 저항을 자초하는 양상이다.

박정엽 기자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증세 얘기하면 필패" vs "폭발적 증세운동 가능"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1일자 기사 '"증세 얘기하면 필패" vs "폭발적 증세운동 가능"'을 퍼왔습니다.
[2012 정책토크] 복지국가와 세금 : 부자증세부터 보편증세까지

프레시안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한 '2012 정책토크 : 시민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다'의 2부 행사 '부자증세부터 보편증세까지'가 지난18일 오후 7시 열렸다.

어느 샌가 수면 아래로 사라진 복지 논쟁. 대선 주자들 모두 '민생고(苦) 해결'을 외치지만, 이렇다 할 복지 공약은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날 대담에 나선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민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은 넘치는 입담을 무기로 논쟁을 벌여 나갔다. 차기 정권이 우선해야 할 복지 정책은 무엇인지, 증세 논쟁을 도마 위에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부자증세와 보편증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담 내용을 싣는다. 이날 대담 사회는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이 맡았다. (편집자)

▲ 왼쪽이 윤홍식 인하대 교수, 오른쪽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하얀)

윤 "보편적 소득보장 먼저…공공부조로는 빈곤 해결 못 해"오 "취약계층 우선 복지혜택 받아야…그 다음에 무상의료 전면화"

박용대 : 한 정권이 가진 시간은 5년뿐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서 복지를 확대함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우선되어야 할 복지 정책이란 무엇일까.

오건호 :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가 중요하다.

지난 2~3년간의 복지 논쟁은 '보편적 사회서비스 확충'을 중심에 놓고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복지 예산이 사회서비스 확대에만 투하되는 한계가 생겼다. 반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예산은 오히려 동결됐다. 복지, 복지 외치는 동안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는 되레 축소된 셈이다.

물론 족보로 따지면 취약계층을 우선하는 복지는 선별복지다. 하지만 선별은 악(惡), 보편은 선(善)이란 구조로 복지 논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를 확립하고 나서 전 계층을 상대로 한 보편복지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무엇보다 '무상의료'가 시급하다고 본다. 개인이 보험료를 제외한 의료비로 연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하지 않는 '건강보험 하나로' 방식으로 무상의료를 전면화해야 한다.

박용대 :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오건호 : 국민 한 명이 평균 약 1만1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더 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올리자는 거다. 건보가 대략 24조 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 1원도 더 내지 않는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 다만 24조 원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이 최대 100만 원의 의료비만 부담하도록 하고 그 이상은 건보가 부담하게 하면 필요한 재원은 14조 원이 된다. 이걸 정부와 기업에 나눠서 부담하게 하자는 거다. 물론 반발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1만1000원 더 낸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올 거라고 본다.

윤홍식 : '공공부조'가 언제나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책인 것은 아니었다. 전체 사회지출 예산의 18%를 공공부조에 쏟아 붓는 미국의 빈곤율은 예산의 1%만 공공부조에 쏟아 붓는 스웨덴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보편적 소등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오로지 공공부조에만 의지해 왔을 뿐이다. 이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부조 정책에 한계가 보인다.

보편적 소득보장을 얘기해야 한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학생수당, 실업수당 등을 더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용대 : 스웨덴 복지도 보편적 소득보장 우선방식인가?

윤홍식 : 그렇다. 스웨덴은 보편적 소득보장을 먼저 하고, 그래도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공공부조가 투여된다. 스웨덴에서 공공부조는 잔여적 개념이다.

오건호 : 하지만 한국과 스웨덴은 복지의 토대 자체가 다르다. 보편적 소득보장을 우선하고 사각지대마다 공공부조를 집어넣기에는 상황이 너무 척박하다. 현재 조건에서 스웨덴만큼 두껍게 보편 복지를 일단 깔 수가 없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보편적 의료복지를 도입하되, 가장 고통 받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공공부조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윤홍식 : 취약계층 지원과 보편적 소득보장이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소등보장을 하면 취약계층도 혜택을 받는다.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원칙은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한 방식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모범적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은 세금도 서비스 이용부담도 모두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한다.

윤 "돈 얘기하면 보수프레임에 걸린다…사회적 합의 만들고 나서 재정 논의"오 "도망 다니지 말고 재원 논쟁해야…아무리 적어도 50조 이상 필요"

박용대 : 이제 재정 얘기로 넘어가 보자. 지금 나온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약 10조~20조 사이가 필요해보이고, 시민ㆍ사회 진영의 요구대로면 25조~30조 가량 필요할 거 같다. 어느 쪽으로 가든 '증세'는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해 보인다.

오건호 :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부터 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게 계산이 안 됐다. 그래서 작년에 복지 재원 논쟁이 불붙은 이후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복지 공약들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55조~60조 원이 필요하다. 통합진보당 공약도 마찬가지 예산이 든다. 필요한 정책을 일단 툭툭 던져만 놨다.

이 정도 예산이 필요하단 사실을 전제로 놓고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지 않으면, 기획재정부가 다시 발목을 잡을 거다. 계속 도망 다니면서 돈 얘기를 안 할 수는 없다. 필요 예산을 확정해놓고, 그 다음부터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며 청사진 그렸어야 한다. 지금은 첫 단추도 못 끼웠다.

윤홍식 :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싸운 사례는 없다. 어느 나라이든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우선 '정책'들을 추진하고, 그 정책을 추진한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재원을 마련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대선 정국에서 복지가 갑자기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것은 돈 얘기를 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복지 공약들을 정당이 받고 안 받고는 복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대중들의 조직적 요구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4.11 총선 때는 그게 없었다. 이런 조직적 흐름 만들기 위해서는 돈 얘기가 아니라 복지에 관한 비전을 내세울 때다.

오건호 : 나는 사람들이 진짜로 궁금해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얼마큼 필요한지, 내 주머니에서 얼마큼 나가야 하는 건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고 본다. 복지 국가 비전도 중요하고, 대중 조직도 물론 중요하다. 예컨대 '우리가 2017년에는 이런 모습으로 산다'란 걸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돈 얘기를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전체를 패키지로 해서, 재정 로드맵도 제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성실한 답변'이 필요하단 거다.

윤홍식 : 복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돈에 달린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민생치안을 위해 경찰력을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왔을 때 재원 논쟁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합의하면 돈은 딸려 온다.

게다가 선거다. 선거에서 '증세'를 아젠다로 승리한 정당이 역사적으로 있는지도 의문이다. 증세 얘기하면 선거에서 진다. 보수한테 이길 수가 없다.

오건호 : 대부분 사회복지학자들을 보면 준거모델일 항상 유럽이다. 그런데 복지 확대한 2차 대전 직후의 유럽과 현재 한국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 유럽은 노사조합적 시스템이 갖춰졌었고, 경제도 잘 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의 유럽만큼의 진보정당, 노조가 없다. 정당과 노조 기반으로는 복지를 절대 못할 거다. 나는 한국의 복지국가 경로는 지구상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될 거라고 본다.

증세 논쟁하면 진다고 하셨는데, 보편 증세 과감히 터뜨려서 폭발력 만들 수 있다고 본다. 2008년 촛불과 2010년 무상급식 상황을 돌아보면, 한국에서 독특하게 생기고 있는 연성 권력자원이 있다. 기존의 제도화된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권력 자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윤홍식 : 특수성은 보편성 하에 존재한다. 물론 권력 자원이 언제나 노동자ㆍ농민이란 것은 아니다.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주체는 어쨌든 필요하다. 서구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그 주체가 노동자나 좌파라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재원 논쟁을 시작하면 보수진영이 던져놓은 덫에 걸려들까 우려된다.

▲ ⓒ프레시안(최하얀)

윤 "조세저항 고려해 단계별 부자증세 방안 필요"오 "보편증세 위한 증세정치 만들어야"

박용대 : 부자 증세 얘기로 넘어가보자.

윤홍식 : 보편적 복지는 보편증세를 통해야 가능하다. 다만 '단계'가 필요하다고는 본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금'이다. 따라서 복지 국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아킬레스건인 세금 제도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부자 증세를 통해서 조세 형평성을 키우고, 지출구조 효율화를 해서 마련된 돈으로 가장 필요한 복지를 먼저 하고, 국민들이 그 복지를 체감할 때 사회적 합의 이끌면서 보편 증세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게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박용대 : 재원이 확실히 부족하다는 말씀인데, 바로 보편 증세를 하면 반감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윤홍식 : 어차피 큰돈을 다 모아도 제대로 못 쓴다고 보는 게 적당하다. 복지는 인프라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거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 30조~40조 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도 시간이 든다. 이 기간 동안 충분히 사회적 합의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100조 원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공공복지 인프라가 이렇게 부족한 현실에서, 그 많은 돈은 결국 민간 없자들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오건호 : 지금 부자 증세도 잘못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복지 정책들을 쫙 리스트에 계산기를 툭툭 두들겨서 증세 페이퍼 두 세장 제출하고 끝냈다.

보편 증세를 위해서는 재원 확충을 위한 정치, 즉 '증세 정치'가 필요하다. 재원은 필요한데 세금과 공공에 대한 불신이 많으므로 조세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복지 민심이 축적되어 왔다. 예컨대 2010년까지는 세금 얘기만 나오면 다들 화부터 냈다. 그런데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터닝 포인트로 복지 요구가 선별에서 보편으로 돌아섰다. 이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양가적 감정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복지 민심을 가지고 폭발적인 보편 증세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윤홍식 : 조세 저항이 과연 사라질까? 스웨덴 사람들도 "우리 낼 만큼 내고 있다. 부자들 너네 더 내라. 불공평하다"란 얘기 한다. 복지에 만족하니 "나 세금 낼래!"라고 할 사람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등에서 조세 저항이 있음에도 복지가 지탱이 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의 세금이 복지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이다.

오건호 :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조세 저항이 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가장 왜곡된 여론이 세금에 관한 여론이다. 세금을 왜 내는지도 모르고, 세금에 대한 교육도 없었고,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도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들이 세금에 대해서 접하는 것은 "어떤 공무원이 탈세했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뿐이다. 사람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세금 내고 있는 지를 수면 위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세금 폭탄이라고 자꾸 말하는데, 그 폭탄 수류탄 뽑고 던져보자는 거다.

박용대 : 이제 슬슬 정리해야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건호 : 민주당을 비롯하여 정치권, 너무 안이하다. 복지 공약과 그를 위해 필요한 재정들을 국민들이 궁금해 한다.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답을 정치권이 내놓아야 한다.

윤홍기 : 복지는 정치다.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다. 프레임 싸움에서 이겨야 복지국가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을 대선 국면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최하얀 기자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세제 개편… 종교인 과세, 부자증세는 없었다


이글은 시사IN 2012-08-09일자 기사 '세제 개편… 종교인 과세, 부자증세는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알맹이가 빠졌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예상됐던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이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된 것.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정부는 올해들어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관련 내용이 제외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는 브리핑이 끝난 후 "어차피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준비해온 자문자답을 할까 한다"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과 '종교인 과세'가 세제개편안에서 빠진 배경을 자진해 설명했다.

ⓒ뉴시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새누리당 공약의 2012 세법개정안 반영 현황을 보고받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세수 중립성을 유지하며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비과세 감면제도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그런데 큰 정치일정을 앞둔 정기국회에서 비과세 감면 대폭 정비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종착역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이번 정부에서 몇년 뒤의 조세제도에 대한 안까지 내는 것이 다소 무리 아닌가 하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임기 종료를 앞둔 이명박 정부가 다음 정부에서 운용될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에 나서는 것이 '무리수'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여야는 앞다퉈 '부자증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애초 박 장관이 생각했던 것은 '감세'였다는 점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이 빠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은 현행 '3억원 초과'인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수준으로 내리고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높여 연간 1조원을 더 걷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기준을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1조2000억원을 더 걷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지난 3월 "인플레이션에 따라 과표구간을 상향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과표 구간을 전체적으로 올릴 경우 현행 42%가량인 면세자가 50%로 늘어난다는 반론이 있다"고 말해, '1200만원 이하'인 최저선의 과표는 그대로 두고 '1200만원 초과' 과표 구간만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세제개편안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던 종교인 과세가 제외된 것 역시 정치적 이유인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한표가 아쉬운 대선에서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교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현실적으로 오랫동안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종교인이 비과세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이를 바로잡는데 적응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백운찬 세제실장은 "정부는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종교계에서도 과세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일부 반대의견도 있어 구체적인 과세방법·시기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과의 협의 후 합리적 과세방안이 마련되면 12월 시행령 개정 때 반영하고,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은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은 사실상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는 방증 아니냐"라며 "임기 종료를 앞둔 현 정부가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 등 동력이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뉴시스)

2012년 2월 28일 화요일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8일자 기사 '김대중 D, 노무현 C, 전두환 A…이것은?'을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재벌개혁과 한국경제 새판짜기…99% 연대의 길로

복지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그리하여 그 핵심 관문으로 재벌 개혁이 모두,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중심 의제로 다시 떠올랐다. 대한민국이 가히 '재벌 동물원', 또는 '삼성공화국이' 꼴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재벌의 탐욕과 탐식, 독점과 독식이 도를 한참 넘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무너진 민생경제를 살리고 경제민주화 나아가 '제 2민주화'를 이루는 일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 오늘과 같은 재벌독식 정글 자본주의를 초래한 장본인인 한나라당까지 당명을 바꾸는 등 법석을 떨고 경제민주화 운운하는 걸 보면, '두 국민'으로 갈라진 채 다수 대중이 삶의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사회의 위기가 얼마나 깊은지 알고도 남는다. 집권 여당까지, 진지한 반성은 모르쇠로 버티고, 복지국가 건설과 경제민주화 시대정신에 편승하려고 변신하고 있는 걸 보면, 작년부터 유력 보수 언론이 주도했던 바, 복지국가 길과 재벌개혁은 회피하며 재벌의 자선에 호소했던 한국판 "자본주의 4.0" 기획도 허사가 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정치란 이쪽과 저쪽, 또는 아방타방(我方他方)을 나누며 '우리'를 저변 넓게 구성하는 것이다. 복지국가 의제의 경우, '부자 증세'처럼 아방타방을 나누는 지점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전에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과 같은 말은 그 지점을 잘 포착한 정말 멋있는 슬로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이 슬로건을 높이 쳐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나 복지국가 건설은 부자증세만으로는 어렵고 국민전반의 증세부담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척점이 흐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가, 제도, 사람에 대한 신뢰를 축적하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그것에 비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의제는 대척점이 훨씬 명확하다. 현 상황에서 '우리'를 넓게 99%의 '경제민주화 동맹'으로 확대하고 저쪽을 한줌의 1%로 몰 수 있는 최상의 의제일지도 모른다. 이제 '99% 연대로 1% 재벌을 개혁하자'고 말해야 할 때다.

그런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견해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돈되는 건 다 먹어치우는 재벌의 탐욕을 규탄하며 개혁 대안을 찾는 토론의 장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그런 토론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가 있었는데, 나도 토론자로 참여해 지난 시기 '삼성공화국' 국면이래 주장해온 '제 2라운드 개혁'론을 피력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청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매우 유익한 토론이었다.

주발제자인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2007년 선거가 '성장과 경제자유화'라는 보수적 프레임으로 짜여졌던 반면에, 2012년 선거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 주도의 프레임이 짜여졌고 여기에 보수가 끌려 들어와 따라잡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에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덜 부각되어 있는 '노동 민주화' 의제를 강조하고, 재벌개혁 운동이 민생연대 나아가 '99%의 연대'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발제자와 유사하게 노동자 경영참가에 기반한 '산업경제의 민주주의' 실현에 방점을 찍으면서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개혁 패키지들을 풀어 놓았다. 곽정수 한겨레 기자는 한참동안 민주통합당 내부 '재벌개혁의 X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재미있게 듣고 웃고 했지만,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제법 떠들썩한 외양과는 다른 실상을 'X맨'이라는 말 한마디로 아주 잘 짚은 셈이다. 'X맨'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홍종학 교수가 또 지루한 토론회에 큰 웃음을 주었다. 그는 재벌은 킹콩같은 존재로, 이 킹콩이 선거 기간에는 잠을 잔다면서 이 때가 개혁의 호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벌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강력한 제재, 효과적인 규율수단 그리고 빠른 속도라고 하면서 계열사간 배당이나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재벌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주노총 토론회를 포함하여 여러 논의들에서 좋은 정책수단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정책 수단을 잘 몰라서 재벌개혁을 못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수 있을까?

우선 지난날 재벌개혁이 실패한 경험을 반성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왜 실패했나?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먼저, 두말할 필요없이 재벌 권력의 힘이 너무 강대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한국의 개발 독재는 강력한 정치적 독재임과 동시에, 대재벌을 키우고 이와 공고히 동맹한 반면 노동을 배제적으로 동원한 아주 당파적인 계급 권력이기도 했다. 권위주의 산업화가 고도의 권력전략인 동시에 계급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그리하여 국가 권력과 재벌 권력이 결탁한 과두제(寡頭制)적 지배와 고도집중 체제를 물려 준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물론 5공 신군부독재도 그러하다. 독재정권이 재벌에 퍼주기를 하면서 일정하게 규율을 부과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이 노동계급과 시민사회의 발언을 통제, 억압해 왔기 때문에, 민주화이후 오히려 자기 발로 서게 된 공룡 재벌의 고삐를 잡고 민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역사적 힘이 형성되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어렵게 된 "민주화의 역설"이 나타난 조건을 찾을 수 있다. (☞ 바로가기 "강한 개발국가 복원?…장하준의 새로움과 구태의연함").

둘째, 개발독재 시기로 환원할 수 없는 민주화 시기의 실정(失政)문제가 있다. 한국의 민주화 시기는 동시에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기와 중첩되었으며 역대 정부는 경제적 자유화=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개방의 물결에 휩쓸렸다. 민주화와 자유화와 같이 진행됐다. 그로 인해 재벌의 힘과 정부의 실정이 합작한 끝에 97년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이어 97년 이후 중도 자유주의 정부는 한편 외압에 순응하면서 다른 한편 그 칼을 빌려 재벌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단절과 연속의 기묘한 혼합물이었다. 불법적 경영권 세습 등에서 보듯이 오늘날 한국재벌의 전근대적 구태는 여전하다. 그러나 재벌 개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많은 재벌들이 사라지고 쪼개졌으며, 살아남은 재벌도 크게 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슈퍼 재벌'로의 초집중과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빈곤화였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역대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한 학점은, 전두환 정부 A, 노태우 정부 C, 김영삼 정부 D, 김대중 정부 D, 노무현 정부 C 로 평가되었다. 논란이 많겠지만, 충격적인 평가다. 이 평가의 타당성 문제는 제쳐 두고, 한국의 민주화이후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과실을 얻고 최대의 수혜자로 부상한 것은 소수 재벌이고,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여러 중간 집단들조차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큰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역설이 재벌개혁의 부진뿐만 아니라 97년이래의 재벌개혁에도 크게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단지 재벌개혁이 아니라 '어떤 개혁인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연합


셋째, 나아가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범민주 진보' 진영 내부의 개혁 담론도 재벌 개혁이 실패하는 데 일조하였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는 주주 자본주의냐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냐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그 우열을 판별하기 위한 기준을 찾는 노력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견해를 편 사람도 있다. 또 재벌개혁을 (구)자유주의적 개혁틀안에 가두면서 경제민주화와의 고리를 끊어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들은 재벌 개혁의 목적은 단지 공정 경쟁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협력은 배제해 버린다. 어떤 논자는 지난 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즈음하여 사측의 해외공장 이전과 주식배당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둔한 반면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상한 논법을 제시한 적도 있다(김기원, "한진중공업 사태의 올바른 해법은", , 2011/8/4). 그리고 IMF 이후 세계화가 반(反)노동적임과 동시에 반재벌적인 효과를 가졌고 그래서 재벌과 노동 모두 거기에 반대했다고, 문제의 한쪽 면만 보는 견해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재벌과 세계화간의 불협화음만 볼 뿐, 양자의 교묘한 만남과 화해가 초래하는 반(反)민주적 효과를 간과하는 것이다.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문제를 보는 나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바, 재벌체제의 내부자(Insider)와 외부자(Outsider)로 분단된 이중화 양식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래 그림 참조). 내부자의 중핵은 재벌체제의 재생산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상위 계층들이다. 외부자는 비정규직, 취약한 정규직, 실업자, 자영업과 중소상인, 취약한 중간층, 중소기업 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살펴야 할 것은 소액주주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존재이다. 이들은 야누스적 얼굴을 갖고 있다. 재벌 총수의 횡포는 소액주주권을 침해한다. 그렇지만 재벌의 높은 실적과 주주가치 추구는 소액주주에게 이익도 가져다 준다. 소액주주중에는 소시민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제금융자본과국내 대금융자산가들도 대체로 소액주주며 이들이 소액주주의 '큰 손'으로 재벌체제의 최대 수혜자에 속한다. 그리고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그 약체 부분은 기업주가 휘두르는 부당 정리해고 칼날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큰 부분은 기업별 노조에 갇힌 채 - 이는 신정완이 '박정희체제의 사후의 복수'라 부른 것이다- 비정규직과 연대는 외면하고 재벌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대안은 복지 의제처럼 스웨덴 모델을 준거로 삼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이런 독특한 내부자-외부자의 이중화 상황에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재벌개혁론은 다수 대중의 민생경제를 중심에 놓는 개혁론과 충돌할 수 있다. 그리고 추상적으로 노동자 경영참여를 외치는 개혁론도 정규직이 비정규직, 실업자 등의 이익을 담아내는 보편적 ,포괄적 이해를 구성하지 않는 한 이중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새로 시작하는 제 2라운드의 개혁은 지난 1라운드의 한계 지점을 뛰어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 경쟁시장을 추구하는 질서자유주의적 개혁은 재벌개혁의 기본적 구성부분임이 분명하지만 이는 다수 피억압대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과는 충돌하는 지점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개혁은 중도반절로 끝난 질서 자유주의적 개혁의 적극적 부분을 이어받되, 그 중심방향은 사회민주적이고 참여민주적인 개혁을 재창조하는 데 두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노동 부문이 이중화 구조를 넘어 노동 연대를 향해 필사적 노력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오늘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중심적 문제는 1997-8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다수 사람들이 거의 예상하지 못한 채 습격당한 정글자본주의 속에서, 재벌의 전방위적인 탐식과 약탈적 축적, 그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불공정하고 부당한 거래와 분배, 야만적인 노동 배제,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 등이 중심적 문제 또는 '주요 모순'이 되고 있다. 재벌과 외국자본의 지배동맹에 의한 독점 독식과 이중화 축적체제로 인해 배제되고 약탈당하고 있는 광범한 국민 대중의 삶의 불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상태로는 민생은 물론 한국경제의 미래도 없다.

서두에서 정치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정치는 다투는 것이기도 하지만, 상생 협력하며 이를 통해 더 높은 균형으로 나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재벌개혁이 재벌죽이기가 아니라 오히려 재벌살리기라고 말해야 한다. 오늘날처럼 재벌이 민주공화국을 길들이는 비정상상태로부터 이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적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시민기업으로 재탄생한 재벌과 민생, 나라경제가 선순환하는 민주적 참여의 시장경제, 고진로(High Road) 자본주의 길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재벌 개혁의 목표다. 그리하여 저변이 넓고 튼튼한 민생경제, 피라미드형의 강소(强小)하고 중견(中堅)한 살림의 경제, 공화국의 구성원이라면 동등한 '경제시민'으로서 노동하고 기업(企業)하는 사회경제적 권리지분(stakes)을 쥐어주면서 공정하게 협력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언제나 패자부활이 가능한 한국형 시민경제의 새판을 짜는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 

정동영, 부자증세 '베스트 5' 발표


ⓒ뉴시스 정동영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과 참여연대가 '조세 정의와 복지국가를 위한 부자증세 베스트 5'를 발표해 부자증세 신설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복지의 핵심은 재원이며, 이는 결국 세금의 문제다. 지금 여야 모두가 제안하는 복지 정책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재원확보방안을 총선공약으로 확정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특히 "이번에 제시하는 부자증세 방안은 최고수준의 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 이라며 "결국 부자의 사회적 기여를 높여 '부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갈 수 있는 대안이며, 궁극적으로 함께 행복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 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재정마련 방법으로 제시한 '조세 정의와 복지국가를 위한 부자증세 베스트5'의 주요내용으로는 ▲법인세 최고세율구간 신설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신설▲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소득세 부과▲상장주식 및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부과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등이 있다.

4⋅11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평생 맞춤형 복지' 예산 마련을 위해 세출 구조 조정과 부분적인 증세를 통해 매년 약 6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전략에 반해 민주당은 1%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겨냥해 연 20조원의 세금을 걷기 위해 ‘부자증세’ 신설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1천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2009년 기준 190개로 전체 법인의 0.045%)에 대해서는 27% 세율의 최고구간을 신설하면 2009년 기준 4조 6041억원에서 세제개혁 이후에는 5조 9853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신설에 대해서도 과세표준 8800만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는 2008년 이후의 감세 정책을 유지하되 1억 2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최고구간을 신설하여 42%의 세율을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이 결과 근로소득세 부자증세 총액은 2009년 기준으로 4997억원, 세제개혁으로 인한 2012년 기준으로 6496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민주당은 또 “일감몰아주기 등 지원성 거래가 재벌 총수 자녀와 후손들에게 부를 이전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소득이나 부의 이전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과세되어야 하는 것이 조세법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위해 상속세및증여세법을 2011년 개정하였으나, 정부가 입법한 내용만으로는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증여이익을 충분히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전체에 대해 소득세 입법강화와 증여세 입법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진정한 사업거래에 대해서는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시켜 주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파생상품과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 파생상품에 대한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각각 복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했다.

김세운 기자ksw@vop.co.kr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 경기둔화 대비하기 위해서도 ‘부자 증세’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취지로 한국판 ‘버핏세’(부자 증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최근 한나라당 일부 쇄신파 의원들까지 부자 증세론에 가세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는 물론 정치적 동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증세는 필요하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어제 개인블로그에 부자 증세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글을 올렸다. 취지는 최근 정두언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던 것과 같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구간을 하나 더 만들자는 안이다. 가령 현재 8800만원 초과 소득에는 35%의 소득세를 부과하는데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는 38~40%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입법청원한 것이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이미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나라당만 수용하면 부자 증세는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참여연대는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42%로 하면 전체근로소득자의 0.28%한테만 적용되고 세수는 2012년 기준으로 1조9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조세 저항이나 세수 증대 효과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정부와 여당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안이다.
정치권에선 주로 복지 수요의 증가를 부자 증세의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부자 증세는 경기 둔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3%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 2.5~3.6%로 점친 국내외 민간연구기관에 이어 국책연구기관까지 3%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이로써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만큼 세수를 확보할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내년 4.5% 성장에다 세수는 올해보다 9.7%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짰다.
그러나 경기가 예상치보다 나빠지면 세수 감소로 재정의 경기조절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물가압박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펴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가 경기 둔화에 적극 대응하려면,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