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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안철수, 보편증세 하자더니 '탈세 통로' 확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31일자 기사 '안철수, 보편증세 하자더니 '탈세 통로' 확대?'를 퍼왔습니다.
[해설] 참여연대, 안 후보자 공약 정면 반박 왜?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자가 자영업자 살리기를 위해 간이과세 대상자 기준을 기존 연매출 4800만 원 이하에서 9600만 원으로 두 배 높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참여연대가 30일 논평을 내 "선거철 표를 의식한 공약에 치우치는 기존 정치권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다"며 정면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간이과세제도가 세금탈루를 부추기고 과세형평성을 저해하는 만큼, 아예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안 후보는 약 7482억 원에서 9855억 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이 전망되는 간이과세제도 확대 공약을 제시했다"며 "이는 복지재원의 마련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와 경제를 연결시키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던 후보 스스로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 공약"이라고 질타했다.

간이과세제도란 간단히 말해 일정 수준의 연매출(현재 기준 4800만 원)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에게 세금계산서 발행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된 1977년 당시 영세 자영업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작성할 능력이 없다는 판단 아래 마련됐다.

그런데 이로 인해 국가가 마땅히 걷어야 할 간접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일반과세자는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매입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는 전액 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억 원을 올린 사업자라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1000만 원을 국가에 납부하고, 대신 영업을 위해 쓴 매입액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는 공제받는다.

반면 간이과세자는 매입세액의 일부만 공제받을 수 있지만 대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현금거래를 통해 소득탈루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매출에 대해서도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즉, 간이과세자가 거래상대방인 일반과세자의 매출누락을 조장해 세원 감소 원인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옷가게 주인 A씨가 2200만 원 어치 인테리어를 B인테리어업자에게 맡길 경우, A씨가 일반과세자라면 B에 2200만 원을 지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그리고 B는 부가세 200만 원을 국가에 납부하며 A씨는 200만 원 전액을 공제받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갓 창업하는 자영업자는 간이과세대상자가 된다. 이 경우 A씨는 부가세의 일부만 공제받는다. 따라서 부가세를 전액 내야 할 유인이 없다. 차라리현금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2000만 원의 결제만 하는 게 유리하다. 이 경우 B는 국가에 납부해야 할 200만 원을 탈세하는 꼴이 된다.

결과적으로 간이과세제가 탈세를 조장하는 것이다. 더구나 초기 창업비용이 상당액이 드는 자영업자로서는, 간이과세제 대상자가 됨으로써 연말에 환급받아야 할 납부세금의 일부만을 공제받는 불리함도 안게 된다. 간이과세제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라기엔 허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특히 간이과세자로 등록될 경우 생기는 각종 혜택 때문에, 사업자가 연매출 규모를 축소 신고해 소득세 납부액을 줄이는 유혹에도 빠지게 된다.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리해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를 자신의 이익으로 속이는 일이 발생하는 셈이다. 아직도 적잖은 매장이 현금거래를 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의 이유로 자영업자 살리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후보의 구상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안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신공덕동 시소와그네 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뉴시스

참여연대는 "간이과세제도의 확대는 자영업자 및 소규모 영세기업들의 부가가치세 탈세와 사회보험료 기피를 조장하고 소득세나 법인세 탈루로까지 이어져 세원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비공식 고용의 증가를 통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자영업자의 세금 탈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간이과세구간을 확대할 경우, 막대한 조세수입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소득수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자영업자가 복지혜택을 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 국세청의 를 보면, 2010년 현재 연매출 1억 원 이하인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율은 71.7%에 달했다.

현재 안 후보가 고려하는 간이사업자 과세기준(9600만 원 이하) 대상자의 70% 가까이가 현재도 탈세의 유혹에 심각하게 노출된 상황임을 짐작 가능한 수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과세와 복지의 기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지금도 큰 조세의 허점을 보완하고, 그로 인해 마련한 세원으로 복지를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간이과세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불합리한 권리금 제도, 높은 임대료 등을 규제하고 자영업자 수를 줄이는 한편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안 후보가 에서 밝힌 '보편 증세' 주장에 비춰봐도, 간이과세 제도 확대는 맞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항상 상식을 강조하던 안철수 후보가 이런 조세공약을 제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당초 보편증세까지 생각한다던 안 후보가 과세기반을 훼손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가 에서 밝힌 '보편 증세' 입장과 배치되는 공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참여연대는 "간이과세 대상을 일단 확대하면 이후 복원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당장은 자영업자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으나 결국에는 혼란만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의 논평에 대해 안 후보 캠프 홍석빈 정책부대변인은 "간이과세 확대는 물가상승을 감안한 현실화"라며 "과세투명성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심각한 자영업자를 도와줘야 할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홍 부대변인은 "물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영세한 사업자임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아 일반사업자로 전환되면서 조세 부담 및 세무 행정부담이 늘어나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더 낮아지는 불합리성을 축소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9월 21일 금요일

"증세 얘기하면 필패" vs "폭발적 증세운동 가능"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1일자 기사 '"증세 얘기하면 필패" vs "폭발적 증세운동 가능"'을 퍼왔습니다.
[2012 정책토크] 복지국가와 세금 : 부자증세부터 보편증세까지

프레시안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한 '2012 정책토크 : 시민사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다'의 2부 행사 '부자증세부터 보편증세까지'가 지난18일 오후 7시 열렸다.

어느 샌가 수면 아래로 사라진 복지 논쟁. 대선 주자들 모두 '민생고(苦) 해결'을 외치지만, 이렇다 할 복지 공약은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날 대담에 나선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민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이 진행되는 내내, 두 사람은 넘치는 입담을 무기로 논쟁을 벌여 나갔다. 차기 정권이 우선해야 할 복지 정책은 무엇인지, 증세 논쟁을 도마 위에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부자증세와 보편증세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두 사람이 나눈 대담 내용을 싣는다. 이날 대담 사회는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부소장이 맡았다. (편집자)

▲ 왼쪽이 윤홍식 인하대 교수, 오른쪽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프레시안(최하얀)

윤 "보편적 소득보장 먼저…공공부조로는 빈곤 해결 못 해"오 "취약계층 우선 복지혜택 받아야…그 다음에 무상의료 전면화"

박용대 : 한 정권이 가진 시간은 5년뿐이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서 복지를 확대함에 있어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우선되어야 할 복지 정책이란 무엇일까.

오건호 :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가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가 중요하다.

지난 2~3년간의 복지 논쟁은 '보편적 사회서비스 확충'을 중심에 놓고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복지 예산이 사회서비스 확대에만 투하되는 한계가 생겼다. 반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예산은 오히려 동결됐다. 복지, 복지 외치는 동안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는 되레 축소된 셈이다.

물론 족보로 따지면 취약계층을 우선하는 복지는 선별복지다. 하지만 선별은 악(惡), 보편은 선(善)이란 구조로 복지 논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를 확립하고 나서 전 계층을 상대로 한 보편복지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무엇보다 '무상의료'가 시급하다고 본다. 개인이 보험료를 제외한 의료비로 연 100만 원 이상을 부담하지 않는 '건강보험 하나로' 방식으로 무상의료를 전면화해야 한다.

박용대 :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오건호 : 국민 한 명이 평균 약 1만1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더 내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올리자는 거다. 건보가 대략 24조 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 1원도 더 내지 않는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 다만 24조 원을 만드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이 최대 100만 원의 의료비만 부담하도록 하고 그 이상은 건보가 부담하게 하면 필요한 재원은 14조 원이 된다. 이걸 정부와 기업에 나눠서 부담하게 하자는 거다. 물론 반발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1만1000원 더 낸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올 거라고 본다.

윤홍식 : '공공부조'가 언제나 빈곤과 불평등의 해결책인 것은 아니었다. 전체 사회지출 예산의 18%를 공공부조에 쏟아 붓는 미국의 빈곤율은 예산의 1%만 공공부조에 쏟아 붓는 스웨덴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보편적 소등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오로지 공공부조에만 의지해 왔을 뿐이다. 이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부조 정책에 한계가 보인다.

보편적 소득보장을 얘기해야 한다. 기초연금, 아동수당, 학생수당, 실업수당 등을 더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용대 : 스웨덴 복지도 보편적 소득보장 우선방식인가?

윤홍식 : 그렇다. 스웨덴은 보편적 소득보장을 먼저 하고, 그래도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공공부조가 투여된다. 스웨덴에서 공공부조는 잔여적 개념이다.

오건호 : 하지만 한국과 스웨덴은 복지의 토대 자체가 다르다. 보편적 소득보장을 우선하고 사각지대마다 공공부조를 집어넣기에는 상황이 너무 척박하다. 현재 조건에서 스웨덴만큼 두껍게 보편 복지를 일단 깔 수가 없다. 그래서 상징적으로 보편적 의료복지를 도입하되, 가장 고통 받는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공공부조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윤홍식 : 취약계층 지원과 보편적 소득보장이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소등보장을 하면 취약계층도 혜택을 받는다.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원칙은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한 방식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모범적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은 세금도 서비스 이용부담도 모두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한다.

윤 "돈 얘기하면 보수프레임에 걸린다…사회적 합의 만들고 나서 재정 논의"오 "도망 다니지 말고 재원 논쟁해야…아무리 적어도 50조 이상 필요"

박용대 : 이제 재정 얘기로 넘어가 보자. 지금 나온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새누리당은 약 10조~20조 사이가 필요해보이고, 시민ㆍ사회 진영의 요구대로면 25조~30조 가량 필요할 거 같다. 어느 쪽으로 가든 '증세'는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해 보인다.

오건호 :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부터 해야 한다. 아직까지 이게 계산이 안 됐다. 그래서 작년에 복지 재원 논쟁이 불붙은 이후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 복지 공약들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55조~60조 원이 필요하다. 통합진보당 공약도 마찬가지 예산이 든다. 필요한 정책을 일단 툭툭 던져만 놨다.

이 정도 예산이 필요하단 사실을 전제로 놓고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지 않으면, 기획재정부가 다시 발목을 잡을 거다. 계속 도망 다니면서 돈 얘기를 안 할 수는 없다. 필요 예산을 확정해놓고, 그 다음부터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며 청사진 그렸어야 한다. 지금은 첫 단추도 못 끼웠다.

윤홍식 : 하지만 역사적으로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싸운 사례는 없다. 어느 나라이든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우선 '정책'들을 추진하고, 그 정책을 추진한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재원을 마련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대선 정국에서 복지가 갑자기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것은 돈 얘기를 안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복지 공약들을 정당이 받고 안 받고는 복지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대중들의 조직적 요구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4.11 총선 때는 그게 없었다. 이런 조직적 흐름 만들기 위해서는 돈 얘기가 아니라 복지에 관한 비전을 내세울 때다.

오건호 : 나는 사람들이 진짜로 궁금해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얼마큼 필요한지, 내 주머니에서 얼마큼 나가야 하는 건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고 본다. 복지 국가 비전도 중요하고, 대중 조직도 물론 중요하다. 예컨대 '우리가 2017년에는 이런 모습으로 산다'란 걸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돈 얘기를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전체를 패키지로 해서, 재정 로드맵도 제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성실한 답변'이 필요하단 거다.

윤홍식 : 복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돈에 달린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달린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민생치안을 위해 경찰력을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왔을 때 재원 논쟁이 붙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합의하면 돈은 딸려 온다.

게다가 선거다. 선거에서 '증세'를 아젠다로 승리한 정당이 역사적으로 있는지도 의문이다. 증세 얘기하면 선거에서 진다. 보수한테 이길 수가 없다.

오건호 : 대부분 사회복지학자들을 보면 준거모델일 항상 유럽이다. 그런데 복지 확대한 2차 대전 직후의 유럽과 현재 한국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 유럽은 노사조합적 시스템이 갖춰졌었고, 경제도 잘 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의 유럽만큼의 진보정당, 노조가 없다. 정당과 노조 기반으로는 복지를 절대 못할 거다. 나는 한국의 복지국가 경로는 지구상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될 거라고 본다.

증세 논쟁하면 진다고 하셨는데, 보편 증세 과감히 터뜨려서 폭발력 만들 수 있다고 본다. 2008년 촛불과 2010년 무상급식 상황을 돌아보면, 한국에서 독특하게 생기고 있는 연성 권력자원이 있다. 기존의 제도화된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권력 자원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윤홍식 : 특수성은 보편성 하에 존재한다. 물론 권력 자원이 언제나 노동자ㆍ농민이란 것은 아니다.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주체는 어쨌든 필요하다. 서구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그 주체가 노동자나 좌파라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여기서 재원 논쟁을 시작하면 보수진영이 던져놓은 덫에 걸려들까 우려된다.

▲ ⓒ프레시안(최하얀)

윤 "조세저항 고려해 단계별 부자증세 방안 필요"오 "보편증세 위한 증세정치 만들어야"

박용대 : 부자 증세 얘기로 넘어가보자.

윤홍식 : 보편적 복지는 보편증세를 통해야 가능하다. 다만 '단계'가 필요하다고는 본다. 지금 사람들이 가장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금'이다. 따라서 복지 국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아킬레스건인 세금 제도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부자 증세를 통해서 조세 형평성을 키우고, 지출구조 효율화를 해서 마련된 돈으로 가장 필요한 복지를 먼저 하고, 국민들이 그 복지를 체감할 때 사회적 합의 이끌면서 보편 증세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게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박용대 : 재원이 확실히 부족하다는 말씀인데, 바로 보편 증세를 하면 반감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보는 건가?

윤홍식 : 어차피 큰돈을 다 모아도 제대로 못 쓴다고 보는 게 적당하다. 복지는 인프라 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거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 30조~40조 원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도 시간이 든다. 이 기간 동안 충분히 사회적 합의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 100조 원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공공복지 인프라가 이렇게 부족한 현실에서, 그 많은 돈은 결국 민간 없자들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오건호 : 지금 부자 증세도 잘못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복지 정책들을 쫙 리스트에 계산기를 툭툭 두들겨서 증세 페이퍼 두 세장 제출하고 끝냈다.

보편 증세를 위해서는 재원 확충을 위한 정치, 즉 '증세 정치'가 필요하다. 재원은 필요한데 세금과 공공에 대한 불신이 많으므로 조세 저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복지 민심이 축적되어 왔다. 예컨대 2010년까지는 세금 얘기만 나오면 다들 화부터 냈다. 그런데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터닝 포인트로 복지 요구가 선별에서 보편으로 돌아섰다. 이 하나로 뭉치기 어려운 양가적 감정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는 이 복지 민심을 가지고 폭발적인 보편 증세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윤홍식 : 조세 저항이 과연 사라질까? 스웨덴 사람들도 "우리 낼 만큼 내고 있다. 부자들 너네 더 내라. 불공평하다"란 얘기 한다. 복지에 만족하니 "나 세금 낼래!"라고 할 사람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등에서 조세 저항이 있음에도 복지가 지탱이 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것이 좋아서가 아니라 나의 세금이 복지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이다.

오건호 :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조세 저항이 있다는 사실, 그게 중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가장 왜곡된 여론이 세금에 관한 여론이다. 세금을 왜 내는지도 모르고, 세금에 대한 교육도 없었고,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도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들이 세금에 대해서 접하는 것은 "어떤 공무원이 탈세했다" 이런 자극적인 기사뿐이다. 사람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세금 내고 있는 지를 수면 위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 세금 폭탄이라고 자꾸 말하는데, 그 폭탄 수류탄 뽑고 던져보자는 거다.

박용대 : 이제 슬슬 정리해야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건호 : 민주당을 비롯하여 정치권, 너무 안이하다. 복지 공약과 그를 위해 필요한 재정들을 국민들이 궁금해 한다.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답을 정치권이 내놓아야 한다.

윤홍기 : 복지는 정치다.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다. 프레임 싸움에서 이겨야 복지국가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을 대선 국면에서 잊지 말아야 한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