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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정동영 "국정원 정치도구 전락, MB책임 물어야"


이글은 노컷뉴스 2013-05-20일자 기사 '정동영 "국정원 정치도구 전락, MB책임 물어야"'를 퍼왔습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9일 공개한 국가정보원 '반값등록금 심리전' 문건에 대해 민주당 정동영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국정원이 본래 업무와 상관없이 국민을 사찰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정치도구로 쓰였다"며 "정치도구로 쓴 사람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인지, 이명박 전 대통령인지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문건에서 정동영 전 민주당 의원과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을 '종북좌파' 인사로 거론한 바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365일 하루도 안 빠지고 자신에 대해 '종북딱지'를 붙이는 글이 올라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것은 개인이 하기에는 실익이 적어 어떤 조직적인 행동 같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자신의 목적을 일탈해서 국정원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헌법이 명시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는 커녕 국민을 사찰하고 음해하는 일을 했으며,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년 이상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보고를 받았다면 정치사찰의 책임이 국정원장에게 있는 지, 궁극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는 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인 민주당은 존재 이유를 걸고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저지른 국가기관을 동원한 정치사찰과 여론조작 사건을 밝히고 국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은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은 있는 것이고, 나아가 그런 보고를 받고 묵인했는지, 지시한 책임이 있는 지 밝혀야 한다"며 "이번 사안은 이명박 정권 5년 차원의 문제다. 이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의 대통령 독대도 문제 삼았다. 정동영 전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옳았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았고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도 엄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에는 국정원의 국회 출입 연락관이 5명으로 대폭 줄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10배 정도 늘었다고 들었다"면서 "와서 뭐 했겠냐"고 반문했다.

정 전 의원은 "정치인을 도청하고 사찰하고, 알바를 만들어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직 같으면 명백한 탄핵 감이고, 전직이라도 형사소추 대상"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정치개입 금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기능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와 북한 정보로 기능을 국한해 국내 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S 이재웅 기자

2013년 5월 19일 일요일

진선미 “국정원 반값등록금 비판 문건에 정동영, 권영길 ‘종북좌파’ 명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19일자 기사 '진선미 “국정원 반값등록금 비판 문건에 정동영, 권영길 ‘종북좌파’ 명시”'를 퍼왔습니다.

국정원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비판하면서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을 ‘종북좌파인사’로 규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됐다.

19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로 파상 공세 차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각계 종북좌파인사들은 겉으로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자녀들은 해외에 고액 등록금을 들여 유학보내는 등 이율배반적 처신을 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등록금 상한제’를 주장하는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장녀(미국 코넬대)·장남(프랑스)을 해외로 보내는 등 표리부동 행보” “트위터를 통해 아예 ‘공짜 등록금’을 주장하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장남을 대원외고 1학년에 재학 중 미국고등학교와 대학에 유학” 등을 열거했다.

이 문건 작성자는 말미에 “야권의 등록금 공세 허구성과 좌파인사들의 이중처신 행태를 홍보자료로 작성, 심리전에 활용함과 동시에 직원 교육자료로도 게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 문건이 작성된 ‘B실 사회팀’은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문건을 작성한 국익전략실과 같은 곳”이라며 “지난해 12월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뒤 5개월 가까이 됐는데 검찰의 철저한 수사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정동영 "박근혜, 5.18 훼손 중단시켜라"


이글은 대자보 2013-05-17일자 기사 '정동영 "박근혜, 5.18 훼손 중단시켜라"'를 퍼왔습니다.
"'5.18은 민주화운동' 말했던 박 대통령, 이 더러운 역사전쟁에 마침표 찍어야"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17일 지지자들과 함께 5.18 민주묘지 앞에서 종편 등 보수세력의 '5.18 광주 왜곡'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트위터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17일 종편 등 보수세력의 '5.18 광주 왜곡'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사단법인 (대륙으로 가는 길) 회원 등 지지자들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차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고, 최근 5.18 정신 훼손 사태에 대한 긴급 성명(☞ 성명서 전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5·18 당시 광주에 북한군 300여 명이 투입됐다'고 방송한 종편TV에 대해 "5·18 정신을 훼손하고 역사적 정당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도 "온갖 무능과 부도덕성으로 초래된 정권의 위기와 보수의 위기를 타고 넘으려는 술책이며, 역사 인식의 보수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보수 이데올로기의 확고한 관철을 획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온갖 무능·부도덕으로 초래된 보수세력 위기, 물타기 술책"
 

정 상임고문은 북한과 5.18광주를 억지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광주정신을 부정하려는 보수 세력의 부끄러운 ‘역사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5.18 광주 정신을 짓밟는 자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 더러운 역사전쟁에 박근혜 대통령이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후보 시절 ‘5.18은 민주화 운동’이라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에 변함이 없다면, 국론을 분열시키는 극우세력의 5.18 정신 훼손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정 상임고문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서도 "역사 왜곡 방송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 57% "5.18 역사 왜곡·비방 심각하다"…63% "5.18은 민주화에 기여"

한편, 보수 성향의 종편 방송들이 5.18 기념일 앞두고,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왜곡과 훼손을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TV조선)에 이어 (채널A)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로 남파됐던 북한특수군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탈북자 김명국(가명) 씨의 북한군 5.18 개입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방송해,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5.18 기념재단이 지난 10~13일 여론조사기관 (주)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700명을 대상으로 (5.18민주화운동 인식조사)를 한 결과, 국민 57%가 '최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왜곡과 비방이 심각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하지 않다'는 9%에 불과했다. 

또한 응답자의 63%가 '5.18 민주화운동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지에 대해서도 63%가 상징한다는 데에 공감했다. 시민의식 및 인권신장에 대한 기여도에서도 65%가 기여했다고 응답해, 국민 대다수가 광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국민 48%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새로운 곡을 지정해야 한다'(10%)는 의견보다 5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박진철

2013년 5월 4일 토요일

[인터뷰-①] 정동영 “박근혜, 한미정상회담서 미국에 끌려가지 말아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02일자 기사 '[인터뷰-①] 정동영 “박근혜, 한미정상회담서 미국에 끌려가지 말아야”'를 퍼왔습니다,

"개성공단은 조기경보기능 군사적 가치...안보 부담 늘어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착잡합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아직 희망의 끈은 있습니다. 끈을 놓지 말고 개성공단을 살려내야 합니다. 살아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이 다 개성공단이 죽는 걸 원하지 않지 않습니까. 폐쇄해서 남과 북 모두 좋을 일이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대화의 장이 안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열리기만 하면..."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개성공단이 문을 연 2005년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남과 북을 오가며 산파 역할을 했다. 남북협력의 상징이자 가늠자였던 개성공단이 문을 연 지 채 10여년이 지나지 않아 폐쇄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그의 착잡한 마음은 쉽사리 가늠이 됐다. 하지만 정 고문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30일 오전에도 임동원,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박지원, 문재인 의원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개성공단에 관여했던 인사들과 회동을 가지고 폐쇄위기에 처한 개성공단과 관련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모인 인사들은 모임 후, 박근혜 정부를 향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을 조속히 공개하고 역대 정부가 북한과 합의했던 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을 제안했다. 또 비핵화와 평화협정체결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고위 당국자회담과 개성공단 해결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

- 오늘(30일) 모임에서는 발표된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어떤 내용이 논의됐습니까.

"개성공단을 살리기 위한 평화회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시민사회와 정당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하기 전에 한미정상회담에 바라는 내용도 발표할 계획입니다."

- 한미정상회담에 바라는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대화를 촉구함과 동시에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는 거에요.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강대국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개성공단을 살리려면 미국에 가기 전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을 가지고 가라는 게 핵심입니다. 개성공단을 닫고 평화를 만들 수 없어요. 오늘 모임에서는 개성공단의 군사적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 됐습니다."

-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인도적 상황의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 결정은 실책이죠. 큰 목적과 작은 목적이 있을텐데, 큰 목적은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키고 평화를 지키는 것이고, 작은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죠. 그런데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았어요. 언론보도도 부정확했습니다. 식량이 떨어져서 쑥을 뜯어먹는다든지 하는 황당한 보도도 있었죠. 황당한 정책결정, 황당한 선택이었습니다."

- 박 대통령이 북에 대화를 제안할 때 야당에서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급작스레 시한을 정해 북에 대화제의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하고, 곧바로 철수결정을 내렸습니다. 5월 7일 한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혀있고 이후에 논의가 진전될 수도 있었는데, 좀 급작스러운 느낌입니다.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어쨌든 3월까지는 초기 관리를 침착하고 차분하게 해왔다는 게 정평인데,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전후로 해서 뭔가 좀 꼬인 것 같습니다."

- 급작스러워서인지 전문가들이나 언론에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왜 그런 정책결정이 있었는지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 문제와 관련해서 아쉬운 건,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일 때 이미 핵문제가 진행되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 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이명박정부 5년은 이랬지만 새정부는 새롭게 해볼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북쪽에 줄 수 있었죠. 그런데 그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의 로켓발사, 핵실험과 UN의 대북제재, 한미 군사훈련이 맞물려서 계속 이어졌어요. 그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어버린 것이지요. 쉬면서 가닥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남북관계에 파도가 닥친 것이죠. 그러다가 지금 덜컥수가 나온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항상 신뢰를 강조하는데,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도 큰 그림보다는 한 스텝 한 스텝 차곡차곡 밟아가는 방향을 선호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성공단 협의를 제안했는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안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또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하자고 하면 그게 되겠습니까. 이미 그건 끝난 이야기죠. 그러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포괄적 접근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MB 5년과는 다르다' '물건 사고 팔고 왕래하자'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 있다 논의하자' '개성공단 다시 돌리기 위해서 논의 위한 회담하자' '우선 장관급회담 전에 실무회담하자'. 이게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포괄적 접근입니다. 이렇게 가야 반응이 오든지 하죠. 결론은 의지입니다. 개성공단 살리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있다면 길은 있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살아날 수밖에 없거든요. 개성공단을 죽여서 좋은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국내정치용이었다면 그 정도 보여줬으면 됐습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그러면 그게 다 박 대통령의 업적이 될 수 있습니다."

- 현 사태의 해법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를 남북 간 소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던데요.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최근 북은 개성공단을 양보하고 우리는 금강산을 양보해 신뢰를 쌓는 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발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지금은 제목만 있지 않습니까. 프로세스라면 절차, 일정표가 나와야 되는 거죠. 궁극적인 목표는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인데, 출발은 남북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화 자체가 안열리니 답답한 일이죠. 대화가 안열린지 실질적으로는 5년이 됐습니다. MB정부 5년 동안 6자회담 남북회담 모두 안열렸습니다. 완전히 적대시대로 돌아가버린 거죠. 그 5년 동안 누적된 적대가 지금 후유증을 낳고 있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새롭게 뭘 해보려고 해도 5년간의 유산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떠밀려가면 박근혜 정부도 손해고, 남북 모두 손해죠. 그래서 용기가 필요합니다. 위기인 남북관계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용기에서 나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도자로서의 용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 아직 개성공단에 7명이 남아 있습니다. 이 분들의 철수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7명이 다 철수하면 어떤 상황이 됩니까. 남북간의 모든 통신선과 모든 인적 교류와 모든 창구가 다 닫히는 깜깜절벽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남북간에 적십자회담이 시작된 1971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하겠다면서 대승적 제의를 해야지 어떻게 최후통첩식 제의를 합니까. 개성공단은 남북에 유익하고 앞으로도 키워나갈 것이니까 남쪽에서 외화벌이 운운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하면서 소중한 싹을 위해 만나자고 점잖게 얘기했어야죠. 남북대화 역사에서 내일 아침까지 대답하지 않으면 중대조치하겠다고 한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 이건 황당한 결정입니다."

- 남아있는 7명이 꺼져가는 대화의 마지막 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밑 접촉의 연결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요. 통일부 차관을 지낸 홍양호 씨가 개성공단관리위원장으로 나가 있죠.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북 땅을 밟고 있는 건 이들 7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뭔가 연결선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북쪽에서도 쫓아내려고 하지 않으니까 본인들이 남아 있으려면 얼마든지 남을 수 있어요."

-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MB정부 5년과 달리 우리는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가 북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대화상대로 신뢰할 만 한가라는 의문을 북한이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해법이 있겠습니까.

"최고지도자간의 소통만이 남과 북에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7.4공동성명은 박정희 김일성,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 김일성,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한반도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소통이 있어야 합니다."

- 정 전 장관을 비롯해 앞서 남북대화에 관여했던 분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양쪽 귀로 들어야 합니다. 한쪽은 참모들 의견을 듣고, 한쪽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반대편에 있지만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 면면을 보면 북한과 대화를 해봤거나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이 없어요. 딱 한 명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죠. 2002년 평양에 갔다 왔지 않습니까. 나머지는 김장수 국방장관이 수행원으로 가서 악수한 게 유일하고, 북에 가본 일도 없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그쪽 참모들 이야기만 들으면 실수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야당에는 경험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특히 남북관계는 초당적으로 가야지요."

- 혹시 정부에서 도움이나 자문을 요청한 일이 없었습니까? 앞으로 그런 요청이 있다면 응하실 생각은요?

"그런 제의는 전혀 없었습니다. 앞으로 그런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야죠. 민족문제이지 않습니까."

- 통일부 장관 시절을 비롯해 북측과 대화를 많이 하셨습니다.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선입견을 가지기 쉬운데, 직접 대화를 해본 당사자로서 느끼셨던 북한의 특징은 어떤 게 있었습니까. 그리고 북한과 대화할 때 주요하게 봐야할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첫번째, 소설가 황석영 선생이 80년대에 북한에 갔다와서 펴낸 책 제목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였어요. 북한의 지도자들도 당국자들도 사람입니다. 두번째, 북한의 행태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게 많지만 그래도 그속에 그 나름대로 자기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전략이 있어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대로 '이럴 거다'라고 생각한다거나, '저 사람들은 이런 거다'라고 선규정해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 인터뷰 시작할 때, 개성공단의 군사적 가치에 대해서 오늘 회동 때 얘기를 나누셨다고 했는데, 어떤 가치가 있습니까?

"개성에 있던 북한 군부대 2개 사단과 포병여단 등이 송악산 뒤쪽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경비병 정도밖에 없어요. 휴전선 155마일에 걸쳐서 양쪽이 철통같이 대치하고 있는 게 거기만 뻥 뚫려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들의 취약요소에요. 그걸 다시 앞으로 전진배치한다면 우리에게도 안보 부담이 됩니다."

- 안보측면에서 보자면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데,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겁니까.

"2000년 8월과 2004년 8월의 장면이 생각납니다. 2000년 정주영 회장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3단계 그림을 가지고 방북을 했어요. 공단 800만평에 근린시설까지 포함하면 2000만평을 만들겠다는 거죠. 김정일 위원장이 '좋다. 몇 년 걸리냐'고 묻자 정주영 회장이 '착공해서 8년 걸린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주영 회장이 '2000만평이 돌아가려면 노동력이 35만명이 필요한데 이 인력을 어디서 구하냐'고 하니까 김정일 위원장이 하는 말이 '아까 8년 걸린다고 했죠? 우리가 6.15공동선언을 발전시켜 나가면 남북관계 계속 발전되고, 남과 북의 군대가 너무 많으니까 그 단계가 되면 인민군 군복을 벗겨서 한 30만 명을 공장에 보내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북한 지도자가 그런 생각했다는 걸 평가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방향으로 가아죠."

- 2004년 8월에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 때면 개성공단이 아직 가동되지 않았을 때인데요.

"그 때 미국 국방부에서 제가 NSC(국가안전보장회의)위원장 자격으로 럼스펠트 국방장관과 마주앉아서 '개성공단 세일즈 하러 왔습니다' 했어요. 미국은 그 때 개성공단에 반대했었는데, '대치상태인데 북에다 공장을 짓냐, 속도조절해라'고 하더라고요. 개성공단 터는 닦아놨는데 공장은 아직 못들어가던 때에요. 한미연합사의 가장 취약점이 뭡니까. 종심이 짧다는 거죠.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40km밖에 안되요. 북한의 포병 화력이 수원까지 갑니다. 그러니까 인공위성으로 사진 찍어서 영상정보 취합하고 정찰기 띄워서 음성정보 감청하고 인적정보 분석하고, 수천명의 인력이 달라붙어서 분석해요. 북한군의 특이동향을 사전에 알아내기 위해서죠. 조기경보기능이에요.

대결상태라고 보면 개성은 적지 아닙니까. 적지의 땅을 2000만평 내준다는데, 그건 조기경보기능을 최소한 24시간 48시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속도조절하라고 하고 반대하냐고 럼스펠트에게 얘기한 거죠. 그러니까 럼스펠트가 '미스터 정 말이 맞다' 하고는 다음날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부시가 승인해서 적극적으로 미국이 지원한 겁니다.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도 너무 속도가 빠르다고 몇 번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만일에 인질사태가 나면 어쩌려는 거냐는 우려죠. 그래도 저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돌맹이 하나 만들어서는 바람 불고 폭풍치면 날아가지만, 집채 같은 바윗덩어리를 만들면 이게 오히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5년동안 묶여 있었던 게 더 아쉬운 겁니다. 원래 완공목표는 2012년이었는데, 면적기준으로 보자면 현재는 800만평 공단에서 30만평만 돌아가는 거예요. 원래 목표대로 됐으면 개성공단 하나가 북한 전체 GDP보다 커질 수 있었어요. 그랬다면 북한도 그걸 폐쇄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또 남북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하면 일자리 문제나 경제성장 문제도 출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없어졌겠죠."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정성일, 박상희 기자

2013년 4월 15일 월요일

"박근혜, 北 붕괴론은 망상…개성공단부터 풀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4일자 기사 '"박근혜, 北 붕괴론은 망상…개성공단부터 풀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치킨게임, 이젠 북한이 멈출 차례"


국면이 바뀌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대화제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등 이틀 사이에 긴박하게 이뤄진 유화 제스추어를 보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평가는 그랬다.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케리 장관의 공동 성명 소식이 속속 타전되던 12일 저녁, 정 전 장관을 만났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2005년 9.19 합의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케리 장관의 말에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정 전 장관은 "9.19 선언의 핵심은 북의 핵무기 포기 결단과 미국의 대북 적대 관계 청산"이라며 "케리 장관의 언급은 과거 대북 무시 정책의 실패를 수정하고 대화 테이블을 열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반겼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한미 양국의 대화 제의에도 중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완전 폐쇄 조치로 가면 강대강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 전 장관은 "이젠 북한이 멈출 차례"라고 했다. "미사일 발사는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했고, "남북이 이제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아 조속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에게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남다른 사건이다. 그가 통일부 장관 시절 가장 역점을 두고 일군 사업이 바로 개성공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1, 2차 핵실험 때는 핵문제와 별개로 정상운영되던 개성공단이 이번에 멈췄다. 그는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6자회담이 열리지 못했고 그 속에서 3차 핵위기가 발생했다"며 "그 불똥이 이제 개성공단으로 옮겨붙은 것"이라고 했다.

해법은 역순이다. 그는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5년간 누적된 남북의 적대를 풀고, 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이 가동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에도 당부했다. "북한이 정말 미사일을 쏜다면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사태도 길어질 것이지만, 공장을 최대한 빨리 가동시키면 정치군사적 위기가 닥쳐도 공단은 돌아간다는 빛나는 가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문제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마주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의 닉슨이 되라"고 조언했다.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 행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평화 협정으로 갈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한반도의 탈냉전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한반도 냉전의 종식에 앞장서라는 주문일텐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옆엔 헨리 키신저 같은 설계사가 안보인다."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마주 달리는 열차, 이젠 북한이 멈출 차례"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습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면 2005년 9.19 합의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건데, 미국의 이같은 제안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나?

정동영 : 9·19 공동성명은 북핵 해결의 종점이자 출발점이다. 9·19 선언의 핵심은 북의 핵 무기 포기 결단과 미국의 대북 적대 관계 청산이다. 지난 5년 한미 양국의 대북 무시 전략 아래 북은 두 차례 핵 실험과 세 차례 핵 투발수단 발사 시험으로 핵 능력을 대폭 키워 버렸다. 이제 북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고 하지만, 한국·미국·중국 모두 북의 핵 보유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북의 핵 보유와 미북 관계 정상화를 병행시킬 수 없는 확고한 입장이다.

이 같은 북미 간의 입장 충돌 속에 협상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9·19로 돌아가는 길밖엔 없다고 본다. 케리 국무장관이 9·19 이행을 언급한 것은 오바마 1기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의 수정을 의미한다고 본다. 북한 문제에 대한 engagement(개입) 전략론자인 케리 장관의 9·19 언급은 과거의 대북 무시 정책의 실패를 수정하고, 대화 테이블을 열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프레시안 : 대화 제의와 함께 케리 장관은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선택은 김정은 제1비서의 결단에 맡겼습니다.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제안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하나?

정동영 : 김정은 위원장과 측근 참모들의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미사일 문제는 북미 관계가 중심이고 개성공단 문제는 남북이 당사자인 문제다. 북한이 3차 핵 실험 이후 지속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온 의도가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 변경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면, 일단 한미 양국이 대화 국면으로의 선회하고 있는 마당에 이를 거부해서 얻을 실익은 없다고 보인다.

특히 김양건 비서가 개성공단 잠정 중단 직전 앞으로 '남측의 대응 여부에 따라 공단의 존폐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한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의 유지·발전에 확실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이제 남북이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아 조속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를 통해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오히려 정치군사적 위기 속에서도 공단은 돌아간다는 귀중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대화 제의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도 이제 조금은 풀리지 않겠냐는 전망과 기대도 나온다.

정동영 :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주 달리는 열차에서 먼저 멈춘 셈인데, 적절한 조치였다. 흔히 치킨 게임이라고 하는데, 이젠 북한이 멈출 차례다. 도발적인 말과 행동을 이제 자제해야 한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은 대화 의지를 보였지만,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먹 앞에서 대화 제의는 상황을 악화 시킨다"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통일부도 메시지 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

정동영 : 시스템이 정착이 아직 안 된 것 같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위원장을 해본 사람으로서 얘기하면, 사실 NSC 체제가 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선 아예 NSC를 해체해 버렸고, 지금도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로 이원화 하지 않았나. 내부의 소통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으면 메시지에 혼선이 올 수밖에 없고, 대표적인 게 어제와 같은 일이다. 통일부 장관 시절 미국에 가면, 백악관을 가나 국방성을 가나 하는 얘기가 똑같다. 사전에 "한국에서 누가 오니까, 우리의 메시지는 이거다"라고 내려 보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 작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과 양국 장관의 대화 언급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한다면, 다시 흐름이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지 않겠나.

정동영 : 북한은 일단 우리 정부와 캐리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는 것인데, 이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사일 발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나.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이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도 이미 발사하지 않았나. 물론 중거리 미사일도 제재 대상이고, 유엔(UN) 결의를 위반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본다. 오히려 국내의 일부 언론들이 미사일을 오늘 쏘는지 내일 쏘는지 중계방송 수준으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일종의 안보 상업주의인데, 국민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서야 되겠나. 문제가 많다.

"북핵 20년의 교훈…소통 멈추면 北은 핵 개발에 전력투구"

프레시안 :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을 탓인지 남북 대화에 회의적인 기류도 강하다. "주먹 앞에 대화 제의는 상황을 악화 시킨다"는 정홍원 총리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정동영 : 북한의 의도는 명확하다. 첫째는 미국과 한국의 적대적 대북 정책을 바꾸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북미 직접 협상을 통해 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북한의 우선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사실 오바마 정부 4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북한의 입장에선 철저히 무시를 당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고 했지만, 사실 '전략적 무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전략적 무시 정책의 오류는 이 기간 동안 결정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강화해 버린 데 있다. 북한 입장에선 시간을 번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부지런히 우라늄도 농축했을 것이고, 미사일도 여러 번 발사해 사거리도 키웠고, 로켓도 발사했다.

북핵의 역사 20년을 돌아보면 공교롭게 10년을 주기로 위기가 왔다. 1993년 1차 위기, 2003년 2차 위기, 그리고 2013년 3차 위기, 즉 지금이다. 1993년 1차 위기를 해결한 게 북미 직접 대화였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서 10년간 핵이 동결됐다. 2003년 2차 위기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폭발했다. 그런데 이 2차 위기 이후로 10년은 어땠나. 북미 대화가 없었다. 대치 국면으로 갔던 것이다. 이 대치 속에서 10년 동안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능력은 어마어마하게 향상됐고, 핵 무기 운반수단 개발에도 성공했다. 1차 위기 이후 10년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그렇게 크게 증진되지 않았다. 핵 실험도 없지 않았나. 그런데 2차에서 3차 위기 사이의10년은 달랐다. 이 10년 동안 부시 정권이 6년, 오바마 정권이 4년을 집권했다. 이 기간 동안 유일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이 개입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게 2005년 9·19 공동선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사실 1차 핵 위기 때 한국은 구경꾼이었다. 그 때 당시 한국 외교관이 하는 일은 미국 대표단이 하는 브리핑을 들으러 다는 것 밖에 없었다. 완전히 '협상장 문 밖의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경수로 비용의 70%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제네바합의서에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는 한 줄만 들어갔을 뿐이다.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선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우리 외교사에선 참담한 기록이었다.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남북 간 소통이 끊어지면, 남북이 통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이건 우리 문제'라고 주장할 근거가 사라져 버린다. 반면 2005년엔 남북이 소통했다. 한국이 6자 회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9·19 공동선언까지 이뤄냈다. 최초로 북이 핵 포기를 결단을 선언했다. 물론 그냥 결단한 것은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얻었다. 하나는 북미관계 정상화였고, 다른 하나는 평화 협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9·19 선언 석 달 전인 2005년 6·15에 제가 특사로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그 때 얘기한 핵심이, "우리가 도와줄 테니 6자 회담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미국을 설득할 테니, 핵을 내려놓고 같이 풀자"고 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실제 우리가 네오콘도 설득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었고 제가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다. 그렇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북한을 6자 회담으로 복귀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3차 위기다. 이번에도 북미 간의 대화로만 끝나게 할 건가? 아니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건가? 10년 전 2차 위기보다 여건도 좋다. 이제 미국 대통령이 부시가 아니라 오바마다. 대외 여건이 비교적 낫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의 국제적 지위도 달라졌다. 핵안보정상회의도 우리가 주최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이제 워싱턴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도하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번 3차 핵 위기를 북미 간 양자 협상에만 맡겨 두기엔, 우리의 과거 경험이 명확하게 엇갈리지 않나. 우리가 협상에서 제외될 때 얼마나 참담한지, 우리가 대화에 끼어들면 얼마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지.

"北-美 팽팽한 대치, 우리 정부가 틈 벌려야"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도 대화 의지가 없어보이진 않는데, 보수진영에서 '핵 무장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잘 실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정동영 :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 한국의 닉슨이 되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그런데 하나 빠진 게 있다. 박 대통령 옆에 헨리 키신저가 안 보인다. 키신저 같은 설계사가 없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엔 에곤 바르라는 설계사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엔 임동원 장관이 설계사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에겐 그게 아쉽다.

1,2차 핵 위기를 돌아보면 3차 핵 위기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기회일 수도 있고, 5년을 허송세월로 보낼 위기일 수도 있다. 선택은 명확하다. 대화냐, 대치냐. 지난 5년은 대치였다. 대치하다 보니 소통이 끊어졌다. 더불어 금강산 관광도 끊어지고 적십자 교류도 끊어졌다. 이 대치 상태를 어떻게 대화 국면으로 바꿀 것이냐가 박 대통령에게 부여된 과제다.

문제는 총리의 언급처럼, 대화를 곧 '굴복'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북한 붕괴론자라는 것이다. 압박하면 무너질 것으로 믿는다. 북한은 곧 붕괴될 것이고, 붕괴시켜야 하고,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사실 이건 망상론이다. 북을 보고 싶은대로 보는 사람들이다. 현실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게 현실주의적 접근이다.

페리프로세스 역시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자'는 것 아니었나. 그 때는 핵도 아니고 미사일 문제였다. 페리프로세스의 결실이 2000년 10월 조미공동코뮤니케 합의였다. 있는 그대로 북을 보고, 대화를 통해 미사일을 동결하고, 대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조명록 인민군 차수가 군복 입고 백악관을 가서 클린턴과 사진을 찍을 정도로 북미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나. 이번 3차 핵 위기도 그런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다만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 합의나 2005년 9·19 선언이나 북한의 핵 능력이 지금에 비해 보잘 것 없을 때 도출된 것이다. 당시는 핵 실험 전이기도 했고 운반 수단도 없었다. 지금은 북한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그런 때일수록 미국과 북한 둘 만의 테이블에선 논의가 진전이 안 된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케리 말대로 미국은 '핵 국가를 용납하지 못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핵 보유국이라고 주장하지 않나. 이 사이에 틈이 없다. 그 틈을 벌릴 수 있는 절충의 여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 틈을 우리가 벌려야 한다.

사실 우리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하는 전제엔 '이게 누구의 문제냐'는 확실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가 나와 우리의 문제라는 확실한 자각과 인식, 주체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 가지 기대하는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대화를 직접 나눠본 사람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북한을 본 사람이라 아니란 점에서 기대를 건다. 둘째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7·4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았나. 그 3원칙 중 첫째가 '자주'다. 어찌되었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철학의 계승자이니,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한반도 핵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남과 북이 직접 풀자'는 철학적 기반은 있는 셈이다.

"개성공단, 남북 대화 복원의 지렛대로 삼아야" 

프레시안 : 개성공단 가동이 나흘째 중단되고 있다. 개성공단을 일군 당사자로서, 안타까움이 클 것 같다.

정동영 :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든 것이다. 1,2차 핵 실험 때에는 핵 문제와 개성공단이 분리돼 있었다. 핵 실험 다음날에도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고, 공장이 가동됐다. 그런데 이번 3차 위기에선 개성공단마저 묶여 버린 것이다. 왜 이번엔 그럴까. 1,2차 핵 실험 때엔 그래도 남북이 적대 관계로 온전히 돌아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누적된 적대 관계가 있다. 5년간 누적된 적대가 단 한 차례도 6자 회담이 열리지 못하게 했고, 그 속에서 3차 핵 위기가 발생했다. 그 불똥이 이제 개성공단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나는 역순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5년 동안 누적된 남북의 적대를 풀고, 더 나아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이 가동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침 7시 반에 광화문에서 개성공단으로 통근버스 두 대가 출근하기 시작한 지가 이제 8년이 됐다. 많을 땐 1000대 가량의 차량이 철조망과 지뢰밭을 걷어내고, 그 위에 도로를 깔아 비무장지대를 건너서 출퇴근을 했다. 남북의 긴장 속에서도 8년 동안 개성공단은 그렇게 가동됐다. 어찌 보면 굉장히 비정상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성공단을 '최후의 보루'라고도 불렀고, '평화의 생명선'이라고도 한다. 개성공단이 보이지 않는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런 안전판마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되겠나.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의 상황과 (개성공단을) 분리해 지켜야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제 개성공단이 잠정 중단 상태로까지 갔는데, 아직 북한은 남쪽의 대처에 따라 영구폐쇄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공장 가동은 중단됐지만 아직 폐쇄는 아니다. 아직 여지는 남아있는 셈이다. 다행이 박 대통령도 대화 제의를 했고, 내가 봤을 땐 북한도 개성공단은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고 싶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보였으니, 북경 채널을 활용해서 대화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1차적으로 식자재나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부터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미사일 문제도 있다. 북이 정말로 미사일을 쏴 버린다면 이 교착 국면이 만성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 상태도 길어질 것이고, 남북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가 온다. 최대한 빨리 공장을 가동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이런 정치군사적 위기가 닥쳐도 공단은 돌아간다는 게 빛나는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전화위복의 상황도 만들 수 있다.
"개성공단, 경제적 가치가 아닌 군사전략적 가치 커"

프레시안 : 개성공단이 문제 해법의 실마리가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다보니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개성공단 폐쇄 주장이 대표적이고, 오늘 한국갤럽 조사에선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이 41%, 계속해야 한다는 쪽이 48%였다. 폐쇄 반대 여론이 더 높긴 하지만, 중단론도 만만치 않다.

정동영 : 안타까운 일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가치보다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크다. 경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지만 군사전략적인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에 직결된 것 아닌가. 경제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2004년 8월에 워싱턴에 가서 럼스펠드 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났는데, 그 때만 해도 미국은 개성공단 추진에 소극적이었다. 완전한 반대는 아니었지만, '속도를 조절해라, 늦춰라'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설계도도 있고 땅 고르기도 했지만, 선뜻 공장을 짓지 못한 상태였다. 제가 당시 NSC 위원장 자격으로 럼스펠드를 만나 개성 지도를 손에 들고 설득했다. 한미동맹군이 군사적 측면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종심이 짧다는 것 아니냐. 휴전선에서 평양까지는 180km, 서울로는 40km 밖에 안 된다. 북한군의 장사정포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군이 주력하는 게 조기경보 기능이다. 북의 이상 동향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인공위성으로 영상정보를 얻고, 고성능 정찰기를 뛰어 음성정보를 확보한다. 엄청난 돈과 장비를 투입한다. 그런데 휴전선 넘어 북쪽 땅에 개성공단을 짓는다면, 2000만 평을 남쪽의 경제 영토로 삼는다면 조기경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개성 일대는 북한군의 포병 화력이집중된 곳이다. 평양 아래로 총 6개 군단이 있는데, 개성 일대에만 4개가 있다. 그 설명에 럼스펠드 장관이 이해를 표했고, 다음날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해 승인을 얻었다. 그 후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 2004년 말 1호 공장이 가동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123개 기업까지 입주할 수 있었던 건데, 원래 계획으론 2012년 말까지 지금보다 20배로 규모가 더 커졌어야 했다. 1차로 100만 평, 2차로 200만 평, 3차로500만 평을 확대해 총 800만 평 규모의 공장을 입주시켜 35만 명의 노동자와 주민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다. 애초 정주영 회장의 설계에 따르면, 총 50만 명의 도시로 설계해 경남 창원시와 비슷한 사이즈로 구축하는 것이었다. 2012년까지 그 계획대로 이행됐다면 개성공단 하나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보다 커지게 된다. 그 정도로 커졌으면 개성공단 자체가 한반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사실상 동결시켜 버린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한국에 주도권이 없다고? 20년 북핵 역사를 보라"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계획대로만 추진했다면 폐쇄 주장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얘긴가?

정동영 : 이명박 정부는 아예 추진할 의지가 없었다. 내가 (대선에서) 실패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계획대로 갔을 것이다. 개성의 50만 도시 뿐만 아니라, 해주의 제2공단, 원산의 조선소, 단천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 서해의 공동어로 구역 모두가 가동됐을 것이다. 일종의 국방 토건사업이 부흥하고, 이런 남북 화해협력 사업을 통한 탈냉전화로 가지 않았겠나. 지난해 12월 정권교체가 됐다면 3차 핵실험 국면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그 얘기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을 과포장한 것이 아닐까. 한반도 문제의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 불행하지만 현실 아닌가.

정동영 :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 안타깝게도 9·19 공동선언은 선언 다음날인 20일 미국 강경파에 의해 파기됐다. 흔히 북한이 약속을 어긴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5년 9월19일 6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미국 재무성이 돌연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면서 북이 달러화를 위조해 마카오BDA 은행에 숨겼고, 이를 조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양키들 이럴 줄 알았다"며 반발했고, 그렇게 9·19 합의는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상황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2006년 1차 핵 실험까지 이어진다.
ⓒ프레시안(최형락


여러 차례 강조하지만, 북핵 20년의 역사에서 대화가 진행될 때 북한의 핵 능력은 멈춘다. 제네바 합의로 멈췄고, 6자 회담 중에 멈췄다. 그런데 대치 상태로 전환돼 대화가 끊기면, 북은 부지런히 핵 능력 증진과 운반수단 향상에 박차를 가한다.

결국 부시 정부 6년차였던 2007년 2월13일 휴지통에 처박혔던 9·19 합의가 다시 복원된다. 북이 이미 1차 핵 실험을 해버린 후였고, 부시의 외교정책 실패와 이라크 전쟁 실패, 네오콘의 퇴장이 겹쳐 있는 시기였다. 강경파인 럼스펠드가 사임하자 이른바 협상파들이 주도했던 9·19 선언이 복원된 것이다. 부시 정부 6년 동안 북한은 곧 '악의 축'이었고, 악과의 대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2·13 합의로 다시 북한과 테이블에 마주앉아 대화를 하게 됐고, 이 합의로 북한은 영변 핵 냉각탑을 없애지 않았나. 그리고 그해 12월, 한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나? 정동영이 떨어졌다.(웃음) 그리고 이명박 정부 5년이 열렸다. 다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5년 동안 6자 회담이 멈췄고, 그 사이에 북한은 핵 실험 2번에 로켓 발사를 3번 하게 된다.

이런 역사가 보여주듯, 대화가 멈추고 대치 국면으로 빠지면 북은 핵 능력 증진에 질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능력을 과장한 것은 아니다. '일동족은 소통, 일동맹은 공조, 삼동반자는 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가 공조하고 협력하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가능하다. 그게 9·19 선언의 정신이었다. 동족 간에 소통했고, 동맹 간에 공조했고, 동반자들의 협조를 끌어냈다. 그런데 5년간의 대치 국면에서 소통은 불통으로 바뀌었고, 미국과의 동맹 일변도였고,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불편해졌다. 협력을 전혀 얻지 못했다. 그 속에서 북한은 핵 실험, 미사일·로켓 발사에 매진한 거다.

내 해법은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과의 소통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동반자들과의 협력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해 11월에 9·19 합의의 주역이자 회담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차관보가 서울에 왔다. 문재인 후보와 셋이서 조찬을 했는데, 그 자리서 "9·19 합의를 다음날 뒤집은 배경이 뭐냐"고 물었더니 "당시 미국엔 두 개의 정부가 있었다"고 하더라. 라이스-힐로 대표되는 외교라인 협상파와 체니-럼스펠드로 대표되는 강경파 네오콘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는 네오콘이 대외 정책을 주도해 협상 파기까지 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 상황과 비교해서, 지금 3차 핵 위기의 환경은 어떤가.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가불 받은 상태고, 케리나 헤이글 모두 대화와 외교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하자는 입장이다. 참여정부에 비해선 조건이 좋은 것이다. 더욱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명박 정부 5년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사실 이런 국면이 가장 답답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우리다. 미국은 그렇게 답답하지 않다. 우선순위가 북한이 아니라 이란이나 아프간, 이라크, 시리아에 있다. 미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한참 밀려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나서서 만성적 위기로 갈 것인지, 이를 타개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엔 북경채널을 가동하고, 민간 채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특사 이전에 이런 부분부터 풀 수 있지 않겠나.

과연 한국이 약소국인가. 근본적으로 이 부분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보수 진영에선 여전히 약소국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한반도를 경영해야 할 때다. 적어도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군사력은 10등 안팎이고, 경제적 덩치도 15위에 이른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문제를 우리가 결정 못하고 있지 않나. 오바마 대통령도 이제 북핵 문제는 한국이 앞장서서 해법 내라고 하지 않나. 이런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 방법이 남북 간에 화해와 협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개성공단, 한국형 통일모델 될 수 있어"

프레시안 : 화해와 협력의 시작이 개성공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긴가?

정동영 : 미사일 문제는 상대적으로 지렛대가 북한과 미국에 있지만, 개성공단은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다. 개성공단 복원은 우리의 능력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2006년 베를린에서 서독의 동방정책 설계자인 에곤 바르를 만났는데, 개성공단의 사진을 보여주고 설명을 하니 무릎을 탁 치면서 "한국형 통일모델"이라고 하더라. "개성공단만 쭉 따라가라. 중간에 경제통일을 만날 것이고, 그 종점에 통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에곤 바르가 독일의 통일 정책을 만든 사람이지만, 독일과 한국은 크게 세 가지 차이가 있다. 첫째는 동서독 간엔 증오가 없었다. 반면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남북 간의 증오와 적개심이 있다. 두 번째로 동독은 교회와 시민사회가 있었다. 북한과 다르다. 사회주의 국가가 들어섰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를 바탕으로 시민사회 커뮤니티가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1989년 라이프치히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 촛불집회가 500명에서 5000명, 나중에 100만 명의 집회까지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서독은 1970년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언론 정보공유를 했다. 동서독 간에 커뮤니케이션은 됐던 것이다. 우리 시민들이 지금 평양방송을 볼 수 없고, 이북 사람들이 프레시안을 볼 수 없는 것과 다른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독일의 통일 모델은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동방정책의 설계사가, "한국의 통일 모델은 개성공단"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게 지금 폐쇄될 위기 속에 있는 것 아닌가. 연평도에도, 천안함에도, 핵 실험에도 개성공단만은 돌아갈 수 있다면, 에곤 바르의 지적처럼 통일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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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국의 닉슨이 되라"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정동영 : 3차 핵 실험에서 개성공단 중단까지, 상황이 최악으로 몰렸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이 상황을 끌고가게 할 수 없다. 우리가 상황을 이끌어야 한다. 이제 그만한 역량과 단계에 접어들었고, 조건도 과거와 비교하면 나쁘지 않다.

일단 북한에겐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물론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안정일 것이고, 둘째는 경제건설일 것이다. "더 이상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서 이명박 정부가 그랬듯 우리가 5년 동안 손을 놔버리면, 북한은 계속 핵 능력을 증진시킬 것이고 남과의 대화 역시 닫아버릴 것이다.

해법은 두 가지다. 일단 개성공단을 복원하고 확대·발전시켜서 남북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 행사를 통해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도록 견인해야 한다. 우리가 도울 테니,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 정상국가로 가자고 이끌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반도의 탈냉전을 우리가 주도하는 것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닉슨'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수 반공주의자인 닉슨에 의해 미국과 중국 간의 냉전이 청산됐듯이, 한국에서도 보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냉전 종식에 앞장선다면 내부적인 저항도 가볍지 않겠는가?  


 /임경구 기자,선명수 기자(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