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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3일 월요일

“이런 경찰은 처음…사람 실려가도 모른척”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3일자 기사 '“이런 경찰은 처음…사람 실려가도 모른척”'을 퍼왔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구 반월공단 안 에스제이엠(SJM) 정문에서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문을 잠근 채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안산/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콜 받고 팀모아 합류”…조폭 출신같은 경비원들도 포진
컨택터스서 연락와 다른 팀도 모아
“원청직원 5~6명뿐…대부분 하청
강경진압에 알바 학생들 괴로워해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회사 에스제이엠(SJM)의 용역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관련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사 갈등 현장에서 ‘기업화한 사설 폭력’이 판치는 야만적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업장에 투입되는 용역경비직원, 이들을 감시·감독하는 경찰,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는 기업 노무담당자, 용역경비직원들과 대치한 노동자 등을 만났다. 그들의 시선은 조금씩 엇갈렸으나 그 속에 해법의 단초가 있다. 첫번째로 에스제이엠 공장에 투입된 한 팀장급 경비원의 이야기에서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경비업 ‘프리팀장’ 이철희(가명)씨가 ‘콜’(의뢰)을 받은 것은 7월 초였다. 간만에 온 일감이었다. 이씨는 평소 개인 경호 등 경비 관련 일을 한다. 하지만 대개의 일감은 기간이 짧아 수입이 적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노동쟁의가 벌어진 회사에 투입되면 많게는 몇달 동안 상근하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경비업체 직원들은 물론 대학생들까지 노동쟁의 현장에서 돈을 벌려고 뛰어드는 이유다.이씨의 원래 꿈은 개인 경호원이었다. 그러나 경호원을 꿈꾸며 경비업계에 뛰어들고 보니 경호 일로는 먹고살 수가 없었다. 대형 업체가 아니고선 일감을 따올 수 없는 구조였다. 대신 중소 규모 경비업체들은 철거 현장 또는 노동쟁의 현장 등에서 일을 구했다. 처음엔 내키지 않았던 이씨도 점점 익숙해져갔다.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이 오가는 ‘사설 폭력 시장’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경비직원인 그는 기업과 용역경비업체가 어떻게 계약을 맺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용역경비업이 그물망으로 연결된 구조는 잘 알고 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용역경비업계엔 ‘원청’과 ‘원하’가 있다. ‘원청’은 컨택터스처럼 큰 경비업체다. ‘원하’는 전국에 퍼져 있는 프리팀들을 연결하는 중간 연락책 정도 된다.이씨는 ‘원하’로부터 에스제이엠에 투입할 경비원을 모집한다는 콜을 받았다. 그가 데리고 있는 직원 10여명에게 연락했다. 곧이어 이씨의 팀과 연락을 주고받는 다른 프리팀 30여곳에도 연락했다.“지난 7월27일 새벽 에스제이엠 공장에 투입된 250여명의 용역경비직원 가운데 실제 컨택터스 직원은 5~6명도 되지 않는다”고 이씨는 전했다. 나머지는 컨택터스의 요청을 받은 프리팀 소속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조폭 출신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경비원과 알바생들이 더해진다.“폭력 사태 발생 직후 알바 하러 온 학생들이 무척 괴로워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무섭다면서 새벽에 공장 밖으로 도망가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졸지에 ‘용역깡패’가 된 우리도 마찬가지였지요.” 이씨는 며칠 동안 아침마다 이탈자가 없는지 인원점검부터 했다.이씨는 경비업체의 등록·허가 기준 등을 강화하는 방식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사쪽은 아예 (노조 파괴를 전담하는) 경비원들을 계약직 사원으로 고용해 버릴걸요? 그러면 경찰이 개입하긴 더 어려워지겠죠.” 이씨는 “아예 노동쟁의 현장에 경비원 투입을 못하도록 하면 모를까, 그러기 전엔 용역경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경찰이 좀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폭력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가 가본 쟁의현장에선 경찰이 최소한 ‘말리는 역할’은 했어요. ‘여기까지만 해라’ 이런 식으로…. 그런데 이번엔 경찰의 역할이 전혀 없었죠.” 사람이 건물에서 떨어져 실려 나가는데도 경찰은 그저 보고만 있었다고 이씨는 말했다.“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줄 경찰이 몰랐다고요? 말도 안 돼요. 경찰서 경비과장·정보과장이 공장 내부까지 다 보고 돌아갔어요. 컨택터스 쪽 사람하고 이야기하면서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나갔다고요.” 경찰 간부들이 공장에서 물러난 뒤 더 큰 폭력이 벌어졌다는 건 경찰 내부 감사에서도 이미 지적됐다. “많은 현장을 가봤지만 이런 경찰은 처음이었다”고 이씨는 말했다.당시 경찰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씨도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씨가 이끄는 프리팀 직원들은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후배가 다른 공장에 경비원 배치신고를 했더니 ‘에스제이엠에 들어갔던 경비원은 안 된다’며 경찰에서 골라냈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로선 밥줄이 끊긴 셈이다.노조원들은 다쳤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씨도 실업자가 됐다. 그가 보기에 이번 폭력 사태는 “승리자 없이 모두가 패배한 싸움”이다. “우리도 살기 위해 일해요. 우리도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벌고 싶어요. 그런 방법을 우리도 찾고 싶다고요.” 이씨가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사설]김정일 사망 성숙한 대응 자세 견지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20일자 사설 '[사설]김정일 사망 성숙한 대응 자세 견지해야'를 퍼오ㅏㅆ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이후 우리 사회가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7년 전 김 주석 사망 때는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순식간에 첨예한 남남갈등과 정부의 미숙한 대처, 그리고 사재기 등으로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게 대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 위원장 사망 후 아직 라면이나 생수, 우유와 같은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종전과 달라졌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7년 전에는 생필품 사재기로 이들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은 바 있다. 또 정부의 대응도 지금까지는 비교적 차분하다. 정부는 성탄절을 맞아 애기봉,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 등 최전방 3곳에 등탑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심하는 듯하다. 

사회 분위기가 성숙해진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세대가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쟁을 경험하거나 대결적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아무래도 북한 체제를 승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의 40대 이하 세대들은 다수가 북한을 공존의 대상으로 본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불필요한 불안감이나 소문이 확산되지 않는 것도 우리의 성숙한 대처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한반도의 안정이 국익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17년 전 경험이 반면교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모습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일부 대북 강경론자들이 지금의 성숙한 대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들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근거없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 ‘타살설’ ‘6개월 후 권력투쟁설’ 등을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보수 강경파들은 ‘축 사망’을 외치거나 ‘남한 빨갱이 때려잡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 강경보수단체는 그제 광화문광장에서 인공기와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우려고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17년 전 김영삼 정권처럼 보수 강경론자들의 여론몰이에 떠밀려 강경입장으로 선회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값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당시 우리는 그릇된 대응으로 남북관계 악화와 외교력 약화라는 후유증을 앓았다. 정부가 성숙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반도 안정을 위해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어제 사실상 북한에 조의를 표하는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회장의 유족에게 조문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김 주석 사망 때에 비해 진일보한 태도다. 하지만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뒤 정부 차원의 조문단을 보내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사설] ‘경찰서장 폭행사건’ 침소봉대할 일 아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8일자 사설 '[사설] ‘경찰서장 폭행사건’ 침소봉대할 일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경찰관에 대한 폭력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흥분한 시위대 몇몇의 과격한 행동은 행위당사자뿐 아니라 집회 참가자 전체를 욕되게 한다. 때로는 집회 자체의 정당성마저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촛불집회 도중 일어난 박건찬 서울 종로경찰서장에 대한 시위대의 폭행 사건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공권력의 완전붕괴’ ‘무법천지가 된 나라’를 의미할 만큼 심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시위현장에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이는 것은 힘없는 시민들이 아니라 경찰이다. 평화적인 집회를 강경진압해 시위대를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경찰이다.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날치기 통과 이후 열린 집회에서도 경찰은 엄동설한에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쏘았다. 경찰서장에 대한 폭력에 앞서 ‘공권력을 동원한 경찰의 폭력행위’가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 서장이 보인 ‘무모한 용기’다. 경찰의 물대포 발사 등으로 시위대가 매우 격앙된 상태임을 모를 리 없는데도 시위대 한가운데를 정면으로 뚫고 지나가려 했다. 집회·시위 현장에 나온 경찰서장이라면 시위대의 정서와 분위기를 면밀히 파악해 이에 상응하게 행동하는 것이 기본상식인데도 이를 무시했다. ‘시위대를 일부러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고의적인 폭력 유발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박 서장의 지각없는 돌출행동이 이번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찰과 시위대의 폭력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경찰의 강경진압은 시위대의 폭력을 부추기고 이는 또다시 경찰의 강경진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폭력시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공권력을 앞세운 경찰의 폭력행위 또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경찰이 물대포 발사로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경찰서장에 대한 폭력 문제만 침소봉대하는 것은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호재’ 삼아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날치기 처리의 본질을 희석하려 하는 태도 역시 전형적인 ‘꼬리로 몸통 흔들기’다. 그런다고 날치기 처리의 문제점이 덮어질 것도 아니다.

[사설]‘서장 폭행’이 반 FTA 강경진압 빌미 될 수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8일자 사설 '[사설]‘서장 폭행’이 반 FTA 강경진압 빌미 될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이 지난 26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당했다며 경찰이 강경진압 태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명백한 야권세력의 폭거이자 공권력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시위대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 대한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하며 강경진압 방침을 두둔했다. 시위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을 두고 무슨 엄청난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주장하며 강경대응을 외치는 풍경은 ‘공식’처럼 익히 보아왔던 바다.

우리는 결코 폭력을 미화하거나 두둔할 생각이 없다. 박 서장에 대한 폭행이 있었다면 사실을 확인하여 당사자를 처벌하면 된다. 그러나 폭행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도외시한 채 공권력이 무시당한 것만 내세우며 강경진압에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 우발적인 폭력 현장을 정치 공세와 여론몰이를 통해 부각시켜 사안의 본질인 FTA 반대 운동을 묻으려는 발상임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일부 언론은 연초 미국 경찰이 워싱턴 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연좌데모를 하자 곧바로 수갑을 채운 것을 거론하며 공권력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양국 간 정치적·사회적 배경이 다른 것을 무시한 기계적인 대입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강경진압의 구실로 삼는 박 서장에 대한 폭행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폭행의 당사자로 지목돼 긴급체포된 시위참가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 화면상으로는 시위대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박 서장이 직접 폭행당하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는다. 종로서가 폭행의 증거라고 언론사에 제시한 사진의 박 서장 머리 주변의 손은 종로서 형사들의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 서장이 시위대를 비집고 들어간 배경도 의문이다. 아무리 공무집행이라 해도 경찰복 차림의 종로서장이 흥분한 시위대 사이에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위험한 상황임을 알면서 일부러 들어간 것이라면 매우 부적절하고 무모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공권력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시위에 대한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명이다. 경찰서장이 폭행당했다고 국민의 이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FTA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시위 자체를 막아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우리의 시위 문화도 개선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극히 우발적인 사건을 빌미로 경찰이 강경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할 뿐이다.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박원순 시장 만든 세대, 한미FTA 투쟁 주역으로 나섰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박원순 시장 만든 세대, 한미FTA 투쟁 주역으로 나섰다'를 퍼왔습니다.
2030세대, 한미FTA폐기 '거리로 거리로’...왜?


ⓒ김철수 기자 23일 한미FTA저지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서울 명동 밀레오레 앞에서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2030세대가 심상찮다. 지난 22일, 23일 진행된 한미 FTA 폐기 시위에는 수천명들의 젊은 세대들이 동참했다. 이날 집회의 주된 참가자들은 이들 2030세대였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집회 현장을 관리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한 거리로 나선 이들 2030세대는 일견 매우 흥분한 상태로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한나라당 해체’, ‘이명박 퇴진’, ‘한미 FTA 폐기’ 등을 외쳤고, 경찰이 시민 몇 명을 연행하려 하자 오히려 달려들어 '구출'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40세대와 소통하겠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가 시동을 건 특강정치에서도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3일 대전 동구 대전대에서 가진 대학생 강연회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강연회에서는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통과에 동참한 박 전 대표를 향해 “한미 FTA가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은 해보셨느냐”는 대학생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회자가 ‘무거운 주제에 대한 질의를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한 학생이 “한미 FTA를 쉽게 말씀하신다. 4분 만에 날치기 처리됐는데 그게 어떻게 여야 합의냐”고 하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또다른 학생은 “이게 소통이 잘 이뤄진 것이냐. 형식이 잘 고려되지 않은 통과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보셨느냐”고 질문하자 여기저기서 “옳소” “심각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승빈 기자 23일 경찰이 한미FTA저지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원순 만들어낸 20, 30대 분노 절정

2030세대의 '분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26 지방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했다.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세대별 지지율 격차가 뚜렷했다. 20대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은 69.3%로 30.1% 지지를 얻은 나경원 후보를 33.2%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30대에서는 격차가 더욱 컸다. 30대의 박원순 후보 지지율은 75.8%로 나경원 후보를 52%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SNS에서는 분노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2030세대는 SNS를 통해 비난을 쏟아냈고, 한나라당 의원 등 FTA에 찬성한 151명의 명단 인증샷이 급속히 확산됐다. 

SNS의 20대들은 “우리가 폐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라며 촛불집회를 통한 투쟁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에서는 2030세대가 나서 ‘한나라당 해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만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한 23일 서울광장 집회에서는 퇴근길 직장인, 대학생들의 발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경찰의 강경진압에도 거세게 저항했다.

강남에 위치한 광고회사에 근무한다는 회사원 김모(31)씨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에게 더 이상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며 “반드시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해체될 때까지 젊은 세대들이 뭉쳐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의 진압도 이젠 두렵지 않다”면서 “언론과 공권력 등이 시민들을 공격하지만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으며 ‘한나라당 해체’를 외치던 대학생 김모(22.여)씨는 “평화행진을 이어가는 시민들을 막는 것이 이명박의 진심이냐”라고 반문하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이제 MB가 죽던 시민들이 죽던 길은 하나 뿐이다. 싸워야 한다”고 흥분해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2030세대의 반응은 더 뜨겁다. 트위터리안과 페이스북 유저들은 ‘10만 양병설’을 빗대 “시민들 10만, 20만이 모이면 물대포도 한미 FTA도 모두 막을 수 있다”라며 “모두가 거리에서 모여 이 정권과 MB정부를 끝장내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승빈 기자 23일 저녁 경찰이 한미FTA폐기 촉구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2030세대 분노, '임계점' 넘었다

2030세대들이 이처럼 한미FTA폐기 촛불집회에 흥분해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간 쌓인 분노가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에 폭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들은 고액등록금과 청년실업으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차 있다. 올해 상반기 정국을 휩쓸었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서도 20대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얼마나 큰 지가 드러났다.

30대들도 마찬가지다. 경제난, 전세난, 높은 교육비 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삶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전 세대 중에 가장 압도적인 지지로 드러났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말로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한미FTA법안 통과를 위해 날치기 처리라는 '막가파식' 방식을 동원했다. 

그러자 수년간 쌓여온 2030세대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어 폭발해 이명박 정부를 향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30세대의 분노는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명동역 앞에서 진행된 정리집회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5)씨는 “대학생들이 내년에는 반드시 투표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지치지 않고 내년에 투표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진모(36)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맛본 2030세대들이 내년 총.대선에서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2030세대를 달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당은 내년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일 기자jhi@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