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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상상해보자, MBC 노조가 사장 뽑는다면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8일자 기사 '상상해보자,  MBC 노조가 사장 뽑는다면'을 퍼왔습니다.
[이용석의 노동자로 살며 읽기]기업은 누구의 것?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말 가운데 하나는 경제민주화였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내용은 많이 다르지만, 모든 후보들이 자기가 경제민주화의 적임자라고 이야기했다. 새누리당조차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으니, 가히 경제민주화 열풍이라 하겠는데, 다시 말하면 그만큼 노동자들이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말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공약들은 가장 큰 쟁점이 되었던 순환출자나 출자총액제한 같이 재벌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할 것이냐 하는 것들과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처럼 사회 약자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 모든 공약들이 잘 지켜지면 좋겠지만, 나는 각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보면서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이건 경제민주화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노동자 정치 실종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한데, 온갖 좋은 공약들을 보면서 뭔가 빠진 거처럼 씁쓸했던 까닭은 그 좋은 공약들이 노동자를 ‘위한’ 공약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차원에서 전체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죽는 나라에서 노동자를 위한 공약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만 깔아주면 굳이 정치인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노동자들이 알아서 사회 전체의 경제민주화나 한 회사 안에서 민주적인 경영이 되도록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되어야 할 것이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라고 생각한다.

▲ 기업의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꾸리에, 2012년

노동자들의 경영참여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 김상봉 교수가 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2012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꼽겠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에서 김상봉 교수가 주장하는 바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주식회사는 원래 주인이 없는 기업이므로 얼마든지 노동자들 또는 종업원들이 경영권의 주체일 수 있으며 스스로 사장을 선출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주식회사의 이사는 종업원 총회에서 선임한다’는 법 조항을 상법에 넣자고 이야기 한다. 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에 대해 법적으로 철학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나라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는 것이 책 내용이다. 이론을 주로 다룬 책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법 용어나 철학 용어들이 조금 생소하긴 하다. 이 책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내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나는 직원 30여명 정도 규모의 출판사에 다니며 노동조합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대표이사 가장 많이 한 말이 “경영권은 경영자의 고유 권리”라는 말이었다. 대표이사는 경영을 해본적은커녕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르고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경영능력이 의심되었지만, 노사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무엇인지 자본가의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경영권이었다. 단협을 하면서 복지는 양보해도, 임금은 양보해도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 바로 경영권이었다. 노동조합이 경영권을 조금이라도 견제할라치면 아주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분위기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아 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경영권이구나.’
회사가 절대 노동조합에 양보할 수 없다면, 바꿔 말하면 노동조합으로서는 그것을 취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는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경영권에 대한 회사의  집착은 내 상상을 훌쩍 넘어섰다. ‘경영권’은 그야말로 회사에게 전가의 보도였다. 노동조합을 설득시키기 위한 논리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절대자의 말씀 같은 거였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크게 바뀌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려 노동조합이 항의를 해도 그 결정은 경영판단이며 경영권은 경영자의 고유 권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회사 경영과는 아무 상관없는 문제들, 예를 들면 회사 식당에서 나오는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는 문제도 경영 판단을 하고 경영권은 침해당할 수 없다고 우기면 끝이었다. 대표이사가 휘두르는 경영권 앞에서 나는 촛불집회에서 끝내 넘지 못한 명박산성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때 이 책을 알게 되고 반갑게 읽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경영권은 경영자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대표이사에게 뭐라 반박할 수 없었는데(실제로 판례들에서 경영권은 경영자의 권리라고 판시하고 있다) 아주 강력한 우군을 만난 기분이었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 이랬겠지.

▲ 김상봉 전남대 교수 ⓒ민중의소리

김상봉에 따르면 주식회사는 주인이 있을 수 없는 회사이다. 이 말부터 통쾌했다! 나조차도 회사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외치면서도, 법적으로는 주주들이 주인이고, 현실적으로는 보통 창업자나 사장이 주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법인격(法人格)을 가진 법인인데, 인격은 곧 사람은 누구의 소유물일 수 없다는 것이 김상봉의 주장이다. 경영권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을 개인이 사사로이 소유할 수 있다면 경영권은 소유권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니 경영권도 개인이 소유 할 수 있다고 하겠지만, 이미 말했듯이 주식회사는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 기업들은 가질 수 없는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가질 수 없는 것들이 태초부터 자기들 거였다고 거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으로 가지고서 말이다.
김상봉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 것이라면, 기업을 참된 의미의 생산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에게 경영권을 돌려주자고 한다. 그 방법으로 김상봉은 상법에 ‘주식회사의 이사는 조합원 총회에서 선임한다’는 조항을 넣자고 제안한다.
김상봉 교수는 독일과 미국, 일본의 주식회사 구조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재벌 기업 지배구조와 비교하기도 한다. 이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독일 사례였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에서 시작한 회사가 많은 독일은 아직도 그 전통이 남아있다고 한다. 노사 공동결정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기업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기업의 이해당사자들 특히 노동자와 주주 그리고 은행이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김상봉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놀라운 것은 해고에 관한 공동결정제도인데, 원칙적으로 종업원의 배치나 이전, 부서이동 그리고 해고는 작업장평의회의 동의를 필요한 한다”는 것이다.
사장님들이 보면 팔짝 뛸 내용이지만, 이 주장과 사례들이 너무 반가웠다. 정직원을 전제로 한 수습사원으로 뽑아놓고 맘에 안 들면 하루 아침에 잘라버리고, 정규직 직원들도 무슨 심시티 오락 하듯 부서를 이리 옮기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저리 옮기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닌가. 우리에게 꿈같은 일들이 독일에선 이미 법으로 정해져 있다니.
물론 김상봉의 논리가 현실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겪은 바로는 회사를 설득할 수 있는 건 논리, 합리성 따위가 아니었다. 회사는 노동조합 힘이 약하면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것조차도 빼앗으려 했고, 노동조합이 힘을 내면 근로기준법보다 좋은 걸 요구해도 받아들였다. 결국 노사 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노동조합이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었다. 노동조합이 약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아무리 완벽한 논리라도 꿰지 못한 구슬 서말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대법원에서 복직시키라고 판결을 내려도 무시하는 게 대한민국 회사들 아닌가.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을 휴지조각보다도 더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김상봉의 주장은 뜬구름 잡는 그저 좋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주식회사의 이사를 노동자들이 뽑는다니? 그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는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김상봉 교수의 주장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아주 중요하고 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정당 대통령 후보까지도 부르짖을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든 흔들리지 않는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노동자들이 자기 일터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단순히 국가 차원에서 부의 재분배나 산업구조에서 재벌의 독점을 막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 지난해 11월, MBC노조 관계자들이 김재철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단행하는 모습. 조합원들이 사장을 직접 뽑을 수 있다면, 이런 '살벌한 풍경'도 당연히 사라지지 않을까? ⓒ미디어스

생각해보자. MBC의 사장을 MBC 노조 조합원들이 뽑는다면, 혹은 한진중공업 사장을 한진 노동자들이 뽑는다면 어떨까? 김재철 같은 이가 사장이 되어 정권에 나팔수 노릇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노동자들이 뽑은 사장이 경영을 못해서 적자가 날 수도 있겠지만 경영 실패를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인 정리해고로 극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노동자의 경영참여나, 노동자가 사장을 뽑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노동자들이 사장의 시혜적인 조치만을 바라보거나 정치인들에게 기대지 않을 수 있다면,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기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 안팎에서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노동 사안들이 실제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장들은 절대로 경영권을 양보하려 하지 않을 거다. 자기 자리를 노동자들이 결정하게 두지 않을 거다. 그것은 그냥 얻어지지 않을 거다. 아마도 이 책 주장하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까닭은 사장들이 경영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우리들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것, 혹은 전해 들어도 실현되기 어려울 거라고 여기는 것들을 더 많이 떠들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떠들 때,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이 시대의 상식이 되니까. 1970년대 살던 사람들에게 불가능했던 일,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는 일 또한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상식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떠들어야 겠다.

“주주에겐 배당금을, 노동자에겐 경영권을!”

그저 돈이나 벌 생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경영진들의 폭력을 보고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평화주의자의 시선으로, 노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용석 / 출판노동자  |  mediaus@mediaus.co.kr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차라리 ‘정치인 출신’ 사장이었다면…


이글은 한겨레21 2012-10-15일자 제931호 기사 '차라리 ‘정치인 출신’ 사장이었다면…'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재임 2년간 MBC를 안에서 무너뜨린 김재철 사장…개인자료 무차별 수집하는 트로이컷 설치 드러나고 뉴스 시청률도 꼴찌

» MBC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9월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트로이컷’ 프로그램 설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저항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겨레 김정효

“차라리 정치인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다면 이 정도로 좌절감이 크지 않았을 거다. 김재철 사장은 MBC 출신 선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사를 망가뜨리고 있으니 말이다.”(MBC 노조의 한 조합원)

편파보도, 진행자 축출… 각종 불공정 사례 셀 수 없어

한국 언론 역사상 김재철 MBC 사장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방송사 사장이 있었을까. 2010년 3월 MB 측근으로 ‘낙하산 사장’이라는 오명 속에 취임한 그는, 당시 쏟아진 우려대로 지난 2년 동안 MBC를 끊임없는 내홍에 빠트렸다. 그는 정부·여당이 민감해할 보도의 사내 통제를 시작으로, 파업 조합원 징계와 대체인력 투입, 파업에서 복귀한 조합원에 대한 대규모 징계 등 ‘회사 조직 유지’와는 거리가 먼 강경 카드를 쉼없이 쏟아내고 있다.
올해 초 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 취임 뒤 2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보도 등 각종 불공정 사례가 모두 52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도 부문에서 벌어진 편파·왜곡 보도 등으로 나타난 보도 불공정 사례가 36건, 시사·교양 불공정 사례는 10건, 라디오 프로그램 불공정 사례는 6건이었다. 노조는 김 사장과 경영진이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과 삼성노조의 전자우편 삭제 사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로비 개입 의혹 등의 보도를 축소 누락시켰고, 라디오 방송 등에서는 방송인 김미화, 시사평론가 김종배, 배우 김여진 등 진보 성향의 진행자를 대거 내쫓았다고 밝혔다. MBC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의 경우, 2010년 ‘4대강 프로젝트’ 사업 변경에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개입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이 시사하지 않는 한 내보낼 수 없다”며 방송 2시간 전에 보류 판정이 나기도 했다.
이에 항의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올해 초 시작된 노조의 파업은 MBC 역사상 가장 긴 170일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김 사장의 ‘모르쇠 경영’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파업 기간 중 100여 명의 대체인력 선발을 지시했으며, 파업 뒤에는 언론 역사에 남을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파업에 참여한 770명 가운데 156명의 조합원을 교육연수, 자회사 등 기존에 맡고 있던 업무와 다른 부서로 전출시켰다. 또 작가 6명은 노조 파업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모두 해고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 쪽에서 MBC 사내 게시망에 접속한 직원의 개인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조합원 사찰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최근엔 (뉴스데스크)에서 안철수 후보(무소속)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했다가, 논문 원저자의 “표절이 아니다”라는 반박과 함께 노조로부터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자는 의도가 과도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뉴스 시청률 KBS·SBS의 절반 못미쳐

MBC 앵커 출신인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은 10월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서 받은 ‘2012년 지상파 3사의 메인 저녁뉴스 시청률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MBC 노조 파업이 끝난 8~9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같은 기간 와 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며 “ 작가 퇴출, 아니면 말고 식의 안철수 논문 보도 등 MBC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것에 국민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인도 회장과 비교되는 한국 방송사 사장들의 '뻔뻔스타일'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09일자 기사 '인도 회장과 비교되는 한국 방송사 사장들의 '뻔뻔스타일''을 퍼왔습니다.
[수습기자의 첫 국감취재기] 김재철ㆍ배석규는 용형호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정부종합청사. 그곳에서 일하는 게 원대한 꿈이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꿈은 꿈대로 흘러갈 뿐, 나의 시간과 경험은 꿈과 별개로 지나갔던 것 같다. 어느덧 내 나이 28세. 나는 지난달 17일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 입사하게 됐고, 풋내기 수습기자로서 국정감사 취재를 하기 위해서 8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됐다. 당초 김재철 MBC 사장이 출석하기로 돼 있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때문이었다.

▲ 8일 환노위 국감에 출석한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왼쪽)의 모습. 김재철 사장은 여야 합의에 따른 증인채택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출장을 떠나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디어스

처음 맞닥뜨린 '대형취재'에 너무 긴장해서 였을까? 아니면 먼 거리를 무거운 노트북을 짊어진 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기 때문일까? 월드스타 '겨땀 싸이'가 부럽지 않을 만큼 땀이 셔츠를 흥건히 적셨다. 여유있게 노트북을 설치하고 기사를 쓰는 베테랑 기자들 옆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리바리하고 있는 나. 딱딱한 건물 속 대회의장에 가득한 빡빡한 사람들, 그리고 찰칵찰칵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셔터, 의원들의 거침없는 호통과 날선 공방 등 국정감사만의 '스펙터클'은 분명 존재했으나 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담아야 하는 수습의 운명에 무언가를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특기(特記)할 만한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라마다 다른 '사장님 스타일'을 말하고 싶다. 8일 환노위 국감에서는 당초 김재철 MBC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MBC 사태에 대한 집중 질의가 예정됐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 출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5일 불출석 사유를 내고 이미 베트남으로 출장을 떠났고, 김재철 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대신 명패만이 놓여 있었다. 김재철 사장이 불출석한 이유는 5일부터 5박 6일간 진행하는 '베트남 해외출장' 사전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본행사 한 달 전에 열리는 사전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올 한 해 언론계를 비롯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MBC 사태의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김재철 사장과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몰상식한' 행동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그 이유는 그의 빈자리 옆에, 국정감사를 위해 인도 뭄바이에서 날아온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부끄러움은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은 "MBC 김재철 증인은 국정감사가 시작되니까 나오기 싫어서 고엽제 행사한다고 베트남까지 갔다"며 "반면 뭄바이에서 여기까지 오신 분이 계시고 너무나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은 그날 국감에서 정리 해고자 문제 해결에 대해 말을 아껴 강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회의 출석 요구를 기피하지 않은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고엔카 사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의무"라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쌍용자동차와 마힌드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회사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한 의견을 충실히 듣고 비판점을 조금이나마 수용하고자 하는 자세만큼은 한국의 방송사 사장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실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꼼수'를 부려 국회에 나오지도 않은 김재철 사장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 국감 출석 전 돌연 해외 출장을 떠난 김재철 MBC 사장(왼쪽)과 배석규 YTN 사장(오른쪽).

'드르륵'. 8일 국정감사를 취재하던 중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배석규, 내일(9일) 문방위 국감 증인출석 앞두고 6일 프랑스 출국 확인' 배석규 사장의 프랑스 출장 사실을 전한 문자였다. 역시나 자진해서 '방송사 사장님 스타일'을 입증하는 배석규 YTN 사장. 이제는 이들을 묶어 '용형호제(龍兄虎弟)'라 일컬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매서운 호랑이 같이 기자들을 징계로 물어뜯고, 날렵한 용처럼 국감 직전에 하늘로 승천하니 말이다. 찾아보니 배석규 사장은 51년생, 김재철 사장은 53년생이다. 그럼 배석규 사장이 용이고 김재철 사장은 호랑이인가?
사수의 지시에 따라 국감 도중 '배석규 사장의 출국'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YTN 회사측에 전화했더니, YTN 홍보팀장은 친절하게도(?) 자료를 하나 보내줬다. "(해외출장은) 오래 전부터 협의해 왔던 사안"이고, "본사 사장이 국감장에 출석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었다. MB정부 출범 이후 6명의 기자들이 일시에 해직되는 등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던 YTN. YTN 사태 초기부터 벌어진 정권 차원의 불법사찰에 대한 진실을 알고자 했던 수많은 국민들의 알 권리가 과연 해외 출장 업무보다 가벼운 것일까?
한국의 재벌가 회장들을 비롯해 방송사 사장들에게는 '그들만의 고정된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답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회피하고,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는 징계로 화답한다는 것. 대한민국 재벌가 회장들도 횡령, 탈세, 배임, 폭행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뒤, 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을 한다. 눈물의 기자회견이 조금 지난 뒤 돌아오는 것은 특별사면. 방송사 사장들은 국민의 눈을 피하기 위해 휠체어 대신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서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생활에 복귀할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가 두렵지 않은 이들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견제하고 제어해야 할지, 막 첫 발을 뗀 기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에 새삼 어깨가 뻐근해 진다.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일본에 ‘치고 빠지기’가 전부? 안쓰러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0일자 기사 ' “일본에 ‘치고 빠지기’가 전부? 안쓰러워”'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법의학자들 “장준하 선생 추락아닌 가격 가능성”… 오늘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결정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은 일왕 사과 요구 발언으로 일본 정부가 외교적 무례를 불사한 채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노다 총리의 유감 편지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는가 하면,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방침에 이어 한국 국채 매입을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단호한 대응을 할 것처럼 보였던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거센 반응에 우왕좌왕하면서 진화에 급급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경향신문). 그저 치고 빠지기가 전부인지 안쓰럽다는 반응도 나왔다(한겨레).
37년 만에 공개된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 대해 여러 법의학자들이 누군가에 의해 가격당한 흔적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20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일본, 보복수단 총동원/한국, 대응책 우왕좌왕)
-국민일보 (내가 무슨?…중산층 인식 ‘와르르’)
-동아일보 (30대그룹 2002~2011년 직원 46만명 늘어…증가율 64%/일자리 창출 ‘평균이상’ 매출 증가율엔 못 미쳐)
-서울신문 (월요포커스 29개 기업집단 112개 비은행금융사 ‘소유’/‘[4% 룰’ 땐 수천만주 매각해야)
-세계일보 (독도·일 안보리 상임국 진출 연계)
-조선일보 (북 EMP 공격대비 국군 방호 벙커 비밀 성계도 유출)
-중앙일보 (요즘 고3, 대학 수학 배워야 대학 간다)
-한겨레 (한·중·일 우파 득세에 외교 실종…격전장 된 센카쿠·독도)
-한국일보 (사적 폭력 서슴지 않는 기업들)

이정빈 교수 “장준하 선생 추락 아닌 가격 가능성 커”

37년 만에 공개된 장준하 선생의 유골 사진에 대해 가격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의학자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머리뼈에 지름 6㎝ 크기로 선명하게 나타난 원형 골절 부위에 대해 법의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법의학교실)는 “추락이 아니라 가격(에 의한 골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넘어졌을 때 하필이면 지름 6~7㎝짜리 망치 같은 것에 부딪힌 게 아니라면, (추락했다는) 산에 그런 (원형 골절을 입힐) 물체가 있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추락으로 인한 골절상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유골 사진을 살펴본 이 교수는 “(장 선생의) 머리뼈 골절 흔적은 망치처럼 모서리가 있는 물체가 아주 정통으로 수직으로 (머리에) 부딪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신문 8월 20일자 2면

이호 전북대 의대 교수(법의학교실)는 “사진만 갖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추락과 가격 중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가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추락했다면 여러 가지 형태로 생기는 ‘선상 골절’이 나타나는데, (장 선생의 경우처럼) 함몰 부위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골절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창호 혜천대 교수(간호학과)도 “(장 선생의) 유골에는 머리뼈, 골반뼈 외에 다른 뼈의 손상이 없는 듯 보이는데, 추락은 머리뼈뿐만 아니라 다른 뼈의 손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추락에 의한 사망이 아닐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거센 보복에 한국 우왕좌왕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일본 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을 철회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등 선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에 나서기로 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강온 대응책을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21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독도 관련 각료회의를 열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등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내각 관방은 모든 부처에 한국 관련 정책과 회의, 교류사업 등을 총점검해 20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1일 각료회의 후 한국에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제안하는 구상서(외교서한)를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경향은 “한국이 공동제소를 거부할 경우 단독제소, 1965년 한일협정 당시 교환 공문에 따른 조정 요구 등을 순차적으로 실행해 독도 문제의 장기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8월 20일자 3면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조용히 대응한다는 기존의 방침 아래 일본 공세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경향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 뒤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며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대통령 일왕 발언 때문인지 일본 측 반응이 너무 강해 정부로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향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는 지난 17일 일본 측의 서신 공개 등에 대해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강온 의견이 맞서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는 등 우왕좌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무진은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 역사를 꾸짖고 독도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철회하라는 등의 대변인 성명 초안 네 문장을 올렸지만, 필요 이상으로 일본을 자극한다며 삭제됐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 “독도 문제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일본의 반발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독도 문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다는 정부 내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만에 하나 독도 문제가 유엔 총회나 안보리에 상정되고 ICJ에 제소하라는 국제 여론이 높아질 경우, 독도 문제는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과’ 발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오는 10월 유엔총회에서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임기 2013~2014년) 진출에 극력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조선은 예상했다. 현재 한국은 캄보디아, 부탄 등과 비상임이사국 자리를 경쟁하고 있다.
조선은 서울의 고위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어 “일본이 모든 것을 동원해 야비하게 나오는 모양새”라며 “독도 등 한일 문제가 유엔에서 다뤄지면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독도 대응 무대책·무대응·무철학”

]일본의 대응이 거세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져나왔다. 경향신문은 “무대책·무대응·무철학을 드러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며 “대통령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지난 10일 이후 1주일여 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대일외교의 민낯”이라고 개탄했다.
경향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 말이 앞서건, 행동이 앞서건 일단 지도자 차원에서 의사표현을 했다면 후속 조치가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후속 방안이 궁하다면 말과 행동을 늦추고 적기를 모색해야 하는 게 외교의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일왕 폄하 발언에 대해 경향은 “한·일 간에 일왕의 방문 문제를 공식 외교의제로 논의한 적조차 없는 상태에서 언제, 누구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지조차 분명치 않다”며 “명백한 외교적 실언”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상식을 느닷없이 일깨워준 것 외에 독도 방문과 이후 대통령의 발언들을 통해 대한민국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그 후폭풍은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사설 맨 뒷부분에 “우리 정부 외교 책임자들도 우리 정부가 우리의 의사를 관철할 가장 효과적인 외교적 행동과 수단을 선택해왔는가를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에 치고 빠지기가 전부인가…안쓰러워”

일본 총리의 유감 편지 공개 및 한일 재무장관 회담 취소 방침 등 일본 정부의 공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사설에서 “도를 넘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일왕 발언이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본은 이 대통령의 일왕 발언이 외교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과 발언 내용의 적실성은 구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람 중 누구도 일왕이 과거사에 대한 사죄 없이 방한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일왕 발언 때문에 내각과 일본 전체가 광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일왕을 ‘현인신’으로 내세워 주변국을 침략했던 과거 ‘제국주의 일본’을 상기시킬 뿐”이라며 “민족주의에 기대는 게 정권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묘약이 될 수 있지만 고립과 대결을 불러오는 화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 쪽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8월20일자 사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문제를 먼저 만든 이상, 뒤로 물러서는 인상만 주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길 당부한다”며 “일본이 지난달 말 연례적으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방위백서를 낸 데 대해선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으로 대응하더니, 더 중대한 사법재판소 제소 방침엔 그보다 강도가 낮은, 단 두 줄짜리 대변인 논평으로 끝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준비된 방문이란 말과 달리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치고 빠지기’가 전부인 것 같아 안쓰럽다”고 개탄했다.

한겨레 8월20일자 1면

우리 정부는 독도에 ‘대한민국’과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표지석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경상북도는 19일 오전 독도경비대가 주둔한 독도 동도의 망양대에서 ‘독도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망양대의 국기게양대 앞에 설치된 독도 표지석은 흑요석 재질로 높이 115㎝, 가로 세로 각각 30㎝ 규모로, 앞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필로 ‘독도’, 뒷면에는 ‘대한민국’, 측면에는 ‘이천십이년 여름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새겨져 있다.
제막식에 참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치사를 통해 “대한민국 동쪽 끝 우리 땅 독도는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 영토”라며 “국민의 뜻이 담긴 독도 표지석은 대한민국 주권의 상징이 되고 독도를 지키는 정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 대선후보 경선 투표율 최저…박근혜 1인독주 썰렁한 경선

새누리당의 18대 대선후보 경선 결과가 41.2%에 그쳤다. 대신 박근혜 후보가 사상 최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 등은 당내 ‘박근혜 대세론’과 돈 공천 파문 등에 따라 집권 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겹치면서 국민적 관심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19일 잠정집계한 최종 투표율 41.2%(8만2624명 투표)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율 70.8%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며 이회창 후보가 대세를 점한 2002년 50.1%보다 낮았다.
투표율 저조에 대해 경향은 “박근혜 후보 독주를 비박근혜(비박) 주자들이 견제하지 못하면서 승부 자체가 싱거웠고, 당원들의 주목도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이 66.7%로 가장 높았고, 광주가 19.4%로 가장 낮았다. 박근혜 후보 지지세가 강한 영남지역의 참여가 높았던 반면 다른 지역은 투표참여 유인이 적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대신 투표율이 사상 최저이면서 영남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오면서 박 후보 득표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으며, 80%를 넘을지가 관심거리라고 경향은 분석했다.

중산층 10명 중 3명 “나는 저소득층”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인 사람들 가운데 32.0%는 본인이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 등에 따르면, 보건사회연구원은 19일 ‘중산층 주관적 귀속의식 및 복지인식’ 보고서에서 2009년, 2010년 ‘복지패널조사’ 원자료와 2011년 ‘중산층가족의 복지인식 및 체감도 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수준 50~150%는 중산층에 속하며, 고소득층의 82.1%도 중산층을 귀속 계층으로 지목한 반면 저소득층의 29.1%는 중산층에 속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서울신문 8월 20일자 10면

‘세금 대비 복지 수혜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중산층의 64.6%가 “수혜받지 않는 편”이라고 답한 데 반해 “수혜받는 편”이라는 대답은 8.7%에 그쳤다. 고소득층 가운데 복지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71.0%였으며, 복지 정책이 집중되는 저소득층조차 59.9%가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산층만을 대상으로 특성별 복지 체감도를 분석한 결과 농어촌 지역, 고연령층, 저학력층,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체감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횡령혐의 고발에도 이창영 매일신문 사장 유임

회삿돈 6억 여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고발당했던 매일신문 사장 이창영 신부를 천주교 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유임시켰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창영 신부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주변 신부들에게 “관련 보도에 대해 언론사의 사과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부는 가톨릭신문사 사장이던 2005년 8월부터 2009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등 회삿돈 6억400만 원을 전아무개(49) 전 총무팀장과 함께 빼돌린 사실이 회사 감사에서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으나 지난 14일 사제 정기 인사발령을 낸 대구대교구는 이 신부를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사장에 유임시켰다. 한겨레는 “이에 따라 대구대교구가 부정부패 추문을 덮고 당사자를 감싸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인권연대 등은 이 신부와 전 총무팀장 등이 2009년 소년소녀가장 돕기 음악회 기부금 수천만원을 회사에 입금하지 않고 엉뚱한 용도로 쓰거나, 인쇄하지도 않은 책을 출판한 것처럼 회사 장부를 조작해 돈을 빼돌린 의혹 등을 폭로했다. 대구대교구는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반발했으나, 추가 취재 결과 이 신부 쪽이 대구대교구나 기업 등과 짜맞춰 검찰에 관련 증거를 제출한 정황이 드러났을 뿐 아니라 빼돌린 돈 일부가 대구대교구 및 전직 교구장에게 흘러갔다는 진술까지 추가로 나왔다.
사태가 교구 전체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조환길 대주교는 이 신부의 해임을 포함한 ‘해결책’을 준비했으나, 교구 내 이 신부를 옹호하는 세력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 신부의 유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8월 17일 금요일

“조선일보 사장이 KBS 이사돼도 법적 문제 없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16일자 기사 '“조선일보 사장이 KBS 이사돼도 법적 문제 없다”'를 퍼왔습니다.
KBS·MBC사장 임명하는 ‘공영방송 이사의 자격’은

MBC 김재철 사장은 지난 기간 끊임없이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논란은 ‘어떻게 저런 인물이 공영방송 사장이 됐을까?’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김재철, 그가 MBC 사장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선출됐기 때문이며 이런 이사들을 임명하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이다.

▲ 김경환 상지대 교수ⓒ미디어스

16일 (문화·미디어·정보통신·표현의 자유 사회포럼-더 많은 수다2012)에서 ‘위원의 자격’ 발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현행법상 SBS사장이 KBS이사장이 되어도 문제가 없고 조선일보 사장이 공영방송 이사가 되는 데 견제할 법적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가능하고 정당인이 아니면 된다는 것인데, 또 정당인이어도 당적을 포기하면 되도록 돼 있다”며 “허술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사 수 역시 KBS는 11명,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는 9명으로 다르며 절차와 과정도 제각각이라는 지적이다.
김경환 교수는 “언론관련 공공기관 이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상적인 이사들의 자격요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자격기준’과 ‘결격사유’, ‘선정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환 교수는 방송관련 공공기관 이사의 ‘자격조건’을 △방송학·언론학·전자공학·통신공학·법률학·경영학·행정학 그 밖에 방송·언론관련 분야를 전공한 자로서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의 직에 있거나 있었던 자 또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자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자 △회계사의 직에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자 △방송·언론 관련단체나 기관의 대표자 또는 임·직원의 직에서 10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자 △방송·언론분야의 시청자 보호활동에 10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등으로 규정했다.
‘결격사유’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 △정당법에 의한 당원 또한 당원 신분 상실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선거후보자 등록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국가공무원법 제 33조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 △방송용 송신기 혹은 방송수신용 수신기의 제조업자 혹은 판매업자 또는 이들 사업자가 법인일 때는 그 임원 혹은 그 법인의 의결권의 1/20 이상을 갖는 자 △방송사업자, 유료방송사업자, 제160조에서 규정하는 방송지주회사 혹은 신문사, 통신사 기타 뉴스 혹은 정보의 배포를 업으로 하는 사업자 또는 이들 사업자가 법인일 때는 그 임원 혹은 직원 혹은 그 법인의 의결권의 1/20 이상을 갖는 자 또는 이전 1년 간 이에 해당하는 자 △방송 관련 사업자 단체의 임원 또는 임명일 이전 1년간 이에 해당하는 자 등으로 규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규제기관과 공영방송 이사 결격사유에 정당원에 대한 3년 유예 규정을 두면서, 특정 방송사·언론사의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방향의 개정을 제안한 것이다.
김경환 교수는 ‘결격사유’로 “만 70세 이상을 제외하는 조항”, “방송사 근무하면서 횡령이나 성추행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자 배제하는 조항”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안 돼야 할 분 제외하는 방법이 없어 문제”

토론에서는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이런 논의는 사실상 필요 없다”면서 후보자 검증절차를 강화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 16일 '문화·미디어·정보통신·표현의자유 사회포럼-더 많은 수다2012'에서 '위원의 자격' 토론이 진행됐다. 홍성수 교수, 김학웅 교수, 최선욱 KBS본부 전 사무처장, 박석철 SBS연구위원(좌에서 우)의 모습 ⓒ미디어스

최선욱 언론노조 KBS본부 전 사무처장은 “안 되어야 할 분은 제외돼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며 이길영 감사의 이사 선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선욱 전 사무처장은 “정당원은 아니지만 대선후보 캠프나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분들이 공영방송 이사로 온다고 하더라도 막지 못한다”며 “(법적으로 따지면) 김재철 사장 역시 문제될 게 없는 게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결격사유는 소극적 요건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중요한 것은 ‘능력요건’이다. 해당 후보자가 공영방송에 저해될 사람이라면 방통위 차원에서 빼버리는 게 맞는 것 아니냐. 그런데 지금은 결격사유만 문제없다면 된다는 식으로 인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선욱 전 사무처장은 “공영방송의 경우, 사장의 권한을 분권화시키는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적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학웅 원광대 법학 교수는 “김영환 대법관이 ‘당신(민주통합당)들이 추천했지만 나를 놓아 달라’고 말했다”며 “청문절차 등 검증의 수단, 절차를 강화하는 게 더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결국 대통령 마음대로 됐지만 청문회 방식을 통해 후보자에 대해 많은 것들이 드러나 임명권자에게 부담감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물론 대통령 등 임명권자가 염치가 있을 때에나 유효한 절차”라면서 “영국의 경우, 어떤 사항이라도 합의한다. 상대방이 기를 쓰고 반대할 인물은 애초 추천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정치문화 성숙도의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철 SBS 연구위원은 “집권당이라 할지라도 다수결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있는 한 규제기관의 정파적 결정은 해결이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방송사 이사나 사장의 경우에는 해당 방송사를 통해 청문회 절차 등이 생중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방문진 이사만 잘 뽑아도 비극 막을 수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8일자 기사 '“방문진 이사만 잘 뽑아도 비극 막을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창룡의 미디어창] 6:3 구도를 5:4 구도로, 사장 중간평가제 도입도 검토해야

공영방송의 파업은 파업 당사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남겼다. 가장 큰 교훈이라면 권력이 개입한 ‘낙하산 사장’으로는 공정방송을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낙하산 사장은 안된다’는 것이 방송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지만 권력의 생각은 달랐다.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은 영향력 1~2위의 공영방송사를 자기손아귀 안에 두고 싶어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사 사장을 ‘낙하산 사장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을 고르고 골랐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국민의 뜻보다 권력의 의중을 읽고 ‘알아서 기는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만들었다.

참다못해 구성원들이 거리로 뛰어나온 것이 바로 공영방송 파업이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포기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다시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의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과 자기희생,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번 파업만으로도 충분히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보도의 중요성은 알려졌다.

앞으로 파업없이 공정방송을 보장하기 위해선 최소한 세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음달 8월이면, KBS이사회, MBC의 방송문화 진흥회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된다. 각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사들이 어떤 사람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선임되느냐가 사장 인물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동안 이사 선임은 각 정당이나 해당 단체에서 추천하는 식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이나 적격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다. 이제는 검증의 시대다.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권을 가진 이사 선임이 현재처럼 밀실에서 몇사람 손에 의해 결정되면 파국은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이사 선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파업의 쓰라린 교훈이다.

두 번째,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한 중간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여야가 앞으로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과 관련된 어떤 개정안을 만들어 낼지 알 수 없지만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다른만큼 합의가 쉽지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이후 2년간을 중심으로 중간평가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것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이중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사장을 선임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방송을 위해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라는 강력한 주문이 될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중간평가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MBC 김재철 사장 ©연합뉴스

세 번째, 현재의 여야 6:3 구도는 5:4 구도로 변경돼야 한다.

현재처럼 여야 추천이사수가 6:3의 비율로는 여야 합의가 필요없다. 여당의 일방적 주장과 결정으로 얼마든지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의사결정방식이다. 이 수치를 5:4로 바꾸고 삼분의 이 찬성을 얻을 때 사장 선임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서로의 이해와 양보, 타협이 필요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2일로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 공모를 마감한 결과 KBS 이사에 97명, 방문진 이사에 54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중에는 이미 ‘황당한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미디어오늘’은 전하고 있다.

지원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선별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되기를 기대한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또 다시 파업에 버금가는 혼란이 오게된다. 공영방송의 좌초는 한국 사회의 퇴보로 이어진다. 정치권에 전적으로 공영방송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제2, 제3의 파업을 예고하는 불행한 일이다. 쓰라린 경험에서 귀한 교훈을 얻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더욱 건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ykim2002@yahoo.co.kr  

2012년 7월 3일 화요일

“진짜 사장은 대학총장이다”


이글은 시사인 2012-07-03일자 기사 '“진짜 사장은 대학총장이다”'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이슈가 되었던 홍익대 청소노동자의 싸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교섭권을 두고 홍익대는 천막농성, 전주대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청소·경비 노동자 문제 해결에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 전주에 있는 전주대·비전대는 같은 학교재단(신동아학원)에 속해 있다. 이들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신동아학원이 출자해 설립한 (주)온리원에 속해 있는데, 지난해 6월 노동조합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한 달에 7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학내 청소 외에 방학 동안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들이 먹을 김장까지 담가야 했다. 용역업체가 만든 생활용품점에 차출돼 매장 청소와 진열, 상품 운반을 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신규 매장을 여는 곳이라면 인천·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동원됐다. 지난해 8월, 결국 이들은 33일간 파업을 벌였다. 학교 측이 ‘계약 해지된 노조원 2명을 업무에 복귀시키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겠다’고약속하면서 청소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노동법 개정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홍익대에는 홍경회(홍익대경비) 노조, 전주대·비전대에는 온리원 노동조합이 추가로 만들어졌다.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은 두 학교의 기존 노조인 민주노총 공공노조 홍익대분회와 민주노총 공공노조 전북평등지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 조항에 따라 조합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홍경회 노조와 온리원 노조가 회사 측과 교섭을 하게 된 것이다. 이들 노조는 회사 측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IN 조남진 지난 6월20일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지지 방문하고 있다.

그나마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4월 경희대·고려대 청소노동자 등과 연대해 13개 용역업체와 정식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경비노동자였다. 청소 쪽과 별개 업체에 소속된 홍익대 경비노동자 27명의 경우, 용역업체가 교섭을 거부해 임금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업체 관계자는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홍경회 노조원은 37명이다. 


회사 쪽 노조 만들어 교섭 방해전주대·비전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용역업체가 만든 생활용품점에 소속된 노동자 가운데 210여 명이 온리원 노조에 가입했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노조 전북평등지부에 소속된 청소노동자는 33명이다. 전북평등지부 전주대·비전대 청소 노조원들은 노조 인정을 촉구하며 지난 6월7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 같은 사태를 대학이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대학이 나서서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파업 참가자에 맞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홍익대는 청소노동자 및 민주노총 간부 6명을 상대로 2억6821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소가 기각되자 곧 항소했다.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단식한 지 36일째(6월22일 현재)인 이태식 민주노총 공공노조 전북평등지부 지부장은 “대학 총장이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기도 한다. 진짜 사장은 대학 총장이다”라며, 온리원의 실질적 소유주인 학교재단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학교 관계자는 “청소·경비 노동자는 용역업체 소속이므로 우리와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