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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4일 월요일

[사설] ‘MBC 해결’ 약속 어기고 ‘방송 공정성’ 약속한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3일자 기사 '[사설] ‘MBC 해결’ 약속 어기고 ‘방송 공정성’ 약속한들'을 퍼왔습니다.

정부조직 개편안 논의를 위해 어제 열릴 예정이던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이 무산됐다. 대신 박 대통령은 오늘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고 한다. 정부 출범 일주일이 지나도록 정부조직 개편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어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5일까지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며 국회와 국민들에게 ‘호소’했으나 여전히 핵심 쟁점에 대해선 아무런 타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결국 여야의 사전 접촉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은 내내 겉돌았다. 그동안 야당이 다른 쟁점들에서 양보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의 존폐 문제도 아닌 일부 기능 조정 문제조차 양보하지 않겠다는 건 지나치다.민주화 이후 정부 첫 조직개편 과정에서 여야가 양보하고 절충하는 건 사실상의 관행이 되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진 뒤엔 제도적으로도 여당의 일정한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 그간 ‘100% 대한민국’과 ‘상생의 정치’를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태도와도 어울리지 않는다.김 대변인과 최순홍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어제 긴급회견에서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야만 “경제를 살리고 서민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토록 절박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왜 진작부터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여야를 설득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일방적 통고와 불통의 시대착오적 국정운영에 이번 개편안 표류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쟁점이 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에 대해서도 논란거리가 적잖다. 우선 케이블, 위성방송, 아이피티브이 등 쟁점이 되고 있는 ‘유료방송’에 대해 산업진흥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방송장악 기도”라는 야당의 우려가 전혀 터무니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미래부는 방송의 공정성·중립성을 절대 훼손하지 않겠다. 언론장악 술책을 쓸 것으로 걱정하는 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장 문화방송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면 이 말을 그대로 믿어주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6월 파업을 풀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결국 이를 믿고 복귀한 엠비시 노조를 속였다. 공정방송을 요구해온 기자·피디들은 아직도 현장에서 쫓겨난 상태다. 방송장악의 단맛을 본 박 대통령이, 그것도 대변인을 통해 한마디 툭 던지듯이 하는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2013년 2월 25일 월요일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그 약속이 국민들 희망의 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4일자 기사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그 약속이 국민들 희망의 끈”'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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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의료·보육 복지확대 먼저”
“표 안준 48% 끌어안는 정치를”


박근혜 대통령 25일 취임…각계 인사 34명 “새 정부에 바란다”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중산층을 되살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가 필요하고, 그런 복지를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고, 그 성장을 이루려면 노사정과 청·장·노년이 손을 잡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44%까지 떨어졌다. 지금이 바로 위기”라고 지적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진보는 아직 마음을 열지 않고 중도는 빠지고 보수만 남은 탓이다. 인선 내용에 실망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약속을 흐지부지하는 듯하니 지지했던 중도층이 빠진 것”이라고 위기 원인을 진단했다.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놓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는 사회적 통합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서로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통합이 없으면 복지도 일자리 창출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은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론도, 중소기업 살리기도 결국 일자리 만들기로 귀결된다. 그런 점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참신한 시도”라며 기대를 나타내면서, “그러나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서라도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껴안기보다는 밀고 나가려는 모습이 보여 우려스럽다”고 말했다.통합을 위해서도 복지와 일자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뉴라이트의 대표적 인물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서둘러 해야 할 일로 복지 확대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성장동력 확보, 북핵 문제 대처를 꼽은 뒤, “그중에서도 복지부터 해야 한다. 연금, 의료, 보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손대야 한다. 결국은 복지다”라고 말했다. 보수 인사인 전원책 변호사는 “복지정책의 목표를 차상위 계층과 저소득층에 집중해 차상위 계층은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저소득층은 최저 수준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후보가 약속한 복지와 재분배를 열심히 하면 설사 기대했던 것만큼 이뤄지지 않더라도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캠프에서 정책을 맡았던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고령화 사회에 부합하는 새로운 성장전략과 사회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한쪽으로는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면서 한쪽으로는 고령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엔진을 디자인하는 주체가 노사정이 될 수 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선 기업이 적절한 고용을 유지하고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전체 시장경제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박근혜 시대의 전망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변화와 개혁의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를 찍지 않은 48%는 무언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인데, 이들을 변화의 파트너로 삼으면 동지가 될 수도 있다. 그 48%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행복한 정치를 구현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보수 정권에서 일했으나 지난 대선 땐 야당 후보를 지원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당선 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정책이고 방법이고 몰라서 그런 결과를 낸 것이 아니다. 상황 인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늘 소통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소통이 뭔지를 몰랐던 것 아니냐.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일까 싶어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의 대한민국은 착한 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들을 이해하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민주적인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통합은 자선이나 자비가 아닌, 사회 변화와 발전에 대한 통찰과 실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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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계 

야당에 귀 열고 북핵 대처 불안 씻어야

■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첫째 복지국가 건설, 둘째 청년 실업 해소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셋째 북한 핵 대처가 중요한데 그 가운데 노령 연금, 의료, 보육 등 복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결국은 복지다. 박근혜 대통령을 안 찍은 사람들이 20~30대인데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과제다.다수가 뽑았으니 대통령을 지지해주는 것이 국민의 의무다.

■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정책이고 방법이고 대통령이 몰라서 저러는 게 아니다. 언론이 인수위원회 기간에 반복적으로 충고를 했지만 반영이 하나도 안 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소통을 강조했지만 소통이 뭔지를 몰랐다. 새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자기 고집대로 할 것이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허공에 대고 총질하고 싶지 않다.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적으로는 타협, 설득, 사회적으로 지역, 계층에 대한 배려, 경제적으로 고른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좀더 개방적이어야 하고 경청해야 하고 사람을 널리 써야 한다. 정부 안에 민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다양한 목소리가 논의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전원책 변호사 북한 정권이 바뀐 뒤 계속 강경하게 나오는데 대통령이 북한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안보 역량은 여야를 떠나서 통일 뒤를 생각해서라도 충분히 키워야 한다. 사회 통합을 위해 중산층을 늘려야 한다. 복지는 빈곤층에 기회를 줘서 중산층으로 올라오도록 하는 것이다. 빈곤층에 부자와 같은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

■ 문정인 연세대 교수 외교 안보 쪽으로 말하면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한 평화와 안보의 위기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 선거 때 얘기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신뢰 프로세스의 기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대화와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남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48%를 끌어안는 것은 자리를 주는 탕평책으로는 안 된다.

여성·복지·종교계 

저소득층 껴안기 ‘원형 복지사회’ 길 트길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시대적 소임이다. 권력이나 예산에 맞춘 맞춤형 복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약속이 국정과제에서 ‘단계적 개선’이나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후퇴했는데,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여성 삶을 개선해야 한다. 남성의 38.9%에 불과한 임금 수준, 남성의 1.5배에 이르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용 대상으로 보지 말고 우리 사회의 계층, 지역, 이념의 다양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과 인사에서 다른 목소리를 참여시켜야 한다.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새 대통령은 경제발전이라는 ‘주춧돌’ 위에 복지국가라는 ‘집’을 완성해야 할 사명이 있다. 산업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복지정책이다.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을 끌어안아 골고루 잘사는 ‘원형 복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회통합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 법안 스님 기업의 불공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어루만지겠다고 했는데, 그런 약속 꼭 지켰으면 좋겠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두루 보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양극화 해소 이런 부분들을 꼭 먼저 했으면 좋겠다.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의 스타일인 것 같다. 이제는 전체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마음을 좀 열었으면 좋겠다.

■ 조금득 청년연대은행 추진위원장 청년연대은행 준비하면서 청년 부채 문제를 많이 보고 있다. 청년들이 학자금 문제나 주거 문제,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역과 정부가 같이 노력하면서, 불완전 취업과 실업을 오가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이 시급하다.

문화·예술계 

언론 공공성 회복 숙제…따뜻한 감성 보이길

■ 이문열 작가 현재로선 어떤 판단보다는 박 대통령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우선 국민 목소리를 잘 듣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의 덕목으로 결단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앞으로 중요할 것 같다. 지금 지지율이 떨어진 건 인사 때문이다. 인사의 패턴이 기대했던 국민들과 좀 다른 거 같다.

■ 강상현 한국방송학회장(연세대 교수) 이명박 정부에서 힘의 논리를 앞세워 위축된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과 방송이다. 그동안 언론의 자유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다 배제됐는데, 이들을 원상회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했던 조처들, 피디수첩 등 정부비판 언론에 대해 모두 무죄선고가 났다. 그럼에도 후속조처가 없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먼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수시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여성대통령다운 따뜻한 감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따뜻한 감성이란 좀더 국민들의 느낌과 생각의 차원에서 정치를 생각하는 것이고 바로 공감이다.

■ 심재명 명필름 대표 대탕평과 통합의 정치가 가장 필요하다. 대선 공약 중에 경제민주화 등 일부 공약이 벌써 빛이 바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영화계 양극화 해소와 문화 다양성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현재 영화계가 양적 성장 등 지표상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특정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가 여전하고 스태프의 처우는 열악한 상황이다.

■ 김선우 시인 통합의 행보 첫걸음은, 절박하게 고통받는 현장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23명이 죽고 아직도 상복을 벗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쌍용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생사를 오가는 절박한 현장의 소리에 무관심하다면 통합은 불가능하다. 4대강 문제는 반드시 뒤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경제·노동계 

경기회복 급선무…노사정 협력 다시 살려야

■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경기 회복이 급선무다. 세계 경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은 아직 더디다.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부양 정책을 써야 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런 뒤에 어려운 계층을 배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만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총리나 경제부처 장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다산네트웍스 대표)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중소기업 살리기는 결국 같은 맥락이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창조경제가 나와야 한다. 창조경제라는 게 기득권보다는 창의성 같은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런 게 일자리 창출 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48%를 끌어안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야당에 타협보다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긴 하다. 소통이 원활하게 잘되게, 얼어 있는 사람들 마음을 녹이는 통 큰 행보를 기대한다.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 쌍용자동차 등 상징적 장기투쟁 사업장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이 적절한 고용을 유지하고,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게 시장경제에도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노동운동의 절반인 민주노총을 파트너로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 노사정위원회가 멈춘 지 몇년 됐는데 노사정 기구를 만들어서 대화하는 게 효과적이다.

■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 정권에 장악됐던 공영 언론들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명박 전 정부 때 언론 자유를 위해 저항하다 해고, 징계당한 언론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복직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계속 대통합을 얘기했는데, 이를 위한 집권 세력의 실천적 행동이 무엇인지 새 정부 초기에 보여줘야 한다.

■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새 대통령에게 기대를 안 한다. 북한과의 관계가 제일 문제다. 대통령에게 내용이나 비전이 없기 때문에 악화할 것으로 본다. 지지하지 않은 48%는 그만두고 지지한 52%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대자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인사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다.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박근혜 인사에 약속했던 ‘대탕평’ 실종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9일자기사 '박근혜 인사에 약속했던 ‘대탕평’ 실종'을 퍼왔습니다.

ㆍ내각·청 발탁 30명 분석… 여성은 2명 뿐

19일 마무리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내각 인사의 특징은 ‘수도권·영남’ ‘관료·학자’ ‘서울대·성균관대’ 편중으로 요약된다. ‘지역·직업·학교’ 등의 인사 고려 요인이 한두 가지에만 집중되면서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국민대통합 의지를 담은 ‘대탕평 인사’ 의지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무총리와 17개 부처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18명과 청와대 ‘3실장 9수석’ 12명 등 30명의 이력을 분석하면 이 같은 ‘지역·직업·학교’ 편향 현상이 뚜렷이 드러난다.

우선 30명 중 수도권 출신이 12명으로 3명 중 1명꼴이다. 17개 부처 장관 중 7명이 서울, 2명이 인천 출신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당시는 15명 중 서울과 수도권이 3명이었다. 청와대 수석 중에서는 모철민(교육문화)·최순홍(미래전략)·최성재(고용복지) 수석이 서울 출신으로, 이를 합하면 서울 출신이 10명으로 역대 정부 최다다. 영남 출신 8명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영남 2개 지역 출신이 20자리를 차지한다. 호남 인사는 5명이 포함됐지만 진영(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정현(청와대 정무수석) 등 사실상 ‘친박’ 인선으로 실질적 의미는 퇴색된다. 

직업으로는 관료 출신에 대거 쏠렸다. 절반이 넘는 16명은 관료(군 포함) 출신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청와대 3실장(허태열·김장수·박흥렬) 등 두 갈래 인선의 ‘수장’이 모두 관계에 몸 담았다. 내각에서는 현오석(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윤병세(외교)·서남수(교육)·황교안(법무)·유정복(안전행정)·유진룡(문화체육관광)·윤상직(산업통상자원)·김병관(국방) 후보자 등이 포함된다. 청와대 수석진에서는 주철기(외교안보)·조원동(경제)·모철민(교육문화)·곽상도(민정) 내정자 등이다. 학계 입문 전 상공부에서 근무한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까지 더하면 17명으로 늘어난다. 이 외 교수·연구자 등 학자 출신이 8명으로 ‘전문가 기용’이라는 박 당선인의 인선스타일을 보여줬다.

출신 대학은 전통적으로 다수를 차지해온 서울대와 함께 성균관대가 약진했다. 서울대 출신 10명에 성균관대 출신이 7명이다. 특히 청와대는 ‘성균관 학파’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를 비롯해 유민봉·모철민·곽상도·이남기 수석 내정자가 성대선후배 사이다. 이와 함께 서울지역 명문고 2곳(경기·서울고) 출신이 12명, 고시 출신이 17명으로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인사’임을 확인했다. 인수위 출범 당시의 ‘원대복귀 원칙’과 달리 청와대 참모진 6명과 부처 장관 7명 등 13명은 인수위 출신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우리 생전에 높은 도덕성의 대통령 한번 봤으면"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1-13일자 기사 '"우리 생전에 높은 도덕성의 대통령 한번 봤으면"'을 퍼왔습니다.
[전문] 이준구 "朴, 탕평과 대통합 약속만은 지켜 주기를"

대선때 문재인 후보를 찍었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2일 "진정으로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국민과 함께 웃어주고, 아무런 사심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높은 도덕성의 소유자인 대통령을 우리 생전에 한 번은 봐야만 하는 게 아닌가"라며 박근혜 당선인이 최소한 탕평과 대통합 공약만은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준구 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새 정부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 동안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갖는 행운과는 인연이 멀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왜 박 당선인을 찍지 않았는가를 상세히 밝힌 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5년 전만큼 불안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때는 한반도대운하니 747이니 하는 허황된 공약이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을 지키려 든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나게 큰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다. 또한 마치 점령군이나 되듯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인수위원회를 보면서 또 다시 불안감이 밀려옴을 느꼈다"며 5년전 MB정권 출범 때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박근혜 당선인의 캠프에서는 그런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다. 또한 박 당선인의 발언 중에는 적극적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 있어 보인다"며 "예를 들어 탕평과 대통합을 주요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든다. 내편 네편을 철저히 가르는 패거리정치로 일관했던 MB정부 5년 동안 갈기갈기 찢어졌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이 탕평과 대화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당선인이 내건 복지 공약도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성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만약 성공적으로 그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며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손톱밑 가시를 빼주겠노라는 박 당선인의 발언에도 기대가 크다. 국민의 아픈 가슴을 쓸어주고 불편한 것을 모두 해소시켜 주겠다는 약속이니만큼 그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나아질 테니 말이다. 자신은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박당선인의 말에 속는 셈 치고 한 번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를 가장 걱정스럽게 만든 것은 인수위 대변인과 헌재소장에 지명된 사람들의 됨됨이"라며 "의문의 여지없이 강경 보수 색채를 지닌 그들을 선택한 것은 박 당선인이 내건 탕평, 대통합과 전혀 걸맞지 않는 일"이라며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 내정을 질타했다.

그는 또 "요즈음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합 인사의 모범사례로 호남출신 총리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이런 말이 호남의 민심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화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호남총리는 과거 대부분의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즐겨 쓰던 케케묵은 수법이 아니던가?"라고 호남총리론을 힐난했다.

그는 박 당선인의 언론정책에 대해서도 "나는 우선 박 당선인이 MBC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목해 보려고 한다"며 "만약 또 다른 정권의 하수인으로 MBC를 이끌게 만든다면 그것은 언론을 계속 집권세력의 지배하에 놓아두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통합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이 아무리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 공약한 것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는 설사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해해 줄 용의가 있다"며 "그러나 탕평과 대통합의 공약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 하나만 버리면 이 공약을 실천에 옮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며 탕평과 대통합 공약만은 반드시 지켜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새 정부에 거는 기대, 그리고 우려

솔직히 말해 나는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 크게 실망한 사람 중 하나다.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그 나물에 그 밥’인 새누리당 후보에 기대를 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동안 당의 이름이 공화당에서 민정당으로, 거기서 다시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쳐 새누리당이 되었지만, 이름이 아무리 바뀌어도 내가 보기에 이 당의 본질만은 공화당 그 시절과 아무 다름이 없다. 즉 기득권 세력들이 결집해 변화에 한사코 반대하는 기본 속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본다는 뜻이다.

누구나 인정하듯, 지난 대선을 보면 공약이란 측면에서 두 후보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약이 더 훌륭하게 보여 2번을 지지했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태도다. 나는 현재 우리 사회에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부분이 너무나 많다고 보았으며, 그 일을 과감하게 수행하는 데 누가 더 적합한지의 관점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집권 여당의 체질이 본질적으로 바뀔 리 없으리라는 의구심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1번은 선택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간절하게 바랐던 변화는 경제의 민주화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힘있는 1%와 힘없는 99% 사이의 간극은 나날이 벌어져 가고 있다. 힘있는 1%를 대변하는 재벌들은 MB정부하에서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불려 이제는 정치적 권력으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공룡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나날의 삶이 힘에 겨운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이들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코너로 몰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친재벌로 시작한 이 정부는 힘이 다 빠져버린 임기 말에 새삼스럽게 ‘상생’을 부르짖어 봤지만 이룬 것 하나도 없이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켰을 따름이다.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 이들을 비효율적인 조직으로 전락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사디스트가 아닌 바에야 대기업 잘 나가는 꼴이 보기 싫어 이들을 망하게 하자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방면의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듯, 재벌 문제와 대기업 문제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1) 대기업의 효율적 경영 덕분에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당연히 응원해 주고 도와줘야 한다. 경제민주화, 좀 더 좁게 말해 재벌 개혁이란 것은 대기업의 장점을 죽여 버리자는 뜻이 아니고 재벌들의 파울 플레이를 막는 기본질서를 확립하자는 뜻이다.

일부 재벌들의 파울 플레이는 공평성의 측면과 효율성의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파울 플레이가 나오지 못하는 기본질서를 정착시켜 공평성과 함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목표다. 재벌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편법 증여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인력 빼오기 같은 불공정한 행위를 뿌리 뽑으면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나아가 시장원칙을 확립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의결권과 이익 청구권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혁이 필수적 요건이다.

이와 더불어 내가 바랐던 변화는 사회 도처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 정의의 기반을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사회의 소금이어야 할 검찰의 추락은 이제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사회 정의를 바로 잡는 기능을 맡아야 할 검찰에 정권의 보위 역할을 맡기니 그런 비참한 추락을 맛볼 수밖에 없다. 가장 정의감에 불타고 가장 능력 있는 사람 위주로 인사를 해야 하는데, 가장 입맛에 맞고 가장 다루기 쉬운 사람 위주로 인사를 하니 기강이 제대로 설 리 없다. 지난 5년 동안 제 편은 두루뭉술한 잣대로 감싸고 남의 편은 먼지까지 털어내는 편파수사를 일삼은 검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정의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또한 측근 인사를 통해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사회비판 기능을 마비시켜 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지 정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치 자기네들이 주인인 양 모든 보도를 자기들 입맛대로 통제하기를 일삼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일어선 양심적인 언론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잔인한 보복이었다. 지금도 해직 언론인들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데 이 문제는 해결될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언론이 본래의 사회비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이 그와 같은 잔인한 보복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 땅의 정의가 땅에 떨어져 버렸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교육의 측면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교육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대학입시를 기형적으로 만들어 버린 탓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입학지도 교사들마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입시제도는 돈으로 정보를 살 수 있는 부유층 학부모에게만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스펙 쌓기를 시킬 수 있는 부유층 학부모들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기형적일 뿐 아니라 불공정하기까지 한 대입제도를 하루 빨리 뜯어 고쳐야만 한다고 믿었다. 

또한 국제중으로부터 시작해 특목고와 자사고로 이어지는 ‘저들만의 리그’를 개혁하는 일도 대입제도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다. 만약 자사고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바람직한 것이라면 왜 공립학교에서는 그런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가? 돈이 없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공교육에 돈을 더 부어넣으면 되지 않는가? 왜 돈 있는 학부모의 자제는 질 좋은 교육을 받고 돈 없는 학부모의 자제는 질 나쁜 교육에 만족해야 하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일진데, 이런 투자에 돈을 좀 더 많이 쓴다고 해서 낭비라고 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만약 공교육은 틀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 공교육의 족쇄를 풀어버리면 될 것 아닌가? 그 족쇄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부인데 그것 탓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진보적인 교육감들이 육성하려 하는 혁신학교를 정부가 한사코 막으려고 나서는 이유가 무언지도 나는 잘 모른다. 고루한 틀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는 자사고나 혁신학교나 똑같을 텐데 왜 하나는 적극 육성의 대상이 되고 하나는 훼방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저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일부 계층에 영합하려는 의도 말고는 달리 생각나는 이유가 없다.

나는 이런 개혁 과제들을 누가 더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판단해 지지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 선거는 모두 끝났고 이제는 새로이 대통령으로 뽑힌 사람에게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록 어떤 것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나와 똑같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올바른 방향으로는 나가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아니, 방법론상으로는 내 생각과 판이하게 다르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면 나는 흔쾌히 박수를 보낼 용의가 있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5년 전만큼 불안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때는 한반도대운하니 747이니 하는 허황된 공약이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들을 지키려 든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나게 큰 혼란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다. 또한 마치 점령군이나 되듯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인수위원회를 보면서 또 다시 불안감이 밀려옴을 느꼈다. ‘어륀지 파동’이 상징하고 있듯, 고쳐야 할 것 고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않고 설익은 개혁을 하겠다고 덤비는 태도가 너무나도 불안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이 자신의 지도이념으로 내걸고 있는 어설픈 신자유주의가 나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어줌으로서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행해진 실험은 재정적자나 양극화 심화 같은 부작용만 남겼을 뿐 기대했던 효과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 이념의 노예가 된 그들은 당당하게 ‘부자감세’를 경제 살리기의 결정적 카드로 들고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부자 편을 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번 박근혜 당선인의 캠프에서는 그런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다. 또한 박 당선인의 발언 중에는 적극적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탕평과 대통합을 주요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것은 나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만든다. 내편 네편을 철저히 가르는 패거리정치로 일관했던 MB정부 5년 동안 갈기갈기 찢어졌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유일한 방책이 탕평과 대화합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고질로 자리 잡아 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유감없이 그 위력을 발휘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이 바로 탕평과 대통합임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 당선인이 내건 복지 공약도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고 생각한다. 그 약속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성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만약 성공적으로 그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 사회의 복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손톱밑 가시를 빼주겠노라는 박 당선인의 발언에도 기대가 크다. 국민의 아픈 가슴을 쓸어주고 불편한 것을 모두 해소시켜 주겠다는 약속이니만큼 그 약속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나아질 테니 말이다. 자신은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박당선인의 말에 속는 셈 치고 한 번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이 막상 정권을 잡았을 때 이 모든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모든 대통령이 자기가 한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면 지금쯤 우리나라는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렇지만 일단은 그 약속을 믿기로 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갖고 있던 생각은 모두 털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새 정부의 행보를 주시해 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를 가장 걱정스럽게 만든 것은 인수위 대변인과 헌재소장에 지명된 사람들의 됨됨이다. 의문의 여지없이 강경 보수 색채를 지닌 그들을 선택한 것은 박 당선인이 내건 탕평, 대통합과 전혀 걸맞지 않는 일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이미지는 화합이 아니라 대결이다. 특히 헌재소장처럼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에 대해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의 수장을 그렇게 뚜렷한 이념적 성향의 사람으로 앉힌다는 것은 사회통합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요즈음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합 인사의 모범사례로 호남출신 총리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는 이런 말이 호남의 민심을 달래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화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 호남총리는 과거 대부분의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즐겨 쓰던 케케묵은 수법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해서 호남인들이 고맙다고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린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 묻고 싶다.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들어 주지 못하듯, 한 사람의 호남총리가 대통합을 구현할 수 없다. 총리로 뽑힌 그 개인은 가문의 영광일지 몰라도 호남인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탕평과 대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것은 지난 선거에서 2번에게 표를 던진 48%의 유권자의 뜻을 받들어 모신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선거 그 자체는 단 한 표라도 더 많은 사람이 독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대의민주제하에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뽑혔다 하더라도 일단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소수파의 의견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바로 이런 의미에서 탕평과 대통합을 부르짖었다면 그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수 있다. 단지 호남출신의 인사를 총리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호남인이 갈구하던 바, 즉 사회의 변화를 바라던 그 희망을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탕평이자 대통합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정권들은 힘없는 총리 자리에 타지 출신을 앉히고 권력의 핵심은 모두 자기 지역 출신으로 채우는 전법을 즐겨 써왔다. 박근혜 후보가 진심에서 탕평과 대통합을 부르짖고 있는지의 여부는 이와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적으로 판가름 날 것이다.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나는 우선 박 당선인이 MBC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목해 보려고 한다. 만약 또 다른 정권의 하수인으로 MBC를 이끌게 만든다면 그것은 언론을 계속 집권세력의 지배하에 놓아두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통합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다.

헌재소장 자리가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중요한 자리인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하는지롤 보고 앞날을 어느 정도 점쳐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재소장으로 선택된 사람을 보고 든 느낌은 솔직히 말해 “약간 불안하다”는 것이다. MB정부에서는 출범 초기의 고소영, 강부자의 악령이 임기 내내 그 정권의 주위를 맴돌았다. 새 정부는 그런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앞으로 줄지어 발표될 새 정부 중요 인사들의 면면 역시 헌재소장의 경우와 그리 다르지 않다면 우리의 기대는 곧바로 실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아무리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 공약한 것을 모두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는 설사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이해해 줄 용의가 있다. 예컨대 복지공약 같은 것은 현실적 여건상 100% 충실하게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리해서 공약을 지키려 하느니보다 오히려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포기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탕평과 대통합의 공약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 하나만 버리면 이 공약을 실천에 옮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동안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갖는 행운과는 인연이 멀었다. 진정으로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국민과 함께 웃어주고, 아무런 사심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높은 도덕성의 소유자인 대통령을 우리 생전에 한 번은 봐야만 하는 게 아닌가. 우리 국민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 단 한 번의 기회를 과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순전히 그의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정수장학회, 약속 깨고 이사 2명 연임”


이글은 한겨레시ㄴ문 2012-12-30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약속 깨고 이사 2명 연임”'을 퍼왔습니다.

박근혜·최필립 이사장때 선임된
김덕순·신성오 이사 연임 방침
김지태씨 유족 “우리와 협의 약속 깨
”시민단체 “박 당선인, 사회환원을” 

정수장학회가 5명의 이사진 가운데 최근 임기가 끝난 이사 두명의 연임 방침을 사실상 확정해 정수장학회 사회환원을 요구해온 언론·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은 그동안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장학회 이사진의 전면 교체를 요구해왔다.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은 3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5일 임기가 끝난 김덕순·신성오 두 이사에 대해 “연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00년 12월, 신 이사는 박 당선인의 후임인 최필립 현 이사장이 장학회를 이끌기 시작한 2005년 5월 이사진에 합류했다.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의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지난 27일 “이사를 새로 선임했든 기존 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든 이는 교육청 승인 사항인데, 아직까지는 정수장학회로부터 이사취임 승인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정수장학회 이사진 전면 교체와 장학회 이름 변경 등을 요구해온 김지태씨 유족과 공대위는 정수장학회의 이런 태도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이사 두명의 임기 만료로 이사진 교체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는데도 기존 이사를 그대로 연임하겠다는 발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최필립 이사장은 지난 5월, ‘대선 직후 임기가 끝나는 이사 두명의 후임을 선임할 때 유족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일방적 연임 결정은) 최소한의 신의마저 깨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추혜선 정수장학회 공대위 사무총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직전 최 이사장 사퇴를 포함한 이사진 교체와 장학회 이름 변경 등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만큼 이제는 당선인으로서 좀더 책임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정수장학회가 기존 이사의 연임을 강행하는 등 사회환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내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정수장학회 문제의 해결을 본격적으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정부, '0~2세 무상보육' 7개월만에 없던 일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9-24일자 기사 '정부, '0~2세 무상보육' 7개월만에 없던 일로'를 퍼왔습니다.
MB도 수차례 약속했던 정책, 주먹구구식 정책 비판

정부가 24일 '0∼2세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 7개월만에 재정난을 이유로 백지화, 정치권의 반발 등 논란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우선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을 내년 3월부터 없애기로 하고, 구체적으로 소득 상위 30% 가구는 보육비 전액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업주부 가구도 보육비 지원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0∼2세 영유아를 둔 소득 하위 70% 가구에는 보육시설 이용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연령별로는 0세는 월 20만원, 1세는 15만원, 2세는 10만원 등을 지원키로 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무상보육 폐지 발표후 기자간담회에서 "보육지원 체계 개편으로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장기적으로 보육·양육지원의 틀을 잡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올해 실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보육정책이 시행되면서 가정양육이 필요한 0~2세가 시설보육에 몰린 반면 누구보다 절실한 맞벌이 부모에 대한 보육지원은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국회도 취지에 공감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여야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0~2세 무상보육은 여야가 합의처리한 정책이고, 이명박 대통령도 수차례 0~5세 무상보육을 공언했던 만큼 주먹구구식 정책 집행에 대한 비판여론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는 이에 강력 반발할 것이 확실해 내년 예산집행과정에 정부와의 충돌도 예상되고 있다.

이영섭 기자

2012년 8월 30일 목요일

김재철 사장에 찍힌 카메라기자 잔혹사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30일자 기사 '김재철 사장에 찍힌 카메라기자 잔혹사'를 퍼왔습니다.
[익명 기고] 'MBC 국민 품으로…' 약속 아직 미완의 진행형

지난 17일 MBC는 영상취재1부·2부, 시사영상부 등이 속한 보도영상 부문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 내부의 중론이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카메라 기자들에게 가해졌던 ‘탄압’은 결국 ‘영상부문 해체’로 정점을 찍은 것. (미디어스)는 한 MBC 카메라 기자가 현재의 MBC 상황에 대한 소회를 담담하게 밝힌 기고문을 게재한다. 실명을 밝혔을 경우 현 MBC 경영진이 징계와 같은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익명 게재한다. 

지금 MBC는 확실히 비정상이다. 사장이 그러하고, 임원진이 그러하다 보니, 결국 프로그램도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정상의 내리사랑은 MBC를 마침내 ‘이상’한 방송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능력을 검증받은 스타 아나운서들이 화면에 나오지 않고, 석연찮은 이유로 베테랑 작가들이 전원 교체되는가 하면, 방송을 코앞에 둔 제작물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또, 기자상을 휩쓴 기자는 드라마파크에 오토캠핑장을 짓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고 있고, 다른 능력자 PD는 신사옥을 잘 짓겠다고 안전모를 고쳐쓰고 있다. 이렇듯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상함들 중 최고는 이 모든 것이 ‘경쟁력’ 때문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 전국의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로 구성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24일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의 보도영상 부문 해체에 대해 "파업기간에 강한 결속력을 보인 카메라 기자를 향한 분풀이"라고 비판하며 원상복귀시키지 않을 경우 협회 차원에서 MBC를 모든 뉴스의 공동취재단(풀단)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상아

최근 여기에 큰 건 하나가 추가되었다. 바로, 보도영상을 책임져온 영상기자 조직이 공중분해된 사실이다. 신문사가 아닌 ‘방송국’ MBC에서, 화면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분해된 것은, 사실상 뉴스를 포기하겠다는 자폭 선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의 영상기자들은 또 한번 이상한 경쟁력의 희생양이 되어 정치부로 경제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제 막 영상기자 초년병을 넘긴 나 역시 ‘한창 일할 시기’라는 친절한 판단 하에 사회부로 발령을 받았다. 하지만 한창 일해야 할 시기임에도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 진 까닭을 누구하나 명쾌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공정방송을 하겠다며 긴 파업에 가담한 영상기자들에 대한 사측의 분노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가 영상기자 죽이기에 나선 것은 김재철 사장의 철저한 분풀이로 볼 수밖에 없다. 소수의 영상기자들은 파업 초기, 양 기자회(MBC에는 취재기자들 조직인 기자회와, 영상기자들 조직인 영상기자회가 있다)의 제작거부를 이끌어낸 도화선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파업기간 내내 작지만 강한 단결력으로 줄기차게 사측을 압박하고 괴롭혀왔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당연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때문에 파업 돌입 이후 영상취재부문은 가장 확실하게 회사의 보복 직격탄을 맞아왔다. (나중에 전 부문으로 확대되긴 했지만) 대체인력을 가장 먼저 도입한 직종은 영상취재 영역이었고, 해외 특파원은 조기 송환된 것도 모자라 대기발령에 처해졌다. 임원들은 ‘값싼 인력이 시장에 널려있다’는 말로 영상기자들의 자존감을 흠집내려했으며, 결국 파업에서 복귀하자마자 조직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영상에 대해 비전문가인 부장 밑에서, 보도 영상에 대한 격론은 사라졌고 뉴스는 가벼워졌다. 진실의 순간들이 사라진 자리에 온갖 자료화면들만 덕지덕지 넘쳐났다. 무의식에도 작용하는 이미지의 특성상 뉴스영상은 철저히 선별되고 훈련되어야 하지만, 사라진 조직의 남겨진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국민의 눈이라 자부했지만 이를 가능케 했던 혹독한 수련공간이 이제는 없어진 상황이고, 때문에 소명의식이 희미해져가는 악순환이 점차 시작되고 있다. 한 때 뉴스의 품격을 논박했던 보도국엔 무력감과 패배주의가 팽배해가고 있고, 구성원 누구도 원치 않았던 조직개편은 이렇듯 MBC뉴스를 조금씩 망가뜨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영상기자 잔혹사 과정에서, 우리는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비통했지만 의연했다. 공정방송이란 대의명분 앞에 부끄럽지 않았음을 뿌듯해 했고, 사측의 탄압이 이를 방증해주는 것 같아 일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몸으로 지켜내고 있는 서로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비록 현재는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지만, 상처에 새살이 돋듯 건강한 조직으로 다시 설 수 있다는 확신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바탕이 되었다.
또한, 기자들 간의 연대의식을 확인한 것도 아주 커다란 수확이다. 뉴스제작 현장에서 취재기자와 영상기자는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부딪히면서 MBC뉴스의 힘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무엇이 나은 뉴스인지에 대한 난상토론이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170여일의 싸움을 같이 해오며, 그리고 파업 복귀 후 현장에서의 고초(?)를 같이 겪으며, 우리는 서로의 같은 목표점을 확인해서 기뻤고 신뢰를 공유했다. 뉴스가 무너져가는 상황을 좌시 않겠다는 동료들의 분노와 투지는, 우리가 무너질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이자 버팀목이 되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지금의 이 연대감은 앞으로 수십년간 MBC 뉴스를 먹여살릴 확실한 에너지이자 날카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시청자의 절실함과 그에 비례한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최근의 MBC 상황이 걱정스러운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에서는 비록 줄기차게 싸우고 있다지만, 결국 드러나는 MBC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우리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들이 거두어지는 게 두렵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고, 사랑이 큰 만큼 증오도 쉽다는 진리 앞에 우리는 끊임없이 불안하다.
하지만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은 아직 미완이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완성의 순간이 이제 목전에 다가왔다. 그래서 뻔뻔함을 무릅쓰고 부탁을 드리게 된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라고…. 공정한 방송, 진실된 언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카메라를 들게 될 그 순간, 지금의 시련 역시 추억이 아니겠냐고 웃어넘기는 진짜 MBC를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익명의 MBC 카메라 기자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배스킨라빈스 '시끌시끌', 무슨 일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6일자 기사 '배스킨라빈스 '시끌시끌', 무슨 일이?'를 퍼왔습니다.
서희산업노조 "BR코리아가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야"

"아이스크림은 냉동크림보다는 생크림이 더 들어가야 맛있어요. 확실히 맛이 다르거든요. 오래 일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미묘한 차이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향이 잘못 들어갔는지, 배합을 잘못했는지도 맛으로 알 수 있죠."

13년째 전국의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에 공급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왔던 김도열 씨(45)는 "아이스크림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면서 "모든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수기 잔업이 한창이어야 할 25일, 김 씨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공장 대신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앞에 섰다. 파업 78일차를 맞은 그는 "다시 공장에 들어간다면 최고의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BR코리아 작업복 입지만, 멸시받아…"

▲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일인시위하는 서희산업노조 조합원. ⓒ프레시안(김윤나영)
"TV에서 배스킨라빈스 광고만 나와도 즐거웠다"는 김 씨는 원래 BR코리아(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운영업체) 정규직이었다. 그러다 BR코리아가 매출액 1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장하던 2001년, 정규직이었던 생산직 노동자들이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김 씨를 비롯한 동료들은 BR코리아에서 분사한 서희산업(전 국제산업) 소속이 됐다. "그땐 우리가 순진했어요. 회사 이름만 바뀌니 (처우는) 걱정하지 말라던 말을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BR코리아는 소속 정규직 생산직원이 0명인 공장이 됐다.


노동자들은 하청 소속이 된 이후로 줄어든 임금보다 서러운 것은 차별과 멸시라고 입을 모았다. 14년차 노동자인 김종구(43) 씨는 "예전에는 원청에서 파견 나온 직원과도 한 식구라는 유대감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벌어졌다"고 말했다.


"원청 직원도 원래는 같은 BR코리아 출신이었잖아요. 그래서 생산직이 하청으로 전환됐을 초반까지만 해도 (서희산업으로 파견 나온) 원청 직원과 한 식구 한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청 직원이 시간이 지날수록 반말에 명령조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라고…."


김종구 씨는 "2010년까지는 원청이 작업복을 지급했는데, 노조가 생기면서부터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희산업이 작업복을 지급한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우리가 입는 작업복에는 BR코리아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서희산업의 막내급 노동자인 김승희(28) 씨는 "은행에 가도 서희산업이라고 하면 대출한도가 300만 원인데, BR코리아라고 하면 2000만 원"이라며 "어디를 가든지 서희산업은 모른다. 소개팅하면 배스킨라빈스에 다닌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접 고용한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010년 4월 서희산업 노동자 83여 명(BR코리아 정규직 입사자 23명)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 산하에 노조를 만들었다. 2년 뒤인 지난 4월 17일 BR코리아와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서희산업 직원의 비알코리아로의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적혔다.


그러나 열흘 동안 BR코리아는 "5년 뒤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직접고용에 대해 재논의하자"고 밝혔다. 열흘 뒤인 지난 5월 8일, 서희산업은 직장 폐쇄에 돌입했다. 이튿날 노조도 파업에 들어갔다.


1993년에 BR코리아에 입사했다가 2004년 서희산업으로 소속이 바뀐 김경옥(50) 씨는 "합의서를 썼을 때는 다들 회사 말을 믿고 기뻐서 부둥켜안고 울었다"면서 "열흘 동안 바보같이 일도 열심히 했다. 알고 보니 그 열흘 동안 회사는 대체인력을 구했다. 또 속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장하나·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중재와 압박으로 지난 23일과 25일에는 교섭이 재개됐으나, 전원 정규직화를 둘러싼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BR코리아가 불법파견" VS "회사의 독자적 업무지시"


직접 고용의 근거로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는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더 나아가 "BR코리아와 서희산업은 한 회사나 다름없다"며 "BR코리아 총무팀 차장이 서희산업 사장을 지냈고, 노동자 다수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희산업 사장이 면접을 본 후 BR코리아가 최종면접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준 표창장. ⓒ화학노련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김승희 씨는 "내가 일하는 팀의 4개 부서에서 서희산업 담당 관리자는 없고, BR코리아 직원 4명이 파견돼 모든 작업지시를 내렸다"면서 "하다못해 BR코리아 직원은 청소까지 지시했고 서희산업은 월급만 줬다"고 말했다. 김도열 씨는 "제품에 잘못이 생기면 서희산업이 아니라 BR코리아에 보고했고, 그에 따른 지침도 BR코리아가 내렸다"고 했다.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BR코리아 관계자는 "BR코리아는 품질관리나 신제품기술지도만 했지, 생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서희산업은 설립 당시 아웃소싱 독립법인으로 BR코리아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BR코리아와는 전혀 다른 회사"라고 반박했다. 사장이 원청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희산업 사장은 안정적인 생산관리를 위해 2001년 생산직원과 마찬가지로 BR코리아를 퇴사하고 도급사로 전직했다"며 "설립 4년 차에 국제산업을 인수해 서희산업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나, 이 역시 도급사의 독자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R코리아는 서희산업 직원의 소속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속 전환을 원한다면 노조가 고용노동부에 건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의 고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BR코리아 관계자들을 불러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김윤나영 기자

배스킨라빈스 '시끌시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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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산업노조 "BR코리아가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야"

"아이스크림은 냉동크림보다는 생크림이 더 들어가야 맛있어요. 확실히 맛이 다르거든요. 오래 일하다 보니 이제는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미묘한 차이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향이 잘못 들어갔는지, 배합을 잘못했는지도 맛으로 알 수 있죠."

13년째 전국의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에 공급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왔던 김도열 씨(45)는 "아이스크림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면서 "모든 아이스크림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성수기 잔업이 한창이어야 할 25일, 김 씨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공장 대신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앞에 섰다. 파업 78일차를 맞은 그는 "다시 공장에 들어간다면 최고의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BR코리아 작업복 입지만, 멸시받아…"

▲ BR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일인시위하는 서희산업노조 조합원. ⓒ프레시안(김윤나영)
"TV에서 배스킨라빈스 광고만 나와도 즐거웠다"는 김 씨는 원래 BR코리아(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운영업체) 정규직이었다. 그러다 BR코리아가 매출액 1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장하던 2001년, 정규직이었던 생산직 노동자들이 외주화되기 시작했다. 김 씨를 비롯한 동료들은 BR코리아에서 분사한 서희산업(전 국제산업) 소속이 됐다. "그땐 우리가 순진했어요. 회사 이름만 바뀌니 (처우는) 걱정하지 말라던 말을 믿었으니까요." 그렇게 BR코리아는 소속 정규직 생산직원이 0명인 공장이 됐다.


노동자들은 하청 소속이 된 이후로 줄어든 임금보다 서러운 것은 차별과 멸시라고 입을 모았다. 14년차 노동자인 김종구(43) 씨는 "예전에는 원청에서 파견 나온 직원과도 한 식구라는 유대감이 있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간극은 벌어졌다"고 말했다.


"원청 직원도 원래는 같은 BR코리아 출신이었잖아요. 그래서 생산직이 하청으로 전환됐을 초반까지만 해도 (서희산업으로 파견 나온) 원청 직원과 한 식구 한 가족이라는 유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청 직원이 시간이 지날수록 반말에 명령조로 말하기 시작했어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라고…."


김종구 씨는 "2010년까지는 원청이 작업복을 지급했는데, 노조가 생기면서부터는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희산업이 작업복을 지급한다"면서 "하지만 지금도 우리가 입는 작업복에는 BR코리아라고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서희산업의 막내급 노동자인 김승희(28) 씨는 "은행에 가도 서희산업이라고 하면 대출한도가 300만 원인데, BR코리아라고 하면 2000만 원"이라며 "어디를 가든지 서희산업은 모른다. 소개팅하면 배스킨라빈스에 다닌다고 한다"고 말했다.


"직접 고용한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010년 4월 서희산업 노동자 83여 명(BR코리아 정규직 입사자 23명)은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 산하에 노조를 만들었다. 2년 뒤인 지난 4월 17일 BR코리아와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서희산업 직원의 비알코리아로의 소속 전환을 추진한다. 단 직접고용 시기와 방법은 10일 이내에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적혔다.


그러나 열흘 동안 BR코리아는 "5년 뒤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직접고용에 대해 재논의하자"고 밝혔다. 열흘 뒤인 지난 5월 8일, 서희산업은 직장 폐쇄에 돌입했다. 이튿날 노조도 파업에 들어갔다.


1993년에 BR코리아에 입사했다가 2004년 서희산업으로 소속이 바뀐 김경옥(50) 씨는 "합의서를 썼을 때는 다들 회사 말을 믿고 기뻐서 부둥켜안고 울었다"면서 "열흘 동안 바보같이 일도 열심히 했다. 알고 보니 그 열흘 동안 회사는 대체인력을 구했다. 또 속았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장하나·한정애 민주당 의원의 중재와 압박으로 지난 23일과 25일에는 교섭이 재개됐으나, 전원 정규직화를 둘러싼 입장은 팽팽하게 갈렸다.


"BR코리아가 불법파견" VS "회사의 독자적 업무지시"


직접 고용의 근거로 서희산업 노조는 "BR코리아는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했다"며 이는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더 나아가 "BR코리아와 서희산업은 한 회사나 다름없다"며 "BR코리아 총무팀 차장이 서희산업 사장을 지냈고, 노동자 다수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희산업 사장이 면접을 본 후 BR코리아가 최종면접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 BR코리아가 서희산업 노동자에게 준 표창장. ⓒ화학노련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김승희 씨는 "내가 일하는 팀의 4개 부서에서 서희산업 담당 관리자는 없고, BR코리아 직원 4명이 파견돼 모든 작업지시를 내렸다"면서 "하다못해 BR코리아 직원은 청소까지 지시했고 서희산업은 월급만 줬다"고 말했다. 김도열 씨는 "제품에 잘못이 생기면 서희산업이 아니라 BR코리아에 보고했고, 그에 따른 지침도 BR코리아가 내렸다"고 했다.

불법 파견 논란에 대해 BR코리아 관계자는 "BR코리아는 품질관리나 신제품기술지도만 했지, 생산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서희산업은 설립 당시 아웃소싱 독립법인으로 BR코리아에서 갈라져 나온 만큼 BR코리아와는 전혀 다른 회사"라고 반박했다. 사장이 원청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희산업 사장은 안정적인 생산관리를 위해 2001년 생산직원과 마찬가지로 BR코리아를 퇴사하고 도급사로 전직했다"며 "설립 4년 차에 국제산업을 인수해 서희산업으로 회사이름을 바꾸고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나, 이 역시 도급사의 독자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BR코리아는 서희산업 직원의 소속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속 전환을 원한다면 노조가 고용노동부에 건 고발을 취하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노총 전국화학노조연맹의 고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BR코리아 관계자들을 불러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7월 20일 금요일

"가난이 죄인 나라,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19일자 기사 '"가난이 죄인 나라, 우린 갈 곳이 없습니다"'를 퍼왔습니다.
[삭제된 역사, 포이동·①] 포이동, 되풀이되는 용산의 비극

강제 이주 이후 30년 간 행정의 폭력에 유린당한 포이동의 역사는 지금 삭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산 자들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이 나라는 그들의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혜정  (삶이 보이는 창)편집위원이 30년에 걸친 포이동 주민의 이야기를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착취당한 그들의 노동, 그리고 인권에 대해 되짚어본다.(편집자)

'삭제되어야만' 하는 가난한 이들의 역사

영화 은 '불법'이라는 단어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난이 죄가 되는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은 누구나 불법한 누군가가 될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두 개의 진실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구조다. 권력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진실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은폐하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뒤바꿔놓는다. 이렇게 또 하나의 진실이 '마련되는' 동안 권력의 바깥에 선 사람들은 명백한 불의 앞에서도 서럽도록 무력해진다. 영화는 관객이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목도하게 한다. 국가권력이 비호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것을. 이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힘을 가진다. 은 이 권력의 구조를 정확히 보아야 한다고,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자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권력의 작동은 포이동 266번지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박정희 때는 '재건대'라는 이름으로, 전두환 때는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행정에 의해 30년 간 관리, 착취당했던 그들의 역사는 지금 삭제될 위기에 처했다. 그들의 30년 삶에 대해 서울시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으니 그들의 삶을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선 산 자들의 증언은 증거가 될 수 없다. 그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우리는 그것을 용산 참사를 통해 이미 한번 확인했다.

▲포이동의 한 판자집. ⓒ이혜정

박원순 시장, 지키지 않을 약속 왜 했나?

지난 달 8일,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25기 추모제 행사에는 박원순 시장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이 끝난 후 한 대학생이 '재건마을'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박원순 시장은 "구룡마을이나 포이동 같은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냐"라고 되물었다. 구룡마을은 포이동과 마을 형성 배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건마을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는데도 그렇게 답한 것이다. 포이동은 재건대 대원('재건대'가 이후 '자활근로대'로 명칭이 바뀜)들이 강제이주를 당해 이루어진 마을이기 때문에 재건마을로 불린다. 포이동에서 공부방 교사로 활동했던 그 학생은 "박원순 시장이 포이동의 역사적 배경이나 자세한 사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1일, 박원순 후보에게 보낸 서면인터뷰에 대한 답변에서 그는 너무도 겸손한 태도로 "이제라도 시장으로 출마해 찾아뵐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겠다" 했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조금 더 많은 곳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전히 힘겹게 소외되어 사시는 분들을 보듬고 함께 아픔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이제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선거 기간 중 뻔한 방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30여 년간 지역을 지켜 오시고 삶의 터전을 일궈 오신 분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풀기 위해 진정성을 가진 방문을 하겠습니다."

당시 박원순 후보는 포이동 주민들의 상처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 동안 상처 받아오신 시간들이 어떻게 위로되어야 할 지 저 또한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풀어나가겠습니다."

포이동 주민들은 그의 말에 희망을 품었고,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 함께 했다.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통해 마침내 그는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시장실을 독특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꾸미는 시장,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시장, 반값 등록금 납부를 실현시키겠다는 시장,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시장의 기사가 연일 메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포이동에 관한 기사는 뜨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후보시절에도, 시장이 되고 난 이후에도 포이동을 찾지 않았다. 포이동의 사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특별강연 당시 질문을 했던 대학생도, 포이동 주민들도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서울시장 바뀌고 두 배로 늘어난 토지 변상금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 중인 박원순 시장이 유독 포이동만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이동 옆 구룡마을은 수차례 다녀간 시장이 왜 유독 포이동은 그냥 지나치고 있을까. 박원순 시장이 새누리당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박정재 민철연(민중 주거 생활권 쟁취를 위한 철거민 연합) 연대사업국장은 "한 마디로 여기 땅 값이 비싸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도 있지만 새누리당 표적이 되어있는 지역이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올해 토지 변상금이 두 배가량 늘었다면서 "아예 내쫓을 생각이 아니면 이렇게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주택과 담당 김중철 팀장은 "그건 오해"라고 못 박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지 "가산금이 붙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로 선뜻 나설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인 토지 변상금에 대한 답이었다. 작년까지 25억 원이었던 토지 변상금은 올해 47억 원으로 늘어났다. 여름도 다 지나지 않았는데 빚 22억 원이 더 늘어났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올해 본세가 29억 원이고 가산금이 18억 원"이라고 정리해주었다. 납기 내에 내지 않아 가산금이 18억 원이나 붙었다는 이야기다.

재산은 모조리 가압류 당한 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김 팀장에게 변상금 면제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공영개발안에 주민들이 합의하면 그제야 변상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개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민들에게 수십 억 원의 변상금을 물리고 있는 강남구청과 이를 묵인하는 서울시의 행정은 오세훈 때나 박원순 때나 달라진 것이 없다.

주민들의 생계를 잇던 고물상들도 전부 다른 지역으로 쫓겨났다. 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변상금을 추가 부과하겠다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 조철순 전 위원장이 운영하던 고물상은 작년 11월 30일까지 나가라고 통보가 왔다. 그런데 그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단다. 그래서 한 차 분량은 내일 옮기겠다고 강남구청에 이야기를 했고, 다음 날 오전 이사를 마쳤다. 그런데 반나절 늦게 나갔다고 변상금 3억4000만 원이 부과됐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주택과 김 팀장은 "하자(문제) 없다"고 답했다.

"협의각서를 제출했다든가 구청에 협조했으면, 서로 대화가 잘 되고 했으면 그런 문제가 없었을 것 아니에요."

사람과 삶에 포이동 주민들은 없다

30년 전 강제이주를 당해 곡절의 역사를 살아온 박동식 씨는 말한다.

"고아로 자라난 게 자랑입니까. 강제이주 당해서 자활근로대 생활하면서 온갖 수모 다 당한 게 자랑이겠습니까. 자식들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이 자랑이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백퍼센트 너희들 잘못이다. 너희들 못 배워서 그렇다. 너희들 능력 없어서 그렇다. 너희들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면 안 됩니다. 나라에서 우리를 너무 짓밟았어요. 막연히 우리를 뭘 달라고만 하는 거지새끼처럼만 보지 말고, 나라에서도 잘못한 정책은 잘못했다고 인정해야지요. 그래야 그 같은 과오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고 그러한 역사가 다시 되돌림 되지 않을 것 아닙니까."

그들은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그들이 살아온 역사, 인권유린과 착취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바깥에서는 '투기 목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는데요. 두고 보세요. 내가 여기 점유권을 인정해 달라, 여기 이 땅 우리 땅이니까 달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은 제 얼굴에 침을 뱉으세요. 우리는 그런 거 아닙니다. 여기다가 정든 이곳에 집을 다시 짓고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없어요. 우리는 잘 먹고 잘 살면서 만난사람들이 아니예요. 땅굴 속에 숨어서, 경찰관들 워커 피해서 동냥해서 깡통에다 얻은 밥 먹고 살아온 사이입니다. 내 인생에 가장 어려울 때 같이했던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어려운 시절에 떡 한 쪽이라도 나눠먹으면서 살아 온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이뤄온 공동체예요."

ⓒ이혜정
지금 그들의 30년 공동체를 위협하는 자는 다름 아닌 서울시와 강남구청이다. 서울시의 개발안에 합의해야만 비로소 이 땅의 시민이 되는 나라. 가난하면 제 집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망루에 올라야 하며,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도 가해자, 범죄자가 되는 나라. 또 가난하면 경찰과군인에게 끌려다니며 '자활'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고, 그들의 '할당'을 채우기 위해 범죄자가 되고, 영문도 모른 채 불법 점거자가 되어 쫓겨나는 나라. 이 나라에 '사람'은, 그리고 '삶'은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요즘 '사람'과 '삶'을 말하고 다니며 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배울 만큼 배우고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모여 친환경 식품 사먹고 자녀들은 대안학교 보내는 중산층 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원순 시장이 말하는 '사람'과 '삶'에, 그리고 공동체 속에 포이동이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이라도 포이동 주민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서울시가 애써 많은 돈을 지원하지 않아도 잘 사는 동네가 아니라, 오늘 내일 하며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는 포이동 266번지에 가야 한다. 2009년 용산에서, 그리고 지금 포이동에서 가난의 역사, 비극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용산에서처럼 포이동 주민들의 역사 역시 국가권력에 의해서 삭제당하고 철거당할 위험에 놓여 있다. 박원순 시장은 그 책임의 한복판에 있다.

 /이혜정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