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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4일 화요일

한·미, 신약 등재기간 20일로 단축 합의… 국회 비준 여부 논란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4일자 기사 '한·미, 신약 등재기간 20일로 단축 합의… 국회 비준 여부 논란'을 퍼왔습니다.

ㆍ“‘60일 규정’ 예외 FTA 개정”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연장한 급여기준고시(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행정예고 기간을 60일에서 20일로 되돌리는 데 합의했다.(경향신문 11월7일자 20면 보도) 보건복지부는 “한·미 FTA 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데 합의했을 뿐이어서 별도의 개정 작업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협정 내용을 바꾸는 것이어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3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미국 측과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을 한·미 FTA 발효 이전의 20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행정절차제도와 관련된 한·미 FTA의 국내 이행을 위해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을 20일에서 60일로 늘렸다. 한·미 FTA 5.3조 3항 나호가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의 가격산정·급여 또는 규제 등의 사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제안하는 규정은 의견제출 마감일로부터 60일 이전에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제약업계는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이 늘어나면서 신약을 신속하게 시장에서 팔지 못하게 되자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 제약협회는 지난 10월 무역대표부(USTR)에 보낸 의견서에서 “신약의 한국 시장 접근이 지연되고 있고 한·미 FTA 발효 이전보다 접근성이 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예고 기간을 60일에서 다시 20일로 줄이려면 행정안전부 예규인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해야 한다. 또 한·미 양국이 60일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합의한 것은 한·미 FTA의 개정에도 해당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대내적으로 볼 때 한·미 FTA라는 조약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비준 절차를 밟고 행정예고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책 도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존의 ‘60일 규정’은 그대로 살아 있다. 다만 이 규정은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에는 예외를 적용한 것”이라며 행정절차제도 운영지침을 굳이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60일 이상으로 행정예고 기간을 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은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번 합의를 두고 양국 제약업계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양국의 제약업계는 자신들의 이윤을 침해할 수 있는 규제를 새롭게 도입될 때 적용되는 60일 규정은 유지하면서 급여기준고시 행정예고 기간에는 예외를 두자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2년 6월 6일 수요일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6일자 기사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민변 외교통상위원장

'먹튀' 자본. '탐욕스레 먹고 뻔뻔하게 튄다'는 이 말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맴돌았다. 이런 '먹튀'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 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론스타는 지난달 초 남대문세무서에 경정청구서를 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부과된 양도소득세 3915억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인 것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로부터 3조9156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국세청이 그 금액의 10퍼센트(3915억 원)를 양도소득세로 원천징수하자 론스타가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실소유자는 벨기에에 설립된 LSF-KEB홀딩스(론스타의 자회사로 조세를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였는데, 한국과 벨기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론스타 측의 논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기업의 해외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론스타는 4조 원이 넘는 이익을 냈으면서도 세금은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론스타는 이에 더해 "2000년대 초에 획득한 외환은행과 기타 한국 기업의 최대주주 권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중재를 의뢰하겠다고 (5월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벨기에와 한국 간 투자협약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11월에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따라 한국 정부가 최초로 국제중재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

그동안 많은 우려를 낳았던 ISD가 한국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은 통상 문제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뿐만 아니라 한미FTA의 ISD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송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점을 짚었다.

첫 번째는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표현한 대목이다.

"론스타는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고 2012년에 팔았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외환은행 주식을 필요 이상으로 보유해야 했고 그 때문에판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한미FTA와 연결시키면, 공정-공평대우 문제가 된다. 공정-공평대우의 핵심은 투자자를 법적 불확실성 상태에장기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이 점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공평대우 조항과 관련, 송 변호사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지하철 9호선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9호선 논란 당시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한미FTA에 명시된 ISD 대상 투자 계약 주체는 중앙정부와 외국인 투자자이며, 서울시와 외국인 투자가가 체결한 9호선 투자 계약은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는 미국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ISD 제소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9호선 사태는 아직 해결된 게 아니다. 이건 한미FTA의 공정-공평대우 조항이 얼마나 공공 서비스를 위축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9호선 문제도 민영화, 즉 지하철이라는 공공 서비스 사업권을 민간에 주면서 생겼다. 국제중재에 회부된 많은 사건들은 수도,항만, 하수 처리 같은 공공 서비스 영역에 투자했던 민영화와 관련된 것이고, 이런 판례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공정-공평대우 조항이다.

9호선 문제가 터졌을 때 외교통상부는 '서울시와 관련된 문제이지 한미FTA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교묘하게 말장난을 했다. 왜곡이다. 한미FTA의 본질을 회피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방정부이건 중앙정부이건 간에 (FTA) 협정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민영화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직접 계약한 것만 (FTA에서) 문제가 되며, 따라서 한미FTA 사안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하는 건 한미FTA의 객관적 구조를 국민에게 덮으려는 시도다. 지금까지 국제중재로 간 공공서비스 민영화 사례는 대부분 연방 차원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분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는 론스타 측이 '3915억 원 원천징수가 자의적이고 몰수적인 과세'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송 변호사는 "굉장히 많은 법적 쟁점이 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까지 벨기에 국적의 다른 기업 혹은 벨기에처럼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국가의 기업 중에 론스타처럼 원천징수된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사례가 없었다면 론스타 측에서 '자의적인 과세'라고 주장할 수 있다."

송 변호사와 달리, '론스타 사안은 한미FTA와 무관한 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고 국세청에서 과세한 시기가 한미FTA 발효(3월 15일) 이전이므로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송 변호사는 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한미FTA가 발효되기 전에 론스타가 주식을 모두 팔았으므로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투자자라고 볼 수 없고 제소할 자격도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한미FTA에 규정된 투자의 개념이 폭넓다. 계약상의 권리도 투자로 인정한다. 론스타는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고 주식을 팔았다. 계약에 따르면 론스타는 하나은행으로부터 3915억 원을 포함한 매각 대금 전체를 받을 권리가 있다. 론스타로서는 이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이 어떤 법률에 근거해서 원천징수를 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소급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치가 FTA 발효 전에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그 조치의 효과가 발효 이후에도 적용되느냐 하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3월 15일 이전에 제정된 법률이 투자자 이익을 침해할 경우 '법이 한미FTA 발효 전에 제정됐으므로 한미FTA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론스타, 한국 정부의 약한 고리 치고 들어온 것"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에 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우선 지적한 사항은 비밀주의다.

"론스타가 정부에 보낸 의향서는 단순히 협의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명백하게 국제중재에 걸겠다고 통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처음에 이걸 은폐했다. 이 문제에 관해 처음 나온 보도를 보면 '협의했다'고만 돼 있다. 정부가 ISD와 관련해 제소 위협을 당하는 정식 통지문을 받았는데도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건 큰 문제다. 그동안 '한미FTA, 문제 없다'고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5월 31일 정부에 '론스타가 보낸 국제중재제기의향서 원본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한국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고 봤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론스타에 여러 가지 편법을 제공했다. 이제 론스타가 원천징수된 3915억 원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 정부의 그런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송 변호사는 론스타 보도자료에 나오는 "a series of"란 표현에 주목했다.

"이 법적 용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국제중재에 걸리는 사안은 하나의 행위에 대해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보면 문제가 없지만 각 행위의 일련의(a series of) 과정, 즉 그 일련의 조치들이 종합적으로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 한미FTA도 이를 인정한다."

송 변호사는 이번 론스타 사건을 "국제 금융자본이 과세 조치에 대해, 즉 조세주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지금껏 '조세는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사람들이 (이제)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법조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론스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로펌에 자문했다고 돼 있다(편집자 : 론스타 보도자료에는 "우리는 이 사안을 한국과 세계의 법 전문가와 상의했으며, 설득력 있는 법적클레임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돼 있다). (일부 한국 법률가들이) 'ISD로 걸 수 있다. 승산 있다'고 론스타에 의견을 줬다는 이야기다. 그 자체를 탓할 건 아니지만, 그런 로펌은 적어도 정부의 론스타 관련 대응에서 배제해야 한다. 정부가 구성한 태스크포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송 변호사는 "그간 론스타의 차익 실현을 가능하게 해준 국내 법조계의 역할도 (이번 기회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대한 '예외적 승인' 등을 통해산업자본 논란을 결과적으로 묵인했다"는 비판이다.

"120% 승소 확신? 어려운 싸움 될 것"

국제중재로 갔을 때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5월 31일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의 생각은 달랐다.

"당연히 한국 정부가 승소하길 희망한다. 그렇지만 김석동 위원장처럼 '120% 승소'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다. 국제중재로 가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길게, 그리고 넓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론스타 문제는 (1997년) IMF 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때 만들어진 틀이 계속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참고로) 론스타 보도자료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한국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내용이다.

성취도 일부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근본적인 한계의 뿌리는 경제가 금융자본주의화한 데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가 금융자본의 이익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구조로 갔고, 그것이 론스타 사건으로 불거진 것이다.

국민경제가 금융자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민주주의가 금융자본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정말 큰 숙제다. 지난 10년간 누가 론스타에 예외적 승인을 허용했고 론스타 정책을 누가 결정했는지, 그리고 한국의 이른바 모피아, 김앤장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또 다른 론스타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신빈곤 현상이 왜 생기는지, 반(反)빈곤을 어떻게 이뤄가야 할 것인지를 론스타 대응과연계해서 봐야 한다.

한미FTA는 갈수록 그 효과가 커질 것이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세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 정책이 ISD에 의해 제약받는 현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ISD 폐기는 국민 일반의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한미FTA를 잘 모른다"

송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권도 질타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미FTA를 최종적으로 통과시켜 살아 숨 쉬게 한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혜 의원은 한미FTA를 잘 모른다. ISD가 논란이 됐던 시기에 박근혜 의원은 '이건 그냥 다 하는 것 아니냐. 보편적 규범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편집자 :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ISD는 국제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이고, 또 표준약관 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ISD가 있거나 없거나 (…) 통상협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에 의해 한미FTA 국회 비준이 강행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만약 박 의원이 'ISD 문제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면 한미FTA는 비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SD에 대한 박 의원의 판단은 대단히 안이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 비준을 강행한 정부와 여당이 협정 발효 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발효 후 4월에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5월 들어 수출 총액 자체가 줄었다. 정부는 한미FTA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그런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는 기껏해야 왜 체리 값 안 떨어지느냐는 수준이었다. 

한미FTA로 관세 수입이 줄었다. 국가 재정의 확실한 손실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 가령 한미FTA로 인해 관세 수입이 1000억 원 줄었는데, 체리나 와인 같은 제품의 수입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건 국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관세를 미국의 수출업자, 한국의 수입업자 호주머니에 집어넣어준 격이다. 이렇게 국가 재정 손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인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은) 책임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 일각에서 "한때는 관성적으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다가 이제는 냉탕과 온탕을오가는 정략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손해'라는 식으로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의 원칙은 유지하되, 발효에 따라 새로운 이해관계와 새로운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덕련 기자,이대희 기자

2012년 4월 29일 일요일

박주선 의원, '대법원도 ISD 우려' 문건 받아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7일자 기사 '박주선 의원, '대법원도 ISD 우려' 문건 받아내'를 퍼왔습니다.
대법원 "ISD 검토의견 보관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하다 6개월 만에 제출

대법원이 26일 공개한 '한미FTA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와 관련한 검토의견' 문건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6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대법원은 이날 오후 4시 20분께 법조출입기자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 제소제도(ISD)'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극심한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 등을 담아 작성한 8쪽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그런데 박주선 의원실 한상범 비서관은 27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대법원이 이 의견서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처럼 보도됐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며 "이 의견서는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당시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대법원이 작성했지만, 지난 5년간 일체 공개하지 않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서관은 "한미FTA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 온 박주선 의원이 작년 12월 이후 수차례 법원행정처에 '국제투장분쟁 관련 의견제출 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가 그동안 거부해 오다가 지난 4월 25일 박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고, 이것이 26일 언론에 보도되자 대법원이 (마지못해)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비서관이 기자에게 보내온 '박주선 의원의 요구자료'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서를 보면 사실로 드러난다. 박 의원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 "법무부는 한미FTA 협상 당시 ISD제도와 관련해 '국제투자분쟁 분야 대응방안' 등을 2차례 이상 작성한 바 있다"며 "한미FTA 협상 당시 법원에서 ISD제도와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지 여부, 있다면 해당 논의의 경과 및 보고서 사본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박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3개월이 지난 3월 22일 "2006년경 한미FTA 협상 당시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ISD제도 등에 관해 문건을 작성 제출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당시 법무부에 제출한 문서의 사본은 시간의 경과, 주무부서의 변경 등으로 인해 보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문서 보존기간(6년 이상)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해, 법원행정처가 '법원기록물관리규칙' 위반 지적까지 받게 되자 대법원이 뒤늦게 떠밀려 문건을 공개한 것이라는 게 박주선 의원실의 설명이다. 한편, 박주선 의원은 "2007년 한미FTA 협상 당시 대법원의 검토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지난해 12월 현직 판사 166명이 한미FTA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또다시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며 "오는 6월로 예정된 ISD 개정협상에서는 대법원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신종철 (sjc017)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미국서 광우병 발생...'수입확대' 약속 어떡하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5일자 기사 '미국서 광우병 발생...'수입확대' 약속 어떡하나'를 퍼왔습니다.
24일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소 확인...미 농무부 "걱정할 필요 없다"

▲ 24일자 <허핑턴포스트>.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 소가 확인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 <허핑턴포스트> 갈무리

24일(미국현지시각) 오후, 미 농무부의 존 클리포드 수석 수의사는 캘리포니아 주의 젖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에 처음으로 광우병이 발견됐으며, 이번이 네 번째이다.

클리포드는 이날 오후 미 농무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소가 식용을 위한 쇠고기 생산라인으로 유입되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쇠고기와 유제품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세계보건기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우유를 통해 광우병 병원체에 전염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우유는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다수의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는 또한 "이 동물과 관련해서 정말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건강이 보호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나는 '않을 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않을 것이다(should not)'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고 는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문제의 젖소가 "변형된" 형태의 광우병에 전염됐으며, 그 사체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 당국의 감독하에 이 주의 축산 처리 작업장에 보관 중이나 곧 파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미 농무부의 말을 빌어, 이 젖소가 오염된 사료를 먹어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클리포드는 "이 작업장이 식용을 위한 도축을 위해 사용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식용 또는 인간의 건강에 어떠한 위해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는 또한 문제의 젖소가 병에 걸리거나 아픈 동물을 처리하여 비누나 풀 등을 만드는 처리장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경고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언론들은 전했다.

현재 미 농무부는 광우병에 감염된 젖소의 정확한 생육 과정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농무부는 또한 국제수역사무국(OIE)을 비롯한 미국의 무역대상국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미 농무부 "비누 등 만드는 처리장서 발견...인간 건강에 위해 없다"


▲ 24일, 미 농무부가 발표한 성명서. ⓒ 미 농무부 누리집 갈무리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는 소문은 시카고 선물 시장에서 이미 돌기 시작했다고 는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러한 소문 때문에 육우 선물 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 소문을 확인하려는 기자들에게 미 농무부 대변인은 그에 대한 언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또한 농무부가 미 언론사에 이날 오후 3시(동부시각기준)까지 농무부의 성명서 내용에 대한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이번 (광우병으로) 확인된 사건으로 인해 쇠고기 시장이 입을 가장 큰 위험은 일본과 한국 등지의 대다수의 쇠고기 소비자들이 일시적인 금지를 요구하게 될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문제의 동물이 식품 생산 라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러한 금지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이번 광우병 사건을 풀이했다.

지난 3월 9일, 미국 정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쇠고기에 대한 수입 규정을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으로 완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제수역사무국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쇠고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연령, 부위에 제한을 두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이전에 광우병이 발생했었던 지역에서도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의 수입 조건을 완화시킴으로써 반대급부로 이들 시장으로 미국 쇠고기의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3월 15일 미 통상 무역 전문지인 는 클리포드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미국의 협상력을 높혀 다른 나라의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사도 3월 초에 있었던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만의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미 무역 대표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증언했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쇠고기 추가 개방 협의 약속한 한국, MB정부의 선택은?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008년 5월 30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제23차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고시 철회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작년 10월, 미 의회 전문지인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후 6개월 안에 미국 정부가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몬타나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맥스 바커스가, "한국 시장에 미국산 쇠고기의 모든 연령과 부위의 수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전했다.

같은 해 12월, 당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2008년 한미소고기프로토콜('미국산 소고기 및 소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을 지칭)에 따라 한국 시장 추가 개방을 위한 협의를 요구하면 한국 정부는 일단 한미FTA가 발효된 후에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 관한 협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관련기사 : ).

현재 미국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나 30개월 미만의 뇌, 척수, 머리뼈 등의 특정위험물질(SRM)은 한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2008년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한국은 의무적으로 모든 월령대의 미국 소고기를 수입해야 했지만, 한국인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수입위생조건에는 '30개월령 미만 소고기만 수입한다'는 상업적 양해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양국 정부는 향후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가 형성되면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여부를 협의할 수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유경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3일자 사설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를 퍼왔습니다.
야 5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그동안 한·미FTA를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어제 비준 무효화를 선언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그제 한나라당이 한·미FTA라는 국가 간 중대 조약의 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폭거로서, 야권과 시민사회가 비준 무효화를 위해 즉각 나선 것은 정당한 행동이다.

한·미FTA 비준이 무효화돼야 하는 이유는 날치기 비준 처리로 인한 의회민주주의 파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FTA는 2006년 6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밀실 협상’과 ‘졸속 대응’으로 일관한 보기드문 조약이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는 철저히 배제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갈린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었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 처리는 절차적 정당성이 실종된 한·미FTA의 예고된 수순이다

절차적 정당성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미FTA 그 자체에 있다. 한·미FTA는 단순히 교역을 늘리기 위한 협정이 아니라 우리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미국화’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효과는 정부 주장보다 더 작을 수도 있고, 반대 진영의 주장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우리가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이식될 신자유주의, 즉 미국식 시장 자본주의가 초래할 병폐다.
규제 완화와 시장자율, 기업 제일주의와 개방을 통한 무한경쟁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양극화의 문제는 이미 세계의 고민거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부작용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화=선진화’라는 맹목적 인식에 사로잡혀 한·미FTA를 ‘절대선(善)’으로 떠받들고 밀어붙이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한·미FTA의 불합리·불평등 조항들은 국내법과 제도를 비롯한 경제·사회 체질을 미국화하는 도구다. 미국 법령과 협정이 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하지만, 협정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은 모두 무효가 되는 현실이 그 하나의 사례다. FTA를 위해 14개 법을 뜯어고쳤다. 사법주권 침해 우려뿐이 아니다.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갈수록 정부의 역할, 정책의 공공성이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취약산업을 보호할 국가정책을 위협한다. 정부는 이미 FTA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중소상인보호를 위한 유통법·상생법을 반대한 바 있다. 한번 개방하면 그 폭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 장치 등도 업종간·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 농어민·중소상인 등 개방 파고에 휩쓸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활동이나 공공정책의 자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돈으로 피해보상하고 넘어가는 ‘사실상 농업 포기’는 또 다른 문제다.

4년 넘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끝내 독소조항 한 군데 손대지 못한 채 날치기로 비준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제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며 한·미FTA 비준으로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날치기 비준은 끝이 아니다. 무효화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23일자 사설 '[사설] FTA 피해도 제대로 모른 채 무슨 대책인가'를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앞서 외교통상부도 대변인 성명에서 “정부는 피해 우려 분야에 대한 보완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시행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동의에 이어 국내 후속 대책마저 졸속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잠정적 목표로 잡은 협정 발효일은 내년 1월1일이다. 협정이 이대로 발효되면 당장 농어민과 소상공인,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제약업계가 타격을 받게 된다. 2007년 6월 말 두 나라 정부가 협상 종료와 함께 체결을 선언할 때부터 예고된 충격이다. 그러나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피해대책은 막연하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부의 국내 보완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는 농어민 지원대책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8월에 정부가 발표한 지원대책은 10년 동안 2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피해 농민을 구제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이는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발효 때 만든 대책을 2007년 참여정부에서 한-미 협정 체결 때 재탕하고, 이명박 정부가 다시 ‘삼탕’한 것일 뿐이다. 심지어 박정희 정권 때부터 해온 농업육성 사업까지 협정 피해 대책으로 포장한 경우도 있다. 이러니 큰 충격을 코앞에 둔 농민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 위로는커녕 절망감만 느끼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회 비준동의를 밀어붙이는 데 급급해 정확한 국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대효과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부풀리고 불 보듯 뻔한 피해는 되도록 줄여 여론을 호도해왔다. 한-미 협정에 대한 과장 논리의 압권은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자주 거론하고 일부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는 ‘경제영토 확장론’이다. 역사의식과 현실 인식 능력이 지극히 의심스런 논리다. 경제강국들과 무분별하게 경제통합을 추진하다 파국을 맞은 사례가 세계 곳곳에 널려 있는데도 어떻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대격변기를 맞아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지금 정부의 모습이 그렇다.

[사설]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3일자 사설 '[사설] 국민의 힘으로 ‘FTA 날치기’ 무효화시켜야'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이후 정부여당의 발걸음에 신바람이 묻어난다.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고 나면 곧바로 내년 1월1일 발효를 목표로 미국과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다.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날치기 통과 와중에 터진 최루탄에 일제히 비판의 화살을 집중하며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루탄은 결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최루가스로 흘린 눈물은 한순간의 가짜 눈물이지만 앞으로 농어민, 축산업자, 소상공인 등의 눈에서는 진짜 피눈물이 흘러나올 형편이다. 국회의원들은 손수건으로 최루탄 가스의 고통을 비켜갈 수 있었지만,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손수건 따위로 막을 수준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날치기 처리로 끝일 수 없으며 끝나서도 안 되는 이유다.
더욱이 국가의 이익이 걸린 외국과의 중대한 조약을 이처럼 날치기로 통과시킨 예는 과거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여당은 1999년 한-일 어업협정 비준안 강행통과를 예로 들고 있으나 국민의 삶과 나라의 경제체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을 사안의 중대성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날치기 처리의 정당성을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청와대 쪽은 “비준 발효 이후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재협상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마치 큰 선심이나 쓴다는 투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이제 그런 차원을 떠났다. 어차피 날치기 통과까지 된 이상 에프티에이의 폐기를 포함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지난 역사를 보아도 국민의 힘으로 날치기 통과를 원천무효로 돌린 예가 없지 않았다.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파동이 좋은 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날치기 통과의 심각성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날치기 통과의 무효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걱정하는 ‘거대한 촛불’로 진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경찰이 계속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진압에 나설 경우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날치기 통과된 비준안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두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은 막중하다. 에프티에이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갈팡질팡, 지리멸렬함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이런 실책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과 함께 똑같은 심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