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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1일 수요일

"론스타, 또다시 한국세금 1조원 강탈하려 해"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10일자 기사 '"론스타, 또다시 한국세금 1조원 강탈하려 해"'를 퍼왔습니다.
시민단체들 "금융당국, 론스타 한국탈출 도와주고 손배 당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투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경우 정부가 1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기준 민주통합당 의원과 민교협,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참여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민변 등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가 세금불복을 넘어 다시 대한민국의 세금을 강탈하려 들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과정이 부당하게 지체됐고 매각대금에 대한 세금부과가 부당하다며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 전단계인 이의제기 절차를 개시한 상태다. 

이들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데에는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며 "금융당국은 실정법이 존재함에도 투기자본이자 범죄자인 론스타를 제재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권프리미엄 등의 초과이익을 허락하는 해괴한 결정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론스타는 적어도 2005년부터 일본에 있는 골프장을 매각하기 전인 2011년 12월 초까지 비금융주력자였음이 법원에 의해 밝혀지자 이를 매각하도록 하면서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는 특혜를 줬다"며 "금융당국이 온갖 특혜로 론스타의 한국 탈출을 도왔지만 론스타는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 절차를 개시하면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잘못을 헌법재판소가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자격이 없는 자가 은행을 보유한 것이기 때문에 소송에서 승산이 있고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헌재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최병성 기자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수조원 벌고도 세금 0원 투기자본 위한 지상천국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5일자 기사 '수조원 벌고도 세금 0원투기자본 위한 지상천국'을 퍼왔습니다.


(보물섬)

<보물섬> 니컬러스 색슨 지음, 이유영 옮김/부키·2만원
인구 2만 영국 버진아일랜드
기업 80만개나 등록된 까닭?
투기로 벌어들인 ‘먹튀’ 자본
조세 피하려 ‘역외금융’ 이용

외환은행 인수 매각으로 몇 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차액(투자수익률 239%)을 챙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앞세워 또다시 몇 천억원의 세금을 돌려받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외환은행 매각 주체가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인 ‘LSF-KEB 홀딩스’이고, 벨기에와 한국은 이중과세 방지협정을 맺고 있어 벨기에 법인이 한국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벨기에가 과세권을 갖는다는 게 그 이유다. 벨기에는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나라다. 따라서 론스타는 몇 조원 수익을 올렸으면서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독소조항’ 비판을 받은 투자자-국가 소송제 첫 사건이 되는 셈인데, 국세청이 패소할 수 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영국법인은 지난 3년간 8조5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
영국 저널리스트 니컬러스 색슨의 (보물섬)을 읽어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벨기에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 가운데 한 곳이다. 책에서 ‘역외 세계’ ‘역외 체제’라고도 부르는 조세회피처는 “해외에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금융비밀주의와 조세 혜택 및 여러 법망 회피수단을 고안해서 제공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치외법권지대에 가깝다. 서방 거대자본들이 약탈적 방법으로 긁어모은 거액의 자금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세탁해서 거래하고 은닉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론스타의 주장은 부도덕하고 추악한 것일지라도 합법일 수 있다. 약탈해서 숨겨둔 피묻은 보물 찾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도덕적 판단기준이 약간 모호한 활극을 그린 스티븐슨의 소설 (1883)을 제목으로 따 붙인 것은 그럴듯하다.
(보물섬)은 최근 수십년간 발생한 유의미한 대형 경제적·정치적 사건들 배후에는 이 역외금융체제가 똬리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미국 워싱턴 국제정책센터의 글로벌금융건전성 프로그램에 따르면, 2006년 한 해에만 개발도상국들이 불법 금융거래로 입은 손실액이 약 8500억~1조달러에 이른다. 이 손실 규모는 해마다 18%씩 커가고 있단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 레이먼드 베이커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서구인들은 테이블 위로 1달러를 관대하게 던져 주면서 테이블 밑으로는 불법적인 돈 약 10달러를 빼앗아 오고 있다.”
아프리카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1970~2008년의 약 40년간 빠져나간 불법적 금융자본 총액이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8540억달러, 많게는 1조8000억달러에 이른다고 국제정책센터는 밝혔다. 1967년 서른두 살에 아프리카 자원 부국 가봉의 대통령이 된 오마르 봉고는 2009년 사망할 때까지 통치한 세계 최장기 독재자였고, 아들 알리 봉고가 또 대통령이 됐다. 옛 종주국 프랑스는 소수민족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약했던 봉고가 권력을 잡자 그의 궁전, 그곳과 지하로 연결된 부대에 수백명의 공수부대원을 배치했다. 프랑스 기업들은 지하자원 개발 독점권을 얻었고 거기서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은 자크 시라크의 프랑스 우익 정당 공화국연합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사회당도 일정부분 공모했다. 이 신식민주의적 상황을 가봉의 한 저널리스트는 “프랑스 사람들이 앞문으로 떠나더니 도로 옆문으로 들어왔다”고 요약했다. 2007년에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가 제일 먼저 전화한 외국 리더도 봉고였다.
독점적 특혜 대신 봉고의 장기집권을 보장해준 옛 서방 주군들뿐만 아니라 봉고의 가신·측근들 역시 거액을 빼돌렸다. 1%의 그들은 실은 한 패거리다. 2008년에만 약 18조달러나 되는 돈이 네덜란드 ‘역외법인’들을 거쳐 갔는데, 이는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0배나 된다. 이 역외법인들이 바로 조세피난처다.
그러나 오늘날 최대 조세피난처는 네덜란드가 아니라 영국이고 미국이다. 영국 조세 회피지역의 핵은 수도 런던 중심부인 시티 오브 런던과 그 주변부의 금융서비스업계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전세계 주식거래의 절반, 장외 파생상품 거래의 45%, 글로벌 외환거래의 35%, 국제 주식공모의 55%가 이뤄진다. 미국 뉴욕 맨해튼은 증권화와 보험, 기업 인수합병, 자산관리 등 분야에서 런던보다 규모가 크지만 대부분의 거래가 국내시장 관련이어서 런던이 세계 최대의 국제 금융허브이고 역외금융의 허브, 곧 최대의 조세회피처다. 런던 시티 바로 바깥을 저지·건지·맨과 같은 영국 왕실령 섬들과 케이맨 제도 같은 14곳의 해외영토들이 에워싸고 있고 또 그 바깥에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옛 식민지 금융허브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 영국 조세피난처 전체 집단이 국제 은행권 총자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얼마 전 엘리자베스 여왕의 화려한 재위 60년 기념행사 뒤에 서려 있던 대영제국의 어두운 그림자다. 영국 조세회피집단의 최대 이용자는 미국 자본이다. “앞문으로 떠나더니 도로 옆문으로 들어온” 옛 제국주의 종주국의 대표는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이요 미국인 셈이다.
인구 2만5000명도 안 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는 무려 80만개 넘는 기업이 등록돼 있다. 이용자는 바로 서방 금융투기자본들이다. 파산한 미국 거대 에너지거래 회사 엔론은 881개에 이르는 역외회사를 갖고 있었다. 그중 692개는 케이맨에, 119개는 터크스케이커스에, 43개는 모리셔스에, 나머지 8개는 버뮤다에 있었다. 모두 거미줄처럼 엮인 영국 조세피난처들이다. 시티그룹은 427개, 폭스 뉴스 소유주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152개의 자회사를 조세회피처에 두고 있다. 론스타도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은이는 1%를 위한 이런 약탈적 금융기법이 세계경제를 망치고 결국 그 1%마저도 망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조세피난처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보물섬) 얘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금융자본 100년의 이면사가 읽힌다. 이 분야 전문가인 옮긴이 이유영씨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조세피난처로 자체 분류한 국가나 지역으로부터 수입 통관 때 신고된 금액은 모두 429억달러였으나 실제 대금지급 총액은 1317억달러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차액 889억달러, 103조원, 우리나라 정부 연간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 어디로 빠져나갔단 말인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먹튀’ 론스타 ‘ISD 칼’ 휘두르며 귀환


이글은 한겨레21 2012-06-11일자[제914호] 기사 '‘먹튀’ 론스타 ‘ISD 칼’ 휘두르며 귀환'을 퍼왔습니다.
[경제] ‘양도소득세가 자의적’ ‘매각 승인 늦춰 손해’ 중재의향서 제출… 세금 써 고액 재판 할 판에 정부는 ISD 용어 감추고 ‘협의 요청’ 보도자료

» 론스타가 지난 5월22일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따라 국제중재를 청구하겠다는 내용의 중재의향서를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보냄에 따라 한국의 ‘ISD 1호 사건’이 탄생했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5월2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부당이득 환수 추진을 위한 주주모집’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라는 무기를 들고 론스타가 돌아왔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 5월30일 보도자료를 내어 “한국 정부의 불법적 조처로 손실을 입었다”며 ISD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ISD란 상대국 정부가 투자협정상 의무를 위반해 외국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청구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동의를 앞두고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일어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을 약속한 바로 그 제도다.
“벨기에 법인이므로 한국에 세금 낼 필요 없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실은 두 가지다. 첫째, 국세청이 부과한 양도소득세가 ‘자의적이고 부당하다’는 것. 지난 2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의 주식을 팔아넘기고 3조9156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투자한 원금 2조1549억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 9년간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2조9027억원까지 합치면 투자수익률이 239%에 이르렀다. 이에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로 주식양도가액의 10%인 3915억원을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를 납부한 뒤 나머지 주식대금만 론스타에 건넸다.
하지만 론스타는 한국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외환은행의 매각 주체는 벨기에 법인인 ‘LSF-KEB 홀딩스’인데, 벨기에와 한국은 조세조약(이중과세 방지협정)을 맺고 있어 벨기에 법인이 한국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벨기에가 과세권을 갖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아 론스타는 어디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론스타가 벨기에에 법인을 세워 한국에 우회 투자한 이유다. 론스타는 지난 5월9일 양도소득세 3915억원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서를 국세청에 냈다.
둘째 주장은 2006년 KB금융지주, 2007∼2008년 HSBC에 각각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늦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2007년 9월 론스타는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가격은 주당 1만8045원으로 총 5조9376억원이었다. 하지만 한국 금융 당국이 인수 승인을 1년 가까이 미뤘고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HSBC가 2008년 9월 계약을 철회했다. 지난 2월 하나금융에서 외환은행의 주식 매각대금으로 3조9156억원을 받았으니까 배당소득 등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한국 정부의 늦장 승인 탓에 HSBC에 매각할 기회를 놓쳐 론스타가 2조22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중재의향서를 론스타는 5월22일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보냈다. 한국 정부가 위반했다는 협정은 1976년에 체결하고 2011년 3월에 개정한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이다. 이 협정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도 밟지 않고 발효됐다. 제8조를 보면, ‘투자자-국가 분쟁은 당사자가 서면으로 통보하며 그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절차에 회부된다’고 돼 있다. 론스타의 중재의향서 통보로 한국의 ‘ISD 1호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론스타도 5월30일 보도자료에서 투자협정이 규정한 6개월의 냉각 기간이 끝나는 오는 11월에 중재신청서를 ICSID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만만 론스타, 중재 재판부 구성에 50% 영향력
지난해 그토록 논란이 많았던 ISD 사건이 처음 접수됐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석가탄신일인 지난 5월28일 오후 6시쯤에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전달했다’고만 밝힌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이 보도자료에는 ISD라는 용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ISD를 제기한 이유도 론스타가 이틀 뒤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언론에 알려졌다. ISD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면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곧바로 전문을 공개하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정부와 전혀 다른 대응이다.
론스타는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존 크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한국 및 해외 법률가들과 상의했고, ISD 청구가 설득력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공정한 중재 패널로 구성된 ICSID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정을 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신만만한 이유는 국제중재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더 우호적인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우선 중재인은 법관 같은 ‘공적 신분’이 아니다. 그래서 분쟁 당사자가 각 1명씩 선정하고 의장을 맡을 제3의 중재인만 양쪽이 합의해 뽑는다. 론스타가 중재 사건을 맡을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50%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 법원에서는 절대로 행사할 수 없는 권리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 정부의 조세·금융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재판부의 최소한 절반이 다국적기업의 변호사로 주로 일하며, 미국법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해외 법률가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ICSID에서 중재인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미국인은 지난해 12월까지 144명에 달하지만 한국인은 1명도 없었다.
또한 중재인들은 행정소송을 다루는 한국 법관들처럼 국가정책의 정당성이나 동기를 고려하지 않는다. 상대국 정부의 어떤 조처로 인해 투자자의 자산 가치가 감소했고, 그것이 투자협정 위반이라면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한국 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희박한 론스타의 처지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카드다.
앞서 2004년 12월 서울 강남 스타타워빌딩(강남파이낸스센터) 주식을 매각한 뒤에도 론스타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고 한국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벨기에 법인은 론스타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한-벨기에 조세조약을 적용할 수 없다고 최종 판결했다. 국세청이 론스타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ISD를 통해 뒤집겠다는 게 론스타의 목표다.
승소해도 치를 비용 최소 200만달러
하지만 한국 정부의 처지에서는 패소하면 조세·금융 정책과 대법원 판결이 무력화되고, 승소하더라도 고액의 중재·법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ICSID가 중재인 수당만 하루에 3천달러(약 350만원)로 책정하고 사건이 최소한 2∼3년 진행되는 탓에 중재 비용만 50만~100만달러 필요하다. 여기에다 변호사 선임 비용을 더하면 ISD 관련 법률 비용은 2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미국 기업 포프앤탤벗이 1999년 12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낸 중재 청구에서는 손해배상금이 46만달러에 그쳤지만 사건이 4년이나 진행된 탓에 법률 비용은 760만달러나 들었다.
론스타는 잃을 것 없는, 한국 정부는 잃을 것밖에 없는 ISD 전투가 시작됐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2012년 6월 7일 목요일

‘한·벨기에 투자협정’ 국회 비준 안 받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7일자 기사 '‘한·벨기에 투자협정’ 국회 비준 안 받았다'를 퍼왔습니다.

'간접수용' 없었다면 론스타 주장 근거 약해져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법정에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이 국회 비준도 거치지 않은 채 발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은 한국 법제에선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간접수용’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이다. 간접수용은 정부의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가 몰수 등 직접수용에 상응하는 정도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을 뜻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현재 체결한 86개 투자보장협정 가운데 국회 비준을 거친 것은 한·독 투자보장협정(1964년), 한·일 투자협정(2002년) 등 2개에 불과하다. 헌법은 ‘국회는 (중략)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제60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법제처는 최근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은 직접수용과 간접수용을 다루고 있는데 간접수용 및 보상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정해 국내 법률이 보상규정을 두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간접수용이라는 새로운 입법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하는 조약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체결한 대부분의 투자보장협정은 간접수용과 이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한 근거인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포함한 84개는 “헌법 제60조 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발효됐다. 외교통상부가 헌법을 관행적으로 무시해온 것이다.

만약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간접수용 개념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론스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내세울 수 있는 논리는 빈약해진다. 론스타는 국세청의 과세조치와 금융당국의 지분 매각에 대한 승인 지연이 간접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2년 6월 6일 수요일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6일자 기사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민변 외교통상위원장

'먹튀' 자본. '탐욕스레 먹고 뻔뻔하게 튄다'는 이 말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맴돌았다. 이런 '먹튀'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 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론스타는 지난달 초 남대문세무서에 경정청구서를 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부과된 양도소득세 3915억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인 것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로부터 3조9156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국세청이 그 금액의 10퍼센트(3915억 원)를 양도소득세로 원천징수하자 론스타가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실소유자는 벨기에에 설립된 LSF-KEB홀딩스(론스타의 자회사로 조세를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였는데, 한국과 벨기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론스타 측의 논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기업의 해외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론스타는 4조 원이 넘는 이익을 냈으면서도 세금은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론스타는 이에 더해 "2000년대 초에 획득한 외환은행과 기타 한국 기업의 최대주주 권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중재를 의뢰하겠다고 (5월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벨기에와 한국 간 투자협약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11월에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따라 한국 정부가 최초로 국제중재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

그동안 많은 우려를 낳았던 ISD가 한국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은 통상 문제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뿐만 아니라 한미FTA의 ISD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송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점을 짚었다.

첫 번째는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표현한 대목이다.

"론스타는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고 2012년에 팔았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외환은행 주식을 필요 이상으로 보유해야 했고 그 때문에판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한미FTA와 연결시키면, 공정-공평대우 문제가 된다. 공정-공평대우의 핵심은 투자자를 법적 불확실성 상태에장기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이 점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공평대우 조항과 관련, 송 변호사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지하철 9호선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9호선 논란 당시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한미FTA에 명시된 ISD 대상 투자 계약 주체는 중앙정부와 외국인 투자자이며, 서울시와 외국인 투자가가 체결한 9호선 투자 계약은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는 미국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ISD 제소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9호선 사태는 아직 해결된 게 아니다. 이건 한미FTA의 공정-공평대우 조항이 얼마나 공공 서비스를 위축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9호선 문제도 민영화, 즉 지하철이라는 공공 서비스 사업권을 민간에 주면서 생겼다. 국제중재에 회부된 많은 사건들은 수도,항만, 하수 처리 같은 공공 서비스 영역에 투자했던 민영화와 관련된 것이고, 이런 판례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공정-공평대우 조항이다.

9호선 문제가 터졌을 때 외교통상부는 '서울시와 관련된 문제이지 한미FTA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교묘하게 말장난을 했다. 왜곡이다. 한미FTA의 본질을 회피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방정부이건 중앙정부이건 간에 (FTA) 협정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민영화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직접 계약한 것만 (FTA에서) 문제가 되며, 따라서 한미FTA 사안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하는 건 한미FTA의 객관적 구조를 국민에게 덮으려는 시도다. 지금까지 국제중재로 간 공공서비스 민영화 사례는 대부분 연방 차원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분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는 론스타 측이 '3915억 원 원천징수가 자의적이고 몰수적인 과세'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송 변호사는 "굉장히 많은 법적 쟁점이 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까지 벨기에 국적의 다른 기업 혹은 벨기에처럼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국가의 기업 중에 론스타처럼 원천징수된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사례가 없었다면 론스타 측에서 '자의적인 과세'라고 주장할 수 있다."

송 변호사와 달리, '론스타 사안은 한미FTA와 무관한 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고 국세청에서 과세한 시기가 한미FTA 발효(3월 15일) 이전이므로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송 변호사는 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한미FTA가 발효되기 전에 론스타가 주식을 모두 팔았으므로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투자자라고 볼 수 없고 제소할 자격도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한미FTA에 규정된 투자의 개념이 폭넓다. 계약상의 권리도 투자로 인정한다. 론스타는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고 주식을 팔았다. 계약에 따르면 론스타는 하나은행으로부터 3915억 원을 포함한 매각 대금 전체를 받을 권리가 있다. 론스타로서는 이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이 어떤 법률에 근거해서 원천징수를 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소급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치가 FTA 발효 전에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그 조치의 효과가 발효 이후에도 적용되느냐 하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3월 15일 이전에 제정된 법률이 투자자 이익을 침해할 경우 '법이 한미FTA 발효 전에 제정됐으므로 한미FTA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론스타, 한국 정부의 약한 고리 치고 들어온 것"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에 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우선 지적한 사항은 비밀주의다.

"론스타가 정부에 보낸 의향서는 단순히 협의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명백하게 국제중재에 걸겠다고 통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처음에 이걸 은폐했다. 이 문제에 관해 처음 나온 보도를 보면 '협의했다'고만 돼 있다. 정부가 ISD와 관련해 제소 위협을 당하는 정식 통지문을 받았는데도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건 큰 문제다. 그동안 '한미FTA, 문제 없다'고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5월 31일 정부에 '론스타가 보낸 국제중재제기의향서 원본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한국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고 봤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론스타에 여러 가지 편법을 제공했다. 이제 론스타가 원천징수된 3915억 원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 정부의 그런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송 변호사는 론스타 보도자료에 나오는 "a series of"란 표현에 주목했다.

"이 법적 용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국제중재에 걸리는 사안은 하나의 행위에 대해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보면 문제가 없지만 각 행위의 일련의(a series of) 과정, 즉 그 일련의 조치들이 종합적으로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 한미FTA도 이를 인정한다."

송 변호사는 이번 론스타 사건을 "국제 금융자본이 과세 조치에 대해, 즉 조세주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지금껏 '조세는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사람들이 (이제)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법조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론스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로펌에 자문했다고 돼 있다(편집자 : 론스타 보도자료에는 "우리는 이 사안을 한국과 세계의 법 전문가와 상의했으며, 설득력 있는 법적클레임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돼 있다). (일부 한국 법률가들이) 'ISD로 걸 수 있다. 승산 있다'고 론스타에 의견을 줬다는 이야기다. 그 자체를 탓할 건 아니지만, 그런 로펌은 적어도 정부의 론스타 관련 대응에서 배제해야 한다. 정부가 구성한 태스크포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송 변호사는 "그간 론스타의 차익 실현을 가능하게 해준 국내 법조계의 역할도 (이번 기회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대한 '예외적 승인' 등을 통해산업자본 논란을 결과적으로 묵인했다"는 비판이다.

"120% 승소 확신? 어려운 싸움 될 것"

국제중재로 갔을 때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5월 31일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의 생각은 달랐다.

"당연히 한국 정부가 승소하길 희망한다. 그렇지만 김석동 위원장처럼 '120% 승소'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다. 국제중재로 가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길게, 그리고 넓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론스타 문제는 (1997년) IMF 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때 만들어진 틀이 계속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참고로) 론스타 보도자료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한국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내용이다.

성취도 일부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근본적인 한계의 뿌리는 경제가 금융자본주의화한 데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가 금융자본의 이익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구조로 갔고, 그것이 론스타 사건으로 불거진 것이다.

국민경제가 금융자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민주주의가 금융자본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정말 큰 숙제다. 지난 10년간 누가 론스타에 예외적 승인을 허용했고 론스타 정책을 누가 결정했는지, 그리고 한국의 이른바 모피아, 김앤장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또 다른 론스타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신빈곤 현상이 왜 생기는지, 반(反)빈곤을 어떻게 이뤄가야 할 것인지를 론스타 대응과연계해서 봐야 한다.

한미FTA는 갈수록 그 효과가 커질 것이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세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 정책이 ISD에 의해 제약받는 현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ISD 폐기는 국민 일반의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한미FTA를 잘 모른다"

송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권도 질타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미FTA를 최종적으로 통과시켜 살아 숨 쉬게 한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혜 의원은 한미FTA를 잘 모른다. ISD가 논란이 됐던 시기에 박근혜 의원은 '이건 그냥 다 하는 것 아니냐. 보편적 규범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편집자 :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ISD는 국제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이고, 또 표준약관 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ISD가 있거나 없거나 (…) 통상협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에 의해 한미FTA 국회 비준이 강행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만약 박 의원이 'ISD 문제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면 한미FTA는 비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SD에 대한 박 의원의 판단은 대단히 안이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 비준을 강행한 정부와 여당이 협정 발효 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발효 후 4월에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5월 들어 수출 총액 자체가 줄었다. 정부는 한미FTA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그런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는 기껏해야 왜 체리 값 안 떨어지느냐는 수준이었다. 

한미FTA로 관세 수입이 줄었다. 국가 재정의 확실한 손실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 가령 한미FTA로 인해 관세 수입이 1000억 원 줄었는데, 체리나 와인 같은 제품의 수입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건 국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관세를 미국의 수출업자, 한국의 수입업자 호주머니에 집어넣어준 격이다. 이렇게 국가 재정 손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인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은) 책임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 일각에서 "한때는 관성적으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다가 이제는 냉탕과 온탕을오가는 정략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손해'라는 식으로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의 원칙은 유지하되, 발효에 따라 새로운 이해관계와 새로운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덕련 기자,이대희 기자

2012년 5월 31일 목요일

론스타 “한국 정부에 투자자소송 내겠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31일자 기사 '론스타 “한국 정부에 투자자소송 내겠다”'를 퍼왔습니다.

ㆍ국제중재 의뢰 통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오는 11월 중재절차가 시작될 경우 한국 정부는 처음으로 국제중재 법정에 서게 된다.

론스타는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00년대 초에 획득한 외환은행과 기타 한국 기업의 최대주주 권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중재를 의뢰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이번 중재 통보가 “한국 정부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한국의 금융 및 세금 규제는 수차례의 불법행위로 이어져 론스타 투자자들에게 수십억유로의 피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보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을 2006년 KB금융지주, 2007~2008년 HSBC에 매각하려 했지만 매번 금융당국이 승인을 늦추면서 주식을 제값에 팔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또 국세청의 과세가 자의적이어서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은 “우리는 이 사안을 한국과 세계의 법적 전문가와 상의했으며, 설득력 있는 법적 클레임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소송은 공정한 중재 패널로 구성된,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릴 것이며, 그곳에서 한국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결이 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통보는 중재의 실제적인 개시로부터 최소 6개월 전에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조항을 따른 것이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11월 중재를 청구할 예정이다.

국무총리실은 재정금융팀 산하에 론스타의 중재 통보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TF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법무부, 외교통상부가 참여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2년 5월 30일 수요일

한미FTA '뇌관'들 터진다..론스타.MS, 정부에 소송거나


이글은 민중의소리2012-05-29일자 기사 '한미FTA '뇌관'들 터진다..론스타.MS, 정부에 소송거나'를 퍼왔습니다.
론스타 '과세불복' 협의요청, MS 국방부에 SW불법복제 수백억 배상 요구

지난 3월 15일 발효된 한미FTA의 뇌관이 곳곳에서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국세청에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투자자국가소송제(ISD)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국방부를 상대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수백억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의 자회사인 벨기에 법인 'LSF-KEB홀딩스'는 지난 9일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로 납부한 3915억원 납부가 부당하다며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남대문세무서에 제출했다. 

이어 론스타는 22일에는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과 관련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모순적이고 자의적으로 과세함에 따라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의를 요청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경영주체가 벨기에에 세운 자회사였다는 점과 2008년 4월 론스타코리아를 철수시켜 한국에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한-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한국이 아닌 벨기에에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이 세금을 거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차별적 과세가 아니라며 론스타의 납세는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론스타가 이에 불복할 경우 한미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1월 27일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가 체결한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승인함에 따라 8년만에 4조 7천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한편 29일자 내일신문에 따르면 국방부는 MS사로부터 컴퓨터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와 관련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당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내일신문에 "MS사가 군내에 자사의 소프트웨어 정품을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와 서버의 소프트웨어 사용횟수에 따른 사용료 지불문제에 대해 국방부와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조만간 실태파악이 끝나는 대로 적정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MS사는 군이 사용하는 20만대의 컴퓨터와 서버를 대상으로 불법복제 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신문은 군의 소프트웨어 무단 사용은 미군과의 연합작전에도 차질을 주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국방부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MS사의 국방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조사는 지난 3월 15일 "중앙정부는 정품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저작물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긴 한미FTA가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2012년 5월 29일 화요일

론스타 “한국의 차별 조치로 손해”… 첫 투자자소송 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8일자 기사 '론스타 “한국의 차별 조치로 손해”… 첫 투자자소송 되나'를 퍼왔습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투자와 관련해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판정부에 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1호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론스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협의 요청 문서를 전달했다고 28일 밝혔다. 론스타는 협의 요청 문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과 관련된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모순적이고 자의적으로 과세함에 따라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투자와 관련해 국내법 및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처리해왔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론스타의 세금 납부는 정당하다”며 “국제적으로 과세처분을 간접수용으로 원용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간접수용은 정부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가 몰수 등 직접수용에 상응하는 정도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을 말한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3월 발효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상의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제기하기 위한 사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자회사인 벨기에의 LSF-KEB 홀딩스 명의로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3915억원) 납부가 부당하니 하나금융지주가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서울 남대문세무서에 냈다.

김지환·이호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1년 12월 11일 일요일

ISD는 ‘월가 권리장전’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1-12-01일자 기사 'ISD는 ‘월가 권리장전’'을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한-미 FTA 쟁점 해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 교수

지난 11월17일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 근처에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집결해 있다.

공익을 대표해야 하는 국가를 기본적으로 사인들 간의 분쟁 해결 방식인 중재에 ‘강제’ 회부하는 것을 통해, 국가를 사익 추구자인 투자자 지위로 격하시키는 것이 ISD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강제인 이유는, 한-미 FTA상 ISD의 경우 국가는 이미 중재 절차에 ‘사전동의’ 또는 ‘자동동의’(제11.17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선택권 없이도 투자자가 소송하면 무조건 세계은행의 중재법정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끌려가야 한다.
정부는 “세계은행이 중립적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제3의 기구”라고 말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지분이 17%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미국이 대주주다. 세계은행 총재는 언제나 미국 차지다. 세계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더불어 제3세계 국가에 자금 지원을 대가로 구조조정을 강요해왔다. 이처럼 강요된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 중 하나였다. 더군다나 그 산하기관인 ICSID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지, 공익을 수호하기 위해 만든 기구가 아니다. 더군다나 한-미 FTA상 ISD는 한-미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재인 3명 가운데 의장이 되는 중재인을 ICSID의 사무총장이 지명하게끔 되어 있다. 문제는 사무총장이 ICSID의 운영위원회 의장, 즉 세계은행 총재의 지휘하에 있다는 것이다. 
ISD는 어떤 협정문상의 특정 조항이기보다는 하나의 절차 규율이자 시스템으로 간주해야 한다. 미국의 투자·금융에 관계되는 모든 것이 ISD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 곧 돈이라는 것이 결국 우리 경제의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 할 때, ISD는 보편적 지위를 갖는 경제법이자 사실상 헌법 위에 군림하는 또 다른 절차법인 셈이다.

미국이 중재인 ‘셋 중 둘’ 사실상 지명 
한-미 FTA 발효 전에 론스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기에 망정이지, 만에 하나 한-미 FTA 체제하에서 이런 판결이 내려졌다면 론스타는 십중팔구 이 대법원 판결을 ISD에 따라 ICSID에 제소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막대한 투자 이익 송금을 제한한 것은 협정문 부속서 11-사 송금, 즉 ‘금융세이프가드 조항’ 제2항 나호에서 금지하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 또는 송금’에 해당된다. 이런 자금에 대해 협정문은 어떤 송금 제한 조치도 취할 수 없도록 한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투기성 자금이지만, 법률상으로는 외국인 직접투자로 분류되고, 심지어 한-미 FTA 투자 개념에는 사모펀드도 포함된다. 따라서 사모펀드에도 우리 정부는 모든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ISD의 대상이 된다. ISD가 논쟁의 중핵이 되면서 정부 쪽의 변명 역시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책임질 수 없는 과도한 주장이 남발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낸 ‘한-미 FTA의 공공정책 자율권 확보현황 자료’를 보자.


여기에서 보듯 정부 쪽은 ‘협정의 적용배제’라는 이름으로 예컨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과 8개 국책금융기관을 들고 있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그 해당 조문인 금융부문 제13.1조 제3항을 보자.



예컨대 국민연금 등에 대해서는 ‘이 장’ 곧 협정문 제13장 금융 서비스만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가호 아래에 달린 단서를 잘 보자. 결국 이런 말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여러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한 자금, 즉 경쟁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ISD를 포함한 제13장 금융부문의 각종 의무가 적용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협정이 ‘적용배제’되었다는 말은 과장된 잘못된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8개 국책금융기관에 대해서도 협정이 ‘적용배제’되었다는 주장 역시 과장된 것이다.
해당 제13장의 ‘부속서한’을 보면 8개 국책금융기관에 대해 “제13장의 적용을 받으나 그 장의 목적상 금융기관으로 간주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8개 기관이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제13장의 적용을 받는다는 의미가 뭘까. 제13.1조에 규정된 13장의 적용 범위를 살펴보자.



이 부속서한의 의미는 8개 국책금융기관이 제13.1조 1항 가호에 규정된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이들이 향후 상장되거나 특히 민영화될 경우 13장은 물론이고, 위 나호와 다호에 따라 11장 투자, 12장 서비스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엄연한 협정문상의 규정을 제쳐두고, 8개 국책금융기관에 대해 협정이 ‘적용배제’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과장됐다. 앞에서 든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 쪽이 주장하는 상당수의 ‘적용배제’  ‘유보’  ‘예외’ 등에 관련된 것들은 사실에 정확히 부합되지 않거나, 다분히 과장된 것들이다. 나아가 의도적으로 단서조항들을 언급하지 않거나 누락시키고 있다.

4대 보험·국책금융기관도 제소 대상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협정문 11장과 같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로 직접투자만 언급한다. 주식·채권 등과 같은 간접투자 통계는 잘 안 보인다. 
2010년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2002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2배 정도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증권투자는 6배 정도 증가한 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증권투자는 3배에 못 미치는 정도로 늘었다. 그래서 한-미 간 직접투자 규모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간접투자는 규모에서 2010년 기준 미국이 한국보다 5배 정도 더 많다. 문제는 한-미 FTA 투자·금융 부문은 이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직접투자라 하더라도 예컨대 KT에 투자한 영미계 사모펀드나 론스타 등이 모두 직접투자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하물며 투기성이 강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증권투자가, 한국에 대한 전체 투자액의 약 75%(2010년 기준)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투자·금융 부문이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이 지난 11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투기성 자본의 ‘먹튀’ 더욱 활개 우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처럼 이른바 공장설립형(그린필드형)으로 진출한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미국 경제의 선순환을 지지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막상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미국의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는 지금까지 미국이 체결한 FTA를 승인한 예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주법상의 투자자 보호를 현대·기아차가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다.
한-미 FTA는 수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과도한 금융시장 개방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한국에 대해 ‘외국계 투기자본의 현금인출기(ATM Korea)’라고 말한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너무 높다(30% 이상 차지)는 데 있다.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개방되어 있다는 말이다. 한-미 FTA는 이 경향을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든다. ISD나 역진방지 메커니즘(한번 개방하면 다시 후퇴할 수 없는 래칫 조항) 등으로 인해 ‘ATM Korea’는 항구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글로벌 호구’가 될 판이다. 
최근 월가 점령시위는 1%도 안 되는 월가 ‘금융귀족’들이 미국을 점령한 데 대한 일대 반격이다. 한국은 어떨까. 시중은행 대부분이 영미계 외국자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리고 상위 50대 기업의 외국인 주식 비중을 보면 KT&G·NHN·포스코는 50%를 넘고, SK텔레콤·삼성전자·KT는 50%에 육박한다. KT는 자사주 비율을 제외하면 50%를 넘는다. 한국 경제의 주도권은 월가가 쥐락펴락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FTA는 한국 경제에 대한 월가(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권을 더욱 공고화하고 나아가 ‘역진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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