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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6일 화요일

사회적 합의 없는 한-미FTA 무효다


이글은 대자보 2011-12-06일자 기사 '사회적 합의 없는 한-미FTA 무효다'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국민 토론없이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날치기, 무효해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정을 보면 노무현-이명박 정권은 너무나 닮았다. 두 정권의 안중에는 국민이 없다. 국민적 논의도, 국회와의 협의도 무시한 채 졸속협상-밀실협상으로 일관하면서 모든 내용을 기밀에 부치는 꼴이 매우 흡사하다. 자국이익은 팽개치고 미국이익을 챙기려고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굴욕적인 협상자세 또한 유사하다.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국회의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독선적-고압적인 자세도 닮았다. 너희가 왜 국익을 묻고 주권을 따지느냐는 투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 상품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포괄적 경제통합으로서 한국경제를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종속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협정에 맞춰 한국의 법령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수십개의 관련법을 개폐해야 하고 이에 따라 경제제도-사회체제에 일대변혁이 일어난다. 경제주권-사법주권에 이어 식량안보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방대하고 난해하며 전문적이다. 이 중에는 국민경제-사회생활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독소내용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두 정권이 똑 같이 국민적 논의를 배제했다. 

2005년 6월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기습적으로 밝혔다. 그것도 협상개시 전에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건강보험약가 현행유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적용 예외 등 양국간의 핵심적인 통상현안을 미리 양보하는 조건이었다. 이른바 4대 선결조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강력히 부인하다 나중에 사실을 실토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서울이 아닌 워싱턴에서 발표했다. 자국국회의 권위는 존중하지 않으면서 미국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굴욕적 협상의 예고였다. 

국민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나서고 농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반대하자 폭력시위라며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국회의원에게도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영문 협정문의 일부를 그것도 소수의 국회의원에게만 잠시 열람을 허용했을 뿐이다. 복사도 필기도 금지했다. 그리곤 내용을 단순화해서 소비자 혜택이 는다, 중소기업 수출이 증가한다는 따위의 기만적인 홍보에 혈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에 눌려 노 정권은 국회비준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은 노 정권보다 더 폭력적이다. 재협상을 벌리면서도 무엇을 논의하는지조차 철저하게 기밀로 붙였다. 개괄적인 내용조차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국회에서 질의과정에 부분적인 윤곽이 드러났을 뿐이다. 두 정권의 협상주역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불평등 독소조항을 수정하라는 비판여론에 대해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고수해왔다. 재협상은 절대불가라는 그가 미국이 요구하자 민첩하게 행동하며 본질적 내용을 수정하고도 협상과정조차 거의 알리지 않았다. 

협정문 한글본이 오류 투성이인 모양이다. 지난 6월 외교통상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오류 296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오표를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85명이 참여하는 시민검증단과 민변이 점증한 결과는 단순한 교정 말고도 모두 2600여건의 번역수정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 중에는 법률적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오류만도 500여건이라고 한다. 민변의 정보공개 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일 번역오류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도 국민의 경제-사회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대한 사안의 공개를 거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11월 22일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먼저 본회의 비공개 등의 안건을 날치기했다. 회의록, 참석의원, 찬성의원의 공개를 금지한 것이다. 취재활동의 원천봉쇄를 통해 국민의 귀와 눈을 막기 위한 짓이다. 이어 비준안을 주무장관의 제안설명도 없이 상정하고 토론도 없이 날치기했다. 이와 함께 부속법안 14개도 날치기했다. 그 중에는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은 법안도 당일 발의된 법안도 있다. 39분만에 국가의 미래와 운명을 날치기한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 내용을 개괄적이나마 알고 손을 든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이게 무슨 국민대표인가? 

그 소란을 속에 야당 당직자들이 방청석 유리창을 깼다. 그 바람에 취재진이 들어가고 또 트위터를 통해 실황중계하면서 찬성의원의 명단이 알려졌다. 한-미 FTA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이 없었다. 많은 국민들이 엄동설한 거리에서 물대포를 맞으면서 연일 FTA 무효를 외치나 이명박 정권은 귀를 틀어막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미 FTA는 무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의 저자  
본지 고문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3일자 사설 '[사설]한·미FTA 무효화 투쟁 정당하다'를 퍼왔습니다.
야 5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그동안 한·미FTA를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어제 비준 무효화를 선언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그제 한나라당이 한·미FTA라는 국가 간 중대 조약의 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폭거로서, 야권과 시민사회가 비준 무효화를 위해 즉각 나선 것은 정당한 행동이다.

한·미FTA 비준이 무효화돼야 하는 이유는 날치기 비준 처리로 인한 의회민주주의 파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FTA는 2006년 6월 협상을 시작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밀실 협상’과 ‘졸속 대응’으로 일관한 보기드문 조약이다. 협상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는 철저히 배제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갈린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었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한나라당의 날치기 비준 처리는 절차적 정당성이 실종된 한·미FTA의 예고된 수순이다

절차적 정당성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미FTA 그 자체에 있다. 한·미FTA는 단순히 교역을 늘리기 위한 협정이 아니라 우리의 법과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미국화’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효과는 정부 주장보다 더 작을 수도 있고, 반대 진영의 주장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우리가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이식될 신자유주의, 즉 미국식 시장 자본주의가 초래할 병폐다.
규제 완화와 시장자율, 기업 제일주의와 개방을 통한 무한경쟁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가 낳은 양극화의 문제는 이미 세계의 고민거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한계와 부작용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화=선진화’라는 맹목적 인식에 사로잡혀 한·미FTA를 ‘절대선(善)’으로 떠받들고 밀어붙이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한·미FTA의 불합리·불평등 조항들은 국내법과 제도를 비롯한 경제·사회 체질을 미국화하는 도구다. 미국 법령과 협정이 충돌하는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하지만, 협정과 충돌하는 국내 법률은 모두 무효가 되는 현실이 그 하나의 사례다. FTA를 위해 14개 법을 뜯어고쳤다. 사법주권 침해 우려뿐이 아니다.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으로 인해 갈수록 정부의 역할, 정책의 공공성이 절실해지는 상황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취약산업을 보호할 국가정책을 위협한다. 정부는 이미 FTA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중소상인보호를 위한 유통법·상생법을 반대한 바 있다. 한번 개방하면 그 폭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역진방지 장치 등도 업종간·계층간 양극화를 더욱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뜩이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 농어민·중소상인 등 개방 파고에 휩쓸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활동이나 공공정책의 자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돈으로 피해보상하고 넘어가는 ‘사실상 농업 포기’는 또 다른 문제다.

4년 넘는 논쟁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끝내 독소조항 한 군데 손대지 못한 채 날치기로 비준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제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며 한·미FTA 비준으로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날치기 비준은 끝이 아니다. 무효화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