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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2일 화요일

[사설] 새누리당, ‘내곡동 사건’ 특검·국조 앞장서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1일자 사설 '[사설] 새누리당, ‘내곡동 사건’ 특검·국조 앞장서라'를 퍼왔습니다.

검찰의 오만함이 참으로 하늘을 찌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는 최소한의 양식과 체면마저도 내팽개친 한국 검찰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민의 손가락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동안 시끄럽다가 제풀에 지쳐 수그러들고 말겠지 하는 식이다. 여차하면 다른 사건을 터뜨려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궁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곡동 땅 사건은 이제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검 등이 도입되면 조사 대상은 이 대통령 일가의 국고 횡령 의혹, 배임 혐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등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도 당연히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번 면죄부 수사의 원인과 배경 등을 낱낱이 밝히고 검찰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의 내곡동 땅 사건 수사는 ‘수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을 정도로 엉터리였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비롯한 주요 수사 대상자들을 모두 겉치레 서면조사만 한 뒤 전원 불기소 처분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에 직권남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찰의 이런 잘못을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의 안하무인 수사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라도 검찰 수사 자체를 청문회나 특검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관심의 초점은 새누리당의 태도다. 새누리당 눈에도 검찰 수사 결과가 너무 한심했던 모양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어제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미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도) 필요하면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새누리당의 태도가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를 두둔하는 인상을 주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특검 가능성 등을 열어놓았을 뿐 좌고우면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박근혜 의원이 이끄는 새누리당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해왔으나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바는 별로 없다.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너무 세웠다가는 대선 과정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걱정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내곡동 사건은 단순한 차별화나 대선의 유불리 차원을 넘어선다. 이것은 나라를 지탱하는 원칙과 정의의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의 보호자로 나설 생각을 아예 버리기 바란다. 오히려 특검이나 국회 국정조사 도입 논의에서 새누리당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인물·비전 빠진 심판론, 국민가슴 뚫지 못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2일자 기사 '인물·비전 빠진 심판론, 국민가슴 뚫지 못했다'를 퍼왔습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19대 총선 당선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뉴스분석] 야권 패배 왜
피부에 와닿는 정책부족
쇄신하는 모습 안 비쳐
공천실패·오만함도 한몫

19대 총선에서 야권은 ‘엠비 심판’을 내세웠고, 여당은 ‘박근혜’를 앞세웠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에는 강하지만, 광범위한 반엠비 정서에다가 야권의 선거 연대까지 고려하면 야권이 쉽게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152석을 얻어 단독으로 과반을 달성한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회고적 성격이 강한 대통령 임기 말의 총선에서는 야당이 유리하다는 정치이론이 깨졌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정당이 제1당을 차지한다는 공식도 빗나갔다.
왜 그럴까? 전문가나 일반 유권자들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선거의 3대 요소인 비전과 정책, 인물에서 야당이 여당한테 경쟁이 안 됐다는 지적이다.
먼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엠비 심판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이명박근혜’라는 단어는 야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호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묶어 심판하자는 논리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미래’가 빠진 과거 심판론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12일 “박근혜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을 바꿔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어쨌든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데 야당은 박근혜도 이명박과 같이 심판하자고만 했다”며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비전을 내놓지 않고 남을 비판만 해서는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의 30대 회사원인 장성호씨는 “새누리당도 엠비와 선을 긋고, 공천 물갈이를 했기에 유권자들은 박근혜를 뽑아도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이 무조건 이명박과 박근혜를 심판하자고만 떠드는 게 별로였다”고 말했다.
둘째, 정권 심판 뒤에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았다. 선거연대에 합의하면서 야권이 내놓은 ‘공동정책 합의문’에는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이 없었다.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제주 해군기지 폐기 등을 내세워 소모적인 논쟁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야당이 승리했던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 때와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토목사업과 부자감세 등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등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복지포퓰리즘이라는 여권과 보수층의 공격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을 무기로 버텼다. 결국 새누리당도 야당의 정책 대안에 따라왔다. 서울 잠실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회사원 권혜진씨는 “선거에서는 개인과 당의 공약을 보고 뽑는 면도 있다”며 “민주당에서 내놓은 공약이 정권 심판에만 치우치고 심판 이후의 대책은 안 보였다”고 말했다.
셋째, 인물 혁신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공천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보다 훨씬 나았다는 평이 중론이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야권이 2012년 정권 탈환을 위해 지난해 후반부터 ‘혁신과 통합’을 추구해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통합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부분인 혁신은 너무 미약했다”며 “내부 쇄신 없이 외부적인 연대로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계파간 나눠먹기로 과거 인물을 대거 공천한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서울 강서을 등 전통적으로 야권이 강한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낙선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조석영(27)씨는 “재벌을 개혁한다고 해놓고 유종일 교수를 떨어뜨리고, 김용민씨도 아무 생각 없이 공천한 것 같다”며 “민주당은 인물이 어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권이 지난 두번의 선거 승리에 취해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쇄신하는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야당한테 보수층이 화가 나서 결집해 난을 일으킨 것”이라며 “4·11 패배는 오만하게 비친 야당이 국민에게 심판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이충신 기자 phillkim@hani.co.kr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민주당 '굴욕'…'한명숙 리더십' 실패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2일자 기사 '민주당 '굴욕'…'한명숙 리더십' 실패했다'를 퍼왔습니다.
[분석] 연합 과반조차 실패한 야당, 패인은?

굴욕이었다. 4년 만의 설욕전은 완전한 패배로 끝났다.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성적표는 참담했다. 의회권력 교체는 고사하고 새누리당이 과반 넘는 1당을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나름 선전했지만, 전국의 종합 결과는 명백한 패배였다. 4년 간의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았다. 정권 심판론은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010년부터 2년 내내 심판론, 국민은 대안과 비전을 원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 ⓒ뉴시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성적표를 요약하면 수도권의 선전, 호남을 제외한 지방의 사실상 전패다. 특히 2004년 이후 야권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보냈던 충청의 민심은 완전히 돌아섰다. 통합진보당은 일부 지역에서 당선자를 냈지만, 대부분이 민주통합당의 양보를 받아 낸 전통적 야권의텃밭 지역이었다.

민주당은 총선 하루 전날에도 "예측이 어려운 끔찍한 선거"(박선숙 사무총장)라며 '엄살'을 떨었지만 내심 1당은 자신했었다. 4.11 총선 당일에도 "단독 과반은 어렵더라도, 통합진보당과 함께 과반 달성은 무난하리라"는 예측이 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졌다. 심판론이 먹히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은 사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반복된 야권의 무기였다. 정권 중반 치러진 지방선거 때의 아젠다를 야권은 정권 말까지 놓지 못했다. 상대는 '미래권력' 박근혜인데, 이쪽은 '과거권력' 이명박만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평선 너머로 이미 넘어간 해를 붙잡고 있자니, 새 시대에 대한 비전은 미처 제시하지 못했다. 총선 직전까지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경제민주화의 이슈는 정작 선거가 시작되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야권은 선거 기간 내내 단 한 가지의 정책 이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그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국민은 이미 여러번 민주당에 기회를 줬는데 정작 야권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정희와 김용민, 비수도권 참패의 시작이었다"

또 다른 패인으로 전문가들은 '오만함'을 꼽았다. 한귀영 한겨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진영논리는 일시적으로는 굉장히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덫이 된다"고 말했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스스로 성찰의 공간을 열어놓지 못하고 상대의 실책에만 의존했던 주체들의 문제가 치명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두 장면이 바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부정 경선' 파문과 김용민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동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송구스럽다"며 후보 자리는 내놓았지만 통합진보당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며 대중 앞에서 여전히 지지를 호소했다. 한 전문가는 "이런 모습이 국민의 눈에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 것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용민 후보는 여러 차례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지만, "국민에게 심판 받겠다"라며 일각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완주했다. 한명숙 대표마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 본인은 물론이고 그의 출마를 만들어 낸 와 그 지지자들은 "대체 왜?"라는 태도였다.

두 사람의 이같은 행보는 "비수도권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분석 전문가는 "이정희-김용민 파동은 강원, 충청, 인천 등의 50대 이상이 똘똘 뭉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 선거'가 아니라 '세대 대결'이었다"며 "충청도에서 선거를 치른 이해찬 전 총리가 '김용민 사퇴'를 얘기한 것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선거 막판 튀어 나온 김용민의 변수가 비수도권에는 막강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공천은 엉망으로 해도 야권연대만 되면 이긴다?

1당을 자신했던 두 당의 오만함은 총선 시작부터 터져 나온 공천 파문을 복기해 보면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거센 역풍을 맞았다. 야심작이라고 내놓았던 국민참여경선은 오히려 최악의 공천을 불러왔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특히 충청도의 참패는 공천이 핵심 이유"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야권이 그나마 선전한 선거구는 대부분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좋았던 곳인데 반해, 참패한 충청은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생각해 거의 대부분 기존의 인물을 단수공천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에도 민주당은 수도권과 부산 등 영남권에 집중했을 뿐, 충청은 눈 밖에 있었다. 이는 수도권과 영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대선에서의 승산이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지만, 충청과 강원의 민심은 그 계산을 정확히 꿰뚫었다.

공천의 문제는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였다. 성추행 전력자를 공천했을 뿐 아니라, 비례대표 선출 과정은 각종 의혹으로 휘청거렸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비례대표 공천은 우리끼리 알아서 해도 된다는 오만함의 발로였고 그 결과가 2004년보다 낮은 정당 지지율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공천은 유권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나를 대변할 '단 한 사람'의 문제인데, 두 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보다는 '야권 단일화'가 세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라고 믿고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로부터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한 또 한 가지 대목이다.

한명숙, 취임 3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하나?

당장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거취 논란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한명숙 대표가 당 안팎의 사퇴 압박을 버텨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민주당은 조기 전당대회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냐를 놓고 한동안 극심한 혼란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