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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7일 화요일

[사설] 결국 처벌 강화뿐인 대책, 요원한 학교폭력 근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06일자 사설 '[사설] 결국 처벌 강화뿐인 대책, 요원한 학교폭력 근절'을 퍼왔습니다.
대구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자살한 지 한달 반 만에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나왔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지금까지 임기응변식 대증요법과는 다른 내용과 의지가 담길 것으로 기대할 만했다. 정부도 처벌보다 예방, 규제보다 자율 책임을 앞세워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실제로 기존 대책과 제도의 한계로 소홀한 인성교육을 꼽았으며, 이는 성적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인식만 그러했지 인성교육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바탕은 전혀 보완하지 않았다. 예컨대 체육시간을 많게는 50% 늘리라고 했지만, 입시 과목인 국어·영어·수학 수업 시수를 20%나 늘린 2009년 개정 교육과정은 그대로다. 예체능 수업 시수가 대폭 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설사 예체능을 포함한 인성교육이 강화된다 해도, 각종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입시 주관기관에서 학생부를 무시할 경우 다시 인성교육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학생의 자율과 책임성 제고 차원에서 강조된 학교생활규칙 제정도 마찬가지다. 말은 교사·학생·학부모가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생활규칙을 제정하고,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바뀐 것은 학부모 의견 청취뿐이다. 자율과 책임성을 높이려면 규칙 제정과 집행에서 학생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지원자 구실을 해야 할 학교가 여전히 그 중심이다.
학교폭력 해소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교사가 쥐고 있다. 인성교육도 교사가 하고, 폭력과 폭력조직을 드러내고 피해자를 돌보고 가해자를 치유하는 것도 교사다. 그러나 정부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며 책임과 부담만 늘렸다.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잡무를 줄인다거나, 교사의 생활지도 전문성을 함양하기 위한 방안도 없다. 복수담임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지금 유명무실하게 시행되는 부담임제와 다를 게 없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 처벌과 적발 및 신고 강화 등 사후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강제 전학을 실시하고, 입시 자료인 학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하도록 한 것 따위가 그것이다. 출발할 땐 기존 대책과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탈락자를 양산하는 입시교육 자체가 폭력적이다. 이 틀을 깨지 못하는 한 어떤 대책도 한계가 있다. 좀더 근본적인 성찰과 대책을 촉구한다.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정연주 전 KBS 사장 최종 무죄확정, 강제해임 3년5개월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12일자 기사 '정연주  전 KBS 사장 최종 무죄확정, 강제해임 3년5개월만'를 퍼왔습니다.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 “MB정권 정치검찰 인격살해 심판… 해임도 무효돼야”

세금관련 소송의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KBS 사장직에서 해임당하는 수모를 겼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12일 최종적으로 무죄확정 판결해 이명박 정권의 정연주 죽이기가 법정을 통해 사실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나타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를 비롯해 검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 교육과학기술부, KBS 이사회 등이 한목소리로 정연주 해임을 위해 나섰던 행위의 불법성이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대법원은 12일 세금관련 소송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검찰 기소에 대해 “회사 이익에 반하는 불합리한 내용의 조정안으로 무리하게 조정을 추진했다는 공소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또한 합의로 분쟁을 종결하려했던 법원의 조정절차를 응한 것을 두고 왜 끝까지 소송하지 않았냐며 배임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하고 판단했었다. 대법원은 이 같은 1·2심 판결을 확정하고,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단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대법원마저도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해 복무해야 할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정치권력을 위해 봉사, 복무해온 권력남용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지난해 10월 28일 배임혐의 관련 항소심 때 법원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정 전 사장은 “한 인간을 파렴치한 중죄인으로 몰아세우면서 인격을 살해하고, 또한 ‘강제 해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함부로 남용되었던 정치 검찰의 무모한 권력 행사에 대해 법원은 진실을 밝히는 판결을 통해 엄중한 심판을 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2008년 정 전 사장이 KBS 사장에서 해임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세금소송의 배임혐의였다. 특히 정 전 사장이 그해 6월부터 검찰의 소환통보한 이후 강제해임되자 마자 체포당하는 등 많은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5개월 만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 초기 해임됐다가 이명박 정권 마지막 해가 돼서야 무죄를 인정받았다.
정 전 사장은 “이런 정치검찰의 행태를 보인 당시 담당 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모든 책임자들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당시 검사부터 차장검사까지 모두 승승장구해온 것은얼마나 부도덕한 집단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시 수사담당 이기옥 검사를 비롯해 박은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은 현재 대구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고,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장(검사장)이 돼있다.
또한 해임의 결정적 사유였던 배임이 무효가 됐다는 점에서 정 전 사장은 해임 역시 무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내 배임죄가 개인비리라며 해임의 핵심 이유였다고 했는데, 이것이 무죄로 확정됐으니 해임은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한다”며 “여기에 동원된 모든 권력은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교일(오른쪽)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특히 두차례나 국회에서 정 전 사장의 혐의가 무죄면 책임지겠다고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야말로 가장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 정 전 사장은 역설했다. 그는 이밖에도 배임을 가장 중요한 해임요구의 이유라고 밝혔던 감사원, 감사원의 해임요구안을 받아 날치기로 해임제청을 했던 KBS 이사회 등도 모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전 사장은 “부끄러운 것을 아는 게 사람이고, 잘못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것이 마땅한 도리”라며 “진실이 밝혀진 마당에 이들 모두 책임이 없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엄중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지난 2005년 국세청을 상대로 수년간 벌여온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승소가 예상됨에도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KBS에 1892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특가법상 배임)로 기소했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억지스런 사건이라며 초기부터 무죄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정 전 사장은 이밖에도 2008년 강제해임된 데 대해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1·2심 모두 해임취소를 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사설]FTA 홍보 위해 초·중·고교까지 이용하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13일자 사설 '[사설]FTA 홍보 위해 초·중·고교까지 이용하나'를 퍼왔습니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 시절에 초·중·고교를 다녔던 40·50대 가운데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라는 유신홍보 문구를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영구집권을 위해 이른바 ‘10월 유신’을 선포해 놓고도 이를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와 같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통치권적 조처라고 호도했던 것이다. 정권의 지시에 따라 각급 학교에서도 유신체제 출범의 불가피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운운하는 구절을 암송하는가 하면 ‘유신 웅변대회’에서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교과부는 엊그제 전국 시·도 교육청에 ‘한·미 FTA 효과 이해도 제고를 위한 홈페이지 팝업 및 배너 설치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라는 등의 일방적인 자료를 각급 학교 누리집에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40년 전 어린 학생들에게 유신독재체제의 정당성을 달달 외우게 하던 것과 너무나 닮아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 

한·미 FTA는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격렬한 논란이 되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찬성논리를, 그것도 정치적 중립이 지켜져야 할 학교에서 강요하는 것은 어린 학생들을 정권 홍보의 볼모로 삼겠다는 시대착오적 반교육적 처사일 뿐이다. ‘홍보 효과’도 있을까 싶다. 웬만한 성인들도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는 FTA 관련 조항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학교 공부에도 바쁜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주입시킨들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인가.

교과부는 당장 ‘FTA 홍보 협조요청’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이 정권은 FTA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등 국민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여론의 반대가 심한 사안일수록 행정조직이나 일선학교를 제 손 안의 홍보 도구처럼 이용함으로써 불신과 지탄을 자초하곤 했다. 아무리 FTA 홍보를 위해 물불 안 가린다고 하지만 유신정권 시절의 수법과 행태를 답습할 수는 없다. 40년 전 군사독재정권의 흉내를 내면서 ‘공정사회’를 외치고, ‘국격’을 입에 담는 것은 낯부끄러운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