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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예고된 ‘핵심 권력’ 갈등, 방조하는 청와대의 무능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22일자 기사 '예고된 ‘핵심 권력’ 갈등, 방조하는 청와대의 무능'을 퍼왔습니다.
윤창중-김행 투톱 체제의 불화와 박근혜 정부

▲ 이명박 청와대의 유일한 '핵심관계자'로 불렸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 ⓒ뉴스1


이명박 정부 시절 이동관 대변인은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나뿐”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를 활용한 기사를 근절하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권력 지형도에서 오직 자신만을 ‘핵심 관계자’라고 말하는 그의 오만함은 복수의 청와대 권력자 중 누구 '진짜' 권력자인지를 각인하게 했다.
이후 청와대의 소통은 편중과 정체를 빚었다. 권력의 지형도가 단순해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여론 병목 현상이었다. 이 전 대변인은 점점 더 막강해졌다. ‘마사지’ 논란을 일으켰고, 거의 모든 사안에 ‘엠바고’를 남발했다. 권력의 편중에서 비롯된 이 전 대변인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은 기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고질적 한계로 이어지며 사회적 소통을 방해하는 원천적 문제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다소 생소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톱 체제의 대변인을 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성찰에 따른 것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부터 권력의 집중에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누가 ‘실세’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배된 신임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양면적인 평가가 가능한 정치적 용인술인데 나쁘게 보자면  오로지 자신만이 ‘실세’여야 하는 일종의 강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명박-이동관의 관계가 훗날 ‘순장조’ 논란에서 알 수 있는 강고한 운명 공동체의 성격이었다면, 박근혜-윤창중/박근혜-김행의 관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다른 수석들이나 청와대 내 다른 권력자들에 비해 이 둘과 대통령의 관계와 인연은 헐거워 보인다. 윤 대변인의 경우 인수위 구성 이틀 전까지만 하더라도 ‘절대, 청와대에 갈 일은 없다’고 말하던 야인 중의 야인이었고 김 대변인의 경우 ‘박근혜의 사람’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이력에 캠프와 어떤 접점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두 대변인이 기용됐을 때 각각의 설왕설래가 있었다. ‘인연’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어떤 점이 작용해 발탁된 것인지는 단서가 될 만한 이야기였다. 윤 대변인이 썼던 칼럼들이 대선 기간 당시 새누리당 당사 엘리베이터에 꾸준히 게재되곤 했었단 사실이 알려졌고, 김 대변인 역시 대선 기간 당시 종편 채널에 출연해 새누리당에 우호적인 판세 분석을 통해 박 대통령의 눈에 들었단 ‘소문’이 돌았다. 가뜩이나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박 대통령인데,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는 대변인에 측근도 실세도 아닌 그렇다고 업무 전문성에 기반 한 것도 아닌 이 두 명이 적합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물론 아랑곳 하지 않았다.

▲ 김행(좌), 윤창중(우) 대변인 투톱 체제의 갈등은 예고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예고된 갈등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청와대 시스템의 무능함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력함이다. ⓒ뉴스1


대통령과 간접적 관계에서 대변인에 발탁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부의 속성과 권력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는 필연적 갈등의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출발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임명 초기부터 두 대변인은 책상 위에 선을 긋고 여기까지 내 땅이라고 우기는 초등학생 같았다”고 말했다. ‘선임’이 누군지 불분명한 어정쩡한 체계에서 이제 막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기 보다는 경쟁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두 대변인은 가장 나쁜 권력의 모습으로 변별하고픈 욕망에 휩싸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인수위 시절 본인을 ‘단독기자’라고 칭했던 윤 대변인은 첫 번째 청와대 브리핑에선 두서 없이 자기 자랑을 해 빈축을 샀다. 브리핑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자기애를 늘어놓는 그를 보며 기자들은 ‘역시 명불허전’이라며 기막혀 했다. 뭔가 '어필'하고픈 욕구로 들떠 보였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과 청와대 임명 당시 엄청난 논란을 빚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되어서는 윤 대변인의 ‘활약’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전체적으로 몸을 사리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사적인 자리에선 더 빛나는 화술을 발휘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냉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들을 빗대 ‘정치적 창녀’ 등의 막말을 쏟아내는 것으로 눈에 띄었는데, 공적인 자리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 사적인 자리에서라도 활약(!)을 하고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나마 소통을 이해하는 측면에선 윤 대변인보단 낫지 않겠느냐고 평가받던 김 대변인 역시 그러나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변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 전화번호 아시죠? 이제 전화 받을 테니 궁금한 건 물어보고 쓰세요”라 말을 남겼던 김 대변인은 그러나 이후엔 “관계자로 나간 기사는 청와대와 무관함을 명백히 밝힐 것이며, 절대 책임질 수 없다”고 기자들을 사실상 ‘협박’했던 바 있다. 공식적인 브리핑에서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에 대해선 전화를 하라고 해놓곤, 권력 취재의 기본 가운데 하나인 익명 보도는 법적 대응하겠다던 김 대변인의 태도는 그야말로 실소의 대상이었다.

업무적인 문제도 많았다. 투톱 대변인 체제의 청와대 홍보라인은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계속 남발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는 중이다. 엠바고 대상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경쟁적으로 공개하기도 하고 자체 보안이 걸려있던 인사 내역을 정작 청와대 블로그에 올려 웃음꺼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땐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불쑥 공개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군사기밀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전달된다. 이 밖에도 자잘한 실수들은 너무 많아 헤아리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 윤창중-김행 대변인 체제의 갈등을 보도한 22일자 한겨레 보도.


이 모든 책임을 두 대변인에게 물을 순 없겠지만, 윤-김 대변인 체제가 지극히 아마추어적이고 게다가 전문성과 실력 측면에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여기에 두 대변인은 아직까지도 ‘신경전’이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22일자 한겨레 신문은 두 대변인이 ‘순방 수행 경쟁’을 벌여 이도저도 선택할 수 없었던 이남기 홍보수석이 결국 두 대변인 모두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따르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청와대 관계자는 “(두 대변인이) 서로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평소에 말도 잘 안하고, 업무 분담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에 어떤 대변인이 따라가느냐는 것은 누가 ‘핵심’이고 누가 ‘주변’인지를 드러내는 문제일 수 있다. 절대, ‘주변’이 될 수 없는 두 대변인의 힘겨루기가 결국 국내 언론 창구를 비워두고 대변인 둘이 모두 대통령을 따르는 기이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건, 박 대통령의 무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핵심을 두지 않겠다며 권력을 분산했지만 정작 그 당사자들이 핵심 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조하는 것은 무능함에 다름 아니다. 두 대변인이 막무가내로 박 대통령을 따르겠다고 나서고, 홍보수석은 황희 정승마냥 이를 어쩌지 못하는 상황의 고백은 권력이 작동되는 박근혜 정부의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단 점을 잘 보여준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권력은 권한이 특정되고, 이 특정된 권한이 법의 지배와 행정의 권위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의 권력은 오로지 대통령의 눈에 어떻게 들고, 얼마나 눈치껏 대통령을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모양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명의신탁 확인되면 ‘MB부부·아들’ 모두 형사책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5일자 기사 '명의신탁 확인되면 ‘MB부부·아들’ 모두 형사책임'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운데 안경 쓰고 들어가는 이)가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청와대 경호실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이광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시형씨 ‘내곡동 땅’ 특검 소환 조사
 법은 신탁·수탁·방조 모두 처벌
“보통 벌금형…액수 크면 실형도”
아들배임 피하면 MB배임 될수도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34)씨가 서울 내곡동 사저 땅 매입 과정에 대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고, 땅값도 모른다”며 책임을 부인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내곡동 땅 매입 과정의 ‘명의신탁’이 확인되면 이 대통령 일가는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부동산실명법 3조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안 된다”며 타인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 명의신탁 약정은 서면계약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대화로 제안하고 수락하는 것만으로도 성립된다.처벌도 엄하다.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부동산값의 최고 3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명의를 빌려준 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다. 명의신탁을 방조한 사람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명의신탁을 부추긴 ‘교사범’도 신탁·수탁자와 똑같이 처벌받는다.내곡동 사건에 적용하면,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이 대통령은 신탁자, 명의를 빌려준 시형씨는 수탁자, 이런 방식을 건의했다고 한 김인종(67)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은 교사범이 된다. 한 변호사는 “범행이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과정을 돕는 게 방조인데, 자신의 부동산을 담보로 시형씨에게 6억원을 빌려준 김윤옥(65)씨는 방조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씨, 이시형씨 모두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법무부가 발행한 는 “모녀간의 명의신탁에도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부부간, 종중의 명의신탁의 경우 조세포탈, 강제집행 면탈 등의 목적이 없는 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모녀간의 명의신탁은 그런 제한이 없으므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가 발행한 2001년판 에서도 기업체 사장이 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의 반대농성이 두려워 회사 직원의 이름을 빌려 상가건물을 경매로 사들인 것도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앞서 검찰은 “보안 문제나 땅값 상승을 우려해 시형씨 명의로 땅을 사들이고 사저가 건립되면 나중에 이 대통령이 되사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 주장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등기에 ‘대통령실 경호처’ 명의가 노출된 만큼 보안문제나 땅값 상승 때문에 이시형씨를 내세웠다는 청와대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형씨에게 사저를 통째로 ‘증여’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명의신탁으로 기소가 되면 보통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액수가 크거나 세금 면탈 등의 목적이 있다면 집행유예나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며 “특검이 부동산실명법으로 관련자를 기소하려고 한다면 명의신탁의 배경 등을 정확하게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이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땅 매입에 이름만 빌려줬다면 시형씨는 ‘배임’ 혐의를 피해갈 수 있지만, 이 대통령한테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땅 매입자금 12억원의 조달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시형씨에게 알려주며 깊숙이 개입한 만큼, 시형씨와 경호처 사이에 부담액을 나눈 경위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명의만 빌려준 시형씨가 부담할 금액은 낮추고 청와대가 부담할 금액은 높여 결과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에 이 대통령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앞으로 특검이 풀어야 할 핵심 의혹인 셈이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2012년 8월 8일 수요일

[‘용역 폭력’과 노조 파괴](1) 사적 폭력과 결합한 자본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07일자 기사 '[‘용역 폭력’과 노조 파괴](1) 사적 폭력과 결합한 자본'을 퍼왔습니다.

ㆍ기업은 옥죄고, 경찰은 방조, 정부는 정책 압박 ‘노조 죽이기’

‘회사는 노조의 교섭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 노조가 파업한다. 회사는 불법파업이라며 직장폐쇄를 한다. 동시에 용역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노조원들을 몰아내고 대체인력을 투입한다. 직장폐쇄 기간에 친기업 성향의 복수노조를 만들도록 한다. 기존 노조를 고립시키고 탈퇴를 유도한다. 공권력은 회사의 노조와해 공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과 폭력을 묵인·방조한다. 정부는 노동권 보호보다는 친기업적 행태를 보인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경기 안산시 SJM 등 일부 사업장에서 최근 진행된 일명 ‘노조 죽이기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2~3년 전 등장했다. ‘센 노조’로 알려진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들이 주요 대상이다. 노조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2010~2011년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KEC, 유성기업 등의 노조가 무너지거나 약화됐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투쟁력이 강한 노조를 한꺼번에 와해시키는 수단으로 자본이 용역을 동원한 폭력과 공격적 직장폐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화기 던지는 용역 지난해 6월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 투입된 경비용역들이 회사 정문 앞에 있던 노조원들에게 소화기를 던지고 있다. | 금속노조 제공

▲ 3년 전에도 유사 사태타임오프 등 법 악용친기업 노조만 생존


경북 경주 발레오만도 노조는 당초 임금 인상을 하더라도 성과급이나 수당이 아닌 기본급을 올릴 만큼 힘이 셌다. 그러나 2010년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 곧이은 친기업 노조 설립으로 현재는 해고자 20여명이 남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 상신브레이크의 경우는 해고자 4명만이 남았다. 


구미의 반도체업체 KEC 노조만이 살아남았다. KEC 노조는 회사가 친기업 노조 설립을 기획하고 노조를 탄압한 증거들을 찾아내 회사를 압박했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하려 하자 맞서 싸워 철회하도록 하기도 했다. KEC 노조 관계자는 “ ‘어용노조’를 탈퇴하고 다시 가입한 조합원이 최근 40여명이 된다”고 말했다. 


SJM과 만도는 이 시나리오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용역업체 컨택터스는 민간 군사기업 수준의 무장과 장비를 자랑했으며, 만도의 경우 용역을 동원한 직장폐쇄가 이뤄진 지 사흘 후 복수노조가 신설돼 조합원의 85%가 탈퇴했다.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 측이 보유하고 있다며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경비 장비 사진들. 사진 왼쪽부터 경찰이 시위진압 시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수력방어 특수차량(일명 물대포차·위쪽 사진), 견종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로트와일러(일명 히틀러 경비견·왼쪽 아래), 시위대 내부의 불법행위를 채증할 수 있는 항공 채증용 무인 헬기(오른쪽 아래). | 컨택터스 홈페이지 캡처

노동계는 ‘노조 말살 시나리오’의 이면에는 정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0년 시행된 타임오프(노조전임자근로시간면제 한도제)로 노조전임자 수를 줄여 노조를 약화시키고, 지난해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업의 지원을 받는 친기업 노조만 살아남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가 자본의 노조 탄압의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자 올림픽과 여름휴가라는 시기에 맞춰 사회적 관심이 덜한 시기에 노조 무력화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작동한 기업들의 노동권은 후퇴하고 있다. 친기업 노조는 사측과 종전보다 후퇴한 내용으로 임금단체교섭을 맺고 임금 삭감, 정리해고, 외주화 등이 이들 기업에서 진행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발레오만도는 1인당 연 1000만원의 임금이 삭감됐고 KEC에서는 상여금이 삭감됐다. 외주화 논의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조직력이 탄탄한 노조들이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에 대해 기존 노조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노조의 조직기반이 부실하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민주노조운동의 조직기반이나 자기 정체성이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조 진영이 실리적 노조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합원들이 자기 임금을 극대화할 수 있는 노조를 실리적으로 선택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기존 노조에서 탈퇴하고 친회사 성향의 복수노조에 가입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현재의 노동운동을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사설]노동탄압 용역폭력, 언제까지 묵인·방조할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30일자 사설 '[사설]노동탄압 용역폭력, 언제까지 묵인·방조할 텐가''를 퍼왔습니다.

노동자 대투쟁 2년 뒤인 1989년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각목과 식칼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기획·주도한 이는 ‘노조파괴 전문가’로 불리던 ‘제임스 리(본명 이윤석)’라는 인물이었다. 말이 좋아 전문가이지 ‘용역깡패 두목’이었던 것이다. 사건 이후 ‘제임스 리’는 노동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사업주들에게는 ‘든든한 해결사’로 인식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거사’ 직전 노동부 관리들과 현대중공업 측 간부들을 모아놓고 “노조간부는 모두 빨갱이” “노조를 깨부셔야 회사가 산다”는 내용의 강의까지 했다. 국가권력과 재벌기업이 ‘사설(私設)폭력’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았던 셈이다.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지금 ‘제임스 리’는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노사갈등과 재개발 현장을 비롯해 각종 시위·농성장에서 더욱 교묘하고 진화된 모습의 ‘제임스 리’가 경찰 등 국가권력의 비호 아래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쳐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게 곤봉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사건에서도 2012년판 ‘제임스 리’의 음흉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SJM의 경우 용역업체는 경찰에 ‘오전 6시에 경비용역을 배치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새벽 4시에 현장을 급습함으로써 경찰을 따돌렸다고 한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사업장을 완전 장악한 직후 회사 측은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걸핏하면 정부는 법치와 준법을 강조하고 있으나 법 이전의 최소한 상식마저 짓밟히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고 서글플 뿐이다. 

정부는 무법천지의 폭력을 행사한 용역업체와 이들에게 폭력을 사주한 사업주들을 철저히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조처해야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련당국이 폭력사태를 뻔히 예상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이를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직무유기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용역폭력이 근본적으로 뿌리가 뽑히기는커녕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까닭은 정부가 기업들의 입장에 경도된 나머지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점투성이인 현행 경비업법 규정도 대폭 손질해 용역폭력을 법적·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기업들이 직장폐쇄를 남발할 수 없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용역폭력 원조’인 ‘제임스 리’의 후예들이 법과 상식을 비웃고, 민주주의와 산업평화를 유린하는 행위를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