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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명절 전후 달라진 민심, 트위터로 추려보니


이글은 시사IN 2012-10-12일자 기사 '명절 전후 달라진 민심, 트위터로 추려보니'를 퍼왔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트위터 이용자를 통해 대선 민심을 모았다. TK는 요지부동, PK는 변화의 기운이 확실히 느껴졌다. 노년층은 잘못된 정보에 기인해서 대선 주자를 판단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안철수는 얌체다. 왜? 입술을 봐라. 박근혜는 이번에 찍어줘야 한다. 왜? 불쌍하잖아. 문재인은 안 된다. 왜? 민주당이니까. 야당 후보는 안 된다. 왜? 빨갱이 나라 된다.’ 추석 때 부모님, 일가친척과 정치 얘기를 했던 트위터러가 만난 ‘보수의 벽’이다. 

반면 기적을 만났다는 사람도 많았다. ‘모태 새누리당’이던 어르신들이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PK(부산·경남) 지역으로 귀향한 트위터러가 이런 소식을 많이 전했다. TK(대구·경북) 지역으로 귀향한 트위터러들은 20~40대는 성향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동안 트위터로 ‘트윗 대선 민심’이라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트위터러들에게서 추석 민심을 모아봤다. 사흘 동안 1000개 이상의 멘션이 왔다. 일정한 경향성이 있었다. 주로 진보 성향의 트위터러들이 소식을 전했는데, TK 지역에서는 벽을 느꼈고, PK 지역에서는 변화를 느꼈다고 보고했다.  

흥미로운 것은 대선 후보에 대한 호감의 이유가 비호감의 핑계가 되곤 한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기성 정당에 속하지 않아서 지지한다는 의견과 정당 기반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의견이 비슷했고, 박근혜 후보는 여자도 대통령 한 번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와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냐는 이야기가 함께 나왔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당 기반이 있어서 안 후보보다 낫다는 의견과 후보는 좋은데 당이 싫어서 안 된다는 의견이 반반이었다.  

ⓒ뉴시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9월29일 서울시립고덕양로원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물론 트위터로 알아보는 민심은 한계가 많다. 일단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계층의 성향을 반영할 수 없고 기자의 트위터를 팔로잉하는 이용자들이 주로 응답했기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이용자들의 이야기가 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멘션 양이 많고 이들이 반대 성향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기 때문에 얼추 민심의 추이를 가늠해볼 수는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파악한 추석 민심에서 분명한 것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토(거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추석 직전에 다운계약서 문제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 그런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명박 돈이 안철수에게 갔다더라”

트위터에 올라온 안철수 거부 이유는 외모, 특히 입술에 관한 것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하며 우리 공동의 미래를 얘기할 때 반대자들은 그의 입술만 보았다. “추석 민심에 제일 놀랐던 건, 안철수 입술이 싫어서 안 찍겠다는 분이 많다는 것이었다.(@chinablue9)” “시댁 방문하고 두터운 벽을 느꼈다. 안철수 입술이 너무 얌체같이 생겼다며 찍지 말라고 한다.(@Yyoung38)” “나도 안철수 입술 얘기 많이 들었다. 뒤통수 칠 스타일 같다고.(@alotlikeluv_)”

며느리가 미우면 며느리 발뒤꿈치도 밉다고 했다. 안철수에 대한 거부 심리는 그의 선행이 ‘착한 척하는 것’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전셋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찌 전세 사는 사람 맘을 안다고 하냐. 착한 척하는 거라고들 했다.(@chinablue9)” 

그리고 이런 비호감은 밑도 끝도 없는 음모론으로 발전한다. “경상도 토박이인 어르신들이 ‘그리 돈 많이 모은 거 보면 도둑놈이다. 북한이 안철수 밀어준다더라’ 따위 얘기를 했다.(@heali_)” “안철수연구소가 무료 백신을 제공해서 경쟁 백신 회사들을 죽였다고 말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다.(@Gwanghwamun_Yu)” “박근혜를 지지하는 대구 작은할아버지가 ‘이명박이가 사회 환원한 돈이 어디 들어갔는지 아나? 그기 다 안철수한테 갔다더라’라고 했다.(@pygmalion85)”

안철수 후보에 대해 이렇게 적대적인 노년층은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지극히 온정적이었다. 특히 박 후보가 사과한 박정희의 ‘과거사’에 대한 평가가 남달랐다. “지금 20∼30대가 김대중·노무현이 만든 교과서로 배워서 박정희가 나쁜 사람이라고 안다. 박정희는 대통령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다.(@heali_)” “부모님이 박근혜는 없던 시절에 배고프지 않게 만들어준 박정희의 딸이라며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시더라.(@overthefury)”

박정희에 대한 긍정은 자연스럽게 ‘박정희도 잘했으니 박근혜도 잘할 것이다’로 이어졌다. “외가가 충남인데 외삼촌, 외숙모 모두 박정희를 못 잊어서 박근혜를 지지한다. 안철수는 연구나 하지 왜 나왔냐는 것이다.(@deungchicgoll)” “부산 어르신들 생각은 이랬다. 야권이 집권하면 빨갱이 나라 된다. 정치 경험 없는 놈들은 대통령 하면 안 된다. 박정희 덕분에 밥 벌어 먹고 산다. MB와 박근혜는 상관이 없다.(@onething00)”

ⓒ뉴시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9월23일 서울 망원시장을 방문해 추석 음식에 쓸 채소를 고르고 있다

대체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 논리는 감성적인 것이 많았는데 개중에는 제법 탄탄한 것들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아무리 괜찮은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검게 물든다. 정치판에서만 살아온 박근혜는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이들을 자신의 뜻에 맞게 끌고 나갈 힘이 있다는 논리를 편다.(@MTB74)”


해운대 골프서클이 문재인 지지?

PK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부산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보낸 멘션이다.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요동쳤다. 큰아버지가 박근혜는 절대 안 뽑는다고 한다. 이유는 대통령이 너무 무식하면 김영삼 꼴이 난다고.(@antisaenuri)” “해운대 골프서클 회원들이 문재인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노무현과 DJ는 욕만 했는데 대단한 변화다.(@pulgrim9)” “아빠가 뼛속까지 한나라당이었는데 이번에는 안철수라고. 비정치인이었던 것이 플러스.(@whyonelove)”

PK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였다가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박근혜나 문재인은 옛 정치권 사람이니 새로운 안철수를 지지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나 안철수는 흠결이 많은 사람이니 무난하고 안정적인 문재인을 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와 달리 외모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PK 지역이 후끈 달아오른 것과 달리 호남에서는 느긋하게 문재인·안철수, 양 후보를 비교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이 왔다. “광주는 저연령층은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고민하고, 중년층은 안철수를, 고령층은 민주당 후보(문재인)를 지지하는 양상이다.(@gyogamrain)” “순천 낙안민속마을에서 친구들끼리 논쟁을 했다.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러 온 친구들은 문재인을, 시골에 있는 친구들은 안철수를 지지했는데 아침까지 이어졌다.(@kys9160)” 

해시태그를 통해 올라온 글을 보면 세대 갈등을 담은 글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 갈등보다 세대 갈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보의 불균형이 문제였다. 특히 노년층의 편견이 잘못된 정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댁에서 (힐링캠프)를 보는데 어른들이 ‘쟤가 빨갱이잖아~ 김제동이. 김미화도 그렇고. 북한 찬양하고 그래서 조사받았잖아’라고 말하더라.(@yoossem)” “노인정에 어버이연합이 있지 않나 의심될 정도로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노무현은 고졸 깡패고 문재인은 그 쫄따구라고.(@i_am_uma)”

노년층의 경우 후보에 대한 기본 정보나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약한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 60대 어르신들과 식사 중에 안철수 후보가 의사 출신이라고 하니 놀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300억 기부할 때 1500억 기부했다고 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tinypencil)” “새누리당 지지자인 아버지에게 박정희가 일본군 장교였다는 얘기를 해주니 깜짝 놀랐다며 텔레비전에서는 그런 것 안 알려줘서 몰랐다고 한다.(@pusik0park)”

ⓒ뉴시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9월28일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트위터나 팟캐스트와 같은 뉴미디어도 기존 미디어와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정희 덕에 경제 발전하고 박근혜만 한 여자 대통령감 없다고 하던 엄마가 아이폰을 구입한 후 트위터를 하고, (나는 꼼수다) (나는 꼽사리다) 등을 듣고 변했다.(@iiyoonii)” “기적의 한가위다. (뉴스타파)의 위력 대단하다. 혹시나 해서 산소로 이동 중에 아이폰으로 (뉴스타파)의 박근혜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박근혜는 안 뽑겠다고 한다. 거의 새누리당 당직자 수준이던 친척 어른들이 문·안 단일후보 지지하기로 하고 술판을 벌이고 있다.(@caukwangdae79)”

트위터를 통해 추석 민심을 알아본 결과 전반적으로 야당 지지자들의 선거 관심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의 ‘장기 집권 플랜’을 짜는 이용자도 있었다. “20대에서 60대까지 우리 집 5명은 의견 통일했다. 차기엔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책임총리, 차차기엔 안철수 대통령, 차차차기에는 박원순 대통령(그 사이 서울시장 연임)으로.(@Sungjin_NA)”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2012년 10월 7일 일요일

대구 사람, 부산 사람, 부산 사람


이글은 한겨레21 2012-10-08일자 제930호 기사 '대구 사람, 부산 사람, 부산 사람'을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질문5- 지역주의는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PK와 TK의 균열 확실해지고,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도 낮아져

이런 선거 처음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 세 사람 다 영남 출신이다. 9월19일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영남 후보 세 사람(부산 출신 문재인·안철수, 대구 출신 박근혜)이 맞붙는 초유의 구도가 완성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대선 후보가 막판 단일화를 하더라도 영남 출신의 여야 후보끼리 격돌하는 모양새엔 변함이 없다. 18대 대선이 이런 구도로 전개되리라는 건 일찌감치 예견됐다. 보수여당의 후보가 대구·경북에 연고를 둔 박근혜로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근거 지역의 인구 규모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야당으로선 경쟁 정당의 텃밭인 영남 출신으로 후보자를 내는 게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공학적 셈법이 이미 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호남 연고 정당의 두 가지 선택지

1987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의 출신지만큼 승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변수는 없었다. 대구·경북(TK)의 노태우, 부산·경남(PK)의 김영삼,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이 4자 대결을 펼친 13대 대선은 그 결정판이었다. 1987년의 4자 구도는 TK·PK·충청이 연합한 1990년 1월 3당 합당을 거치며 호남 대 비호남의 양자 구도로 재편된다. 1992년 14대 대선은 영남(+충청)의 김영삼과 호남 출신 김대중의 여야 대결에 강원 출신의 제3후보(국민당의 정주영)가 가세하는 형국이었다. 1995년 충청(자민련)의 이탈로 이 구도는 영남에 기반을 둔 보수 정당과 호남에 근거한 자유주의 정당이 격돌하는 모양새로 고착되는데, 이 구도는 영남이란 거대 지역 기반을 가진 보수 집권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호남에 비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출향민을 포함한 호남 대 영남의 인구비는 1:1.5로 추정), 오랜 집권을 통해 정·관·재계 엘리트의 다수를 영남 출신 인사들이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권을 노리는 호남 연고 자유주의 정당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제3의 지역 정당과 연합하거나, 비호남 출신(가능하면 영남 출신) 후보자를 내세워 표의 확장성을 꾀하는 것. 첫 번째 전략은 1997년 15대 대선의 DJP 연합에서 효과를 봤다(물론 이 또한 외환위기라는 외생 변수와 이인제의 영남표 잠식이란 내적 변수의 개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두 번째 전략은 PK 출신 노무현을 후보로 내세운 2002년 16대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16대 대선은 영남 정당의 비영남 후보(한나라당 이회창)와 호남 정당의 비호남 후보(민주당 노무현)가 맞붙는 특이한 구도였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의 노무현은 근거지인 PK에서 선전한 덕에 민주당에 두 번째 집권을 선사했다. 이 선거는 호남에 근거를 둔 자유주의 정당엔 하나의 집권 공식을 제공했다. 보수정당의 견고한 지역 기반에 균열을 내지 않고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90%를 웃도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유지된다는 것이 전제였다. 이런 집권 공식은 호남 출신 후보를 내세웠다가 TK 출신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500만 표가 넘는 압도적 격차로 패배한 17대 대선을 거치며 하나의 ‘공리’로 굳어졌다.
다가오는 12월 대선과 관련해서도 관심은 두 가지다. 우선은 문재인 혹은 안철수 후보가 부산·경남에서 얼마나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느냐다. 참고 지표는 지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이다. 당시 노무현은 부산에서 29.9%, 경남에서 27.1%를 얻었다. PK에서 민주당의 지역 조직이 확고한 뿌리를 내리기 전이란 점에서 당시의 선전은 노무현의 개인적 인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좀더 설득력 있는 지표는 지역의 당 조직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이다. 당시 민주당은 부산에서 31.8%, 경남에서 25.6%를 얻어 3당 합당 이후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당시 통합진보당이 얻은 정당득표율을 더하면 부산은 40.2%, 경남은 36.1%까지 올라간다.


“최근 1년 동안 호남의 지지는 손학규에서 문재인으로, 다시 안철수로 변해왔다. 호남은 DJ를 제외하고는 자기 지역 출신 후보라고 지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02년에는 없던 PK의 민심 이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철수나 문재인 가운데 누가 되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이 얻은 득표율보다는 오를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2002년 당
시엔 없던 새누리당 세력에 대한 PK 지역의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의 여론조사 수치를 봐도 4월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얻은 정당득표율 40%(부산 기준)는 무난히 얻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도 35~40%를 PK에서 야권 후보가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의 기준선으로 본다. 한 위원은 “PK와 TK의 균열이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며 확연해진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정치에서 소외돼왔던 층의 지지를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득표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출신 지역 후보를 내지 못한 호남 민심의 향배다. 호남은 알려진 대로 이명박 정부 지지도는 물론, 박근혜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반면 문재인·안철수의 지지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1997년, 2002년 대선과 같은 결집과 동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사실상 호남이 뽑은 후보였던 2002년의 노무현과 달리,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 호남과의 정치적·정서적 밀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무현만큼의 열정적 지지를 끌어내기엔 두 사람 다 정치적 매력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철희 소장의 견해도 비슷하다. 그는 “2002년을 정점으로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떨어지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 2002년 90%대였던 호남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광주 95.2%, 전남 93.4%, 전북 91.6%)은 2007년 17대 대선에선 모든 지역(광주 79.8%, 전남 78.7%, 전북 81.6%)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 총선에서 야권 연대의 정당득표율 역시 광주는 87.5%, 전남 84.3%, 전북 79.7%였다. 물론 드러난 수치에도 불구하고 야권 후보에 대한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귀영 위원은 “최근 1년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호남의 지지는 손학규에서 문재인으로, 다시 안철수로 변하는 흐름을 보인다”며 “호남은 DJ를 제외하고는 자기 지역 출신 후보라고 지지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선거 막바지 국면엔 결국 박근혜를 꺾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의 지지 손학규 → 문재인 → 안철수

문재인과 안철수 가운데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조심스럽다. 안철수 손을 들어주는 쪽에선 민주당색이 옅은 점은 영남에서, 친노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은 호남에서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문재인의 우위를 점치는 쪽은 청와대 경험이 가져다주는 안정감과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3개월. 판단은 독자들 몫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대선판세 가르는 ‘4·11 낙동강 전투’


이글은 대자보 2012-02-23일자 기사 '대선판세 가르는 ‘4·11 낙동강 전투’'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부산경남 민심 이반, 민주당 교만하면 민심 표변 알아야

1990년 3당합당 이후 지역주의가 고착화되어 연고지역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영남-호남에서는 당선이 보장되었다. 공천이 곧 당선이었다. 그 까닭에 양대 정당이 영남-호남지역을 양분해 완전히 석권해 왔다. 그런데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년간의 정치적 연대인 PK+TK에 균열양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이 격전지였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PK가 최대의 격전지로 떠올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역대 대선을 보면 PK의 향방이 대선의 판세를 가른다는 점에서 ‘낙동강 전투’로 비유될 정도이다. 

PK는 전통적인 야성지역이다. 1960년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한 봉화도 마산에서 먼저 들었다. 박정희의 유신체제에 종언을 고하는 1979년 부마항쟁도 부산-마산이 진앙지였다. PK는 신군부에 치명타를 준 신당 돌풍의 주역이기도 하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YS-DJ가 주도한 신한민주당의 후보 5명을 모두 당선시켰던 것이다. 관권과 금품이 난무한 부정선거였지만 신군부의 민주정의당은 2석을 얻는데 불과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13대 총선에서는 YS의 통일민주당이 15석 중 14석을 석권했다. 

1990년 YS의 민주통일당이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JP의 자유민주연합과 합당하여 민주자유당이 태어났다. 이른바 3당합당이다. YS의 연고지역인 PK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연고지역인 TK와 정치적 연대를 맺은 것이다. 이후 PK는 줄곧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었다. 노무현은 PK출신이다. 그럼에도 PK에서 그의 도전은 번번이 실패했다. ‘호남당’이란 간판이 패인이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그는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입후보했다. 그런데 PK에서 그의 득표율은 29.4%에 그쳤다. 반면에 지역연고가 없는 한나라당의 이회창은 65.3%의 득표율을 올렸다. 호남의 지지가 노무현을 당선시켰던 것이다. 

MB정권 들어 그 철옹성 같던 PK가 영남지역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가 그 시발점이다. 무소속 김두관의 경남지사 당선은 예상 밖의 승리였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후 2004년 총선, 2006년 경남지사, 2008년 총선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 점에서 그의 당선은 이변이다. 그와 함께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정길이 45%란 높은 득표율로 약진했다.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23명, 기초의원 174명의 당선됐다. 한나라당의 아성 PK에서 일어난 파란이다. 서울시장 선거패배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날치기의 후폭풍이 MB정권의 권력누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MB정권을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그 틈을 타서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접수하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친이계의 무저항이 그것을 말한다. 그 배경에는 PK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PK의 이탈은 곧 대선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불만은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불통-강압통치와 TK우대-PK박대 인사에 대한 저항이 깔려있다. 

2007년 12월 대선의 승패는 노무현 심판론이 결정했다. MB의 압승은 친노세력에게 동면의 세월을 안겨줬다. 하지만 MB의 실정은 4년만에 그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을 부산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그 선봉장으로 문성근이 나섰고 김정길이 가세했다. 친노세력이 화려하게 부활하여 민주통합당의 지도부를 장악했다. 부산 공략을 통해 대권까지 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조심스럽게 무소속으로 관망하던 김두관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 기치를 들고 통합대열에 가세했다. 다분히 호남을 의식한 대목이라 대권 도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총선 이후 상황전개에 따라 결행하겠다는 뜻이다. 

TK와 PK가 합세한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1992년 김영삼, 2007년 이명박 당선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지역이 분열한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노무현한테 실패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간판을 바꾸고 탈색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같은 이유로 민주통합당이 PK에 공을 들인다. 4·11 총선에서 문재인의 부산, 김두관의 경남이란 거점공략이 승기를 잡으면 대권쟁취의 열쇠를 쥘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동성이 너무 크다. PK는 항구도시, 공업지대가 포진해 있어 외지인, 노동자가 많아 역동성이 높다. 민주통합당이 교만한 표정을 짓는 순간 민심도 표변한다는 점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민주통합당, 부자 몸조심할 때 아니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0일자 기사 '민주통합당, 부자 몸조심할 때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칼럼] 허성관 (프레스바이플 발행인)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보다 앞서고, 오차범위 내지만 문재인 상임고문이 박근혜 위원장을 대선에서 이기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4.11 총선 후보자가 넘쳐나는 것이 민주통합당이 처한 희망적인 현실이다.
그간 시민사회 온건노조 재야세력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성공적으로 민주통합당을 만들어 내자 신뢰를 보내는 국민들이 늘어난 결과이리라. 물론 민생을 파탄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과 북의 평화공존을 깨뜨리고 권력을 사유화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가 임계점에 다다른 반사적인 효과도 여기에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좋아지자 민주통합당이 부자 몸조심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형편이 조금 나아지자 소위 ‘관리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관리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총선승리는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볼 때 달라진 모습이 아니고 그 나물에 그 밥이어서 희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으로서 당당하게 처신할 때만이 국민들이 지지했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 부결과 관련,"새누리당(한나라당)은 야당에게 주어진 추천권을 짓밟아버렸다"며 "구시대적 색깔론에 빠져 국민과 야당 요구 짓밟는 의회 폭거 규탄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임명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전략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새누리당을 탓하기도 한다. 소수파인 야당이 헌법재판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한 것은 다양한 가치를 헌법재판에 반영시키자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이다.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여당도 헌법정신을 살려 동의해줘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한나라당이 당명도 바꾸고 쇄신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상당히 합리적으로 변화해서 통과시켜 주리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너무 안이했다. 결과를 보면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는가? 걸레를 깨끗하게 빤다고 행주가 되겠는가. 염소 뿔을 잘 다듬는다고 녹용이 되겠는가. 협상은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게 기본이다. 새누리당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치열함을 포기할 때 야당은 존재이유를 팽개치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제대로 뽑아 써야 한다는 말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시끄러웠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에서 부산 경남 지역(PK)이 초미의 관심사인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공천심사위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도부가 PK의 중요성을 말 그대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서울 사람이 서울에서 보는 기준으로 지방에 관련된 문제를 결정하면 항상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위원회 구성에서 지방을 배려하는 이유는 나눠먹기가 아니라 지방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자는 것이다. 좀 더 폭 넓은 관점에서 한 곳으로 집중해서 최대의 힘이 발휘될수록 심모원려가 필요하다. 지금 지도부가 결정하면 모두가 쌍수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오만함에 갇혀서는 안 된다.
여성 지역구 15% 의무 기준 때문에 서울의 총선 지역구 후보자 대다수가 여성일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여성의 정치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모두들 수긍할 것이다. 당 대표에 여성이 선출되는 시대이니 과거처럼 여성의 정치 진입 장벽이 강고한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30여개 지역구에 여성후보를 공천한다고 해서 서울의 여성들이 모두 민주통합당을 찍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왜 15%를 고집해야 하는지 어떻게 15%를 배분할 것인지 진지하고 섬세한 달성 방안들을 고민한 다음 실천에 옮기는 겸허한 자세가 중요하다. 지도부가 설정한 가치이면 유권자도 동의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 것이다.
이화여대 동문회냐는 불만이 나온 것도 지도부의 자기반성이 절실한 사안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 사람들의 경구는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MB 정부의 ‘고소영’ ‘강부자’ 인사가 준 교훈이 생생하다. 편중 인사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과의 후보단일화 논의에 관한 기쁜 소식도 아직 없다. 진보당의 지지율이 떨어져서 진보당이 오히려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도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 진보당과 연합하지 않아도 과반수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수도권의 경우 수천표 수백표로 당락이 갈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생각할 때 야권 단일화는 국회 다수당이 되는 필요조건이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상 언급한 몇 가지 최근 사례는 민주통합당이 부자 몸조심 하는 ‘관리모드’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사안들이다. 민심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관리모드’는 원천적으로 정치에서 설립할 수 없다. 역사와 국가와 민족 앞에 당당한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는 표를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