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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1일 화요일

“장준하 아들이 안철수 지지하는 이유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0일자 기사 '“장준하 아들이 안철수 지지하는 이유는…”'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장준하 장남 장호권씨 “내 역할은 유신 잔존세력 정권탈환 막는 것”

지난달 초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서 타살 흔적이 발견되면서, 언론들은 ‘죽은 장준하가 산 박근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유신과 5·16 등 과거사에 대한 태도에 도마위에 오른 상황에서, 박정희 반독재 운동의 선봉이었던 장 선생이 권력에 의해 살해되었을 것이란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는 현재 장 선생 타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장준하 암살 진상규명 범국민 추진위원회(이하 장준하 규명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잠재적 대권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8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역삼역 인근에서 이어진 2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서 장준하 선생 타살 흔적 발견의 의미와 본인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게 된 배경, 이후 대선 국면에서 장준하 규명회가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을 쏟아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재 대권구도는 여당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계 인사들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진행되고 있으며, 민주당 경선을 전후해 안철수 원장이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원장과의 단일화 경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반 박근혜 전선’이 될 수 있는, 장준하 규명회가 대권 흐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 장준하 선생 유골에 타살흔적이 발견된 계기는 묘소 이장이다. 갑자기 왜 이장하게 되었나?“작년 5월 큰 비가 와 장 선생 묘가 붕괴했다. 그것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현충원에 모시면 어떻겠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7일 추도식에 방문한 파주 시장이 ‘파주 땅에 모시면 어떻겠느냐? 장 선생의 민족정신과 민주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파주가 간직해 후손들에게 알리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파주에 장준하 공원을 세우면서 그리로 옮기기로 하고 이장하게 된 것이다.”

37년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 타살의 흔적은 이전에도 있던 것 아닌가?“장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 내가 새벽 1시에 시신을 둘러메고 내려와 집에 와서 검시를 했다. 장준하 이름만 불러도 긴급조치로 잡혀가던 시절이기에 공식적으로 검시 할 수 없어 의사 3명이 문상객으로 가장해 검시했다. 당시 사망원인은 오른쪽 귀 뒤 함몰, 그 외 아무런 외상이 없었고 오른쪽 팔 안쪽, 허벅지 뒤쪽에 멍든 자국과 주사바늘자국 2개 정도만 있었다.”“당시 머리카락 사이에 조금 찢어진 부분이 있어 그곳에 성냥을 넣어보니 성냥이 다 들어가더라.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구멍이 난 줄 알았다. 아마 징 같은 걸로 찍은 것 아닌가 추측했는데 이번에 유골을 보니 그 부위는 깨져서 함몰된 틈 사이더라. 37년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여서 깜짝 놀랐다.”

- 민주당 정권 당시 의문사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타살’ 결론이 나지 않았다.“김대중 대통령 당시 1기 조사위가, 노무현 대통령 당시 2기 조사위가 있었다. 나는 당시 외국에 있었는데 한 번은 방송국에서 이와 같은 조사위 활동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대통령이 목숨 걸고 하지 않으면 피해 받은 모든 분들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답했다. 아직 이 사회는 박정희·전두환 당시의 기득 잔존세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다. 통수권자도 어느 한계까지 올라가면 손을 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말고 그 이전에 장준하 선생 사건을 다룬 를 방영하려 했을 때, 당시 3공 핵심인사가 방송국에 전화해 방송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진상조사위원회 2기 활동이 끝나고 3기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되었는데, 3공 당시 공안 검사 출신 국회의원이 그 서류를 발의 기간이 넘길 때 까지 숨겼다고 한다. 그게 현실이다.”“그들은 여전히 많은 것을 갖고 있다. 특히 정보를 갖고 있다. 소위 야당, 적대관계 정치세력들의 개인적 약점까지 갖고 있으니까. 이번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출마 저지 논란도 그런 것과 흡사하다. 다들 정치생명 때문에 (과거사에 대해)어느 선 까지 가다가 중단한다. 장준하 선생 사인도 당시 1~2기 조사관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찾아내려 했는데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과거사를 감추려는 이유

- 그들이 과거사가 밝혀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장준하 선생을 타살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솔선수범해서 과거의 문제를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안하려 하겠는가? 장준하 선생은 그 분이 가진 상징성 이전에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이 살해를 당했다면 국가는 조사할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안 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 이유에 대해 자꾸 박근혜씨와 연결을 시키지만, 젊었던 박근혜씨는 당시 유신정권에 참여할 위치가 아니었다. 딸로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지만 제대로 된 퍼스트레이디 역할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때문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박근혜 후보에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문제는 그 주변이다. 유신의 잔존세력들이 이제 와서 박정희의 딸을 내세워 대통령을 만들려 하고 있다. 만약 박 후보가 스탈린의 딸처럼 그들을 배재하고 자기 길을 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씨도 그들의 힘을 이용해 통수권자가 되려고 한다. 즉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쿠데타 세력의 집권전략이 박근혜를 통해 진행중이다.”“이것이 의심에 불과하다면 박근혜씨는 자기의 역사 인식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겠다면, 역사관은 그 책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장 선생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전 국민이 들끓고 있으니 이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의견을 내세워야 한다. 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물을 것이다. 장 선생 죽음에 국가기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그 수장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다.”

- 3공·5공 잔존세력이 박근혜 후보를 계기로 정권을 재창출 한다는 건 너무 과거의 프레임 아닌가?“내가 우려하는 모든 것은 그 상황에 대한 것이다. 박근혜씨가 예뻐서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 그들에 의해 잘 먹고 잘 살아온 기득세력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시스템 속에 관념화 되어 있다. ‘출세해라’, ‘돈 벌어라’ 이렇게 가니 이제 많은 순박한 국민들은 나에게 조금만 이익이 돌아와도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싫고 좋은 기준이 분명해진 것이다.”“그런데 이제 옳고 그름은 판단하지 않는다. 야권도 많이 잘못 했다. 실망을 줬다. 둘 다 싫은데 비교적 돈 있는 놈들이 모양이 좋은 것이다. 그 막연한 허상을 보고 유권자들은 움직여준다. 그러면서 왜 수탈당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게 참 가슴이 아프다.”“해방 후 이승만이 분단을 고착화하며 일본의 앞잡이를 고용했다. 이승만이 정통성 있는 나라를 만들어놓았다면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박정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기보다 마지막 총독이었다. 한일협정 하겠다고 김종필을 보낸 것은 나는 일본정부와 일왕에게 통치자금 받아온 것이라고 본다. 한일관계의 정리할 것은 하나도 못하고.”“지금 이런 사람들이 다시 박근혜를 내세운다고 하니, 박근혜 후보가 제대로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던 기득권, 재물과 조직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역사는 후퇴한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이 시점에서 일본과의 외교관계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 마디라도 했는가?”

“박근혜가 위안부 문제 말 한적 있나?”

- 기득권 층의 헤게모니 재장악은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친일파가 살아날 다리를 만들어준 정도다. 이명박 정부는 친일을 넘은 애일이다. 독도도 가고, 위안부도 얘기했지만 그것은 임기 말 처음 꺼낸 얘기다. 일본에 빌미를 줬고 정작 대책은 없다. 이번에 장준하 선생과 관련해 청와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답변은 (진상조사를 할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는데)걸리는 시간이 150일이라는 것이다. 그 때는 대선 후다.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 그런 주장을 사실로 치면, 과거 세력의 부활을 막는 방법은 무엇인가?“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간단하다. 그들의 대표주자인 박근혜와 상대할 수 있는 대표주자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와 비슷한 사람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정당정치 시스템에 대해 국민들이 호감을 갖지 않는다. 그 와중에 국민들은 다른 방향을 선호하고 있고 예를 들어 안철수 현상이 있다.”“그 사람은 깨끗하고 박근혜와 대칭된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 모자란 점이 있어도 채워주면 된다. 그렇다면 그를 내세워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것이다. 만약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적 경험이 없어도 기존 민주 정당세력이 (도움을)주면 될 것 아닌가? 전반적인 기대를 몰아줘 반민족에 대한 싸움을 해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열린 후기 학위수여식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상대방이 온전한 세력을 갖고 있는 반면, 안철수 원장은 그렇지 않다. 세력 대 세력의 대결이 안 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쪽은 나름의 세력이 있다. 무소속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정당정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안철수 원장은 대통령만 하면 된다.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행정은 전문가들을 쓰면 되고 정치는 정치인이 하면 된다. 삼권분립을 제대로 만들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안철수는 단임으로 끝내야 하는 사람이다. 역사의 흐름에서 그는 구원투수다. 그리고 차차기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의식이다. 문화가 있고 정체성을 만들어놓으면 차차기도 딴 짓을 못할 것이다.”

안철수를 지지한 이유

- 그 계기를 장준하 선생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장준하 규명회의 역할을 무엇으로 규정해야 하나?“장 선생은 37년 만에 묘가 무너졌다. 그게 엄청난 이슈가 된 것이다. 장 선생이 유신철폐 100만인 서명운동을 했는데, 그것을 흉내 내 (장 선생 진상규명을 위한)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1주일이 안돼서 엄청난 호응이 있었다. 나는 박근혜 주변 세력이 하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그것을 혼자 할 수 없으니 뜻이 같은 시민단체를 끌어 모으려 한다.”“장준하 규명회는 7일 준비위원회를 발족해서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많은 분들이 하겠다고 했다. 아마 19~20일 사이에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장준하 선생 의문사의 진상을 규명한다. 장 선생님 시신을 부검하는 방법과 국내외 법의학자들이 공유해 진상을 규명하는 등의 역할이 있다. 이는 장 선생 하나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신 때 의문사 당한 많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 장호권 선생은 사실상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건데, 장준하 규명회에 들어가나?“설립 후 유족인 나는 빠질 것이다. 나는 박근혜 후보 주변의 세력을 저지하는 일에 전념을 다할 것이다. 인선과 관련해서는 동교동(김대중)과 상도동(김영삼)을 찾아 관여를 했다. 아마 장준하 규명회의 대표를 뽑고 50여명의 집행부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고문과 천여명의 발기인 정도가 포함될 것이다.”

- 장준하 규명회는 박근혜 후보와도 민감하게 얽힌 사안인데, 김영삼 전 대통령도 돕겠다고 했다.“사실 상도동보다는 동교동과 조금 더 왕래가 있었다. 장 선생님 살아계실 때도 김대중 선생이 우리 집에 찾아왔고, 김대중 선생은 장 선생을 형님이라고 불렀다. 다만 김영삼 선생을 먼저 찾아간 것은 김대중 선생이 고인이 되었으니까. 내가 상도동에 간 날은 우연인지 박근혜 후보가 다녀간 다음날이었다. 찾아가서 뵈니 건강이 좋아 보이시진 않더라. 건강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어제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안하셨다.”“김영삼 선생에게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니 ‘알고 있다, 얘기 들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 때 장 선생 일에 대해 관심 있게 못 봐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을 고치고 진상을 밝혀야겠다, 그러니 열심히 하겠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하겠다’고 하셨다. 다만 마지막 얘기가 마음에 걸렸다. 김영삼 선생은 ‘열심히 하세요, 그런데 용기를 갖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일상적 언어일 수도 있겠지만 힘든 일이 봉착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대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 미칠 수도”

- 어쩌면 장준하 규명회가 반 박근혜 연합전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넓어질지도 관심사인데, 인선은 얼마만큼 구성되었는가?“이미 많은 부분이 정해졌다. 이후 발표 하겠지만 박근혜 후보 측에서 의외라고 할 수 있는 분들도 들어올 수 있다. 규명회는 법조 학계 종교계 등이 적극 가담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CSKorea(안철수 원장 지지단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는 장준하와 같은 뜻을 지닌 올바른 지도자를 뽑자는 의미로 구성된 단체다. 나는 정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주변 인물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것을 보기 힘들다.”“장 선생도 지금에 와서 도저히 못 참겠다며 일어나신 것 아닌가 싶다. 박정희가 산업역군으로 평가받고 그 이유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재건국민운동본부, 새마을사업 등을 꼽지만 사실 이것의 기초는 장면 정부가 닦았다. 당시 장 선생이 국토사업본부장을 했고 그때 대한민국 공채 1기 공무원들을 뽑았다. 2천여명이 되었는데 장 선생이 이들을 교육했다. 이들이 서울에 와서 임명장을 받던 그 날이 바로 5.16이다.”“장면정권이 계속했다면 우리가 지금 자동차 안타고 다녔겠나? 좀 늦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자전거만 타고 다닐 것이다? 그렇지 않다. 마치 자기들이 다한 것처럼 해놓고 밑에 깔린 국민들의 피와 희생은 무시했다. 나는 유신이란 단어자체가 너무 싫다. 메이지유신, 일본이 쓰던 걸…. 뼛속깊이 그런(친일) 것이고, 박정희는 청와대 안가에서 엔카와 일본군가를 부르며 향수를 느꼈다고 한다. 이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장준하 선생은 희망가, 독립군가 이런 것을 불렀는데, 이 나라 수장이란 자는 일본 정종을 마시며 엔카를 듣고 그걸로 향수를 느낀다니, 향수는 고향을 그리는 것이다. 고향이 일본이란 얘기지.”“나는 한때 만약 박근혜 후보와 과거세력이 이 나라의 권력을 잡으면 나라를 떠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바꿨다.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라도 싸우겠다. 그건 장준하 선생이 관을 열고 본인의 유골을 내게 보여주실 때 바뀐 감정이다. 지금은 내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장 선생의 혼이 자기 아들의 몸을 빌린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8월 초 개묘하고 1달 이상 하루에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내 나이가 지금 몇인데 밥도 잘 안 먹고, 피곤한 상태에서도 머리가 맑은 편이다. 가만히 장 선생이 뭐 하시려나 생각을 해본다. 그 분은 정말 나라걱정을 많이 하신 분이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7월 17일 화요일

강준만 교수 ‘안철수 지지’ 선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6일자 기사 '강준만 교수 ‘안철수 지지’ 선언'을 퍼왔습니다.

강준만 안철수

증오의 시대 끝낼 적임자는 안철수…” 다른 후보로는 양극화구도 넘지 못해”
언론학자인 강준만(56) 전북대 교수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50)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강 교수는 16일 출간한 새 저서 (안철수의 힘)(인물과사상사)에서 ‘증오의 종언’이 2012년 시대정신이며, 안 원장을 이 시대정신을 실현할 가장 적합한 후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왜 안철수인가’를 상세히 다룬 이 책에서 그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 원장이 증오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기성 정치권이 승자독식을 되풀이하며 증오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해 온 점,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낡은 프레임’의 종식을 요구한 점 등 그의 문제의식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둘째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온 안 원장이 공정국가를 실현할 적임자이며, 셋째는, 디지털 선구자인 그가 에스엔에스(SNS) 소통 혁명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적임자이기 때문이라고 강 교수는 주장했다. 안 원장의 지나온 삶이 경제 민주화의 가치라 할 정의, 공정, 공생의 실천에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으며, (한국에서)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 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게 그가 제시하는 근거다.“안철수 현상의 뿌리는 그동안 한국 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논리였으며, 그 결과 이 시대가 타협을 모르는 증오시대로 돌변”한 상황에서, “안철수의 선택과 결단이야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축복일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한국 대선은 이른바 ‘30(여당 고정표)-30(야당 고정표)-40(무당파)게임’인데, 누가 이기건 지건 양극화 구도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지금이 증오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는 ‘증오시대’를 끝장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강 교수는 이어 “안철수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성장을 구현해온 한국 사회가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 모색하는 패러다임 전환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안철수의 힘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한국의 힘인 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10년간 내가 매달려온 화두인 ‘증오시대의 종언’을 안철수라는 관점을 통해 역설하고자 하는 시도”라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자고 선전·선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의 힘)에는 이와 함께 기존 보수·진보 세력, 언론의 안철수 바라보기 패러다임을 비판하고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의 대안 패러다임이 지닌 딜레마와 한계를 짚어낸 글 등도 실렸다. 이 글들에서 강 교수는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손학규 당 상임고문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야권 대선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박원순 방식(투 샷 경선)’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내놓아 눈길을 끈다.강 교수는 앞서 지난 5월 펴낸 (멘토의 시대)(인물과사상사)에서 대한민국의 주요 멘토 12명을 꼽으면서, 안 원장에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해 다뤘다. 책에서 그는 안 원장의 인기 비결을 정의·공정·공생 코드, 이념 양극화 혐오 코드 등 10가지 코드로 분석하며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왜 가난한 이들이 박근혜를 더 지지하는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3일자 기사 '왜 가난한 이들이 박근혜를 더 지지하는가?'를 퍼왔습니다.
[이철희 칼럼] 민주당,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때 아니다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그의 석방운동에 참여했던 프랑스 문학가 로맹 롤랑이 썼다고 한다. 그람시가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롤랭의 이 말을 차용했다고 하는데, 영어 번역문은 이렇다. "나는 지성 때문에 비관주의자가 되고, 의지 때문에 낙관주의자가 된다." (I'm a pessimist because of intelligence, but an optimist because of will) 이렇게 보면 뜻이 좀 더 명확해 진다. 우리는 지성으로 약점과 한계를 찾아내야 하고, 그걸 이겨낼 의지를 가질 때 그나마 낙관적 전망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넓은 개념으로 진보 진영은 그람시의 통찰과 거꾸로 가고 있다. 패배를 이해하는 데 의지를 사용하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 지성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저러한 점에서 진 것이 아니라고 하는 진단은 견강부회다. 누가 뭐래도 진 건 진 것이다. 여기에 굳이 어떤 변명을 덧붙이는 데에 지성을 쓰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패배를 조목조목 아프게 받아들이는 데 지성을 써야 새로운 반전의 의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기억해보라. 작년 10월의 재·보궐선거 후 당시 여당 대표가 말했다.

사실관계로 보면 그의 말이 과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서울시장 선거를 빼놓고선 대부분의 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은 당시 한나라당의 안일한 판단과 둔감한 인식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들렸다. 그 때 그들이 보였던 한심한 몽니를 이번에는 진보진영에서 보이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내친 걸음에 그람시의 지적을 하나 더 꺼내놓는다. "자만심을 강화하거나 구체적 사실보다 자만심을 더 좋아하는 자는 분명 진지하게 대할 가치가 없는 자이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패배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데이터 중 하나가 20~40대의 야당 지지율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의하면, 20대는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 56.7%, 2011년 10월의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69.3%의 야당 지지율을 보였다. 날로 지지강도가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이번의 총선에서는 47.9%로 내려앉았다. 30대는 64.2% → 75.8% → 53.5%의 궤적을 보였다. 40대는 54.2% → 66.8% → 46.1%의 흐름을 나타냈다. 여론조사를 숫자로 읽는 것은 잘못이다. 추세로 읽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20~40대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만큼은 틀림없다.

또 하나, 투표율이 던지는 메시지다. 이번의 투표율은 54.3%이다. 2년 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4.5%였다. 1998년 이후의 선거에서 지방선거 투표율에 비해 총선 투표율이 낮았던 경우는 한 번이다. 2008년에 있었던 18대 총선이다. 그 때 투표율이 46.1%였다. 그 이전의 2006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1.6%였다. 그 이전 시기, 즉 2002년 지방선거는 48.9%이고 2004년 총선은 60.6%였다. 1998년의 지방선거는 52.7%, 2000년의 총선은 57.2%였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 총선에서의 투표율은 매우 낮은 것이다. 직전의 지방선거가 54.5%였다면, 이번에는 60%를 넘겼어야 했다. 이런 투표율은 곧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이 20~30대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뜻한다.

우울한 대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리서치의 선거 후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은 압도적으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새누리당 대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이 소득 100만 원 이하에선 76.2% 대 12.7%, 101~200만 원에서는 49.7% 대 28.1%, 201~300만 원에서는 48.6% 대 28.9%로 나타났다. 5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당연히 45.1% 대 34.8%로 새누리당이 우세했다. 민주통합당이 진보 쪽으로 움직였다고 하고 1%의 부자가 아니라 99%의 서민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정작 그들의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주택 소유를 기준으로 부자 동네보다 서민 동네가 야권을 더 지지한 것에 비춰 볼 때,저소득층의 지지를 견인하는 데 실패한 것은 정말 뼈아픈 대목이다. 이것은 민주통합당이 아직 중산층이나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동원하는 데에만 성공할 뿐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는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느 나라든 먹고 살기 힘든 계층이 저절로 깨달아서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진보세력이나 정당이 프레임과 정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꿔낼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계급투표가 가능해진다. 민주통합당이나 야권 연대는 이번 총선에서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가 지난 4월 7~12일 자에서 지적한 평가는 적절해 보인다. "유권자들이 일자리와 복지를 고민하고 있고,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온 통합민주당이 불법사찰 문제에 매달린 것은 의외다." 비리와 부정부패 따위의 쟁점으로 유권자를 동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앞선 선거에서 이런 것에 대한 심판론이 여러 차례 작동했다면 심판의 대상을 경제적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무기력했다.

선거 패배의 요인은 간명하다. 민주통합당의 무능이다.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29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된 선거학회 조사에서 야당으로서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이 52.5%, 새누리당 재집권이 33.3%였다. 5:3의 구도면 얼마나 좋은 것인가. 그런데도 졌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기대했던 결과라는 응답은 42.7%에 불과하고, 기대와 다른 것이라는 응답은 50.9%였다. 이런 결과는 민주통합당의 실력이 모자랐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민주통합당은 지금까지 MB를 악마로 묘사했다.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했다. 이런 세팅은 여권의 주인이 MB일 때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MB 정부 출범 이후 야권이 여러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MB가 주변으로 밀려나고, 다른 사람이 여권의 얼굴로 등장하면 사정이 일변하게 된다. 게다가 그 인물이 여러 사안에서 MB와 맞섰던 사람이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박근혜까지 악마 내지 그 동조자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명박근혜'라는 말이 이를 말해준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박근혜의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51.2%, 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 39.7%로 나타나 이 전략이 나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전략에는 약점이 있다. 박근혜를 주 타깃으로 삼으면 본의 아니게 MB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 내내 MB는 뒤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민주통합당이 끌어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뉴시스

또 다른 문제점은 단순히 책임이 있다는 지적만으로는 야권 지지로 전향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영업 중에서 박근혜 책임론에 공감하는 여론은 59.8%이고, 그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37.2%였다. 그런데 이들은 정당 투표에서 새누리당에게 51.3%, 민주통합당에게 28.3%의 지지를 보냈다. 새누리당을 지지한 응답자의 31.0%가 박근혜 책임론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에게 동반책임이 있다는 것과 이번 선거의성격을 박근혜 심판으로 인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따라서 MB를 집중 공격하고, 반MB의 내용을 민주 대 반민주가 아니라 부자 대 서민의 틀로 몰아갔다면 박근혜 등장의 효과도 대폭 반감됐을 것이다. 이 프레임에서는 박근혜의 운신 폭도 훨씬 좁았을 것이다.

시험 못 본 학생이 할 일은 다음 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특히 많이 틀린 과목이나 약점을 드러낸 부분을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운이 없었다면서 으레 하던 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이 할 일은 참 많다. 패배를 통렬하게 아파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또 섣부르게 대선후보 경쟁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당을 바로 세우는 작업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 당장 인물 프레임으로 가는 건 실익이 없다. 우선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에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이 진보의 대표성, 반MB의 구심체, 복지한국의 견인차로서 자리 잡을 때 대선 승리의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한미FTA '폐기'의 조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 '폐기'의 조건'을 퍼왔습니다.
협정문 24.5조 따른 폐기 가능..."감당할 진보정권, 국민적 지지 필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의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강행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발언대에 올라간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의장석에 앉아 있던 정의화 국회부의장 앞 민주당 최규성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날치기로 한미FTA비준동의안을 처리한 데 대해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서울에서만 2만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비준무효와 폐기를 외쳤다. 야당5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과 함께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법적으로 이미 국회를 통과한 한미FTA비준동의안의 발효를 막는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한미FTA 비준의 유·무효를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출하거나,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날치기 통과된 한미FTA비준동의안의 효력을 정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헌법재판소가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을 인정하면서도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선 기각결정을 내린 것처럼 이미 한미FTA비준안 처리 자체를 무효라고 결정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시 미디어법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재투표와 대리투표를 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헌재는 그 효력을 인정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발효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이 날치기 처리된 비준안에 서명하고, 정부가 미국 측에 한미FTA 발효를 위한 법률적 준비가 끝났다는 서한을 보내는 형식적인 절차를 저지하는 방법도 있다. 시민들과 야당.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청와대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날치기 통과된 비준안과 14개 한미FTA 이행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리병원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기본법.경제자유구역법 등 한미FTA와 간접적으로 얽힌 법안들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한미FTA와 함께 상호작용을 해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앞당길 이른바 '자발적 민영화 법안'의 입법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송기호 변호사)

아울러 향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한미FTA 2대 후속조건'인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쌀 시장 추가개방(쌀 관세화)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계획대로 한미FTA가 내년 1월 1일, 혹은 미국의 의도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발효가 현실화 될 경우 결국 공식적으로 한미FTA 폐기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이하게도 한미FTA협정문에는 폐기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한미FTA협정문 24.5조 '발효 및 종료'

한미FTA협정문의 마지막장인 24장 '최종규정' 편에서 '발효 및 종료'를 다룬 24.5조 2항을 보면 "이 협정은 어느 한 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게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 또 24.5조 3항에서는 "당사국이 (협정의 종료를)통보를 한 후 30일 이내"에 이와 관련된 협의를 개시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EU FTA에는 별도로 '폐기' 조항이 없지만 한미FTA에는 역설적으로 국제관계에서 일방주의와 예외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폐기'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지난해 한미FTA 재협상 국면 당시부터 한미FTA비준동의안이 날치기 처리된 뒤까지 수차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조항을 거론하며 "한미FTA 협정문 24.5조에 따라 어느 한쪽이 협정의 종료에 대해 서면통보를 한 뒤 이후 6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며 "미국에 (한미FTA협정문 폐기를 통보하는)팩스 한 장 보낼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폐기 통보의 주체가 대통령인 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미FTA 폐기를 내건 세력이 의회와 행정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22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FTA폐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국제 협정상의 많은 신뢰를 잃게 되는 등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가 미국일 경우 한미관계의 특성상 대통령이 한미FTA를 폐기하자고 통보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대인 소장은 "이 부담들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힘"이라며 "압도적인 국민의 힘으로 총선.대선을 지배하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은 "국민들이 한미FTA폐기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한미FTA를 폐기하겠다고 결정하면 할 수 있다"며 "결국 닥치고 정치!"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재협상을 요구했고, 결국 미흡하지만 한.미 양국은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까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자율규제"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는 이를 담보할 가축전염병예방법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당시 미국 측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로 인해 섣불리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허용을 강하게 요구하지 못했다.

물론 한미FTA 폐기를 위해서는 2008년 촛불보다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지만, 정치적 여건은 오히려 당시보다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황진미 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2008년에는 광장에 나왔지만 어찌해야할지 비전이 없었다. MB정권 초기였고 신자유주의는 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MB정권의 바닥을 보았고, 미국 금융위기와 '중동의 봄'을 보았다. 신자유주의는 몰락하고 있다. FTA는 몰락의 물귀신이다"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트위터에서는 한 트위터 사용자(@fd***)가 올린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표가 215만여표다. 이 사람들이 열흘에 한번만 품앗이 삼아 (한미FTA 저지)집회에 나와도 서울만 하루 20만"이라며 10부제를 하자는 의견이 리트윗 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나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한미FTA 폐기 주장을 확인할 경우 형식적으로 한미FTA가 발효되더라도 2008년 촛불시위 당시와 유사하게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해 한미FTA의 즉각적인 실질적 효과가 상쇄되거나, 더 나아가 한국 측의 폐기 압박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한미FTA 폐기에 대해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큰 갈등 있겠죠. 감당할 진보정권과 국민의 지지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한미FTA 폐기에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즉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이어지고, 이에 기반한 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정권을 맡아야만 한미FTA 폐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23일 저녁 서울광장 인근에서 한미FTA저지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1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한미FTA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