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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월요일

헌법을 무시한 박근혜, 이제는 내 월급마저


이글은프레스바이플 2013-05-13일자 기사 '헌법을 무시한 박근혜, 이제는 내 월급마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성과가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고 언론들은 떠듭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 중에는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본질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엄청난 사건이기에 반드시 기억하고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통상임금'을 놓고 벌인 박근혜 대통령의 굴욕외교와 헌법 훼손 사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현지시각)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라운드 테이블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사람은 대니얼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GM 공장이 북한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애커슨 회장께서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보니 철수가 아니라 오히려 투자를 더 확대하려 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죠?"라는 말을 했고, 이에 애커슨 GM 회장은 '엔화 약세 현상'과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GM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만큼 꼭 풀어나가겠다"고 밝혔으며 이에 애커슨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에 안도하며 한국에 대한 8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대화와 뉴스 기사를 듣고 두 가지 분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0억 달러짜리 투자를 유치했구나,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야"" 왜 대통령이 미국 기업 회장에게 '통상임금'을 해결하겠다고 발언을 하지,뭔가 잘못됐다"

GM 회장의 80억 달러 투자와 통상임금 문제 해결 약속을 방미 성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재벌이거나 월급을 받지 않는 사람이거나 돈이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고 재벌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자기 월급을 내놓겠다는 사람입니다.


▲ GM 대니얼 애커슨 회장. 출처: 연합뉴스

현재 한국GM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통상임금 소송이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여금에 따른 수당을 최근 3년치(소멸시효) 소급분까지 지급하느냐 여부에 대한 소송입니다. 한국GM이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할 경우, 8천억원에서 1조원가량의 미지급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통상임금의 핵심은 초과근무 수당입니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에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야간수당,휴일수당 등을 지급하는데 만약 상여금 등이 기본급에 포함되면 통상임금이 오르고, 초과근무 수당 등도 오르게 됩니다.
연장 및 야간,휴일 수당으로 1150만원을 받던 연봉 4140만원 근로자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수당이 2170만원으로 약 1천만원 정도 오르게 됩니다.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는 이처럼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국GM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도록 협조(라고 썼지만,협박이라고 읽어야함)해주면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꼭 풀어나가겠다'고 덜컥 약속한 것입니다.

'재벌을 위한 재벌에 의한 통상임금 논리'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오로지 재벌 편에서 그들을 옹호하는 수작에 불과합니다.


▲ 경총이 주장하는 통상임금 소송 관련 기업 비용과 인건비 증가에 따른 기업의 입장,출처: 한국경영자총연합회,한국일보

한국경총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수십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이것은 기업의 경영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 통상임금으로 정리된다면 기업들이 인건비 대신 설비와 투자를 더 늘릴 수 있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근로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돈을 고스란히 그들만의 이익으로 챙기고 살았습니다.

▲ 대한민국 대기업의 경영 현황, 출처: 새사연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재벌이라고 부르는 38개 기업은 매년 엄청난 당기순이익을 올렸습니다. 매출액 증가율은 차이가 있지만, 재벌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당기순이익은 증가했으며, 이는 경제가 나쁘다고 해도 현금이나 자산을 늘렸던 배경 중의 하나입니다.
 

인건비가 늘어나도 이들은 충분히 설비와 연구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치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면 기업이 망할 것처럼 얘기합니다.
여기에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 주장하지만, 사실 대기업은 이익이 올라도 중소기업이 적자인 이유는 인건비의 문제가 아니라 요새 이슈가 되는 갑과 을의 문제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통상임금'이 아니지만, 대기업과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재벌 논리에 빠져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16년이나 변하지 않았던 통상임금 기준'

통상임금을 정하는 법률은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입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규정을 정해놓았고, 고용노동부와 기업은 이에 따라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이라 명시하고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계속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아십니까?바로 1997년입니다. 1997년에 만들어놓은 통상임금 규정을 2013년까지 그대로 똑같이 적용하고 있습니다.


▲ 1997년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는 2007년 한차례 개정됐지만, 정하여진이 정한이라는 식의 문구들만 바뀌었다.

고용노동부와 기업은 오로지 1997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해석으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과 규칙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새롭게 제정되는 것이 옳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다른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잘도 바꾸면서도 오로지 통상임금이 명시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는 아예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15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은 1990년부터 통상임금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다양한 판례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2012년 3월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5년 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만 가지고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재벌의 편에서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3권분립을 손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GM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 GM은 '통상임금' 소송에 걸려 있습니다. 제기된 소송 가액은 별로 되지 않지만, 소송에서 지면 GM은 전체 근로자에게 1조가량 미지급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소송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15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은 1990년부터 통상임금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다양한 판례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2012년 3월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대법원 판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5년 전에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만 가지고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재벌의 편에서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짓밟고 있는 것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3권분립을 손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GM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 GM은 '통상임금' 소송에 걸려 있습니다. 제기된 소송 가액은 별로 되지 않지만, 소송에서 지면 GM은 전체 근로자에게 1조가량 미지급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소송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입니다.

▲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3권분립 내용,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대법원이 판결했던 법리를 뒤집겠다는 의도이자,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3권분립, 즉 입법,사법,행정을 분립하여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분립제도를 위반하는 행위가 됩니다.
3권분립의 핵심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정신에 있습니다.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통수권자이지만 권력을 남용하거나 독재자처럼 군림하지 않도록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행정수반이 사법부의 판결을 미국기업의 80억 투자 약속을 위해 헌신짝처럼 뒤집겠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입니다.


▲ 윤창중 대변인 사건으로 남양유업 이슈가 사라진 것을 비꼬는 패러디물.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이나 남양유업, 주진우 기자 구속영장 청구와 같은 정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은 그저 몇 사람의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로 흐지부지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통상임금'과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헌법을 짓밟는 행위이자, 수천만 근로자의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어 수당을 더 받는 일은 불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법원이 인정한 합법적인 일입니다. 이것을 마치 기업을 무너뜨리는 근로자들의 욕심이라고 정부와 언론은 왜곡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일한 대가를 받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건만 왜 대한민국에서는 그것이 사회를 무너뜨리는 문젯거리가 되고 대통령이 헌법을 짓밟는 행위가 오히려 업적이 되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윤창중 사건에 매달리며 정신 팔린 사이 대한민국의 헌법은 1970년대처럼 대통령의 발아래 놓이게 되며, 여러분의 급여 명세서에 나오는 수당은 16년 전의 기준으로 계산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80

아이엠피터  |  impeter701@gmail.com

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담배도 술도…오르지 않는 건 월급 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8일자 기사 '“담배도 술도…오르지 않는 건 월급 뿐”'을 퍼왔습니다.
[뉴스와 SNS] 박근혜 정부 인사 줄줄이 낙마…“축구팀 만들 수도”

같은 뉴스라도 어디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 1면에 소개됐던 뉴스라도 SNS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신문 구석이나 방송뉴스 끄트머리에서 ‘단신’으로 언급됐던 뉴스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가 SNS를 타고 더 널리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한 주간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와 SNS에서 관심을 모았던 뉴스를 비교 해보는 (뉴스와 SNS) 코너를 신설합니다. (편집자 주)

-술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이네요?
지난주에 담뱃값 인상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술값 인상입니다. 정부 일각에서 담배에 이어 술도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고요, 정치권이 음주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술값을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대됐습니다.  

-어떻게 보도가 됐죠?22일 MBC는 “새 정부는 술값을 올려 소비를 줄이자는데 적극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찬성”이라고 말했다고 하고요.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25일 SBS는 ‘정치권이 술값을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인데요. 알콜 도수 30도 이상의 술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건강증진부담금을 늘리자는 건데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가격은 4~5% 인상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30도 이상의 술이면 맥주나 소주는 해당이 안 되나봐요?
네 그렇죠. 위스키 같은 독주가 해당됩니다. 독한 술을 주로 소비하는 계층이 아무래도 고소득층이라고 보고,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서 돈을 거둬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법안 취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새로 거두게 될 금액은 연간 360억원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이 돈은 금주 교육이나 알콜 중독자 치료 등 제한된 목적으로만 쓰일 예정이라 담뱃값 인상과는 차이가 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SBS <뉴스8> 3월25일 방송 화면.

-그래도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담뱃값 인상과 마찬가지로 역시 논란이 적지 않은데요. 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애주가들의 ‘탄식’도 이어졌습니다. SNS에서의 반응이 재밌는데요. ‘담배에 술에... 안 오르는 건 월급 뿐이구나’, 이것저것 다 오르고 연봉은 그대로구나!‘ 하는 트윗이 인상적입니다.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 밀가루, 설탕 가격도 다 올리자‘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간접세 올려 서민 돈 뺏을 생각 말고 부자들한테서 세금 제대로 걷어라’, 이런 트윗도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시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이용자는 ’왜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지 국민들은 안다‘는 트윗을 남겼고, 다른 트위터리안은 ‘이상한 짓 좀 하지말고 담배,술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정치 좀 해주면 안되겠니?’라고 트윗했네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정치인들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네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이 잇따라 낙마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던 한만수 후보자가 25일 사퇴했죠.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게 결정타였다는 분석입니다. 대형 로펌 근무 경력도 공정위원장 자리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따지면 벌써 12명째 낙마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이 ‘데쓰노트’ 아니냐, 이런 우스개도 나옵니다. 

-신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문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계속되는 인사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말이 없다’는 이야깁니다. 보수성향 신문들도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조선일보 3월26일자 1면

-왜 이런 일이 계속 이어지는지, 신문들의 분석이 조금씩 달랐다면서요?
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조금씩 다른데요, 우선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성접대 관련 논란에 휘말린 뒤 자진해서 사표를 냈던 김학의 법무부차관의 경우, 청와대는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더 하겠나’면서 임명을 강행했다고 하죠.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좀 더 강조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평소에 눈여겨 보던 인사를 지목하고, 검증을 그 뒤에 하다 보니 계속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이야깁니다. 

표현들이 재밌는데요, 한겨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내 사람이 아니라 국민 위한 사람 써야 한다”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한국일보는 ‘3불 인선’이라는 평가했습니다. ‘불통’ ‘불량’ ‘불감’ 인사라는 건데요. “협소한 인재 풀에 기반한 ‘불통 인선’과 아마추어 검증라인의 ‘불량 검증’”, 그리고 각계의 비판 여론을 감안하지 않는 ‘불감 인선’이라고 분석했네요.

▲ 한겨레 3월27일자 5면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나 청와대의 사과, 기대하기 어려울까요? 
인사 검증 실무자들에 대한 문책이나 사과가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문들의 분석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경향신문은 27일자 기사에서 “청와대가 ‘대국민 사과’와 ‘검증 보완론’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론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고, 그 해법 중 하나로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반면 동아일보를 비롯한 나머지 신문들은 ‘문책이나 사과 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6일이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있었는데, 인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정치권이 부실검증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했던 곽상도 민정수석도 임명장을 수여받았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깁니다. 

▲ 서울신문 3월26일자 3면

-SNS에서도 화제가 됐을 것 같은데요?
‘낙마한 사람을 모아서 축구팀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트윗이 재밌네요. 낙마한 이들의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일텐요.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 이같은 기록적인 인사실패로는 단 하루의 미래도 창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발의한 ‘후보자 인사검증 법제화’가 시급합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이와 비슷한 트윗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한 이용자는 “이번에 인사시스템 제대로 구축하는건 어떨까? 미국에선 240여 항목으로 철저 검증하고, 허위증언하면 징역형까지 간다는데”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또 있었죠?
네. ‘낙마’는 아니지만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가 또 있었죠. 김재철 MBC 사장입니다. 26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이사회를 열었는데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표결에 부쳐서 찬성 5, 반대 4표로 해임을 의결했습니다. 3년 1개월 만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겁니다. 

▲ 중앙일보 3월27일자 2면

-‘사임’이 아니라 ‘해임’된 방송사 사장,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김재철 사장은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사임’이 아닌 ‘해임’된 첫 사장이 됐습니다. 방문진은 정부와 여당 추천 이사가 6명, 야당 추천이 3명입니다. 그동안 총 네 차례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상정됐는데, 모두 부결됐죠. 

-해임 사유가 뭔지도 궁금한데요?
일단 표면적인 해임 사유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을 무시했다’,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건데요. 김재철 사장은 얼마 전 지방사를 비롯한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내망에 내정자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주주인 방문진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젭니다. 김 사장은 “지침을 어긴 건 잘못이지만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는데요, 이번 사건만으로 해임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독단적 경영’ 스타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요? 
MBC는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이래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왔습니다. 임기 초반 불거진 ‘낙하산 사장’ 논란 때문에 노조가 39일동안 파업을 벌였는데요, 김 사장은 당시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41명을 징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면서 170일 동안 장기 파업을 벌였는데요, 파업 전후로 징계자가 200여명에 달했습니다. 파업에 참가하거나 경영진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100여명에게 교육명령을 내려 업무에서 배제시키기도 했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기자나 PD, 아나운서들이 업무를 하지 못하고 ‘샌드위치 만드는 법’ 등을 교육받았다고 하죠.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배임 혐의로 고발당해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등은 번번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잇따랐고요. 시청률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요.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도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후임 사장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고 망가진 조직을 추스르는 등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경향신문 3월27일자 4면

-그렇군요. SNS에서도 이 소식이 화제였다면서요?
MBC 구성원의 트윗을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정성후 PD는 “너무 기쁘면 저절로 소리를 지르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 김재철 해임소식에 후배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다가 괴성을 질렀습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SNS에서는 대체로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트윗이 많았고요, ‘누가 오더라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누가 후임 사장으로 올지도 뜨거운 관심이었다고요?
네.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pyein2)가 MBC 사장 공모에 응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었죠. 한편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HanMyeongSook)은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트윗을 리트윗하며 “텔레비전에 손석희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MBC사장으로 나온다면 완전 좋겠네. ^^”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위 내용은 3월20일 tbs(교통방송, 95.1㎒) FM (월~금 20:00~21:00) 수요일 코너 ‘뉴스 vs 뉴스’에서 방송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바로가기)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사임한다던 최필립, 사표도 안 내고 월급 받는 이유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26일자 기사 '사임한다던 최필립, 사표도 안 내고 월급 받는 이유'를 퍼왔습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 오후 6시 50분경 각 언론사에는 부산일보를 통해 팩스가 전송됐습니다. 내용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의 사임 소식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면서 대선 기간 제기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제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두 용서해주시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사임을 밝힌 최필립 이사장의 팩스로 향후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중립적인 인물이 될 것인지, 사회 환원 내지는 진정한 공익재단으로 바뀔지가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뻥이었다'

최필립 이사장은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사임을 알리는 팩스까지 발송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최필립 이사장은 사임을 밝혔지만, 아직도 사표도 제출하지 않고 매일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사장 교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하고 이사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보고는 물론이고, 사임하겠다는 팩스를 발송한 뒤에 한 번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고 정수장학회는 밝히고 있습니다.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서울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로 출근했던 최 이사장은 3월 급여로 592만5900원을 지급 받은 것으로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수장학회에서 받은 '최필립 이사장 3월 보수 내역'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울시교육청과 정수장학회 모두 언제 사표를 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한 달이 넘도록 사표조차 제출하지 않은 그를 보면, 그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임하겠다며 언론사에 팩스로 보냈던 말이 거짓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필립의 비밀회동은 무혐의, 한겨레 기자는 재판'

지난 대선 기간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가 문제가 되자, 박 후보는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10월 최필립 이사장과 MBC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박근혜 후보는 최 이사장의 자진사퇴 필요성을 제기했고, 최 이사장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최필립 이사장은 정수장학회가 정치권에 휘둘리는 일 때문에 임기를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한겨레 기자가 확보한 대화 내용을 보면 그의 말이 얼마나 비겁한 변명인지 알 수 있습니다.

최필립과 이진숙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대화록

최필립(정수장학회 이사장): 엠비씨 주식 30% 지분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없는 거거든. 동네북이 돼서 여기저기 얻어맞기나 딱 알맞고 말이야. 무슨 경영권에도 근처에도 못 가는데 가지고 있어봐야 소용없거든. 그래 가지고 이익배당한다고 해서 자산 재평가가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1년에 1억도 안 된다 말이야. 겨우 장학금 기부금인가 해서 20억인가 받는 것도 노조에서 또 뭐라고 지랄 나오는 것 같아.(*정수장학회는 문화방송으로부터 매년 3천만원의 배당금과 별도로 1992~2004년까지 모두 111억6700만원, 2005년부터 매년 20억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받아왔다. 기부금은 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해 2011년에는 21억5천만원, 올해에는 27억5천만원을 받았다.)
이진숙(MBC 본부장): 이사장님께 설명했지만 매각을 하게 되면 매각 대금만 6천억원, (여기서) 연간 200억원에 가까운 이자가 발생하니까….
최필립:  아, 우리야 좋지. 하여간 신문·언론하고는 멀리 갈수록 좋아. 이 빌딩에서도 나가고 싶어. 나가게 되면 땅값, 임대료 안 줄 거 같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말이야. 언론인 앞에서 죄송합니다. 똥하고 언론하고는 피해야 해.(*정수장학회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부지의 소유권도 갖고 있음.) 부산에서 제일 센 사람들. 지역 기업 총수들이 자기네가 혼자 사는 게 아니에요.
이진숙:  그럼 컨소시엄(consortium, 규모가 큰 사업이나 투자 따위를 할 때, 여러 업체 및 금융 기관이 연합하여 참여하는 것)으로?
최필립:  아니 대표로 누구 한 사람이 나오는데 나머지는 컨소시엄이 나서도 되는 건데, 돈 투자해라 이거야. 그래서 일단 부산에서 몇명, 울산에서 몇명, 또 마산에서 몇명, 이렇게 해서 소액이야. 그래서 부산의 왕초 하나가 제일 많은 지분 내고, 대표도 경영도 그쪽에서 맡는 것. 부산 사람들은 뭐냐면 부산일보가 이때껏 부산 여론을 이끌어가는 리더였는데, 노조가 차고 앉아서 자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질적으로 굉장히 많다는 거야. 부산일보가 여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산일보만 (기사를) 실어주면 자기네 의향이 반영된다 이거야. 나한테 연락이 들어와서 팔아라 이건데, 자기네들은 그걸 가지고 기업의 일종의 그 뭐라 그럴까, 쉽게 말하면 빽이지. 기업의 빽으로 부산일보를 쓴다는 거라. 지금 노조 때문에 민주당 기관지인지 진보당 기관지로 돼 있으니 이 사람들이 안 되겠다 말이야. 이 사람들이 사가지고 우리도 보호하고 부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산일보가 필요하다 이거라. 자기들이 우리에게 찾아와서 인수하고 싶다기에, 나는 그냥이라도 주고 싶었다고 그냥 가져가라고 했지.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회동은 기본적으로 정수장학회의 재산을 팔아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를 위한 선심성 복지사업을 벌이고, 부산 지역의 기업에 부산일보를 매각해 특정 기업의 빽으로 언론사를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익재단이라고 주장했던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은 밀실에서 자기 멋대로 자신이 모시던 주군을 위해 공익재산을 매각하려고 했고, 이는 분명히 법의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 MBC 지분매각 대화록이 도청에 의해 나왔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던 2012년 10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100% 도청이라고 주장하며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파렴치한 기자'로 몰고 갔던 MBC의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는 물타기에 불과했습니다. 단순히 최필립 이사장이 본인 실수로 최 기자와 통화 중에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세상에 알리게 된 MBC 지분 매각은 당연히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MBC를 비롯한 각 언론사들은 오히려 한겨레 최성진 기자를 비난했고,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그를 기소해서 재판까지 진행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관계자에게는 전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최필립은 왜 사퇴하지 않고 있는가?'

최필립과 MBC 이진숙 본부장의 무혐의 처리는 사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대선 기간 공영 방송의 주식 매각과 선심성 복지 사업을 통한 특정 후보에 대한 선거 운동 계획 자체가 불법 선거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MBC 본부장의 대화내용. 이진숙 본부장은 채널A에 출연해 전혀 문제가 없는 통상적인 업무협의였다고 주장했다. 출처: 채널A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 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혐의는 무혐의 처리된 반면에 한겨레 최성진 기자는 현재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번째 공판까지 진행된 상황입니다.
최성진 기자의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증인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입니다. 대화내용을 도청 또는 전화 통화로 얻었느냐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은 이 3명의 증인신문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19일 열린 최성진 기자의 두 번째 공판에서 아예 최필립 이사장,MBC 이진숙 기획본부장,이상옥 전략기회부장을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의 대화가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를 밝혀내려면 검찰은 증인을 반드시 소환해야 하지만 단순히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내용만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나왔는데, 이는 3명이 재판에서 하는 말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2012년 10월 26일 정수장학회 MBC 지분 매각 대화록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를 MBC가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사임할 경우, 이사진도 사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공익법인으로 관선 이사 파견 내지는 정수장학회 보유 언론사 지분 등의 처리 등을 통해 그간 정수장학회의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 발생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정치권에 새로운 핵심 사안으로 등장한다면 박근혜 정부에도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선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사임하겠다고 언론사에 팩스까지 발송했지만, 최 이사장은 계속 출근하면서 앞으로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이 MBC 지분매각 보도이후 박근혜 측근과 통화했던 목록. 출처: 형향신문

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은 정수장학회 MBC 지분매각 대화 보도가 나간 뒤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교수와 박근혜 캠프 정무 담당 정호성 보좌관과 통화를 했습니다. 단순한 업무협의라고 하기에는 이들의 통화가 심상치 않았지만, 오히려 이 통화목록을 공개한 부산일보 출신의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의 '도촬' 물타기로 진실은 또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보도 이후 최필립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함으로 대외적으로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대선의 가장 큰 이슈였던 언론사 지분매각과 정수장학회의 문제를 교묘히 피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최필립은 박근혜 새정부에 힘을 실어주며 박근혜 대통령 주위에는 권력을 탐하지 않는 사람만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대한 진실은 물타기로 사라지고 오히려 최필립 이사장은 사후 뒤처리를 위해 아직도 정수장학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습니다.

▲ 김용민의 그림마당

1971년 대선을 앞두고 MBC 지방국 매각대금이 대선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습니다. 2012년 한겨레 최성진 기자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대화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아마 똑같은 일이 재연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움을 파헤친 기자는 재판을 받느라 육체와 정신이 고통받고 있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최필립 이사장은 약 6백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기사가 운전해주는 승용차를 타고 계속해서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불의와 부조리로 뒤덮인 나라에서 여전히 살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에 몰래 진실을 은폐하는 범죄를 국민에게 알려주는 진실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원문보기 :  impeter.tistory.com/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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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넉달간 건물 임차료·7명 월급을 개인이 자발적 부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5일자 기사 '넉달간 건물 임차료·7명 월급을 개인이 자발적 부담?'을 퍼왔습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선관위 브리핑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홍보를 위해 사용된 불법 에스엔에스(SNS) 선거운동 증거물들을 공개했다. 선관위는 전날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 두 상자, 컴퓨터 8대, 노트북 1대 등 모두 51가지의 증거물을 압수했다. 뉴시스

오피스텔 불법선거운동 의혹들

액 비용 출처싸고 의문 일어
임명장 발송 등 업무도 맡은듯

권씨·윤씨 임명장 인정하면서도
새누리 “두사람은 동업 관계” 해명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온라인상에 악성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중앙선대위 간부를 고발함에 따라, 새누리당의 조직적 네거티브 공세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 특히 누가 이들에게 이런 일을 지시했는지, 비용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등 새누리당과의 구체적 연관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새누리당과의 연관성 새누리당은 일단 당과 무관함을 강조하며 이번 사건이 윤정훈 새누리당 에스엔에스(SNS)미디어본부장이 스스로 알아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현 선대위 공보단장은 “당에서 자체조사를 하고 있지만 당과는 무관한, 개인적 의욕이 넘치는 지지자의 돌출행동이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윤정훈씨가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의 국민편익위원회 산하 에스엔에스미디어본부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임을 인정했다.새누리당과의 연관성을 밝혀줄 핵심 요소는 오피스텔 임차 비용을 새누리당이 지급했는지 여부다. 선관위는 여의도 오피스텔 임차료를 윤 본부장이 아닌, 박 후보 선대위의 권아무개 국정홍보대책위원장과 김아무개 수석부위원장이 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안형환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권 위원장 등에게 임명장을 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국정홍보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권씨와 윤씨는 오랫동안 알아온 사업 파트너로, 문제의 사무실은 두 사람의 사업장이었다. 윤씨가 에스엔에스 사업을 시작할 때 공동출자 개념으로 윤씨는 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 구입비용을, 권씨는 사무실 임대비용으로 각각 2천만원씩 지불했다”고 말했다. 당이 임차비용을 지급한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선관위는 윤 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아직 월급을 한번도 주지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1인당 월 150만~200만원을 선거 뒤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한다며 공동출자를 하고, 새로 직원까지 고용하면서, 선거 뒤를 기약하며 넉달 동안이나 월급을 한푼도 주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또 이들이 오로지 ‘박 후보를 향한 개인적 지지 의욕’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넉달 동안 당의 누구에게도 자신들의 공을 전혀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이런 일을 벌여왔다는 주장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이들이 새누리당 선대위 공식 기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다. 선관위는 이들이 리트위트 실적을 선대위 가계부채특별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위원장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전혀 알지도, 보고받지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선관위는 윤 본부장이 박근혜 후보의 임명장 700~800장을 선대위에서 받아 우편발송했다고도 적시했다. 댓글 달기 식의 에스엔에스 활동뿐 아니라 사실상 중앙당의 다른 업무도 위탁받아 처리했다고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는 등 유사 선거운동을 한 새누리당 SNS팀을 압수 조사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윤씨는 소셜미디어 업체 대표로 새누리당의 SNS 컨설팅 업무를 주로 맡아왔고 현재는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국정홍보대책 위원회 총괄팀장 겸 국민편익위원회 SNS미디어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께 여의도에 소셜미디어 업체를 차리고 직원 7명을 고용, 박 후보에게는 유리하고 문 후보에게는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리트윗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다. 또한 서울시선관위는 14일 새누리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디어단장 윤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키로 했다. (사진=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영상 캡쳐) 뉴시스

■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13일 선관위가 현장을 급습할 당시, 이 오피스텔 중앙에는 상황실처럼 모니터가 여러대 설치돼 있었고, 책상에는 박 후보의 이름으로 된 임명장이 수십장 쌓여 있었다. 선관위 조사 결과, 7명의 직원은 지난 9월부터 이 오피스텔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박 후보에게 유리하고 문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리트위트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의 트위터를 살펴보면, 윤씨는 새누리당에 유리한 내용의 트위트를 하루에 60~70건 정도 올렸다. 내용은 주로 “이래도 문재인은 종북이 아닐까? 진보당과 이정희는 종북인데, 민주당과 문재인은 종북이 아니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이 노무현보다 훨씬 좌파!” 등 ‘색깔론’을 유포하거나, “(문 후보의) ‘용광로 선대위’와 ‘기득권 내려놓기’는 이미 문재인 캠프와 단일화 과정을 보면 실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등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비난할 뿐 아니라, “십알단 총수 명령 4호: 12월12일 마지막 정당 및 후보 지지율 공표 기간까지 박근혜와 문재인의 차를 5%로 유지시키라! 12월13일 지지율 공표 금지기간 이후 문철수의 추격을 3% 차로 막아라” 등 박 후보 지지층에 대한 결속을 촉구하는 글들을 올렸다.

성연철 송채경화 기자 sychee@hani.co.kr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스승의 날, 선물이 내 월급의 10배!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10-25일자 기사 '스승의 날, 선물이 내 월급의 10배!'를 퍼왔습니다.
학원별곡 - 학원 강사 10년의 비망록 ⑩

초등학생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부모님께서 선물을 주신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님은 자녀가 수학여행을 가거나 캠프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신다. 자녀가 집에 없는 동안 부모님은 오랜만에 편안하게 신혼부부 때의 기분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약간 들뜬다. 그래도 1년 중 우리 처지에서 나름대로 기념할 수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스승의 날이 되면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물을 준다. 물론 이것도 스승의 날 직전에 종료되는 1학기 중간시험에서 학부모가 기대하는 정도의 성적대가 나와 줘야 가능한 일이다.
2003년 봄이다. 첫 중간시험은 어렵지 않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어 스승의 날이 되었다. 학생들이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마저 아직은 어색했다. 따라서 나는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들뜰 필요는 없었다. 아직 인격적으로 미숙하기만 한 나를 스승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순히 교과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사람일 뿐,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더 오랜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아마 환갑을 넘기고도 스승이라는 말에 얼굴을 붉힐지 모를 일이었다.

스승의 날 들뜨는 강사들, 그리고 들이닥친 학부모들

그럼에도, 스승의 날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이 먼저 들뜨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수업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들이 학원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어떤 학생은 학원에 있는 강사들에게 편지를 써서 전달하기도 했다.
저녁이 되어가자 난데없이 학부모 몇몇이 학원에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26살, 아직 미혼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하여, 나는 많은 반의 담임을 맡고 있었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던 반은 초등 4학년 경시반, 초등 5학년 경시반, 초등 6학년 D반, 중등 1학년 A반, 중등 2학년 A반, 중등 3학년 D반, 고등 1학년 문과반, 고등 2학년 문과반, 고등 3학년 예체능계 반이었다. 학원에서 담임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한다.
종합 학원에서 담임을 맡은 강사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담임 반에 소속된 학생들의 부모와 전화 상담을 해야 했다. 이 상담의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학습계획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각 담임은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의 출결에 대한 사항을 관리해야 했다. 두 번째 역할은 탈원(학생이 학원을 그만두는 것)이 예상되는 학생이 생기면 탈원을 유보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으며, 마지막으로 담임 반에 학생 수가 증가할 수 있도록 나름으로 수단을 취해야 했다. 이 사항들을 현재에도 많은 학원에서 통용되고 있다.

선물 포장 뜯어보니, 현금과 명품이!

담임 반이 8개나 되다 보니, 나를 만나보기 위해 학원에 방문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그날 처음으로 방문하신 한 학부모는 지역에서 가장 큰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다음으로, 하는 말은 모든 부모님이든 모두 똑같았다. "진작 찾아뵙고 이런저런 말씀으로 드리고 했어야 했는데……." 그녀는 자신의 딸은 선천적으로 정신장애가 있어 학업성적에 대해 본인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밝게 성장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도 그 말씀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나에게 흰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나는 그 봉투 안에 편지가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참 순진했다.
또 다른 어머님과 상담을 했다. 어머님은 자신이 학원 인근 S 중학교 수학 교사라고 했다. 학생의 성적 등에 대한 사항은 전화 상담과 성적표 발송을 통해 모두 알고 있었으므로, 학원 측에서 제시하는 학습 방법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참 구체적인 것을 좋아하는 분이셨다. 어머님께서는 빈손으로 오기 어색해서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다고 하시며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난 정말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모든 어머니가 오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모든 부모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강사들은 어머님들의 선물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학원은 공교육 기관, 다시 말해 의무교육 기관이 아니므로 전적으로 민법상 계약관계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 강사에게 준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는 간접증거라며, 최선임자급 강사들은 선물을 절대 받지 않았다.
나를 찾아온 어머님은 16명이었다. 모두 가정 형편이 좋은 분들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들은 모두 작은 선물이라며, 조그만 정성이라며 무언가를 나에게 건넸다. 혼자 교무실에 앉아 선물을 뜯어봤다. 봉투 안에는 수표가 몇 장 들어 있었고, 작은 상자 안에는 정장차림에 사용하는 소맷동 버튼(커프스 버튼)과 넥타이핀 세트가 들어 있었는데, 품질보증서가 함께 있는 것을 봐서는 명품인 것 같았다. 이날 내가 편지라고 감사의 편지가 들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봉투들에서는 총 700만 원의 수표가 나왔고, 작은 선물이라고 내민 상자들에서는 총 300만 원 정도 가격의 물건들이 나왔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1,000만 원 정도가 되었다. 당시 나의 기본급이 80만 원이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런 선물 제공은 줄어들어, 최근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국가적 경제상황도 안 좋아졌으니 일단 선물이 줄어드는가보다. 좋은 현상이다.

우리에게 감동을 준 선물은 학생들의 정성어린 편지

▲ 강사들에게 최고의 스승의 날 선물은 학생들의 마음이 담긴 한 통의 편지다. (사진 출처 : 원주 해피스쿨어린이집 카페 http://cafe.daum.net/happySchool)

그날 나의 충격적인 경험에도 학원 안에서 학생들이 주는 선물은 종일 우리 강사들을 기분 좋게 했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선물 품목은 바로 편지였다. 구구절절이 써 내려간 학생의 편지를 읽으면 웃음도 나오고, 때로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강사도 있었다. 학생들은 강의를 시작하기 전, 오늘은 수업하지 말자며 귀여운 반항을 했다. 이날 부원장급 관리자가 아닌 일반 강사들은 대부분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었다. 인근 피자배달용 오토바이가 온종일 도로를 누볐다.
하지만, 강사세계에서 최고의 선물은 바로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1년 차 강사였으므로, 올 제자는 없었다. 학원장의 제자들 몇 명이 왔다. 학원장은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다. 모두 현재 포항공과대학(포스텍)과 서울대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나도 저렇게 제자들이 졸업하고도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선물들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10만 원짜리 수표들과 명품 넥타이핀과 소맷동 버튼, 강사들이 애용하던 빈폴 셔츠, 명품 구두상품권,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등……. 순간 행복했다. 내 월급의 10배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받을 수 없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야학을 통해 처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짐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그래서 무시당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강의하자는 다짐이 떠올랐다. 이런 선물을 할 수 없어 스승의 날에 학원으로 전화조차 하기 어려워하는 절대다수의 학부모가 생각났다. 그런 부모들 안에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도 계셨다.

촌지를 모아 장학회를 신설하다.

나는 그것들을 모두 현금화했다. 그리고 학원 내에 장학회를 신설했다. 나는 매달 집안이 어려운 학생 2명에게 비밀리에 수강료를 냈다. 당시엔 이것이 사회정의라고 생각했다. 가진 자의 부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독점으로 점철된 한국의 천민적인 자본주의가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는 유의미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에게 불필요한 자원을 당장 필요한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을 부모들에게 되돌려주지 않았던 이유는 적어도 그들에게 이 선물들은 큰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고, 특히 이 선물을 내가 사용하든,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든, 부모들에게 돌려주든 어차피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강의하며, 전력을 기울일 것이었기 때문에, 이 거액의 선물을 받는다고 해도 사용처만 양심적이라면 다른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행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 물정 모르던 때의 일이다.
이후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적지 않은 선물이 들어왔다. 5년 차 이상부터는 당시 선배 강사들이 그랬듯이 나도 학부모들의 선물을 정중히 거절했다. 학원에서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처는 성적의 하락이 아니라, 인간 차별이라는 것은 학원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선물 대신 미리 공지하여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대강당으로 입시설명회를 하거나, 부모님께 필요한 내용에 대한 특강을 했다. 5월이므로 사업자인 부모님을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에 관련한 강좌를 열기도 했다. 이 지면을 통해 당시 어수룩한 나의 부탁에 무료로 강의와 상담을 해 주신 대신증권 과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스승의 날, 과도한 선물을 강사에게 주는 행태는 거의 없어졌다. 다행이다. 학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주요한 동력은 강의력을 바탕에 둔 자기관리능력이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이기에 입방아에 오르면 바로 퇴출이다.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가르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더욱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면 자녀의 손으로 정성껏 편지를 쓰게 하자. 가르치는 이들은 이 편지에 감동한다.

이경직 기자  |  mp97@naver.com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저소득층, 6월4일까지 월급 모두 모아야 ‘빚 해방’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3일자 기사 '저소득층, 6월4일까지 월급 모두 모아야 ‘빚 해방’'을 퍼왔습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하위 20%, 재작년 빚상환 4월16일
2~4분위도 1년새 15~28일 지연
소득보다 부채가 크게 증가한 탓
상위 20% 가구는 1주일 앞당겨져

땡전한푼 안쓰고 원리금만 갚아도 
저소득층 ‘빚 해방일’ 6월5일…50일 늦춰졌다

통계청 가계금융조사 분석

회사원 김민호(38)씨는 1년 전 집을 사면서 1억원과 6000만원의 주택 관련 대출 2건을 받았다. 최근엔 생활자금 대출로 500만원의 빚을 더 냈다. 각각 상환 방법과 기간이 다르지만, 김씨는 다달이 3건의 대출에 대한 원리금으로 90만원가량을 낸다. 김씨가 월급으로 버는 돈 250여만원의 36%에 해당하는 수치다. 만일 김씨가 한 해의 첫날인 1월1일부터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오직 원리금만 갚는 데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김씨는 한 해 중 언제 원리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12일 (한겨레)가 2010년과 2011년의 통계청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 가구가 부채 원리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빚 해방일’은 6월5일로 나타났다. 한 해 갚아야 할 원금 및 이자 부담액이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의 소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한 해의 절반가량인 6월4일까지는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아야만 원리금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이에 반해 소득 상위 20% 계층인 5분위 가구의 빚 해방일은 2월27일로, 1분위 가구에 견줘 훨씬 빨랐다. 1~2월 두 달치 소득이면 그해 원리금을 다 갚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2·3·4분위 가구의 빚 해방일은 각각 4월27일, 4월1일, 3월25일이었다. 소득이 많을 수록 빚 해방일은 더 빨랐다.소득이 적은 1분위 가구의 연소득은 733만원이지만, 부채는 4400만원으로 소득 대비 6.0배, 연간 갚아야 하는 이자 및 원금은 312만원으로 소득의 42.6%나 됐다. 소득이 많은 5분위 가구의 연소득은 9925만원으로 1분위 가구의 13배가 넘는다. 이들 가구의 부채 총액은 1억5530만원으로 소득 대비 1.6배에 불과했고, 연간 원리금은 1548만원으로 소득의 15.6%에 그쳤다.특히 최근 1년 새 빚 해방일이 최소 2주에서 최장 50일 늦춰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가계의 부채 부담이 더 커졌다는 얘기다.전체 빚 보유 가구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빚 해방일이 2010년에는 3월9일이었으나 2011년엔 3월16일로 1년 새 일주일 늦어졌다. 특히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 가구의 빚 해방일은 2010년엔 4월16일이었으나 2011년엔 6월5일로 50일이나 늦어졌다. 2~4분위 가구도 같은 기간 빚 해방일이 각각 15~28일 정도 늦어졌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빚 해방일은 2010년 3월3일에서 2011년엔 2월26일로 일주일 앞당겨졌다. 5분위 가구의 경우 빚보다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났지만, 나머지 가구는 반대로 소득보다 빚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1년 사이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789만원에서 733만원으로 약간 줄었지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228만원에서 312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5분위 가구는 소득은 1000만원 이상 늘었지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거주자의 빚 해방일이 3월21일로, 비수도권 거주자의 빚 해방일(3월8일)보다 2주가량 늦었다.앞에 나온 회사원 김씨의 빚 해방일은 5월12일이다. 1월1일부터 5월11일까지 번 소득이 고스란히 3건의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물론 한 해 동안 열심히 원리금을 갚아도 1억6500만원의 빚은 크게 줄지 않고 남아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빚 해방일’은

1년 소득 차곡차곡 모아 
대출 원금+이자 갚는날 
‘빚 부담’ 보여주는 지표

‘빚 해방일’은 한해 동안 갚아야 하는 원금 및 이자가 연간 개인 소득에서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세금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세금 해방일’을 참고해 (한겨레)가 독자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옛 민주노동당은 2007년에 ‘대학 등록금 해방일’을 계산해 발표한 바 있다.예컨대 연간 원리금 부담이 개인 소득의 25%를 차지한다면, 이는 365일의 4분의 1, 즉 92일 동안의 소득을 원리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한 해의 시작인 1월1일부터 한푼도 쓰지 않고 원리금만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4월2일까지 매일매일 계속 갚아야 하고, 빚(원리금) 해방일은 4월3일이 된다. 물론 원리금을 갚아도 원금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든 빚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점은 훨씬 뒤로 미뤄진다.이번 빚 해방일 계산에선 2010년부터 시작된 통계청의 가계금융조사를 활용했다. 또 사람들이 빚을 상환할 때 대개 원금의 일부와 이자를 함께 갚는 현실을 고려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