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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7일 목요일

"'희망캠프' 해보니 투쟁하는 분들이 새롭게 보여요"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17일자 기사 '"'희망캠프' 해보니 투쟁하는 분들이 새롭게 보여요"'를 퍼왔습니다.
수습기자와 MBC·KBS·YTN 선배들과의 '희망캠프' 1박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KBS 새노조 오태훈 조직국장으로부터 간략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7일 MBC노동조합과 KBS새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희망캠프’를 열었고, 지난 14일에는 YTN노동조합도 여기에 합류했다.

언론노조 소속인 이들 노조는 ‘희망캠프’라는 천막농성장 이름을 통해 공정방송의 희망을 담았다. 기자들이 희망캠프에서 1박을 한 지난 15일은 파업에 돌입한지 MBC는 108일째, KBS는 7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YTN은 2주간 전면 파업을 선포하고 희망캠프에 합류한 지 하루가 지났다.

낮에는 완연한 5월의 봄이었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인해 해가 저물자 공기는 쌀쌀해졌다. 각 언론사별로 당직인원을 정해 희망캠프를 지키는데 낮과 밤의 온도차를 미리 전해들었지 희망캠프를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의 옷차림은 겨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두꺼웠다.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친 늦은 시간인 밤 10시경 기자들이 찾아간 희망캠프는 다소 조용하고 차분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미처 못한 저녁식사를 하러 간 노조원도 있었고, 피곤한 듯 일찍 잠자리에 든 이들도 꽤 많았다. 

그래도 몇몇 조합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장기간 이어지는 파업으로 지칠 법 한데 얼굴을 마주친 대부분 노조원의 표정은 밝았다. 

각 언론사를 대표한 이들과 비좁은 천막에서 좌담을 마친 시간은 새벽 1시경. 불이 켜진 곳도 주변 밖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망캠프는 짙은 어둠에 휩싸였다. 각 언론사의 불침번들은 이 시간에도 주변을 순찰하거나 몇몇 텐트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방송3사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들에게 하룻밤 묵도록 배정된 텐트는 희망캠프 KBS 본부 바로 옆이었다. 바닥의 찬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텐트 바닥에 깔개가 깔려져 있었고, KBS 새노조로부터 침낭을 한 개씩 지급받았다.

새벽 2시경 침낭에 의지해 잠을 청한 기자들은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리에 누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텐트 속에 감도는 한기, 그리고 주변의 소음과 씨름하며 아침을 맞았다. 오전 6시, 아직 기상시간까지 한 시간이 남았지만 노조원들은 하나 둘씩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동료들에게 줄 캔커피를 사들고 온 한승현 KBS새노조 조합원은 희망캠프에서 밤을 지낸 게 두 번째라고 했다. 한승현 조합원은 “평소 1인시위나 농성하는 분들을 보면서 간과해 왔던 부분이 있었다”며 “희망캠프에 참여해보니 다른 분들의 투쟁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언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위해 자고 있는 동료들을 깨우러 텐트를 돌아다니던 이세훈 MBC노조 조합원은 “처음 희망캠프에서 잤는데, 잘만하다. 먼저 생활해 봤던 다른 동료가 여기서 자고나서 너무 힘들어 ‘희망캠프’가 아니라 ‘절망캠프’라고까지 얘기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웃으며 말하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희망캠프에는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희망캠프 촌의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들은 “함께 있으니, 든든하다”며 여의도공원 한 켠의 희망캠프를 공정방송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와 방송3사 노조원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MBC 양효걸 기자, YTN 이성우 기자, KBS 오태훈 아나운서

미니좌담회 - MBC·YTN·KBS노조원들 “끝까지 함께 한다면 패배 안 해”

MBC, KBS, YTN 노조의 조합원들과 희망캠프의 텐트 안에서 좌담회를 가진 것은 밤 10시 경이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텐트에서 쉬고 있던 조합원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수습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언론인의 길을 왜 선택하게 됐고, 막상 현직에 있어보니 예비 언론인일 때 생각했던 점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인지 먼저 물었다.

양효걸 MBC 기자는 “기자는 젊은 나이에 많은 권한이 부여 되고 사회에 관해 깊숙이 들여다보는 직업이라 매력을 느꼈다”며 “처음에 기자를 하고 나서 느낀 점은 나 혼자 바꿀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지 않고, 기자라는 업이 때에 따라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무서운 책임도 동반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6년차인 오태훈 KBS 아나운서는“ 방송이라는 측면이 화려하고 그런 개념이 아니고 나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전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이런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우 YTN 청주지국 보도국 사회부 기자는 “가치 있는 정보를 왜곡되지 않게 전달하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막상 들어오니 생각하던 기자상과 괴리가 있다”며 “파업까지 하고 있는데, 공정방송 기치를 내걸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가치 있고 객관적으로 하는 보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인으로서 부당한 검열이나 압력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양 기자는 “지난 2~3년간 민감하거나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문제 등 뉴스에서 진짜 다뤄야 하는 부분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조건 시청률의 위주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배제해 버리는 그런 것이 (보도에서)하나의 축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에 대한 억압 등은 상당히 교묘해지는 것 같다. 검열해도 시청률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태반이다”라며 “방송뉴스다보니 화면의 왜곡이나 조작으로 인해 완전히 기사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단어를 모호하고 중의적인 것으로 교체해 기사 내용이 뒤바뀌는 일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KBS 오 아나운서는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뉴스하기 힘들었다. 이 뉴스는 꼭 이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리포트 같은 경우에 앵커 멘트와 평가멘트를 말한다. 하지만 평가멘트가 내가 판단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낄 때 일부러 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했다 중단해 찬반 논란이 된 MBC 배현진·양승은 아나운서 등 업무에 복귀하는 동료들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각 개인의 가치관 차이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그들의 선택을 흑백논리로 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함께했다.

지난 4·11 총선 결과가 파업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세 사람은 “총선 결과가 물론 영향을 안 미친 것은 아니지만, 총선은 말 그대로 변수일 뿐 상수는 아니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공정방송은 누구나 동의하는 상식적인 주장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화되어가는 파업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KBS 오 아나운서는 “집에 가면 아내가 딱 두 마디 한다. ‘언제 집에 와?’ ‘언제 끝나?’. 처음에는 아내가 걱정했지만, 지금은 응원해 주고 있다”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결혼을 앞둔 MBC 양 기자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태라 결혼자금 등 준비가 조금 힘들긴 하다. 그래도 옆에서 많이 응원해준다”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YTN 이 기자는 “부모님은 걱정 하시다가 지금은 지지해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세 사람은 “아직까지 우리가 파업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며 “그만큼 우리가 파업하는 다른 사업장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도 반성도 하게 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자며 분발하게 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파업이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며 “우리 노동조합원들이 흩어지면 힘들어지지만, 끝까지 함께 간다면 패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빈 기자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 마련된 언론노조 희망캠프촌을 찾은 민중의소리 강민선, 전지혜 수습기자가 취재를 마친 뒤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강민선·전지혜 수습기자

2012년 5월 5일 토요일

수습 기자 전원 파업 합류…연합뉴스 노사 갈등 격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4일자 기사 '수습 기자 전원 파업 합류…연합뉴스 노사 갈등 격화'를 퍼왔습니다.
박정찬 사장 중재안 거부, 연합뉴스는 어디로?

4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공병설)가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째를 맞은 가운데, 연합뉴스 노사 갈등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정찬 사장이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수습을 마친 기자 전원은 파업에 합류해 노조의 힘을 실어줬다. 상대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엿보이던 연합뉴스의 노사 갈등도 MBC, KBS, YTN처럼 극한 투쟁 양상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수습 기자 전원 파업 합류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사한 33기 기자 조합원 32명 전원은 수습 과정을 마친 지난 1일부로 파업에 합류했다. 박 사장과 이래운 편집국장 등 간부급 인사들은 수습 기자들이 파업에 나서기 전, 이들과 잇달아 면담했었다.

이에 따라 가 제공하는 기사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수습 기자들이 기사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해왔다"며 "기사량이 아무래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측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사측은 특파원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풀지 않으면 소환 명령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3일자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특파원 조합원 9명이 모두 현업에 복귀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특파원 조합원은 20명가량이다.

특파원 조합원의 이탈과 막내 기수의 참여에 따라 4일 현재 파업 중인 연합뉴스 노조 조합원 수는 412명가량이다.

노조 관계자는 "특파원들은 복귀 후 일단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방송제작은 거부하고 통신 본업만 하기로 했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시 대오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 노조에 사실상 최후통첩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도 노조가 파업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데는, 박 사장의 입장 변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지난달 27일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공채 4~7기 간부급 사원들이 낸 중재안을 거부하고,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지난 3월 21일 노사 공동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회사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사장 신임 투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4~7기 사원들은 2개월 안에 공동특위를 구성하고, 협의 후 곧바로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실시하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사장 신임 투표가 파업을 푸는데 대한 조건으로 추가된 셈이다. 노조는 4~7기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혔었다.

박 사장은 그러나 공개편지에서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해 발전적인 제도를 마련하자는데 방점을 찍었던 이 제안(3·21안)은 공정 보도와 인사 투명성의 기틀 마련을 포함한 협의체 운영 방안보다는 제 거취를 묻는 투표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라며 "그 이후에 나온 연합뉴스 4~7기 중간 간부들의 중재안도 투표를 2개월 이내로 못 박아 저를 옥죄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거취를 묻는 투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고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을 경우 "저는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합의 의사는 밝혔으나, 투표는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또 "저는 회사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뉴스전달자로서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법 절차에 따른 원칙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힙니다"라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연합뉴스 사업장에서도 노사 갈등이 더욱 격화됐음을 뜻한다. 파업 중인 한 공영언론사 집행부 간부는 "각 파업 언론사 집행부 모임에서 '그나마 박정찬 사장이 다른 회사 사장보다는 낫다'는 말이 오갔는데,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조, 자체 신임 투표 실시

박 사장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노조는 같은 달 30일 "박 사장이 스스로 중재안을 걷어찼다"며 "박정찬 사장은 연합뉴스 전 구성원의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노조는 박 사장의 뜻과 상관없이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오는 9일까지 자체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는 "박 사장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정면돌파'를 추진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며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원 대표가 참여하는 전사적인 사태 수습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우리는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는 엄정한 과거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박 사장은 그 평가를 피해 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라고 박 사장 퇴진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3월 6일 화요일

"KBS를 '김비서'로 만든 정치부 기자들, 어디에 있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05일자 기사 '"KBS를 '김비서'로 만든 정치부 기자들, 어디에 있나?"'를 퍼왔습니다.
[거리로 나선 기자들에게 묻는다] ① 정연욱 KBS 기자

2012년 3월 양대 공영방송 KBSㆍMBC, 공기업 지분의 YTN,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동시에 '총파업'을 진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밖에 없는 소유구조를 가진 이들 언론사 기자들은 공통적으로 MB정부 이후 자사 보도의 급격한 퇴행을 지적하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펜, 마이크, 카메라를 놓고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은 가슴 속에 어떤 고민과 울분을 품고 있을까? (미디어스)는 KBS, MBC, YTN, 연합뉴스 기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2009년 2월 입사한 정연욱 KBS 기자(35기)는 '관제사장'이라 불렸던 이병순 KBS 사장이 뽑은 유일한 기수다.


▲ 정연욱 KBS 기자 ⓒ곽상아
35기는 보도국 막내 기자 시절인 2010년 12월, 4대강편 2주불방 등의 사태가 불거지자 '김인규 퇴진 촉구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35기 중에는 '눈사람 리포팅'으로 유명한 박대기 기자 외에 지난해 민주당 비공개 회의를 불법도청했다는 의혹을 받은 장 아무개 기자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 이후 KBS의 보도가 급격하게 친정부 편향으로 기울어져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에 휩싸이던 무렵 입사한 탓에 사회부 수습기자로서 정연욱 기자가 현장에서 처음 맞닥뜨린 것은 "시민들의 충격적 야유와 욕설"이었다고 한다. 노무현 서거 당시 시민들의 거센 분노로 인해 '인분'을 맞은 동기가 있었을 정도.
입사 4년차인 정연욱 기자는 5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기자가 안 됐더라면, KBS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 서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KBS 사회부 기자가 되어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게 되어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사회부 소속으로 영등포경찰서 등을 출입하고 있는 정 기자는 "지난해 경찰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당시 경찰 수사 내용을 짚어보는 리포트를 발제했지만 편집회의에서 전부 '킬' 됐다"며 "사회부 기자라기 보다는 그냥 회사원 같았다"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 KBS 새 노조 총파업 등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온 분노, 절망, 슬픔의 표출"이라고 표현한 정 기자는, 다만 "KBS가 비판받게 된 현 상황의 70~80%가 정치보도로 인한 것인데 막상 제작거부, 총파업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남일처럼 발 빼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부장, 팀장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KBS 본사 평기자가 '부끄럽다'며 거리로 나선 상황임에도, 정부 여당에 치우친 정치 보도로 인해 '김비서' 라는 오명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이들은 정작 보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불법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장 아무개 기자 역시 현재 '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정연욱 기자와의 일문일답.
"KBS 수습기자로서 맞닥뜨린 것은 시민들의 야유"
- KBS기자협회가 제작거부 첫 날인 2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KBS를 김비서라고 부르는 현실이 비참해서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던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한창 수습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 KBS 수습 기자로서 처음 맞닥뜨린 것이 바로 시민들의 충격적 야유, 그리고 욕설이었다. 동기들 중에는 인분을 맞은 이도 있었다. 언론고시 준비생 시절 KBS는 들어오고 싶은 회사였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니 바깥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너무나 싸늘하더라. 사회부 기자다 보니 최전선에서 시민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매우 당혹스러웠다.
만약 기자가 안됐더라면, 집회에 참석하고 KBS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입장에 서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KBS 기자가 되어 시민들의 부정적 시선을 마주하게 되니까 기자생활 초반부터 자괴감, 조직에 대한 회의, 불신 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서거 당시 KBS보도에 대해 안팎의 비판이 쏟아질 때) 기자협회 총회도 개최됐었고…보통 10년차가 될 때까지 한두 번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초반부터 겪어서 그런지 회사 상황에 대해 짧은 시간내에 체득하게 됐고, 기자로서의 역할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 정권홍보성 아이템을 발주받아 어쩔 수 없이 제작했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나?
"눈이 많이 오거나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는 날씨와 관련된 꼭지가 3,4개씩 나간다. 늘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리고 취재도 별로 필요없는 '방송 기능인'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했다. 사회부 기자라기 보다는 그냥 회사원 같았다.
예를 들어, 경찰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내부에서 경찰 수사 내용을 짚어보는 리포트를 발제했었는데 편집회의에서 전부 '킬' 됐다. 3~4개씩 제안했던 것들은 1개로 합쳐지거나…. 이런 일이 늘 벌어지니까 취재 의욕이 안생기는 측면이 있다."
- 새노조 집행부 13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당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일종의 선전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징계가 없었다면, 제작거부나 파업 국면까지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인규 사장은 KBS 사장으로서, 기자들의 선배로서 회사를 긍정적으로 끌고가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이화섭 보도본부장에 대해 평가하자면?
"정권에 따라 처신이 바뀌는 기회주의자다. 그런 사람이 보도를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부터가 KBS 기자들에게 수치다. 전임 고대영 본부장의 경우도 퇴진 요구를 받았지만, 최소한의 일관성은 있었다. 비록 젊은 기자들과 소신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 제작거부 4일째를 맞이한 5일 오전, KBS 기자 100여명이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 광장에서 '말로는 저널리즘, 대놓고 관제방송, 이제는 끝장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곽상아

- 회사쪽에서는 제작거부에 대해 '기자 중 10%만 참여한 불법행동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는데.
"참여한 평기자가 200여명에 달한다. 부장, 팀장, 정치부 기자를 제외한 KBS보도본부 본사에 소속된 거의 모든 평기자가 참여한 건데, 10%라니 말도 안 된다.
KBS가 비판받게 된 현 상황의 70~80%가 (정부 여당 편향적인) 정치보도로 인한 것인데 막상 제작거부, 총파업에는 정치부 기자들이 남 일처럼 발 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원인 제공자들인데,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아 답답하다."
"KBS '뉴스9'에서 나갈 수 없었던 민감 아이템, 'Reset 뉴스9'으로!"
- 2010년 7월 새 노조 파업이 단협체결로 마무리됐고, 공정방송위원회가 설치됐지만 KBS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
"그동안 KBS 보도를 놓고 나오는 안팎의 지적들이 공방위 안건으로 고스란히 올라가고, 노측 공방위원들이 이를 아주 매섭게 추궁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역시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기여했다고 본다. 아무리 공방위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더라도 편집권을 가진 사람들이 제작자들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현실이 바뀌기는 굉장히 힘든 것 같다."
- KBS 기자들의 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동안 침묵했던 아이템들을 이제라도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래서 'Reset 뉴스9'을 준비하고 있다. 주로 10년차 미만인 젊은 기자들 15명이 준비 중이다. 내곡동 사저, BBK, 4대강 등을 다루게 될 텐데 다음주 수요일 정도에 첫 방송이 공개될 것이다. 그동안 KBS가 보도해야 했으나 보도할 수 없었던 이슈들을 제약없이 해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다."
- 총선이라는 대형 이슈를 앞두고 공영 언론사들이 일대 봉기에 나선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됐는데.
"언론사 입장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총선'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갖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안고서 아주 민감한 총선 이슈를 왜곡없이 보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언론사 기자들이 울타리를 뛰쳐나와서, 내부에서는 할 수 없었던 취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든지 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분노, 절망, 슬픔의 표출…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 '왜 정권이 힘빠지는 말기에서야 나섰나' 'MBC 파업 보고 따라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상당히 부끄럽다. 개인적으로는 KBS내의 제작거부 움직임이 좀 더 일찍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기수가 2010년 12월에 김인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른 기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MBC파업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이해한다. 그렇게 비치는 것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
- 검찰이 KBS 도청 의혹에 대해 최종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KBS가 도청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한 상황이다.
"(도청의혹을 받은 장 아무개 기자가) 동료이자 동기이기도 해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그런데 실체적 진실을 잘 모르겠다. 저로서는 당사자가 (도청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방법도 없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회사가 보여준 태도가 상당히 비겁했다. 만약 정말 도청을 안했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기자를 보호해주고 법정 소송도 불사해야 했던 것 아닌가. 도청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가 언론사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체적 진실을 떠나서 회사의 대응이 상당히 부적절하고 추악했다. 만약 떳떳한 해명이나 적극적 대응이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 본연의 역할을 해나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최후의 수단인 '제작거부'를 선택하게 됐다. 제작거부가 이미 시작됐고, 곧 파업이 이어지겠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당장 뉴스에서 큰 표시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일선에 남아있는 일부 동료들, 간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TV를 통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 누적돼온 분노와 절망, 슬픔이 제작거부와 파업으로써 표출된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파업이지만, 동시에 시민들을 향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청자들께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거리로 나선 기자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메아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