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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쓸쓸한 10주년 생일을 보낸 YTN '돌발영상'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30일자 기사 '쓸쓸한 10주년 생일을 보낸  YTN '돌발영상''을 퍼왔습니다.
노종면 "배석규, 제 살 깎아먹어"…YTN "6월 초부터 방송 재개"

과거 큰 사랑을 받았던 아이가 10살 생일을 맞았지만 주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는 홀로 쓸쓸한 생일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YTN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을 아이에 빗댄 이야기다.
4월 30일은 (돌발영상)이 방송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03년 4월 노종면 기자(현 YTN 해직기자)가 자투리 영상으로 한국의 정치를 풍자하고 권력을 비판해 방영 초기부터 화제가 됐던 (돌발영상)은 2009년 8월 임장혁 기자(현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가 배석규 사장에 의해 자리를 떠나기 전까지 YTN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 2004년 3월 방송된 '물 한잔 없어'(왼쪽)와 2003년 7월에 방송된 '악수대첩'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졌다. 무엇보다 과거의 날카로운 비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천성관 검찰총장 낙마, 언론관련법 재투표와 대리투표, 4대강과 쌍용자동차 등 굵직굵직한 사건마다 (돌발영상)은 풍자와 해학으로 성역 없는 비판을 가했고 마비된 언론에 염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찬사와 환호로 답했다.
언론의 숨통을 죄려던 MB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돌발영상)을 내버려 둘리가 만무했다. MB정권 초기였던 2008년 3월,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삭제되기도 했다. (돌발영상)에 대한 MB표 탄압의 첫 총성이 울리던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나, 배석규 당시 임시 대표이사는 '구본홍 사장 반대투쟁'으로 징계를 받고 6개월 만에 돌아온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2009년 8월 '편향성' 등의 이유를 들어 경영기획실로 대기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돌발영상 제작진 전원이 교체됐다.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돌발영상)은 이후 제구실을 하지 못한 채 빈 껍데기만 남게 됐다.
(미디어스)는 (돌발영상) 10주년을 맞아 (돌발영상)을 빛냈던 노종면 YTN 해직기자와 임장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종면 해직기자는 돌발영상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2003년 4월부터 만 2년 동안 돌발영상을 제작했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노종면 기자의 뒤를 이어 4년 반 동안 돌발영상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다. (돌발영상)의 제작진으로서 이들은 10주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노종면 해직기자는 "프로그램을 10년 끌고 온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돌발영상의 10주년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면서도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돌발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돌발영상은 영상 보도가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기록으로써 차곡차곡 남는다는데 의미가 있는 방송"이라며 "안타까운 것은 YTN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던, YTN 언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돌발영상을 YTN이 스스로 망가뜨렸다는 점이다. 현재 돌발영상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내부 구성원들이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타협한 YTN 경영진들의 무능으로 빚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알찬 내용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으로 10주년을 자축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이들은 현업에서 쫓겨났다. 돌발영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돌발영상 이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경쟁사에 많이 생겨났다"며 "그러나 그런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비판 기능이 상실된 채 가십거리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돌발영상은 방송되지 않고 있다. 6월 초순에야 방송이 재개될 예정이다. 배석규 사장은 4월 인사를 통해 돌발영상 전담자를 새로 뽑았고 (미디어스) 취재 결과, 돌발영상을 맡게 될 담당 PD는 기존의 업무인 특집 프로그램 제작이 끝나지 않아 돌발영상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담당 PD는 "건전한 비판 정신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성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살이 갓 지난 돌발영상. 과거의 모습처럼 성역 없는 정치 풍자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래는 노종면 YTN 해직기자와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 인터뷰 전문.


노종면 YTN 해직기자



▲ 노종면 YTN 해직기자 ⓒ언론노조



미디어스(아래 미) : 돌발영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노종면 : 프로그램을 10년 끌고 온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돌발영상의 10주년은 그만큼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배석규 사장 체제에서의 돌발영상은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돌발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축하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미 : 우리사회에서 돌발영상이 가졌던 의미는 무엇인가?
노동면 : YTN이 최초로 시도한 돌발영상은 2003년 4월에 시작했다. 당시에는 큰 실험이었다. 이런 형식의 포맷을 다른 방송사에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 들었다. 돌발영상이 10년 동안 방송될 줄 몰랐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커졌다.
돌발영상은 영상 보도가 일회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기록으로써 차곡차곡 남는다는데 의미가 있는 방송이다. 뉴스를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은 분들이 뉴스의 시청자로 등장하게 됐다. 또 돌발영상이 정치를 주된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기존 정치인과 한국 정치에 갖는 선입견과 편견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멀게만 보이던 정치를 우리의 현실에 직접적으로 와닿게 만들었던 것이 돌발영상이었다.
미 :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 때문에 정치권의 압력을 받기도 했다.
노종면 : 돌발영상은 정치 권력이 싫어할 만한 요소들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웃음). 2007년까지는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좋지 않은 조짐들이 보였다. 2008년 3월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YTN 보도국장에 전화해 돌발영상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 이후 돌발영상은 숱한 고초와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YTN의 대표적 프로그램이었던, YTN 언론인들이 자부심을 가졌던 돌발영상을 YTN 스스로 망가트렸다는 점이다. 현재 돌발영상이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내부 구성원들이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고 타협한 YTN 경영진들의 무능 때문이다.
미 : 기억에 남는 '돌발영상 BEST 3'가 있다면?
노종면 : 내가 제작한 것 중에서는 2004년 탄핵을 다룬 돌발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든 돌발영상 중 최장 시간 영상이다. 제작 기간이 길었을 뿐더러, 공도 많이 들였기 때문에 뇌리에 남는다.
또 탄핵 직후 '물도 없어'라는 제목으로 만들었던 돌발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국회의원들이 KBS를 방문했을 때 물도 대접하지 않는다며 따지는 영상이다. 이후 시청자들이 패러디를 만들어 공유를 했고 탄핵 정국에서 유행어가 됐다. KBS 외벽에다 '물은 셀프' '즐쳐드셈' 등의 문구를 넣은 합성 사진들도 기억에 남는다. 돌발영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던 것이다.
그리고 소소하게 기억이 남는 것은 참여정부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렸을 때,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북한의 당국자가 악수하는 장면을 담은 돌발영상이다. '악수 대첩'이라는 제목이다. 외교관들 사이의 기싸움을 재미있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미 :  돌발영상이 비슷한 포맷의 타 방송 프로그램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노종면 : 그러한 평가들이 돌발영상의 현 주소일 것이다. 배석규 사장을 비롯한 YTN 경영진이 대표 프로그램을 스스로 죽였기에 더한 비판을 받고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다보니 덩달아 뉴스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에서 돌발영상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이 돌발영상의 취지, 의도를 닮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무편집 영상, NG 영상, 국회의원들의 웃긴 영상 등을 합쳐서 내보내지만 이는 돌발영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정치 개그는 남았을지 몰라도 정치 풍자와 보도로서의 프로그램들은 아니다.
미 : 최근 배석규 사장의 인사에 대한 비판이 YTN 안팎으로 거세지고 있다.
노종면 : 보도 조직의 인사는 보도의 능력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배석규 사장은 직책과 무관하게 자기 사람만 보고 인사를 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최악 중 최악이다. 인사는 곧 보도의 질로 이어질 텐데 새 보도국장이 데스크의 권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창피한 수준이다. 경쟁력 하락보다 더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언론사의 수준일 것이다. 배석규 사장은 수준미달인 사람들을 연차 또는 친소만을 따져 중요 직책에 배치하고 있다. YTN에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다.
미 : 해고자들의 복직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노종면 : 배석규 사장은 해고자들을 당연히 복직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런 부탁은 결코 하고 싶지 않다. 방송이라도 잘 만들었으면 좋겠다. 배 사장은 언제나 스스로 '창사의 주역, 방송 전문가'라고 떠들고 다녔다. 지금의 YTN 모습은 어떠한가? 돌발영상을 죽였으면 그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4년 동안 방송 전문가라고 떠들었을 뿐 실상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미 :  다른 활동 계획은 없나?
노종면 : 다른 해직자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YTN 정상화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모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대선을 전후로 정치권에 기댄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이 문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싸워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싸움의 방법들을 고민하는 단계다.
미 :  YTN 조합원들에 힘이 되는 메시지를 한다면?
노종면 : 오랜 시간 싸웠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지쳤을 수도 있다. 사람이 큰 기대를 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외부 변수에 기대왔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 더 허망할 것이다. 그러나 YTN 조합원들은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상황을 우리 스스로 돌파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



▲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 ⓒ미디어스


미 : (돌발영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임장혁 : 씁쓸하다. 알찬 내용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송으로 10주년을 자축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돌발영상을 제작했던 이들은 현업에서 쫓겨났다. 돌발영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라 매우 안타깝다.
미 : 최근까지의 돌발영상은 예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임장혁 : 지금 다른 분이 제작을 하려는 상황에서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방송됐던 돌발영상은 시청자들과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지 않았다.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이 많다.
미 : 기억에 남는 돌발영상 BEST 3가 있다면?
임장혁 : 내가 만족해서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돌발영상이 비극을 맞게 된 계기가 됐던 방송들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제작됐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기억에 남는다. 잘했고 못했다는 가치 평가를 떠나 그 돌발영상으로 본격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또, '쌍용자동차'를 다뤘던 방송도 기억에 남는다. 그 방송으로 인해 배석규 사장이 제작진을 현장에서 쫓아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이벤트 형식으로 방문해 전시행정을 하려고 했던 것을 담은 돌발영상도 생각난다. 제작하면서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후퇴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고 대통령의 자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 : 돌발영상의 포맷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원조가 밀린다는 평가가 있었다.
임장혁 : 그런 얘길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돌발영상이 유사 프로그램을 낳을 정도로 새로운 형식의 보도를 주도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발영상을 따라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비판 기능을 담고 있느냐다. 문제는 MB정권 이후에 그런 프로그램들도 비판 기능이 거세됐다는 점이다. 돌발영상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유사 프로그램들이 초기에 가졌던 비판 의식이 살아있다면 좋았겠지만 정권의 압력으로 가십거리만 다루더라.
미 : 최근 배석규 사장의 인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임장혁 : 정상적인 언론이었다면 퇴출됐을 사람들이 배석규 사장 체제하에서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기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부인의 사업을 홍보하는 보도를 하는 등 보도시스템을 유린했던 사람이 정치부장에 올랐다. 성희롱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들이 사회부장으로 왔다. 다른 일반 회사였다면 불이익을 받거나 징계를 받았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중용되고 있는게 현 YTN의 모습이다. 대놓고 이야기조차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미 : 예전의 돌발영상을 다시 볼 순 없을까?
임장혁 : 이번 배석규 사장의 인사 중 돌발영상 제작과 관련한 인사도 있었다. 제작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분이 배석규 체제하에서 언론의 본래 기능인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롭게 돌발영상을 맡으신 분 입장에서는 강한 의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돌발영상을 무력화해서 사장 자리를 얻은 사람이 예전처럼 돌발영상이 비판적으로 예리해지는 걸 두고 본다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 분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든다. 그래도 시청자들께선 끝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돌발영상뿐 아니라 PD수첩 등 MB정권에서 무뎌지고 없어진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 언론 정상화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사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들의 부활을 원하신다면 각 언론사들의 경영진 정상화가 급선무라는 걸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10월 30일 화요일

응답하라 YTN 그리고 '돌발영상'이여!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30일자 기사 '응답하라 YTN 그리고 '돌발영상'이여!'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언론장악의 시발점을 기억하는가?

얼마 전 우연히 한 주간지를 읽다가 낙하산 인사와 부당한 권력의 개입에 저항하다가 YTN에서 해직되었던 언론인들이 4년 째 맞는 기념식을 이달 초에 가졌다는 소식을 뒤늦게 서야 접하게 되었다. 순간 필자는 매우 큰 부끄러움과 더불어 무언가 날카로운 물체가 마음을 아프게 할퀴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벌써 세월이 이리 지나서, 그리고 이런저런 일에 치여 산다는 참신하지 않은 이유로, 이제는 뇌리에서 스러질 정도로 이 사안을 한동안 잊고 지낸 것일까. 정신없이 요동치는 현실 속에 YTN에서 타의로 몰려난 이들에 대한 기억을 어느 결엔가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두게 된 것일까.

▲ 2008년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노조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YTN노조

이미 숱하게 발생한 MB시대의 언론잔혹사들, MBC와 KBS 그리고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등에서 발생한 사안들을 접하며, 의도했다하지는 않는다 해도 세월이 지나며 내 자신의 감각이 이리 무디어진 것일까... 일순 마음을 후벼오는 부끄러움은 자책감과 안타까움으로 그리고 분노로 공명되기 시작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기억하시리라. 구본홍 낙하산 사장의 부임과 함께 촉발되기 시작한 YTN에서의 언론인들의 긴 투쟁과 시련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직되고, 징계와 불이익을 당한 이들에게 여전히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들을.
돌아보면 문화와 언론을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탐구하는 한명의 학자로 필자가 YTN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돌발영상)을 접하고,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되었던 데 연유한다. 뉴스프로그램이 정치인과 관료들의 동정과 활동을 관습적으로 그리고 종종 무기력하게 재현해 온데 비해, (돌발영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뉴스의 아이템으로 나가거나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수용자들이 알만한 충분한 가치와 필요성이 담겨있는 사안과 장면들을 민첩하게 포착하고 환기시켜주는 새롭고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저널리스트들이 정치의 현장과 특히 이면(backstage)에서 등장한 정치인과 관료들의 발언과 허언, 문제적인 행동과 뻔뻔함의 일부를 날렵하고 기민하게 포착하고, 동시에 생각하고 곱씹을 거리들을 말풍선이나 자막으로 재치 있고 압축적인 방식으로 풍자하고 환기한, 한때는 YTN의 대표 격이라 충분히 논할만한 방송텍스트였다. 3-4분 안팎의 비교적 짧은 시간 속에 (돌발영상)은 놀랄 만큼 흥미롭고, 눈이 번쩍 뜨이는 콘텐츠이자, 정치영역 속에서 등장하는 언행과 관련된 새로운 학습효과를 수용자들에게 매개해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방송문화 영역의 한 매우 유의미한 이정표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상당수의 학자들이 주목하게 된 작업이기도 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현장에서, 그리고 정치인들이 모이는 청문회와 기자회견장에서 채록한 생생한 말의 기록들이, 그리고 뉴스의 재현과정에서는 빠지고 묻혔을 이 시대의 말과 행동의 풍경들이, (돌발영상)을 매개로 수용자와 시민들과 만날 수 있었다. (돌발영상)은 대안적인 방송콘텐츠로서의 참신함과 창의성과 더불어, 언론의 비평과 풍자기능을 체화한 보기 드문 프로그램이자 성취였다. 개인적으로는 (돌발영상)은 EBS의 (지식e)와 더불어 지난 수 년 간 등장했던 방송프로그램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유용한 작업이었다고 충분히 평가할만하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연구자이자 팬으로서 이 프로그램을 수업 시간에 소개하기도 했고, 미디어 생산자연구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돌발영상)의 화법과 역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YTN에서 벌어진 언론장악과 퇴행과 순치의 잔혹사는 필자가 손꼽아 기다리던 (돌발영상)의 활기를 앗아갔으며, 그보다 중요하게 이 프로그램을 애초에 만들고, 사측과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투쟁하던 언론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뉴스전문채널의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비판정신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목 놓아 외치고 행동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불통과 징계라는 전혀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반응이었다.

▲ 돌발영상을 제작할 당시의 임장혁 PD ⓒ미디어스

MB정부 초반부에 발생한 YTN사태는 불행하게도 이후 언론장 전반에 불어 닥치게 된 언론장악과 순치의 시발점이 되었다. YTN 노조와 구성원들의 “블랙투쟁”과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을 기억하는가? 여섯 명의 YTN을 타의에 의해 떠난 이들과 징계를 받은 33인을 기억하는가? 가까운 미래에 이들 사안들을 복기하고 기술하게 될 언론(잔혹)사가 엄정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YTN에서 벌어진 폭력과 비정상성의 단면들을 기록할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각까지 YTN을 직장으로 삼아 본분을 다하려했던 6인의 저널리스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오랜 기간 일하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한편 한때 수용자와 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돌발영상)은, YTN사태의 장기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제 현저하게 활기와 비평의 이빨이 무디어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대목에서 (돌발영상)의 등장과 역할을 여전히 기억하며, YTN의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과 네티즌들에게 부탁드린다. 공영방송도 아니고 거대방송사도 아닌 한 뉴스전문채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결코 잊지 마시라고. 그리고 망각에 대항해서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온과 오프라인에서 담화와 격려로, 공감과 관심이 깃든 행동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될 당위와 그날을 이야기하고 염원해달라고. YTN의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크나큰 고통의 시간을 치유하고, 이 사안이 해피엔딩이 있는 서사로 귀결될 수 있게 깨어 있는 시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물론 필자 또한 이러한 노력의 대열에 힘을 보탤 것이다.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으로 하지만 힘주어 되뇌어본다. 응답하라 YTN아, (돌발영상)이여. 예전의 패기와 활기 넘치던 네 모습을 다시 보고 싶구나. 나아가서 화면에서 길가에서 혹은 광장에서 마주치는 YTN의 로고를 보고서도 찡그리지 않고 고개를 조용히 끄덕일 그날을. 언론의 비판정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해왔고 자신이 속하고 땀 배인 노동을 영위하던 자리에서 부당하게 쫓겨난 이들이 복귀해서 만들어내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다시 접할 그날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먼저 지면을 빌려서 공정방송의 제도화를 위해서 권력의 개입과 무리수에 꿋꿋하게 대항하고 있는 분들께 깊은 경의와 지지를 표한다.

You‘ll Never Walk Alone.

이기형 /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mediaus@mediaus.co.kr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돌발영상> 전 제작자, 임장혁의 수난사


이글은 미디어스 2012-06-24일자 기사 ' 전 제작자, 임장혁의 수난사'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2008년 이후 징계만 4차례 … 임장혁 YTN 기자

한 때, (돌발영상)은 YTN의 내로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기존 언론이 전하지 않은 짜투리 영상에 해학과 풍자를 더한 (돌발영상)의 날카로움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선 직후 (돌발영상)의 역할은 톡톡히 빛났다. 다수의 언론이 사회 현안에 입과 눈, 그리고 귀를 닫은 채 침묵을 시작하던 그 무렵, (돌발영상)은 사회 곳곳을 날카롭게 찔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낙마, 언론관련법 재투표와 대리투표, 4대강과 쌍용자동차 등 성역 없는 아이템으로 사회 곳곳을 날카롭게 찔렀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비판에서 제외되지는 않았다.     (돌발영상)의 화려했던 시기, 그 중심에는 임장혁 기자가 있었다. 그는 (돌발영상)을 처음 만든 노종면 해직기자에 이어 2004년 10월 경 부터 4년 반 동안 제작을 담당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07년 말 회사로부터 ‘YTN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여름, ‘구본홍 반대 투쟁’이 본격화 되면서 (돌발영상) 제작자의 수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잘나가던 PD로, 제작자로 인정받던 그는 정직 6개월을 비롯한 징계를 잇달아 당했고,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가 징계, 고소 등으로 인해 (돌발영상) 제작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지금도 방송은 계속되고 있지만 과거의 날카로움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미디어스)는 2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임장혁 기자를 만났다. 그는 최근 회사로부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불법파업 주도 △업무복귀명령 거부 △불법점거농성을 통한 업무방해가 정직 4개월의 이유였다. 현재 YTN노조가 부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파업은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합법파업이다. 하지만 회사 쪽은 투쟁 과정에서 사장 퇴진, 해직자 복직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돌발영상>을 제작하던 2007년 당시의 임장혁 기자

이번 정직 4개월을 포함해 모두 4번의 징계를 받았다. 그 동안의 징계 이력을 말하면?
= 2008년 10월, 6명이 해고될 때 정직 6개월을 받았다. 그리고 6개월 끝나고 복귀해서 두세 달 있다가 에서 쌍용자동차 관련 아이템을 했는데 ‘악의적으로 제작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2개월을 받았다. 이후 사회부로 복귀하자마자 인사위원회에서 지난 1년간 해사 행위를 이유로 정직 2개월을 받았다. 이번 파업 들어가면서는 정직 4개월을 받았다. ‘구본홍 반대 투쟁’ 때 회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법원에서 벌금 5백만 원을 받기도 했다.  
유독 임장혁 기자에 대한 징계가 집중됐다. 회사에서 특히 임장혁을 미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에 대한 징계) 배후에는 징계를 하는 회사 내 당사자들도 의지도 있거니와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고 본다. 총리실 불법사찰 문건에서 드러났듯, 문건은 낙하산 사장 반대를 하고 공정방송 사수 주장했던 사람들을 좌편향 세력으로 규정한다. 문건은 내 이름을 적시해가면서 ‘임장혁 제작자를 대기발령 시키는 등 좌편향 세력들을 조치,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니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정식 사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정권, 청와대에서 좌편향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자들을 탄압해야 자기들 위치가 인정받게 되는 거니까… 조직의 안정이나 화합, 발전 이런 것과는 무관한 정권의 목줄을 맨 사람들의 그런 조처이다.

▲ 임장혁 기자 ⓒ미디어스
해직자 못지않게 징계를 많이 당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괜찮으신가?
= 주변에서 농담으로 ‘해직자 보다 더 하다’고 이야기하는데 해직과 정직을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해직의 횟수는 한 번 이지만, 해직이라는 징계는 하루하루를 하나의 횟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해직은 4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1300회 정도의 고통이 가해진 거고, 정직은 3~4번 가해졌을 뿐이기에 차마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옳은 생각은 아니라고 보는데 징계를 당하면 당할수록 해직 당한 동료들을 볼 때 조금은 덜 미안해지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든다. ‘나도 그만큼 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사실 이게 슬픈 현실이다.
수차례의 징계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 거 같다. 괜찮나?
= 가족들 가운데 아내 빼고는 거의 잘 모른다. 아내는 힘들어한다. 나는 오히려 고마운 게 힘들면서 내색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어떡하냐’며 같이 많이 걱정한다. 속으로만 걱정하는 것 보다 오히려 대놓고 걱정하는 게 나은 거 같다.
“ (돌발영상)제작 당시, 이런 사태 맞게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해”
임장혁 기자하면 (돌발영상)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제작을 담당하고 있을 때만해도 이런 징계의 연속을 예상치 못했을 거 같다. 
= 실제로 그랬다. 영광이면서도 굉장히 부담을 갖고 시작했다. 제가 처음 시작한 게 아니라 노종면 선배가 시작한 일을 인수인계 받아서 한 것이었고, (돌발영상)이 각계로부터 호평 받던 시절이었다. 당시만 해도 향후 (돌발영상)으로 기자 생활에 있어 이런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래도 4년 반 동안 (돌발영상)을 제작하면서 주변에서 ‘그래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고, 심지어 정직 6개월을 받기 직전인 2007년 12월에는 YTN이 주는 가장 큰 상인 ‘YTN 대상’도 받기도 했다. 그래놓고 몇 달 있다 2008년 10월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해사 행위로 정직 6개월을 받았다.
요즘에도 (돌발영상)을 보나?
= 내가 하는 일이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이라서 가끔 방송 모니터를 하기 위해 본다. 그런데 볼 때 마다 모욕을 당하는 듯한 느낌이다. 내가 아끼던 내 물건을 전혀 다른 사람이 막 함부로 대하는 느낌. 지금 제작자를 겨냥한 게 아니라 배석규를 겨냥한 말이다. 지금 제작자는 무슨 죄가 있겠나. 원하지 않는 자리일 테니.
지금도 (돌발영상) 제작을 하고 싶을 거 같다.

= 하고 싶다. 적성에 잘 맞았던 거 같다. 출입처 시스템이라든가 방송을 내보내는 과정이라든가 기사의 분량 등 그런 것들이 주는 한계가 있다. 자기가 판단하고 사실이라고 믿는 결과물을 제대로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그런 아쉬움이 항상 있었는데 (돌발영상) 할 때는 아주 재밌게 일하면서도 한계를 덜 느끼면서 많은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던 것 같다. 기자로서 출입처를 나갈 때는 자괴감, 모자람, 아쉬움이 항상 있었는데 (돌발영상)을 할 때는 그런 것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만약 지금 돌발영상 제작을 계속 하고 있다면, 현재 사회 현안 가운데 어떤 아이템을 보도했을까?
= 대한민국의 여론 구조를 가장 망친 게 양비론이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에서 구체적인 잘잘못을 따지는 게 오히려 사태 악화시킬 수 있지만 국가적,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하나씩 구체적으로 따지고 평가해야 사회가 발전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오랜 정서는 ‘둘 다 똑같은 놈들’이라며 누가 더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따지는 걸 쩨쩨한 일로 평가한다. 이런 의식 구조를 악용해서 자기의 잘못을 이용하면 다른 쪽 잘못을 건드려 물타기 하는 양비론을 깨트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
특히, 정치 기사들은 한 쪽 정치 세력이 잘못한 일을 보도하면서 항상 다른 쪽을 거론해야 한다. 전혀 같은 사안 아님에도 이쪽저쪽 대립구조로 가면서 균형 맞추려 하고. 그것이 정말 불공정한 보도라는거다. 지난 총선 때 김용민 발언과 정권의 불법사찰은 국가적, 사회적 해악으로 볼 때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언론은) 잘못된 양비론 구조로 대립각으로 몰고 갔고, 그것을 유권자들은 쉽게 받아들였다. (돌발영상)을 다시하게 된다면 특히 정치 뉴스에 대해서는 쟁점에 되는 사안의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반성하면 되는 문제인지를 지루하지 않게 제작하고 싶다.
이번 징계로 노조 집행부 3명이 정직을 받았다. 회사에서 징계를 강행한 것, 어떤 의미라고 보는가?
= 불법사찰로 태어난, 불법사찰로 사장 자리에 앉은 배석규와 그 추종세력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각 방송사 기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상황의 목적은 다 비슷하겠지만 파업이라는 것을 떼놓고 봤을 때 YTN의 상황은 다르다.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이기에) 누가 봐도 합법 파업이라고 판단이 된다. 회사 쪽이 해결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타협을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과거 구본홍씨가 갑자기 물러나게 된 배경을 보면, 당시 해고자 복직 문제로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고 거의 타결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구본홍이) 좌편향 세력과 손잡으려 한다’는 말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게 일부 사내 간부 세력이다. 그렇게 해서 구본홍이 물러나고, 그와 정반대 조처로 사장 직무대행 시절에 수많은 노조 탄압을 자행해서 두 달 만에 사장이 된 게 배석규다.
“우리가 진짜 요구하는 것은 임금 인상이라 말하는데도 회사는 믿지 않아”

▲ 임장혁 기자가 지난 1월16일 낮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미디어스
이번 파업에 대한 회사 입장은 강경하다. 불법파업, 정치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집회 현장 뿐 아니라 우리 파업의 의도를 가장 크게 드러내는 임금 및 단체협상 관련 협상장에서도 계속 이야기 한다. 우리가 진짜 요구하는 것은 임금 인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도 회사는 믿지 않는다. 의심하기 보다 진짜 일부러 안 믿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권에서 불편하게 생각하는 결과물이 나올까봐. 노조는 아무리 ‘임금’ ‘임금’ 주장하면서 그렇게 속내를 보여주는데도 ‘아니다. 불법이다’ 하는 것이다.
이번 인사위원회 위원장이자 임금 교섭 회사 쪽 실무 대표를 맡고 있는 이에게 ‘파업의 목적과 종결 조건은 임금이다. 불법이라는 주장을 거두고 임금 협상을 해라. 임금 올리면 파업을 접겠다’고 하자, 그 사람이 ‘정말 조건이 그거냐’ 묻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했는데 나흘 뒤 그 사람이 불법파업 이라며 정직 6개월 등 징계를 했다. 더 이상 뭘 말하겠나. 합법임을 말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믿지 않으려 한다.
회사에서는 ‘배석규 사장 퇴진’을 주장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 ‘배석규 사장 퇴진’은 파업에 들어가면서 내건 게 아니라 이미 배석규씨가 사장 직무대행이 되어서 회사 경쟁력과 방송 공정성의 근간이 되는 장치, 제도들을 한 순간에 무너트렸을 때부터 ‘배석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 그 해 두 세 차례 사내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배석규 사장 반대, 연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속적으로 해왔다. 임금으로 인한 파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기존에 하던 주장을 하면 안 되나? 침묵해야 되나? 평소 하던 주장이 파업 기간에 오히려 더 분출된 것이다. 파업이 종결 되어도 ‘배석규 퇴진’은 계속 주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노조는 예정대로 회사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한다고 했다. 기대할 수 있나?
= 기대하기가 힘들다. 파업의 목적과 종결 조건을 분명히 이야기해도 애써서 안 믿으려고 징계를 하는 사람들인데 뭘 기대를 하나. 회사가 파업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게 분명해졌지만 그래도 빨리 사태가 종결 되어서 조금은 덜 혼란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구성원들의 바람도 있으니 최대한 할 수 있는 대로 노력하겠다. 
YTN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해 현재 언론사 중 가장 길게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인데 지금 솔직한 구성원들의 심경은 어떠한가?
= 노사갈등이라고 보는 표현은 안 맞는 거 같다.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로 인한 촉발된 것이기에 노사갈등이 아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배석규 사장은) 정권의 불법사찰에 의해, 자기 욕심에 의해 정권과 결탁해 사장이 되었기에 진정한 사장이 될 수 없다. 정언유착 세력들과 언론 노동자들의 갈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태가 4년 지속되고, 임금 파업까지 돌입한 상황이기에 지친 사람들도 분명 있다. 파업 참가율이 50%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머지 50%는 노조에 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지쳤기 때문이다. 정권의 힘을 빌린 사용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악용하는지를 봐왔기에 생활인으로서 두려웠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다.

▲ 임장혁 기자 ⓒ미디어스
YTN에 대한 불법사찰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황이 상당함에도 최근 검찰이 발표한 불법사찰 관련 자료에는 YTN이 언급되지 않았다. 구성원으로서 어떠한가?
= 불법사찰의 큰 피해자이기도 하고 큰 사례로 들어난 게 YTN인데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부 보수단체가 ‘전 정권에도 불법사찰이 있지 않았냐’고 고소한 것은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같이 발표했다. 보수단체가 관련해 고소한 시점이 YTN노조가 불법사찰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고소했던 시점과 비슷하다. (지난 4월, YTN노조는 배석규 사장을 비롯해 불법사찰을 주도했던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 간부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날 YTN 간부들도 노조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이 얼마나 편파적이냐면, 지난 2009년 8월 당시 배석규 직무대행이 (돌발영상) 제작자인 나를 대기발령 하면서 쌍용자동차 편을 ‘악의적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는 (돌발영상) 제작진의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는 취지에서 배석규를 고소했다. 검찰이 직접 배석규를 조사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지만 검찰은 한 달 여 만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관련기사: ▷“돌발영상, 악의적으로 제작하지 않아”)
그런데 지난해 노조가 있는 사실을 토대로 회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경영분석을 한 성명을 발표했다. 평일골프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런데 벌금 3백만원을 받았다. 회사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고소했는데, 나중에 검찰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했다. 고소 취지까지 바꿔가면서 기소한 것이다. 검찰의 행태가 극히 편파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이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 돌이켜보면 배석규가 직무대행으로 온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쌍용차 편을 문제 삼아 ‘악의적’이라며 대기발령 했던 것에 대해 당시에는 쌍용차라는 정권이 잘못한 일을 건드렸기에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목적 이런 걸로만 봤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불법사찰 문건으로 비춰보면 핵심은 그거다. ‘BH 하명으로 구본홍을 날릴테니 누가 사장으로 적당한지 찾아봐 달라’는 것. 당시 (배석규는) 직무대행 때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한꺼번에 일을 했다. 제작진 대기발령, 보도국장 직선제 폐지, 보도국장 교체, 앵커진 대폭 교체,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노조원 지국 발령 등. 그리고 두 달 뒤 배석규는 공식 사장이 됐다.


송선영 기자  |  sincerely@mediaus.co.kr

2012년 2월 4일 토요일

MB 방송장악에 맞서 언론인들의 반격 시작됐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03일자 기사 'MB 방송장악에 맞서 언론인들의 반격 시작됐다'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지난 2010년 KBS새노조는 '공정방송' 실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 파업은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끊이 않던 언론계에 '반격'이 벌어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했다.

2010년 7월 1일 KBS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여의도 본관 앞 계단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업에 동참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었다. 긴장한 듯 주변을 기웃거리던 새노조 조합원들의 얼굴에선 비장함이 묻어났다.

새노조 조합원들이 계단에 오르려고 하자 사측 청원 경찰들이 제지했다.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 투쟁에 앞장서다 징계를 당한 성재호 PD가 계단을 오르며 “우리는 공영방송을 지키려고 파업을 시작했다. 우리를 방해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경찰들을 밀어내고 ‘KBS를 살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었다.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정방송’을 외치며 파업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던 언론계에서 ‘반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날이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의 상황은 언론계에게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돌발영상,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폐지됐고 노종면, 우장균 기자, 이근행 PD 등 ‘낙하산 사장’ 반대 구호를 외친 언론인들은 줄줄이 해고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언론인의 목을 조여 왔다. 광우병 쇠고기를 파헤치던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으며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이끌어 온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체포됐다. KBS의 이강택 PD, 김현석 기자 등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던 핵심 인물들은 지방으로 발령받아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해야만 했다.


ⓒ민중의소리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이끌어온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체포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5년째에 접어들며 모든 상황은 뒤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벼르고 벼른 언론인들은 임기 마지막 해에 ‘종결 투쟁’을 선언했다. ‘낙하산 사장’ 체제를 거부하고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공영성을 회복하겠다는 움직임이 정권 말기와 맞물리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시작은 MBC였다. MBC기자들은 지난달 25일 뉴스 정상화를 위해 전영배 보도본부장, 문철호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30일에는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을 벌인지 2년만이었다. PD수첩 최승호 PD에 대한 비제작부서 발령 등 줄곧 논란이 된 인사와 아이템 검열 강화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총파업이었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풀지 않겠다’는 끝장 파업임에도 70% 가까운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파업열기가 예상보다 더 높았다”고 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파업할 것이다”라며 “파업의 결과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제가 나가면 사장도 나가야 한다. 김재철 사장에게 MBC 망치지 말고 같이 나가자고 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지웅 기자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MBC노조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MBC 공영방송 복원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에서 대열을 지어 행진하고 있다.

KBS도 최근 사측이 2010년 파업을 벌였던 새노조 집행부 13명을 무더기로 징계하면서 투쟁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새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지난 1일 사내에서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난 이후에는 KBS 신관 입구 옆에 천막을 치며 농성에 들어갔다. 새노조는 “징계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새노조는 고대영 보도본부장 해임과 박갑진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후 고대영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노조는 “정치적 균형성과 공정보도의 의지를 갖춘 인물이 새 보도본부장이 되지 않는다면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그리고 이 경고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일 정오 전임집행부 13명에 대한 징계와 관련 사측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투쟁은 이명박 정권 체제 하에서 이뤄진 방송장악 논란을 해소하고 ‘공정방송을 사수하겠다’는 점에서 목표가 동일하다. 여기에 YTN노조에서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석규 사장 연임 반대 투쟁에 들어가면서 방송사들의 공동 투쟁도 준비된 상황이다.

이들의 투쟁은 세 방향으로 진행된다. 먼저 이명박 정부 동안 실추된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일이다. 노종면 기자, 이근행 PD 등 각 방송사들에서 해고된 언론인들이 모여 ‘뉴스타파’를 만든 것은 ‘저널리즘 복원’의 일환이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으로 저널리즘 자체가 붕괴되면서 편파적인 보도, 흥미위주로 방송이 흘러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언론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뉴스타파’ 제작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뉴스파타’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투표소가 옮겨 진 과정을 심층 취재하면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MBC, KBS, YTN 등 이명박 정권에 시달렸던 방송3사 노조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공동투쟁에 돌입한다. 이강택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것이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낙하산 사장과 낙하산 사장에 빌붙었던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방송사들이 7일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사 내부에 공정성을 회복한 이후에는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됐던 각종 미디어 관련 법들에 대해 재정비에 들어간다. 4월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로 끝날 경우 종편 청문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언론 생태계가 최악으로 망가졌다”며 “총선, 대선에서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대선이 끝난 이후 언론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