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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30대가 절규한다 정치는 응답하라


이글은 한겨레21 2012-11-12일자 제935호 기사 '30대가 절규한다 정치는 응답하라'를 퍼왔습니다.
[표지이야기] 한겨레21·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30대 정치의식과 정책지향에 대한 조사’‘나는 중도’ 67%, ‘반MB·반박근혜’ 82%, ‘대선 투표 꼭 참여’ 81.6%… 기존 체제에 ‘배신감’ 느끼는 ‘생활 진보’

» <한겨레21>·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30대 700명을 대상으로 ‘30대 정치의식과 정책지향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정치에 무관심한 개인주의자들의 무정형적 집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30대가 사실은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 탁기형 기자

개인의 서사는 기억으로만 남는다. 하지만 집단의 서사는 역사가 된다. 물결처럼 흐르던 거리의 정치를 통해 사회와 역사의 문제의식을 집단적으로 체화한 ‘486세대’와 달리 일찌감치 민주화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다. 하나의 실존으로서 명백한 ‘타도의 대상’이 존재했던 시절은 윗세대의 무용담인 줄만 알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탄생을 지켜봤다. 대신 전선은 거리가 아니라 자신의 구체적 삶 속에 그어졌다. 486세대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안착을 이끌어낸 ‘승리의 기억’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들이 나눠가진 것은 두꺼운 불황의 그림자뿐이었다. 성인이 되는 시점을 전후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현실은 무한 경쟁의 지옥도와 다름없었다. ‘이기적인 개인주의자’라는 손가락질보다 불안한 미래가 더 두려웠다. 낙오 뒤에 예정된 형별의 크기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다. 더 높은 학점과 토익 점수를 쌓아야 했다.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었다. 경쟁의 결과가 자기 ‘삶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20대를 그렇게 보냈다.
2012년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온갖 전략과 공학이 난무한다. 누군가는 2030이라고 호명했다. 다른 누군가는 3040으로 묶었다. 30대에게는 특정 세대의 세대적 경향성을 설명하기 위한 부차적인 지위만이 허용된다. 2040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이 30대 유권자에게 주목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괄호로만 존재하는 30대 유권자에게 다른 세대들과 구분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맥락이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해보려고 여론조사를 했다. 다양한 경험적 배경을 우회하다 결국 ‘정치’에 주목하게 된 다양한 연령의 30대 유권자들도 직접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정치는 이들에게 ‘응답’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실은 정반대였다. 거꾸로 이들이 정치를 향해 부르짖고 있었다. 그렇다. 이건 당신 자신의, 당신 주위에 있는 30대 유권자들의 이야기다. _편집자

“삼각형에 꼭짓점이 있듯이 2040세대에도 꼭짓점이 있다. 20대·30대·40대가 삼각편대를 이루어 범진보 진영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삼각편대의 꼭짓점은 30대다. 30대가 앞에서 끌고 20대와 40대가 뒤에서 민다.”

-시사평론가 김종배

정치효능감도 높다. 본인의 정치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18.9%가 “매우 그렇다”, 41.7%가 “비교적 그렇다”고 답했다.

과연 30대는 진보적인가? 단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과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30대 정치의식과 정책지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의 주관적 정치이념 성향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9%에 불과했다. ‘중도’라는 응답이 67%로 가장 많았고, ‘보수’는 9.1%였다.

2040 ‘응징 투표’로 5060과 분리되며 재편성

하지만 ‘중도’라는 회색 피질을 한 꺼풀 벗겨내자 뚜렷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그들은 온몸으로 ‘반박근혜·반이명박’을 외치고 있었다. 무려 82%의 응답자가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쪽이 낫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하는 쪽이 낫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3자 구도에서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36.9%로 가장 높았고, 문 후보는 22.9%, 박 후보는 13.1%였다. 양자 구도에선 문 후보가 60.4%, 박 후보는 25.4%였다. 안 후보와의 양자 구도에선 안 후보가 70.3%, 박 후보는 19.7%로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89.9%로 ‘잘하고 있다’는 10.1%를 압도했다.

[관련 영상]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자신의 책 에서 20대나 40대가 아닌 30대 유권자를 다룬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2002년 대선부터 2012년 총선까지의 여야 정치권 지지 성향 비교를 통해 “현재의 30대가 그 앞뒤 세대에 비해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한다. 다른 세대에 비해 범야권 혹은 범진보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30대의 지지도가 뚜렷하게 높다는 점을 근거로 김씨는 이렇게 짚는다. “삼각형에 꼭짓점이 있듯이, 2040세대에도 꼭짓점이 있다. 20대·30대·40대가 삼각편대를 이뤄 범진보 진영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삼각편대의 꼭짓점은 30대다. 30대가 앞에서 끌고 20대와 40대가 뒤에서 민다. 이게 2040세대의 대형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개인주의자들의 무정형적 집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30대가 사실은 가장 진보적인 세대라는 게 김씨 저서의 결론이다. 그 이유는 뭘까. 단서는 이들의 ‘집단적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들은 10대에서 20대 초반에 IMF로 직격탄을 맞았고, 취업 전후인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왔다”며 “불황과 불안, 경제위기라는 집단적 경험을 가진 30대가 민주화 투쟁이라는 집단적 경험을 가진 486세대와 동조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 이후 20·30·40대의 ‘응징 투표’ 경향과 50·60대 유권자의 ‘세대 대결’ 구도가 강화되는 ‘유권자 재편성’(Voter Realignment)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치적·도덕적 정당성에서 출발해 군부독재 세력과 투쟁했던 486세대와는 달리, 현재의 30대는 실제 자신이 겪어온 삶 속에서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느낀 ‘생활진보’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각자 자신이 ‘청년정치의 담지자’임을 자임하며 30대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사진 이정우 기자, 신소영 기자

“국가와 정치권, 기성세대에게 속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어렵사리 취업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뿐이라는 걸 30대가 되자 깨달은 거죠.”

-30대 정치평론가 김민하

문 후보 지지층에서 정치효능감 73.2%

» 제935호 표지1 문재인·안철수 단일후보 지지도

자신이 30대인 정치평론가 김민하씨는 이들을 ‘배신의 세대’라고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주변을 봐도 국가와 정치권, 기성세대에게 속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학생 때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이른바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들도 별로 없었죠. 대체로 부모님과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했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어렵사리 취업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뿐이라는 걸 30대가 되자 깨달은 거죠. 정치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봐요.”

» 제935호 표지1 지지정당

지금의 30대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불안’이다. 30대 유권자에게 자기 삶의 안정성에 대해 물었더니 ‘매우 불안하다’는 답변과 ‘다소 불안한 편’이라는 답변이 각각 11.6%, 50.9%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안정돼 있다’는 응답은 2.3%, ‘비교적 안정된 편’은 36.3%였다. 전체의 62.5%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으로는 ‘고용 및 일자리 불안’(29.6%)이 꼽혔다. 그다음이 ‘노후 불안’(23.1%)이었고, ‘전셋값 상승 등 주거 불안’(20.7%), ‘육아 및 교육에 대한 불안’(20.3%)이 뒤를 이었다.
젊은 층의 표심 잡기에 골몰하는 여야 후보들이 일자리·육아 등 30대 유권자의 정책적 수요에 집중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각각 자신이 ‘청년정치의 담지자’임을 자임한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월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 청년 행사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흰색 후드티와 빨간색 구두도 곁들였다. 박 후보가 정치에 투신한 이후 공개 석상에서 청바지를 입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8월에도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서라면 찢어진 청바지도 입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 제935호 표지1 대선 관련 관심 정책 분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그러나 이들은 영혼을 잠식당하는 대신 정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정치효능감도 높다. 본인의 정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18.9%가 ‘매우 그렇다’, 41.7%가 ‘비교적 그렇다’고 답했다. 이를 합치면 60.6%다. 여야 후보 지지자들 중에선 문 후보 지지층의 정치효능감이 73.2%로 가장 높았다. 안 후보 지지층도 62.5%로 평균을 웃돌았고, 박 후보 지지층이 58.3%로 가장 낮았다. ‘정치가 바뀌면 나의 삶도 달라질 것’이라는 문항에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도 62.6%였다.

» 제935호 표지1 정치효능감 및 대선 투표 의향

“정치적·도덕적 정당성에서 출발해 군부독재 세력과 투쟁했던 486 세대와는 달리 현재의 30대는 실제 자신이 겪어 온 삶 속에서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느낀 ‘생활진보’로 규정할 수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지방선거, 총선보다 18~29% 급등

» 제935호 표지1 30대 투표율 추이

3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상승폭이 크다. 연령별 투표율을 나타내는 통계표에는 함정이 있다. 유권자들은 나이를 먹는다. 10년 전의 30대와 현재의 30대는 다른 세대다. 따라서 표는 수직이 아니라 계단형으로 읽어야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에서 20대 전반, 20대 후반 투표율은 각각 57.9%, 55.2%였다. 당시의 20대가 바로 현재의 30대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42.9%, 51.3%로 줄었다. 이듬해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24.2%, 31.0%로 급락한다. 하지만 “내가 다 해봐서 안다”던 경제대통령의 5년 동안 이들은 다시 정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다. 야권이 약진한 2010년 지방선거가 신호탄이었다. 지난 4월11일 치른 19대 총선에서 이들의 투표율은 41.9%, 49.1%였다. 총선만 놓고 비교하면 18~29%포인트가 급등했다. 이를 바로 앞뒤 세대와 비교해보면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확인된다. 현재 20대 후반 세대의 19대 총선 투표율은 18대 총선에 비해 5.0%포인트, 현재 40대 초반의 투표율은 13.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대선에 대한 30대 유권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전체 응답자 중 81.6%가 ‘대선 투표에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때 봐서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과 ‘아마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7.4%, 1.0%였다. 김형준 교수는 “30대 투표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일방적으로 낮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고, 오히려 흐름을 타게 되면 어느 세대보다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가 바로 지금의 30대”라고 내다봤다.
현실에 대한 절망과 좌절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정치에 거는 기대도 어느 세대보다 높다. 그러나 정작 정치는 그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30대 유권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응답자의 83.9%가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했다. ‘있다’는 응답은 16.1%에 그쳤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나를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70.2%로 가장 많았고,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67.9%로 뒤를 이었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선 민주당이 24.0%, 새누리당이 11.6%를 기록했지만 ‘없다’와 ‘모르겠다’는 응답을 합치면 58.2%로 가장 많았다. 압도적인 수준의 정권 교체 열망과 야권 대선 후보에 대한 높은 지지도를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이들은 야권을 지지한다. 하지만 야당이 자신을 대변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야권 단일 후보 선호도에선 안철수 후보가 47.4%로 문재인 후보 36.1%보다 11.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같은 30대 안에서도 남성과 여성, 전반과 후반에서 온도차가 감지됐다. 안 후보에 대한 선호는 30대 전반 남성(50.0%)과 30대 후반 여성(50.0%)에서 평균보다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 선호도는 45.0%와 44.0%로 오차범위 내에서 양분됐다.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선 것은 30대 후반 남성(45.3% 대 43.0%)이 유일했다. 김형준 교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높은 30대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는 멘토의 이미지나 안 후보 개인의 경제적 성공신화 등도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변 정당 없다’ 반사돼 ‘안철수로 단일화’ 높아

물론 사전 여론조사는 ‘의지’와 ‘경향’일 뿐 아직 ‘행위’가 아니다. 대선 투표일에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한귀영 위원은 “정치와 자기 삶의 연관성을 체화하기 시작한 30대 유권자들의 열기가 실제 대선 투표와 지속적인 정치 참여로 이어지려면 ‘마지막 한 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한 방’은 무상급식처럼 파괴력 있는 정책적 이슈일 수도, 최근 쟁점으로 부상한 투표 시간 연장 같은 제도의 보완이나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구호가 함의하는 축제의 기운일 수도 있다. 절망의 청춘을 딛고 일어선 30대의 스크럼을 완성할 ‘마지막 한 방’은 뭘까. 이젠 정치가 응답할 차례다.

[한귀영의 1 2 3 4 #6] '투표하라 1997'··· 30대 표심 심층분석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30대(1973년생~1982년생)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10월26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으로 실시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안철수가 '우'로, 문재인이 '좌'로 간 까닭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1일자 기사 '안철수가 '우'로, 문재인이 '좌'로 간 까닭은?'을 퍼왔습니다.
[분석]단일화보다 중요한, '진짜 대결'의 시작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형국이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 선언 이후 대선 판세 전체가 웜홀(worm hole)을 통과한 양상이다. 안 후보는 양자대결 구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기 시작했고,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10% 이상 앞섰다.
확실한 ‘컨벤션 효과’다. 시간상 아직 효과가 채 다 반영되지 않았단 견해가 우세하니 다음 주 초에는 지지율 격차가 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낙관하긴 어렵다. 대선은 아직 90여일이나 남았다. 안 후보는 여전히 불안한 점이 많은 무소속 후보다.

확 줄어든 부동층의 의미

그래서 지지율보다 더 주목해야할 것이 있다. 지지율의 추이는 계속 흐름을 타고 변해갈 것이다. 하루가 1년이 될 수도 있는 대선 국면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안 후보의 등장 이후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부동층’의 향배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부동층은 10% 정도로 확 줄었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87년 이후 거의 모든 선거는 언제나 대략 3~40% 남짓의 부동층을 깔아두고 전개됐다. 그래서 거의 모든 선거의 국면은 새누리당 계열의 후보와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고정 지지층 30%를 이미 확보한 상황에서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파고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그래서 역대 모든 대선에서 후보들은 ‘중도’를 외쳤다. ‘보통사람’을 내세웠던 노태우는 쿠데타 잔존 세력이었고, ‘신한국을 창조’하겠다던 YS는 IMF로 우릴 인도했다. ‘준비된 대통령’은 서민은 물론 재벌에게도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탈정치를 선언하며 ‘국민성공시대’를 말했던 MB시대에 이르러 중도는 그야말로 희화화된 비극으로 남았다.

▲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 만나는 진짜 중도

하지만 실제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중도를 만나본 적이 없다. 매번 선거 때마다 ‘중도’의 입장이 강조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중도개혁’ 노선이 천명됐던 까닭은 실제 그들이 중도를 꿈꾸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선거 국면에서의 중도는 어디까지나  이미 진영을 갖추고 있는 ‘집토끼’가 아니라 투표를 할지 말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산토끼’들을 향한 애달픈 사냥 공세였다.
유권자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1에서 10까지로 구분한다면 매번 대선은 새누리당 계열이 오른쪽 끝에서부터 3을 이미 확보하고, 민주당 계열 후보가 왼쪽 끄트머리에서부터 대략 또 3을 확보한 채,(가장 왼 극단에는 0.5정도의 진보 후보가 있었다) 가운데(중도층)를 향해 돌진하는 게임이었다.    
진영과 진영의 대결이 첨예한 양자 대결로 수렴되던 대선의 역사에서 안 교수의 등장은 가장 본질적인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부동층이 10% 안팎으로 축소되었다는 건, 박근혜와 문재인 사이에 놓여있던 층이 안 교수의 등장을 계기로 선택을 시작했단 의미와 같다. 역대 모든 대선을 언제나 안갯속 판도로 몰아넣으며, 첨예한 진영의 대결에서 ‘나는 어느 편인지’를 스스로 짜맞추어야 했던 이들이 비로소 주체적 선택을 한단 의미이기도 하다.

안철수는 오른쪽으로, 문재인은 왼쪽으로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평택 와락센터를 방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건 위선”이라고 말했다. 이후 안 교수는 대선 후보로서의 첫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하며,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과 무명용사들의 묘역을 함께 들렀다.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란 그의 방명록 문구는 다분히 수사적인 문장이지만 묘한 울림으로 남았다. 반면, 안 교수의 등장으로 상승세가 꺾인 문 후보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치유센터인 ‘와락’을 찾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해고 사연을 들으며, 문 후보는 정말 와락 눈물을 흘렸다. 그리곤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행보는 엇갈린다. 안 후보의 등장 이후 문 후보는 ‘좌클릭’을 시작한 모양새이고, 출마선언에서 ‘정권교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안 후보는 오른쪽을 많이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 역시 엇갈린다. 안 후보가 모호하단 비판이 높고, 문 후보가 드디어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는 격려가 많다. 이 엇갈린 반응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한 이 둘의 행보야말로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동선이란 점이다.
이번 대선의 초반 판세는 박 후보가 오른쪽 극단부터 3.5정도를 점하고 있고, 안 후보가 중간의 3을 점하고,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왼쪽의 2.5를 점하고 있는 판세라고 단순화할 수 있다. 단일화 필승론의 산술적 계산 근거는 3+2.5>3.5+@를 무조건 이긴다는 명료한 산수다.
하지만 이 산수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 3+2.5는 언제나 5.5가 되진 않는 것이 정치다. 변수를 억제하기 위해선 안 후보가 좀 더 우로 약진을 해 박 후보의 지지자를 잠식해야 한다. 문 후보는 좌로 지평을 넓혀 무주공산에 처해있는 가장 왼쪽의 지지층을 흡수해 와야 한다. 이러한 구도는 지난 02년 대선의 구도와 마찬가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 후보는 최대치의 중간을 점하며 우로 약진해 박 후보를 극우로 몰아넣어야 한다. 동시에 문 후보는 활동 공간을 넓혀, 기권을 선택할지도 모르는 진보적 유권자들을 지지자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 최대 변수가 단일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단일화 이전에 안 후보가 얼마나 박 후보의 표를 잠식하느냐, 그리고 문 후보는 얼마나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진짜, 대결이 시작되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민주통합당, 열우당 망할 때와 똑같다"


이글은 대자보 2012-0423일자 기사 '"민주통합당, 열우당 망할 때와 똑같다"'를 퍼왔습니다.
친노 주류의 중도 우클릭/호남 보수파 몽니/진보파 소수 전락 등 '판박이'

오만과 무대책으로 '다 차려준 밥상을 걷어차버린' 민주통합당. 민주당의 총선 패배를 한줄로 요약한 말이다. 총선 이후에도 뼈아픈 자성과 제대로 된 변화의 몸부림은 없고, 어이없게도 우클릭을 외치는 친노 주류와 호남 보수파의 친노-비노 논쟁이 한창이다. 보수-진보의 정책·노선 대결이 아닌, 당내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밥그릇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민주통합당 창당 이전보다 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 매서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대자보)는 현 민주통합당 난맥상을 지적하고 경고음을 울린 글 한 편을 소개한다. (한미FTA 종결자들) '경제민주화'(ID)님의 글이다.

 ‘벌써 망조난’ 민주통합당‥"열우당 망할 때와 똑같다" 주류 친노의 중도 우클릭/호남 보수파 몽니/진보파 소수 전락 등 '판박이'

▲ 민주통합당인지 열우당인지… ©한미FTA 종결자들

'민주통합당, 우클릭 발언 봇물'…. 역시나..2004년 열린우리당이 총선 직후 망조난 신호탄이 분양원가 공개 약속 폐기를 비롯한 우클릭이었다는 걸 벌써 다 까먹은 듯하다.

정말 민주당이 진보화돼서 총선에서 손해봤다고 생각하는가?   자신들이 약속한 진보적 의제를 단 하나라도 총선 이슈로 끌어올려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를 본 게 있기는 했나?아무 것도 한 게 없는 무개념에, 상식 이하의 실책 연발로 어그로만 끈 현 주류 세력이 총선 패배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는 남 탓하고 책임 전가에 급급하다. 그런 '머저리스트'들만 우글거리니 대선 전망도 가물가물할 수밖에…. 왜 민주당 친노세력은 반성을 모르는 오만방자 근성을 못 버리는 걸까. 그냥 쿨하게 '잘못했다, 앞으론 절대 안 그러겠다'고 사과하면 안 되나?압승 분위기를 일거에 말아먹은 핵심이 자신들의 무원칙한 독식·편파 공천, 김진표류 X맨 공천이라는 걸 왜 인정 못하지? 이게 얼마나 많은 야권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투표 의욕을 상실시켰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님 모른 척하는 건가.   세상 사람은 다 달을 가리키는데, 자기들만 눈이 뒤집혀 손가락만 쳐다보니…. 19대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지금 상황은 딱 친노의 노무현 관장사로 '제2의 열우당화', 한 마디로 말아먹기 국면이다. 자고로 친노가 야권에서 주류 행세하는 순간 반동으로 말아먹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마침 어제 (경향신문)에 앞서 지적한 사항들을 그대로 꼬집은 기사가 올라왔다. ‘진보’ 외치더니 선거 끝나자 ‘중도’ 강화… 오락가락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도 비전보다 ‘합종연횡’ 난무 (경향신문, 2012.4.21) 아래는 기사 내용 중 현재 민주통합당 난맥상의 핵심을 짚은 대목이다. 『4·11 총선 후 민주당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 강령으로 채택한 친복지·친노동 정책 노선과 야권연대에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단적이다. 정작 제대로 된 공약이나 행동 없이 ‘말의 성찬’과 ‘좌클릭’만 앞세우다 총선 패배 후에 다시 흔드는 사람들이 보인다. 당권·대권만 향해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벌어지는 풍경들이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핵심축으로 하는 정책 공약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1%(부자·대기업)’ 정책 기조를 비판하고 ‘99%(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통합진보당, 시민사회와 합의한 공동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총선 뒤 당내에선 중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의욕만 앞세워 (국민과) 멀어지지 않도록 개혁의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적 정책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진단하면서 당 노선을 ‘오른쪽’으로 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당이 중도 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일리가 있다.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민생 공약은 있었으되 핵심 정책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새누리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이 1·15 전당대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문제는 새누리당의 말바꾸기 공세를 받고 피해가는 데 급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기식 민주통합당 당선자의 일갈.

"민주당, 중도로 가자는 건 자살행위""문재인,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산다" (프레시안, 2012.4.22) 구구절절 옳은 소리이긴 한데, 제발 말한 대로 치열하게 실천 좀 해주길.. 어쨌든 앞으로 개혁.진보 언론에서 이런 기사들을 많이 보게 될 것 같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상황을 정리하면,당 주류인 문재인·이해찬·김진표·김두관 등 친노세력의 중도 우클릭 망령, 박지원류 호남 보수파·난닝구들의 주도권 몽니,정동영·천정배 등 진보파의 소수파 전락.결론은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차별 없음 또는 정반대로 뒤바뀜.. 정동영이 진보파로 변신한 거 빼고는...열린우리당이 망해갈 때 '딱'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