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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10-18일자 기사 '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을 퍼왔습니다.

발목 잡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2018년까지 의무후송 전용헬기 8대를 도입하기로 했던 국방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의무후송헬기 개발 관련 예산 33억 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방위사업청이 장비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타부처에 개발 예산 분담을 요구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장비를 갖춘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함을 지적받아온 군은 당분간 기존의 부실한 의무후송헬기에 의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군은 야간 비행이 불가능하고 간이 구급키트에 불과한 장비를 실은 헬기로 꺼져가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박 하사! 일어나! 정신차려 임마!”
고지 낙하훈련 중 사고로 추락한 박 하사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박 하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김 대위는 즉시 훈련 지휘소에 의무후송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지휘소는 급히 항공작전사령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박 하사가 추락한 지점은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고지대였다. 이 때문에 환자를 공중에서 바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호이스트 장비가 장착된 헬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군에 그런 헬기는 없었다. 지휘소는 호이스트 장비가 있는 지역 119 헬기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김 대위는 호흡이 정지된 박 하사에게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김 대위를 절망에 빠뜨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119 헬기가 사고 지점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 회항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위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박 하사를 업고 산을 뛰어내려왔다. 무릎이 부서져라 내달린 김 대위 덕분에 박 하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을 넘긴 시각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서기 전 박 하사의 심장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였다. 

위 상황은 실제 사고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2011년 6월 9일 정보사령부 소속 모 하사가 낙하 훈련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제때 후송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악천후 비행이 가능한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날아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제시간에 후송했다면 사고자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에는 그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환자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동안 발생한 각종 사고에서도 의무후송 전용헬기 부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당시 현장에 있던 김지용 상병은 온 몸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 상병은 이러한 중상에도 불구하고 고속정과 초계함을 이용해 후송하는 바람에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른 부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상 장병들의 가족은 군이 헬기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후송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는 총상을 입은 故박치현 상병이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화병원에 후송된 뒤 다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3시간이라는 귀한 시간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결국 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된 지 25분 만에 숨을 거뒀다. 강화도와 국군수도병원은 헬기로 30분 거리에 불과해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즉시 투입됐다면 박 상병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군에서 신속한 후송에 실패해 목숨을 잃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군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2009년 4월 21일 김옥이 전 국방위원(새누리당)이 주최한 ‘군 응급의료체계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군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관한 논의를 나눈 뒤 헬기 도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국군의무사령부는 합참으로 소요를 요청했고 2010년 6월 의무후송 전용헬기 신규 중기소요 결정이 완료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총 8대의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도입하되 기종은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량한 국산으로 결정됐다. 

2011년 11월에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예산과 전력화 일정 등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19대 총선 공약에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을 포함시켜 헬기 도입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방위사업청 정책기획분과위에서 오간 논의를 신호탄으로 순조로웠던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 사업은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란?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환자후송은 물론 후송 도중에도 응급 진료가 가능한 하늘을 나는 앰뷸런스를 말한다. 환자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영구 장애가 남는 것을 막기 위해 간이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만큼 각종 항법장치나 레이더도 고성능 장비를 탑재한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긴급의무후송 헬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긴급의무후송 헬기는 일반기동헬기가 부여받은 긴급대기임무 중 하나인 긴급의무후송 임무를 맡은 헬기를 말한다. 현재 한국군은 UH-1H, UH-60 등에 기본적인 의무키트를 장착해 긴급의무후송 헬기를 운용 중이지만 악천후와 야간에 비행이 불가능해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후송이 부임무인 긴급의무후송 헬기와 달리 오로지 응급후송에만 이용되고 전문 인력이 전시를 대비해 응급후송 관련 집중 훈련을 받는다. 현재 한국에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없다. 필요시 119헬기나 미군 헬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방부가 도입하기로 한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량한 기종이다. 전시 임무는 전상자 응급후송, 의료진 운송, 의료물자 보급 등이고 평시 임무로는 대민지원에 관련된 응급환자 후송, 재난 구제, 민간 의료지원, 의료물자보급 등이 부여된다. 조종사 2명, 의료요원 3명, 환자 6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주요 의료장비로는 들것 지원장치, 흡인기, 의료용 캐비넷,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정맥 주입기, 외부장착 환자인양장치 등이 장착된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장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밀항법장치, 전방감시적외선장치(FLIR), 다기능레이더를 탑재한다. 

부처간 협의없이 예산부터 깎은 방위사업청

6월 열린 정책기획분과위에서 방사청은 8월말까지 국방부·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의 상호지원협의 종결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군에서 도입할 의무후송헬기가 평시에는 대민지원 활동도 하니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이 총 개발비 337억 원 중 절반인 169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방위사업청은 기획재정부에 개발비 절반을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예산 삭감이 다른 부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위사업청만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애초 예산을 삭감하려면 최소한 개발비 분담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한 차례라도 거친 뒤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입장을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은 방위사업청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협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개발비 분담에 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예전에 국방부 측에서 의무후송헬기가 도입되면 군인들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대민지원 목적으로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야 군이 이렇게 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119를 통해 군용 헬기를 동원하는 과정 등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개발비 분담에 관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분담할 의도가 있었다면 2013년도 예산에 군 의무후송헬기 예산이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개발비 분담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개발비를 일부 부담하라는 협의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운용 중인 헬기를 더욱 잘 활용하고 재난 구조용 헬기를 더 도입하는 게 목표지 군의 후송헬기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

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방위사업청은 타부처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단 예산부터 잘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위사업청에 예산 삭감이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진 일인지 질문했지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관련 부처간 협의회 주관을 국방부로 요청했으니 국방부로 확인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국방부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지의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 닥터헬기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의사가 직접 탑승해 현장으로 날아가는 ‘에어 앰뷸런스’인 닥터헬기는 현재 인천과 목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며 강원도와 경북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이미 응급 헬기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군용 의무후송헬기 사업에 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다. 구조헬기를 운영 중인 소방방재청도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의 경우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재난 구조헬기 추가 도입도 그리 순탄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타부처 예산이 투입되면 예산을 낸 부처에서도 헬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 군용헬기가 아니라 ‘공용’헬기가 돼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방위사업청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부수적인 임무에 불과한 대민지원 활동 때문에 사업을 아예 취소에 이르게 만드는 무리수를 던졌을까. 방위사업청에 직접 질문했다.  

▲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반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을 후송 중인 미 해병대. © USMC

방위사업청, “효율성 확보가 중요”

방위사업청에 타부처에 개발비 분담을 요구한 이유를 질문하니 “의무후송헬기를 군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운용 중인 항공의무후송 실적 고려 시 가동률 저하로 인한 비효율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항공의무후송 실적이 새로 도입할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가동률 저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이 답변에는 문제가 있다. 먼저 낮은 후송 실적은 실제 응급환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의무후송헬기의 뒤떨어진 성능 때문에 후송이 필요한 환자를 소화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현재 군에서는 노후한 일반기동헬기인 UH-1H 7대와 UH-60 3대에 임시로 최소한의 응급의료장비만 탑재해 의무후송헬기로 운용 중이다. 이 헬기들은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갖춰야할 야간 및 악천후 항법장비와 각종 생존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송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2008년 2월 19일에는 환자 후송을 마치고 돌아오던 UH-1H 의무후송헬기가 악천후로 인해 경기도 양평 용문산 인근에 추락해 탑승 장병 7명 전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추락한 헬기는 60년대 말에 생산돼 도태가 시급한 기종이었다. 육군 항작사 603대대 UH-60의 경우 2008년 전체 의무후송임무 실적이 겨우 2회에 불과할 정도로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매년 전방병원 응급실 환자가 2만 명 이상 발생한다. 이중 5,000여 명은 응급후송이 필요한 환자이고 1,500명은 헬기후송이 필요한 환자지만 의무후송헬기의 연간 후송실적은 50여 명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장병들이 헬기가 없어 제때 후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간 50여 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 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발언한 내용을 짚어보면 방위사업청이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임시회 당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은 노대래 청장에게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 또는 후송 시 처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예산이 다 반영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노 청장은 질문에 “군에서 의무후송헬기를 개발할 필요성은 알겠지만 환자 수가 연간 50명 정도밖에 안 나오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효율성 부분은 이미 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할 때 운용개념을 검토했고 국방연구원이 총사업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며 검증된 것들로 지금에 와서 방위사업청이 소요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노대래 청장의 답변을 두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도입하는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효율성으로만 판단하는 인식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대래 청장의 주장과 달리 의무사령부는 2008~2010년 응급환자 분석결과 군 병력 중 주요부대가 위치한 경기 및 강원지역에서 항공의무후송 잠재수요는 연평균 약 1,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산에 고려되지 않은 나머지 지역과 대민지원 요소까지 고려하면 의무사령부 예측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그 동안 군은 119헬기의 협조를 받아왔기 때문에 군 의무후송 전용헬기도 대민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마련했다. 개발비 분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타부처 개발비 분담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국방부, “예산 삭감없이 반영돼야”

의문스러운 점은 방위사업청이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의무후송 전용헬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타부처에서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국방비로 전액 부담하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던 방위사업청이 왜 반쪽짜리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을까. 

더욱이 지난 8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방위사업청이 예산을 제대로 올렸다면 2013년 예산에 반영해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고 타부처 예산에 군 헬기 예산이 반영된 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삭감안을 고수했다. 결국 기재부는 반쪽 예산을 부처 간 협의가 없는 비정상적인 예산으로 판단해 전액 삭감했고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방위사업청의 이러한 행태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고의로 사업을 지연 혹은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국방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개발비 분담을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다. 타부처와 의무후송헬기 대민지원에 관한 공동 활용 협약서를 체결한 바는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이들 부처에 개발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 국방부도 방위사업청처럼 타부처 개발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질문하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국방부에서 보건복지부 및 소방방재청과 공동개발의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공동개발이 불가능해 단독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3월 국방부 단독개발 필요성을 방위사업청으로 통보했다.”

국방부 측은 또 “의무사령부는 최초 총사업비 2,699억 원이 삭감없이 예산에 반영돼 원활한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방위사업청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입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방위사업청의 논리대로라면 해군 고속정도 부수적 임무로 응급후송과 같은 대민지원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고속정 개발에 타부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방부는 긴급 상황 발생 시 119헬기를 지원받아 장병 후송에 이용해왔지만 소방방재청에 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한 적은 없다. 이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재난구조 헬기 도입에 비용을 분담했다. 이제 와서 국방부가 이들 부처에 대민지원을 빌미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입장이 다른 부분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효율성 예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국방부는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 방위사업청과 달리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이라크 타린 코트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 육군의 의무후송헬기 © US ARMY

의무후송 전용헬기, 왜 한시가 시급한가?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현재 의무후송 전용헬기 12대를 운용하며 연간 680여 명을 후송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료와 주한미군의 의무후송 전용헬기 운용 실적을 종합해 판단할 때 우리 군 전체의 연평균 후송소요는 약 8,700명에 달하므로 효율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마지막으로 “장병의 생명보존은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 장비라는 점에서 볼 때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접근 방식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전투원의 생명 가치는 장비 운용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재단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700여 대에 이르는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 5위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헬기 가운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한 대도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직후에도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의무후송 전용헬기 지원을 직접 요청해야 했다. 또한 그 동안 군은 불가피한 경우 민간 헬기를 이용해왔지만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기본적으로 119헬기는 구조가 주목적이라 의료진이 동승하지 않을뿐더러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전국을 통틀어 한 대밖에 없다. 특히 접적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119헬기나 보건복지부 닥터헬기는 군 항법사가 동승하거나 선도 헬기가 붙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필요성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하나 공격형 무기체계가 아닌 장비에 인색한 한국군에게 있어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군에서 1년 동안 대대급 인원이 죽어나가던 90년대 초와 달리 연간 사망자 숫자는 140명대로 떨어졌고 전투원 하나하나의 생명가치가 여느 비싼 장비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한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군이 전투원의 생명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일선의 전투원들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영유아·어린이 15만명 이상 내년 예방접종 못 맞을 수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19일자 기사 '영유아·어린이 15만명 이상 내년 예방접종 못 맞을 수도'를 퍼왔습니다.

ㆍ예산 실제보다 적게 편성… ‘노령연금’ 24만명 누락도

내년 0~2세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이 실제보다 10만여명분 적게 편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 24만명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예산도 누락됐다. 이들 예산은 국비 보조를 받아 지방비가 같이 투입되는 사업비라 지난 7월 보육비 논란처럼 내년 하반기에 지자체 예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8일 ‘2013년도 예산안 총괄 및 분야별 분석방향’ 보고서를 내고 “국가예방접종 실시 예산과 기초노령연금 지급 예산이 실제보다 적게 편성됐다”며 “다른 사업에서 전용하든가 예비비를 써야 하는 만큼 증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예방접종사업 예산 992억원을 편성하면서 장래 인구추계 통계를 이용했다. 

하지만 예방접종은 실제 태어난 영·유아를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를 활용해야 정확하다는 것이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장래 인구추계 통계는 2000년도 작성된 것으로 당시 저출산을 예상해 인구증가율을 낮게 잡아 실제 주민등록 인구보다 적다. 0세는 3만7700명, 1세 4만7000명, 2세 1만7400명 등 0~2세는 10만2100명이 적다. 12세도 4만명이 적다. 영·유아 예방접종 대상인 0~5세와 12세까지 확대하면 최대 20여만명이 접종 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방접종사업은 국고보조(국민건강기금)에서 평균 52%, 지방비가 48% 투입된다. 

예산이 고갈되면 내년 말 독감 시즌을 앞두고 영·유아와 어린이가 예방접종을 맞지 못할 수 있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보육예산도 처음에 장래 인구추계 통계를 썼다가 예산 부족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며 “2000년 작성된 인구추계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령연금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체 노인 인구의 66%인 405만1000명을 수급대상으로 잡아 3조2097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법정 노인 수급 비율인 70%보다 4%포인트 낮은 것으로, 지난해 수급률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법정 비율 70%는 429만7000명으로 실제 예산이 편성된 대상보다 24만6000명이 많다. 

1인당 연금지급액 9만4600원을 기준으로 보면 232억원가량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노령연금은 지자체 여건에 따라 40~90% 국고지원된다. 의무지급하도록 돼 있어, 예산이 부족하면 다른 예산에서 끌어와서라도 지급해야 한다.

국회 예산처 관계자는 “법정 수령액 기준으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수급률이 낮다면 예산 집행률을 높여야지 예산을 적게 잡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제 수급률이 66%이고 주거불명등록자도 1%포인트 있어서 이 기준에 맞춘 것”이라며 “예산이 남아 불용액이 생기면 그만큼 다른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한식 세계화’ 769억 쓰고도 성과 없어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04일자 기사 '‘한식 세계화’ 769억 쓰고도 성과 없어'를 퍼왔습니다.

‘영부인 사업’으로 논란이 됐던 ‘한식 세계화 사업’이 별다른 성과가 없어, 막대한 예산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4일 “범정부 차원에서 2009년 시작된 ‘한식 세계화 사업’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성과도 없이 지금까지 총 769억원의 예산만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2009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기획으로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하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시작됐다. 추진단에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청와대 대통령실, 한식재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참여했다. 

다수의 정부부처와 기관이 참여해 4년째 진행해온 사업이지만 아직 명확한 마스터플랜이나 장기 로드맵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예컨대 50억원이 지원되는 ‘뉴욕 맨하탄 플래그쉽 한식당 개설사업’은 미국 뉴욕 한복판에 한식당을 개설해 뉴욕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졸속으로 추진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중단으로 불용 처리해야 할 예산 50억원을 연구용역·한식 사이트 개편 등에 전용했다는 점이다. 

한식 세계화 사업 실무를 맡은 한식재단은 2010년 설립돼 매년 100억원 내외의 예산을 농식품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지만 파행 운영되고 있다. 김 의원 자료를 보면 이사 20명 중 9명은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직했다. 직원들의 이직도 심각해 2011년에는 11명이 입사해 8명이 퇴사했고, 올해도 입사자 16명 중 11명이 퇴사했다. 직원 평균 근속기간은 6.6개월에 불과하다.

김 의원은 “이사회는 매번 새로 선임된 이사를 소개하고 그들에게 재단 업무와 현황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대 이사장이었던 정운천씨는 2010년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출마를 위해 취임 2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뒤 그대로 복귀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혈세 수백억원만 낭비한 채 졸속행정·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한식 세계화 사업’은 원점에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플래그쉽 한식당 사업’ 관련 예산 편법 전용에 관한 건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박근혜 사과이후에도 지지율은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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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내년 복지예산 100조? 복지비중은 처음으로 줄어

정부가 2013년도 새해 예산안을 342조 5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성장률을 4%로 잡아 부풀린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늘렸다던 복지예산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비중은 되레 줄었다는 분석(한겨레)이 나왔다. 또한 정부의 0~2세 무상보육 정책 폐기에 대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차기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5·16, 유신, 인혁당 관련 사과를 했으나 여전히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사과 기자회견을 계기로 지지율 추락이 바닥을 쳐 회복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한 곳(조선일보)도 있었다.
다음은 26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박근혜 “무상보육 국회서 해결하겠다”)
-국민일보 (성범죄 방지 예산 54% 늘린다)(사진톱뉴스 [일-대만 센카쿠서 첫 ‘물대포 충돌’])
-동아일보 (북 풍계리 핵실험장 새 갱도 붕괴)
-서울신문 (내년 예산 342조…올해보다 5.3% 증가)
-세계일보 (대선주자 빅3 관련 90일간 구글 검색량 살펴보니…박근혜 2.5배 < 문재인 1.0배 < 안철수 5.0배)
-조선일보 (내년 복지예산 100조원 넘어)
-중앙일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 551억 쓰고 좌초 위기)
-한겨레 (복지시대 역주행…내년 예산안 복지비중 첫 감소)
-한국일보 (정부-대선후보 ‘무상보육’ 충돌)

박근혜 사과에도 지지율 하락세는 여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를 계기로 유력 후보 간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신문 등에 따르면, 박 후보 사과 당일인 2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3자 구도에서 사흘 전 조사 때보다 소폭 떨어지고 이들 각자와의 양자대결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 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전국 1500명을 대상으로 한 24일 조사에서 다자대결에서는 박 후보 36.4%, 문 후보 20.4%, 안 후보 32.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1일 조사에 비해 박 후보는 지지율이 1.9% 포인트 줄어든 반면 문 후보는 0.2% 포인트, 안 후보는 2.3% 포인트 올랐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각각 43.3%와 48.3%, 박 후보와 안 후보의 대결에서는 각각 40.9%와 50.9%의 지지율을 보였다.

서울신문 9월 26일자 3면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문 후보나 안 후보에게 사흘 전보다 더 큰 격차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박 후보의 사과 기자회견이 아직 여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5일 “지난 주말인 22~23일을 거치며 안 후보가 상승세를 보인 여론조사 결과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안 후보에 대한 밴드왜건 효과(선거에서 우세해 보이는 사람을 지지하는 현상)가 커진 반면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는 아직 지지율 추이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고 반전될 것인지는 추석 연휴 뒤에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지지율 하락세 바닥쳤다?

이에 반해 박 후보의 지지율 추락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급한 내리막 추세를 보이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24일 역사 인식과 관련된 사과 기자회견 이후 바닥을 치는 듯한 분위기”라며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과 박근혜 마니아층이 회견을 계기로 버팀목 역할에 나선 것 같다’고 봤다고 분석했다.
매일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아산정책연구원·리서치앤리서치가 사과 회견이 있던 지난 24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48.6%, 박 후보는 40.6%를 기록했다. 박 후보는 전날과 비교해 1.3%포인트가 하락했지만 5.5%포인트 하락한 직전 주말보다는 낙폭(落幅)이 줄었다.

조선일보 9월 26일자 5면

또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 조사에선 전날보다 0.1%포인트 오른 45.2%를 기록, 문 후보(42.8%)를 앞섰다. 박 후보는 3자 대결 조사에서도 23일에 이어 24일에도 37.0%를 기록했다. 안 후보 29.6%, 문 후보는 20.0%였다. 정례 조사를 하고 있는 다른 조사 회사들도 “최종 정리를 해봐야겠지만 중간 집계 결과로는 박 후보의 하락세가 멈추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조선은 ‘급락’하던 박 후보 지지율이 ‘급정거’한 것은 ‘과거사 사과 회견 효과’와 함께 탄탄한 고정 지지층 때문이라는 분석했다. 조선은 한국리서치 김춘석 부장의 말을 빌어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정치 지형은 보수 40%, 진보 40%, 중도 20%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박 후보의 고정 지지층 40%는 쉽게 무너지기 힘들다”며 “특히 박 후보와 새누리당을 동시에 지지하는 25%와 박 후보만 지지하는 10% 등 35%는 매우 견고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심상찮은 부산 경남 민심…야권 지지율 급상승

부산·경남(PK) 민심이 심상찮다. 대선을 80여 일 앞둔 지금 표심 지형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야권 후보 지지가 40%대까지 오르면서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 기반이던 여론 지각 자체가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4일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직후 곧장 부산을 찾아 이곳에서 지방민생 행보를 시작한 것도 이런 위기 징후와 무관치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1~22일 실시한 조사에서 PK 지역의 경우 다자대결에서 박 후보가 50.7%로 겨우 과반을 점했다. 문 후보 19.4%, 안 후보 20.3%로 야권 후보 지지는 39.7%였다. 한국경제의 22일 조사에선 이 지역에서 박 후보 40.1%, 문 후보 29.9%, 안 후보 20.8%로 아예 야권 후보 지지 표심에 추월당한 결과도 나타났다.

경향신문 9월 26일자 8면

2002년 16대 대선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당시 이 지역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66.7%(부산)·67.5%(경남)를 얻은 반면 나름 바람을 일으킨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29.9%(부산)·27.0%(경남)에 머물렀다. 그때에 비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경향신문은 “당시 표로 환산하면 부산·경남에서만 35만표 정도 여에서 야로 이동하는 결과”라며 “새누리당 입장에선 70만표를 잃는 효과이다. 새누리당 기반이던 이 지역이 대선 패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흐름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방선거 당시 야권 성향 무소속인 김두관 후보가 53.5% 득표로 경남지사에 당선됐으며,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 김정길 후보도 44.6%를 득표했다. 총선에서도 부산의 경우 정당득표율로 보면 새누리당 51.3%에 민주당·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 득표율은 40.2%로 격차가 확연히 줄었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한 의원은 “낙동강 전선에 지역구가 8개 중 총선에서 5개밖에 못 이겼다. 이긴 사람들도 모두 4%포인트 정도밖에 표차를 못냈다”며 “여론 구도 자체가 그렇게 심각하게 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K 민심이 출렁이게 된 원인에 대해 경향은 “야권의 ‘PK 인물론’과 대구·경북(TK)에 비한 ‘지역 홀대론’이 겹쳐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내년 예산 342조 “성장률 장밋빛 전망…얇아지는 지갑” 비판

정부가 25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올해보다 5.3% 늘어난 342조 5000억원으로 나라살림(총지출)을 짰다. 이를 두고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증가율(4.1%)보다 씀씀이가 다소 커졌다”며 “나라 곳간도 크게 축내지 않고 경기도 부양하겠다는, 즉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3.3%, 내년에 4% 성장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대부분 2%대로 보고 있으며,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2.5%를 제시했다.
서울신문은 “성장률이 빗나가면 들어올 돈(재정수입)이 모자라게 되고, 이 수입에 근거해 짠 지출도 틀어지게 된다”며 “이런 우려는 당장 올해부터 현실화되는 조짐이다. 올해 국세는 203조 3000억원이 걷힐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예상치는 205조 8000억원이었다. 2조 5000억원이나 ‘펑크’ 날 위기에 놓인 셈이라고 서울은 우려했다.

서울신문 9월 26일자 1면

기업·산업은행 주식 등을 팔아 37조원의 세외(稅外) 수입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은 “정부는 올해도 기은 주식 매각대금 1조여원을 예상수입에 넣었지만 단 한 주도 팔지 못했다”며 “이 항목이 ‘0원’이 됐음은 물론이다. 인천공항 매각에 대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내년에는 국민 1인당 세금 부담액도 크게 늘어난다.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이 550만원에 달해 올해보다 31만원 늘어난 수치이다. 서울신문은 “특히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17% 정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경기 회복 지연으로 ‘벌이’는 시원찮은데 세금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복지시대 복지예산 100조? “복지비중은 감소…그나마 공무원 몫” 비판

내년 예산안 가운데 복지예산은 97조원에 달해 100조원에 육박한다고 평가한 곳도 있으나 한겨레는 되레 복지 비중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체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복지 예산은 올해보다 4.8% 증가한 97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며 “총지출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28.3%로, 이는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라고 분석했다.
고령화·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복지 지출 비중은 2005년 23.7%에서 올해 28.5%까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경희대 교수)은 “총지출 가운데 복지비 지출의 감소는 현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한겨레 9월 26일자 1면

복지 지출 증가율 자체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내년도 복지 지출 증가율은 올해의 6.4%보다 낮은 수준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밑돌 뿐 아니라 국방비 증가율(5.1%)보다도 낮다”며 “복지 지출 증가율은 2009년 10.2%에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9%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3%(2007년 기준)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한겨레는 “격차를 줄이려면 국내총생산보다 복지 지출이 더 빨리 늘어야 하는데도, 우리나라 복지 지출 증가율은 최근 국내총생산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내년 복지 예산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한 부분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으로 내용을 더 들여다보면, 국민연금 증가분은 9884억 원에 그쳤으나 나머지 9920억 원은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증가분야였다고 한겨레는 분석했다. 전체 복지비 증가분의 20%가 공무원들에게 돌아간 것.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무상보육 정책 폐기 비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5일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한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날 강원 양구군 육군 전사자 유해 발굴현장에서 정부의 무상보육 폐기를 놓고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약속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두고 정부와 오랫동안 논의하며 관철하고자 노력했지만 전체가 반영되지는 못했다”며 “상위 30%에 해당하는 분들도 다들 빠듯하게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로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 역시 이날 진성준 대변인을 통해 “정부의 이번 조치는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포기한 것이자, 보편적 무상보육을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라며 “무책임한 국정운영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진 대변인은 “이 정책 태동 자체가 총선에서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며 “문 후보는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국가 책임으로 보편적 무상보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사회적기업 엠스퀘어에서 열린 정책 포럼에 참여해 “어제 정부가 만 0-2세 전면 무상 보육을 몇 달만에 포기했다”며 “저도 그 소식을 접해듣고 이래서 정치가 불신 받고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복지는 현실적인 정교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복지를 위해서는 재정과 조세가 통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파괴 창조컨설팅 불법혐의 포착…정부 조사 착수

고용노동부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노조 파괴’ 개입 정황을 잡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또 전국 83개 노무법인과 개업 노무사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고 있다. 노무법인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감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경향은 전했다.
경향에 따르면, 노동부 관계자는 25일 “창조컨설팅이 (노조 파괴를 위한)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며 “그동안 내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로 홍역을 앓은 유성기업과 SJM, 발레오전장을 비롯한 168개 기업과 자문 계약을 맺고 노조 무력화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국회 청문회가 열린 지난 24일 창조컨설팅 사무실에 근로감독관을 보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한편, 국회 청문회에서는 창조컨설팅이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사 측에 컨설팅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창조컨설팅이 노조원 탈퇴 유도, 친기업적인 복수노조 설립 방안을 자문해준 것으로 돼 있다. 청와대·국가정보원·경찰·노동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정황도 드러났다. 창조컨설팅은 최근 폭력으로 문제가 된 SJM과 ‘유령회사’를 앞세워 차명으로 2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 노무법인과 컨설팅을 받은 기업체에 대한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일본-대만 순시선 물대포 충돌

일본과 대만 정부의 순시선이 25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영해(영해기선에서 12해리·약 22.2km)에서 서로 물대포를 쏘며 충돌한 사건이 벌어졌다. 10일 일본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한 이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 선박 6척도 이날 센카쿠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에 진입했다고 동아일보 등이 보도했다.

동아일보 9월 26일자 1면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부터 8시 45분까지 대만 어선 약 40척과 대만 해상경비당국 순시선 12척이 센카쿠 영해로 들어왔다. 대만 어선이 선단을 이뤄 일본 영해에 진입한 것은 1996년 홍콩과 대만의 항의선 41척이 이 해역에 진입한 이후 16년 만이다.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 약 30여 척은 마이크로 “영해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한 후 물대포를 쏘며 영해 진입을 막았다. 이에 대만 순시선은 “이곳은 중화민국 해역이다. 우리는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 달라”고 중국어로 응수하며 일본 순시선에 물대포로 반격했다. 약 3시간 동안 일본과 대만 선박들이 대치한 후 오전 11시 40분경 대만 어선과 순시선은 모두 센카쿠 영해를 빠져나갔다.

24일 오전 9시 박근혜 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회견장에서 과거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내년예산 7.3%↑, 내년에도 6년째 재정적자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9-25일자 기사 '내년예산 7.3%↑, 내년에도 6년째 재정적자'를 퍼왔습니다.
차기정권, MB정권의 '빚더미 유산' 물려받을듯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보다 7.3%나 늘어났다. 그러나 MB정권 5년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예상돼, MB정권의 '빚더미 유산'은 차기정권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국무회의에서 2013년도 예산안과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해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325조4천억원)보다 5.3%(17조원) 늘린 342조5천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재정융자를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생기는 3조5천억을 더하면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7.3%이다. 

총수입은 올해(343조5천억원)보다 8.6%(29조6천억원) 늘어난 373조1천억원으로 짰다. 국세수입은 5.2% 불어난 216조4천억원, 세외수입은 32% 늘어난 37조4천억원, 기금수입은 8.9% 증가한 119조3천억원 등이다. 그러나 이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치보다 높은 4.0%로 잡은 것이어서, 실제 세수는 전망치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내년에는 불황으로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제자리 걸음이 예상되는 반면,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는 대폭 늘어나는 등 간접세 비중은 늘고 직접세 비중은 낮아져 조세정의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근로소득세는 22조2천억원으로 올해 전망치(19조원)보다 16.9%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간이세액표 개정에 따른 원천징수 인하로 연말정산 환급액이 1조5천억원 줄어든 데다 내년 명목임금이 6.6% 오르고 취업자 수는 31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산정한 수치다. 반면에 경기불황의 여파로 법인세는 48조원으로 올해 전망보다 5천억원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이처럼 내년에도 세수보다 세출을 많게 책정함에 따라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0.3%인 4조8천억원, 국가채무는 올해 445조2천억원(GDP 대비 34.0%)에서 내년 464조8천억원(33.2%)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오는 2014년 1조원 흑자로 돌아서고서 해마다 흑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글로벌 장기불황 우려, 부동산거품 파열에 따른 천문학적 재정적자 투입 수요, 정치권의 복지경쟁 등을 감안할 때 핑크빛 전망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등 잠재된 경제불안 요인이 차기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연쇄폭발할 경우 유럽·미국처럼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회되면서 만성적 재정적자의 늪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7월 10일 화요일

TK는 지금… ‘박정희 성역화’ 경쟁 중


이글은 시사인 2012-07-09일자 기사 'TK는 지금… ‘박정희 성역화’ 경쟁 중'을 퍼왔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근거지인 TK 지역은 ‘박정희 성역화’ 작업에 경쟁적으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009년 구재단이 복귀한 영남대에는 ‘박정희 대학원’이 세워지기도 했다.

구미역에서 출발한 택시는 ‘박정희로(路)’를 내달렸다. 새주소 사업이 진행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와 국도 33호선을 잇는 길이 2.8㎞, 왕복 4차로 길의 이름이 ‘박정희로’로 결정됐다. 생가로 향하는 길 위에서 택시기사는 박정희 체육관을 자랑하고, 대통령 부부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정수초등학교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말은 풀이 죽어 있었다. “생가를 보면 실망하실 겁니다. 너무 초라해서 속상합니다.” 

금오산 자락 대지 754㎡(228평)에 조성된 박정희 생가는 박 전 대통령이 1917년 태어나 1937년까지 살았던 집을 복원해 만들었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사망 이후 희미하던 박근혜 의원의 공식 행보가 시작된 곳도 이 생가였다. 박 의원은 IMF구제금융으로 나라가 휘청이던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생가에 초청해 입당을 선언했다. ‘아버지의 위업’을 잇기 위해 정치를 시작한 그녀다운 선택이었다. 생가는 그 이후로 ‘정치권의 성지’가 됐다. 경북의 공직 출마자뿐만이 아니라 대권주자들 역시 생가를 방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출마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시사IN 백승기

기자가 생가를 방문한 6월26일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들고 났다. 생가의 방문객은 지난해에만 55만명이 훌쩍 넘었다. 1997년 전만 해도 한 해 2만여 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생가 내부에 비치된 방명록을 보면 노인회나 상이군인회, 새마을과 관련된 단체들의 방문이 눈에 띈다. 방명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자”라는 다짐의 말이 넘쳤다. 

“대구·경북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

한 지역 주민은 ‘금오산 이왕설(二王說)’에 대해 설명했다. 이 지역이 풍수지리상 왕(대통령)이 두 명 나올 지세라는 의미이다. 금오산은 부처가 하늘을 보고 누워 있는 모습을 한 모양의 와불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주민은 “와불상의 이마 부근에 꽂힌 철탑이 정기를 누르고 있어 지난번(2007년)에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저걸 빨리 뽑아내야 한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오산에 세워진 철탑은 6·25 전쟁 직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통신기지용으로 세운 것이다. 구미시와 미군은 지난 3월 기지 반환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한 상태이다. 

생가 앞 주차장에는 ‘진주 노인회’에서 온 관광버스 5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생가 입구에 세워진 박정희·육영수 부부의 사진 입간판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를 소리내어 외치던 한 노인은 생가 내 분향소에 들러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이 노인은 “이만큼 먹고살게 해준 게 누굽니까? 젊은 사람들은 고마워할 줄을 몰라요”라며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설명했다. 

‘대구·경북 새마을회’ 명찰을 달고 방문한 청·장년도 눈에 띄었다. 생가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높이 5m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앞에 선 이들 중 일부는 “누구든 대구·경북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고 외치며 결연히 기념 촬영을 마치고 돌아섰다. 한창 공사 중인 생가 주변 공원화 부지 내에 위치한 이 동상은 지난해 11월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

택시기사가 ‘초라해서 속상하다’고 말한 생가 부근은 현재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각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근혜 대망론’과 함께 지역 역시 들썩이는 형국이다. 먼저 2008년 시작된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은 7만8789m²(2만3000여 평) 대지에 도비 25억원, 시비 261억원이 투입된다. 영상실·유품전시실·기념품 판매소가 들어설 박정희 홍보관 역시 55억원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새마을공원 사업에 792억원 투입

중복 사업 논란도 있다. 새마을 농사 체험장 등 체험마을 형태로 꾸며질 ‘새마을 테마 공원’ 사업은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과는 별도로 예산이 책정되어 있었다. 26만3553m²(7만9000여 평) 부지에 국비 396억원, 도비 119억원, 시비 227억원 등 모두 792억원이 투입된다. 애초 계획된 예산은 1500억원이었다. 이 밖에도 구미시는 매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일인 11월14일 열리는 미술 공모전 대한민국정수대전에 1억7000만원, 탄신제에 7500만원, 추모제에 7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시사IN 백승기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

구미시만이 아니다. 경북도 내 지자체들은 너나없이 박정희 성역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13일 문경 상리 청운각에서는 박정희 사당과 기념관을 갖춘 공원 준공식이 있었다. 시비 17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문경에서 교사 시절 머물렀던 초가 하숙집 터를 바꾼 것이다. 구미시 재정자립도가 45%인 데 비해 문경의 재정자립도는 18%에 그친다. 역시 재정자립도가 겨우 13%인 울릉군은 15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울릉도 방문 당시 숙박했던 곳을 박정희 기념관(가칭)으로 개관할 계획이다. 가난한 지자체 살림치고 큰돈을 쓰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을 ‘선점’하기 위한 지자체 간 신경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새마을운동 발상지가 어디냐를 두고 청도군 신도리와 포항시 문성리는 10여 년간 마찰을 빚어왔다. 청도군은 2009년 ‘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이미지를 상표화해 발 빠르게 특허청에 등록했다. 2011년에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성역화사업’ 준공식을 열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청도군에 방문해 “새마을운동은 정신혁명이었다”라는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위치한 충북 옥천 교동리 역시 본격적인 성역화에 나섰다. 6월26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충북 지역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70여 명이, 대구 남구의 노인정에서 90여 명이 생가를 다녀가는 등 이날 오전에만 400여 명이 생가 방문을 마쳤다고 했다. 지난해 17만명, 올해 6월까지 9만여 명이 육 여사 생가를 다녀갔다. 지난해 5월 생가 복원 당시 국비 4억원에 도비 16억원, 군비 16억원 등이 사업비로 쓰였다. 11월29일에는 육영수 탄생 86주년을 맞아 숭모제가 열리기도 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탄생 숭모제는 2010년부터 옥천군이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 됐다. 

그런가 하면 경북 경산의 영남대에서는 매달 1일 새벽 6시30분이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PSPS:Park Chung Hee School of Policy and Saemaul)’ 소속 외국인 학생들이 이른바 ‘새마을정신 실천운동’을 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PSPS가 적힌 새마을 조끼를 입고 청소도구를 든 채 캠퍼스 정화 운동을 벌인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12층에 위치한 이 대학원은 지난해 11월 영남대 이사회가 설립을 승인했고 올해 3월 첫 입학생을 받았다. 방글라데시·필리핀·캄보디아 등지에서 모두 15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석사 학위 과정으로 새마을학과와 공공정책리더십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중앙도서관 건물에는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새마을연구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모두가 이른바 2009년 ‘재단 정상화’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이 중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의 경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협약을 맺어 구미시 예산에서 매년 1억원씩 지원된다. 또한 연구소는 지난해 6월 구미시와 조갑제닷컴의 후원으로 ‘박정희 리더십 독서감상문 대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20여 년간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영남대의 정상화를 추진하며 사실상 구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29세의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에 올랐던 박 의원은 2009년 ‘종전이사’의 자격으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 측근 4명을 영남대에 앉혔다. 강신욱 전 대법관, 우의형 전 서울행정법원장,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 신성철 카이스트 교수가 그들이다. 

“재단 정상화가 아닌 구재단의 복귀다. 박근혜 본인이 직접 들어오지 않고도 ‘섭정’ 체제를 갖췄다”라는 게 한 영남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의 설립 역시 박 의원이 추천한 이사들이 결정한 사항이다. 이들은 정관상 논란이 됐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교주(校主)’라는 표현도 세련되게 바꾸었다. 2011년 개정된 영남대 정관 1조는 ‘이 법은 대한민국 교육이념과 설립자 박정희의 창학 정신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혀 있다.

1988년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영남대 설립자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 및 이사장을 역임했던 박근혜 의원이 영남대에 출연한 돈은 ‘0원’이다. 또한 당시 29명의 부정입학 사건, 인사 전횡 사건 등 각종 비리의혹으로 학원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이사장은 이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했다. 그런 영남대가 구재단 복귀와 함께 박정희를 다시 소환한 셈이다. 

‘5인방’ 최외출 교수가 대학원장 맡아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최외출 교수이다. 1977년 ‘새마을 장학생 1기’로 영남대에 입학한 최 교수는 이른바 박근혜의 과외선생 5인방 중 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5인방은 박 의원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을 주도한 5명의 학자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최 교수를 비롯해 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 19대 국회에 비례로 당선된 안종범 의원, 김영세 연세대 교수(경제학),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등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대구 지역의 한 정치학자는 “정치권력이 지난 수십 년간 바뀌어본 적 없는 TK 지역은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과잉 충성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이를 묵인하며 사실상 부추기는 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 이르면 이런 ‘일부 세력’의 결집은 결국 박 의원에 짐이 될 수도 있다(20~22쪽 딸린 기사 참조).  

박정희는 여전히 살아 있는 모델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설문조사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그 영향력은 ‘박근혜 대망론’으로도 이어진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 의원의 최대 지지 기반인 TK와 TK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계도 째깍째깍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 시곗바늘은 미래가 아닌 박 의원에게 정치적 유산을 물려준 아버지를 향해 역주행을 하고 있다.

대구·구미·옥천/장일호·송지혜 기자 

2012년 7월 4일 수요일

[사설]균형재정 늦추더라도 경기회복에 주력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3일자 사설 '[사설]균형재정 늦추더라도 경기회복에 주력해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내년 예산 짜기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는 6월말까지 정부 부처별로 예산 요구안을 모두 받았다.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6.5%(21조2000억원) 늘어난 346조6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9월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낸다. 정부 예산은 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운영하기 위한 계획이다.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올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고 내년은 정권 교체 첫 해다. 어느 때보다 복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돈 나갈 곳은 늘어나는데, 들어올 돈은 줄어드는 게 문제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낮춰 잡았다. 성장세가 내림세로 돌아서면 세수는 줄어든다. 개인 소비가 줄고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줄기 때문이다.

정부가 잡은 내년 예산 편성 기본 방향은 균형 재정 회복과 경기회복 뒷받침이다. 4월에 만든 예산 편성 지침에 있던 성장-일자리-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사라지고 대신 경기회복이 들어갔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정부는 내년 균형 재정 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균형 재정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이 맞아 적자가 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균형 재정을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현 정부 들어 지난 4년 동안 계속된 대규모 재정적자로 국가채무가 49%(146조원)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 재정 목표에 무리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가 본예산 기준으로 균형 재정을 이룬 것은 2003년 한번뿐이다. 균형 재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좋지만 경기 침체를 보면서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무리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 경기회복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

내년 복지 분야 예산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 양극화를 줄이려면 당연히 지출을 늘려야 한다. 반면 SOC 투자는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 분야도 줄이는 게 좋다. 물량을 투입한다 해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꼭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우선 순위를 따져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각 부처 요구안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단순히 재정을 분배하는 차원이 아니다. 어떤 가치에 따라 정책을 만드는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균형 재정을 당분간 늦추더라도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2012년 6월 26일 화요일

‘관사 유지’ 예산 축내는 뻔뻔한 단체장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5일자 기사 '‘관사 유지’ 예산 축내는 뻔뻔한 단체장들'을 퍼왔습니다.

ㆍ곡성군, 공공시설로 쓰던 공간 다시 관사로 고쳐ㆍ정부 폐지 권장 외면 …전남도 관사는 ‘호화 한옥’

대전시와 울산시는 2003년과 1995년 시장 관사를 어린이집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들은 대표적인 구시대 유물로 꼽힌 관사를 경쟁적으로 없애기 시작했다. 당선자 대부분이 집을 갖고 있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이유로 관사를 팔거나 공공시설로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지자체장들의 ‘관사 지키기’는 계속되고 있다. 공공시설로 쓰던 공간을 다시 관사로 만들어 사는 뻔뻔한 단체장도 나왔다. 허남석 곡성군수는 2010년 7월 사회단체 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던 읍내 옛 관사를 수리, 입주했다. 물론 허 군수는 관사와 가까운 곳에 집이 있다. 그런 그가 관사에 입주하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6년 10월 무안 남악신도시 전남도청 뒤편 산자락에 완공한 전남도지사 공관. 당시 ‘호화판 관사’라는 시비를 불러왔다.

광주·전남 경실련협의회는 취임 후 2년간 관리비 2800여만원을 썼다고 공개했다. 곡성군 자립도는 전남 최하위 수준인 9.7%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남도(2284만원), 광주시(1750만원)보다 많고, 함평군(400만원)보다 7배나 많은 관리비를 썼다.

지난해 4월 재선거로 당선한 홍이식 화순군수는 ‘수맥이 흐른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비워 둔 관사를 고쳐 입주했다. 홍 군수는 그동안 관리비 1500만원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는 관사와 800여m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주로 생활한다. 관사 옆 주민들은 “일주일에 한두번 밤에 불이 잠깐 켜졌다 꺼지는데도 관리비가 그렇게 많이 들어간다니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운태 광주시장도 취임 후 시청 앞 치평동 관사(가격 2억5700만원)를 팔고, 유명 건설사가 새로 지은 4억3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새 관사로 구입했다. 광주시는 매년 관리비로 800만~900만원씩 대고 있다. 이는 인천시의 8.5배 수준이다. 광주시 5개 자치구는 모두 관사를 없앴다.

전남도 관사는 초호화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남도청 뒷산자락에 2006년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444㎡ 규모의 목조 한옥을 지었다. 건축비가 11억3200만원이나 들었다. 한 해 관리비로 1100여만원이 든다. 무안군과 해남군도 2010년 민선5기 들어 관사를 부활시켰다. 

반면 김충석 여수시장은 호화아파트로 지목받던 관사를 팔아 여수엑스포 준비에 보탰다. 김 시장은 “엄연히 살아온 집이 있는데, 무슨 관사가 필요하냐”고 말했다. 광양시도 조만간 관사를 아예 철거해 공원으로 단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는 2010년 관사운영에 따른 예산낭비 등을 들어 관사 폐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을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강진·무안·보성·영광·완도·진도·함평 등 9곳은 계속 관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곡성과 해남, 화순은 매각 등 다른 활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나영 광주경실련 간사는 “지역출신이 단체장으로 뽑히는 현실에서 굳이 살던 집을 놔두고 관사에 들어가 사는 이유를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인 광주·전남지역 24곳 지자체 중 아직도 14개 관사가 있다는 것은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