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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7일 일요일

군 검찰 ‘문제없다’는 혐의, 감사원은 끝까지 처벌 요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9일자 기사 '군 검찰 ‘문제없다’는 혐의, 감사원은 끝까지 처벌 요구'를 퍼왔습니다.

부정확한 감사로 더럽혀진 군인의 명예

평생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살아온 한 군인이 있었다. 청렴한 장교의 길을 걸어온 지 30여년. 그는 법과 양심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떳떳한 인생을 살아왔기에 국가유공자 등록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청천벽력처럼 날아든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인해 그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거부당했고 30년 군생활로 쌓아온 명예는 한 순간에 더럽혀졌다. 법원과 군 검찰이 무혐의를 밝혀냈지만 한 번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억울함을 하소연할 새도 없이 군을 나온 그는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서성였다. 지금도 억울한 마음을 품고 있지만 지나간 일이라고 애써 외면하며 분을 삭인다.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획득 계약 업무를 추진했지만 난데없는 감사를 받고 죄인이 된 A 예비역 대령. A 대령은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는 신념하에 평생을 청렴한 장교로 살아왔지만 감사원은 그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았다. 감사원은 A 대령을 업체와 짜고 국가에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손해를 끼쳤다는 죄를 뒤집어 씌워 중징계를 요구했다. A 대령은 군검찰의 무혐의 사실과 감사결과의 부당성을 들어 억울함을 소명하기 위해 재심의 청구를 했으나 감사원은 명확한 이유도 없이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징계처분은 그대로 진행됐고 후일 법원에서 계약에 문제가 없음이 최종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감사원도 감사를 벌인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전임자의 위증은 감사원이 A 예비역 대령을 비리군인으로 확신하도록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국방 획득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무지는 잘못된 감사 결과를 내놓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 문제는 군 검찰에서 A 대령의 무혐의가 증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처벌을 요구한 감사원의 태도였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도 잘못된 감사 결과를 이끌어낸 정황들이 모두 허구임이 드러났지만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버텼다. 뒤 봐주는 사람도 없는 힘없는 군인에 불과한 A 대령과 부하 B 중령은 징계를 받고 홀로 속병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A 예비역 대령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더럽혀진 내 명예와 부정당한 30년 군생활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감사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며 당시의 기억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인터뷰는 A 대령의 요구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규정따라 업무 처리했다가 죄인된 사연

먼저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나는 예비역 대령으로 30년이 넘는 군생활을 마친 후 지금은 민간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획득 업무를 10여 년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어 높은 전문성을 갖춘 획득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방위사업청에 근무할 당시 감사원의 부당한 감사로 심각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으며 나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인터뷰에 응한다.

감사로 인해 어떤 불이익을 받았나. 구체적인 정황을 듣고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감사원은 내가 계약업무를 맡아서 추진할 때 업체에 불필요하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줬다고 지적하며 방위사업청에 나와 담당 부하 장교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방위사업청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업체와 소송까지 벌이며 부당이득을 반환받으려 했지만 법원은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에 문제가 없는 게 드러났으니 나도 무혐의 처리됐다고 본다. 무혐의가 뭔가? 무죄와 달리 혐의 자체가 부인돼 법정까지 갈 필요조차 없다는 말 아닌가. 결국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인데 감사원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군 검찰 내사결과도 무혐의 처분이었다. 군 검찰 처분결과와 관련자의 위증 사실을 모아 재심의 청구를 제출했으나 감사원은 이를 거부했다. 자신들이 한 번 내린 감사처분은 절대로 변경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나와 부하 장교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그대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막을 들어야 어느 쪽이 잘못한 건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내가 계약업무를 맡았던 사업은 해상초계기 2차 성능개량 사업이다. 지체상금 문제로 시끄러웠던 P-3C 성능개량사업이다. 현재는 사업이 종료돼 전량 해군에 인도됐다. 2004년 12월 10일에 진행된 사업 입찰에는 록히드 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참여했다. 록히드 마틴은 직구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기술도입생산이었는데 양측의 도입방법만 보더라도 경쟁을 시켜서는 안 될 사업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당시 국방획득관리규정에 있는 ‘조건충족 최저비용기법’이란 방식을 적용해 해외 직구매와 기술도입생산을 가격으로 경쟁시켰다. 이렇게 출발점부터 문제가 있는 애매한 사업이었다. 

해상초계기를 직구매로 도입할 때 1,000억 원이 든다면 기술도입생산은 대략 1,200억 원으로 약 20%가 더 필요했다. 이는 당시 국방획득관리규정에서도 인정하는 기준이었다. 기술도입생산은 록히드 마틴에서 기술을 도입한 뒤 국내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등 필연적으로 직구매보다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조건에서 조건충족 최저비용기법으로 두 업체를 경쟁시킨 것이다. 나는 사업자가 한국항공으로 결정된 이후인 12월 13일에 계약과장으로 보임됐으며, 보임 이전의 자세한 상황은 감사가 진행되면서 알게 됐다.

조건충족 최저비용기법은 작전요구성능(ROC) 등 군의 요구사항만 충족하면 무조건 저렴한 쪽이 사업자로 선정되는 기법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해외업체든 국내업체든 이런 조건에서는 경쟁입찰을 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도입 방식의 차이로 인해 한국항공은 무조건 1,200억 원이 들고 록히드 마틴은 1,000억 원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찰할 때는 국내업체면 원화로 가격을 써내고 해외업체면 달러로 써내는 게 옳다. 업체들이 가격을 제출한 뒤 기준환율을 적용해 어느 업체가 가격이 낮은지 판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두 업체에게 달러로 된 가격만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입찰일 당시 국방부는 기준환율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상과 달리 한국항공은 록히드 마틴보다 낮은 가격인 약 4억 2,700만 달러를 써내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가격경쟁이 종료된 후 국방부는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한국항공에 지급할 사업비를 산정했다. 당시 환율은 1,100원 대였는데 달러당 50원 정도 비싸게 산정한 것이다. 책정된 예산은 원화로 4,914억 원이었다. 그런데 계약 시점에 가서는 환율이 1,050원 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업체는 의도치 않게 환차익으로 수억 원이 넘는 이득을 보게 됐지만 환율이 변했다고 해서 지급할 예산을 마음대로 줄일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내가 계약업무를 맡기 전부터 제안요청서를 통해 업체와 사업 적용 기준환율을 정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부는 당시 예산을 책정하면서 2004년 예산편성 환율인 달러당 1,150원으로 계산된 금액으로 본 사업 집행을 승인했다. 이미 약속된 계약조건이 있으니 우리는 국방부에서 1,150원 환율에 맞게 예산을 준 대로만 사업을 추진해야만 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나와 부하 장교가 환율을 일부러 업체에 유리하게 산정해 한국항공에 부당한 이득을 안겨줬다고 보았다. 마치 업체에서 뇌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덧붙여 입찰 당시에는 기준환율을 정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업에서 법적인 효력을 갖는 기준환율은 제안요청서 상의 환율이다.

무소불위 감사원, 법 따로 행정 따로?

계약조건을 비롯한 사업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증빙 자료가 다 남아있는 것 아닌가. 감사원도 그걸 못 봤을 리는 없는데 왜 당신과 부하의 징계를 요구했나. 
내 전임자가 감사원에 “한국항공과 사전에 다 합의된 사항인데 현재 사업 담당자가 일부러 한국항공에 유리하게 계약을 맺어준 것”이라고 허위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증언을 토대로 감사원은 내 목을 죄어 왔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 담당과장도 “담당자가 당초 합의를 무시하고 한국항공에 유리하게 해줬을 것이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바람에 ‘정직’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업체와 합의된 내용대로 원가부서와 법무실의 의견까지 물어 정당하게 계약을 맺었을 뿐인데 말이다. 

감사를 받는 도중 국방부 검찰단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또는 업무상배임죄 등을 염두에 두고 나와 부하장교를 내사했다. 그러나 군검찰은 내 전임자가 위증을 한 것일 뿐 나는 정당한 절차대로 계약을 체결했기에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나는 즉시 군검찰 수사 자료를 토대로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했다. 무혐의가 나왔으니 감사 결과도 뒤집혀야 정상 아닌가? 입찰 당시의 계약 조건 합의 자료, 입찰장에 있었던 담당자들의 증언 등을 모아 반증 자료를 제출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적으로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군에서 진행된 징계절차도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방위사업청은 감사원의 압박에 계약담당공무원이 감사처분으로 징계를 받았으니 한국항공을 상대로 담당공무원의 잘못된 계약으로 인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한국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군검찰, 민간 법원 모두 감사원의 감사 실패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억울하게 징계를 받았음에도 명예회복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나.
감사원 감사통보에 대해 국방부장관이 신청한 재심의는 약 1년여의 시간이 지나 기각을 당했고, 감사원 최종통보에 의거 징계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감사원에 대해 직접 다툴 수 있는 제도는 없었다. 

왜냐하면 감사원은 소속 중앙관서장에 감사결과에 대해 처분을 권고하고 통보할 뿐이지 실제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처분 등의 인사상 불이익은 해당 중앙관서장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계처분으로 피해를 봤다 하더라도 엉터리 감사결과로 인한 ‘징계처분취소청구소송’은 행정소송 대상자가 감사원이 아니라 해당 관서장이 된다. 즉 변상판정 등을 제외한 행정처분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므로 감사원을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해 당사자들이 감사원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도 재심의 거부를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당신의 경우 무슨 이유로 재심의를 거부당했나.
은모 씨를 기억하는가. 저축은행에서 1억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았다가 구속된 전 감사위원이다. 은 씨가 재심의 건을 다루는 감사소위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징계처분은 행정처분인거 아시죠? 이제 됐습니다. 가시죠.” 그런데 행정처분도 업무상 과실이 있을 때나 내리는 것 아닌가. 업체와 합의된 조건대로 계약을 맺었고, 국고 손실도 없고, 실수도 없었는데 왜 행정처분은 그대로 가야 하는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격도 안 되는 막돼먹은 사람이 감사위원을 하는 소위의 결정사항을 그대로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지금 와서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미 법적으로 무혐의가 증명됐으면 행정처분도 취소돼야 하는 게 정당하지 않은가?
은 씨의 말은 행정 따로 법 따로 있다는 말이다. 결국 나는 재심의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위사업청에서 공군으로 복귀조치 됐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결국 견책처분까지 받게 됐다. 이로 인해 군생활 33년 이상 한 장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국훈장도 받지 못한 채 국가유공자 등록도 할 수 없었다. 명예로운 군인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너무나 억울하고 가슴에 한이 맺히기도 했지만 시간이 약이라 생각하고 잊은 채 살고 있다.  

▲ P-3CK

자살도 생각했다

원래 감사원은 자신들의 감사 내용을 부정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같은 시기 방위사업청에는 특정업체를 봐줬다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받은 뒤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 재심의 청구를 하고 갔는데 이후 이 건은 관련자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감사원도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 재심의를 통해 원처분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나도 반증자료들을 잘 제출하면 원처분을 취소한다는 결과를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법률대리인을 비롯해 알고 지냈던 지인들을 총동원했으나 결국 원처분이 유지됐다. 재심청구 전 나와 부하장교는 무혐의로 드러난 군 검찰 수사결과를 재심의 서류에 포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각 처분을 받았다. 모든 계좌와 통신내역을 추적해 업체와 어떤 합의를 보거나 향응이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없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나는 청와대로 간 사람과 달리 뒤 봐주는 사람도 없는 힘없는 군인에 불과해 두 눈을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었을 것 같다. 함께 징계를 받은 부하 장교는 어떻게 됐나?
우리 아파트 층수가 21층이다. 억울하고 분해서 몇 번씩 뛰어내릴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자식들이 생각났고, “당신만 떳떳하면 된다”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곤 했었다. 내 부하장교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관학교 출신인 부하가 감사처분을 받은 때는 자식도 사관학교에 입학한 시기였다. 아버지와 자식이 모두 명예를 먹고사는 사관생도인데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진급길도 막혀버렸으니 심정이 오죽 답답했을까. 또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은 어땠을까? 물론 우리도 나름 변호사를 통해 감사원에 대응하기도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한편으로 부하장교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재심청구를 하지 않고 방위사업청 자체감사 결과에 따라 경고나 받고 말았다면 지금쯤 아무런 문제없이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유난을 떨어서 일이 더 복잡하게 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게 조용하게 넘어갈 수도 있었던 사안이기도 했다.

당신이 담당했던 해상초계기 2차 성능개량 사업은 여러모로 말이 많은 사업인 것 같다. 작년에는 과도한 지체상금을 부과 받은 한국항공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전체 890억 원 중 약  350억 원을 감면받기도 했다.
현행 지체상금 제도에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국제계약의 경우 이행보증금 범위로 더 이상의 지체상금을 부과할 수가 없지만 국내업체는 한도가 없다보니 지체상금이 계약금에 육박한다거나 상회하는 이상한 형태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예산낭비는 물론 업체입장에서는 과도한 소송비용이 경영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무기개발은 사업 특성상 지체가 잦고 지체의 원인이 온전히 업체에만 있는 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과도한 지체상금을 부과 받은 업체가 소송을 걸면 방위사업청이 지는 경우가 많다. 지체의 원인을 면밀히 검토해 업체의 과실이 아닌 게 확실하면 지체상금을 면제해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한 인사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가 무서워서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앞으로도 패배가 예상되는 소송을 혈세를 들여가며 되풀이해야 한다는 말 아닌가. 
맞는 말이다. 담당자가 소신있게 일을 처리하면 불필요한 소송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이 정당한 업무처리도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며 고강도 감사를 벌이면 버틸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나처럼 무고한 희생자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폐해를 곁에서 본 사람이라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고 업무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혈세낭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감사 결과 책임지고 피해자 구제하라

조사 대상자는 일단 범죄자로 취급하는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어제오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감사원에서 조사를 받던 중 옆에서 조사받던 한 지자체 공무원에게 감사관이 책상을 내리치면서 막말까지 하는 걸 목격했다. 내게도 업체로부터 뇌물이나 향응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묻기에 명예를 먹고 살아온 군인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 적도 있다. 행정직무감사가 아니라 범죄자를 신문하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의심이 가면 형사고발해서 구속수사라도 해라”고 큰 소리로 따졌더니 옆에 있던 다른 감사관이 “어디서 온 사람이기에 그렇게 목소리가 크냐!”면서 면박을 줬다.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 그냥 넘어갔지만 당시 상황은 나를 마치 범죄자인양 대하는 분위기였다. 경찰도 참고인과 피의자 신분을 두고 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조사를 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혐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감사관이라는 이유로 피감부서 인원들에게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1년 내내 감사를 받는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조사받는 기관이라면 획득업무에 특화된 감사관이라도 필요한 것 아닌가.
인적쇄신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감사관들의 전문성을 높여야하는데 적어도 국방획득사업을 감사하려면 획득업무를 경험해본 감사관이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획득업무는 일반 조달업무와 달리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 군의 특수성과 무기체계 특성을 이해하고 계약업무 등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정확한 감사가 어렵다. 당시 상황과 여건들은 전혀 고려치 않고 예산범위에서 계약을 성실하게 수행했을 뿐인 우리 두 사람을 무리하게 징계한 처사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감사원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또다시 발생할 것이며 선의의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사원은 국방감사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전문성을 갖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감사관들의 잦은 보직조정과 그로 인한 전문성 결여 등은 결국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불러온다. 감사업무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을 개선하고 인적쇄신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감사원도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잘못된 감사 처분을 내린 게 밝혀져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정에서 감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판명나면 해당 감사관에게 징계를 내리든 피해보상을 하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감사원 감사를 받고 정신적 충격에 폐인이 되거나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문턱까지 갔다 왔기 때문에 그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부디 다음 정권에서는 나 같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 감사관들이 왜곡해 작성한 보고서 몇 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지 항상 염두에 두고 감사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semper

2013년 2월 22일 금요일

군 ‘K2 파워팩’ 중개상 끼워 구매…김병관 소속 업체도 43억원 챙겨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2-22일자 기사 '군 ‘K2 파워팩’ 중개상 끼워 구매…김병관 소속 업체도 43억원 챙겨'를 퍼왔습니다.

김병관

독일업체서 “중개상 배제” 제안
국방부·방위사업청 묵살 확인
감사원 자료도 “이유 석연찮아” 
김병관 후보 성공보수 논란

K2 전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팩 사업자로 독일 군수업체 엠티유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김병관(65)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던 무기중개상 유비엠텍이 43억원의 중개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독일 엠티유 임원이 독일 주재 우리 무관을 통해 중개상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납품하겠다는 뜻을 국방부에 밝혔음에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이를 묵살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간업체 배제를 희망하는 독일 업체의 의사와 달리 거액의 수수료가 들어가는 중개 방식을 고수하게 된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일정한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21일 (한겨레)가 입수한 파워팩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내용을 보면, 2012년 1월18일 독일 주재 한국 국방무관은 엠티유 임원과의 면담 내용을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는 “엠티유에서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파워팩 100대를 무기중개상을 통해 납품하기를 (한국 쪽이) 요청하고 있으나, 납품하는 제품이 100% 독일 생산품인데 왜 직접 납품하지 말고 생산도 하지 않는 중개상인 ㅇ사를 통해 납품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엠티유 임원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감사원 자료에는 “정보본부장은 다음날인 1월19일 방위사업청의 사업 관계자(장성급)에게 전달했으나 이 내용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묵살됐다”고 적혀 있다. 이후 파워팩 수입계약 협상은 김 후보자가 고문으로 있는 유비엠텍을 포함해 ㅇ사, ㅎ사 등이 중개하는 원안대로 진행됐고, 2012년 4월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과정에서 유비엠텍은 중개 수수료로 43억원(현재 환율기준)을 챙겼다. 이 수수료는 엠티유가 유비엠텍에 지불하는 것이지만,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이 나서지 않아 중개상의 개입을 방치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쪽의 커미션 등이 발생하면서 구매비용이 높아져 지출하지 않아도 될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 것으로 지적했다.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커미션(중개 수수료)을 없애면 무기 구입 예산 20%를 줄일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뒤 국방부가 산하기관인 방위사업청과 함께 커미션 실태를 집중 점검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파워팩 사업 규모가 1000억원대이니 최소 수십억원이 커미션으로 나가는 게 뻔한 상황에서 중개상을 배제하자고 판매업체 쪽에서 먼저 나섰는데도 이를 우리 쪽에서 묵살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의 내부 규정에도 200만달러 이상의 거래는 판매사와 직접 거래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김 후보자가 유비엠텍에서 일한 시기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로, 무기 수입계약의 최종 결정기구인 국방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가 국산 파워팩 생산을 결정했다가 독일산(엠티유) 파워팩 수입으로 방침을 변경하는 시기(2010년 12월~2012년 4월)와 겹친다. 김 후보자는 2012년 6월 유비엠텍을 떠나면서 7000만원을 한꺼번에 받았는데, 업계에서는 관행상 이 돈이 로비 활동에 대한 ‘성공 보수’의 일부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쪽은 “고문으로 있으면서 엠티유와 유비엠텍의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자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유비엠텍의 수수료가 약 43억원으로 확인되면서 김 후보자가 고문으로 일하면서 받은 돈이 성공 보수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무기중개상 유비엠텍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받은 돈의 총 액수는 2억1500만원으로 유비엠텍 수익의 5% 정도에 해당한다. 한 무기중개업체 관계자는 “(업계의 관행을 기준으로 할 때) 2년 동안 1억4000여만원을 받고나서 마지막 달에 7000만원을 받은 것을 보면, 2년 영입 계약과 함께 성공 보수 액수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7000만원이 성공 보수라면 아마도 3~5년 더 7000만원씩 지급받는 것으로 계약이 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급여와 성공 보수를 합한 전체 지급액은 사업 수익의 10%가량으로 책정된다”고 덧붙였다. K2 전차 파워팩과 같은 대형사업의 수주전이 시작되면 전역 장성 등을 2년 또는 3년 기한으로 영입한 뒤 그 기간 동안은 책정된 연봉을 월급으로 쪼개서 지급하고, 만약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원래 책정된 연봉을 3~5년치 정도 더 지급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


이글은 한겨레신문 김종대의 디펜스21-10-18일자 기사 '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을 퍼왔습니다.

발목 잡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2018년까지 의무후송 전용헬기 8대를 도입하기로 했던 국방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의무후송헬기 개발 관련 예산 33억 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방위사업청이 장비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타부처에 개발 예산 분담을 요구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장비를 갖춘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함을 지적받아온 군은 당분간 기존의 부실한 의무후송헬기에 의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군은 야간 비행이 불가능하고 간이 구급키트에 불과한 장비를 실은 헬기로 꺼져가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박 하사! 일어나! 정신차려 임마!”
고지 낙하훈련 중 사고로 추락한 박 하사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박 하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김 대위는 즉시 훈련 지휘소에 의무후송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지휘소는 급히 항공작전사령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박 하사가 추락한 지점은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고지대였다. 이 때문에 환자를 공중에서 바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호이스트 장비가 장착된 헬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군에 그런 헬기는 없었다. 지휘소는 호이스트 장비가 있는 지역 119 헬기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김 대위는 호흡이 정지된 박 하사에게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김 대위를 절망에 빠뜨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119 헬기가 사고 지점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 회항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위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박 하사를 업고 산을 뛰어내려왔다. 무릎이 부서져라 내달린 김 대위 덕분에 박 하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을 넘긴 시각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서기 전 박 하사의 심장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였다. 

위 상황은 실제 사고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2011년 6월 9일 정보사령부 소속 모 하사가 낙하 훈련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제때 후송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악천후 비행이 가능한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날아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제시간에 후송했다면 사고자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에는 그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환자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동안 발생한 각종 사고에서도 의무후송 전용헬기 부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당시 현장에 있던 김지용 상병은 온 몸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 상병은 이러한 중상에도 불구하고 고속정과 초계함을 이용해 후송하는 바람에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른 부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상 장병들의 가족은 군이 헬기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후송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는 총상을 입은 故박치현 상병이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화병원에 후송된 뒤 다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3시간이라는 귀한 시간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결국 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된 지 25분 만에 숨을 거뒀다. 강화도와 국군수도병원은 헬기로 30분 거리에 불과해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즉시 투입됐다면 박 상병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군에서 신속한 후송에 실패해 목숨을 잃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군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2009년 4월 21일 김옥이 전 국방위원(새누리당)이 주최한 ‘군 응급의료체계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군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관한 논의를 나눈 뒤 헬기 도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국군의무사령부는 합참으로 소요를 요청했고 2010년 6월 의무후송 전용헬기 신규 중기소요 결정이 완료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총 8대의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도입하되 기종은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량한 국산으로 결정됐다. 

2011년 11월에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예산과 전력화 일정 등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19대 총선 공약에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을 포함시켜 헬기 도입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방위사업청 정책기획분과위에서 오간 논의를 신호탄으로 순조로웠던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 사업은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란?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환자후송은 물론 후송 도중에도 응급 진료가 가능한 하늘을 나는 앰뷸런스를 말한다. 환자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영구 장애가 남는 것을 막기 위해 간이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만큼 각종 항법장치나 레이더도 고성능 장비를 탑재한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긴급의무후송 헬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긴급의무후송 헬기는 일반기동헬기가 부여받은 긴급대기임무 중 하나인 긴급의무후송 임무를 맡은 헬기를 말한다. 현재 한국군은 UH-1H, UH-60 등에 기본적인 의무키트를 장착해 긴급의무후송 헬기를 운용 중이지만 악천후와 야간에 비행이 불가능해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후송이 부임무인 긴급의무후송 헬기와 달리 오로지 응급후송에만 이용되고 전문 인력이 전시를 대비해 응급후송 관련 집중 훈련을 받는다. 현재 한국에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없다. 필요시 119헬기나 미군 헬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방부가 도입하기로 한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량한 기종이다. 전시 임무는 전상자 응급후송, 의료진 운송, 의료물자 보급 등이고 평시 임무로는 대민지원에 관련된 응급환자 후송, 재난 구제, 민간 의료지원, 의료물자보급 등이 부여된다. 조종사 2명, 의료요원 3명, 환자 6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주요 의료장비로는 들것 지원장치, 흡인기, 의료용 캐비넷,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정맥 주입기, 외부장착 환자인양장치 등이 장착된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장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밀항법장치, 전방감시적외선장치(FLIR), 다기능레이더를 탑재한다. 

부처간 협의없이 예산부터 깎은 방위사업청

6월 열린 정책기획분과위에서 방사청은 8월말까지 국방부·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의 상호지원협의 종결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군에서 도입할 의무후송헬기가 평시에는 대민지원 활동도 하니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이 총 개발비 337억 원 중 절반인 169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방위사업청은 기획재정부에 개발비 절반을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예산 삭감이 다른 부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위사업청만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애초 예산을 삭감하려면 최소한 개발비 분담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한 차례라도 거친 뒤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입장을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은 방위사업청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협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개발비 분담에 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예전에 국방부 측에서 의무후송헬기가 도입되면 군인들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대민지원 목적으로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야 군이 이렇게 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119를 통해 군용 헬기를 동원하는 과정 등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개발비 분담에 관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분담할 의도가 있었다면 2013년도 예산에 군 의무후송헬기 예산이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개발비 분담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개발비를 일부 부담하라는 협의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운용 중인 헬기를 더욱 잘 활용하고 재난 구조용 헬기를 더 도입하는 게 목표지 군의 후송헬기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

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방위사업청은 타부처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단 예산부터 잘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위사업청에 예산 삭감이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진 일인지 질문했지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관련 부처간 협의회 주관을 국방부로 요청했으니 국방부로 확인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국방부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지의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 닥터헬기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의사가 직접 탑승해 현장으로 날아가는 ‘에어 앰뷸런스’인 닥터헬기는 현재 인천과 목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며 강원도와 경북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이미 응급 헬기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군용 의무후송헬기 사업에 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다. 구조헬기를 운영 중인 소방방재청도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의 경우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재난 구조헬기 추가 도입도 그리 순탄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타부처 예산이 투입되면 예산을 낸 부처에서도 헬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 군용헬기가 아니라 ‘공용’헬기가 돼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방위사업청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부수적인 임무에 불과한 대민지원 활동 때문에 사업을 아예 취소에 이르게 만드는 무리수를 던졌을까. 방위사업청에 직접 질문했다.  

▲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반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을 후송 중인 미 해병대. © USMC

방위사업청, “효율성 확보가 중요”

방위사업청에 타부처에 개발비 분담을 요구한 이유를 질문하니 “의무후송헬기를 군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운용 중인 항공의무후송 실적 고려 시 가동률 저하로 인한 비효율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항공의무후송 실적이 새로 도입할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가동률 저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이 답변에는 문제가 있다. 먼저 낮은 후송 실적은 실제 응급환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의무후송헬기의 뒤떨어진 성능 때문에 후송이 필요한 환자를 소화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현재 군에서는 노후한 일반기동헬기인 UH-1H 7대와 UH-60 3대에 임시로 최소한의 응급의료장비만 탑재해 의무후송헬기로 운용 중이다. 이 헬기들은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갖춰야할 야간 및 악천후 항법장비와 각종 생존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송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2008년 2월 19일에는 환자 후송을 마치고 돌아오던 UH-1H 의무후송헬기가 악천후로 인해 경기도 양평 용문산 인근에 추락해 탑승 장병 7명 전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추락한 헬기는 60년대 말에 생산돼 도태가 시급한 기종이었다. 육군 항작사 603대대 UH-60의 경우 2008년 전체 의무후송임무 실적이 겨우 2회에 불과할 정도로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매년 전방병원 응급실 환자가 2만 명 이상 발생한다. 이중 5,000여 명은 응급후송이 필요한 환자이고 1,500명은 헬기후송이 필요한 환자지만 의무후송헬기의 연간 후송실적은 50여 명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장병들이 헬기가 없어 제때 후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간 50여 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 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발언한 내용을 짚어보면 방위사업청이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임시회 당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은 노대래 청장에게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 또는 후송 시 처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예산이 다 반영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노 청장은 질문에 “군에서 의무후송헬기를 개발할 필요성은 알겠지만 환자 수가 연간 50명 정도밖에 안 나오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효율성 부분은 이미 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할 때 운용개념을 검토했고 국방연구원이 총사업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며 검증된 것들로 지금에 와서 방위사업청이 소요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노대래 청장의 답변을 두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도입하는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효율성으로만 판단하는 인식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대래 청장의 주장과 달리 의무사령부는 2008~2010년 응급환자 분석결과 군 병력 중 주요부대가 위치한 경기 및 강원지역에서 항공의무후송 잠재수요는 연평균 약 1,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산에 고려되지 않은 나머지 지역과 대민지원 요소까지 고려하면 의무사령부 예측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그 동안 군은 119헬기의 협조를 받아왔기 때문에 군 의무후송 전용헬기도 대민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마련했다. 개발비 분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타부처 개발비 분담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국방부, “예산 삭감없이 반영돼야”

의문스러운 점은 방위사업청이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의무후송 전용헬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타부처에서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국방비로 전액 부담하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던 방위사업청이 왜 반쪽짜리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을까. 

더욱이 지난 8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방위사업청이 예산을 제대로 올렸다면 2013년 예산에 반영해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고 타부처 예산에 군 헬기 예산이 반영된 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삭감안을 고수했다. 결국 기재부는 반쪽 예산을 부처 간 협의가 없는 비정상적인 예산으로 판단해 전액 삭감했고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방위사업청의 이러한 행태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고의로 사업을 지연 혹은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국방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개발비 분담을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다. 타부처와 의무후송헬기 대민지원에 관한 공동 활용 협약서를 체결한 바는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이들 부처에 개발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 국방부도 방위사업청처럼 타부처 개발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질문하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국방부에서 보건복지부 및 소방방재청과 공동개발의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공동개발이 불가능해 단독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3월 국방부 단독개발 필요성을 방위사업청으로 통보했다.”

국방부 측은 또 “의무사령부는 최초 총사업비 2,699억 원이 삭감없이 예산에 반영돼 원활한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방위사업청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입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방위사업청의 논리대로라면 해군 고속정도 부수적 임무로 응급후송과 같은 대민지원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고속정 개발에 타부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방부는 긴급 상황 발생 시 119헬기를 지원받아 장병 후송에 이용해왔지만 소방방재청에 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한 적은 없다. 이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재난구조 헬기 도입에 비용을 분담했다. 이제 와서 국방부가 이들 부처에 대민지원을 빌미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입장이 다른 부분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효율성 예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국방부는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 방위사업청과 달리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이라크 타린 코트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 육군의 의무후송헬기 © US ARMY

의무후송 전용헬기, 왜 한시가 시급한가?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현재 의무후송 전용헬기 12대를 운용하며 연간 680여 명을 후송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료와 주한미군의 의무후송 전용헬기 운용 실적을 종합해 판단할 때 우리 군 전체의 연평균 후송소요는 약 8,700명에 달하므로 효율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마지막으로 “장병의 생명보존은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 장비라는 점에서 볼 때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접근 방식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전투원의 생명 가치는 장비 운용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재단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700여 대에 이르는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 5위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헬기 가운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한 대도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직후에도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의무후송 전용헬기 지원을 직접 요청해야 했다. 또한 그 동안 군은 불가피한 경우 민간 헬기를 이용해왔지만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기본적으로 119헬기는 구조가 주목적이라 의료진이 동승하지 않을뿐더러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전국을 통틀어 한 대밖에 없다. 특히 접적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119헬기나 보건복지부 닥터헬기는 군 항법사가 동승하거나 선도 헬기가 붙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필요성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하나 공격형 무기체계가 아닌 장비에 인색한 한국군에게 있어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군에서 1년 동안 대대급 인원이 죽어나가던 90년대 초와 달리 연간 사망자 숫자는 140명대로 떨어졌고 전투원 하나하나의 생명가치가 여느 비싼 장비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한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군이 전투원의 생명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일선의 전투원들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사설]전투기 사업, ‘짜고치는 고스톱’ 비난 면하려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15일자 사설 '[사설]전투기 사업, ‘짜고치는 고스톱’ 비난 면하려면'을 퍼왔습니다.

차기 전투기(FX)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인 방위사업청이 최근 일본과 이스라엘이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F35(라이트닝 Ⅱ)를 평가했다고 밝혔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일본이 시뮬레이터(모의시험장비)를 이용해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F35를 평가하긴 했으나 기종 선정 단계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원조로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 이스라엘은 아예 평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향후 8조3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투입될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을 벌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만 하다가 혼란과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다. 

사실 한국과 미국이 F35 도입에 합의했다는 얘기는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줄곧 나온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지난 2월 미국 지역신문이 F35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한국이 구매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으며, 한국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송영선 전 의원이 사전 내락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에 방사청이 록히드 마틴의 자료대로 일본과 이스라엘의 시뮬레이션 방식 평가를 주장한 것은 다분히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시뮬레이터 이용이 불가피한 주요 이유로 F35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미 국방부가 외국인 탑승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모두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F35가 당초 개발 일정에 비해 4년이나 늦어지고 있는 것은 미국과 록히드 마틴의 사정 때문이었다. 또 미국이 첨단기술 유출을 우려해 한국 조종사의 F35 탑승을 금하는 것은 한국 조종사, 나아가 한국에 대한 불신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의혹을 해소하려면 차기 전투기 선정과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여유를 갖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으로는 국민의 불신과 비난만 가중시킬 뿐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한번 타보지도 않고 시뮬레이터에 의해 평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끝내 미국이 F35에 대해 시뮬레이터에 의한 평가를 고집한다면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도입기종 선정을 F35 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차기 정부로 늦추어야 한다. 올해 10월까지 기종 선정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다.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방사청장, 차세대전투기 F-35 옹호성 발언 논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10일자 기사 '방사청장, 차세대전투기 F-35 옹호성 발언 논란'을 퍼왔습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트위터에 F-35 전투기를 시뮬레이터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요지의 글을 올려 F-35 검증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9일(이하 한국시각) 보도했다.

그는 "F-35가 우리 조종사의 탑승을 거부하듯이, 우리나라도 헬기나 전투기를 개발할 때 타국 조종사의 탑승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기술 유출 위험과 사고 발생 시 불분명한 책임 문제, 감항 인증(정부 보증)이 끝나지 않은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러한 노 청장의 글에 대해 한 누리꾼은 "청장님이 이렇게 나서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봤을 때 록히드 마틴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있어야지 그게 밑에 직원들 도와주는 것"이라는 댓글을 올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다른 두 경쟁 업체와는 달리 록히드 마틴사는 유독 실제 탑승 시험이 불가하고 시뮬레이터로 대체해서 성능테스트를 하겠다는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유는 스텔스 기능 부재 등 결함요인일 가능성 높아
더욱이 (연합뉴스)는 또한 7일자 영문판 기사에서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록히드 마틴사는 레이더 회피 전투기(스텔스) 기능이 아직 시행(service)되지 않고 개발 중이라는 이유로 실제 탑승 테스트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연합뉴스)는 "F-35의 비행 테스트 스케줄은 연기된 바 있으며, (이는)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함께 (어쩌면) 2020년까지도 실전배치(available)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보도했다.

While Boeing and EADS agreed to carry out performance tests through actual flights with a Korean pilot on board, Lockheed refused to do so, saying the radar-evading warplane is not in service and still under development.
The flight-test schedule of the single-seat F-35 has been delayed, raising concerns over rising costs and that the aircraft may not be available until 2020.

현재에도 이 영문판 보도는 (연합뉴스)에 게재되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국내 보도용인 한글판 기사에서는 이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전 세계 군사 관련 전문지 등에 소개되는 등 록히드 마틴사가 실제 탑승 시험을 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것을 포함하여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하는 F-35에 관한 여러 문제점들은 이미 해외 군사전문가나 (언론)기자들 사이에는 알려져 있는 사항이라 이 사항은 특별히 중요 뉴스로도 취급되지 않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에서도 예산 관련 보고서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관련기사 참조). 특히, 미 상원 군사위 보고서는 F-35 개발에 있어서 스텔스 기능 확보에 중요한 여러 소프트웨어의 개발 미진과 결함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방사청장 의견 표명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 잇따라

두 다른 경쟁사가 실제 탑승 성능 실험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유출의 위험성이나 사고 발생을 운운하는 이러한 방사청장의 의견 표명은 미 의회도 지적하고 있는 록히드 마틴사가 처한 상황이나 개발의 진행 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특정 업체를 두둔하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는 "10조 원대의 무기를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구매해야 할 방사청장이 논란이 되는 시뮬레이터 평가 방식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자칫 특정 업체를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최근에 불거진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에 관한 논란에 대해 한 누리꾼은 "우리가 자동차를 한 대 구매하더라도 직접 타보고, 성능을 시험한다. 그런데 수조에서 수십조를 지불해야 하는 전투기를 국민 세금으로 사는데, 실물을 직접 보고 성능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는 댓글을 남겼다.

 김원식 (tongtii)

2012년 2월 1일 수요일

'지상파'와 '뉴스타파'의 차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31일자 기사 ''지상파'와 '뉴스타파'의 차이'를 퍼왔습니다.
지상파 '전투기 업체 경쟁' 중계…뉴스타파 '이면'에 집중

"정말 뉴스다운 뉴스를 보니 감격스러워 눈물날 지경입니다. 이런 뉴스가 공중파로 나왔어야 하는데….""일주일에 한번 방송 철회하고, 하루에 한번씩 99%의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달라.""기성언론이 눈치를 보며 감춘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뜯어내 보여주어 감사합니다.""맨날 물탄 심심한 뉴스만 보다가 보니까 죽이네요.""이제 더 이상 썩어자빠져 너저분해진 공중파뉴스 따위 기대하거나 기다릴 필요도 이유도 없겠군요."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방송 홈페이지에 올라온 '첫 방송 감상평' 중 일부다. 노종면 앵커가 뉴스타파 돌풍의 원인으로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을 지목했듯이 '뉴스다운 뉴스'에 대한 갈증과 함께, '기존의 지상파 뉴스'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지상파 뉴스가) 정권 홍보방송이 돼버린 현실에서 우리만이라도 제대로 된 방송을 통해 바른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뉴스타파를 시작하게 됐다"는 제작진들.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추진되고 있는 14조원대 무기도입과 관련한 보도 역시 기존 지상파 뉴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 윗쪽부터 30일 KBS 뉴스9 <차세대 전투기 2파전>과 30일 SBS 8뉴스 <차세대 전투기 3파전>

방위사업청이 단일 기종으로 사상 최대 비용인 8조 3천억원이 들어가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위해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 30일 저녁 지상파 뉴스를 살펴보자.
"10월에 선정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싸고 각국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미국의 F-35와 유럽 유로파이터의 2파전 속에 다른 업체들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중략) 정부는 이번 전투기 선정이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 영공을 책임질 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끝까지 경쟁체제를 유지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1월 30일 KBS 뉴스9 )   
"무려 8조 원 규모에 이르는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둘러싼 세계 방위산업계의 공중전이 시작됐습니다. 전투기 사업이라는 게 추진할 때마다 말썽이지만 하늘에서 벌어지는 최첨단 기술 경쟁은 역시 볼거리입니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성능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입니다. (중략) 영국과 독일 등 유럽국가들이 공동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나토군의 리비아 공습에 참여해 실전 능력을 입증했습니다."(1월 30일 SBS 8뉴스 )
무기도입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경쟁양상'을 중계 보도한 전형적인 홍보성 기사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실조차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절충교역과 가격협상 측면을 고려하면 2012년 10월에 기종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다"고 지적한 무기도입의 타당성에 대해 검증을 시도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3일 KBS '뉴스9' 에서도 치열한 경쟁상황, 도입 일정 등을 주요하게 전하며 말미에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에 대규모 무기계약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있는데다 대선과 총선 등이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 27일 공개된 <뉴스타파> 1회

그렇다면, 같은 주제를 다룬 는 어땠을까? 는 27일 첫 방송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무기도입액은 8조원 가량이다. 올 한해 동안만 지난 5년간 무기도입액 2배 가까이 많은 무기계약을 체결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무리하게 무기도입을 추진하려는 이면에 주목했다. 
는 지난해 공개된 미 비밀외교 문서 분석을 통해 "미 국방부의 세드니 차관보가 2008년 4월과 2009년 3월 열린 한미안보정책구상 회의에서 한국측에 '글로벌호크 구매요청서를 다음 회기까지제출하라'고 종용했다"며 "여기서 거론된 '글로벌호크'는 이명박 정부가 올해 도입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사의 고고도 무인정찰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8일 버시바우 대사는 김병국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국방예산 10% 감축 계획은 한국의 방위능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무기도입 예산이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또, 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25일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한국의 국방예산 감축 계획은 한국이 미국산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획득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국방예산 감축은 미 의회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한국 측에 경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1월 8일 주한 미 대사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 측은 '새로운 한미동맹을 통해 확보할 7대 이익' 중 하나로 "무기시장에서 한국군이 계속 우리의 최고 고객이 되는 것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꼽았으며, 는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자국 무기를 최대한 판매하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는 이 같은 비밀외교 문건을 근거로 "임기 말 무더기 미국 무기 도입 계획은 MB정부의 굴종적 대미관계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무기체계를 촉박한 일정에 따라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구매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고 커미션 등 각종 비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방위력 증강에 시급한 무기가 아니라면 도입 여부를 차기정권에 넘겨 타당성을 충분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현실성,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무기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하지만 "정부가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고 "하늘에서 벌어진 최첨단 기술경쟁이 역시 볼거리"이라며 정부 정책 확성기 역할을 넘어서지 못하는 지상파 뉴스 스스로가 의 존재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