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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2일 화요일

나는 왜 박근혜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했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1일자 기사 '나는 왜 박근혜 대통령을 사기죄로 고발했나'를 퍼왔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거짓 공약 관행, 이번에 뿌리 뽑아야

지난 8일 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사기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이유는 특별한 게 아니다. 우선,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대통령도 일반 시민처럼 법 앞에 서면 똑같은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고발한 구체적인 이유는 박근혜 후보가 유권자의 표심을 훔치기 위해 거짓 공약으로 국민을 속여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4대 중증질환 국가 책임, 선거용 캠페인일 뿐이었다고?

박근혜 후보는 당선된 뒤 여러 가지 공약을 뒤집었다. 누가 그를 약속과 신뢰,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했는가? 이번 공약 수정·폐기 파동은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는 정치적 목적으로 상당 부분 조작되었고 크게 과장된 것임이 드러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공약을 계속 지킬 의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는 각자의 선택에 따른 진료이기 때문에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처음부터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보장성 범위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지만 선거 캠페인용으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을 내걸었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 6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진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처음부터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보장성 범위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지만 선거 캠페인용으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근혜 후보 공약집에는 비급여 포함 100% 진료비 보장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의 4대 중증 질환(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희귀난치병)과 관련해서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이라는 제목으로 '총 진료비(건강보험 적용 진료비와 비급여 진료비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하고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 보장률 100%로 확대'라고 기록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에서 보장 받을 수 있는 비율을 기존 75%에서 올해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는 쪽방촌에 갔을 때,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 유세를 할 때도, 공보물에서도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부담"을 공언했다.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텔레비전 토론때는 더욱 분명하게 '비급여를 커버해서 100% 보장하겠다'고 했다. 또 동네마다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처럼 분명하게 비급여를 포함해서 진료비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공약을 인수위이름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이름으로 뒤집고 있는 현실을 어찌 보아야 하나? 인수위와 공약을 총괄한 진 장관 후보자의 말이 맞다면 박근혜 당선인과 캠프는 처음부터 공약으로 포함되지도 않은 내용을 오로지 당선되고 싶은 욕심에 거짓으로 약속한 것이 된다. 만약 이들이 공약한 내용을 뒤집기 위해 원래부터 공약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 또한 용서할 수 없는 국민 우롱행위이다.

국민으로선 공약집을 믿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약집에 분명하게 비급여 항목을 포함해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이 공약을 없던 일로 돌리는 태도는 대국민 공약 파기 행위로서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생각한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뻥'으로 판명돼

기초노령연금 공약도 마찬가지다. 2013년 법을 즉시 제정하여 65세 이상 모든 노인층에게 월 20만 원씩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은 소득 하위 80%의 노인까지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후보 공약보다 더 강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인수위는 소득과 국민연금 납부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공약을 왜곡·변질시켰다. 국민연금을 오래 부은, 더 안정된 사람들을 더 우대하고 국민연금을 아예 부을 수 없거나 짧은 시간 동안만 부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홀대하는 결정을 하였다. 그 결과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연금의 존재 근거를 약화시켰다.

대통령 취임 2주 만에 사기죄와 허위 사실 공표죄로 고발하다

약속은 천금 같이 무거운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약속에서 출발한다. 보통 사람들 간의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는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 정치인들이 약속 파기를 손바닥 뒤집듯 흔한 일로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선거 때는 지킬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서 경쟁적으로 거짓 공약을 남발하는 게 흔한 일이었다. 선거가 끝나면 힘센 기득권 정치 세력끼리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없던 일처럼 만들어 버리는 일이 너무나 흔했다.

하지만 거짓 공약은 범죄 행위이자 민주주의 파괴 행위임이 분명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일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과 진영 후보자는 지난 대선 공약을 입안할 때 검토조차 하지 않은 '비급여 포함 100% 국가 보장'이라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으므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 사실 공표죄에 해당될 수 있다. 지킬 의사도 없으면서 허위 공약을 여기저기서 공표하여 유권자를 속여 표를 찍도록 유도하여 당선되었으므로형법 제 347조 사기죄를 범한 것으로 나는 판단했다.

거짓 복지 공약이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 끼쳤을 것

특히 이번 대선처럼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박빙의 선거에서는 복지 공약이 당락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 대통령은 허위 공약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였으므로 그 죄 여부를 심판받아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은 이전의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의 공약에 비해 여러모로 진일보한 것이었다. 특히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 지급' 공약 같은 경우는 보편 복지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보편 복지 진영의 전열까지 흔드는 효과를 보았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부담' 공약은 무상 의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고 자신에게 지지를 모아내는 효과를 보았다. 4대 중증질환이라도 무상으로 된다고 하니까 4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은 물론 많은 노인들, 그리고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그 공약이 없었더라면 야당 후보를 찍거나 기권할 가능성이 있던 사람들의 표가 박근혜 후보로 상당히 이동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 박근혜 정부가 수정·변질·파기한 공약을 내걸었다면 박근혜 후보는 패배했을 수도 있다. 국민을 상대로 중대한 사기를 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행위는 국민 대다수를 상대로 한 점에서 피해자가 최대로 많고, 아프고 병든 사람들과 그 가족, 가장 의지할 데 없는 어르신들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죄질이 매우 안 좋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 사기 공약을 해도 당선되면 없던 일로 되어버리는 시대는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번에 고발을 했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바뀌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 등이 아니면 임기 중에 형사 소추되지 않는 헌법 조항을 들어 하나의 이벤트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걸 안다.

▲ 노년유니온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에 속한 회원들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등의 대선 공약을 어겼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진영 장관 후보자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검찰은 엄정히 수사하고 단죄해야

하지만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으로서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행정부를 맡은 자가 잘못을 범했을 때, 특히 정부를 맡는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그걸 그냥 넘어가면 그러한 행동은 한도 끝도 없이 반복될 것이다. 잘못을 보고 용인하는 것은 사실상 공범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현재 존재하는 법률적 규정 때문에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다면 퇴임 직후에라도 수사를 개시해서 분명하게 죄를 물어야 한다. 이번 고발은 처벌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의 법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정의, 도덕의 눈으로 불 때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한 죄를 범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검찰의 태도를 주목하려 한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해 현행 헌법상 수사와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지난 대선 때 그와 공모하여 공직선거법과 형법을 위반하여 대선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진영 장관 후보자를 엄격히 수사해서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결과 지상주의는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다. 검찰은 이번 고발 사건 수사를 엄격히 해서 대통령 선거 과정 때 범한 이들의 혐의를 분명하게 밝히고 단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거짓 공약 관행, 이번에 뿌리 뽑아야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이다. 국민들이 공약조차 못 믿는 세상이 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공직자를 뽑을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고발에 응답이 필요한 이유다. 거짓·허위 공약을 단죄하지 못하면 선거는 하나 마나다.

이번 고발 때 언론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정의를 열망하는 이러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이 단결하여 좋지 못한 정치 풍토와 제도, 관행을 올바로 바꾸어 나가자.


 /최창우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2013년 2월 6일 수요일

박근혜 복지공약들 잇단 후퇴… 4대 중증질환 ‘말바꾸기 논란’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6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공약들 잇단 후퇴… 4대 중증질환 ‘말바꾸기 논란’'을 퍼왔습니다.

ㆍ선택진료비 등 건강보험 비급여 방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료분야 핵심공약인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대상에서 ‘3대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를 제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선별적으로 차등화하는 기초연금 공약에 이어 핵심 복지공약들이 수정·후퇴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5일 “4대 중증질환 공약은 비급여로 보험에서 제외됐던 것을 급여로 포함시킨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는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고 간병비는 원래부터 건강보험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4대 중증질환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지급하되 공약대로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시켜 소득 수준에 따라 50만~500만원을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해 총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하고 “현재 75% 수준인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확대”하겠다고 쓰여 있다. 

박 당선인은 실제 지난해 10월 언론사의 의료공약 질문에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은 국가 책임”이라면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에 대해 점진적으로 보험 적용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17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비급여 되는 부분들을 갖다가 (건강보험이) 커버해서 100%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선대위는 다음날 “간병비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것으로 급여·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상급병실료와 간병비같이환자 부담이 큰 항목은 재원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3대 비급여를 제외한다면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셈”이라면서 “명백한 말바꾸기이자 공약 철회”라고 말했다.

김재중·임지선 기자 hermes@kyunghyang.com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박근혜, 기만의 정치냐? 신뢰의 정치냐?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8일자 기사 '박근혜, 기만의 정치냐? 신뢰의 정치냐?'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흔들리는 박근혜의 복지공약을 보며

대선이 끝났는데 아직도 정치뉴스로 시끌벅적하다. 언제고 터질 것이라 생각했던 굵직한 정치 사안들이 역시나 터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놓고는 점입가경이다. MB 정부가 치적이라고 자부하는 만큼 4대강 사업이 "체계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가히 메가톤급 충격이다. 4대강 사업을 성공적인 성과로 로 역사에 남기고 싶은 MB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지는 꼴이다. 감사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것은 결과발표의 타이밍 때문인 듯하다. 정부는 총리 주관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감사원의 결과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임명권자에 대한 배신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맞대응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것쯤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양건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정부의 대응을 "심각한 사태"라고 말한 것은 이런 국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분명 이 같은 볼썽사나운 대결국면 자체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18대 새 정부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듯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두고 이행여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또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의당 후보 TV토론에서 벌어져야 할 일이 지금에야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표심 공략차원이 아닌, 진정성 있는 복지공약이라면 당연히 공약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복지공약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국채라도 발행해서 복지공약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1월 17일 "공약철회는 있을 수 없다"는 김용준 인수위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변화의 기류에서 나온 것이라 의미심장하다. 박근혜 당선자는 신뢰정치를 외쳐왔다.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고 공언해왔다. 이런 형국에서 '증세'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은 또 다른 형태의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그만큼 신뢰 정치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4대강 사업과 복지공약 공방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지금 목격하고 있는 두 대형 사건들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관련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항상 미래진행형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약속하고 행동으로 보이려고 한다. 정치인의 신뢰는 오로지 미래를 어떻게 만드는 지에 달렸다. 정치인은 과정보다 결과, 책임보다 확신을 중시한다. 정치인에게 결과는 성공의 척도이고,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 과정이 무시되기 십상이다. 좋은 결과를 이룩한 정치인이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처럼 후일 기억에 남은 정치인이 되기 원할 것이다. 다른 나라를 정벌하고 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결과 없는 정치인은 망각되고 말 것이다. 후세 기억에 남고 싶은 건 정치인의 열망이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결과에 민감한 정치인의 속성상 자신의 업적을 부정하면 거부하고 싶을 것일 것이다. 실패는 모든 걸 수포로 만들고, 결국 치적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MB의 치적 논란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확히 5년 전 MB는 정치인으로 우리에게 약속을 했다. 약속을 이행했음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결과가 좋으니까 할 일 다 했다고 하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홀로 갈 길을 간 MB정부의 평가는 역사가의 몫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몹시 찝찝하다. 거짓말보다 '기만(欺瞞)당했다'는 느낌이 크기 때문이다. 기만은 고의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이다. 거짓말보다 기만이 더 기분 나쁜 이유는 상대방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기만은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다. 정치에서 기만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합작으로 나온다. 그래서 정치적 기만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그들만의 놀라운 합리성으로 국민을 무지로 몰아넣는다. 나는 다 아는데, 당신은 왜 모르냐고 묻는다. 통계자료와 학술이론을 들이대면서 국민의 무지를 탓한다. 이 구도 안에서 기만은 합리적인 행위가 되고, 그 결과로 진실을 입증하려고 한다.

5년이 지난 지금의 논란은 보의 안전 문제도, 설계상의 하자도, 환경파괴만도 아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토론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또 다시 국민의 무지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면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할 뿐이다. 우리는 이제 무지하지 않다. 그래서 깨어 있는 시민의 관점에서 물어야 한다. 찝찝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기만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적 혜택은 우리에게 돌아왔는가. 생태적 안전을 확신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진솔한 대답 안에서 시민의 성숙한 판단과 의식이 생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진짜 논란은 정치의 신뢰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감사원의 집안싸움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신념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MB의 4대강 사업은 과거의 일에 대한 평가이다. 반면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이행은 미래의 일로 아직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이런 각도에서 보면 박근혜 당선자의 복지공약 이행 문제도 비슷하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MB의 4대강 사업은 과거의 일에 대한 평가이다. 반면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이행은 미래의 일로 아직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4대강 사업은 소수를 위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복지는 기초적인 삶조차 누리지 못한 다수를 위한 것이다. 복지공약은 원래 야당의 정치공약을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여당이 수용한 것인 만큼 기만의 가능성은 적다. 이번 사태의 열쇠는 오로지 박 당선인에게 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지의 당위성에는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재원확보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을 뿐이다. 여당 내 공약 철회론자들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나올 정치적 파장을 염려할 뿐이다. 결국 복지공약 이행문제는 박 당선인의 의지에 모든 게 달린 셈이다. 박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한 '신뢰정치'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신뢰의 정치는 사실 외로운 투쟁이다. 자기 자신과 약속을 지킨다고 상대방이 꼭 알아준다는 보장도 없다. 정치인의 약속 이행은 신뢰구축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신뢰는 쌍방향적이다. 복지라 해도 일방적인 시혜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소통과 공감, 공존과 참여로 이루어지는 친애의 공동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뢰구축은 위로부터 시혜적으로 정치인의 의지를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그 반대로 시민들의 절규, 골목 평화와 삶의 안전을 빼앗긴 서민들, 철탑 고동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절규, 일자리를 갖지 못한 젊은 사람들의 분노를 듣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철통보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거짓을 버리려는 용기, 다양한 목소리를 열린 자세로 듣고 해결하려는 겸허함, 시대를 읽어낼 지혜가 필요하다. 신뢰는 이런 진정성에서 나온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은 다시 묻고 있다.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분열과 독식을 넘어 민생을 책임지고 국민통합을 이룩할 의지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진정 있는가. 국민의 행복도 이 진정성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인수위에 배달된 만 건의 청원은 무엇을 뜻하는가? 아니 말 못한 사연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근혜 당선인이 신뢰의 정치, 믿음을 주고 존경을 받는 정치를 진정 원한다면, 그와 다른 길을 원했던 48%의 국민의 소리,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염원한 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부터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가? 이제 박근혜 정부 시대가 열리는 2013년 지금,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묻고 싶다.


 /이양수 한양대 강사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사설]박근혜 당선인, 증세로 복지공약 지켜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16일자 사설 '[사설]박근혜 당선인, 증세로 복지공약 지켜야'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이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일부 관료들이 삼각편대로 복지공약 폐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빚어진 이례적 현상이다. 공약 재조정의 필요성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공약집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대안 모색도 없이 폐기 운운하는 행태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어제 대선 공약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중복되지 않은지 분석·진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공약 이행 속도조절론’에 대한 첫 반응으로 해석된다. 앞서 새누리당 내에선 계파와 성향을 불문하고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정몽준 의원은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김재원 의원은 “그냥 무조건 (공약을) 지키겠다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수언론도 연일 재원 조달의 문제점을 들어 복지공약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속도조절론자들의 논리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맹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공약의 의미를 간과 또는 폄훼하고 있다. 공약은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았다가 이기고 나면 간단히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자 그대로 유권자와의 공적인 약속이다. 더욱이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또 따져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고 누차 강조하지 않았던가. 둘째, 이들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에 다시 딴죽을 걸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삼성의 이건희 회장에게도 매달 노령연금을 주겠다는 건데, 돈 많은 사람한테 왜 세금을 낭비하느냐”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몇 해 전 전면무상급식 도입을 둘러싸고 국가적 논쟁이 벌어졌을 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이건희 회장의 손주들한테까지 공짜 점심을 줘야 하느냐”며 똑같은 논리를 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당 참패로 나타났다. 전 국민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되, 부자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둠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취지에 다수 시민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공약대로 복지 지출을 확대한다 해도 한국의 복지예산 비중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이를 뿐이라고 한다. ‘박근혜표 복지’가 과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 당선인은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로 기초연금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유(類)의 편법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한 세수 확보 역시 한계가 있다. 근본적 해법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를 적극 검토하는 일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반발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러나 이 정도 난관도 돌파하지 못한다면 ‘복지 대통령’의 꿈은 접어야 한다.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선관위 "정부의 복지공약 268조 발표는 선거법 위반"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4-05일자 기사 '선관위 "정부의 복지공약 268조 발표는 선거법 위반"'을 퍼왔습니다.
지난달부터 정부에 자제 요청해왔으나 강행하자 발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기획재정부가 복지공약 분석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 9조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10시 긴급 전체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판단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은 정당 간에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정당간의 자유경쟁관계가 정부의 개입에 의하여 왜곡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 제9조의 취지"라며 "선거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국가기관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는 특히 "선거일을 불과 7일 남겨둔 시점에서 기획재정부가 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선거공약을 특정 부분에 한정하여 그 소요예산의 추계액이 과다하다는 점만을 부각시켜서 공표한 행위는 그 이유가 어떠하든지 간에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선거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앞서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복지공약 재정소요 및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제3차 복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정치권의 266개 복지공약을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6천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 민주통합당이 정부의 선거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중앙선관위가 이처럼 긴급회의까지 열어 정부의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달말부터 기재부에 대해 이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발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중앙선관위 판단과 관련, "기획재정부가 선거법을 위반한 전례가 없을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새누리당의 선거대책본부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재부를 질타한 뒤, "민주통합당은 정부 부처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엄정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기재부, 또 '선거개입' 사고쳤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05일자 기사 '기재부, 또 '선거개입' 사고쳤다'를 퍼왔습니다.
선관위 경고에도 복지 '딴지'..."정치권 복지공약에 최소 268조원"


ⓒ민중의소리/뉴시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기획재정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2월 '복지TF'를 꾸린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이행에 268조원이 더 소요된다고 4일 밝혔다. 

기재부 복지TF는 이날 과천청사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3차 회의를 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6천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TF를 이끄는 김동연 2차관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다. 나라 살림을 맡았다는 책임을 다하도록 복지공약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양당의 재원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그대로 실현되기도 어렵다. 재원을 끌어와도 추가로 추계한 재정소요와 격차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재원 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자료도 준비했지만 발표하지는 않았다. 김 차관은 "복지재원 추계에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밝히면 특정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월20일 1차 복지TF회의에서도 정당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로 드러난 복지공약을 모아 추계한 비용은 연간 43조~67조원, 5년간 220조~34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동연 2차관 "현재 정치권의 공약들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하는 수준"이라며 "한정된 재원 여건에서 정제되지 않은 복지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꼭 필요한 서민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차 발표 때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복지TF가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2차 발표를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거 이후로 발표를 연기하라고 여러 차례 구두로 경고한 선관위는 복지TF의 발표에 대해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총선 이후에도 복지TF의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차관은 총선 이후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공개 여부에 대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중앙선관위가 선거기간 특정 정당에 의도하지 않게 유.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하라고 권유했음에도 기재부가 복지정책에 시비를 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행태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 의장은 기재부의 발표에 대해 "복지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으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지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 사업이나 부자감세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않던 관료들이 양극화 극복을 위한 복지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지난 2월 열린 기재부 복지TF 1차 회의

한편 기획재정부의 선거 개입이 사실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기재부 수뇌부의 의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재완 장관은 지난 2월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을 지내다 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는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밖에 신제윤 기재부 1차관도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포퓰리즘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며 "공무원 생활 30여년을 했는데 선거를 여러번 치뤄봤지만 요새가 가장 심한 것 같다"며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사설] 재정부의 복지공약 시비 걸기, 선거개입 아닌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4일자 사설 '[사설] 재정부의 복지공약 시비 걸기, 선거개입 아닌가'를 퍼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검증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두 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최소 268조원이 들 것으로 추계되는데,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그 내용의 뼈대이다. 심지어 유럽과 같은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부의 이번 발표는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정당의 복지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정당의 선거공약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전례도 찾기 힘들다.
재정부가 지난 2월 말 발족한 ‘복지 태스크포스’는 처음부터 선거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었다. 나라 살림을 맡고 있는 부처로서 총선 결과가 재정여건에 미칠 영향을 미리 점검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정부의 공식 의견으로 선거 전에 발표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선거의 중요 쟁점에 대해 정부가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정부에 검증 결과 발표를 자제하도록 거듭 요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선관위 의견을 무시하고 발표를 강행했다.
재정부의 검증 결과가 객관성을 갖춘 것도 아니다. 아예 객관성을 따져볼 여지를 차단했다. 재정부는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자세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복지재원 추계에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밝히면 특정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공약 검증이 특정 정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용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다.
재정부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공약을 검증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한 대목에서 그렇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복지공약은 부자증세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재정부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문제가 많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증세는 무조건 나쁘다는 정부의 편향된 시각이야말로 더 큰 문제다.
헌법과 현행 선거법은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사실상 야당의 복지공약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여당을 편드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선관위는 재정부의 발표 내용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법적 조처를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는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

2012년 3월 5일 월요일

경제전문가 30인이 본 '경제관련 총선 공약'


이글은 파이넨셜뉴스 2012-03-04일자 기사 '경제전문가 30인이 본 '경제관련 총선 공약''을 퍼왔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이나 이를 위한 재원조달 관련 조세정책을 크게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른바 '재벌세 증세' 논란에 대해서도 이중과세 성격이 강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4일 본지가 국내 경제단체, 경제연구소 및 증권사 연구위원 등 경제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이들 전문가는 가장 문제가 있는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공약으로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선심성 복지공약을 지목했다. 이어 대기업 청년 고용의무할당제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부 고용관련 공약도 기업의 경영환경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선거철용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국책 연구소 고위급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세금 인하를 추진하는데 우리만 증세하자는 게 맞느냐"고 반문하고 "(아울러) 올해 초부터 유럽 등 세계경제가 악화일로인데 (증세) 타이밍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만 "세율 인상 같은 파급이 큰 정책은 선거 등 정치공학에 좌우돼 추진하기보다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정권 교체와 무관한 조정방안 일정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또 일부 경제관련 공약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논리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및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치권이 민심에 다가가겠다는 노력에는 동의하면서도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 등에는 소홀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30명 중 24명은 정치권이 내세운 경제관련 공약의 설득력이 부족해 정부가 반발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비해 이번 조사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나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 개혁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미래업종 투자와 문어발 확장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23명이나 반대했다. 

대기업의 중소상권 진입 규제나 비정규직 감축을 민간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에는 찬반이 팽팽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제한이나 휴업 조치에 대해서는 '과도한 개입'이라는 응답이 많았고 비정규직 감축방식도 정규직 전환 지원금 지급보다는 기업들이 자율적인 대책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치권이 선거철을 맞아 유권자 입맛에 맞는 '1%에 대한 채찍 정책'을 내놓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서 "당장의 단맛을 즐기려다 후대의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유럽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