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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9일 금요일

[사설]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미래부의 창조경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19일자 사설 '[사설] 손에 잡히는 게 없는 미래부의 창조경제'를 퍼왔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는 박근혜노믹스의 핵심이라고 보기에는 실망스럽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육성해 신산업을 창출하고 모든 산업에 확산시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10개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논란이 됐을 때처럼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체성이 결여돼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미래부는 거품을 빼고 진솔하게 제 역할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연구개발 및 혁신 역량 강화,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화 등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했다. 방향은 옳지만 기왕에 정부나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거나 해야 할 일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데 그쳐 새로운 맛이 없다. 2017년까지 10대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는 것도, 위성영상 데이터 처리나 줄기세포 기술 등을 예시했을 뿐 구체적인 항목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 조직 구성이 늦어진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렇게 추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청사진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산업만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2017년까지 40만개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데 이르면 정책 부서가 맞나 헷갈릴 정도다. 미래부는 신생 부서여서 부처간 협업이 필요해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과를 내야 할 처지다. 미래부가 자칫 역할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 좇다가는 존재의 기반을 잃을 수 있다. 휴대전화 가입비를 낮추겠다는 것이 창조경제를 하겠다는 미래부 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웃지 못할 현실이다.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부처간 연계를 강화하고 기술지주회사를 도입해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있지만 아이디어 발굴과 인재 양성,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일도 정부가 너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민간의 창의성과 호응을 끌어내는 마중물 구실을 충실히 하면 된다. 기초 원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산학연 연계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도 있다.

새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산업 진흥 등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다. 단기 실적을 좇다가 부메랑을 맞는 것도 봐왔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경제민주화를 통한 공정하고 기회균등한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민간의 창의성이 꽃피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교육 및 환경에서 창의성을 가로막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 해소해 나가야 한다.

2013년 4월 8일 월요일

미디어렙법 미창부 병기 "여야 합의 위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8일자 기사 '미디어렙법 미창부 병기 "여야 합의 위반"'을 퍼왔습니다.
신경민 “국회 합의 무시 ‘행정부 국회 기만’, 총체적 직무해이”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광고 방송통신위원회 존속’이라는 국회 여야 합의와 달리 방송광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경민 의원은 8일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미디어렙법)’ 소관 부처에 방통위와 함께 미창부가 병기됐다고 지적하며 “입법권을 무시한 행정부의 국회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방송광고에 대한 여야의 합의는 ‘방통위는 규제, 미창부는 진흥’이라는 도식을 적용하지 않고, 방송의 공공성을 위해 방송광고정책 전반(규제, 진흥)을 방통위가 관할하기로 한 것”이라며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인 직무 해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뉴스1


올 초 정부조직개편 논의 당시 여야는 방송광고를 방통위 존치하는 대신에 SO, IPTV 등 뉴미디어 분야의 미창부 이관을 합의했다.
신 의원은 “정부조직개편 관련 여야는 정부보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수립·집행 권한에 대해 해당 정책을 주무하는 기관이 그 권한을 갖도록 합의했다”면서 ”미창부가 시행령도 아닌 법률에 버젓이 미래부 장관의 지상파 예산 수립, 지원 근거를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지상파 방송장악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여야를 떠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광고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중소지상파에 방통기금 등은 매우 중요한 재원 중에 하나”라며 “미창부가 이를 미끼로 지상파사업자에 영향을 미치고 이들 방송사업자가 미창부 눈치를 보는 상황의 발생이 명약관화하다”고 비판했다.
미창부 끼어들기로 문제가 된 방송광고판매대행법은 당초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업무를 규정하는 법안(한국방송광고공사법)이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코바코를 통한 단일 미디어렙 체제를 헌법불합치 판결함에 따라, 복수 미디어렙 도입을 위해 지난 해 2월 ‘방송광고판매대행법(미디어렙법)’으로 개정됐다. 현재 미디어렙법은 지상파 방송사 광고 판매에 대행과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 인·허가, 공영 미디어렙, 코바코의 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신 의원의 지적은 미디어렙법 2조(정의), 22조(공익적 프로그램 제작 지원) 등의 소관 부처가 방통위와 미창부로 병기돼 있다는 얘기다. 미디어렙법 일부 조항에 미창부가 방통위와 함께 병기됨에 따라 방송 광고를 통해 마련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조성과 운용에 미창부가 직접 간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역 지상파 방송사와 중소 지상파 방송사의 방통기금 분담금 감면 권한을 방통위와 미창부 모두 갖게 되면서 사실상 방통위가 미창부와 협의해야만 분담금을 감면해 줄 수 있어 이들 방송사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창부 직제에서도 방송광고…모두 삭제해야”

지난 달 22일 신 의원은 미창부가 직제를 통해 방송광고 정책을 자신의 관할 업무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한바 있다. 당시 미창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미창부는 방송통신광고(일명 스마트광고)에 대한 R&D, 표준화, 효과측정, 제작산업육성 등을 담당하고, 방통위는 일반적인 방송광고의 판매, 편성규제 등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미창부 해명에 대해 “미창부의 관련 직제는 ‘통신’자만 덧붙여졌을 뿐 방통위 직제와 중복이라는 인상을 줄만큼 거의 동일하다”며 “광고시장의 특징과 방송의 독립성, 방송사의 재원에 광고가 미치는 중요성을 간과한 무지의 발로”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신 의원은 “미창부는 더 이상의 꼼수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직제에서 ‘방송통신광고’ 부분을 모두 삭제하고 여야가 합의한 대로 방송광고정책을 방통위가 일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 의원은 “이상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인사청문회 때 따져 묻겠다”며 “방통위가 미창부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인지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혔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2013년 4월 2일 화요일

최문기 후보의 사라진 11억 원 재산은 어디에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1일자 기사 '최문기 후보의 사라진 11억 원 재산은 어디에'를 퍼왔습니다.
배재정 의원, ‘불법 증여’ 의혹…최 후보, 뚜렷한 답변 못해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뉴스1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최문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최 후보의 사라진 11억 원의 재산이 의혹으로 제기됐지만, 최 후보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은 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선교, 이하 미방위) 최문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가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공개한 지난 6년 동안의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9억여 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대소득까지 합하면 11억 원이 해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해당 금액이 두 명의 아들에게 불법 증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배재정 의원에 따르면, 최문기 후보자는 지난 200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재직시절 등록한 재산 내역을 토대로 추산하면 소득은 10억8000만원이었고 지출은 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재산이 10억5000만원이 증가해야한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재산은 5억 1천만 원만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배 의원은 “여기에서 5억4000만 원이 사라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배재정 의원은 “지난 2009년 마지막으로 공개한 재산 내역과 인사청문회를 위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현재의 재산을 비교한 결과 1000만원이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후보자가 함께 제출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토대로 지난 4년 동안의 소득과 지출을 종합하면 소득은 5억5000만원, 지출은 2억 원으로 재산증가액은 3억5000만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도 3억6000만원의 소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배재정 의원은 최문기 후보의 5억4000만원과 3억6000만원, 임대소득 2억 원을 합해 약 11억 원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이어 “최문기 후보의 사라진 재산 가운데 상당액은 장남의 유학비용과 차남의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된 것이 아니냐”고 추정했다.
최문기 후보의 장남은 지난 2003년 7월부터 미국유학을 시작해 2012년 5월에 미국 현지에서 취업(연 평균 수입액 $41,000, 한화 4천 5백만 원)했다. 그리고 취업에 앞서 2월 결혼,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최 후보의 차남의 경우, 지난 2009년 8월 L케미칼에 입사해 연봉 4천 6백만 원을 받는 대리 직급이지만, 올해 3월 2일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25평형대 H아파트를 3억 1천만 원에 구입했다.
이 같은 ‘불법증여’ 의혹에 대해 최문기 후보는 “해외 송금 내역은 입수되는 대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 보시면 다 알게 될 것”이라면서 뚜렷한 해명을 하지는 못했다. 최 후보는 “집을 구입한 것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한 것”이라며 “제가 한 것은 계약금을 몇 달 동안 빌려준 것 밖에 없다”고만 답했다. 

새누리당 의원도 의아한 최문기 후보의 사라진 재산

최문기 후보의 사라진 재산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2007년~2008년 사이 현금 증가율을 보면 3억4000만원”이라며 “관보에 따라 계산을 해보니 지출 용도가 확인된 금액은 1억여 원인데 나머지 2억 원은 어디에 썼냐”고 질의했다.
최문기 후보자는 “장남과 차남의 유학비로 많은 돈을 썼다”며 “해외에 송금한 것은 자료를 입수하면 열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구체적으로 자녀 유학경비와 대출이자, 하나은행과 교직원공제에서 대출받은 것을 갚았다. 은행통장에 다 나타나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상일 의원은 “납득이 안 된다”면서 “자녀의 씨티은행 계좌로 입금하면 외국에서 곧바로 찾아서 쓸 수 있고 5만 달러 이상 송금했을 경우, 증여세를 신고해야하는 데 이 역시 확인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3년 3월 21일 목요일

47일만에 성공한 박근혜의 선택, 걱정스럽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0일자 기사 '47일만에 성공한 박근혜의 선택, 걱정스럽다'를 퍼왔습니다.
[분석] 미래부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 합의 논란... 방송 독립 여전히 요원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17일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4인 회동'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회동이 끝난 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출범 21일 만인 지난 17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한지 47일 만이다. 겉모습만 놓고 보면 민주통합당이 새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다. 여타 사안도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방송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을 알고도 조직 개편에 손을 들어준다면 오히려 그것이 무책임한 일이다. 국민을 향해서 협박하는 대통령에 굴하지 않고 방송 공공성을 사수하려던 민주통합당은 분명 제 책임을 다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방송 공공성 보호를 위한 별 다른 성과 없이 손을 들어 버린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정부조직법 왜 문제였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 성장동력의 양대 핵심 축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창조경제의 원천으로 활용하여 경제부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 정부 조직 개편 목적이라고 하였다. 즉 방송통신을 '신 성장 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책임 있는 장관이 방송통신 산업 성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 관련 단체나 학계에는 독임제 장관이 방송을 강력히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신산업성장동력'이라는 이름으로 방송 산업화를 추진했던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통과, 무리한 종편 도입, 종편의 경제적 실패와 대선 기간 보여 준 정치적 성공(?)의 악몽 때문만은 아니다. 합의제임에도 독임제처럼 운용했던 최시중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보다 독임제 장관을 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게 방송을 맡기는 것이 더 위험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방송은 산업 이전에 언론이다. 보도만이 언론 행위가 아니다. 국민의 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방송의 모든 생산물이 사실상 언론 행위다. 그래서 민주국가에서 독임제 장관이 방송을 관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산업 성장과 효율성을 앞세워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 채널의 인허가권을 제외한 여타 방송 인허가권과 방송 정책 전반을 미래부에 넘기려 하였다. 조직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통위의 주 업무를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로 축소시키고, 합의제 행정위원회 수준으로 격하시키며 예산 편성 권한도 없앤다. 행정위원회이니 법령의 제·개정, 폐지에 관한 권한도 규칙 정도의 제·개정, 폐지 권한으로 축소한다. 방송프로그램, 방송광고 프로그램의 운용·편성·판매·진흥에 관한 업무도 삭제한다. 방송광고정책, 방송통신기금, 방송프로그램 유통의 공정거래 그리고 방송통신 기술 정책 수립도 모조리 미래부로 이관시킨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이런 조직개편은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목적인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적책임, 민주적 여론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방통위는 방송정책과 통신규제를 담당하고 미래부는 순수한 산업진흥과 미래성장엔진 발굴에 주력할 수 있도록 통신진흥 정책을 관장하도록 하자고 했다. 동시에 방통위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빠지지 않도록 공영방송의 이사 추천, 사장 선임 등과 관련하여 특별다수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우리는 과거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임에도 합의제 정신을 포기하고 정부 여당 추천 방통위원이 다수인 점을 이용해 모든 것을 일방통행 했던 것을 경험했다. 특별다수제는 이런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학계에서 제시한 대안이다. 특별다수제로 일방통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정파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무리하게 의결을 강행하는 대신 합리성에 근거한 설득과 대화로 심의 의결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대통령의 '고집', 그냥 넘어갈 문제였나

하지만 여당에게 '원안 고수' 이상의 여지를 주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고집, 대통령의 위압에 눌려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을 장기화시켰다. 혹자는 말한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니 믿고 따라주고 혹 문제가 있으면 그때 재편하면 되지 않느냐고. 5년 마다 출범하는 새정부가 조직 개편하는 것도 많은 혼란을 감수하고 이루어지는 일인데 임기 중 조직 개편이 쉬운 일일까? 그것도 소수 야당이 주도해서? 

또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의 기본 관점은 산업화 논리로 방송시장을 확대재생산하겠다는 것인데 미래부의 정책으로 사적 자본이 유입된 후 공공성이 붕괴됐단 이유로 자본의 퇴출을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어울린다. 따라서 첫발부터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번 방통위와 미래부 관련 정부조직법 개편은 방송에 대한 올바른 인식 아래 방송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어야 했다. 방송은 정신적 내용을 생산하는 것이며, 정신적 생산물은 창의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 정책 또는 산업의 단기 승부를 요구하는 환경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 

또 방송은 민주주의적 소통 매체이기도 하다. 다양한 정신적 가치가 소통해야 하며 이는 최대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송 관련 정책 기구를 합의제 위원회로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 정책은 또 경쟁력 높은 생산물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는 있지만 경쟁력이 낮은 프로그램도 유통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 논리만을 앞세우는 부처가 방송 정책권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프로그램을 실어 나르는 수단 즉 플랫폼을 기준으로 지상파, 케이블 TV, IPTV 등으로 구분하거나 시청자의 시청 비용 부담에 따라 유·무료 시장을 나누어 지상파와 종편 등 일부 방송의 인허가권을 제외한 방송정책권을 미래부로 넘기고자 했다. 협상 장기화의 실질적인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 출범을 막고 있다는 새누리당의 공격과 일부 언론의 왜곡된 보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사실상 거의 정부 원안대로 합의를 해주고 말았다. 방송 공공성 강화는커녕 '공공성 지키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통위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소관 업무에 관한 법령 제·개정권(법률제출권과 행정입법권)을 갖는다. 방송통신기금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관장한다. IPTV와 종합유선방송(SO), 위성TV 등 뉴미디어 관련 사항은 미래부로 이관한다. 단 IPTV의 직접사용채널과 보도채널을 운영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은 19대 국회에서는 하지 않고, SO, 위성TV 의 허가·재허가 그리고 이와 관련한 법령의 재·개정은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다.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관리하고, 주파수 조정은 국무총리 산하에 주파수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 선거 관련 토론·보도의 공정성 확보 및 SO 채널배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관련법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 SO와 PP의 공정한 시장점유를 위한 장치 마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등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동수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이 맡으며, 그 특위의 활동시한은 6개월로 한다. 단, 특위 활동 결과 법률 제·개정 사항이 있을 경우 특위활동 종료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소관 상임위에서 법제화하기로 한다.'

얼핏 보기에 애초 일방통행식 정부 제안에 비해 민주통합당이 많은 것을 양보 받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방송 공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은 비껴가거나 미루어 놨을 뿐이다. 

이번 합의는 우려한 대로 뉴미디어, 유료 방송 시장의 정책권은 모조리 미래부로 넘어 가고 말았다. 방송 시장이 산업적 논리가 압도하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말 것이다. 과연 유무료 시장이 독립적일 수 있을까? 다른 부처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시행해도 혼란이나 갈등이 없을까?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된 후 열린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시청자에게는 지상파나 케이블 TV나 IPTV나 그냥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송 그 자체일 뿐이다. 따라서 시청자가 받는 영향은 동일하고, 지상파로부터 IPTV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이 다양하더라도 모두 동일 시장 내의 경쟁자에 불과하다. 방송시장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보면 단일하고, 한 플랫폼에 대한 정책이 다른 플랫폼의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호적인 관계에 있다. 바로 방송시장의 단일성과 상호영향성이다. 방송정책을 분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미래부가 주도하는 소위 방송 산업화 논리에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지상파의 운명이 좌우될 처지에 놓였다. 민주통합당은 보도를 중심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면 된다는 협소한 시각에 빠진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나마 공정성, 공공성을 위해 차후 논의를 열어 놓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텐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굴뚝같지만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합의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안이 4월과 10월경에는 가시화될 것이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새누리당의 진정성과 민주통합당의 정치력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를 경험한 이상 이 논의 구조가 그리 미덥지 않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태업과 왜곡으로 미발위는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통과로 귀결되었다. 지금 문제의 종편이 탄생한 계기다. 이명박 정부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제대로 막지 못한 민주당에게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도 방송 산업화가 가져올 폐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민주통합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O, 위성 TV 허가·재허가에 대한 방통위의 동의권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아마도 방통위가 잘 알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종편 사업자 선정에 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왜냐면 방통위가 주도한 심사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주도한 심사에 참여하지 못한 방통위가 심사결과표를 받는다고 제대로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공정한 공영방송, 어떻게 가능할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고 채널 편성에서 뺐으면 하는 공익채널이 있다. 채널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업자들이 적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제 수익이 발생하는 채널을 갖고 싶은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이들이 계륵이다. 그런데 이 부분도 미래부 소관으로 넘어 갔다. 이번 합의에서 공공, 공익, 공정을 위해 확실하게 얻은 성과가 무엇일까?

이제 특단의 계기가 없는 한 정부조직법은 절차에 따라 합의대로 진행될 것이다. 부족한 합의안이나마 그것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반드시 확보했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었다. 방통위의 개혁안이다. 사실 독임제 장관보다 합의제 행정기구가 더 민주적일 잠재가능성이 있어 그렇지 현재 방통위를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방통위가 합의제 정신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 중심의 방통위원 선임 방식을 통해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 등을 포함한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방통위의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일방통행을 막아야 한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실질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실무 지원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즉 방통위를 명실상부한 합의제 행정기구로 만들어야 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 결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산업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방송 사업을 장악할 방송통신 거대 공룡 기업들이다. 이미 종합유선방송의 강자인 CJ 그룹, IPTV의 KT, 방송 플랫폼 시장 진출을 노리는 단말기 사업자 삼성전자 등등이 방송을 장악하면 시장에서 지상파의 공공성은 보호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질적 향상을 선도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소수의 약자를 위해 최소 품질의 기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약 방송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4월 임시국회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운영 과정에 방통위 개혁, 방통위 동의권의 실질화, 거대 공룡 기업의 플랫폼 시장 장악 저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지상파 보호 장치 등과 관련한 제대로 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정치력이 발휘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도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김서중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입니다.

김서중(ksjych)

2013년 3월 16일 토요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5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하)'를 퍼왔습니다.
[기고]자본이 장악하는 '멋진 신세계'

플랫폼의 기본적인 역할이 이용자와 콘텐츠 제공자 간의 매개에 있다면, 규제완화에 따른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출현이나 과점적 구조의 형성이 과연 콘텐츠 경쟁력 증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콘텐츠(채널)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의 불공정 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방대한 채널을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해도 시청습관에 기인한 번호대역의 제한(소위 황금채널대역)은 여전하다. 우여곡절 끝에 유료방송플랫폼 사업자들이 가구 수신료 수익의 25% 이상을 채널사용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규제가 도입되었지만, 이 역시 채널 영업의 과정에서 비공식 경로로 다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환류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법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날 김행 대변인은 "새 정부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5일까지는 국회가 정부조직법 통과시켜줄 것을 거듭해서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콘텐츠 사업자와 재벌 기업의 상생?

ICT전담부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ICT대연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망과 플랫폼 소유자로서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우위의 강화일 것이다. 현행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와의 수익 배분율 규제 또한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독임제 부처에서는 “사업자 간 자율”에 맡길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일부 수익성이 높은 콘텐츠는 적절한 대가를 나누어 갖겠지만,그렇지 못한 사업자들은 최소한의 유지비용조차 요구하기 힘들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들을 선별하는 병목행위(bottleneck)와 전송하는 콘텐츠의 변형을 가하는 게이트 키핑(gate-keeping)에 대한 우려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무엇보다 망과 플랫폼 시장에서의 지배적 사업자가 출현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결론을 보지 못했던 망중립성 논쟁의 종식을 의미한다. 익히 알려져 있지만 망중립성 논쟁의 핵심은 전송망을 통해야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망 사업자의 통제를 최소화 한다는데 있다. 유무선 망 사업자에게는 규제지만,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진흥이 되기 때문에 적어도 합의제 기구에서는 쉽사리 한쪽 사업자의 손을 들어 줄 수 없는 딜레마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독임제 부처로 망과 플랫폼 정책을 이관하게 되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는 생략할 수 있다. ICT대연합이 ‘미래창조과학부로의 주파수 정책 전면 이전’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배경 또한 이러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와 플랫폼 영역의 규제완화와 과점적 구조의 형성은 현재보다 더 나은 콘텐츠 사업자의 독자적인 경쟁력 증진이 아니라, 그 의존성만을 더욱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C-P-N-D라는 미디어 생태계 가치사슬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은 플랫폼과 네트워크 사업자의 이윤창출을 위한 생산요소로서 그 지위가 격하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우려는 전망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ICT 콘텐츠 진흥의 대표적인 사례로 ‘싸이’가 거론되는 것은 그래서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유튜브 조회 수 10억 회를 넘어가는 ‘국제가수 싸이’ 조차도 통신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음원 시장에서 9주 동안 1위를 차지하며 거둔 매출은 3,600만원이고, 이마저도 싸이 개인에게 모두 돌아가는 몫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하는 ICT 산업에서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네트워크와 플랫폼 지배력 확장을 요구하는 통신사업자들과 그 부수익을 노리는 기업들의 열망 앞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의 존재는 과연 ‘을’의 지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자본이 장악하는 ICT의 “멋진 신세계”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약속하는 ‘멋진 신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불명확한 예측보다 확실한 것은 과거 정권들과 달리 박근혜 정부의 ICT 정책은 그 스케일부터 다르다는데 있다. 김영삼 정권 이래 노무현 정권까지 각 정권은 케이블, 위성, DMB, IPTV 등 뉴미디어 도입을 마치 필수과목처럼 이수해 왔다. 하지만 이들 뉴미디어 도입이란 유료방송 가입자 시장을 늘려 놓은 방송산업 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신규 진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ICT 진흥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도입에 그치지 않고 방송과 통신 전 영역의 가치사슬과 생태계의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재편은 국가주도의 정책이 아닌 거대 통신기업과 자본이 먼저 요구해 온 사업자 주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차이점이 이전의 뉴미디어 도입과 다른 수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를 낳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그려 본 ICT 산업의 진흥은 다분히 내수에 기반한 독점적 사업자들의 진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 속에서 내수 증대를 통해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고 대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이런 전략은 결코 새삼스럽지 않다. CDMA, WiBro와 같은 네트워크 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호들이 얼마나 허망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00만원에 가까운 국내 기업의 스마트폰이 외국에 나가면 그 절반 값이라는 불편한 진실 또한 그렇다. 결국 네트워크와 플랫폼 사업자 중심의 ICT 진흥이 국내 재벌 기업들의 내수 확보로 귀결된다면 정권 출범 때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 민주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 질 것이다.
미래과학창조부의 신설과 ICT 산업의 진흥이란 이렇듯 “정권의 방송장악”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콘텐츠와 이용자들의 장악”이다. SO의 미래과학창조부 이관이 채널편성권을 가져가 정권에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을 유통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단편적이다. SO의 방통위 존치는 도리어 이미 동일한 망과 동일한 가입자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유료방송플랫폼 중 하나만을 따로 떼어 놓겠다는 ‘억지’로 여겨질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협의의 ‘정치적 공공성’보다 ‘자본으로부터의 공공성’이다. ICT 산업진흥의 전략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결국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용자들을 더 많은 수익창출을 위한 자원(resource)로 본다는 점에 있다. 이런 까닭에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와 진흥을 독임제 부처에 맡기고 “이용자 보호”라는 이름뿐인 업무만을 합의제인 방통위에 남기자는 것은 공공성에 대한 자본의 정면 도전에 다름없다. 플랫폼의 진흥과 규제의 역할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속한’ 결정에 맡기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강제의 기능만은 합의제 기구가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동원(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webmaster@mediaus.co.kr

2013년 3월 15일 금요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상)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5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상)'을 왔습니다.
[기고]SO 이관 문제의 본질과 이용자 편익이라는 환상

어떤 이들은 여전히 “방송 장악”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라고 한다. 하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다시 ‘원대 복귀’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대통령의 결단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최대 쟁점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의 역할 구분은 정치적 협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5년 간 급격히 달라진 국내 미디어 산업 지형이라는 자본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거듭 요청했다ⓒ뉴스1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경제적 선의(?)가 “정치적 쟁점”에 발목이 잡혔다는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절반만 옳다. 정부 부처 하나의 신설이 마치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기에 그 담화의 절반은 거짓이다. 하지만 적어도 ICT산업의 진흥이 과연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진흥인지는 묻지 않은 채, ‘방송 장악’이라는 문제만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이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토록 통렬했던 대통령 담화에 화답하여 ‘정치’에 관련된 모든 것은 말끔히 제거한 채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SO가 방송사업자?

미래창조과학부 ICT 진흥의 가장 큰 밑그림은 작년부터 ICT대연합이 주장했던 것처럼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기)라는 모든 가치사슬의 통합에 있다. 네트워크(망)의 경우, 현행 관련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선, 위성신호와 같은 물리적 속성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IP전송방식을 어떤 망에서라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오래 전 기간통신사업자의 지위를 획득한 SO들은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처럼 이동통신사업자의 역무 또한 수행 중에 있다. 결국 현재 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 모두 시장 지배력에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사업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자들의 망이 IP로 수렴되었다고 해도, 이윤을 창출할 만큼의 충분한 안정적 가입자 확보 여부가 문제가 된다. 흔히 말하는 플랫폼(platform) 경쟁이 여기서 비롯된다. 미디어 시장에서 플랫폼이란 간단히 말해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그것을 이용하거나 구매할 이용자들을 제공해 주는 ‘유통과 배급 시스템’이다. 따라서 플랫폼 경쟁이란  전국 2,400만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놓고 사업자 간에 벌어지는 가입자 쟁탈전에 다름 아니다.
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익숙한 예는 바로 카카오톡이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은 7,000만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해 놓고, ‘애니팡’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소위 “좌판”을 허락해 줌으로써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자다. 통신사들로서는 자신들이 애써 모아 놓은 가입자들을 카카오톡이 다시 모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는 모습은 결코 눈뜨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었던 SO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플랫폼 경쟁에 있다. 가입자 점유율 제한에 묶여 있는 IPTV 통신사업자들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보다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제완화라는 진흥책(!)을 요구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유료방송가입 가구의 규모는 더 이상 늘어날 기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전처럼 월정액의 수신료 수익만으로는 사업자들의 이윤 증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한계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탈출구는 바로 유료방송 가입자 중 디지털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이다.
이미 알다시피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디지털 방송과 인터넷의 부가수익 창출 경로는 실로 다양하다. 유료 VOD는 말할 것도 없고, 홈쇼핑 채널의 실시간 구매 기능이 방송 서비스에 국한되었다면,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서비스와의 연동은 무궁무진한 수익 창출 경로를 약속한다.
규제완화 시, 통신사업자들에게 현재 SO가 점유하고 있는 약 400만의 디지털 가입가구가 일차적인 목표라면, 아직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은 1,000만 아날로그 가구는 그야말로 신개척지에 다름없다. 케이블 사업자들보다 막대한 자본력과 영업력을 지닌 이들이 미래창조부 아래에서 소유/겸영 규제가 풀린다면 이들 아날로그 가입가구들을 둘러싼 저가 디지털 전환 공세가 대대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전략에는 이미 SO들이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자신들과 동일한 망과 IP전송방식을 수행하고 있는 경쟁 사업자라는 달라진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독자적인 스마트TV 셋톱박스까지 출시한 SO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규제완화와 통신사업자들의 진출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통신사업자와의 인수나 합병으로 수익을 챙기지 못할지라도, 현재 확보한 가입자 가구를 담보로 다양한 사업영역의 제휴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가입자 가구를 서로 쟁탈하는 대신, SO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스마트 미디어와 콘텐츠를 제휴하고 통신사업자들은 SO의 인터넷망에 진입하는 ‘상생’의 모습이야 말로 사업자 모두가 바라는 “All-IP” 환경일 것이다.

ICT 진흥 = 이용자 편익 증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진흥 덕에 방송통신의 망과 플랫폼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가능해 진다면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이다. PP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조금 다르겠지만 적어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가입자들이란 ‘월정액’과 ARPU(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로만 환산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MSO들의 경우 다른 권역의 SO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금액을 권역 내 가입자 가구 당 얼마로 산정하여 협상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SO사업자들은 자신들이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진 “방송사업자”라는 지위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달라진 디지털 환경은 월정액과 같은 단순한 수신료 수익원으로의 가입자라는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다. 2,400만이라는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한계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라는 또 다른 정체성에 의해 극복가능하다. 모든 사업자들이 방송과 함께 결합상품으로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망을 이용한 수익 창출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시청가구’가 아니라 티빙(Tving), 호핀(Hoppin)과 같은 서비스에 가입한 “아이디(ID)”나 “트래픽”으로 환원된다. 아이디로 환원된 가입자는 전체 인구수를 훌쩍 넘는 규모이며, 인터넷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창출되는 이용자 시장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양화(quantification)된 이용자들이 외부효과를 낳음으로써 본격적인 이윤창출의 자원이 된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가 규제완화를 통해 SO들의 통신망을 인수할 수 있다면 ICT 대연합이 그토록 바라는 “빅데이터”의 확보가 용이해 진다.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지만, 단순한 아이디를 넘어 빅데이터의 생산요소로 이용자들이 거대 통신사업자들에게 포섭되리라는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철저히 양화된 이용자라는 불길한 전망이 과도한 반응이 아닌 것은 ICT대연합이 개인정보보호정책마저 방통위에 맡길 수 없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거대통신사업자 진흥책이 이용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방송통신융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 가구의 모든 방송통신서비스가 한 사업자에 의해 제공되면서 가격이 저렴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TV와 통신수단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소비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한 가구 당 월 평균 15만원이 넘는 통신비 지출의 증가도 문제지만, 홈쇼핑이나 유료 콘텐츠 구매, 그리고 결재 수수료 등의 전체 소비 지출 규모의 ‘자발적’ 증가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김동원(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webmaster@mediaus.co.kr

2013년 3월 14일 목요일

종편의 목숨줄 쥔 미래창조과학부


이글은 시사IN 2013-03-13일자 기사 '종편의 목숨줄 쥔 미래창조과학부'를 퍼왔습니다.
진통을 거듭하던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한 가지로 모아졌다. IPTV, 유선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다. 미래부가 방송 규제를 풀 경우 종편의 생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는 대통령만 있다. 공식 임기가 시작됐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덕분에 취임 초기부터 ‘식물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를 위해 여야 원내 협상 대표 간 공식 만남만 14번, 물밑 접촉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작심한 듯 국회를 몰아붙였다. 비정상적인 정부 출범의 이유를 국회로 돌린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27일,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하루빨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주셨으면 한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3월1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라며 다시 한번 국회를 압박했다. 

이처럼 ‘정치’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의지’만 보였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야 간 협상 진전이 있다가도 청와대에 보고만 하면 새누리당이 원위치로 돌아온다. 협상 거부의 핵심은 청와대다”라고 주장했다. 2월24일, 민주당은 ‘2월25일 의원 전원 대기령’을 내리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은 재차 무위로 돌아갔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2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여당 지도부는 협상할 의지와 능력이 없으니 대통령이 결단해서 풀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야 간 협상을 하려면 당의 자율권도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으로선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답답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IPTV 인허가권 등만 방통위에 줘라”

그사이 민주당의 협상안은 열다섯 개에서 아홉 개로, 다시 여섯 개로 줄었다. 그나마도 다 양보했다.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돕기 위해 99.9%를 양보했다.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은 우리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쟁점은 이제 단 하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 업무인 인터넷TV(IPTV),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이관 문제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미래부로 이관하는 원안 통과를 고수한다. 이에 민주당은 2월27일, 조금 더 양보된 안을 내놨다. IPTV 인허가권과 법령 재·개정권은 방통위에 남기고, IPTV 진흥 업무만 미래부로 이관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뉴시스 2월17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오른편 가운데)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왼편 가운데) 등 여야 의원들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IPTV의 인허가와 법령 재·개정권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IPTV가 기존 방송과 달리 새로운 채널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IPTV는 기존 지상파 방송과 달리 주파수 제한이 없어, 통신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채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채널 번호가 고정된 지상파(예를 들어 7·9·11번처럼)와 달리, IPTV·SO· PP는 채널 편성권을 갖고 있어 채널 번호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IPTV의 인허가권을 미래부가 가져가 장관 혼자 결정하면, 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보도 기능을 포함한 ‘제2의 종편’이 만들어질 가능성까지도 제기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IPTV가 별도의 법에 따라 규제받는 만큼, 민주당의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한다. 보도를 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사항이기 때문에 미래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원안대로 방통위 업무가 미래부로 상당 부분 이관될 경우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문제뿐만 아니라, 종편 4사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중앙일보) 2월27일자 사설은 이들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성이 강한 방송은 독임제(하나의 행정관청에 그 권한을 일임하는 조직제도) 부처인 미래부보다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장관 한 사람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때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중략) PP와 SO를 집중 규제 대상에서 뺄 경우 대기업 PP·SO에 특혜가 돌아갈 게 뻔하다.” 

현재 종편 4사가 가장 경계하는 CJ 매체들은 원안대로라면 미래부 소관으로 이관된다. CJ는 방송프로그램공급자인 ‘CJ E&M’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 헬로비전’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동안 방통위 아래에서 매출액과 가입자 규제에 묶여 있었던 CJ는 콘텐츠 투자 확대를 명분으로 여러 차례 규제 완화를 시도해왔지만, 여론에 밀려 좌절해야 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정치적 해결’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방통위에 비해,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 아래서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눈치를 볼 여지가 줄어든다. 미디어 산업 진흥을 이유로 기존 규제가 일정 부분 풀릴 경우, 종편의 광고 수주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2014년 재승인 여부를 판정받아야 하는 종편 4사로서는 ‘목숨’을 담보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방송에 대한 근본 인식에서부터 지상파와 종편, IPTV 업계 이익까지 충돌하면서, 논의는 2008년 미디어법 논쟁의 ‘2탄’ 격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 주목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를 보인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옛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인 김용수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을 주목한다. 김 비서관은 방통위 방송진흥기획관으로 인수위에 파견됐다가, 바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김 비서관의 인사에 대해 ‘공공성을 우선하는 방송의 가치가 시장 논리가 우선하는 통신 산업에 묻히는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한 원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끼리는 통신 마피아들이 장난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SO나 PP 진흥시킨다고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대로) 일자리 창출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여당은 아무 말 못한다. 어쩌겠나. 문제가 있어도 책임지는 게 우리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마지노선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5일이다. 이날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정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월1일 브리핑에서 “우리의 마지막 양보안은 제시되었다. 대통령이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2013년 3월 5일 화요일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정부의 ‘4대강’?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4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을 퍼왔습니다.
국회의 헌법적 기능 비판하는 대통령, 전임자 전철 밟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거듭 요청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취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에 대해 야당이 자신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저장단 없는 밋밋한 연설이 특기인 박대통령이지만, 이 연설에서 만큼은 나름대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려고 애썼다. 물론 그래봤자 생동감 있는 연설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여당이 야당의 입장을 많이 받아주었는데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은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에 대해 처음에는 여러개의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에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것만을 남겼고 그나마 여기에서도 여당의 몇몇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의 안은 계속 변했고 변하지 않은 것은 청와대 안이었다. 청와대는 심지어 여야 합의를 뒤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국 파행이 염려되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안을 약간 구부려 야당과 타협을 했으면 되는 일이다. 또 새정부 내각의 출범이 지연되는 것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현 정부가 인선을 늦게 한 탓이다. 박 대통령은 준비부족과 완고함의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는 4대강 사업이 대통령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완고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 정부의 핵심적인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반대파들의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야당이 새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발목잡기’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헌법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담화문은 박근혜 정부의 통치스타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의회를 존중하고 협의를 통해 사안을 진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야당을 압박하는 식이다. 어떤 이들은 “김종훈 후보 카드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에겐 '추진력을 얻기 위해 버리는 카드가 아니겠냐',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관심을 빨아들이고 다른 장관후보들이 무사히 지나가게 하려는 카드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전개다.
이런 식으로라면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도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나름의 방식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해야 할 집권여당이 또 한번 대통령의 거수기가 될 판이다. 그저 청와대에서 결정이 나오면 그 결정을 토씨 그대로 받아들이고 야당과 논쟁하는 여당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견제와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이라 해도 현실세계에서 실행 가능하도록 디자인되기 어렵다. 미창부를 만든다는 발상이 대운하나 4대강 사업만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닐지라도 원안 그대로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문제가 많은 상태로 세상에 나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 새 정책으로 인한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온전히 대통령 본인이다. 의욕과 신념이 차고 넘친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것으로 다른 의견까지 부정해서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통해 걸어갔던 그 어두운 터널로 함께 들어설 뿐이다. 미창부는 박근혜 정부의 4대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2월 20일 수요일

김종훈 후보자, 2009년 9월 CIA 외부 자문위원회 참여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19일자 기사 '김종훈 후보자, 2009년 9월 CIA 외부 자문위원회 참여'를 퍼왔습니다.
[검증] 리언 파네타 전 국장 메모 나와... 점점 연장되는 'CIA와의 관계'

▲ 2009년 9월 김종훈 후보자(당시 벨연구소 사장)의 CIA 외부 자문위원회 참여 사실을 알리는 리언 파네타 당시 CIA 국장의 글. 최근 자문위원들과 같이 만났다는 파네타 국장은 "(그들이) CIA가 임무를 완수하는데 좀더 효과적이도록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CIA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확인이 가능한 이 글에는 김 후보자의 영문 이름인 Jeong Kim이 뚜렷히 적혀 있다. 이 글은 정 후보자의 CIA와의 인연이 최소한 2009년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 오마이뉴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인연이 최소 2009년까지 이어졌음이 CI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2009년 9월경 새로 구성된 CIA 외부 자문위원회(CIA's External Advisory Board)에 참여했다.

2009년 9월 9일 당시 리언 파네타(Leon E. Panetta) CIA 국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벨연구소 사장인 김 후보자가 자문위원회에 응했고, 최근 같이 만난 사실을 알렸다. 이 글은 CIA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파네타 전 CIA 국장은 2011년 7월 1일 미국 국방부 장관에 임명돼 현재 퇴임을 앞두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 후보자가 설립한 벤처회사의 이사진 사진과 김 후보자의 인터뷰 발언을 통해 김 후보자와 CIA의 인연이 1990년대에 시작되어 최소 2005년까지 이어졌음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이번에 새로 나온 전 CIA 국장의 글은 김 후보자와 외국 정보기관인 CIA의 인연이 2009년까지 이어졌으며, 외부 자문위원으로서 최근까지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열릴 청문회 등에서 이 부분에 대해 김 후보자의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IA 국장 "자문위원들이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 김종훈인사청문지원팀

당시 김 후보자가 참여한 자문위원회에는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아놀드 칸터 전 국무차관, 리처드 마이어스 전 합참의장, 대표적 군수업체인 CSC의 해롤드 스미스 부사장, 부시 대통령의 국토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프랜 타운센드 등이 함께했다. 마이어스 전 합참의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도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전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파네타 당시 CIA 국장의 글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대테러와 대확산에서부터 사이버안보와 분쟁지역까지 CIA의 주요 업무 기조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파네타 국장은 "자문위원들이 CIA가 임무를 완수하는데 좀더 효과적이도록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면서 "자문위원들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복잡한 조직과 중요한 고객, 파트너, 공공과의 관계를 관리하는데 그들의 견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네타 국장은 CIA 직원들에게 자문위원들을 환영하고 지원해줄 것을 당부하며 "나는 우리가 그들의 조언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그들이 중요한 능력을 기꺼이 제공하고 지원하는데 대해 감사한다"며 글을 마쳤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1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은 김종훈 후보자의 이런 이력을 알고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에 대한 깊은 애국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했을 시 한-미 간 국익에 관한 충돌이 생길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병한(han)

2013년 2월 7일 목요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공보처 부활, 언론 접수 프로젝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06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는 공보처 부활, 언론 접수 프로젝트”'를 퍼왔습니다.
“방송정책, 방통위에 남겨야” 정부 출범 진통 예상… “원안 통과 쉽지 않을 것”

박근혜 정부 출범을 보름 남짓 남겨두고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룡부처가 될 미래창조과학부와 대폭 축소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분담이 임시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국무총리 지명자가 낙마하는 등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여야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4일 오전 신경민 의원의 발의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청원했다. 민주당은 순수 진흥업무만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방통융합분야 규제부문 등은 방통위에 존치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개정안이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개편안에서는 방통위에 통신규제 정책과 함께 지상파 뿐 아니라 유료방송, 뉴미디어, 융합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시키고 방통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법령 제·개정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방송발전기금과 한국방송광고공사를 방통위 관할로 두고 방통위 위원의 숫자 및 구성은 여야 추천 5명으로 현행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지만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장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관련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데 반발하는 의원들이 많다”면서 “야당의 반발도 거세서 인수위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유승희·신경민 의원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언론장악 첨병이 될 괴물 부처 신설을 방치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결사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론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도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상당수 의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의원들 마다 편차가 있어서 변재일 의원 등 ICT(정보통신기술) 전담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들은 방통위 존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새 정부 출범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고 결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도 하지 않고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는 것은 ‘위법적 조각’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새누리당도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문방위 의원들의 결전 의지가 2009년 미디어법 통과 때 못지 않게 강렬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는 4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권이 최시중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방송을 장악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공보처나 다름없는 조직을 부활시켜 자본에 의한 무한경쟁을 부추김으로써 더욱 치밀하게 언론을 접수하려는 저의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언론 3단체는 민주당과 별도로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입법 청원했다. 언론 3단체도 방통위에 방송과 융합형 방송, 전파연구와 관리, 미디어 다양성, 방송광고,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언론 3단체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와 임원 선임, 방송통신사업자와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허가·재허가·승인·취소 등 중요사항에 대한 특별 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방통위는 법률안 제출권과 시행령 발의권도 없으며 사업자의 허가·재허가·취소권조차 없는, 무기력한 변방 조직으로 전락됐다”면서 “인수위와 새누리당은 지난 5년 동안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온 방송장악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또 국민이 요구해온 방송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승인을 독임제로 하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고 합의제 기구 있는 나라에서는 한 곳도 없다”면서 “방통위 관료들의 자작극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전담부처(미래창조과학부) 만들어 놓고 셋방살이 하면서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자기들 밥그릇에만 집착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로비하는 방통위 과장들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한 정부조직 개편 관련 공청회에서 “방통위를 해체해 공영성, 공정성과 핵심적으로 연결되는 주요 기능을 독임제 부처인 미창과부로 이관한다는 것인데 방송·통신이 갖는 산업적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결코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산업 진흥과 관련된 제한적 기능만 미창과부로 이관하고 방송정책과 규제 관련 기능은 방통위에 존치시켜 방송과 통신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독립적 규제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공룡 부처 미창과부 위에 ‘옥상옥’ 미래전략수석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5일자 기사 '공룡 부처 미창과부 위에 ‘옥상옥’ 미래전략수석'을 퍼왔습니다.
진영·윤창번·김택진 등 거론… 최시중 실패 의식한 듯, 청와대 친정 체제 구축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유난히 미래라는 단어에 집착해 왔다.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만든 정당이 한국미래연합이었고 2007년 대통령 경선 실패 이후 친박 인사들이 모여서 만든 친박연대가 2010년 미래희망연대로 이름을 바꾼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윤곽을 드러낸 인수위 조직 개편안에서도 매머드급 신설 부처, 미래창조과학부가 핵심이다. 청와대 조직 개편안에서도 미래전략수석을 신설한 게 눈길을 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조직 개편의 핵심이지만 콘트롤 타워 역할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에서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과학기술, 방송정보통신, 기후환경 등을 통합해 관장하게 된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방송통신 진흥 업무를 맡게 될 미래창조과학부 ICT 전담 차관와 규제·인허가 업무를 맡게 될 방송통신위원회 사이의 역할 분담과 조정 업무를 청와대에서 직접 콘트롤하겠다는 의도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국정기획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이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기획수석이 국정과제와 기획을 맡고 미래전략수석은 과학기술과 정보방송통신, 기후환경 등을 맡는다는 게 인수위의 구상이지만 영역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미래전략수석이 가뜩이나 몸집이 커진 미래창조과학부의 옥상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청와대 내부에서도 ‘왕 수석’ 자리를 두고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한국기술혁신학회 주최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성공의 조건' 토론회에서 주요 인사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국정기획수석이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의 국정 어젠더를 맡고, 미래전략수석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박근혜 당선인의 특별 미션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뇌는 미래전략수석, 손발은 국정기획수석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전략수석이 이른바 창조경제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를 넘아들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첫 손에 꼽힌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위원장 출신으로 ICT와 과학기술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ICT 전담 부처 신설을 주도해온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도 물망에 오른다.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과 황창규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 전략기획단장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삼성 출신 인사들도 거론된다.

이밖에도 이석채 KT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과 최문기 전 ETRI 원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도 본인들 의사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오른다. ICT 전담 차관도 이 가운데서 검토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KT 부사장 출신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으로도 거론된다.

이밖에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출신의 김철균 소셜네트워크본부장도 새 정부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카카오톡을 활용해 40대와 50대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강은희 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권은희 전 KT 상무, 전하진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 장흥순 벤처 특보 등이 대선 때 ICT 공약 논의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과 ICT라는 이질적인 조직을 합쳐서 굳이 전담 차관이라는 제도까지 두면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린 데서 박근혜 당선인의 의지를 읽고 있다. 과학 연구개발 예산 17조원과 방송통신발전기금 1조2000억원, 정보통신진흥기금 1조2000억원 등 20조에 육박하는 예산을 집행하는 명실공히 최대 전략 부처로 키워 창조경제라는 국정 어젠더를 구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형식상 미래창조과학부 ICT 전담차관과 방통위를 진흥과 규제라는 명목으로 나눠놓기는 했지만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이를 총괄 지원하는 구조라 청와대의 친정 체제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재원 한양대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독차지하는 슈퍼파워가 아니라 방송통신 융합 시대, 여러 부서들의 얽힌 과제를 풀어주는 슈퍼 컨설턴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는 명분 아래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흥 정책을 미끼로 방송통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형해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치 논리로 방송통신을 뒤흔들었던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김충식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 축소와 관련, 국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충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화려한 미래부에서 방송이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24일자 기사 '화려한 미래부에서 방송이란?'을 퍼왔습니다.
당근과 채찍 사이의 통제 대상

미래창조과학부를 두고 혹자들은 ‘공룡’에 비유한다. 미래부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통신융합과 방송진흥 및 방송광고를 흡수하게 된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화 기능과 문화체육관광부 디지털콘텐츠, 교육과학기술부 ICT연구개발,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우정사업본부 등을 맡는 거대한 몸집을 갖게 된다.

 
▲ 22일 오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오른쪽)과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위원회 간사가 정부 조직개편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뉴스1

“출발은 화려하겠지만 실패할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장지호 정책실장은 미래부와 관련해 “출발은 화려하겠지만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방송정책국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갔는데 기본적으로 방송의 진흥과 규제는 분리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흥이라는 업무가 정책을 형성하는 것이고 규제는 그 정책에 대해 감독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흥과 규제가 분리되면 서로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방송통신융합 업무도 미래부로 넘어갔는데,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의 갈등이 있을 때 통신사업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이거나 논란이 됐던 의무재전송 문제, 방송통신 융합상품, 수신료 인상도 산업적 논리에 따라 미래부가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인수위가 방통위 파행의 원인을 합의제 기구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또 진흥과 규제를 도구적으로 편리하게 구분했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공공성보다는 시장과 산업의 논리가 방통위를 압도했던 게 문제였다”며 “방통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들은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을 비롯한 최시중 전 위원장 측근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 정통부 출신 관료들은 거대 통신사업자들과의 관계를 끊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방통위가 실패했던 것인데 지금 인수위는 마치 조직의 문제인 양 방통위 자체를 희생양으로 삼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장지호 정책국장은 “어떤 조직이든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조직은 슬림하게 간다”며 “집행조직은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지호 정책실장은 “ICT가 미래 산업인지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며 “이미 레드오션 산업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통부 출신 관료들은 15년 전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방통위가 구 방송위처럼 돼버렸다”며 “필요한 규제를 만들려면 미래창조과학부에 가서 요청해야하는데 미래부가 들어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시장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제를 만들자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언론 홀대가 드러난 정부조직개편”

한국언론정보학회 정연우 회장은 “언론에 대한 홀대가 드러난 정부조직개편안”이라고 평가했다.
정연우 언론정보학회장은 “방통위의 진흥기능을 ICT로 옮기는데 그렇다면 규제와 정책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며 “방송이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건강한 여론과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고 봤다면 이렇게 방통위 위상을 낮추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은 합의제 기구를 독임제로 운영하면서 방송통제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방송에 필요한 영역은 진흥하고 규제하면서 공공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진흥을 독임제 ICT 거대부처로 간다면, 가지고 있는 당근과 채찍을 방송에 대한 정치적인 통제수단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구 방송위원회 때에는 진흥 기능까지 총괄했다는 점에서 그보다 더 위상이 낮아졌다”고 비판했다.

“최소한 공공 영역으로 남겨둬야 할 부분은 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정책위원은 “과도하게 합의제 기구를 축소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강혜란 정책위원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수신료 △여론다양성 관련 전반 △방송사 재·인허가 △뉴미디어 신규 허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업자간 분쟁 △이용자 보호 △망중립성 △개인정보보호 △공공영역획정 등을 “최소한 방송과 통신을 떠나 위원회 차원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