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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4일 목요일

종편의 목숨줄 쥔 미래창조과학부


이글은 시사IN 2013-03-13일자 기사 '종편의 목숨줄 쥔 미래창조과학부'를 퍼왔습니다.
진통을 거듭하던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한 가지로 모아졌다. IPTV, 유선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다. 미래부가 방송 규제를 풀 경우 종편의 생존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는 대통령만 있다. 공식 임기가 시작됐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덕분에 취임 초기부터 ‘식물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를 위해 여야 원내 협상 대표 간 공식 만남만 14번, 물밑 접촉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협상이 진행됐지만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작심한 듯 국회를 몰아붙였다. 비정상적인 정부 출범의 이유를 국회로 돌린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27일,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하루빨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주셨으면 한다”라고 직접 언급했다. 이어 3월1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되길 간절히 소망한다”라며 다시 한번 국회를 압박했다. 

이처럼 ‘정치’는 보이지 않고, 대통령의 ‘의지’만 보였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야 간 협상 진전이 있다가도 청와대에 보고만 하면 새누리당이 원위치로 돌아온다. 협상 거부의 핵심은 청와대다”라고 주장했다. 2월24일, 민주당은 ‘2월25일 의원 전원 대기령’을 내리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협상은 재차 무위로 돌아갔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2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여당 지도부는 협상할 의지와 능력이 없으니 대통령이 결단해서 풀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여야 간 협상을 하려면 당의 자율권도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으로선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답답하고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IPTV 인허가권 등만 방통위에 줘라”

그사이 민주당의 협상안은 열다섯 개에서 아홉 개로, 다시 여섯 개로 줄었다. 그나마도 다 양보했다. ‘새 정부 발목 잡기’라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돕기 위해 99.9%를 양보했다.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은 우리가 아니라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쟁점은 이제 단 하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 업무인 인터넷TV(IPTV),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비보도 방송 분야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이관 문제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미래부로 이관하는 원안 통과를 고수한다. 이에 민주당은 2월27일, 조금 더 양보된 안을 내놨다. IPTV 인허가권과 법령 재·개정권은 방통위에 남기고, IPTV 진흥 업무만 미래부로 이관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다. 

ⓒ뉴시스 2월17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오른편 가운데)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왼편 가운데) 등 여야 의원들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IPTV의 인허가와 법령 재·개정권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IPTV가 기존 방송과 달리 새로운 채널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IPTV는 기존 지상파 방송과 달리 주파수 제한이 없어, 통신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채널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채널 번호가 고정된 지상파(예를 들어 7·9·11번처럼)와 달리, IPTV·SO· PP는 채널 편성권을 갖고 있어 채널 번호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IPTV의 인허가권을 미래부가 가져가 장관 혼자 결정하면, 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보도 기능을 포함한 ‘제2의 종편’이 만들어질 가능성까지도 제기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IPTV가 별도의 법에 따라 규제받는 만큼, 민주당의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한다. 보도를 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선행되어야 가능한 사항이기 때문에 미래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원안대로 방통위 업무가 미래부로 상당 부분 이관될 경우 방송의 독립성·공공성 문제뿐만 아니라, 종편 4사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중앙일보) 2월27일자 사설은 이들의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공성이 강한 방송은 독임제(하나의 행정관청에 그 권한을 일임하는 조직제도) 부처인 미래부보다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장관 한 사람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때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중략) PP와 SO를 집중 규제 대상에서 뺄 경우 대기업 PP·SO에 특혜가 돌아갈 게 뻔하다.” 

현재 종편 4사가 가장 경계하는 CJ 매체들은 원안대로라면 미래부 소관으로 이관된다. CJ는 방송프로그램공급자인 ‘CJ E&M’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 헬로비전’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동안 방통위 아래에서 매출액과 가입자 규제에 묶여 있었던 CJ는 콘텐츠 투자 확대를 명분으로 여러 차례 규제 완화를 시도해왔지만, 여론에 밀려 좌절해야 했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정치적 해결’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방통위에 비해, 독임제 부처인 미래부 아래서는 상대적으로 여론의 눈치를 볼 여지가 줄어든다. 미디어 산업 진흥을 이유로 기존 규제가 일정 부분 풀릴 경우, 종편의 광고 수주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2014년 재승인 여부를 판정받아야 하는 종편 4사로서는 ‘목숨’을 담보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방송에 대한 근본 인식에서부터 지상파와 종편, IPTV 업계 이익까지 충돌하면서, 논의는 2008년 미디어법 논쟁의 ‘2탄’ 격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 주목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어느 정도 우려를 보인다. 특히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옛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인 김용수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을 주목한다. 김 비서관은 방통위 방송진흥기획관으로 인수위에 파견됐다가, 바로 청와대로 직행했다. 김 비서관의 인사에 대해 ‘공공성을 우선하는 방송의 가치가 시장 논리가 우선하는 통신 산업에 묻히는 것 아니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한 원내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데, 우리끼리는 통신 마피아들이 장난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SO나 PP 진흥시킨다고 (대외적으로 주장하는 대로) 일자리 창출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여당은 아무 말 못한다. 어쩌겠나. 문제가 있어도 책임지는 게 우리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마지노선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5일이다. 이날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정 마비는 불 보듯 뻔하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월1일 브리핑에서 “우리의 마지막 양보안은 제시되었다. 대통령이 수용하는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DCS, 또 하나의 유선방송 아닌가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0아ㅣㄹ자 기사 'DCS, 또 하나의 유선방송 아닌가'를 퍼왔습니다.
[기고]KT의 유료방송시장 독과점 따져봐야

▲ 박승권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KT스카이라이프의 DCS(인터넷망 이용 위성방송)를 두고 방송계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DCS에 대해 방송 허가제도의 의의 등을 따져봤을 때 위법하다며 시정을 권고했지만, 동시에 제도개선연구반을 구성, DCS를 신규서비스로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DCS를 빨리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서 가장 앞세우는 논리는 바로 시청자 편익이다. DCS가 위성방송 음영지역 시청자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기술이니 방통위가 고시개정 등을 통해 빨리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DCS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정한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방통위는 위법 판정의 근거로 방송 허가제도의 의미에서 벗어나는 서비스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케이블, 위성, IPTV 각각 전송수단을 기준으로 매체를 출범시켰던 허가 취지와 다르게 DCS는 위성방송을 가입자에게 전달함에 있어 중심 구간(KT국사에서 가입자 가정에 이르는)을 IPTV와 동일한 방식으로 전송한다.
어떤 전문가가 봐도 기존의 법적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일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용자에게 기존 매체와 비교했을 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 지난 8월 29일자 조선일보 13면에 실린 KT스카이라이프의 '주장 광고'

아쉽게도 DCS는 기존 위성방송 콘텐츠를 IPTV 전송기술로 제공하는 것일 뿐 기술혁신이라고 보기 어렵고 시청자에게 그 이상의 것을 제시하지 못한다. DCS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반드시 IPTV나 케이블방송 서비스가 함께 존재한다. 그러므로 시청자 입장에서 위성접시가 싫다면 서비스가 크게 다르지 않은 동일 계열회사의 IPTV나 케이블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반드시 위성방송을 통해야만 다채널방송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청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DCS가 조속히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KT측에서는 고시개정 등의 간단한 절차로 DCS 도입을 허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한데, 방통위의 표현대로 방송 허가 취지를 벗어난 서비스라면 하위법이 아닌 방송법 등 매체 허가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상위 근거법 개정을 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임도 감안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DCS를 허용했을 때 위성방송서비스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유지가능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KT계열은 위성방송과 IPTV 두 개의 유료방송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망 고도화를 통한 서비스 All IP화를 추진하고 있는 KT 입장에서 DCS는 위성방송을 IP망으로 수렴시키기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도나 산간지역을 제외하고 위성방송이 존재할 이유가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유료방송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시장은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료방송 시장도 대체로 1/3 규정을 둔다. 현행법상 케이블은 전체 케이블가입자의 1/3, IPTV는 전체 유료방송 1/3 초과가 금지된 조항이 그것이다. 경쟁자들은 KT계열이 DCS를 통해 제공하고자 하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및 IPTV 결합서비스)가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제한을 회피하려는 수단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된 KT의 IPTV 가입가구 수는 378만,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를 합치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1/4 이상인 580만 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유료방송 시장의 맹주로 여겨졌던 케이블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가구 수를 보유한 MSO가 350만 가구 수준인 것을 보면, KT계열의 방송 시장 장악은 이미 과한 수준이 아닌가.


DCS는 매체 경계를 넘나들어도 되는가 하는 의제를 던졌다. 형평성을 따져봤을 때 DCS가 허용된다면, 지상파사업자가 유선망이나 위성을 이용하거나 케이블사업자가 무선망을 자유롭게 이용하고자 한다면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 그야말로 현행 방송법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CS의 경우, 위성망은 전국 전화국에 방송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백본망(Back Bone Network)으로 쓰이고 가정집을 연결하는 가입자망으로 IPTV의 유선망을 쓰겠다는 의지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또 하나의 유선방송사업자이지 위성방송사업자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케이블방송사업자는 도시 간 방송 프로그램 보급 백본망으로 통신망이나 위성을 사용하고 있고 가입자망으로 케이블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두 사업자는 본질적으로 같아져 버린다. 이미 IPTV사업자가 일종의 유선방송 사업자이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에 일격을 가하였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또 하나의 유선방송 사업자를 허용한다면 매체 균형의 파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DCS 논란을 풀어가는 것은 다소 더디더라도 기존매체와의 균형, 다양한 기술방식과 다가오는 신규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새로운 법체계를 마련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박승권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  webmaster@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