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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8일 화요일

원전 4곳 정비기간 70일서 28일로 줄어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7일자 기사 '원전 4곳 정비기간 70일서 28일로 줄어'를 퍼왔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발전소의 정비 기간을 점차 줄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수원의 계획예방정비 현황을 보면 고리, 영광, 월성, 울진 등 4곳의 원전 설비를 처음 정비할 때는 평균 70.5일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계획예방정비는 평균 37.0일 걸렸다. 정비에 걸리는 시간이 처음보다 평균 47.5% 줄어든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1호기는 1978년 10월24일 시작한 첫 계획예방정비를 70일 만에 마쳤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올해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29일까지 줄었다.

영광 1호기는 첫 정비에 70일이 걸렸지만 올해 2월에 실시한 정비는 기간이 28일로 단축됐다.

한수원은 계획예방정비 기간이 줄어든 이유로 기술 변화, 전력 수요 확대에 따른 가동 기간 확대 등을 꼽았다. 또 빨리 정비를 마치고 설비를 오래 가동하는 원자력 사업소가 경영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성과주의도 정비 기간과 주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기간이 줄었다고 정비를 소홀히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비할 수 있도록 노형별 표준 공기를 산정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고리1호기 멈춰”, “핵발전소 안돼” 범종교인 한데 뭉쳤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20일자 기사 '“고리1호기 멈춰”, “핵발전소 안돼” 범종교인 한데 뭉쳤다'를 퍼왔습니다.
고리-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순례’ 떠난 5개 종단 종교인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강혜윤 원불교 환경연대 대표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생명평화발원제를 지내고 있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승묵스님 등 불교계.

“주님, 자신들이 선택한 길이 파멸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원하시는 생명의 길인 탈핵의 길로 이 사회가 접어들게 하소서..”  “불기2556년 8월 20일 핵원전이 없는 청정 자연환경을 살리기 위해이곳에 모인 범종교 생명평화순례 사부대중이 우러러 고하나이다...”    종교의 차이를 넘어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 등 5개 종단 종교인들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와 핵없는 세상’을 위해 한데 뭉쳤다.   정부가 올 여름 전력수급을 이유로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 재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범종교인들이 고리, 월성, 삼척 등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원전벨트로 반핵·탈핵순례에 나선 것이다.  5개종단 범 종교인들이 고리-월성-삼척으로 순례떠나는 이유?  20일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본부 앞.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종교인 80여 명이 이 곳으로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종교환경회의 주최로 ‘핵없는 세상을 위한 범종교 생명평화 순례’ 출발 기도회가 열린 것. 이날 기도회에서는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종교환경회의에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원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천도교 환울연대,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등 5개 종단 7개 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진행을 맡은 양기석 신부(천주교 창조보전연대 대표)가 행사 시작을 알리자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핵발전소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노란 옷을 입은 순례단이 정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양 신부는 “작년 일본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조차도 얼렁뚱땅 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그래서 5개 종단이 오늘부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펼치길 기도하면서 순례에 나섰다”고 의의를 밝혔다.  그는 “낡아서만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 핵발전소가 얼마나 안전하지 못한지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상황을 심각성을 알렸다.  김용휘 천도교 한울연대 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른 선진국은 핵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런데도 한국은 노후원전을 수명연장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원전까지 짓겠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평화와 자비실천적 입장에서 이를 결코 지켜볼 수 없다”고 참가 이유를 전했다.  원불교환경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강혜윤 교무도 마이크를 잡았다. 강 교무는 “사고가 나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만큼 우리는 핵발전소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후대에게 이 위험한 핵발전소를 계속 물려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4대강 현장과 구제역 현장을 돈 데 이어 올해는 핵발전소 앞에서 두 번째 순례를 떠난다”며 “고리원전부터 신규부지인 삼척까지 행진하면서 신규원전을 막아내고 기존 원전 폐쇄를 바라는 종교인의 염원을 전하겠다”라고 각오를 말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각 종교적 차이를 넘어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 등 범 종교인들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와 핵없는 세상’을 위해 한데 뭉쳤다.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20일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출발 기도회를 열고 있는 참가자들.

“노후원전 수명연장, 생명평화와 자비실천적 입장에서 지켜볼 수 없어”  단체별 발언이 끝나자 각 종단별 기도행사가 20분간 이어졌다. 생명평화 발원문을 준비한 불교를 시작으로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개신교 순으로 엄숙한 기도가 진행됐다.   불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부처님과 함께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합장했고, 기독교는 “녹색교회가 생명살림의 터전”이라며 노래했다. 원불교와 천도교는 ‘탈핵’을 향해 각각 4배와 청수봉전의식을 치렀다. 천주교는 ‘핵을 지향하는 죽음의 문화’에 대해 참회하고 ‘탈핵’을 기도했다.   이를 지켜보며 순례단 참가자들은 종교적 차이를 넘어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기도에 함께했다.  이에 부산종교인평화연대 대표 방영식 목사는 “서로 종교가 다르고 걸친 옷이 달라도 우리는 생명을 지키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며 격려했다. 방 목사는 “고리1호기 폐쇄에 1조 원이 든다는데 4대강에 투입된 예산의 일부만 써도 가능한 일”이라며 “많은 대권 후보들이 노후원전 폐쇄를 말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만 잘 뽑아도 고리1호기 폐쇄는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를 대표해 이흥만 반핵부산시민대책위 대표는 “여기서 10km 떨어진 기장에 살고 있는데 경주 월성원전이 멈췄다는 소식에 또다시 충격을 먹었다”며 “고리1호기는 탈핵으로 가는 성지다. 오늘 이곳에서 시작된 5대 종단의 기도가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도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두 시간 여 기도회를 마친 종교환경회의 소속 종교인 80여 명은 이날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3박 4일간 순례에 돌입했다. 이들은 고리원전과 경주 월성원전, 영덕·삼척 원전 예정지 등을 도보로 찾아 ‘핵없는 세상’을 위해 순례를 펼친다.   종교인들은 “국민의 안전이 짓밟히고 있는” 한국의 핵발전소 현장을 돌며 “소통하고, 갈등을 치유하고 생명평화를 시대적 가치로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순례에 동참한 한 종교인은 “전력예비율이 떨어지자 보란 듯이 많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리1호기를 재가동시켰다”며 “핵에너지 중독은 바로 우리 인간의 위기다. 이번 행사는 생명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순례”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원불교 참가자들이 기도문을 올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원불교 참가자들이 기도문을 올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천도교 참가자들이 청수봉전의식을 치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개신교 참가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함께가자이길을'을 부르고 있는 순례참가자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에서 '함께가자이길을'을 부르고 있는 순례참가자들.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를 마치고 행진에 들어간 순례단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2시 30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 출발기도회를 마치고 행진에 들어간 순례단의 모습.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20일 종교환경회의 소속 5대 종단 7개 단체 종교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고리-경주-울진-영덕-삼척 등 동해안 원전벨트로 '생명평화 순례'에 들어갔다. 잦은 사고와 정전비리, 수명연장 등으로 폐쇄여론에 직면해있는 고리원자력 1호기의 모습.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2012년 7월 11일 수요일

사고 난 고리1호기 공개한 한수원... 대책위 "아직 못 믿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10일자 기사 '사고 난 고리1호기 공개한 한수원... 대책위 "아직 못 믿어"'를 퍼왔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 직접 들어가보니... 재가동 승인에 반발 여론 높아

 
▲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제1발전소.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2월 9일 비상상황에서 비상발전기가 구동되지 않고 그마저도 은폐한 것이 드러나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 정민규

정전사고 은폐로 가동을 중지했던 부산 기장군 소재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안전위)는 지난 3월 12일 고리1호기 운영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그로부터 4개월 가까이 흐른 4일 재가동이 승인됐지만 반발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지난 2월 9일 고리원자력발전소1호기에 위치한 비상발전기는 비상상황에서 12분 동안이나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 이 사고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당시 발전소장과 실장 등은 이 사건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조직적 은폐가 이루어진 셈이다. 자칫 묻힐 뻔 했던 일은 우연한 기회로 세상으로 흘러나왔다. 고리원전에서 일하던 노무자들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한 시의원이 우연히 듣게되면서 부터였다. 부산시의회 김수근 의원은 본격적으로 이 사안을 파고들었다. 마침내 34년차 노후원전인 고리1호기의 부실 운영이 세상에 드러났다. 시민단체와 기자들에게 공개된 고리1호기 지역주민 공개에 하루 앞서 9일 기자들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대책위 50명이 참석한 한수원의 고리원전1호기 공개 행사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였다. 고리원자력발전소로 들어가는 절차는 까다로웠다. 사전에 방문 목적을 알리고 도착해서 신분증을 임시출입증으로 교환하는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발전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발전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절차를 한번 더 거쳐야 했다. 마치 공항에서 출국 수속이라도 밟듯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짐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노트북과 카메라는 반입을 하지 못하거나 보안스티커를 붙어야했지만 언론 공개 행사를 위한 자리라 이같은 절차는 생략이 됐다. 번거롭다면 번거롭다고도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발전소 출입이 허가됐다. 출구를 나서자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대한 고리원전의 발전동이 시야를 채웠다.  한경수 제1발전소장은 전문가들과 취재진을 비상디젤발전기로 안내했다. 참석자들이 살펴본 것은 지난번 사고를 일으킨 비상발전기 옆에 위치한 제2 비상 발전기였다. 한 소장은 "지난번과 같은 사고는 다시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9일 고리원전을 찾은 부산시 원자력대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한경수 고리원전 제1발전소장이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민규

즉석에서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해보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굳이 작동을 해볼 필요가 없다며 참석자들의 요구를 거절하던 한 소장은 비상 발전기 가동을 지시했다. 기술진이 5분여동안 발전기를 점검한 뒤 발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소음이 발생했다. 사전에 나눠준 귀마개를 착용했지만 몸으로 진동이 느껴졌다. 이 발전기 하나만으로 시간당 2730 kWh의 전력이 생산가능하다. 가정집이 한 달에 300kWh의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웬만한 마을 하나에 이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한수원 "쓰나미가 와도 전력 수급 가능"

이어 참석자들이 안내되 곳은 방파제였다. 대형 쓰나미에 맞서 기존의 7.5m에 불과하던 방파제를 10m로 쌓아올리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 소장은 고리원전을 내려다보는 야트막한 산을 가리키며 "일본의 경우 철탑이 평지에 있어 쓰나미에 쓸려갔지만 내년 3월이 되면 (고리원전의) 변전소를 산으로 올려 쓰나미가 와도 전력 수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소장 뿐 아니라 다른 원전 관계자들도 "지난번 사고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말 속에는 고리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문제였던 사고였다"며 여전히 원전 안전에 의문을 나타냈다.

원전, 중요 부품 재사용... 재사용 이유는 모른다?
9일 현장 방문에 앞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는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안전위과 한수원 측 관계자는 고리원전의 안정성을 거듭 자신했다. 반면 부산시 원자력대책위원회(대책위) 측은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맞섰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비상 디젤발전기에 솔레노이드 밸브가 재사용된 것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고리원전의 부실한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솔레노이드 밸브는 비상 디젤발전기를 가동시키기 위해 공기를 공급하는 밸브다. 이 밸브는 안전위 측의 자료만으로도 올 들어 3차례 정상 가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번 쓰였던 솔레노이드 밸브가 재사용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데 있었다. 안전기술원 박현신 박사는 "(사용되던 솔레노이드 밸브가) 들어간 것은 확인이 되나 그 이유는 모른다"고 밝혔다. 즉 한차례 사용을 한 솔레노이드 밸브를 재사용하면서 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이다. 결국 이런 허술한 절차로 사용된 솔레노이드 밸브가 비상발전기의 구동을 막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대책위 "기계고장만 안 나면 괜찮다는 거냐"

이어 대책위 측은 주먹구구식 원전 운영을 질타했고 안전위와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오재호 부경대학교 교수는 "이미 사회적 불안과 공포는 발생된 것인데 기계고장만 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거냐"고 따져물었다. 이수용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도 "은폐사고를 줄일수 있도록 한수원 직원들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해동 안전기술원 단장은 "모든 안전변수들을 파악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며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석한 주민대표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주민대표는 "제품 결함이 있어도 몇 년전부터 소리가 나거나 이상이 있는데 그런 것을 발견못하고 짜맞추기식으로 하면 (주민들이) 이해를 하겠느냐"며 "짜맞추기를 하지 말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반면 다른 주민은 "반핵 단체가 떠들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된다"며 "반핵단체들은 주민들을 선동해서 지역경제를 파탄내는 행동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주민들 사이의 입장차는 10일로 예정된 주민 설명회와 향후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민규 (hello21)

2012년 3월 14일 수요일

[사설] 아찔한 원전고장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3일자 사설 '[사설] 아찔한 원전고장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를 퍼왔습니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지난달 일어났다고 한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원자로는 정비를 위해 정지된 상태였으나 사용후 연료 저장조와 원자로에 냉각수가 채워져 잔열 제거를 위한 설비는 작동중이었다. 원자로 온도는 수천도에 이르기 때문에 잔열 제거 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흐르면 노심이 녹는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하니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고리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 발생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고리 1호기는 지난달 4일부터 한달간 핵연료를 교체하고 주요 설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발전소 쪽은 정비가 끝난 지난 4일 재가동에 들어갔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뒤늦게 보고를 받고 안전점검을 위해 다시 원전 운전을 정지시킨 것이다. 원전 운전을 정지시켜야 할 정도의 중대 사고를 더구나 안전점검 기간에 그런 식으로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수원 쪽은 12분 만에 사고가 복구돼 15분 안에 조처가 이뤄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은폐 의도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야 할 일이다.
원자력안전위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보호계전기 시험을 진행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됐다. 보호계전기는 발전기 등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해 차단기를 동작시키는 장치다. 특히 그런 경우를 대비해 마련돼 있는 비상디젤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았다고 하니 냉각펌프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큰 사고가 난 후쿠시마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30년의 수명이 다했지만 2017년 6월까지 가동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연간 평균 사고 발생 횟수가 3.7건에 이를 정도로 고장이 잦고 용기가 오랜 기간 중성자에 노출돼 원자로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자동정지 설비를 하고 해안방벽을 보강하는 등 안전성을 높였다고 하나 머리맡에 원전을 둔 부산·울산 시민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반경 30㎞ 안에 무려 322만명이 살고 있다. 수명이 다한 원전은 하루빨리 폐쇄하는 게 맞다.

2012년 3월 8일 목요일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8일자 기사 '"정부는 속이고 언론도 원전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를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공포와 체념, 원전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모순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전 세계에 원자력발전소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인구가 900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원전 반경 30㎞는 사고시 부근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 필수 범위다. 후쿠시마 사태 때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내 거주주민을 전부 대피시켰다. 


한국에서는 571만 명이 이 통계에 포함된다. 이 중 가장 많은 341만 명이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산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비롯해 해운대구, 금정구 등 상당수 부산지역과 울주군을 비롯한 울산광역시 대부분 지역, 양산시 등이 범위다. 지난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는 이미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났으나 10년의 수명을 더 연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10년 더, 원자로 부근에서의 삶을 이어가게 됐다.

후쿠시마 사태 1년을 맞은 지금, 은 원전 인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듣기 위해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광역시 기장군을 찾았다. 공포만 있는 것도, 찬양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불만과 슬픔, 시샘과 절망으로 크게 나뉠 온갖 번민이 주민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는, 전력생산을 고민하지 않고 소비에만 몰두하는 서울시 주민으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였다(서울은 소비전력의 3%만 자체생산한다. 나머지는 전부 다른 지역에서 끌어온다). 더군다나, 이곳은 바로 원전 부근 아닌가.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체르노빌·후쿠시마, 그리고 MB의 '악연'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해수면에 맞닿은 곳에 설치된다. ⓒ프레시안(이대희)

"이래 다 말하몬 우리한테 좋은 기가? 저 발전소 열불나는 거야 말할 것도 없는데, 기사가 나가몬 우리한테 좋아야 되지, 잘모해가 동네 망하몬 우짜노? 그라이까 동네 이름은 쓰몬 안 된데이."

지난 6일 찾은 고리원전 부근 지역의 주민들은 한사코 '동네 이름이 나가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협조적으로 응했지만, 결단코 자신의 이름이나 지명이 보도되선 안 된다고 했다. 이장도, 택시기사도, 슈퍼마켓 주인도, 남편을 잃은 과부도 마찬가지였다.

원자력발전소가 두려워서는 아니다. 이들은 고리가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 부지로 확정된 지난 1969년 이후 40여년 간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 이제 와서 발전소를 두려워할 이유도, 발전소를 갑자기 찬양하게 될 이유도 없다.

발전소가 바꾼 것

이들은 현실이 가져오는 생존의 위기를 두려워했다.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은 그간 자신들만 안고 살아왔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온 국민이 국내에도 원자력에 의한 '위험'이 있다는 걸 갑자기 자각하게 됐다. 원전 부근 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될까. 원전 부근으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다. 원전 부근에는 해수욕장이 있고, 당연히 관광객에 의존하는 횟집과 민박집이 늘어서 있다. 산지 생산물을 거부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반농반어촌이다. 버섯을 재배하고, 미역을 걷고, 생선을 잡는다. 싼 집을 찾아오는 세입자 수요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이는 집값하락으로 이어진다. 주민들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부근 마을의 김춘호(52, 가명) 이장은 말했다.

"여가 원전 부근이라고 방세가 쌉니더. 바로 옆에 마을이나 우리 마을이나 원전 부근이긴 마찬가진데, 거기 방세가 25만 원이면 우리 동네는 15만 원이라. 그래가 돈 없는 일용직노동자, 백수 이런 아들이 여기 들어온다고. 그나마 그런 돈이라도 있으니 먹고 살지, 아이몬 우리가 머해 먹고 삽니까? 무신 국가시설이라고 물고기도 못 잡게 해, 산에도 못 오르게 해, 땅은 저거들이 다 사놔. 그런데 동네 이름 (기사에) 나가봐라. 큰일 난다."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바닷가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대도시에선 떨어져 있다. '못 사는 게 당연하지'란 생각은 잘못됐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 기반시설이다. 제조업 생산에 기반이 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젖줄이다. 포항이 포스코로 인해 부를 얻고, 울산이 수출산업으로 인해 노동자를 고용하고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더 마땅하다. 원전을 통해 지역주민의 소득이 그에 합당하게 오르는 건, 국가를 위해 삶의 터전까지 빼앗긴 이들이 어쩌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전'이라서 그게 안 된다. 원자력발전소는 일반 제조업체에 비해 고용효과가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고급인력 의존도가 높다. 지역 내 고용이 원활히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위험시설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원자력발전소 반경 700미터(m)이내에는 거주가 금지돼 있다. 관련 산업이 발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원자력발전소 반경 5㎞를 발전소 주변지역으로 설정, 이곳 주민들에게 일부를 지원금으로 나눠준다. 이 지원금은 지역주민 소득증대사업, 공공시설사업, 교육사업, 각종 복지사업 등에 쓰인다. 시민들이 납부하는 전기세에서 나가는 전력기반부담금으로 이 자금을 충원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한 마을 회관이 원전지원금으로 지어졌다. 당연히 지자체 일반회계에서 충당해야 할 시설자금을 엉뚱하게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전지원금으로 부담한 셈이다. 지자체로서는 할 일을 방기한 셈. 지원금을 지자체가 관리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지역주민들은 주장했다. 마을주민 박중호(49, 가명) 씨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은 곳에 발전소가 들어온 것도 모자라, 발전소는 주민 땅을 수용해서 삶의 터전을 뺏고 있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원전지원금이 제대로 주민 삶에 기여한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장군의 한 마을회관. 원전지원금으로 회관을 지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원금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바람에 실제 주민들의 이익에 어떻게 직결되는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지역은 생산기반을 통째로 잃게 됐다. 대체부지 수용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주민들이 농사지을 땅은 사라졌다. 접근금지구역에는 어획구역도 포함됐다. 실제 바다에는 부표로 접근 금지 구역이 표시돼 있다. 그곳은 인근 바다에서도 양질의 해삼과 멍게 등이 가장 많이 채취되던 곳이라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지역 내 취업은 어렵다. 외부에서 들어와 직원용 사택에 지내는 원전 직원을 제외하면, 극히 소수의 원주민이 일용직노동자로 원전에 취직한다.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지원금 외에도 전기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고리원자력발전소에 따르면, 발전소는 원전 주변지역 5㎞ 이내 지역 주민들의 전기세를 적게는 50%, 많게는 전액 지원한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영호(39, 가명) 씨는 "감면혜택이 있으니 여름에 에어컨 마음껏 쓴다. 나쁠 것 없다"며 원전이 지역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 위험이 걱정되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뭐, 복불복이지"하며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눙쳤다.

투쟁해도 소용없다

고리원전 주민 대부분은 원전이 들어올 당시부터 강하게 반대했다. 김 이장은 "당시 마을 어르신들이 이만저만 반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대가 시대다 보니, 죄다 두들겨 맞고 끌려가서 '빨간 줄'만 그였다. 그 뒤로 마을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김 이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군부는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통해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이 배출하는 뜨거운 물을 따라 고래 떼, 상어 떼가 몰려든다고 담당 공무원이 마을 어르신들께 홍보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원전 건설이 확정되면서, 대상 부지 마을 사람들은 죄다 다른 마을로 강제 이주됐다. 이주민들은 다른 마을에서 타지인이라는 설움을 겪었다. 지금도 한 이주민 마을은 동네 제사(동제)를 지낼 때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마을에서 먹고 살 길이 없어지면서 젊은이들이 모두 다른 도시로 뿔뿔이 흩어진 것도 원전이 남긴 상처다.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졌다는 것도 마을 주민들이 원전을 혐오한 이유다. 국가기반시설지역인 까닭에 인근지역은 지난 2001년 말까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설정돼 있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재산권 행사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지역에 들어선 고층 다세대주택은 모두 임대수익을 노린 외지인 소유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지인과 극명히 차이가 나는 부의 크기는, 원전의 위험 여부를 떠나 주민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고리원전부근 마을 전경. 최근 인근 지역에 다세대주택 신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 가옥은 외지인 소유가 대부분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프레시안(이대희)
이 때문에 지난 40여년 가까이 주민들은 꾸준히 원전 반대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들이 최근 들어 반핵시위와 관련 환경단체에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서토덕 부산환경연합 부설 환경과 자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리원전 인근주민은 워낙 오랜 시간 투쟁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못 얻어, 이제는 지친 상태"라며 "어찌됐든 원전지원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생겨나고, 관련 일자리를 얻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낼 힘을 잃었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간이 지나면서 원전 이해관계자들은 지역 내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와 연제구, 북구의회는 고리1호기 폐쇄와 핵단지화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정작 원전을 끼고 있는 기장군의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건설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커져가는 '막을 수 없다'는 체념 논리는 신고리 원전을 자발적으로 유치한 울산시 울주군의 상황을 낳기도 했다. 서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기장군의 반대운동을 겪으면서 원전을 자발적으로 유치하는 지역에는 인센티브 300억 원을 추가로 내놓겠다는 미끼를 던졌다"며 "울주군은 '어차피 못 막는 것, 돈이나 더 받자'는 분위기가 컸다. 이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원전을 혐오함에도 이를 숙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체념의 정서가, 지역민들의 민심 밑바닥에 깔린 셈이다. 모순적이지만, 현실이다.

그래도 커져가는 불안함

그러나 모두가 체념으로 가득 차, 우리나라 모든 혐오시설을 '밀어붙이기'로 건설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르는 건 아니다. 특히 지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지역의 불안함이 커졌다.

서 책임연구원은 "최근 지역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고리원전 부근 지역의 원전 반대여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과거 원전지역민과 환경단체 만의 의제였던 원전의 위험성을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민들이 '내 문제'로 체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5월 환경과 자치연구소가 부산시 16개 구·군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6%가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9.5%는 "원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답했고, 고리원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3.7%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울산시민의 불안함은 더 크다. 울산광역시는 고리, 신고리원전과 월성원전에 둘러싸인 '원자력 도시'다. 지난해 4월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울산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가 도시를 둘러싼 원전에 대해 불안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후쿠시마 사태 1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후쿠시마 사태 1주기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데 대해 반대의견을 보였다. 또 절반이 넘는 53.5%는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고리원전 부근 주민들은 건강에 대한 공포를 내면화한 듯 보였다. 김 이장을 비롯한 부근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마을 주민 사망원인의 80~90%는 암"이라고 강조했다. 15년 전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박길자(72, 가명) 씨는 "남편이 발전소에서 막노동을 수년 했는데, 그거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 생각은 한다"며 "아들도 발전소에 근무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남편이 위암으로 사망한 김인애(70, 가명) 씨도 같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어부였던 그의 남편은 어획을 위해 원전 반경 700m 이내에 진입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남편이 한 끼라도 생선, 해삼을 안 먹는 날이 없을 정도로 해물을 좋아했는데, 그 때문에 죽은 것 아닌가 싶다"며 "남편이 사망한 뒤로 생선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핵 방사능 공포는, 원전 부근 주민들에겐 일상이다. ⓒ프레시안(이대희)
김 이장은 "지역 중학교와 일본의 중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어, 일본인 학부모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가 있는데, 부근에 원전이 있다고 하니 생선회에는 손도 안 대더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꼬리가 뒤틀린 생선이 나와도 '원전과 관계가 없다'고 하니 우리로선 더 할 말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원전의 방사능위험이 인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록은 없고, 실제 이 지역 주민들의 사망과 원전에 대한 상관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관계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난해 후쿠시마 사태 직후 실시한 원자력 관계자들의 좌담회에서 이명철 한국동위원소협회 회장은 "국내 방사능 수치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논할 가치도 없다"며 국내의 방사능 공포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국내 다수 방사능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런 식이다.

주민들이 이처럼 공포에 떠는 진정한 원인은 그러나, 바로 불신이다. 초기부터 주민들을 속이며 진행된 원전개발, 그 후 지속된 피해와 투쟁의 실패, 타지역민들의 무관심으로 그들은 정부와 원전, 언론 등의 기관을 믿지 못했다.

김 이장은 "정부는 우리 속이기만 했고, 기자도 와서 취재하고는 막상 발전소 칭찬하는 기사만 쓰더라"며 "국민의료공단에서 우리 주민을 정기검진한다고 해도 받으러 가는 주민이 없다. '가 봤자 뻔하다'는 반응들이다. 아무도 정부 말은 안 믿는다"고 말했다.

불신과 불안함, 고통과 체념, 갖가지 번뇌가 발전소를 태우고 있었다. 이런 갈등이 '전력생산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전국의 원전부근 각지에서 조명 받지 못하고 태워 없어진다.



/이대희 기자(=부산)

2012년 2월 16일 목요일

'제사보다 젯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꼼수를 멈춰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16일자 기사 ''제사보다 젯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꼼수를 멈춰라'를 퍼왔습니다.
[한반도 브리핑] 핵안보는 뒷전, 진짜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시급한 사안인가?


오는 3월 2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55개 국가 정상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4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이다. 그러나 규모가 그런데도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서울에서 개최된 역대 다자간 정상회의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가장 낮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핵안보'(nuclear security)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핵안보는 우리에게 절박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핵안보'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테러집단 등에게 탈취되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을 수행해온 미국으로서는 핵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이 테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대테러전쟁 자체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발발을 불러왔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입각한 대테러전쟁이 오히려 안보의 위협을 증대시켜서 미국에게 '핵테러'라는 새로운 근심거리를 안겨주었다. 테러와 전쟁을 수행하니 오히려 더 강력한 핵테러 위협이 발생하는 일종의 '대테러전쟁 딜레마'에 미국이 빠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집권한 오바마 정부는 예산부족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겪어왔다. 따라서 대테러전쟁을 중단하고, 대테러 전쟁이 파생시킨 핵테러의 위협을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대처하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핵안보정상회의이다.


▲ 작년 12월 열린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행사지원요원 발대식 및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JYJ, 아역 왕석현, 진지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 다른 일방주의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제시하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개 축(핵군축, 핵비확산, 핵안보)의 하나로 '핵안보'를 제기했다. 그리고 핵안보를 위해 '4년 내 세계 모든 취약 핵물질의 안보 확보를 위한 새로운 국제적 노력' 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10년에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를 개최할 것은 제안했다. 2010년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다.

'핵안보'나 '핵안보정상회의'가 우리에게 낯선 것은 우리에게는 절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핵군축'이나 '핵비확산'은 핵무기를 없애거나 대외적으로 수출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한반도의 비핵화는 20년 가까이 우리의 안보 문제의 핫이슈였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은 3년이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자회담이나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에 핵을 폐기하면 도와주겠다는 공염불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무늬만 화려한 소문난 잔치에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적 관심사는?

작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의 사고와 관련된 '핵안전' 문제는 지구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어왔다. 핵안전이나 핵안보 모두 파멸적인 위협을 막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안전은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 5개월 후에 미국 동부를 뒤흔드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동부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대였기 때문에 동부 지역 4개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규모 6.2에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미국 동부에서 최초로 5.8의 지진이 발생해서 제2의 후쿠시마는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중국은 2011년 현재 14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2030년까지는 7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원전 사고가 난다면 편서풍 때문에 '핵안전'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현안이 되는 것이다. 또 고리, 월성의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의 잦은 사고가 '잦은 방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달리 말해, '핵안보'는 '핵안전'에 앞서는 시급한 현안이 아닌 것이다.

후쿠시마 이후 핵에너지가 더 이상 저탄소 에너지로서 각광받을 수 없는 위험한 것이라는 우려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야당들도 핵안보가 아니가 원전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 주장에 대한 해결책 모색, 이것이 바로 국민적인 관심사이다. 원자력 발전의 유용성에 대한 검토, 원자력 발전의 안전 사고에 대한 대책 등이 핵안보에 우선하는 한국의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하는 당연한 이유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데 정부는 원전 폐기는 핵안보정상회의의 범위 밖의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대답이 핵안보정상회의가 얼마나 우리의 시급한 문제와 동떨어진 회의인지를 말해주는 간명한 설명이다.

오바마의 꿈, MB의 꿈

2010년 4월 12~13일 워싱턴에서 47개국 정상과 유엔, 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이 다음 회의 개최국가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핵안보정상회의를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한미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회의를 기회로 삼아 북한 핵에 대해서 실효성 없이 공허하기만 한 국제적인 압력 외교를 구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테러집단처럼 국가가 아닌 행위자에 의한 핵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핵안보'이다. 따라서 이에 집중하기 위해 당초 북핵 문제를 의제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국가라는 행위자에 의한 핵확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 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를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가 아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따른 문제로 파악했던 것이다.

또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핵물질은 핵안보를 우려하는 나라들보다 훨씬 잘 방호되어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체제 안전보장 차원에서 시도되는 것이므로 북한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에게 유출될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워싱턴 핵안보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지 않은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에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보낸 후 받을 것은?

그러나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북한 핵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격을 볼 때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북한에 핵폐기에 대한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공공연하게 '55개국 정상들에게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킨다', '북한 핵폐기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 전달'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핵안보'가 우리에게 절박한 현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안보의 초점을 흐리지 않기 위해서 북핵 문제 거론 자체를 피했다. 그만큼 핵안보는 미국에게는 절박한 이슈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받아들였다. 미국처럼 핵안보에 대해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핵안보'에 포함되지 도 않는 북핵 문제를 거론하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의도가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북핵 폐기에 도움을 주는 실효성 있는 행위라기보다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오히려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시키는 구실과 시간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정권변환기에 있는 북한은 한국 정부가 보내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에 그에 못지않는 '강력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핵안보 정상회의의 노림수는 원자력 르네상스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의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이 회의를 후쿠시마의 재앙에 대한 망각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키고 원자력 르네상스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원자력 산업계 회의, 학계 회담 등에 대한 일정을 잡혀 있는 것이 증거이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원자력 산업계 회의는 원전업계 CEO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행사라며 원자력 르네상스 추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이미 핵안보정상회의의 목적 가운데 하나로 '원자력 및 원전산업에 대한 국내외적 신뢰 회복'이라고 설정한 바 있다. 그 신뢰 회복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산업적 이익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원자력 안전 문제에 관심이 많다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었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의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관료들이라는 원자력 삼각동맹의 거짓말이 빚어낸 참사이기도 하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원자력 산업계 회의와 학계회의가 잇달아 열리는 것은 원자력 삼각동맹의 도원결의나 다름없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드러 내놓고 하는 결의다.



/김창수 '통일맞이' 집행위원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05일자 사설 '[사설] 이러고도 원전 안전 보장할 수 있나'를 퍼와씁니다.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직원과 납품업체가 짜고 중고품을 새 제품인 것처럼 납품했다고 한다. 원자로에서 만든 증기를 조절해 터빈으로 보내는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두 종류다. 만전을 기해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게 원전의 안전인데, 납품 비리까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원전 산업계의 폐쇄성을 생각할 때 비슷한 유형의 비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해당 기기가 원자로와 떨어져 있어 안전에 이상이 없고 개인 비리라고 해명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한 한수원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만 더해준다. 이 기회에 납품과정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와 한수원의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얼마 전에도 있었다. 지난 9~10월 울진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1만6000여개 가운데 약 25%가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에선 설계상 계획수명이 30년인 증기발생기에서 12년여 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전열관의 재질이나 설계상 결함이 분명하다고 본다. 그러나 한수원은 손상된 전열관의 일부를 막아버리고 나머지만 관 내부를 보강한 뒤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대형사고의 위험을 자초하는 전형적인 땜질처방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리원전은 수명을 연장한 노후원전으로 고장이 잦아 불안감을 줘왔다. 올해에만 1호기가 차단기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지 두달여 만에 2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한수원 쪽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원전의 안전이 국민들의 우려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직원 비리로 빈말이 돼버렸다.
원전은 인공위성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도 많아 어느 한 군데라도 오차가 생기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만약 다음에 원전 사고가 난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면서도 안전과 관련해서는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한수원은 안전성과 관련한 평가보고서 공개 요구에 기밀이라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때도 비밀주의가 화를 더 키웠다. 국민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