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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4일 금요일

고리1호기 내부 곳곳 지뢰밭 배관 낡아 냉각수 유출 우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23일자 기사 '고리1호기 내부 곳곳 지뢰밭 배관 낡아 냉각수 유출 우려'를 퍼왔습니다.

‘안전 결함’ 뜯어보니
 ‘가압열충격 온도’ 현 기준치 훌쩍
피폭 영향권 거주 인구만 341만
“후쿠시마보다 위험상황 올수도"
민주 “1호기 안전재점검 촉구결의”

‘고리1호기 일병 구하기’로 의심받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위원장 강창순) 행정예고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 재점검 실시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1977년 완공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생명 연장’ 논란([한겨레] 8월22일치 1면)은 1세대 원전들이 줄줄이 설계 수명(30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눈길을 집중시키고 있다.

■ 턱밑까지 찬 취성화 천이온도와 가압열충격 온도
 원안위가 가압열충격 온도 기준을 현행 섭씨 149도에서 155.6도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원자로 내부 폭발 등 문제가 발생하면 강철로 만든 압력용기(강철로 만들어진 외벽)가 1차로 충격을 막는다. 강철은 고유한 성질로 ‘연성’을 가지고 있어,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충격을 완화해 준다. 그런데 원자로 내부 중성자의 움직임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강철이 유리와 같은 ‘취성’(깨지는 성질)을 띠게 된다. ‘취성화 천이온도’란 강철이 유리와 같은 성질(취성)으로 변하게 되는 온도를 뜻한다. 강철 압력용기가 비상 상황시 살포되는 냉각수 때문에 달궈진 유리벽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는 2005년 검사에서 가압열충격 기준이 152.1도로 측정됐다. 현행 기준을 넘어서는 수치다.

■ 복잡한 배관과 전기 설비, 안전한가
 원자로 안에는 두 가지 물길이 있다. 하나는 원자로 열을 흡수하는 물길(1차 계통)이다. 여기에 흐르는 물은 원자로 밖으로 나오지 않고 핵분열에 의한 열을 두번째 물길(2차 계통)에 전달한다. 2차 계통에 흐르는 물은 증기가 돼 터빈을 돌리고 1차 계통을 식혀준 뒤 온배수로 바다에 흘러나온다. 이때 높은 열전도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자로 안에는 대단히 많은 수로가 설치돼 있다. 1000㎿급 가압형 경수로의 경우, 1만6000개 정도의 세관(얇은 파이프)이 들어차 있을 정도다.문제는 고온·고압의 냉각수다. 원자로의 열을 받은 냉각수는 150기압, 320도의 상태로 원전 내부를 돌아다닌다. 지름 2.5㎝ 정도에 불과한 세관이 오랜 기간 고온·고압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실제 고리 1호기는 가동 17년 만인 1994년 수백건의 결함이 발견돼 증기발생기를 교체한 바 있다. 얇은 관이 오랜 시간 고온·고압을 견디다 보니 고장이 생긴 것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냉각재가 흐르고 있는 배관이 파열되면, 높은 압력 탓에 냉각재가 다량 유출될 수 있다”며 “고리 1호기는 노후 원전이어서 이런 위험성이 다른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 인구밀도 높은 부산에 위험 방치할 텐가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고리원전의 입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고리원전의 경우, 피폭의 직접 영향권인 30㎞ 안에 거주하는 인구만 341만명에 이른다.그린피스는 “세계에서 이런 인구밀도에 원전을 설치한 곳은 한국과 대만 정도뿐”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후쿠시마 사고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도시 인근에 있는 위험원을 방치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경주 등 경남권에 단층 지대가 발견돼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원전 하나에 1170㎞의 배관과 1700㎞의 전기선이 들어서 있는데, 이 정밀한 장치들이 지진 등 외부 충격에서 안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일종의 신화”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2012년 3월 14일 수요일

[사설] 아찔한 원전고장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3일자 사설 '[사설] 아찔한 원전고장 얼마나 더 겪어야 하나'를 퍼왔습니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지난달 일어났다고 한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원자로는 정비를 위해 정지된 상태였으나 사용후 연료 저장조와 원자로에 냉각수가 채워져 잔열 제거를 위한 설비는 작동중이었다. 원자로 온도는 수천도에 이르기 때문에 잔열 제거 설비가 작동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이 흐르면 노심이 녹는 중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하니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고리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 발생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임의로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고리 1호기는 지난달 4일부터 한달간 핵연료를 교체하고 주요 설비를 점검하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발전소 쪽은 정비가 끝난 지난 4일 재가동에 들어갔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뒤늦게 보고를 받고 안전점검을 위해 다시 원전 운전을 정지시킨 것이다. 원전 운전을 정지시켜야 할 정도의 중대 사고를 더구나 안전점검 기간에 그런 식으로 허술하게 처리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한수원 쪽은 12분 만에 사고가 복구돼 15분 안에 조처가 이뤄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은폐 의도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야 할 일이다.
원자력안전위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보호계전기 시험을 진행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됐다. 보호계전기는 발전기 등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전기를 보호하기 위해 차단기를 동작시키는 장치다. 특히 그런 경우를 대비해 마련돼 있는 비상디젤발전기마저 가동되지 않았다고 하니 냉각펌프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 큰 사고가 난 후쿠시마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30년의 수명이 다했지만 2017년 6월까지 가동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연간 평균 사고 발생 횟수가 3.7건에 이를 정도로 고장이 잦고 용기가 오랜 기간 중성자에 노출돼 원자로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수원은 자동정지 설비를 하고 해안방벽을 보강하는 등 안전성을 높였다고 하나 머리맡에 원전을 둔 부산·울산 시민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반경 30㎞ 안에 무려 322만명이 살고 있다. 수명이 다한 원전은 하루빨리 폐쇄하는 게 맞다.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원전 대국 프랑스의 새 안전 패러다임, ‘하드 코어’를 지켜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의 2012-01-13일자 기사 '원전 대국 프랑스의 새 안전 패러다임, ‘하드 코어’를 지켜라'를 퍼왔습니다.
절대 안전 도그마 포기, 중대 사고 때 피해 최소화 위해 핵심 시설 보강
프랑스 원자력안전청, 올 상반기 중 166억 달러 투자 예정



▲프랑스 카트놈의 원전 단지. 중대 사고에 대비한 대대적 보완이 올 상반기에 이뤄질 예정이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유럽 각국은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자국 원전의 안전성을 재평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그 결과 보고서를 연말까지 유럽연합에 제출했다. 지난 3일 프랑스 원자력안전청도 그 보고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원전은 즉각적인 가동중지를 요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안전하지만, 동시에 앞으로도 운전을 계속하려면  기존의 안전 기준을 뛰어넘는 보완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은 물론 환경단체들도 특별할 것 없는 이 발표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고, 단지 안전 보완에 100억 달러 이상의 거액이 든다는 사실을 환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과학전문지 는 12일치에서 사설과 기사를 통해 프랑스 원자력 안전 당국의 이번 조처를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온 가장 급진적인 안전 대책”이라고 평가하며 상세히 그 내용을 소개했다.
프랑스는 58기의 원전에서 전력의 75%를 생산하는 원전 대국이며 원자력 기술과 원자로의 주요 수출국이기도 하다. 일본이 신규 원전 건설을 사실상 중단한 가운데 원전 확대 정책을 펴는 우리나라 원자력 당국에게 역할 모델 구실을 하는 나라도 바로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원전 위치도. 원전 비중이 75%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림=프랑스 원자력안전청.


프랑스 원자력안전청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체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을 평가해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는 사설에서 “신선하게 솔직하고 전향적”이라고 평가했다.

앙드레-클라우드 라코스트 프랑스 원자력안전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전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식은 극한 상황에 시설이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후쿠시마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원자력 안전당국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안전철학을 근본적으로 전환했음을 분명히 했다. 다중 안전 장치를 통해 원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존 원자력계의 도그마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청은 이 보고서에서 중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기존의 확신을 버리고 예상치 못한 대규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을 프랑스 원전 운영회사인 프랑스전기(EDF)에게 요구했다.

마샬 조렐 프랑스 방사성 방호 및 핵 안전 연구소 소장은 “프랑스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걸 상상하라’는 것”이라고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보고서도 “안전장치가 있지만 정전이나 냉각시스템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고가 났을 때 몇 시간 안에 노심용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 원전은 다중방호에 기대는 기존 안전철학에서 중대 사고를 기정사실로 대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사진=프랑스 원자력안전청.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 등 설계기준을 넘는 중대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핵심시설로 원자력안전청이 제시한 개념이 ‘하드 코어’이다. 주조종실, 비상 발전기, 냉각시스템 등 안전 확보를 위해 핵심적인 시설은 강화된 재료로 보완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하드 코어는 중대사고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고 최악의 손실을 경감하려는 목적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모든 원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때 주 조종실이 방사능에 오염돼 사고 현장을 통제할 운전원의 접근이 어려웠음에 비춰  방사능 누출사고 때에도 조종실로 접근하는 안전한 통로와 조종실 내부의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하드 코어와 함께 이번 보완책의 핵심은 신속 대응단의 창설이다. 중대한 사고가 났을 때 장비와 기술을 겸비한 조직이 24시간 안에 현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 조처가 연내에 마련된다.

원자력안전청은 이밖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서 냉각수가 상실됐을 때에 대비한 보완과 중대사고시 원전 주변의 지하수와 지표수 오염을 막기 위한 조처 등을 사업자에게 요구했다.

국영기업인 프랑스전기는 “원자력안전청의 새로운 보완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보완책에는 최소 166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사고 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모든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해당하는 ‘긴급 안전점검’을 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재 50개 사항에 대한 개선대책을 이행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