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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종편 채널A에 개선이란 없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27일자 기사 '종편 채널A에 개선이란 없다'를 퍼왔습니다.
선거방송심의 단골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법정제재 ‘주의’


“전파 매체와 활자매체의 영향력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노이즈마케팅을 은연중에 깔고 있다”“(개선이 없는데) 심의를 하는 의미가 없다”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심의과정에서 쏟아진 선거방송심의위원들의 한탄이다. 심의 대상으로 계속해서 상정되고 있는 채널A에 대한 날선 비판이다.

▲ 동아일보 종편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캡처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 이하 선거방송심의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채널A (쾌도난마) ‘윤창중 출연편’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품위유지)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됐다. 제재는 재허가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또, “유사한 문제가 생기면 강력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전달됐다. 
지난 7일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가 출연해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두고 “더티한 작당”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슈퍼마켓 진열대 상품(박근혜 후보)이 잘 팔리니까 1+1 상품(문재인+안철수)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 박종진 씨는 “작당 앞에 형용사가 있지 않느냐”면서 “더티하다”라는 말을 끌어냈으며, “더럽다는 뜻”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선거방송심의위 의견진술 과정에서 윤창중 대표가 ‘더티한 작당’이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채널A 제작진들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또, 이를 유도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티한 작당’ 표현 쓸 줄 알았고 유도했다

(박종진의 쾌도난마) 이진희 PD는 “정치전문가들이 별로 없다. 그 과정에서 발굴한 윤창중 대표는 (표현이) 과격하더라도 버릴 수 없는 카드”라고 진술했다. 또, “제작진 측에서는 이 분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출연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러운 작당’이라는 표현이 처음부터 쓰일 수 있다고 본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진희 PD는 “그렇다. 윤창중 대표는 (그 같은 내용을)본인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진술에 전규찬 선거방송심의위원은 “지금 고의이거나 의도를 한 연출이라는 게 확인됐다”면서 “제재를 해도 는 이 자세를 계속해서 가져간다는 결기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전규찬 심의위원은 “보수논객이 나와 보수적인 생각을 이야기한 것은 문제없다”면서 “하지만 한 개인의 인위적 칼럼을 PD가 TV라는 공론매체에서 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심의위원은 “제작진은 반성 내지 조심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추기는 측면이 보인다”며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반복해 심의에 올라오는 것은 제작진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거나 노이즈마케팅을 은연중에 깔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윤덕수 심의위원은 “전파 매체와 활자매체의 영향력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더러운 작당’, ‘젖비린내’ 등 어떻게 이 같은 표현을 방송에서 쓸 수 있느냐”고 따졌다.
정병운 심의위원도 “그동안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채널A가 4번의 조치(권고, 경고2, 주의1)를 받았다”면서 “채널A를 심의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다. 제재를 하면 개선이 돼야하는데 이건 플러스1밖에 안 된다. 왜 심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제재수위와 관련해 ‘주의’ 5명과 그 보다 높은 제재인 ‘경고’ 4명으로 나뉘어 다수결에 따라 ‘주의’로 결정됐다. 또한 심의위원들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차후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는 경고를 채널A 측에 보내자는 의견에 합의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5월 7일 월요일

"그들은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7일자 기사 '"그들은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를 퍼왔습니다.
[한국 경제 성격 논쟁] 장하준·정승일·이종태의 주장에 답한다

- 장하준·정승일·이종태의 주장에 답한다 
"재벌개혁이 낡은 화두?…그들은 쾌도난마하지 못했다"

장하준과 정승일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이하 )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매우 넓다. MB정부 시기는 물론 97년 '외환위기'이후 한국경제, 나아가 근대화 50년 한국자본주의의 굵직한 주제들을 거의 포괄한다. 게다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이후 세계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중요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들은 나라안팎 경제사정을 아울러 어지간히 큰 지식용량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종합적 작업을 수행했다. 그것만으로 (선택)은 (쾌도난마 한국경제)(이하 (쾌도난마))에 이어 또 다시 '경제 시민'들에게 큰 선물이 된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의외로 모호한 구석이 있는 신자유주의 개념에 대해 장하준, 정승일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그 개념 위에서 한국경제의 주요 문제 또는 '주요 모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기에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선택)과 (쾌도난마) 전체를 관통하는 그들의 핵심 논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다. 그 기본 논지는 (쾌도난마)이래 (선택)에서도 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장하준, 정승일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세 가지 명제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각인 각색이고 그래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이 말은 간단히 탈규제 자유화, 사유화, 부자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개방화 등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의외로 딱 집어 정확히 무엇을 신자유주의라고 볼 것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신자유주의가 단지 정책만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축적체제(regime) 또는 하나의 자본주의 유형인지, 둘다인지, 그리고 하나의 단일한 신자유주의 형태만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러 잡종(雜種, hybrid) 신자유주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그런 까닭인지 아예 '신자유주의 타령'은 그만하고 시장근본주의, 또는 시장만능주의라는 말을 써자는 주장까지 있다(김기원). 그러면 장하준 ,정승일의 경우는 어떤가. 그들은 신자유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명제1)- "신자유주의는 저성장주의이며 저성장을 위한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금융자본을 위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금융자본이 기업경영의 주도권을 장악한 시스템인 것입니다"((쾌도난마), p.17).즉 그들의 경우, 신자유주의란 곧 금융자본주의, 또는 주주자본주의다. 금융이 몸통이고 실물이 꼬리로 거꾸로 선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인 것이다. 이어서 그들은 신자유주의는 좌파와 우파의 '두가지 버전'이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명제2)- " 좌파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이나 영국노동당의 블레어는...금융자본주의 노선을 밀어붙이고 노동시장에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존속시키지만 기본적으로 유연화를 지지하고 노동조합이 자본에 밀려 약체가 되는 것을 방관하고 공공 부문 민영화를 지지한 것도 그래서이죠. 그러면서 공정한 시장을 주장하니까 독점은 규제하고요. 그에 비해 이명박 정부같은 원조 신자유주의는 노동시장의 완전한 유연화를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최저임금제에도 반대해요. 또 독점대기업도 용인합니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은 레이건과 대처정권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클린턴과 블레어 정권에 비교할 수 있어요((선택), p.22-3).

그런데, 이렇게 신자유주의를 금융자본주의, 주주자본주의라 규정한 다음, 그들은 " 오늘날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주체는 재벌이 아니라 세계화된 금융자본이다"라고 말한다( (쾌도난마), p.237). 그들의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노동운동의 주적이 세계화된 금융자본"이라는 대목이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명제3)- "한국노동운동의 가장 큰 착각중 하나는 반재벌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함께 갈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둘 다 '노동자의 적'이라고 생각하니까 재벌과 신자유주의를 '같은 편'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재벌을 타도한다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극복되고 신자유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노동시장 유연화는 반재벌투쟁을 통해 극복될 수 없는 문제라는 거죠"( (쾌도난마), p 174).장하준, 정승일에 대한 공감

우리는 장하준, 정승일의 말이 마땅히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대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자본주의 패권국 미국이 금융주도 신자유주의 길로 돌진해 그 질병을 세계적 규모로 전염시킨 사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져 그 위기 또한 세계화되었으며 금융과두제와 양극화에 항의해 '월가 점령'운동까지 전개된 경과를 생각할 때, 그들이 신자유주의를 금융자본의 지배 체제로 파악하고 그 파괴적 효과와 위험에 대해 질타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뿐만 아니라 금융 주도 주주자본주의의 위험은 결코 바다 건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곧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뼈속까지 친미적인' 이명박 정부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이전 김대중 ㆍ노무현 정부도 재벌개혁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경제를 미국식의 신자유주의, 주주 자본주의쪽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구개발주의를 결정적으로 해체한 한국경제 '97년 체제'의 골격은 김대중 정부 시기 IMF관리체제아래 만들어 졌었다.재벌개혁의 성격은 전면 개방된 금융시장의 힘과 주주가치로 재벌을 규율하는 기조를 가졌었다. 그 결과 재벌체제-민영화된 공기업도-는 현저히 주주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97년이후 재벌체제는 그 이전과 연속적 측면을 가지면서도, 주주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질적 변화를 겪었다고 봐야 한다. 97년이전이나 이후나 한국경제는 그저 변함없는 재벌자본주의 또는 총수자본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연속성만 봐서는 97년이후, 2008년이후 양극화 축적체제의 전모를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이 대목에서는 장하준,정승일의 한국경제 진단과 같이가며 주류 재벌개혁론자와는 갈라진다. 장하준은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말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은 지난 수십년간 국민이 함께 키워온 거예요. 그런 대기업을 재벌개혁이란 명분하에 국내외 자본투자자들이나 재테크 세력에게 내주면 안됩니다. 그런 재벌개혁이라면 과거 재벌 가문사람들 500명 정도만 잘 먹고 잘 살던 걸 기껏 5만이나 50만명의 금융 자산 부자들까지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경제민주화로 끝날 수 밖에 없어요. 우리는 그러지 말고 5000만 국민 전체가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선택>, p.266).나는 장하준의 이 견해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나 또한 거의 같은 의미로 다음과 같이 쓴 바가 있다.

"이 자본의 정치적 해방의 시대에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한강의 기적과 세계 속의 한국경제를 일구는 데 가장 무거운 부담을 져 온 근로대중은 고용불안과 생존권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있다. 재벌의 부는 국민의 부(commonwealth)로,근로 대중의 생활향상으로 확산 균점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국제금융자본이 뜯어먹고 있다" (이병천, "반공개발독재와 돌진적 산업화",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한울, 2007, pp.139-140).

주주자본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지난 날 한국경제의 '집단적 협력자본주의'- 권위주의적이고 불공정 공유형태이긴했지만- 성격은 결정적으로 파괴되었고 지난 수십년간 국민 대중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함께 키워온 재벌의 과실은 재테크 세력, 금융투자자들에게 내어주기에 이르렀다. 반면 노동자와 서민, 그리고 여러 중간 집단들조차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졌다. 그러므로 더 많은 주주 자본주의를 추동하고 심화시키는 재벌개혁에는 반대하며 주주자본주의를 견제해야 한다고 보는 장하준 정승일의 주장에 나는 공감한다. 그런 개혁은 재벌과 금융자본과 유착, 공생하는 과두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한층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단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어떤 개혁인가', '어떤 민주화인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관련 기사 : 재벌개혁과 한국경제 새판짜기). 금융 자유화와 주주가치를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경제민주화여야 한다. 금융 통제와 양극화 해소는 민주적 대안의 길에서 같이 가야 할 두 바퀴 친구가 되어야 한다.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금융통제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재벌에 면죄부를 주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장하준, 정승일과 나는 어디서 갈라지는가? 위에서 인용한 나의 글에는 다음 문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같은 슈퍼재벌의 무법 무책임의 횡포가 국가권력의 비호아래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장하준,정승일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재벌을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재벌 개혁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 예각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대안의 길에서 어떤 재벌개혁인가, 어떤 경제민주화인가 하는 게 문제다. 나는 장하준, 정승일의 논리에서 중대한 문제는 앞서 본 (명제 3)에 있다고 생각한다. (명제3)에서 그들은 신자유주의 축적 체제와 축적 기획의 주체가 금융자본, 무엇보다 월가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화된 금융자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재벌을 한국 신자유주의 지배세력에서 떼어내 버린다. 이제 재벌은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와 기획의 중심 지배세력이기는 커녕 노동자들과 함께 초국적 금융자본의 공격을 받는 대상으로 설정된다.( 쾌도난마, pp.85-6). 그리고 공정시장을 위한 개혁은 결국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선택, pp.188- 194).

이런 논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재벌이 신자유주의를 선도한 세력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장하준은 이렇게 말한다.

"재벌들이 바보같은 짓을 한 거예요. 시장주의(자유주의)를 들여오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1990년대 중반 자유기업원 등을 만들어 미국 공화당 극우파들의 극단적 개인주의나 수입하고 주주자본주의 이론 들여오고 그랬거든요.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은 거죠"((쾌도난마), p. 83).그동안 '월가- 미국 재무부-IMF 복합체'(웨이드)의 프로그램과 그 지배 복합체가 해온 짓을 생각한다면, 나는 장하준, 정승일의 주장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 지배 복합체와 그 정책 체계로서 '워싱턴 컨센서스'가 제시하는 탈규제, 경쟁시장, 사적 소유권정립, 대외개방 등은 결국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도우는 게 아니라 봉쇄하는 것이었다. 세계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은 약소국을 강대국에 무장해제 시키는 '사다리 걷어차기'전략이 될 수 있다.그리고 우리의 경우에도 그들 지배 복합체는 재벌 해체 등 미국을 위한 극단적 구상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재벌조직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주주자본주의론을 주장하면서 장하준을 비판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 송원근 , 강성원 지음,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북오션, 2011 참조), 재벌들이 바보같은 했다는 장하준의 말이 전혀 틀린 것도 아니다. 재벌 연합체 산하 연구소가 주주자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재벌을 옹호해 주는 세계적인 학자 장하준을 비판하다니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재벌이 한국 신자유주의 체제의 지배세력이 아니라니. 한국의 민주화이후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과실을 얻고 최대의 승리자가 되었다 할 재벌을 반(反)신자유주의 대열의 주체세력으로 올려 세우다니. 그리고 진보적으로 가져와야 할 공정시장을 위한 개혁을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라고만 내던지다니. 이 대목에서 나의 생각은 장하준,정승일과 갈라진다. 재벌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바보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재벌산하 연구소가 (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같은 책만 내는 건 아니다. 우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홍순영 장재철 외, 2006) 같은 책도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장하준 정승일과 비슷하게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면서 재벌 조직을 옹호하는 논지를 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외로 경제적 자유화를 '기초적 자유화'와 '선진화된 자유화'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영미형 자본주의는 법의 지배와 선진화된 시장의 조합으로, 유럽형은 사회적 통합과 기본적 자유화의 조합으로 파악한다.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이후의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주식시장 규율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에 따른 많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p29, 243)라고 쓰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연구인데도 불구하고 장하준 정승일같이 극단적 주장을 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고의 재벌연구소에서조차 나름대로는 균형잡힌 말을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는 장하준 정승일의 주장이 그만큼 한국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보기에 장하준 정승일은 한국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을 '쾌도난마' 한 것 같지 않다. 이는 그들이 한국 경제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조사 연구와 안목이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신자유주의를 금융자본의 단일 지배로만 파악한 탓일 수도 있다(명제 1). 신자유주의가 단지 금융자본의 지배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보다 포괄적으로 지배적 계급권력의 보수적 복원, 인간과 세계의 재상품화 기획이라고 보지 않고 말이다. 그들이 한국경제를 쾌도난마하는데 빈틈을 갖게 된 것은 아마 둘다 때문일지 모른다.(계속)

▲ 이종태 <시사IN> 기자(왼쪽),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부키

이병천 강원대 교수, (시민과 세계) 공동편집인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사임하고 검찰 수사 받는 독일 대통령 vs '방문 조사' 받은 한국 국회의장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24일 기사 '사임하고 검찰 수사 받는 독일 대통령 vs '방문 조사' 받은 한국 국회의장'을 퍼왔습니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돈 관련 스캔들, 대응은 '극과 극'

독일연방 대통령의 돈 관련 스캔들과 한국 국회의장의 '돈 봉투' 사건이 비슷한 때 불거졌는데 결과는 전혀 다르게 마무리됐다. 독일에서는 검찰이 지난 16일 오후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철저히 조사해야겠다며 그의면책특권을 해제해 달라고 의회에 공식으로 요청했고 그러자 국민의 여론을 의식한 대통령이 24시간이 안 돼 다음날 전격 사임했다. 20일에는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는 새 대통령이 여야 정당의 합의로 선출됐다. 쾌도난마(快刀亂麻)였다. 대통령이 검찰의 피의자가 돼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직의 권위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크리스찬 불프의 사임 결단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이 민주주의 법제도에서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검찰의 판단과 용기가 이끌어낸 순리의 결과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회의 권위를 존중한다며 돈 봉투의 최고 혐의가 분명해 보이는 국회의장을 감히 소환할 생각도 못한 검찰이 19일 의장 공관을 찾아가 '방문 조사'를 했다. 의장의 '체면'을 고려하여 '정중하게' 조사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의장은 국회의장수석 보좌관이 직접 관여한 돈 봉투 살포를 모르는 일이라 잡아뗐고 검찰은 증거를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국회의장과 그의 보좌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감했다. 언론은 돈 받은 사람이 나타났는데도 돈 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찾아내지 못한 수사라고 빈정댔다. 놀랄 일도 아니다. 힘깨나 있는 인사들이 관련된 검찰 수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까.



▲ '돈봉투 살포' 의혹에 모른다고 부인한 박희태 국회의장과 돈 스캔들에 대통령직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사임한 크리스찬 불프 전 독일 대통령. ⓒ뉴시스

독일의 대통령 수사와 한국의 국회의장 수사 결과가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게 된 이유가 무엇일가?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국가의 최고위직인 대통령의 자리에 대한 독일사회의 인식이다. 대통령은 청렴하고 정직하며 용기 있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도덕적 상징이다.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역할 모델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 불리한 사실을 감추려고 꼼수를 부리거나 뭉그적거리지 않고 솔직히 사실 여부를 밝히고 거취를 분명히 한다. 그러므로 국민의 신뢰가 사라졌다고 판단하면 자리를 그만두는 것이다. 불프의 선임자인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2년 전 독일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명분 발언이 말썽을 빚자 대통령 자리를 사임했다. 불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러한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 그래서 대통령으로서는 자질이 모자란 '소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두 달 전 불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2003-2010년) 집을 사기 위해 기업인 친구로부터 저리로 500만 유로를 빌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다시 은행으로부터 일반 고객보다 낮은 이자로 융자를 받는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프 대통령은 사실을 부인하고, 꼼수를 부리다 증거가 제시되자 마지못해 시인하고 사과했다. 이러한 행동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여론을 감지한 불프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서 사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서 때늦기는 했지만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대통령직이 권위가 훼손되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에 의하면 니더 작센 검찰이 가장 문제를 삼는 대통령의 비리는 금전거래가 아니라 불프가 주정부를 통해 친구인 영화제작자 다비드 그뢰네볼트에게 400만 유로의 신용보증을 서준 사건이다. 이 일이 있고 얼마 후 불프는 그뢰네볼트의 초청으로 부자들의 휴양지인 질트 섬에서 휴가를 함께 보냈으며 이 때 묵은 호화 호텔비를 친구가 부담했다는 혐의다. 사실로 확인되면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다. 교사가 유원지 티켓을무료로 받았다고 해서 고발당할 정도로 니더 작센은 공무원의 기강이 엄하다. 불프는 호텔비를 나중에 친구에게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납득하지 않는다. 검찰의 조사가 필요하게 됐다.

문제는 대통령을 어떻게 조사하느냐 는 것이다. 면책특권 때문이다. 철저히 수사를 못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은 대통령직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고 검찰 수사가 오히려 대통령의 혐의를 풀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해제해야 한다. 하지만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검찰의 결단이 필요했다. 16일 오후 니더 작센 검찰은 마침내 연방하원에 대통령 면책특권 해제를 요청하기로 결정한다.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이 대통령을 상대로 진검승부를 건 것이다. 전 독일을 긴장으로 몰아넣는 도전이었다.

불프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메르켈 총리와 기민련 자민당 연립정권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여당이 단결하면 검찰의 요구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면 검찰의 대통령 조사는 우리 국회의장 돈 봉투 조사처럼 맥이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의 일관된 보도로 여론은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처음부터 불프의 사임을 요구해 오던 터다. 불프에 대한 여당 내의 공기도 여론의 흐름을 보는 눈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검찰의 공식 도전이 발표된 지 24시간도 안 돼 17일 오전 불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사임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불프 대통령의 사임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가 대통령직에 남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될 때 파생될 정치적 폐해를 피할 수 있게 된데 대한 안도감이다. 메르켈 총리는 물론 언론은 그의 사임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법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간접적으로 검찰의 용기를 칭찬했다. 독일의 언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은 이번 사건은 권력을 부단히 감시하고 고발해서 권력에 대한 비판여론을 조성하고 검찰에게 결단을 내리는 용기를 북돋아 준 언론의 역할도 컸다고 자평했다. 불프 대통령 사건은 우리 국회의장 사건을 재조명하게 타산지석으로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불프가 사임한 직후 메르켈 총리는 각 정당과 협의해서 후임 대통령으로 동독 출신의 요하힘 가우크(72) 목사를 선출했다. 이번에는 여당 출신 정치인을 선출하지 않고 모든 정당의 의견을 수렴한 '통합' 대통령을 선출했다. 지난 2년 간 여당 출신의 두 명의 대통령이 중도 퇴장하는 불상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무소속인 가우크는 1990년 통일 때 동독 비밀경찰의 슈타지 문서 조사책임자로 임명돼 10년간 동독비밀경찰의 비인도적인 행동을 분석하고 고발해서 '슈타지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철저한 민주주의 전도사로 독일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2년 전에도 사민당-녹색당의 후보로 기민-자민 연립정당의 불프와 맞붙어 3차 투표까지 갈 정도로 독일 국민이 대통령 감으로 인정해온 인물이다.

가우크가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 자리를 모두 동독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통일 20년에 독일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가우크 목사는 솔직한 성격으로 불프가 훼손한 대통령직의 권위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정파를 초월한 지도자다. 그가 독일인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바로 정파에 초연한 그의 자세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정당에도 쓴 소리를 할 것이고 그 때문에 가끔 논란이 일수도 있다는 언론의 전망이다.

가우크가 대통령이 선출된 후 그에게는 즐거운 걱정이 하나 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너무 높은 것이다. 그래서 가우크는 독일 국민을 향해서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난 초인이 아니다. 흠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대통령을 가진 독일 국민, 이런 대통령을 선출하는 독일의 민주주의가 부럽다. 스캔들로 대통령을 중도에 그만 둬야 했던 불프의 사임이 독일 민주주의를 위해서 전화위복이 된 것 느낌이다.



/장행훈 언론인·동아일보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