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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9일 화요일

“보조출연자 성폭행 자매 자살, 제2의 도가니 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0-08일자 기사 '“보조출연자 성폭행 자매 자살, 제2의 도가니 되나”'를 퍼왔습니다.
가해자 12명중 4명 아직도 기획사 근무… 최민희 의원 전면 재수사 촉구

한 여성 보조출연자가 보조출연자 공급업체 반장들에게 집단 성폭행 당해 후유증으로 자살한 후 여동생까지 잇따라 목숨을 끊은 이른바 ‘자매 자살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일부 가해자들이 현재까지 보조출연자 공급업체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제2의 도가니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조출연자 자매 자살 사건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2004년 한 대학원생이 아르바이트로 보조출연자 일을 하다 보조출연자 공급업체 반장 10여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충격과 경찰 조사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 후유증으로 2009년 8월 자살한 사건이다.
언니에게 보조출연자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던 여동생도 언니의 자살 후 며칠 안 돼 잇달아 목숨을 끊었고, 그의 아버지는 충격에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사망 당시 언니는 34세, 동생은 30세였다. 최근 성폭행 사건이 이슈가 되자 지난달 JTBC가 (탐사코드J)에서 이 사건을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특히 당시 가해자 12명 가운데 4명이 현재도 보조출연자를 공급하는 기획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 위원장이 밝혔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JTBC <탐사코드J> ‘어느 자매의 자살’ 화면 캡처

최민희 의원은 “(각시탈) 보조출연자 박희석씨 사망 사건 이후 보조출연자 처우개선과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던 차에 방송사에서 이 사건을 다뤘는데 사람들이 너무 관심이 없었다”며 “유명 영화배우가 죽거나 다치면 난리가 나는데 이렇게 이름 없고 노동자로 인정도 못 받는 보조출연자는 죽어도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끝까지 파헤쳐 사람 목숨 값이 같아지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영화계와 문화예술인 문제를 모두 파헤쳐서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민정연씨는 “살아서 불평등은 죽어서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기 전에 현실을 알려내고 바꿔내는 데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성폭행으로 인한 충격뿐만 아니라 경찰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후 두 자매의 어머니는 미디어오늘과 만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관이 나와 큰딸에게 몹쓸 짓만 안 했어도 우리 가족을 그렇게 잃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조사관이 4번 바뀌었는데 한 조사관은 딸이 메모한 증거자료를 스무 번 넘게 책상 위에 후려치면서 ‘성인이 좋아서 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번은 조사를 받다가 어머니는 잠깐 나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나가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보니 강제로 아이 손을 끌어다 고소취하서에 도장을 찍게 한 것이었습니다. 또 한번은 경찰서 체육대회 날이었는데 형사 20~30명이 술이 취해 들어와서 조사받는 딸을 에워싸고 ‘얘가 걔야, 어디 얼굴 좀 보자, 성인이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조사를 못 받고 나왔는데 애가 차도로 뛰어들어 죽을 뻔 하기도 했어요. 심지어 가해자가 성폭행을 안 했다고 잡아떼니까 딸에게 가해자 성기를 그려보라고까지 했습니다”.

두 자매의 어머니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태양기획 앞에 있는 KBS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 농성장을 방문해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조현미 기자

그는 “나도 애들 따라가려고 다 정리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JTBC에서 연락이 왔다”며 “(사고 이후) 3년 동안 약을 먹으며 버텼는데 다시 기억하려니 힘들었지만 기자가 한 달 가량 세심하게 취재해줘 고맙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재수사를 원합니다. 아이들이 한을 풀어야 하니까 가해자들이 처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가해자 중 일부는 아직도 기획사에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현장에서 떠나야 합니다. 당시 조사를 했던 형사들도 이 바닥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에요. 성폭행 조사를 받다가 억울해서 자살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화 업계에서도 성폭행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데 조사과정 매뉴얼도 없어 조사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성폭행 관련 조사과정 매뉴얼을 정하고 조사 담당관은 여성으로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계순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은 “오늘 밤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보조출연자들은 용역회사(기획사)가 일을 주는 대로 불려가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문제제기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매 자살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한편 다음 아고라에서는 국가에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의 재수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3만3000여 명의 누리꾼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해당 사건을 이전에 보도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도 사건 관련 재방영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보조출연자도 ‘사람’으로 대해달라” 눈물의 추모제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24일자 기사 '“보조출연자도 ‘사람’으로 대해달라” 눈물의 추모제'를 퍼왓습니다.
각시탈 유족, ‘책임 외면’ 보조출연업체 앞에서 1인시위 돌입

KBS 드라마 (각시탈) 이강토의 싸움은 끝났지만, 각시탈 보조출연자 죽음을 둘러싼 유족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 앞에서 KBS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故 박희석 씨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여전히 자신들이 고 박희석씨의 고용주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보조출연업체 ‘태양기획’에 항의하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개최됐다.

▲ 지난 4월 KBS 드라마 <각시탈>을 촬영하러 가다가 숨진 고 박희석씨에 대한 추모제가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에 위치한 태양기획(보조출연업체) 앞에서 열렸다. 사진은 고 박희석씨의 아내인 윤모씨가 울먹이며 발언하는 모습. ⓒ곽상아

박희석 씨는 2012년 4월 18일 (각시탈) 촬영지인 경남 합천으로 이동하는 중 보조출연자 탑승 버스가 전복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5월 15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접수를 했고 4개월 만에 산재가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태양기획은 여전히 “우리는 박희석씨의 고용주가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장보험법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으며, 산업재해보장보험법과 무관하게 사용자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노총 전국IT사무서비스노동조합연맹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이 주최한 이날 추모제에서 박희석 씨 아내 윤 모씨는 “사고로 인해 남편을 보내고 난 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어린 딸들에게 더 이상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고 전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어렵사리 심회를 밝혔다.
이어 윤 씨는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고용사업주 태양기획만은 끝까지 절 괴롭혔다”고 울먹였다. 또 윤 씨는 “태양기획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는 날까지 남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고 싶다”고 밝혔다.

▲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에 위치한 태양기획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 ⓒ곽상아

▲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에 위치한 태양기획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 ⓒ곽상아

조합원 60여 명이 함께한 추모제에서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박희석 씨의 아내 그리고 어린 딸들이 싸워 KBS의 사과와 보조출연자 산업재해승인이 이뤄졌다”면서 “보조출연자들도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환경과 세끼를 꼬박 먹고 일할 수 있는 여건, 그리고 보조출연자들도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의 힘을 합쳐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전국보조출연자노동조합은 태양기획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고용노동부의 보조출연자 고용, 노동구조 관리, 감독 △용역업체의 불법하도급에 대한 방송사 규제 강화 △드라마 제작과정에 대한 방송사의 안전관리 대책 수립 △보조출연자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유족들은 내일(25일)부터 태양기획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며, 보조출연자노조 역시 동일한 장소에서 한 달 동안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 이날 추모제에는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도 참석했다. 최민희 의원은 마이크를 들고 이번 사망사건에 대한 소회와 국회 차원의 지원 계획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고 보좌관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했다. ⓒ곽상아

이 날 추모제에는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보조출연자 처우 개선을 주장하고 있는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보조출연자의 열악한 처우와 인권은 개인적 문제라기보다 총체적 구조의 문제”라며 “그동안 보조출연자는 노동자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인정되고 있었기에 이번 산재 승인은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무엇보다 예술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의무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쓸 수 있게 법을 개정할 것이며, 부당하게 사업소득세를 내고 있는 보조출연자를 위해 ‘불이익 환수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양기획의 책임과 관련한 질문에는 “보조출연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한 사회적 지탄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촉구했다.

▲ 24일 정오, 서울 여의도 미원빌딩 앞에서 열린 '고 박희석씨 추모제'에서는 고 박희석씨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도 진행됐다. ⓒ곽상아

김도연 수습기자  |  riverskim@mediaus.co.kr

2012년 9월 18일 화요일

각시탈 산재 인정, 보조출연 60년 역사 쾌거 될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7일자 기사 '각시탈 산재 인정, 보조출연 60년 역사 쾌거 될까?'를 퍼왔습니다.
"다른 보조출연자도 근로자 인정가능" "방송국, 가이드라인 제정필요"

KBS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 사망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판정을 내림에 따라 보조출연자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3달 넘게 시위를 진행해온 바 있다. ⓒ곽상아

고 박희석씨는 지난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 전복사고로 사망했으며, 유족들이 5월 15일 산업재해를 신청한 지 4개월여 만인 지난 12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행정법원(2008년), 서울고등법원(2009년)의 두 차례에 걸친 '보조출연자는 근로자'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조출연자는 개인사업자'라며 보조출연자의 산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4개월여의 고민 끝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보조출연 60년 역사상 소송 없이 곧바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보조출연자는 개인사업자'라는 행정해석이 바뀐 최초 사례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기존에 보조출연자를 '개인사업자'로 규정했던 이유는 일을 하고 안하고를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고, 보조출연자들이 특정한 한 업체와 전속 관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법원 판결과 기존 해석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법원 판결 가운데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 성격이 있다고 한 것을 받아들여 고 박희석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업무시간 도중) 함부로 이탈할 수 없고, 휴식 시간도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 것 등은 일반 근로자와 동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희석씨의 고용 형태가 다른 보조출연자들과 비교할 때 특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첫 산재 판정 이후 보조출연자들의 산재 인정이 훨씬 손쉽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박희석씨 사례에 대해 근로자라고 인정한 것 뿐이지 전체적으로 '보 조출연자는 근로자'라고 인정한 게 아니다. 이 부분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박희석씨의 사례에서) 저희가 판단했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보조출연자의 경우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만약 보조출연자들이 전체적으로 '근로자'라고 인정받게 된다면 보조출연 60년 역사의 쾌거가 될 것"이라며 "과연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이 모두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사용자가 (보조출연자들을 위해) 보험금을 (순순히) 내줄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문계순 위원장은 "그동안 보조출연자들은 용역업체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살아왔다. 용역업체들이 월급의 10%를 자신들에게 상납하는 사람들에게만 일을 많이 주고,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배제해 왔기 때문"이라며 "입은 있어도 말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던 셈인데 그동안 겁나서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던 보조출연자들이 이번 싸움을 지켜보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2008년 법원으로부터 '보조출연자는 근로자'라는 판결을 직접 이끌어낸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역시 "공단 측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판단해 주었는데,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법제도상으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임이) 인정된 최초의 사례"라고 반색했다.
이어, 김형동 변호사는 "누가 보더라도 보조출연자들은 일용직 노동자였는데 제도가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했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보조출연자들을 제도로 보호해주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이 고 박희석씨의 사용자를 보조출연업체인 '태양기획'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다중적인 드라마 제작구조 속에서 보조출연자에 대한 책임을 '용역업체'로만 한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형동 변호사는 "다중화된 제작구조 속에서, 여러 사용자 가운데 제일 힘이 약한 태양기획에 공을 돌린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복합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방송국들은 드라마를 만들 때 유한회사를 만들고 거기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참여하는데, 이 유한 회사가 실질적으로 드라마의 모든 지휘감독을 행사하고 있다. (각시탈의 경우에도) 각시탈 문화산업주식회사가 모든 지휘감독권을 행사했고, 이 주식회사 지분에는 KBS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에서 KBS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며 "보조출연자에 대한 책임은 보조출연업체부터 방송국까지 연대적으로 져야 한다"는 것.
김형동 변호사는 "현 드라마 제작구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방송국이 보조출연자들을 '소비'하고 버리는 식으로 하지 말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회사들이 보조출연자를 비롯해 배우들에 대해 인권, 근로조건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역시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고용주를 인정한 것인데, 과연 실제 사용자는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차후 보조출연자 문제가 벌어졌을 때 최초 원청인 방송국까지 책임을 제기하지 못하고 가장 힘이 약한 하청업체 차원에서만 문제가 다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보조출연자 산재 인정 하청노동자 권리보장 초석”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3일자 기사 '“보조출연자 산재 인정 하청노동자 권리보장 초석”'을 퍼왔습니다.
민주노총·진보신당 논평 “연예산업 노동자 처지 열악하기 짝이 없어”

근로복지공단이 KBS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초석이 돼야 할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립준비위원회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보조출연자가 법적 소송 없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공단의 결정은 보조출연자 등 문화예술산업 내 엄연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존중되지 않았던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초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주목할 점은 사고 직후 KBS와 제작사, 기획사 등은 용역의 용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드라마 제작환경을 핑계 삼아 직접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으려했다는 점”이라며 “유족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버스회사의 사망보험금으로 마무리하려 했다니 ‘보조출연자는 인간이 아니라 소품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이어 “고 박희석씨의 사고 후속조치는 한류 등 화려한 한국 드라마 산업의 어두운 진실인 하청노동자로서 보조출연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사 등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어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이 산재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법적 소송 없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보조출연노동자를 사업자로 보는 기막힌 관행을 이제는 확실히 바꾸자”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화려하게 비춰지는 모습과 달리 연예산업 종사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며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의 말단에 위치한 보조출연자와 비정규직 스텝들의 처지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처지를 호소하는 종사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연예산업종사자,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18일 촬영 장소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박희석씨의 산재를 승인했다. 유가족이 산재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나온 결정으로, 보조출연자가 법적 소송 없이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9월 5일 수요일

악성 댓글로 두 번 우는 각시탈 보조출연자 유가족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04일자 기사 '악성 댓글로 두 번 우는 각시탈 보조출연자 유가족'을 퍼왓습니다.
누리꾼 37명 명예훼손 혐의 추가 고소… “우리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

KBS 드라마 (각시탈) 촬영장소로 이동하던 중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이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유가족은 지난 3일 인터넷 기사에 악성 댓글을 남긴 누리꾼 37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가족이 누리꾼을 고소한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유가족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에 유가족은 물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댓글을 거침없이 올렸다. 지난달 29일 인터넷 언론사 ‘뉴스엔’이 올린 ‘유족 측 “각시탈 최종회 보조출연자 애도 자막, 성의 보여라’ 기사에 올라온 댓글 중에는 ‘진상중의 진상. 거지 중의 거지’, ‘연기하다 죽은 것 아니네, 별 미친가족 다 있네’, ‘목숨 하나 걸고 팔자 고쳐보려는 심산인 듯,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 것도 아닌데’, ‘속 보이게 망자를 위해서라도 이게 다 무슨 짓’, ‘정신나간 유족들아 일부러 죽인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해야겠냐’와 같은 악성 댓글이 올라왔다.
이 기사에는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와 딸이 (각시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사력을 다해 사후처리 한다던 KBS, 팬엔터테인먼트, 태양기획, 동백관광은 유족에게 무엇을 하였는가’, ‘KBS는 우리아빠 돌려주고 각시탈 방영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 한 누리꾼이 올린 악성 댓글

윤씨는 악성 댓글이 달린 이유 중 하나가 어린 딸이 함께 1인 시위를 하는 사진때문이라고 판단해 언론사 측에 사진을 내려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뉴스엔측은 유가족이 누리꾼들을 고소한 3일까지도 사진을 내리지 않다가 4일 오후 사진을 내렸다.
뉴스엔 관계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진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온 것은 한 번 밖에 없다”며 “당사자가 삭제해달라고 하면 신분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밟으면 내려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유가족은 “관련 기사를 쓴 다른 기자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본사로 전화를 건 것도 여러 번”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기사에는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가 300여개로 줄어들기도 했다. 유가족은 댓글이 동시에 여러 개가 삭제된 점, 일부 누리꾼들이 일반 누리꾼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험악한 말을 쏟아낸 점 등을 들어 누군가 ‘알바’를 고용해 악성 댓글을 달았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윤씨는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저와 아이들을 포함해 집안 전체를 돈을 밝히는 가족사기단으로 몰아간 것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앞서 7월 6일에도 6명의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 한 누리꾼이 올린 악성 댓글

유가족은 이와 함께 지난 6월 말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고 국장은 지난 6월 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가족에 대해 ‘구체적으로 뭘 요구하는지는 말 안하면서 자꾸 돈을 더 요구하는 분위기’, ‘미망인이 딸아이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자꾸 데리고 와서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유가족은 “관할 경찰서가 지지부진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 주거지 인근에 있는 수원중부경찰서에 접수한 누리꾼 고소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7월 말 이전에 먼저 유가족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반면 이보다 앞서 고소한 고영탁 국장 건에 대해서는 영등포경찰서 측에서 아무 연락이 없자 유가족이 먼저 경찰에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고영탁 국장 전화번호를 몰라 아직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종필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아무 것도 얘기할 수 없다”며 “조사 결과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있고, 곧 종결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고 국장은 8월 초께 조사를 받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경찰서는 조만간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은 “수원중부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은 누리꾼이 거주하고 있는 관할 경찰서로 이첩돼 사건 진행 상황이 수시로 문자로 통보된다”며 “경찰서 위치만 다를 뿐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드라마 (각시탈)은 6일 최종회 방영을 앞두고 있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KBS와 언론이 우릴 가족사기단으로 몰고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27일자 기사 ' “KBS와 언론이 우릴 가족사기단으로 몰고 있다”'를 퍼왓습니다.
[인터뷰] 각시탈 사망 보조출연자 아내 “‘추적자’ 주인공 된 기분”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원활하게 사후 처리가 됐을 것이라고 예상해요. KBS 드라마를 찍으러 가다 일어난 일이니까요. 하지만 사람이 죽었는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4월 18일 새벽 드라마 촬영 장소로 향하다 버스 전복 사고로 숨진 보조출연자 박 아무개(49)씨의 부인이다. 부인 윤아무개(41)씨는 지난 5월 18일부터 3개월 넘게 KBS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 오전 시위 장소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난 윤씨는 “지금 가만히 있으면 (세상을 떠난) 아빠(남편)를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가 사고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후부터 1인 시위를 했던 이유는 모든 것이 잘 처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력을 다해 사후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KBS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유가족 당사자는 억울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업체는 KBS와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보조출연자 파견 업체 태양기획, 버스 회사 동백관광이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태양기획에서는 상해보험도 들어놓고 모든 게 다 잘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장례를 치르고 왔는데 처음이랑 너무 말이 달랐어요.” 

KBS <각시탈> 보조출연자 남편을 잃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윤아무개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윤씨가 태양기획측에 상해보험 약관을 요구해 받아본 결과, 이 기획사에 소속된 보조출연자는 1000명이 넘는데 약관상 가입돼 있는 사람은 50여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소속사측은 또 “보조출연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며 산재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고 당일 박씨를 포함해 29명도 중경상을 당했지만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처리를 신청한 사람은 박씨 유가족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보조출연자를 근로자로 인정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판결했었다.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항고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확정 판결이다.

사망한 보조출연자 박씨는 사고 발생 전날 밤 11시께 집을 나섰다. 그와 30여명의 보조출연자를 태운 버스는 이튿날(4월 18일) 새벽 1시께 KBS를 떠났으나 새벽 5시30분께 버스가 합천의 논두렁으로 추락해 전복하는 사고가 터졌다. 윤씨는 오전 8시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위독하다”는 말에 그는 합천으로 내려가려던 참에 남편이 숨을 거뒀다는 비보를 들었다. 

그는 “사고 당일에도 마지막 가시는 분에게 예우를 안했다”며 “구급차도 아니고 승합차에 흰 천을 덮어서 집과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씨는 합천 인근 병원에서 집이 있는 수원까지 남편의 시신을 승합차 뒷자석에 싣고 올라왔다. 

윤씨는 특히 남편의 49제 때 난 언론 기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기사에서 KBS 드라마국장은 “미망인을 다른 곳의 보조출연자로 취직을 시키든지, 아니면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노력해 볼 수 있다. 딸아이를 자꾸 데리고 와서 시위를 하는데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윤씨는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며 드라마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윤씨의 남편은 보조출연자로 일한 지 불과 2개월 반 만에 사고를 당했다. 젊은 시절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CF에도 출연한 적 있다는 박씨는 하던 일이 어렵게 되면서 보조출연자 일에 나섰다. “연예인 끼가 있는 딸을 위해 먼저 가서 길을 닦아놓겠다”는 각오에서였다.

윤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보조출연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애기 아빠가 몇 개월 동안 사람대접 못 받고 일 했구나 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며 “보조출연자의 열악한 환경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싸울 겁니다. 돈 때문에 저런다며 가족사기단으로 몰리면서까지 싸우는 이유는 보조출연자들의 상황을 보니 도저히 나 몰라라 할 수 없어서입니다.”   윤씨는 사고 당일 남편 외에도 30명이나 사고를 당했는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윤씨는 “KBS는 외주를 줬느니 하면서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남편은 각시탈을 구경하러 가다 사고가 난 게 아니다”라며 “KBS에 집합해서 촬영장으로 가기 위해 KBS가 대절해준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윤씨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태양기획으로부터 서류를 제출받아야 했는데, 몇 차례 요구 끝에 받은 서류에는 업체 직인조차 찍혀있지 않았다. 

“돈을 원한 적도 없습니다. KBS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라고 물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원청이면 적어도 하청 업체 책임자에게 압력이든 지시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가족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가다니요. 나쁜 사람들입니다.”

KBS <각시탈> 보조출연자 남편을 잃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윤아무개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유가족이 받은 돈은 장례비 2000만 원이 전부였다. KBS 등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보험금 1억5000만 원과 사고 운전자측의 형사합의금 3000만 원 등은 KBS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유가족은 그러나 “KBS를 비롯한 제작사가 이런 부분까지 선심을 베푼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며 형사합의 할 의사를 접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KBS 등에 △김인규 KBS 사장과 이강용 태양기획 회장의 사과 △에 고인을 애도하고, 사후처리 미흡에 대한 사과 내용을 담은 자막 처리 △보조출연자들을 위한 대기실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은 이런 요구사항만 받아들여진다면 바로 1인 시위를 접겠다는 입장이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각시탈에 고인의 사망사고에 대한 유감의 뜻을 담은 자막을 내보내는 것은 사장님께서 적극 반영해주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각시탈 최종회에 자막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러나 KBS가 각시탈 마지막 크레딧에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빈다’는 자막만 내보내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정확한 내막은 모른채 그저 “KBS가 유족들에게 신경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배 실장은 그러나 그 외의 요구조건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KBS에 사후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은 탈법적인 요구”라며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되도록 법적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에게 권유하고 독촉하고 있지만 KBS는 법률적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배 실장은 연기자 수송 도중 벌어진 일인 만큼 1차적인 법률 책임은 버스 회사에, 2차 책임은 보조출연자가 속해 있는 소속사에 있다고 설명했다. 배 실장은 김인규 사장의 사과 표명 요구에 대해 “사과라는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고 이후 법적 책임 문제가 따른다”며 “보조연기자와 법률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KBS에 사과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태양기획측도 마찬가지였다. 박현성 태양기획 이사는 “고인은 우리업체에 등록돼 있던 보조출연자가 아니라 우리와 거래관계에 있는 이준기획에 소속돼 있었다”며 “출연료도 그 쪽에서 지급하고 스케줄도 관리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대표자의 사과 표명 요구에 대해 “우리가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본인 의사에 따라 일을 하신 것인데 사과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회사차원의 애도는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3~4일씩 이 사건을 취재해 간 한 언론사 기자가 윤씨에게 전화해 “위에서 취재를 막는다. 더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윤씨는 전했다. 지난 6월 초 KBS 등 4개 업체가 공식 입장을 내자 이를 받아 쓴 언론은 60여 개가 넘었으나 곧바로 유가족이 낸 반박에 대해 보도한 곳은 서너 곳에 불과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드라마 추적자 주인공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씨가 3개월 넘게 1인 시위에 나서면서 집안 살림은 엉망이 됐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딸이 있는 윤씨는 “너무 억울해서 자살했다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제 이해하겠다”며 “이젠 너무 억울해서 포기하지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자녀들은 아빠에 이어 엄마에게까지 무슨 사고라도 날까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윤씨는 “제가 지금 그만둔다면 아빠가 돌아가신 것, 아무 것도 없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며 “아이들도 엄마를 응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저나 아이들이 시위를 한다고 해서 아빠가 돌아오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1인 시위 밖에 없기에 이것이라도 할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고가 안 일어나라는 보장이 없어요. 어차피 누군가는 사고를 겪어야 하고, 그 당사자라는 것이 저라는 것이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싸울 겁니다.”

윤씨는 “각시탈이 종영돼도 지쳐 쓰러질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시탈은 다음달 6일 최종회를 방송한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각시탈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23일자 기사 '각시탈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퍼왔습니다.
보조출연자 유족, 3달 넘게 KBS앞 시위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

만화가 허영만 원작의 KBS 드라마 (각시탈)이 수목극 가운데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각시탈) 방영 다음날인 매주 목요일, 금요일 포털사이트에는 ('각시탈', 자체최고 시청률 또 경신…20% 고지 '눈앞') ('각시탈' 박기웅, 소름돋는 이중연기) ('각시탈' 주원, 가짜 각시탈 내세워 교란 작전…흥미진진해진 두뇌 싸움) 등 각시탈에 대한 긍정적 기사들이 넘쳐나지만, 각시탈 드라마는 물론이고 관련 기사들도 보기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 KBS <각시탈> 포스터

바로 지난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유족들이다.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사고 직후 KBS를 비롯해 관련된 4개 회사가 언론사들에게 보도자료를 뿌려서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으나 정작 유족들을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며 5월 18일부터 KBS 앞 시위에 돌입했으며 박희석씨가 사망한 지 4달을 넘긴 8월 23일 현재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의 요구사항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고인의 죽음에 대한 자막' '보조출연자 대기실' 2가지다. (각시탈) 드라마 초반 또는 말미에 그동안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이 후속 조치 등에서 소홀한 부분이 있어서 유족들이 시위를 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이 담긴 자막을 내보내 달라는 것이다. '보조출연자 대기실'의 경우, 드라마 촬영의 특수성상 보조출연자들이 지역에 촬영갔다가 새벽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임금으로 인해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방송국이 보조출연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대기실 한 칸을 마련해 달라는 호소다. 고인의 죽음이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지만, 사람이 죽었음에도 KBS를 비롯해 4개 회사가 '나몰라라'하는 것은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해온 보조출연자들의 열악한 현실로 인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3달 넘게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곽상아

그러나,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은 유족들이 시위에 돌입한 지 3주만인 6월 초 보도자료를 내어 "전세버스공제조합이 사망보험금으로 1억5천만원을 확보해둔 상태다" "형사합의금은 3천만원으로 합의 여부는 유족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유족들에 대한 보상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망보험금'과 '형사합의금'은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부분으로서, 유족들의 요구사항과도 거리가 멀다. 유족들은 KBS를 비롯한 제작사 측이 보도자료에서 이 부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마치 우리가 '돈'을 원해서 시위를 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며 분노했으나, 시위 초기 반짝 관심을 가지던 언론들은 제작사 측의 보도자료만을 그대로 받아쓴 이후 후속보도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보조출연자 사망 사고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 사건은 이제 '잊혀진 사건'이 된 셈이다.
3달 넘게 KBS 앞에서 시위 중이지만, 점심식사를 위해 혹은 취재를 위해 오가는 KBS 직원을 비롯한 행인들 가운데 시위 중인 유족들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음에도 KBS를 비롯한 4개 회사가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만 보인 것에 분노한 미망인은 관련 회사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힘들다고 밝혔다. 외주제작 시스템 안에서 '슈퍼갑'인 공영방송사 KBS 앞에서 몇 달째 시위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KBS 측은 지난 6월 21일 KBS 앞에서 시위 중이던 유족들을 한 차례 찾아와 '자막방송'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고 의사를 표시한 이후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보조출연자 대기실 문제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2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KBS에서 지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몇백 명에 이른다. 공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천 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사무공간으로 분류하기도 힘든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KBS가 부족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전향적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은 힘들다"고 밝혔다.
23일 미망인 윤아무개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근한다고 나갔던 아이 아빠가 주검으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받고 싶지만, KBS는 '자막에 대해 검토할 수는 있어도 자막을 통해 (미흡한 사후처리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대기실 문제도 확답하지 않고, 다시 오겠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에요.
제가 어떻게 각시탈 드라마를 볼 수 있겠어요? 여론을 통해서 드라마가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항일드라마라고 하던데, 다른 나라를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드라마를 찍으러 가다가 보조출연자가 난데없이 죽었는데, KBS나 제작사나 모두 언론플레이만 하고 실제로 유족들이 어떤 심정인지는 끝까지 신경안쓸 건가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친일파를 처단하는 각시탈의 행동에 통쾌해하는 일반 시민들은 이런 사고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고를 접한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고, 알더라도 이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곧 드라마가 끝나는데, 자막을 통해 사과하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저는 계속 시위할 겁니다. 남편이 갑자기 죽었는데, 뙤약볕에서, 비내리는 날에 피켓들고 서있는 게 대수겠어요? 공영방송 KBS…정말…너무 나쁩니다."
'삶이 팍팍하고 고단한 조선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던 이름없는 영웅' 각시탈. 그러나 정작 드라마를 촬영하러 가다 안타깝게 숨진 보조출연자들의 유족들에게는 철저한 무관심 뿐이다. (각시탈) 마지막회는 내달 6일 방송될 예정이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