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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8일 화요일

각시탈 산재 인정, 보조출연 60년 역사 쾌거 될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2-09-17일자 기사 '각시탈 산재 인정, 보조출연 60년 역사 쾌거 될까?'를 퍼왔습니다.
"다른 보조출연자도 근로자 인정가능" "방송국, 가이드라인 제정필요"

KBS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 사망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 판정을 내림에 따라 보조출연자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전복사고로 사망한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의 아내 윤아무개씨는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3달 넘게 시위를 진행해온 바 있다. ⓒ곽상아

고 박희석씨는 지난 4월 18일 경남 합천의 각시탈 촬영현장으로 가다가 버스 전복사고로 사망했으며, 유족들이 5월 15일 산업재해를 신청한 지 4개월여 만인 지난 12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울행정법원(2008년), 서울고등법원(2009년)의 두 차례에 걸친 '보조출연자는 근로자' 판결에도 불구하고, '보조출연자는 개인사업자'라며 보조출연자의 산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왔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4개월여의 고민 끝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보조출연 60년 역사상 소송 없이 곧바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보조출연자는 개인사업자'라는 행정해석이 바뀐 최초 사례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기존에 보조출연자를 '개인사업자'로 규정했던 이유는 일을 하고 안하고를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고, 보조출연자들이 특정한 한 업체와 전속 관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법원 판결과 기존 해석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며 "법원 판결 가운데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 성격이 있다고 한 것을 받아들여 고 박희석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것이다. (업무시간 도중) 함부로 이탈할 수 없고, 휴식 시간도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 것 등은 일반 근로자와 동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박희석씨의 고용 형태가 다른 보조출연자들과 비교할 때 특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첫 산재 판정 이후 보조출연자들의 산재 인정이 훨씬 손쉽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박희석씨 사례에 대해 근로자라고 인정한 것 뿐이지 전체적으로 '보 조출연자는 근로자'라고 인정한 게 아니다. 이 부분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박희석씨의 사례에서) 저희가 판단했던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보조출연자의 경우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계순 전국보조출연자 노동조합 위원장은 "만약 보조출연자들이 전체적으로 '근로자'라고 인정받게 된다면 보조출연 60년 역사의 쾌거가 될 것"이라며 "과연 수많은 보조출연자들이 모두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사용자가 (보조출연자들을 위해) 보험금을 (순순히) 내줄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문계순 위원장은 "그동안 보조출연자들은 용역업체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살아왔다. 용역업체들이 월급의 10%를 자신들에게 상납하는 사람들에게만 일을 많이 주고,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배제해 왔기 때문"이라며 "입은 있어도 말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던 셈인데 그동안 겁나서 노조에 가입하지 못했던 보조출연자들이 이번 싸움을 지켜보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2008년 법원으로부터 '보조출연자는 근로자'라는 판결을 직접 이끌어낸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역시 "공단 측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판단해 주었는데,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법제도상으로 (보조출연자가 근로자임이) 인정된 최초의 사례"라고 반색했다.
이어, 김형동 변호사는 "누가 보더라도 보조출연자들은 일용직 노동자였는데 제도가 현실을 뒷받침하지 못했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보조출연자들을 제도로 보호해주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이 고 박희석씨의 사용자를 보조출연업체인 '태양기획'으로 인정한 것을 놓고, 다중적인 드라마 제작구조 속에서 보조출연자에 대한 책임을 '용역업체'로만 한정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형동 변호사는 "다중화된 제작구조 속에서, 여러 사용자 가운데 제일 힘이 약한 태양기획에 공을 돌린 것이라 볼 수 있다"며 "복합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방송국들은 드라마를 만들 때 유한회사를 만들고 거기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참여하는데, 이 유한 회사가 실질적으로 드라마의 모든 지휘감독을 행사하고 있다. (각시탈의 경우에도) 각시탈 문화산업주식회사가 모든 지휘감독권을 행사했고, 이 주식회사 지분에는 KBS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에서 KBS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며 "보조출연자에 대한 책임은 보조출연업체부터 방송국까지 연대적으로 져야 한다"는 것.
김형동 변호사는 "현 드라마 제작구조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방송국이 보조출연자들을 '소비'하고 버리는 식으로 하지 말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회사들이 보조출연자를 비롯해 배우들에 대해 인권, 근로조건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역시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고용주를 인정한 것인데, 과연 실제 사용자는 누구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차후 보조출연자 문제가 벌어졌을 때 최초 원청인 방송국까지 책임을 제기하지 못하고 가장 힘이 약한 하청업체 차원에서만 문제가 다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곽상아 기자  |  nell@mediaus.co.kr

2012년 9월 14일 금요일

“보조출연자 산재 인정 하청노동자 권리보장 초석”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3일자 기사 '“보조출연자 산재 인정 하청노동자 권리보장 초석”'을 퍼왔습니다.
민주노총·진보신당 논평 “연예산업 노동자 처지 열악하기 짝이 없어”

근로복지공단이 KBS 드라마 (각시탈) 보조출연자 고 박희석씨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 노동계에서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초석이 돼야 할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은지 진보신당 창립준비위원회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보조출연자가 법적 소송 없이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공단의 결정은 보조출연자 등 문화예술산업 내 엄연히 존재하지만 제대로 존중되지 않았던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초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주목할 점은 사고 직후 KBS와 제작사, 기획사 등은 용역의 용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드라마 제작환경을 핑계 삼아 직접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으려했다는 점”이라며 “유족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버스회사의 사망보험금으로 마무리하려 했다니 ‘보조출연자는 인간이 아니라 소품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이어 “고 박희석씨의 사고 후속조치는 한류 등 화려한 한국 드라마 산업의 어두운 진실인 하청노동자로서 보조출연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사 등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문화예술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어 “고 박희석씨의 유가족이 산재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법적 소송 없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보조출연노동자를 사업자로 보는 기막힌 관행을 이제는 확실히 바꾸자”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화려하게 비춰지는 모습과 달리 연예산업 종사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며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의 말단에 위치한 보조출연자와 비정규직 스텝들의 처지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처지를 호소하는 종사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연예산업종사자,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18일 촬영 장소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박희석씨의 산재를 승인했다. 유가족이 산재를 신청한 지 4개월 만에 나온 결정으로, 보조출연자가 법적 소송 없이 산재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